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알토 - 거장이 연주하는 핀란드의 풍토, 세계건축산책 3
이토 다이스케 지음, 김인산 옮김, 우영선 감수 / 르네상스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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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자주 접하게 된 이름이 바로 '알바 알토'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건축가라고 하는데, 물론 그의 건축물을 직접 본 적은 없다.

 

또 그의 건축물은 르 코르뷔지에나 가우디나 루이스 칸처럼 그렇게 유명하지도 않다. 물론 건축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유명할지라도 나와 같은 일반인이 그의 건축물을 찾아 일부러 갈 정도로 유명하지는 않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핀란드 건축을 이야기할 때 알바 알토라는 이름은 빠지지 않고, 또 핀란드 사람들이 대단히 자랑스러워하는 건축가라고 하니, 그에 대한 흥미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

 

이 책은 핀란드 건축과 알바 알토의 관련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알바 알토와 핀란드 건축의 관련성이라?

 

그가 핀란드라는 지역성을 잘 살린 건축을 했다는 말인데, 그래서 그의 건축은 핀란드의 지형과 문화와 동떨어져서 이야기해서는 안된다는 얘기가 된다.

 

핀란드의 자연에 어울리는 건축을 한 사람... 자연을 거스리지 않고, 또 세계화라는 것에 휩쓸리지 않고 지역에 맞는 건축을 하려 한 사람.

 

그의 건축을 핀란드 곳곳에서 만나고 설명해주고 있는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알바 알토의 건축에 대한 책도 되지만, 알바 알토와 함께 떠나는 핀란드 여행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만큼 핀란드 곳곳을 보여주고 있는데, 여기서는 너무도 먼 나라인 핀란드를 앉아서 구경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으며, 알바 알토라는 건축가뿐만 아니라, 핀란드라는 나라의 건축에 대해서, 그들이 건축에서 무엇을 중시하는지를 알게 된다.

 

국적없는 건축, 지역과 동떨어진 건축,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혼자만 덩그러니 돋보이는 건축이 산재해 있는 우리나라 건축을 되돌아보게도 하고 있다.

 

결국 건축이란 삶인데, 그 삶을 어떻게 표현해내느냐에 건축의 좋고 나쁨이 결정된다고 하면, 기능성을 최대한 살리되, 지역과 자연과의 조화, 그리고 미적 감수성까지 고려한 알바 알토의 건축은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은 책이지만, 알바 알토의 건축물이 많이 나와 있어서 보기에도 좋았던 책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건축가가 있겠지만, 그런 건축가들이 대세가 되기를 바라면서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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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 - 서울의 일상, 그리고 역사를 걷다
권기봉 지음 / 알마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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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도시. 인구 천만이 모여 살고 있는 도시. 백제의 수도였고, 또 조선의 수도였으며, 비록 수도는 아니었지만 통일신라시대에도, 고려시대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던 도시.

 

한강을 끼고 있어 물이 풍부하고, 동서남북으로 산도 있어 산세도 좋은 땅. 여기에 살고 있던 사람들의 발자취가 많이 남아 있는 도시.

 

우리나라의 문화와 역사가 집약되어 있는 도시라고 보면 되는데, 그만큼 화려함과 욕됨이 함께 존재하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서울은 걷기에는 좀 불편한 도시다.

 

최근에 걷기 열풍이 불어, 둘레길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에도 걷기에 좋은 여러 길들이 생겨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지만, 대부분의 서울 도심은 조금 걸을라치면 지나치는 차들에서 내뿜어지는 매연과 소음으로 몸과 마음이 많이 불편해진다.

 

그래서 북한산 둘레길, 서울 성곽길 같이 한적한 길은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지만, 도심에 있는 많은 문화유적들이 있는 곳은 걸어서 보게 되지 않는다.

 

그냥 차를 타고 지나치거나, 그런 장소가, 그런 문화유적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치고 만다.

 

이 책은 권기봉이라는 사람이 서울에 살면서, 서울을 걸으면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쓴 책이다. 많이 걷다보니 자연스레 많은 곳을 보게 되었고, 그것을 사진으로도 남겨 후세 사람들에게 서울의 현재 모습을 알려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서울의 현재 모습을 기록으로 남겨둔 것은 단지 과거에 대한 향수 때문은 아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서울이 어떻게 변모해 왔고, 우리는 문화를 어떤 식으로 대했던가를 보고 생각할 수 있게 해주려는 목적으로 남겨둔 것이다.

