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도시 - 건축으로 목격한 대한민국
서현 지음 / 효형출판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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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도시"

 

"회색 도시"라는 말은 들어보았어도, 빨간 도시라는 말은 처음 듣는다. 낯설다. 이 낯섦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

 

빨강이라는 색채에서 연상되는 것은?

 

아마도 붉은 악마로 대표되는 역동적이고 열정적인 모습일 수도 있고, 축구에서 심한 반칙을 범한 선수에게 내미는 퇴장 카드를 떠올릴 수도 있고, 무언가 해서는 안된다는 금기를 생각할 수도 있다. 아니면 조심하라는 경고의 표시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이 책을 읽으며 '빨간 도시'라고 표현한 것은 우리나라 도시들이 형편없음을, 마치 축구에서 불필요한 행동을 한 선수를 퇴장시키듯이 이러한 건축을 퇴장시켜야 한다는 뜻으로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떤 건축에 대하여라는 1부에서 우리나라 건축의 야만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과 동떨어진 건축에 의한, 건축을 위한, 건축만의 건축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실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제도 '건축으로 목격한 대한민국'이다.

 

건축으로 본 우리나라는 후진성을 면치 못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도시에 사는 사람과는 상관없이 보여지기 위한 건축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런 우리나라 도시 건축과 그 도시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배려해서 결국은 관광객까지 끌어들인 다른 나라의 도시를 보여주는데, 그런 작업이 2부 어떤 도시에 대하여에서 펼쳐지고 있다.

 

건축은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건축과 어울릴 때 그 건축이야말로 좋은 건축이라는 사실을, 무엇보다도 사는 사람을 우선으로 해야 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 도시와 우리나라 도시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도시들은 건물이나 자동차에게 주요한 자리를 내주고, 사람들은 주변으로 밀려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걷는 사람을 배려한, 아니 이것은 배려가 아니라 당연히 고려해야 할 첫째 순위인데, 길이 거의 없고, 오로지 바퀴달린 기계가 잘 다닐 수 있도록 계획한 도로만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 상황을 이 책을 읽어가면서 머리 속에서 그릴 수 있게 된다.

 

더불어 분노도 치밀고. 사람이 잘 살기 위해서 존재해야 할 도시가 사람을 주변으로 내몰고, 기계나 건물 중심으로만 남아 있음을 보게 되니 말이다.

 

그러나 이렇게 분노하게 만드는 데 이 책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이 바로 "빨간 도시"이지 않은가.

 

빨강이라는 강렬한 색채를 책의 제목으로 선택한 이유가 바로 우리에게 선명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서 아니겠는가.

 

우리 도시는 지금 위험에 처해 있다는, 그래서 이렇게 가면 안된다는, 이 지점에서 멈춰야 한다는 "빨간 신호등" 역할을 이 책이 하고자 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하고자 한다면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도대체 우리에게 지금 멈추라고 신호를 보내는 건축이 무엇인가 찾아야 한다. 찾아서 고쳐야 한다.

 

우선은 건축가들이 먼저 나서면 좋겠지. 왜냐하면 이들은 건축에 관해서는 전문가니까. 그리고 진정한 건축은 바로 사람이 행복한 건축이니까. 이들의 눈에 행복하지 않은 건축은 잘못된 건축일테니.

 

그래서 자연스레 3부는 어떤 건축가에 대하여다. 건축가로서 지은이가 느꼈던 점들, 건축가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이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문과 이과의 구분이 얼마나 야만적인지,  왜 건축이 인문학일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건축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이 3부를 읽으면 도대체 건축가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알게 될 수 있으리라.

 

하여 다시 "빨간 도시"다. 충분히 경고를 했다. 이제는 멈추어야 한다. 멈춘 다음에는 다시 나아가야 한다. 제대로 된 방향으로. 열정을 가지고. 이 때 '빨강"은 열정이 된다.

 

이렇게 된 "빨간 도시"는 열정이 넘치는 도시, 사람들이 활기차게 살아가는 도시가 된다. 이런 도시에서는 사람들의 숨이 행복으로 가득차게 된다.

