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기 좋은 방 - 오직 나를 위해, 그림 속에서 잠시 쉼
우지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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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기 좋은 방이라고 한다. 아니, 방은 혼자 있기 좋아야 한다. 자신이 지닌 가장 내밀한 공간이 바로 방 아니겠는가.


그 방에서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다. 그렇게 자신만의 세계에 빠질 수 있는 방을 지녀야 한다. 다 공개된 삶을 살더라도, 일부는 공개될 수 없는 삶이 있다.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는 자신만의 비밀들.


세상에 비밀이 없다는 것은 삶이 풍요롭지 않다는 말과도 같을 수 있다. 비밀만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비밀도 없으면 그 삶이 얼마나 무미건조하겠는가.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만의 방을 가지려고 한다. 자기만의 방에서 자기만의 세계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려고 한다. 세상의 번잡한 삶에서 잠시 벗어나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는 장소, 바로 방이다.


이 책은 그림에 관한 책이다. 아니, 삶에 관한 책이다. 그림을 왜 보는가? 그림을 통해서 우리 삶을 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방과 관련된 그림을 통해서 우리 삶을 보여준다. 우리 삶이 이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신의 경험과 더불어서, 또 꼭 방이 아니더라도 방과 같은 역할을 하는 다른 공간들을 그림을 통해서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 공간과 지금 이 책을 읽고 나의 공간을 이어주고 있다.


방은 나만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렇게 방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 나에게 휴식과 위로와 충전을 주는 공간이다.


다양한 그림들이 이 책에 나오는데, 대부분의 그림이 그 전 미술에 관한 책에서는 본 적이 없는 작품들이다.


그만큼 이 책은 그림에 대한 설명보다는 그림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삶을 이야기학 있다. 또한 누구나 알 수 있는 그림이 아닌, 우리 삶을 그림 그림을 통해서 우리들이 위안을 받을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작가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 좀 아쉽지만, 방 안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많은 종류의 그림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 그것도 방과 관련된 그림으로, 우리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그림들이니.


혼자 있기 좋은 방. 이 방은 늘 혼자만 있기 위해서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을 잇기 위해서 나를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게 하기 위해서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라고 해야 한다. 그러니 이 방을 통해서 나는 삶을 살아가고, 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게 된다.


이 책에 나온 많은 그림들은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게 지금 나를 돌보게 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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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미술관 - 아름답고 서늘한 명화 속 미스터리 기묘한 미술관
진병관 지음 / 빅피시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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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나라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그림을 책 한 권에 모았다. 그리고 미술관처럼 분류를 했다. 미술관에 전시실에 따라서 작품들이 배열되어 있듯이, 이 책에도 각 전시실을 마련하고 작품들을 배치했다.


그래서 각 관에 따라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물론 작품에 대한 풍부한 설명이 곁들여 있어서 작품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된다. 작품 이해뿐만 아니라 작품들이 칼라로 인쇄되어 있고, 크기도 적당해서 그림을 감상하는데 좋다.


1관은 취향의 방이다. 앙리 루소, 한스 볼롱기에르, 에두아르 마네, 에드가르 드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를 다루고 있다.


2관은 지식의 방이다. 미술과 관련된 지식들을 알려주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뇰로 브론치노, 오노레 도미에, 조토 디본도네를 다루고 있다. 


3관은 아름다움의 방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름다움에 더해 과연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관이다. 마리 로랑생, 렘브란트 판레인, 프랑수아 부셰, 라파엘로 산치오를 다루고 있다.


여기서 라파엘로가 그린 '아테네 학당'에 대해서 어디선가는 들어보았지만, 다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과연 아름다움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알려지지 않은, 또는 당시에 천시되거나 무시되었던 존재들을 작품에 들여왔다면 그것 역시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겠단 생각. 아름다움의 방에도 어울리지만, 지식의 방에도 어울릴 그림...


이 그림에 여인이 등장한다는 사실... 눈여겨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여자의 이름은 히파티아... 고대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사람. 그리고 또 이 그림에 아랍인이 등장한다고 한다. 그리스 철학을 아랍어로 옮기고 공부한 사람. 이븐 루시드.