 

그래야 좀더 나은 미래로 갈 수 있다. 미래가 어느 순간 그냥 딱 떨어져 우리에게 오는 것이 아닌, 현재에서 과거를 받아들여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만들어내는 것이 미래이기 때문이다.

 

너무도 유명한 곳은 이 책에 잘 나오지 않는다. 그런 곳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우리가 그냥 지나쳤던 곳, 전혀 알지 못했던 곳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자세하게 잘 알려주고 있고, 또 이런 문화재도 있었고, 이런 역사가 이 곳에 담겨 있구나 감탄할 수 있다.

 

서울, 역사와 문화가 집약되어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과거의 유산들을 지금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승해서 후손들에게 남겨줄까를 고민해야 한다.

 

단지 부끄러운 역사라고 해서 없애버리기만 했던 여러 문화재와 뜬금없이 자리잡은 건축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서울이 문화도시로, 역사도시로 기능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히 서울의 문화유적들을 소개하는 책만은 아니다. 그런 문화유적들에 대한 설명을 통해 우리가 문화와 역사를 대하는 태도가 어떠했는지 반성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책이기도 한다.

 

서울에 대해서 세세하게 알고 싶은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들고 한 번 이 책에 나와 있는 서울 문화유적들을 걸어서 만나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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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건축 이야기
김원 지음 / 열화당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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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 관한 책을 몇 권 읽고 있는 중.

 

전혀 나와는 상관이 없을 것 같은 건축에 요즘 관심이 가는 이유는, 내가 사는 공간을 이해하고,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알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과 공간을 내 삶을 엮어가는 장소로 만들고, 그 장소에서 행복한 삶을 꾸리고 싶은 욕구는 누구나 지니고 있을텐데, 그럼에도 요즘은 건축은 전문가들만이 하는 일이고, 자신은 주어진 공간에서 지내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지닌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과 공간에서 인간이 떨어져 나와 객체로 지내게 되는 현상. 이것이 바로 현대의 건축이고, 현대인들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눈에 띠는 대로 건축에 관한 책을 읽어서 전문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그냥 관심 있는 읽기만 하고 있는 중이지만, 그래도 몇 권을 읽다보니 머리 속에 남아 있는 건축가들이 있다.

 

이 책을 쓴 김원도 그 중의 한 명.

 

멋있는 건축, 훌륭한 건축을 이야기할 때 가끔 등장하는 이름이었기에, 중고서점에 나온 그의 책을 보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선택을 한 것.

 

1999년에 쓴 책이니, 지금으로부터 15년이 넘게 지난 옛일이긴 하지만, 건축이 기본 100년이 간다고 하면 그가 한 고민이 지금도 유효하다는 데는 다른 의견이 없다.

 

특히 이 책에서 말하는 우리 전통가옥을 새마을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무참히 없애버린 것에 대한 분노에는 나 역시 동감하며, 건축가가 자신의 이름을 드날릴 기념비적 건축을 하는 것보다는, 자연과 사람들의 삶에 녹아드는 건축을 하는 것이 더 좋고, 자신은 그런 건축을 하고 싶다는 그의 자세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여기에 그가 성공회대성당을 증축할 때 원 설계자의 의도를 따르는 과정이 나와 있는 글을 읽으면, 그는 건축 위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기보다는 건축 속에 자신을 감추는 쪽을 택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기에 한강성당을 건축할 때의 이야기는 이 책에 두 번 나오는데... 감동적이다. 종교 건축이 건축에 종교를 흡수하는 것이 아닌, 건축이 종교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 건축가의 의도가 잘 드러나는 건축보다는 그 곳에서 종교적인 행위가 자연스레 일어날 수 있도록 건축가의 의도를 숨겨야 한다는 그의 이야기... 생각할 만하다.

 

여기에 독립기념관과 국악당에 얽힌 이야기는 지금도 참조할 만하며, 무엇보다도 그가 안타까워하고 분노하는 국립중앙박물관(구 중앙청, 구 조선총독부) 철거에 대해서는 그의 주장에서 생각할 것이 많다.

