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
서윤영 지음 / 궁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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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 그것을 찾아 여행을 할까? 제목은 이런 생각이 들게 하였는데, 내용은 그렇지 않다.

 

집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데, 집에 대한 에세이라고 하는 편이 더 좋을 듯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집에 대해서 건축가가 일반인들이 알 수 있게 쉽게 설명해주고 있는 책이다.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사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은 자신이 그 집에 있을 때 편안함과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는 집이리라. 그런 집에 대한 우리의 상상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달라져 왔는데... 그것을 대중문화와 연관지어 살펴보고 있는 것이 1부이다.

 

옛날 우리나라에서는 부모님과 함께 사는 집을 꿈꾸다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집을 꿈꾸다가 아파트에 살기를 꿈꾸는 그런 과정, 대중가요와 연결지어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데, 쉽게 읽히고, 과연 나는 어떤 집을 꿈꾸고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2부에서는 집과 여성인데... 그동안의 집 구조를 살피면서 집에서 여성이 어떻게 소외되어 갔는지를 살피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집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불'이 한다고 하는데, 불이 있는 곳이 바로 부엌, 주방이다.

 

이 부엌이 어느 위치에 자리잡고 있느냐에 따라 여성의 지위가 보인다고 하는데, 타당한 말이다. 지금은 남녀평등 시대를 구현하고 있다고 하는데도, 아직도 부엌, 주방은 여성을 집안에서 소외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에 대한 고민을 해야지만 집 안에서 소외당하는 사람이 없는 아름다운 집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3부에서는 아파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왜 우리나라는 아파트에 열광하는가에 대한 답을 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아파트는 전통 건축의 구조를 나름대로 계승하고 있으며, 외국과 달리 아파트가 상류층의 주거지로써 작동하였기 때문에 아파트에 대한 열풍이 불었다는 분석은 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앞으로는 고층 아파트가 아니라 저층 아파트, 또 단독 주택 등이 더 인기가 있을 거라는 예측을 하고 있는데, 이 책이 발간된 년도가 2003년이니, 지금은 이 말이 예측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다.

 

이 부분에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부분은 쉽게 고쳐버리는 베란다 문제다. 베란다를 고치는 것이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지은이의 주장, 경청할 만하다.

 

4부에서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건물들을 건축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백화점이나 성당, 절들이 왜 그런 구조를 택하고 있는지, 학교는 어째서 이렇게 획일적으로 건축되었는지를 이야기해주고 있는데...

 

이제는 이런 획일성에서 벗어날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집에 관해서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 볼 것들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어서 집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말하고 있다. 바로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이라고.

 

내가 살고 있는 집이 바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임을 우리가 안다면 우리는 집을 투자대상이 아닌, 내 삶을 펼치는 장소로써 인정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덧글

 

70-71쪽

로마의 도무스 건축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모순된 부분이 있다.

 

남자들의 공간은 아트리움이고, 여자들의 공간은 페리스타일이라고 앞부분에 설명을 해 놓고, 뒷부분에 가서는 '아내는 자정을 제대로 지키기 위해 그녀의 일터인 아트리움 안에 머물러야 했을 뿐...,(70쪽) ... 페리스타일에도 나오지 못하는 여자가...(71쪽)'라고 반대로 설명하고 있다. 앞부분이 맞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인쇄 과정에서 두 단어가 바뀌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123쪽에서 지은이가 우려하고 있는 현실은 이미 현실이 되었다.

'현대인들은 하나의 집에 여러 개의 불을 놓아 가정을 붕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123쪽)'라고 하고 있는데, 2003년보다도 더 진화한 스마트폰으로 인해 현대인의 집에는 사람 수만큼 불이 존재하게 되었고, 이들은 가족끼리도 소통하지 못하는 상태로 변해가고 있다.

 

또하나 재건축에 관해서 이 책에서는 비판적으로 말하고 있는데, 참 공감이 간다. 콘크리트의 내구력이 55년 정도라고 하는데, 우리는 25-30년이 넘으면 재건축을 하지 못해 안달이니... 집을 삶의 장소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투자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단면이다.

 

환경을 생각해서도 또 집을 위해서도 불필요한 재건축은 삼가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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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예찬 열화당 미술책방 1
지오 폰티 지음, 김원 옮김 / 열화당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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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 관한 책들을 읽고 있는 중인데,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사실 지오 폰티라는 건축가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으니, 책을 고를 때 제목만 보고 골랐다고 하는 것이 옳겠다.