 

이전의 빨간 도시가 아니다. 활력과 열정으로 살아 움직이는 생생한 도시가 된다. 그런 "빨간 도시"가 되어야 한다. 그게 건축가들이 꿈꾸는, 또 우리들이 꿈꾸는 도시 아니었던가.

 

이제는 멈출 때가 되었다. 다시 시작할 때가 되었다. 적어도 우리나라가 그 정도는 되지 않았는가.

 

그러니 "빨간 도시" 이 의미가 우리에게 살아 있게 우리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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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멈퍼드 건축비평선 - 『뉴요커』 스카이라인 칼럼 1947-1956 문명텍스트 18
루이스 멈퍼드 지음, 서정일 옮김 / 한길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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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루이스 멈퍼드.

 

하긴 건축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지가 얼마 되지 않고, 건축이라고 해야 기껏 유명한 사람 이름이나 알고 있는 처지이고, 몇몇 유명한 건물에 대해서 사진을 본 정도니, 멈퍼드라는 사람에 대해 알 리가 없었다.

 

그래도 건축비평선이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오래 전 글들이지만, 건축이란 이미 100년, 200년 전의 것도 건재하게 우리 앞에 존재하지 않는가. 그러니 건축에 대한 비평글도 굳이 시대를 따질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1947년부터 1956년 사이에 [뉴요커]지에 칼럼으로 연재된 글들이다. 그러니 미국의 뉴욕이라는 도시와 거의 50-60년 전이라는 시대가 지금 나에게는 너무 먼 이야기가 되기 쉽다.

 

뉴욕이라는 도시에 가보지 않은 상태에서 이 글을 읽기에는 좀 어렵다. 건축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여 구체적인 건축에 대해서 그림을 그리긴 포기하고, 그가 어떤 자세로 글을 써갔고, 건축에 대해 어떤 관점을 지니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읽고, 지금의 우리와 비교해 보기로 했다.

 

건축은 결국 사람이다. 사람이 얼마나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가를 중심으로 미와 기술이 융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와 기술이 융합되어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면 자연히 자연과도 어울려야 한다. 그의 글에서는 이러한 관점이 잘 드러나고 있다.

 

공원, 산책로, 살기 좋은 인구 밀도... 고층보다는 저층으로... 등등

 

대도시의 거대한 건축물에 대한 비평에서부터 공공건물에 대한 비평, 그리고 도시계획까지 다 드러나고 있는 비평선집인데...

 

마지막 부분에 나온 말...

 

이 말은 지금도 유용하다. 아니, 우리가 명심해야 한다.

 

희망적 대안은 한가한 몽상이 아니라 현실을 직면하는 능력과 공공적 책임감이 필요하며 지금까지 권한을 휘두른 사람들이 갖지 못한 과감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아이비엠사는 탈중심화를 주도적으로 실천하고 있는데 그들이 좋아하는 모토를 우리 계획당국, 도로 기술자, 은행과 보험사, 부동산 개발업자 그리고 진정으로 시민과 투표권자 모두에게 퍼뜨려야 한다. 생각하라! 320쪽

 

도시 계획을 할 때 교외에 다른 거주지를 마련하고, 도로를 확충하려는 일이 얼마나 헛된지를 멈퍼드는 그 시대에 이미 이야기하고 있는데, 한참 뒤에 우리나라 서울을 보면, 참... 이 사람의 비평글을 도시계획자들이나 행정가들이 전혀 읽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이 교통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들이 오히려 더 교통문제를 더 일으킨다는 사실을 그가 이미 지적했음에도 말이다.

 

비록 뉴욕의 모습이 그림으로 떠오르지 않아 구체적인 장면들을 상상하지는 못했지만, 건축에 대한 태도에서, 적어도 우리가 건축에 대해서 어떤 자세를 지녀야 하는지는 고민하게 되는 책이었다.

