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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의 인문학 ㅣ 돌베개 석학인문강좌 15
김석철 지음 / 돌베개 / 2011년 10월
평점 :
건축은 인문학이라는 말은 많이들 하는데, 건축이 도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도시 속에서 건축을 어떻게 인문학적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았다.
다만, 주변 환경과 건축이 어울렸으면 하는 생각을 했고, 건축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 결코 좋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도시라는 거대한 공간에서 건축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은 건축을 건축으로만 보지 않고, 도시 속에서 본다. 도시 속에서 본다는 말은 사람들의 생활과 연결지어 본다는 말이다.
도시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이고, 그 많은 사람들이 서로 관계를 맺으며 도시 속 공간에서 살아간다. 그렇다면 도시라는 공간을 무시하고 건축을 바라볼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책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도시와의 관련성을 중심으로 건축을 살피고 있다. 그래서 건축에 관한 책이라기보다는(따라서 건축물에 대한 구체적인 사진 자료가 적다. 다른 건축 관련 책을 보면 건축물에 대한 사진이 정면, 측면, 평면 등 다양하게 제시되어 있는데, 이 책은 그런 점에서는 기대해서는 안된다.) 도시공학, 도시 설계에 관한 책이라고 보는 것이 좋다.
즉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중심에 두고, 그 도시에 어떤 건축이 들어서면 사람들이 더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가를 역사적으로 고찰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여 건축을 건축이라는 구체적인 대상에 국한시키지 않고 도시라는 더 넓은 공간 속에서 사람들과 자연과 다른 건축들과의 관계를 살피면서 건축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한다.
총체적인 인간의 삶. 그것을 추구하는 것이 인문학이라면 도시 설계 역시 인문학일 수밖에 없고, 이런 도시 설계에서 건축은 빠질 수가 없으니, 건축 또한 인문학이 될 수밖에 없다.
관료가 된 건축가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 현장에 있는 건축가라면 이렇게 전체적으로 건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를 이 책에서는 내내 하고 있는데...
지금, 우리나라의 도시는 어떤가? 과연 인문학적인 도시인가? 인문학적인 건축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니라는 답이 나와도 여기서 멈추면 안된다. 우리에게는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 도시, 우리 건축 인문학적으로 생각하고 추구한다면 우리나라 도시들, 세계에서 자랑할 수 있는 멋진 도시가 될테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거기에 대한 힌트를 주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 책에서 도시에 대해 한 말 중에 기억해 두어야 할 구절.
좋은 도시라고 하면 첫째 경쟁력이 있어야 하고, 둘째 사람들이 도시적인 삶의 질을 느낄 수 있어야 하며, 셋째로 당연히 아름다워야 합니다. 195-196쪽
삐딱한 덧글
사람이 참 삐딱하다. 긍정적으로 보아야 하는데, 한 번 비비 꼬아서 본다. 가끔은 좋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많다. 이 책을 읽을 때 머리가 갸우뚱해지는 구절이 몇 있었는데.. 삐딱이의 글읽기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44쪽. 그리스는 섬 문명이고 로마는 대륙 문명입니다. ... 그리스 문명의 핵심이었던 트로이와 ...
-> 근데 왜 나는 그리스 역시 대륙 문명이라는 생각이 들지? 그리스 문명의 핵심이었던 알렉산더 대왕 때는 인도까지 진출하지 않았던가. 어떻게 그리스 문명을 섬 문명이라고 하지? 섬 문명이라고 하면 영국이나 일본 정도를 이야기하지 않나 하는 생각
-> 왜 트로이가 그리스 문명의 핵심이지? 그리스 문명의 핵심은 아테네, 또 스파르타 아닌가? 트로이는 변방이다. 지금 터키에 그 문명의 유적이 있던데... 우리는 그리스 문명 하면 아테네, 또는 스파르타를 떠올린다.
51쪽. 이건 소소한 오타. '공자보다 시장이 더 크게 세상을 지배합니다.' 처음에는 공자의 사상같은 유교 논리보다 시장이라는 자본주의 논리가 세상을 지배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앞뒤 문맥을 보면 공자가 아니라 공장이어야 맞다. 생산 중심에서 소비 중심으로 변해가는 현대 사회를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81쪽. 콘스탄티누스 대제는 로마 사람이 아니라 게르만 사람입니다.