 

읽기 위해서 펼쳐본 순간, 건축 이론서라기보다는 건축에 관한 짧은 글들의 모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읽으면서 그 짧은 글들의 모음이 시적으로 다가옴을 느꼈다.

 

이 책을 읽으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건축은 건설과 다르고 토목과는 엄청나게 다름을 확실하게 인지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

 

작가는 건축은 예술이라고 한다. 그리고 예술은 추상성을 바탕으로 하며 영원성을 지향한다고 한다.

 

좋은 건축은 영원히 우리에게 남아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고 하는데... 건축가는 적어도 건축에서 영원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런 영원성을 추구하는 것, 그것이 바로 건축을 예술로 대하는 것이다.

 

또한 건축은 서정시라고 한다. 참 엉뚱한 소리 같은데... 건축은 웅장하게 우리에게 다가오는데, 건축이 서정시라니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좋은 건축은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삶을 활기있게 해준다고, 행복하게 해준다고 하니, 건축이야말로 서정시가 되지 않으면 안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시적인 표현도 많고 생각할 수 있는 표현도 많다. 하나하나가 마음 속으로 들어오는데... 건축은 그야말로 정치적임을, 그래서 제대로 된 정치가는 건축에 신경을 써야만 함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건축에 관계된 사람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사실 건축에는 누구나 다 관계되어 있다. 그럼에도 특히 더 중요한 사람들...

 

건축과 다른 분야의 것들

 

사회학자는 반드시 건축에 관하여, 주택에 관하여, 산부인과 병원에 관하여, 학교에 관하여, 그리고 극장이나 사무실에 관하여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의사는 반드시 건축에 관하여, 산부인과 병원, 학교, 캠프, 실험실, 종합병원에 관하여,. 그리고 요양소와 가정의 관계에 관하여 생각해야 한다.

 

농학자들은 반드시 건축에 관하여, 농가에 대하여, 동물과 농기구를 위한 완벽한 축사와 창고에 관하여 생각해야 한다.

 

산업계의 지도자들은 반드시 건축에 관하여 생각해야 한다. 건축은 작업을, 능률을, 노동자의 생활을 지배한다. 그것은 산업의 가치와 사회에 있어서 그 위치를 반영한다.

 

기술자들은 반드시 건축에 관하여 생각해야 한다.

 

정치가도 반드시 건축에 고나하여 생각해야 한다. 도시는 건축이다.

 

누구나 건축에 관하여 생각을 해야 하며, 의무감을 느껴야 하며, 협조를 해야 하며, 건축에 참여해야 한다. 26쪽

 

여기에는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계속해서 나오는데, 교육자는 누구보다도 건축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교육자나 건축가는 모두 미래에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를 현재에 실현하는 일, 미래를 위해 현재를 기획하고 실천하는 일, 그것이 바로 교육자와 건축가의 일이기 때문이다.

 

책의 끄트머리에 있는 글을 보자.

 

몇 가지 변명

- 네 가지 최고의 직업: 성직자, 교육자, 의사, 건축가

 

  교육자, 의자 그리고 건축가는 성직자와 더불어 그의 생활이 실제적이며 생생하고 드라마틱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인간을 형성하고 인간에 대해 예언한다. 그들은 정신적으로, 도덕적으로, 육체적으로, 심리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인간을 구제한다.

 

  부연 : 의사와 성직자는 인간에 대한 연민을 갖고 있다. 그들은 영원한 실체로서, 병든 실체로서 혹은 생리학적이고 도덕적 실체인 인간을 - 우리 모두가 그렇듯이 불쌍한 인간들을 - 사랑한다. 그들은 인간의 존재에 대한 증인들이다. 교육자는 인간에 대해, 인간의 미래에 대해 믿음을 갖는다. 그리고 건축가는, 인간이 살고 행동해 나갈 인간 미래의 문명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어 나간다. 그들은, 초월적 실체로서, 앞으로 형성할 수 있는 실체로서 인간을 사랑한다. 그들은 미래의 인간을 사랑한다. (물론 훌륭한 교육자와 건축가 들만이)

 

  비정치적 정치형태는 교육자들, 예술가들, 건축가들의 것이다. 그 정치형태란, 타인을 위해, 그럼으로써 결국 우리가 아닌 우리 자신을 위해 건설하는 것이며, 가정생활에 반영시켜 봄으로써 생활 전체에서 소중한 것들을 간직해 나가는 것이며, 예술로써 문명과 명예 그리고 인간의 도덕적, 지적 독자성을 유지시켜 나가는 것이다. 261-261쪽

 

'건축은 수정이다','발코니는 범선이다'는 말과 같이 시적인 표현들이 도처에 나오고 있다. 이게 정말 건축이구나. 건축가는 이런 사람이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 책이다.