 

나같이 단순히 건축에 관심을 가진 사람 말고, 도시설계자나 도시정책입안자, 아니면 도로 기술자 들이 읽으면서 지금-여기에 적용한다면 꽤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꼭 그들만이 아니더라도 나같은 사람도 읽어서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알릴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멈퍼드가 바란 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역시, 생각은 힘이 세다.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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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의 인문학 돌베개 석학인문강좌 15
김석철 지음 / 돌베개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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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인문학이라는 말은 많이들 하는데, 건축이 도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도시 속에서 건축을 어떻게 인문학적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았다.

 

다만, 주변 환경과 건축이 어울렸으면 하는 생각을 했고, 건축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 결코 좋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도시라는 거대한 공간에서 건축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은 건축을 건축으로만 보지 않고, 도시 속에서 본다. 도시 속에서 본다는 말은 사람들의 생활과 연결지어 본다는 말이다.

 

도시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이고, 그 많은 사람들이 서로 관계를 맺으며 도시 속 공간에서 살아간다. 그렇다면 도시라는 공간을 무시하고 건축을 바라볼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책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도시와의 관련성을 중심으로 건축을 살피고 있다. 그래서 건축에 관한 책이라기보다는(따라서 건축물에 대한 구체적인 사진 자료가 적다. 다른 건축 관련 책을 보면 건축물에 대한 사진이 정면, 측면, 평면 등 다양하게 제시되어 있는데, 이 책은 그런 점에서는 기대해서는 안된다.) 도시공학, 도시 설계에 관한 책이라고 보는 것이 좋다.

 

즉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중심에 두고, 그 도시에 어떤 건축이 들어서면 사람들이 더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가를 역사적으로 고찰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여 건축을 건축이라는 구체적인 대상에 국한시키지 않고 도시라는 더 넓은 공간 속에서 사람들과 자연과 다른 건축들과의 관계를 살피면서 건축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한다.

 

총체적인 인간의 삶. 그것을 추구하는 것이 인문학이라면 도시 설계 역시 인문학일 수밖에 없고, 이런 도시 설계에서 건축은 빠질 수가 없으니, 건축 또한 인문학이 될 수밖에 없다.

 

관료가 된 건축가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 현장에 있는 건축가라면 이렇게 전체적으로 건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를 이 책에서는 내내 하고 있는데...

 

지금, 우리나라의 도시는 어떤가? 과연 인문학적인 도시인가? 인문학적인 건축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니라는 답이 나와도 여기서 멈추면 안된다. 우리에게는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 도시, 우리 건축 인문학적으로 생각하고 추구한다면 우리나라 도시들, 세계에서 자랑할 수 있는 멋진 도시가 될테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거기에 대한 힌트를 주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 책에서 도시에 대해 한 말 중에 기억해 두어야 할 구절.

 

좋은 도시라고 하면 첫째 경쟁력이 있어야 하고, 둘째 사람들이 도시적인 삶의 질을 느낄 수 있어야 하며, 셋째로 당연히 아름다워야 합니다. 195-196쪽

 

삐딱한 덧글

 

사람이 참 삐딱하다. 긍정적으로 보아야 하는데, 한 번 비비 꼬아서 본다. 가끔은 좋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많다. 이 책을 읽을 때 머리가 갸우뚱해지는 구절이 몇 있었는데.. 삐딱이의  글읽기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44쪽. 그리스는 섬 문명이고 로마는 대륙 문명입니다. ... 그리스 문명의 핵심이었던 트로이와 ...

-> 근데 왜 나는 그리스 역시 대륙 문명이라는 생각이 들지? 그리스 문명의 핵심이었던 알렉산더 대왕 때는 인도까지 진출하지 않았던가. 어떻게 그리스 문명을 섬 문명이라고 하지? 섬 문명이라고 하면 영국이나 일본 정도를 이야기하지 않나 하는 생각

-> 왜 트로이가 그리스 문명의 핵심이지? 그리스 문명의 핵심은 아테네, 또 스파르타 아닌가? 트로이는 변방이다. 지금 터키에 그 문명의 유적이 있던데... 우리는 그리스 문명 하면 아테네, 또는 스파르타를 떠올린다.

