지진은 신호다

 

위로 위로 쌓아 올린다

점점 높아지고 무거워질수록

출렁출렁 흔들려도

중심을 잡아주는 평형수

땅 속 물은 점점 줄어들어간다

한 번의 충격으로도

기우뚱

손 쓸 틈도 없이

무너져 버리는

생명들

 

내 손으로 올린 건물

내 손으로 퍼낸 생수

내 손으로 없앤 안전

 

도시를

나라를

세계를

세월호로

만드는

개발

 

쓸데없는 증축으로

끊임없는 퍼냄으로

생명이 위험하다는

지진이 알려주는

신호

 

문맹에서

벗어나라는

흔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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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증


전 사람을 믿지 않습니다

사람,

자체로 서 있던 시대는 이미

사라졌으며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제가 지니고 있는 것들로 존재합니다

사람이

사물로 보이고

사물로 대우받는

사회에서 태어난

저는

사람을 사람으로

바라보지 못하게 하는 힘

자본의 사생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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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몸에 상처를 낸다


나이 들어가면서

몸이 굼떠지는지

몸이 더 굳어지는지

자꾸만 몸에 상처를 낸다

손을 뻗다가도

손을 만지다가도

제 몸에 상처를 스스로 내는데


몸에 난 상처들을 보며

살아오면서 낸 상처들을 생각한다

그동안 남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냈을까

남에게 낸 상처들이

넘치고 넘쳐

이젠 내게로 오는 걸까


내 몸 상처를 보며

남 몸에

남 마음에 낸 상처를 생각하니

아득하다

이토록 많은 상처들을 내며

살아왔다니


나이 들면서

내 몸에 생기는 상처들은

남에게 입힌 상처들이

돋아나오는 것이라고

내 삶을 반성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있다

나이 듦은 내 상처 속에서

남 상처를 보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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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5 08: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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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5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주문진


무엇을 주문하러 왔나

태백산맥 넘어 서쪽에서 

이 먼 강원도 동쪽 끝까지

오징어를 먹기 위해

홍게, 생선구이를 먹기 위해

펄떡거리는 회를 먹기 위해 왔나


무엇을 주문하러 왔나

이미 생이 마감되어 숨결을 잃고

뻣뻣해진 건어물을 주문하러 왔나

작은 동이에 담긴 바다에서

헐떡거리며 제 생이 마감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물고기를 주문하러 왔나


무엇을 주문하러 왔나

힘차게 철썩이는 파도에도

끝없이 바다를 누비던 물고기들의 자유를

찾아 여기까지 왔나

바다와 물고기에게서 잃어버린

너를 발견하려고 여기까지 왔나


무엇을 주문하러 왔나

과거를 보내고 미래를 찾아

현재를 주문하러 왔나

주문진은 과거와 미래를 현재에 사는 곳

그 주문(呪文)을 주문(注文)하러 이 곳

주문진에 왔나


그래 그래 그래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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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8 08: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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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8 08: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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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숫자 늘리기


여유로워 졌으면

나이를 먹는다는 건

허, 허, 허

‘허’ 숫자가 늘어간다는 것

‘허’ 하나 늘 때마다

지혜 또한 늘고

‘허’ 하나 늘 때마다

더욱 밝은 별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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