 

한 번 읽고 던져두기 보다는 곁에 두고 틈틈이 펼쳐보고 싶은 책이다.

 

토목공화국이라고 불리는 우리나라, 정말로 이런 건축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건축은 사적이어서는 안된다. 건축은 공공이어야 한다. 또한 건축은 토목이어서는 안된다. 건축은 예술이어야 한다.

 

하여 건축은 한 편의 서정시여야 한다. 정말로 좋은 건축은 건축물 하나하나가 다 서정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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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살고 싶은 집은 - 건축가 이일훈과 국어선생 송승훈이 e메일로 지은 집, 잔서완석루
이일훈.송승훈 지음, 신승은 그림, 진효숙 사진 / 서해문집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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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함께 하는 공간이다. 과거에는 집에서 태어나 집에서 죽었다. 지금은 병원에서 태어나 병원에서 죽는다는 말이 맞는 시대이긴 하지만 병원 역시 집의 한 형태이니 우리들은 집을 떠나 살 수 없다.

 

하다못해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는 사람들도 자신들만의 공간을 만들어서 자고 있지 않은가. 이것 역시 일종의 집이다.

 

그런데 이런 집에 대해서 우리는 자기가 도대체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을까 고민을 하지 않는다. 이미 주어진 집 중에서 마음에 드는 집을 골라 들어갈 뿐이다.

 

그 집에는 내 노력이 들어가 있지 않다. 물론 집 안을 꾸미는 일에는 자신의 노력이 들어가 있다고 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공간을 채울 뿐이니 논외로 하자.

 

그냥 살 뿐이다. 어떤 이는 교통이 편하다는 이유로, 어떤 이는 평수가 넓다는 이유로, 어떤 이는 주변 환경이 좋다는 이유로, 어떤 이는 교육하기 편하다는 이유로 이미 존재하고 있는 곳에 들어가 살다가 다시 떠난다.

 

집은 나의 일부가 아니라 그냥 스쳐지나가는 존재가 된다.

 

그러나 옛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집은 자신이었다. 집은 바로 자신을 보여주는 거울이었다. 그리고 조금 더 큰 자신 속에 자신의 몸을 들이는 공간, 집과 나는 둘이 아니라 하나였다.

 

하여 집에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집에 얽힌 이야기. 이야기와 더불어 집은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존재로 함께 해왔다.

 

이런 집을 갖고 싶다는 소망. 주어진 집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집을 짓고 그 곳에서 살고 싶다는 소망을 가진 국어 선생이 건축가를 만나 서로 이야기하면서 만들어간 집 이야기.

 

이것이 바로 이 책 "제가 살고 싶은 집은..."이다.

 

국어선생 송승훈이 장현이라는 곳에 땅을 구입하여 자신이 살 집을 짓고자 이일훈이라는 건축가를 찾아간다. 건축가는 주택을 짓는 일이 손은 많이 가나 이익은 남지 않는 일이라 망설이지만 건축을 의뢰한 국어선생을 보고 집을 설계하기로 한다.

 

대신 메일로 집에 대한 생각을 주고 받으며 집에 대한 상을 만들어가기로 한다.

 

이 책은 집을 짓기까지 건축주인 국어선생과 건축가가 주고 받은 메일을 모아 놓았고, 간간히 집에 대한 사진을 넣었다.

 

하나의 집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알 수 있는 책이고, 건축을 의뢰한 사람이 어떤 집을 원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아가려는 건축가의 모습을 알 수 있고, 그리고 추상적으로 집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던 것이 건축가와 대화하면서 점점 구체적인 모습을 잡아가는 과정을 볼 수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집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책인데... 읽으면서 나도 이렇게 집을 짓고 싶다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나만의 집을 갖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집의 이름을 '잔서완석루'라고 지었다고 한다. 화려하지 않고 세월의 무게를 그대로 받아들인 집이 되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데, 결국 집은 사람이 사는 공간이고, 사람과 더불어 함께 늙어가는 것이 집이니... 집 이름도 좋다.