 

51쪽. 이건 소소한 오타. '공자보다 시장이 더 크게 세상을 지배합니다.' 처음에는 공자의 사상같은 유교 논리보다 시장이라는 자본주의 논리가 세상을 지배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앞뒤 문맥을 보면 공자가 아니라 공장이어야 맞다. 생산 중심에서 소비 중심으로 변해가는 현대 사회를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81쪽. 콘스탄티누스 대제는 로마 사람이 아니라 게르만 사람입니다.

->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콘스탄티누스 대제는 아버지가 로마의 공동황제였던 콘스탄티우스이고, 어머니는 헬레나라고 분명하고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 1권 14장"에 나와 있던데... 게르만 족의 침범으로 로마가 멸망하게 될텐데.. 어떻게 게르만 족의 사람이 로마 황제가 될 수 있나? 이 얘기는 출생지가 게르만 지역이라는 얘기인가?

 

86쪽. 북예멘은 자본주의화되고 남예멘은 쿠바보다 지독해 북한과 버금가는 수순으로 공산화되어 있습니다.

-> 쿠바보다 지독하다는 말이 상당히 부정적으로 들린다. 요즘 쿠바는 유기 농업으로 또 자주국으로 인정받고 있지 않나, 우리나라 사람들도 상당수 쿠바에 견학을 갔다온 걸로 알고 있는데... 지독하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 그닥 좋게 읽히지는 않는다.

 

91쪽. 수문제는 대운하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 대운하를 만든 것은 수문제가 아니라 수양제인데...이건 바로 잡아야 한다.

 

95쪽. 경주는 고려 때 철저하게 파괴되기 시작해 조선 시대에 아주 없어졌습니다.

-> 그런가? 고려 시대에 수도인 개경(개성)을 두고도 세 군데의 중심도시를 선정해서 중요시 하지 않았나? 서경(평양), 남경(서울), 동경(경주). 또 다른 자료를 찾아보면 조선시대에서도 경주 수령은 부윤이라고 하던데.. 부윤은 상당히 중요한 도시에 부임하던 사또들의 벼슬이라던데...

 

182쪽.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학살>은 지식인의 현실 참여가 이렇듯 엉성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문인들이 모여 시국 선언을 한다고 해서 현실 참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작품을 써서 현실을 개혁해야 합니다.

-> 뒷 구절은 동의한다. 좋은 작품으로써 현실을 개혁한다는 말. 그렇다고 문인들의 시국 선언을 이렇게 이야기하면 안된다는 생각이다. 작품활동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지명도 때문에 시국 선언은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오히려 문인들의 시국 선언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 피카소의 그림에 대해서야 감상자의 눈에 따라, 평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그냥 감흥이 안 온다 정도면 될 것을 '엉성하다'고 표현하는 것은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185쪽. ...집을 제주도에 설계하고 있습니다. 자연은 펜실베니아보다 못하지만...

-> 이건 상당히 거슬린다. 우리나라 제주도는 세계적으로도 아름답기로 소문한 곳 아닌가? 제주도의 자연풍광이 미국 펜실베니아보다도 못하다고 어떻게 이렇게 단언할 수 있는지.. 이건 인문학을 공부한다는 사람의 자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218쪽. 조선조 문화를 보면 근 500년을 통치할 수 있었다는 것이 위대함이 아닌 교묘함과 간악함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세종대왕은 조선 왕조가 아닌 고려 시대에 태어난 사람이고, 한글은 이미 그 전에 있던 것을 세종대왕이 집대성한 것입니다.

-> 이게 뭔 말인가? 조선 500년을 이렇게 비하하다니.. 이건 분개할 일이다. 조선이 비록 일제에 나라를 빼앗겼지만, 나름대로 우수한 문화를 이룩한 나라 아니던가. 소중화라고 지칭할 정도도 문화적 소양이 높았던 나라인데... 왜 이런 소리를 하는지...