->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콘스탄티누스 대제는 아버지가 로마의 공동황제였던 콘스탄티우스이고, 어머니는 헬레나라고 분명하고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 1권 14장"에 나와 있던데... 게르만 족의 침범으로 로마가 멸망하게 될텐데.. 어떻게 게르만 족의 사람이 로마 황제가 될 수 있나? 이 얘기는 출생지가 게르만 지역이라는 얘기인가?
86쪽. 북예멘은 자본주의화되고 남예멘은 쿠바보다 지독해 북한과 버금가는 수순으로 공산화되어 있습니다.
-> 쿠바보다 지독하다는 말이 상당히 부정적으로 들린다. 요즘 쿠바는 유기 농업으로 또 자주국으로 인정받고 있지 않나, 우리나라 사람들도 상당수 쿠바에 견학을 갔다온 걸로 알고 있는데... 지독하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 그닥 좋게 읽히지는 않는다.
91쪽. 수문제는 대운하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 대운하를 만든 것은 수문제가 아니라 수양제인데...이건 바로 잡아야 한다.
95쪽. 경주는 고려 때 철저하게 파괴되기 시작해 조선 시대에 아주 없어졌습니다.
-> 그런가? 고려 시대에 수도인 개경(개성)을 두고도 세 군데의 중심도시를 선정해서 중요시 하지 않았나? 서경(평양), 남경(서울), 동경(경주). 또 다른 자료를 찾아보면 조선시대에서도 경주 수령은 부윤이라고 하던데.. 부윤은 상당히 중요한 도시에 부임하던 사또들의 벼슬이라던데...
182쪽.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학살>은 지식인의 현실 참여가 이렇듯 엉성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문인들이 모여 시국 선언을 한다고 해서 현실 참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작품을 써서 현실을 개혁해야 합니다.
-> 뒷 구절은 동의한다. 좋은 작품으로써 현실을 개혁한다는 말. 그렇다고 문인들의 시국 선언을 이렇게 이야기하면 안된다는 생각이다. 작품활동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지명도 때문에 시국 선언은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오히려 문인들의 시국 선언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 피카소의 그림에 대해서야 감상자의 눈에 따라, 평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그냥 감흥이 안 온다 정도면 될 것을 '엉성하다'고 표현하는 것은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185쪽. ...집을 제주도에 설계하고 있습니다. 자연은 펜실베니아보다 못하지만...
-> 이건 상당히 거슬린다. 우리나라 제주도는 세계적으로도 아름답기로 소문한 곳 아닌가? 제주도의 자연풍광이 미국 펜실베니아보다도 못하다고 어떻게 이렇게 단언할 수 있는지.. 이건 인문학을 공부한다는 사람의 자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218쪽. 조선조 문화를 보면 근 500년을 통치할 수 있었다는 것이 위대함이 아닌 교묘함과 간악함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세종대왕은 조선 왕조가 아닌 고려 시대에 태어난 사람이고, 한글은 이미 그 전에 있던 것을 세종대왕이 집대성한 것입니다.
-> 이게 뭔 말인가? 조선 500년을 이렇게 비하하다니.. 이건 분개할 일이다. 조선이 비록 일제에 나라를 빼앗겼지만, 나름대로 우수한 문화를 이룩한 나라 아니던가. 소중화라고 지칭할 정도도 문화적 소양이 높았던 나라인데... 왜 이런 소리를 하는지...
-> 세종이 어째서 고래 시대에 태어난 사람이지? 세종은 1397년에 태어났다. 조선은 1392년에 건국이 되었고. 분명 세종은 조선 시대에 태어났다. 이건 문제다. 바로 잡아야 한다.
-> 한글은 이미 그 전에 있던 것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문자인데... 세종이 어떻게 만들었는지 창제과정까지 다 밝혀졌는데... 참.
참 길게도 삐딱하다. 인문학이라는 말을 담고 있는 책이라면 이런 점들 하나하나 고민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 그냥 지나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사실관계는 정확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