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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걷다 - 사회적 약자를 위한 도시건축, 소통과 행복을 꿈꾸다
이훈길 지음 / 안그라픽스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우선 반갑다. 이런 책을 읽게 돼서. 아마도 이런 책이 나온 적이 있었겠지만, 과문한 탓에 도시건축, 그것도 장애인을 중심에 둔 도시건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은 이 책이 처음이다.

 

장애인이 아니라 사람들이 편리하게, 소통할 수 있게 도시를 구성해야 한다는 내용의 책은 읽은 적이 있었고, 고 정기용 건축가의 책도 어느 정도는 소통을 중심에 둔 도시건축이었다고 할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장애인을 꼭 집어서 이야기한 책은 내게는 이 책이 처음이다.

 

"도시를 걷다"

 

한 번 걸어보라. 얼마나 불편한지. 조금만 걸어도 길이 연결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잠깐 한눈을 팔면 발에 무언가가 걸려 넘어지기 쉽다. 더 위험한 일은 차가 걷는 길에 세워져 있다든지, 난데없이 들어온다든지 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상점의 간판들, 상점을 홍보하는 입간판들... 그리고 온갖 소음들, 매연들. 정말로 장애가 없는 사람들도 걷고 싶어하지 않는 길이 바로 도시의 길이다. 특히 서울은 더.

 

장애가 없는 사람들도 걷고 싶어하지 않는 도시의 길을 장애가 있는 사람이 걷는다는 일은 정말로 힘든 일이다. 위험한 일이다. 이 책에도 나오지만 이들은 장애가 없는 사람이 3분이면 가는 길을 30분에 걸쳐서 가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도시를 계획할 때 전체적인 밑그림 없이 그때그때 편의성을 따지면서 건설되었기 때문이다.

 

조선이 한양으로 도읍을 옮길 때 과연 그들도 도읍지를 그냥 막 건설했을까? 예전 책을 읽어보면 상당히 공들여서 계획하고 건설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서울이 우리나라 수도가 된지 700년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 옛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안다는 온고지신의 지혜를 발휘하지는 못할지라도,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지금부터라도 모두가 행복한 도시를 건설하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작가는 이 책에서 건축가는 이런 사람이라고 말한다.

 

  명심해야 할 것 가운데 하나는 건축을 위한 삶이 아니라 삶을 위한 건축이라는 사실이다. 건축가는 멋있는 건물을 짓는 사람이 아니라 건강한 건물을 짓는 사람이어야 하고 나아가 좋은 삶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전문가여야 한다. (200쪽)

 

그렇다. 적어도 건축가는 건축을 할 때 가장 약자를 중심으로, 그가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건축을 해야 한다. 가장 약자가 행복하다면 그보다 나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행복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건축을 '유니버셜 디자인'이라고 한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디자인. 모두에게 통하는 디자인. 여기에는 장애인이고 임산부고 노인이고 모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건축)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런 '유니버셜 디자인'은 자연스레 '무장애 디자인'을 포함하고 있으리라. 누구에게도 장애가 되지 않는 디자인이라는 '무장애 디자인'.

 

하여 모두가 행복한 건축에는 시각만이 아니라 오감이 동원되어야 한다고 한다. 만약 우리가 장애인이라고 하더라도 어느 장애를 가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모든 장애인들이 행복한 건축이라면 오감을 적절히 자극하는, 또는 오감이 동원되는 그런 건축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 배웠다. 건축에는 오감이 작용되어야 한다는 사실. 집에는 시각만이 아니라, 촉각만이 아니라, 후각도 청각도 모두 함께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여기에 또 걷고 싶은 도시에서는 '거리'와 '길'의 개념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사실도 배웠다. 글쓴이는 '거리'는 단지 물리적 공간을 떠나서 삶이 이루어지는 공간, 행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라는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그래서 건축가는 '거리'를 추구해야 한다고 하고, '길'은 이동을 중심으로 하는 지향성을 지닌 목표중심적인 개념이라 건축가가 추구하는 개념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한다.