-> 세종이 어째서 고래 시대에 태어난 사람이지? 세종은 1397년에 태어났다. 조선은 1392년에 건국이 되었고. 분명 세종은 조선 시대에 태어났다. 이건 문제다. 바로 잡아야 한다.

-> 한글은 이미 그 전에 있던 것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문자인데... 세종이 어떻게 만들었는지 창제과정까지 다 밝혀졌는데... 참.

 

참 길게도 삐딱하다. 인문학이라는 말을 담고 있는 책이라면 이런 점들 하나하나 고민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 그냥 지나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사실관계는 정확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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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여행 - 개정증보판 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여행 1
이용재 지음 / 멘토프레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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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이라는 학문이 있다. 아름다움에 관한 학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책 참 어렵다. 도대체 왜, 무엇이 아름다운가에 대한 추구가 오히려 미적 감상을 방해하기도 한다.

 

가끔 건축에 관한 책도 그러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지나치게 현학적인 책들은 오히려 건축에서 사람들을 멀어지게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쉽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딸에게 건축의 아름다움을 설명해주고 있기도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딸은 건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게 하는 동인이지 주요 인물은 아니다.

 

따라서 딸에게 들려주듯이, 어린 딸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듯이 책의 내용을 풀어갔다고 보면 된다.

 

이 책에도 많은 건축물이 나오고, 그 가운데 직접 본 건축물도 꽤 있는데, 그 건축물이 왜 대단한지, 왜 아름다운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남들은 대단하다고 하는데, 왜 대단한지 이해하지 못하는 건축물도 꽤 있고... 이런 점에서 이 책은 그런 건축물이 왜 아름다운지, 왜 대단한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직접 눈에 보이듯이 설명을 해줘서, 아, 그런 점에서 이 건축물이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구나,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노출콘크리트... 사실 나는 이것에 대해서 거부감이 있는데, 이 책에서는 이것의 장점을 잘 이야기해주고 있으며, 또 건축물은 외부에서 보았을 때보다 내부에서 직접 경험하면서 보았을 때 그 아름다움을 더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아직도 완전히 수긍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점에서 이 건축물은 대단하다는 평가를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는 될 것같은 생각이 든다.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 것만으로도 이 책은 대단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지은이 자신이 건축을 전공했지만, 건축에 종사하는 것보다 건축에 대한 글을 더 잘 쓴다고, 이 책에 나와 있는 건축가들만큼 건축을 잘할 자신이 없다고, 그래서 글로 건축을 한다고 하는데, 이런 글을 통해서 건축에 좀더 친근하게 다가가게 해주고 있으니 건축만큼이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 번 보았을 때 그냥 지나쳤던 건축물들, 다시 한 번 보고 살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우리나라 곳곳에 있는 건축물들에 대해서 너무도 잘 이야기해주고 있어서 한 번은 꼭 가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 책이다.

 

덧글

 

244쪽. 허난설헌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친정집의 비운(동생 균의 사형을 말함)을 시심으로 달랜 그녀는...'이라고 하는데... 곧이어 '그녀는 27세의 나이로 요절하고 만다'고 되어 있다.

 

27세에 요절한 난설헌이 40이 넘어서 죽은 허균의 사형을 알리가 없으니... 이 구절은 삭제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한 가지 놀랄 만하게 읽은 내용... 소나무에 관한 것.

 

'흡수율 17%의 소나무는 1,000도의 불을 만나도 1시간에 3.6센티미터만 탄다. 더 이상 안 탄다!'는 구절.