 

이 집을 짓는 과정에서 집에 살 사람이 무엇을 가장 원하는지, 그리고 그 원하는 것이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국어선생답게, 아니 국어선생 중에서도 책을 사랑하는 사람인 집주인을 위해 서재를 집의 가장 끝에 두어 서재까지 가는 동안 집 곳곳에 주인의 손길과 눈길이 머물게 설계하는 모습... 그리고 책길이라는 개념을 두어 서재까지 가는 길에 책을 볼 수 있는, 산책길이 아닌 책길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게 다가왔다.

 

집은 결국 사람과 함께 갈 수밖에 없음을 이 책은 곳곳에서 보여주고 있는데...

 

이 집에 살게 된 국어선생은 나중에 이런 말을 한다. '시멘트로 한옥을 지었다'(316쪽)고.

 

전통을 잇는 건축방법에 세 가지가 있다고 국어선생은 분류하고 있는데(물론 이는 건축학적 분류가 아니라 국어선생다운 분류다) 하나는 형태를 계승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재료를 계승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은 공간을 계승하는 것인데...

 

자신은 한옥의 공간을 계승했다고. 그래서 시멘트로 지은 한옥에서 산다고 말할 수 있다고 한다.

 

집을 짓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집에 대한 사랑. 건축주와 건축가의 신뢰와 소통. 이것이 결국 그 장소에 어울리면서 그 사람에 딱 맞는 집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다.

 

이 집은 국어선생이 살아가면서 함께 늙어갈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부러운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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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 한줄기 희망의 빛으로 세상을 지어라
안도 다다오 지음, 이규원 옮김, 김광현 감수 / 안그라픽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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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건축과를 나오지 않은 건축가.

 

독학으로 자신만의 건축세계를 확립한 건축가.

 

건축계의 게릴라로 불리는 사람. 안도 다다오.

 

그가 자신의 건축에 대해 이야기한 이 책은 남들이 생각지도 못한 자신의 사무실로부터 시작한다.

 

건축사무소인데 1층 중앙현관에 사장의 사무실이 있고, 해외 업무를 제외한 개인적인 전화나 메일은 쓸 수 없으며, 어디에서 일하던 사장의 눈에 띄게 사무실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는. 그런데 문제는 사원들만 사장의 눈에 띄는 것이 아니라 사장 역시 사원들의 눈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

 

그렇게 자신있게 자신의 건축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안도 다다오. 이 책은 이 장면에서 시작한다. 과연 독학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이룬 사람다운 고집이 느껴지는 사무실 구조다.

 

이런 그였기에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낌없이 투자한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사무소에 들어오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포트폴리오니 면접이니 하는 것들을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무실에서 함께 일해보고 그래도 하겠다고 하면 채용하는 식으로 함께 일할 사람을 뽑는다.

 

그의 말을 보자.

 

 학생은 자신의 미래를 키우기 위하여 오로지 자기 하나만을 위하여 공부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들이 뭔가를 배우고 싶다고 말하면, 먼저 사회에 진출한 우리는 그 의욕에 부응하여 기회와 자리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미래를 짊어질 학생을 사회의 재산으로 보호하고 키워나가야 한다. 26쪽

 

이런 자세를 지니고 있기에 그의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 책임감을 갖고 일한다. 사장과 사원이 1대1의 관계를 맺고 일을 하는 사무소. 자기의 뜻대로 일을 하고 그 결과를 책임지게 하는 교육. 이것이 그가 하고 있는 교육이다.