 

건축에서 길을 어떻게 개념지우던, 우리에게는 길이 바로 거리가 되어야 한다. '길'은 우리에게 생활이 되어야 하고 만남의 장소가 되어야 하며, 우리의 삶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어쩌면 길은 그래서 우리에게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삶이 녹아 있는, 삶이 이루어지고 있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건축가는 바로 그러한 건축을 추구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야 하는 건축에 대해서 자세하게 잘 설명해주고 있어서, 지금 우리의 도시 건축이 얼마나 배려에서, 아니 배려가 아니라 '함께 삶'에서 많이 벗어나 있는지를 알게 해주었다.

 

문제를 알면 고쳐야지. 바로 그 점이 이 책의 시작점이 아닐까 한다.

 

"자, 문제는 이렇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렇게 이 책의 저자가 묻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답은 사회적 약자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그런 도시를 만들 수 있도록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가 된다. 그것은 바로 사회적 약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니까.

사회적 약자가 행복한 도시라면 우리 모두는 행복할 수밖에 없으므로. 누군가가 불편하고 힘듦 생활을 하게 계획된 도시라면 우리에게도 불편하고 힘들 수밖에 없으므로.

 

참, 좋게 읽었다. 이런 책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런 책의 내용을 도시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니, 한 나라의 정치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좋았다.

 

덧글

 

이 책 참 좋게 읽었는데.. 읽으면서 자꾸 학교 생각이 났다. 우리나라 학교 건물을 생각해 보라. 얼마나 폭력적인지. 사회적 약자에게 얼마나 다니기 힘든 건물인지.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예전에 대학에 입학한 장애인 대학생이 학교를 자퇴한 경우가 있었다. 도저히 학교를 다닐 수 없는 구조였기때문이다. 그런 일들을 거치며 대학은 조금 좋아졌는데...

 

초중고등학교는? 이렇게 물으면 아니다다. 건물은 낡고 휠체어는 당연히 다닐 수 없으며, 장애인 화장실은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경우가 많으니... 장애인에게 초중고등학교의 건물은 폭력이다. 접근하기 너무 힘든 철옹성이다. 이런 경험을 한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할까 고민해봐야 한다.

 

적어도 학교 건축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최고의 건축가들이 고민을 하고, 설계를 하고, 조언을 하고, 교육당국은 그런 조언을 받아들여 건축을 해야 하지 않을까. 돈이 많이 들겠지만, 지금 낡은 학교 건축들을 개조해야 하지 않을까? 학교 다니면서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건축을 몸소 겪은 아이들이 자라면 도시 건축도 나라 건축도 모두 그런 방향으로 자연스레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또 하나 다음에는 경제적 약자들도 도시에서 소외되지 않는 그런 건축에 대한 책도 나왔으면 좋겠다. 추상적인 주장만 담긴 책이 아닌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그런 책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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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한국사회 - 단지 공화국에 갇힌 도시와 일상
박인석 지음 / 현암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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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거 형태는 아파트다. 전통 건축이라고 할 수 있는 한옥은 시골에서 허물어져 가고 있으며, 전주에 한옥마을에 한옥이 남아 있고, 서울 북촌에 역시 한옥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거 형태로 한옥을 뽑기에는 무리가 있다. 왜 이렇게 아파트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거 양식이 되었을까? 이런 질문을 이제는 별 의미가 없다. '왜?'라는 질문보다는 '어떻게?'라는 질문이 지금에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파트가 문제라고, 성냥갑이라고 쉽게 비판을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아파트가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진짜 문제는 아파트가 아니라 아파트 "단지"라고 한다. 즉 아파트가 거대한 하나의 집단으로 공간을 차지하고, 외부와의 단절을 스스로 만들어간 것이 문제가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우리는 "아파트 단지"를 선호하게 되었을까? 이것은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어느 정도 중산층의 반열에 오른 사람들에게 거주할 장소를 마련해주어야 하는데, 중산층에게는 단지 살 집만이 아니라, 함께 생활할 다른 공간도 필요했기에, "단지" 중심으로 꾸며진 아파트에는 온갖 문화시설부터 생활의 편리성이 갖춰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국가나 사회가 공적으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기반 시설을 마련하려고 하지 않고, 그것을 국민 개개인에게 미루었기에, 부족한 사회기반을 "단지"를 통해 해결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아파트 단지는 그래서 하나의 독립된 공간으로 자족적인 공간으로 존재하게 되고, 주변 환경과는 동떨어진, 고립된 지역으로 존재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아파트 단지는 사회의 공간을 단절, 분절시키고 있어서 그것이 더 문제가 되지, 아파트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고 한다.