 

지금은 사진으로밖에는 볼 수 없는 조선총독부 건물, 경복궁 내에 그 건물이 있는 것이 민족 정기를 훼손시키는 일이었다면 그 건물을 분해해서 다른 곳으로 옮겨 다시 조립해 놓았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용서하라. 그러나 잊지는 마라" 이것이 파리의 유대인 레지스탕스 기념관에 있는 문구라는데... 일본의 식민통치를 우리는 용서할 수 있다. 이미 과거의 일이고, 그들의 진정한 반성이 있다면, 용서를 해야 한다. 용서는 강자가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용서를 했다고 잊자는 얘기는 아니다. 용서는 하되, 잊어서는 안 된다. 바로 이 잊지 않기 위한 행위로 조선총독부 건물을 남겨 놓자는 얘기도 나왔었는데.. 지금은 이미 지난 일이지만...

 

이런 일에도, 동강 댐 건설 반대에도 건축가들이 관여를 한다. 아니 관여를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건축가의 사명이다. 그들의 책무다.

 

이런 말을 김원은 이 책에서 하고 있다. 건축가는 단지 건물을 설계하고 짓는 사람이 아니다. 건축가는 사람들의 삶을 설계하고 살아가게 하는 장소는 마련해주는 그런 사람이다.

 

따라서 건축가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철학적 신념이 있어야 한다. 그는 과거를 보고, 미래를 예측하여 현재를 살아가는 장소를 마련해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여기에 자연에 대한 인식... 한 마디로 건축가는 철학자여야 한다. 이것이 이 책을 읽은 느낌이다. 첫 시작을 풍수 사상에서 시작하는 것... 풍수 사상이 사라져야 할 미신이 아니라, 건축을 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배우고 고민해야 할 학문이라는 것. 여기에 과학이 결합되어야 한다는 것.

 

그런 얘기를 하고 있다. 참, 많은 이야기들이 이 책에 실려 있다. 우리나라 건축이 걸어온 길을, 김원이라는 건축가를 통해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니, 우리나라 건축가들 중에서 기억해야 할 건축가가 또 한 명 늘었다. 나중에 이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이야기해주는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나같은 문외한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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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철의 20세기 건축산책 탐사와 산책 2
김석철 지음 / 생각의나무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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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울에서는 서울역 고가를 폐쇄하느냐 마느냐는 논쟁이 있었다. 서울역 고가를 차가 다니지 않게 하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만든다는 서울시와 차량이 다니지 않으면 엄청난 교통체증과 남대문 시장 상인들의 생계에 지장을 줄 수 있어서 반대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었던 것.

 

 

차량이 다니지 않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가면 좋겠지만, 수십 년 동안 그곳에서 생계를 유지해온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장 덜 가는 방향으로 일이 추진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런 일들을 하는 사람이 단지 공무원일까? 시장이 바뀌었다고,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이렇게 도시 계획이 바뀔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정책을 내긴 하겠지만, 이 정책을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장소로 만드는 일은 건축가가 한다.

 

건축은 그래서 토목이 아니다. 대학에서 5년이나 교육을 하는 이유도 건축은 그냥 건설을 지나서 삶을 재구성하는 인간의 활동이기 때문이 아닐까.

 

아주 짧은 기간에 엄청난 도시로 변모한 서울은 옛것과 현대적인 것이 어우러지는 곳이 되었어야 했으나, 이를 전체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개발만 서두르는 바람에 전통을 잃은 도시가 되어가고 있었는데...

 

지금도 늦진 않았으리라. 서울이 또 우리나라 곳곳이 아직도 옛것을 지니고 있고, 옛것이라고 해서 무조건 존중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또 무조건 없애야 한다고 생각지도 않으니, 옛것과 현대적인 것, 미래적인 것이 어울리게 장소를 만들어가는 일을 우리가 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럴 때 예전에 건축에 종사한 사람들, 현대 건축을 이끌어 건축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과 그들의 건축을 보는 것이 좋다.

 

그들이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이유가 있을테고, 그들의 건축이 칭송을 받는 이유가 있을테니 말이다.

 

건축 전문가가 아닌 나같은 사람은 건축의 세세한 부분에까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좋아보이는 건축과 좋아보이지 않는 건축은 느낄 수 있으니, 현대 건축의 선구자들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둔다면 건축을 보는 안목이 조금은 높아지지 않겠는가.