 

나무가 불에 너무도 취약하다고 하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이 책에서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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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인문의 집을 짓다 - 2014 세종도서 교양부문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2
양용기 지음 / 한국문학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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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서문에 해당하는 '들어가며'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책이 건축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청소년들에게, 또는 건축의 기본적인 지식을 익혔지만 더 심도 있게 공부하고자 하는 건축학도들에게, 그리고 건축을 종합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일반인들에게 하나의 길을 보여주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의식주의 하나로서 오랜 시간 같이해온 건축물을 우리 삶의 중요한 동반자로 이해하는 데 얼마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건축을 통해 풍부한 인문학적 상상력이 발휘되기를 소망해본다." (9쪽)

 

이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가. 우리가 건축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제대로 알고 있었다면 4대강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그런 토목공사가 강행되게 내버려두지 않았을텐데, 인공하천이 된 청계천 복원사업을 그냥 두지 않았을텐데...

 

건축은 전문가만이 하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우리는 잘 모르니 전문가들이 잘 알아서 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그냥 내버려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건축이 인문학이라면, 인문학은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니 건축 역시 우리들이 살아가는데 꼭 알아야 할 학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냥 주어진 집에서, 건물에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활 공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것, 인문학적으로 건축을 판단할 수 있는 것, 또 인문학적으로 건축이 존재하게 해야 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책임이자 권리가 아닐까 한다.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내 소감은 그렇다.

 

대학의 건축학과가 5년이 된 이유도 국제적인 표준을 맞추기 위해서이기도 하겠지만, 건축이라는 학문이 4년만으로는 제대로 배울 수 없다는 데 있지 않을까 한다.

 

건축 기술만을 배운다면 4년이면 충분하겠지만, 건축은 인문학적 종합능력이 필요한 학문이기에 인문학을 공부하고, 과학을 공부하고, 기술을 배우는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다른 대학에 비해 1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하지 않았나 싶다.

 

그만큼 건축은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종합예술이되 고정된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그 밖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함께 만들어가는 유동적인 종합 행위예술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건축은 건축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존재하고, 변해가기 때문인데... 이런 건축에 인문학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주로 건축과 자연, 건축과 사람, 건축과 아름다움, 건축과 실용성 등을 중심으로 한 책들을 읽었는데, 이 책은 이들을 종합하고 있다.

 

제목과 마찬가지로 인문의 집을 짓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여 첫 시작을 '인간을 위한 건축:융합으로 아우르는 종합 학문'으로 시작한다.

 

그 다음에 '건축에 반영된 미술사, 미술사에 반영된 건축'이 이어져 예술과 건축의 관련성을 살펴보고 있으며, '도시를 창조한 건축, 사회를 이해하는 척도'에서 건축에 반영된 사회상을 살피고 있다. 건축이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 장소가 되기에 건축에서 사회가 빠질 수 없고, 그 사회에서 원하는 양식을 채택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이야기 하고 있다. 건축을 보면 사회를 알 수 있다는 얘기가 여기서 나온다.

 

'과학에 바탕을 둔 건축, 미래를 준비하는 첨단과학'에서는 기술과 건축의 관련성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주로 그 사회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로 건축하던 과거와는 달리 획기적인 기술과학의 발달로 인해 예전에 불가능하던 건축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앞으로 더 과학기술이 발달할텐데, 그에 걸맞게 건축도 진화해 갈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철학, 미학, 심리학적 질문으로 완성되는 건축'에서는 건축은 바로 우리 인간의 삶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란 말도 있듯이 우리는 보기 좋은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을 좋아한다. 건축도 마찬가지다. 건축이 단지 실용적이기만 하다면 어찌 인문의 집을 짓는다고 할 수 있겠는가. 건축에는 철학과 미학, 그리고 심리학이 종합적으로 담겨 있다는 말, 동의한다.

 

'문화 전달자로서의 건축, 건축의 상징을 녹여내는 영화'에서는 현대 예술의 총아라고 할 수 있는 영화에 나타난 건축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으며, 건축이 전세계인을 불러모으는 역할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식으로 인문학 분야와 건축이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쉽게 잘 설명해주고 있다. 곳곳에 사진도 있고, 어려운 개념은 옆 날개에서 설명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나같은 초심자도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건축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가 학교에서 공통기본교과라고 하여 배우는 것이 있듯이 이러한 건축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민족, 문화민족 하는데, 건축 역시 문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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