 

아파트는 우리나라 전통적인 한옥의 구조를 택하고 있기에 한국 사람의 심성에 어느 정도 맞기에 사람들이 좋아하게 된 것이고, 아파트들이 대표적으로 택하고 있는 남향은 우리나라 기후 조건에 맞는 형태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듯 아파트에서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다만 지금의 아파트에 부족한 것은 공공성의 확보다. 아니, 단절되고 분절된 삶을 연결하는 일이다.  아파트 단지에 갇혀서 사는데, 이것도 모자라 이제는 아파트 자체에도 갇혀서 살고 있는 현실이기에...

 

이런 단절을 극복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아파트 단지를 개방형으로 재구획할 수 있어야 하고, 아파트에서는 발코니를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한다. 개인적인 공간인 발코니를 준공적인 영역, 또는 준사적인 영역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이 발코니의 샤시를 제거하고 개방하는 일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런 발코니를 자신들의 취향에 맞게 가꾸는 일이라고 한다. 그러면 집의 개성도 살리고, 또 옆집과 교류도 할 수 있는, 또는 지나가는 사람과도 소통을 할 수 있는 그런 장소로 발코니가 재탄생할 수 있고, 아파트의 단절성도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한다. 새겨들을 말이다.

 

어차피 이제 아파트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다. 그렇다면 아파트를 우리의 생활에 필요한 장소로 확보하는 일이다. 나무형 구조로(단선적이고 일방적인 움직임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루어진 아파트 단지를 그물형 구조(복잡하고 다양한 움직임이 일어나는 구조, 따라서 우연적인 만남이 수시로 일어날 수 있는 구조)로 바꾸어야 한다고 한다.

 

아파트 단지 내에 주차장을 없애고 보행로를 만들고,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게 만든 단지도 있는데, 이것도 공공영역으로 만들어내는 한 방법이 되겠다는 생각도 든다. 여기에 아파트 단지가 외부에 개방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꿀 수 있으면 금상첨화겠고.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일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다. 그렇다면 사람과 사람이 의식적이든, 우연이든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도처에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필연성과 우연성이 중첩될 수 있는 구조, 그러한 도시 계획. 그것이 필요하다.

 

거리가 직선으로만, 일방으로만 만들어져서도 안된다. 거리는 우연들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런 거리와 아파트 단지가 긴밀하게 연결이 된다면 우리가 굳이 아파트가 문제라고 할 이유는 없다.

 

지금 존재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를 비판하는 것을 넘어서 사람들의 접속이 잘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로 개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한 제안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실려 있는데,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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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야기
정기용 지음 / 현실문화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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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건축가를 얼마나 알고 있겠는가? 건축은 늘 우리 곁에 있지만, 우리 곁에 없기도 하다. 적어도 건축가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사람은 얼마 없기 때문이다.

 

정기용이라는 이름은 승효상의 책에서 처음 듣게 되었다. 건축의 공공성을 추구한 건축가라고. 그가 안타깝게도 2011년 세상을 떠났다고, 승효상이 너무도 안타까워 하는 구절을 읽고, 정기용이라는 사람의 책을 한 번 읽어봐야지 하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건축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어서 무엇이 좋은 건축이고 무엇이 좋지 않은 건축인지 잘 모르지만, 그래도 눈을 편안하게, 또는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건축물이 있고, 무언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불편하게 하는 건축물이 있음은 알고 있다.

 

하지만 정기용이 생각하는 건축은 단지 건축물로 끝나지 않는다. 그에게 건축은 관계의 문제이며, 장소의 문제이고, 기억의 문제이다. 즉 건축은 건축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땅과 하늘과 인간이 함께 어울려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가 건축의 공공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고, 서울이라는 대도시를 통하여 건축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서울이야기"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더 정확하게 말하면 건축가의 눈으로 본 서울 이야기가 된다. 결코 토목이 아니다. 그가 진저리치듯이 이야기하고 있는 청계천 복원 사업을 읽어 보라. 토목과 건축이 어떻게 다른지 알게 될 것이다.