 

사람들이 건축을 보는 안목이 높아지면 그만큼 우리 삶의 질도 높아질테니... 안목이 높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공간에 엉터리 건축이 들어설 여지는 없기 때문에.

 

이 책에는 12명의 건축가가 나온다. 건축계에서는 모두 잘 알려진 사람이겠지만, 건축 책을 그다지 많이 읽지 않은 나에게는 들어본 이름도 있고, 처음 듣는 이름도 있다.

 

그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오토 바그너, 안토니오 가우디, 찰스 레니 매킨토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발터 그로피우스, 미스 반 데어 로에, 르 코르뷔지에, 알바 알토, 루이스 칸, 루이스 바라간, 필립 존슨, 그리고 우리나라 건축가 김중업

 

이들은 각 나라를 대표할 뿐만 아니라 세계 건축을 대표할 만한 건축물을 남긴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한 시대를 이끌었고, 후대에도 많은 영향을 준 사람들이다.

 

이들의 공통점... 아니 건축을 하고자 한다면 이들에게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를 생각했는데... 단지 이들의 작품을 모방해서는 안된다. 그러면 그것은 이들에게서 잘못 배운 것이다.

 

건축을 한다고 해서 건축에만 몰두해서는 안된다. 적어도 건축가는 철학이 있어야 한다. 세상을 읽을 줄 알아야 하고, 사람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하며,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고민해야 한다. 여기에 과학적, 수학적 지식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예술적 감각이 있어야 한다.

 

참 어려운 일이다. 단지 설계만 잘한다고 해서 훌륭한 건축가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을 보면 그렇다. 시대를 읽고 그 시대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아름답고 행복하게 자연과 사람과 어울리며 살아갈 수 있을까를 건축 속에 담아내야 한다.

 

이들은 이를 실현해 내었다. 그래서 훌륭한 건축가로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슬퍼졌다. 우리나라 교육이 과연 이토록 훌륭한 건축가가 나올 수 있는 구조를 지니고 있는가.

 

오로지 대학 입시를 위해 경주마처럼 내달리기만 하는 아이들, 논술이 중요하다니 아예 논술 모범답안을 외우는 아이들, 독서가 중요하다니 책의 내용을 요약해주는 학원이 성행하는 우리나라 사교육 현실, 무언가 깊이 고민하고 실행해 볼 시간을 지닐 수 없는 아이들, 자신의 앞날이 캄캄하다고 느끼는 젊은이들...

 

이들이 훌륭한 건축가가 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여유다. 정말로 심심할 시간이다. 심심해서 무언가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심심해 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시간에서 인문학이 나오고 좋은 건축이 나온다.

 

이게 뒷받침 되지 않으면 훌륭한 건축은 물건너 간다. 지금 우리는 훌륭한 건축이 아니라 그냥 건설만이 판치는 세상에 살고 있지는 않은지,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은지... 되물어야 한다.

 

이 책에 나오는 12명의 건축가처럼 적어도 인류의 유산으로 무언가를 남길 건축가가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계속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어린이, 청소년 교육을 다시 생각해야 하고, 그 다음에 건축 교육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이런 생각이 드니 책을 읽고 건축물들을 보는 즐거움이 뒤로 사라지고 만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앞길이 열려 있다. 좋은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들이 많이 읽히면 우리들 생각도, 건축을 보는 우리들 눈도 서서히 변해 간다.

 

그때는 이 책에 실린 건축가들과 건축물들에 상응하는 건축들과 우리들이 함께 살고 있지 않을까. 

 

건축가에 대한 입문서로써 어렵지 않고 핵심을 간결하게 잘 짚어내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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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도서관 - 정기용의 어린이 도서관
정기용 지음 / 현실문화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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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오래 전에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순천 기적의 어린이도서관이 생각났다. 그 때 모방송의 예능프로그램에서 책을 읽습니다라는 프로그램으로 전국민의 독서열기를 확 끌어올린 적이 있었는데...

 

확 끌어올린 정도가 아니라 그 프로그램에 선정된 책들은 베스트셀러가 되어 엄청난 판매를 자랑하기도 했는데.. 단지 책을 읽읍시다에서 나아가 어린이도서관 만들기 운동까지로 확대되었었는데...

 

당시에는 어린이도서관을 누가 건축했는지 관심이 없었다. 단지 특이한 도서관이었다는 생각만 남아 있었다. 무척 멋있다는 생각과 좀 다르네 했던 생각만.