 

이런 교육을 하고, 자신의 사무소를 운영하기까지의 과정과 사무소를 운영하면서 자신이 어떤 건축을 해왔는지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보여주고 있는데, 그의 건축관을 결정한 것은 그가 어렸을 때 동네의 목공소에 다니면서 들었던 목수 아저씨의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목공소의 목수는 "나무에도 성격이 있단다. 좋은 것이 더 잘 드러나도록 다뤄줘야 해."하며 10년을 하루같이 나무를 깎았다. 45쪽

 

건축 역시 마찬가지다. 자연과 사람들의 삶이 잘 드러나게 하는 것, 그래서 건축은 도시의 일부이자 사람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런 건축은 바로 그 장소에 꼭 필요한 건축이 된다. 안도 다다오는 이런 건축관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 장소가 아니면 안 되는 건축, 건축을 통하여 그 장소의 기억을 계승하는 것을 내 작업의 보편적 주제로 생각하고 있다. 372쪽

 

따라서 이런 건축이 있는 도시는 바로 인간 삶의 역사가 있다고 한다.

 

 ...세계의 대표적 도시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도시에 흐르는 '풍성한 시간'이다.

- 122쪽

 

역사가 있는 건축. 이야기가 있는 건축. 그리고 삶이 있는 건축. 이런 건축을 하는 건축가의 자세로 그는 '건축가라면 자기가 관여한 건축이 서 있는 한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234쪽)고 한다.

 

자기가 관여한 건축에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을 그는 지속적으로 자신이 관여한 건축에 관심을 가지고 유지 보수를 해줌으로써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그의 건축적 신념은 개인주택에서 공공건축으로 넘어간다. 왜냐하면 건축은 결국 공공성을 띨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공건축에서 지녀야 할 공공정신. 이는 환경과도 밀접하게 관련이 되고, 사람들의 삶과도 관련이 된다. 그렇기 위애서는 이런 정신과 자세를 지녀야 한다고 한다.

 

 자유롭고 공평한 사회를 지탱하는 것은 개인의 자아를 넘어선 공공정신이다. ... 뭇 사람들의 인생을 풍성하게 하는 문화를 창조하고 키워가는 것은 어느 시대나 개인의 강력하고 격렬한 열정이다. 254쪽

 

결국 그는 개인주택에서 공공건축으로, 여기에 종교건축으로, 또 해외건축까지 진출하여 자신의 세계를 넓히고 있다. 단지 건축계에서 성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좋은 건축, 그 장소에 필요한 건축, 사람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건축을 목표로 한 것이다.

 

어떤 인맥도 학맥도 없이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건축계에서 살아남은 그는

 

 "현실 사회에서 자기 이상을 진지하게 추구하려고 하면 반드시 사회에 충돌하게 되어 있다. 십중팔구 자신의 생각대로 되지 않으며 연전연패의 날들을 보내게 될 것이다. 그래도 계속 도전하는 것이 건축가의 삶이다. 포기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계속 달리면 언젠가는 반드시 환한 빛을 보게 될 것이다. 그 가능성을 믿는 강인한 마음과 인내력이야말로 건축가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이다." 404쪽 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여 우리네 인생에서는 건축가의 이러한 자질과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자신의 건축인생을 정리하는 마지막 부분에서 건축이 아닌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자신의 인생이었다고. 자신은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살아왔다고. 여러분들도 이런 자세로 살아가라고.

 

 자기 삶에서 '빛'을 구하고자 한다면 먼저 눈 앞에 있는 힘겨운 현실이라는 '그늘'을 제대로 직시하고 그것을 뛰어넘기 위해 용기 있게 전진할 일이다. 418쪽

 

나에게는 생소한 이름의 일본 건축가였는데, 그의 자서전 비슷한 이 책을 읽으며 건축의 세계가 너무도 매력있음을, 그리고 우리 삶에 너무도 중요함을 생각하게 되었다.

 

건축가는 미래를 현재에 가져와 보여주는 사람. 바로 현재에서 미래를 보고 과거와 연결하여 과거, 현재, 미래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게 실현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 사람이다.

 

역사와 자연과 사람과 떨어져서는 존재할 수 없는 건축. 그런 건축을 할 때 겪게 되는 '빛과 그림자'를 모두 인정하면서 꾸준히 쉬지 않고 끊임없이 나아가는 건축가.

 

그런 사람은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많은 건축물들의 사진과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서 건축에 문외한인 나같은 사람도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그가 만들어낸 건축물을 사진으로 보는  눈의 호사. 즐거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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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준의 마음을 품은 집 - 그 집이 내게 들려준 희로애락 건축 이야기
구본준 지음 / 서해문집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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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먼 나라 이야기라고만 생각했고, 전문가들만이 하는 일이라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여기고만 있었는데, 건축에 마음이 담겨 있다는, 좋은 건축은 이야기가 있다는, 요즘 유행하는 스토리텔링이 건축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나만의 집, 나만의 공간을 갖기가 힘들어진 지금. 남들이 지어준 집에 얹혀 살기만 하는 지금 시대에, 그래도 자신만의 집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고, 집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는데...