 

지금 사람들이 많이 즐기는 청계천을 그는 인공 분수라고 한다. 자연의 흐름을 거슬러 강제로 물을 길어올리고 있으며, 하천의 자연적 지형을 무시하고 콘크리트로 직선화한 청계천. 진짜 청계천은 그 물 밑에 존재하고 있는, 복원이라는 이름으로 또다른 개발을 한 대표적인 사례. 이것이 바로 토목이다.

 

하여 서울은 토목이 기승을 부린 도시가 되었다. 서울이 가지고 있는 역사는 안중에도 없으며, 서울을 툴러싸고 있는 산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으며,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강의 본성을 죽여놓고 있고, 자동차에게 서울의 길을 내주어, 사람들의 생활은 묻혀버리고 있으며, 서울이라는 장소에서 살아왔던 역사성, 기억은 막개발과 볼품없이 올라가는 아파트나 대형건물들에의해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여기에 더하여 그가 가장 안타까워 하는 것은 서울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용산에 미군기지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 현실. 그 공간을 서울 사람들의 생활을 위해서 우리가 다시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 그리고 그 곳에는 대형 건물이 아니라 바로 비움의 미학을 실천하는 그런 공원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주장. 정말 귀기울여 들을 만한  주장이다.

 

여기에 중앙박물관과 예술의 전당 등 문화를 담당하는 건물들이 어떠해야 하는지도 이야기가 되고 있어서 문화도시로서의 서울은 이래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정말로 건축가들이 건축을 통해 문화를 만들어낼 수도 있음을 정기용의 책을 통해서 생각하게 된다.

 

건축에 대해서, 왜 토목이 좋지 않은지에 대해서, 그리고 서울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예전 서울의 모습을 다룬 사진과 지금의 서울을 다룬 사진들. 이런 것들의 비교와 대조를 통해서 우리가 서울을 어떻게 만들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해주고도 있다.

 

비단 서울만이 아니다. 모든 도시를 계획할 때, 또는 도시에 무언가 건축을 할 때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 참조하게 해주는 책이다.

 

서울, 상당히 유서 깊은 도시다. 그리고 수많은 기억들이 중첩되어 있는 도시다. 그런 도시에서 건축을 통해서 또다른 기억들을 중첩시켜 나가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건축가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함을 이 책은 깨우쳐 주고 있다. 그래야 우리 문화가 더욱 풍성해질 수 있음을... 

 

정기용. 더 많은 책을 읽고 싶게 하는 건축가다. 지금 우리 시대에 필요한 건축가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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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관계의 집으로 - 건축이 세상과 소통하는 몇 가지 방법에 대하여
최우용 지음 / 궁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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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 세상과 소통하는 몇 가지 방법에 대하여'라는 작은 제목을 달고 있다.

 

건축에 관해서는 거의 문외한에 가깝지만 몇 권 읽은 내용으로 생각해보면 건축은 종합예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종합예술이라고 하기가 그렇다면 건축에는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해도 좋다. 따라서 "건축은 인문학이다"라는 말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건축물을 어떻게 지을 것인가'보다 '그 건축물을 왜 짓는가' 하는 물음이 먼저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 아님 자신의 미적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이것도 아니다.

 

건축이 예술이기 때문에 미적 취향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나 아닌 다른 대상을 나와 동등한 타자로 놓지 못하고, 단순한 미적 대상으로만 놓았을 때는 불균형이 발생하고, 이 때 건축은 왜 짓는가란 질문을 놓치고 어떻게 지을 것인가에 머무르게 된다고 한다.

 

어떻게 지을 것인가에 머물렀을 때,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스티브 잡스라고 생각한다. 그의 디자인에 대한 열정과 천재적인 능력은 차치하고서라도 그로 인해서 우리는 얼마나 우리의 삶에 변화를 겪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마찬가지로 이 책의 저자도 스티브 잡스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는 그가 바로 "어떻게" 지을 것인가에 치중했지, "왜" 짓는가에 대해서는 물음을 던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와는 반대로 "왜"에 강조점을 둔 디자이너(건축가)로 파파넥을 들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건축은 파파넥이 주장한 것처럼 사람들의 삶과 관련이 있는, 삶을 좀더 좋은 쪽으로 만들어가는 그런 건축이어야 할 것이라고 한다.