 

정기용의 책을 읽으면서 그런 어린이도서관을 건축한 사람이 정기용이라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어린이도서관을 짓기 위해서 얼마나 고민을 많이 하고 공부를 했는지도.

 

이 책은 그러한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려는 그의 노력이다. 기록으로 남겨야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을 수 있고, 좀더 나은 어린이도서관을 건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처음보다는 다음이, 그 다음이 더욱 좋아질 수 있는 기회를 지니기 때문이다. 제대로 기록이 남아 공부할 수 있기만 하다면.

 

순천, 진해, 제주, 서귀포, 정읍, 김해

 

이 책에서는 이렇게 여섯 개의 어린이도서관이 나온다. 기적의 도서관이라고 하는데... 관에서 주도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순수 민간에서 주도한 것도 아닌'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일명 '책사회')이라는 단체가 발의하고 관과 반반 나누어 만들어낸 도서관.

 

지금까지는 없던 새로운 도서관. 어른이 중심이 아닌 아이가 중심이 되는 도서관. 주변을 무시하고 돌출하지 않고 주변과 어울리는 도서관, 그래서 기적의 도서관이다.

 

이 기적의 도서관 운동 다음에 우리나라 곳곳에 도서관이 많이 생겼다. 이제는 도서관에 대해서는 그렇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런데... 과연 그토록 많이 생긴 도서관 운영이 잘 되고 있을까?

 

정기용은 기적의 도서관이라는 책을 통해서 어린이도서관의 개념을 바꾸어 놓았고, 도서관이 어떻게 운용되어야 하는지도 보여주었다.

 

우리나라 전통 생활방식을 살려 신발을 벗고 들어가게 바닥에 모두 온돌을 깐 도서관, 아이들의 특성을 고려하여 아이들이 숨을 수 있는 공간도, 탁 트인 공간도, 자유롭게 누울 수 있는 공간도, 바른 자세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 놓았다.

 

무엇보다도 책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하게끔 도서관 맨 앞에 세면대를 설치해 손을 씻고 책을 볼 수 있게, 나름 경건한 의식을 행할 수 있게 하였다.

 

그래서 도서관 건축에 대해서 인식 전환을 이루어내었다. 여기까지는 성공이다. 이 책은 그 점을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지금 도서관의 현실은 어떤가? 이 질문을 해야 한다.

 

정기용은 "감응의 건축"에서 건축에 드는 비용도 그렇지만 유지보수에 드는 비용을 책정하고 그것들을 엄중하게 집행해야 한다고 했다.

 

즉 처음에 만들어진 것을 그대로 현상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들의 특성에 맞게, 편리에 맞게 고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유지보수 비용이 필수적이다.

 

또 도서관은 운영하는 사람들이 중요하다. 순천 기적의 도서관은 자원봉사자들이 잘 조직되어 잇다고 하지만, 도서관은 공공기관이다. 자원봉사자는 말 그대로 자원봉사자다. 이들이 주가 되지 않고 도서관 사서들을 중심으로 한 직원들이 주가 되게 하여야 한다.

 

그런데 책 3부를 보면 현재 운영에서 가장 취약한 점이 바로 운영하는 직원들의 숫자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에게 너무 과도한 업무를 주고 있는 것 아닌가?

 

아무리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의 꿈을 키우는 어린이도서관이라고 해도 도서관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희생을 담보로 해서는 안된다. 그러므로 도서관을 운영하는 직원들의 숫자와 근무여건, 대우들에 신경써야 한다.

 

도서관 인프라는 많이,, 잘 구축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인적 인프라를 구축할 때다. 인적 인프라는 구축되어 있는데, 그들을 활용할 도서관이 없다면 그것은 문제다. 도서관의 직원들이 과로하지 않게 과중한 업무가 아닌 자신의 능력에 맞는, 또 자신의 행복을 찾을 수 있을 정도의 업무를 할 수 있게 도서관 직원의 숫자도 신경써야 한다.

 

이 책에서 이미 어린이도서관은 어떠해야 함을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 벌써 20년이 되어간다. 그렇다면 이제는 도서관 내부, 사람의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제 기적은 안에서 일어나야 한다. 그것이 정기용이 해놓은 일을 계승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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