 

어떤 이는 황토집을 스스로 짓고, 어떤 이는 통나무집을 스스로 짓고, 어떤 이는 돌집을 스스로 짓고, 어떤 이는 건축가와 협조하여 자신이 원하는 건물을 짓고, 공공건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건축, 멀고도 먼 남의 이야기라고만 여기다가 최근에 부쩍 건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내가 살아가고 있는 공간은 내 관심 여부와 상관없이 나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는 건축을 이왕이면 좀 잘 알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건축에 관한 책을 찾아 읽기 시작하고 있는데, 전문적인 책보다는 쉽게 잘 설명해주는 책이 내게 훨씬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여러가지로 도움이 된 책이다.

 

우선 건축에 담겨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서 좋았다. 그 건축이 지니고 있는 이야기, 참으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런 이야기를 읽으며, 그 건축에 대해서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처음에 이 책이 시작되는 '이진아기념도서관'

 

딸을 잃은 슬픔을 공공도서관을 건립하여 다른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승화시킨 아버지의 사랑과 그를 주변의 환경과 잘 어울리게 만들어낸 건축가의 이야기는 이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때 기쁨을 두 배로 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들이 책의 곳곳에 실려 있다. 우리나라에서 몇 년 전에 실시했던 기적의 도서관. 그 도서관이 아이들을 얼마나 행복하게 했는지, 우리나라 도서관의 구조를 바꾸는데 얼마나 기여를 했는지를 말해주고도 있다.

 

희노애락으로 4부로 구성해서 건축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데,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외국의 건축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주고 있어서 건축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단지 건축미학뿐만이 아니라 사람과 건축이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지, 어떤 것이 진짜 훌륭한 건축인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데, 이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에도 자랑할 수 있는 좋고 멋진 건물이 많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공연히 획일적이고 위압적인 건축만이 우리나라에 있다고 우리나라 건축은 멀었다고, 가능성이 없다고 한탄만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나 할까.

 

건축에 관한 책을 읽으며 건축에서는 더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단일 건축에서는 빼기를 해야 한다. 불필요한 것들을 제외하면서 건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더하기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우리나라 건축의 부정적인 면만을 보고 그것을 부각시켜 그것을 없애는 운동을 하기보다는, 좋은 건축을 찾고 그 건축을 자꾸 홍보하여 그러한 건축물이 늘어나도록 하는 것이 더 좋겠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렇게 좋은 건축이 있다. 이 건축은 이래서 좋다. 이 건축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이런 좋은 면들이 자꾸 퍼져나간다면 자연스레 좋은 건축들이 늘어날 것이고, 좋은 건축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존재하는 것이니 우리나라 건축이 자연스레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 

 

여기에 나도 나만의 집을 가졌으면 하는 소망. 이것이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님을 이 책은 알려주고 있으니. 비록 이 책에서 말하는 학자는 안되겠지만, 평민도 자신 스스로 집을 지었다고 하니, 그런 기회를 나도 갖도록 해야겠다는 소망을 지니게 되었다.

 

그 집은 내 마음을 품은 집이 되겠지.

 

집짓기가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두는 것으로 이 글을 맺는다.

 

"현대에 사는 우리는 건축은 건축가나 시공자만이 하는 일로 여긴다. 건축이 전문 영역으로 완전히 분리되었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에는 그렇지 않았다. 자기가 살 집은 자기가 설계하는 것이 일상적이었다. 양반은 자기 집을 직접 몸을 놀려 짓지 않았을 뿐 자기 생각과 생활에 맞는 집을 직접 구상했고, 평민들도 자기 살림에 맞게 자기 집을 설계했다. 양반과 달리 직접 짓기까지 했다.

 

  곧 조선 시대 가장 뛰어난 건축가는 목수가 아니라 학자들이었다. 특히 대학자일수록 뛰어난 건축가였다는 점이 흥미롭다. 퇴계 이황과 우암 송시열은 자기 집을 여러 번 지었던 건축광이었다." 3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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