 

제목도 마음에 든다. 건축물이 혼자 동떨어져 존재하지 않고, 함께 존재하는, 그래서 건축물은 사람들의 삶에 관계를 맺어주는 그런 역할, 단지 사람들만이 아니라 사람과 자연을 이어주는, 그런 관계의 존재기 되어야 한다는 주장.

 

우리가 새겨두어야 할 말이다.

 

이 책은 건축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단지 건축에 대해서 느꼈던 점들을 진솔하게 풀어가고 있을 뿐이다.

 

그러한 진솔함이 감동을 준다. 하여 이 책은 홀로 떨어져 존재하지 않고,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건축과 자연과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해준다.

 

책에서 주장하는 관계의 집이 책을 통해 사람들과 자연을 관계맺게 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읽으면서 역시 건축은 인문학이다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해준 책. 그리고 건축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철학적 소양을 갖추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책.

 

마음이 편안해 졌다. 읽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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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 승효상의 건축여행
승효상 지음 / 안그라픽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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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는 말보다는 "건축은 인문학이다"는 말이 더 마음에 꽂힌다. 인문학적 사유를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고, 인문학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고, 또한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는데... 여기에 "건축은 인문학"이라고 하니... 무엇이, 도대체 왜?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건축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주변과 함께 존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건축은 삶을 통해 완성된다. 바로 삶을 통해 완성되기에 인문학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단순히 건축을 돌과 시멘트와 나무와 흙으로 무언가를 짓는 행위라고만 정의해서는 안되고, 건축에는 우리들의 삶이 녹아 있으며, 건축은 그 존재를 통해서 우리의 삶을 형성해간다. 그래서 인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 인문학이라고 해야 한다.

 

이런 인문학이 상실된 건축이 얼마나 흉물스럽게 다가오는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경험을 통해서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아름다운 우리나라 건축물들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고 만 현실을 지금도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만약에 도시건축을 하는 행정가들이 인문학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다면, 아니 그들이 인문학적 상상력을 지니지 못했을지라도 오래 된 것들의 그 아름다움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생각했더라면 이렇듯 회색도시의 모습을 우리나라 도시들이 지니지는 않았으리라.

 

승효상이란 건축가, 자신의 건축 철학을 비움의 건축이라고 한다. 비움이라? 이 비움은 우리나라 전통 건축인 한옥에서 실현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좋은 건축이라고 일컬어지는 건축들은 바로 이 비움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무엇이든 꽉꽉 채우려고 하는 이 시대에 이는 새겨들어야 할 말이기도 하다. 비움은 곧 채움을 의미하기에, 이 비움은 부족함이 아니다. 오히려 비움은 넉넉함이다. 이런 넉넉함이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삶을 더욱 여유롭게 한다.

 

건축이 삶을 규정한다고 하고, 삶이 건축을 규정한다고 하면, 인간미 없이 빡빡하게 지어진 건축물들이 즐비한 도시의 삶에서는 넉넉함과 여유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각박함만을 느낄 뿐이다. 그래서 작가는 우리나라 골목의 사라짐을 안타까워하고, 막개발을 개탄하고 있다.

 

이런 생각없는 건축을 막는 길은 모두가 건축에서 인문학적인 향취를 느낄 수 있도록 교육받거나, 또는 배우려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건축을 외부에서 보지 말고, 내부에서 자신의 삶과 관련지어서 보기 시작한다면 건축 하나하나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우리들이 지금 살고 있는 건축들이 오래 되어 시간이 흐른 다음에 아름다운 존재로 남게 노력하지 않을까 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 곳곳에 있는 건축들을 소개하고, 그 건축에서 느낀 감흥을 글로 펼쳐내고 있다. 글들도 좋고, 건축에 대한 생각을 읽는 것도 좋고, 그런 건축들의 사진을 보는 것도 좋다.

 

그렇게 보면서 건축에 대한 안목이 인문학적인 안목에 조금 더 다가갔다는 뿌듯함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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