'아테네 학당'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리스 철학자들만이 아니라 이렇게 세계 철학(수학) 세계에서 알면 좋을 사람들을 함께 그렸다는 점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4관은 죽음의 방이다. 죽음을 다룬 화가들이야 많지만, 이 책에서는 빈센트 반 고흐, 테오도르 제리코, 라비니아 폰타나, 페르디난트 호들러, 프란시스 고야를 다루고 있다. 


5관은 비밀의 방이다. 작품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또는 아직도 논쟁 중인 여러 의미를 지니고 있는 그림들에 대한 소개다. 디에고 벨라스케스, 장 프랑수아 밀레, 히에로니무스 보스, 한스 홀바인, 안드레아 만테냐를 다루고 있다.


이렇게 총 5관으로 구성하여 각 관에 맞게 그림을 소개하고 있다. 그 그림들을 통해서 세계 미술관 이곳저곳을 다니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됐다. 물론 미술관에 가서 직접 작품의 원본을 보는 것이 더 좋겠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차선의 미술 감상 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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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글쓰기 레시피 - 맛있게 쓸 수 있는 미술 글쓰기 노하우
정민영 지음 / 아트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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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쓰는 방법이 무엇일까? 예전에는 아주 단순하게 삼다(三多)라고 했다. 참 추상적인 말인데, 일리는 있다. 많이 읽고(다독), 많이 쓰고(다작), 많이 생각하라(다상량).


'삼다'는 단순하다. 특별한 기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글쓰기의 원론을 말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특정한 장르의 글쓰기가 아니라 모든 글쓰기에 통용되는 방법이다.


일반론, 이는 옳은 말이고, 좋은 말이지만, 구체적인 방법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삼다'를 한다고 해도, 과연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고민이 된다. '삼다'는 글쓰기의 기본, 즉 기초를 알려주는 말이라고 보아야 한다.


기초 없이는 무엇을 할 수 없으니, 이 '삼다'는 모든 글쓰기의 기본이다. 많이 읽어야 알고, 많이 써봐야 어떻게 쓸지 감을 잡을 수 있으며, 많이 생각해 봐야 자신의 사고를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글쓰기 방법을 알려주는 책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글 종류에 따라서 글쓰기 방법이 달라져야 하니,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글쓰기 책들이 필요하다. 이 책은 그런 필요에 의해서 나왔다. 미술에 관한 글쓰기를 알려주는 책.


다른 종류의 글쓰기가 아니라 미술과 관련된 글쓰기를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느냐를 알려주는 책. 미술에 관한 책을 많이 읽고, 전시회나 다른 미술관련 행사에 자주 참여하여 미술 작품들을 많이 감상하고, 그에 대한 글을 써보고, 미술에 관해서 많이 생각해 봐라... '삼다'면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다.


이렇게만 하면 스스로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미술에 관한 글을 잘 쓸 수 있는 능력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이 말은 추상적인 말이다. 하나마나한 소리가 될 가능성이 많다.


막상 글을 쓰려면 막막해지기 때문이다. 이때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필요하다. 음식을 만들 때 재료부터 조리과정까지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레시피가 필요하듯이, 미술에 관해서 글을 쓸 때도 이런 식으로 쓸 수 있다고 알려주는 책. 이 책은 바로 그런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처음부터 어렵고 추상적인 내용은 빼고 있다. 미술 작품을 관람하는데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모두 자기만의 감상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데서 시작한다. 전문가의 감상펼이 무조건 맞다는, 내 감상은 그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부터 버리라고 한다.


미술을 보는 눈에 자신감을 가지라는 말... 그래, 정답이 없는데 굳이 정답이 있다고 믿고 그 정답을 찾으려 하는 모습을 많이 보이지 않았던가.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말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았던가. 그게 아니다. 작가조차도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정답을 말할 수 없다. 그렇게 여겨야 한다.


우리가 알 수 없는 무의식의 세계는 무궁하다. 그러니 작가의 말이 작품을 온존히 드러내준다고 할 수 없다.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내 감상을 밀고 나가자. 다만 내 감상에 구체적인 이유를 부여해주면 된다. 묻고 답하기... 작품 앞에서 묻고 답하는 과정을 거치면, 자연스레 나만의 감상이 생긴다. 이런 과정이 바로 '다상량'이다. 많이 생각하라!


그리고 그 감상을 글로 쓰면 된다. 쓸 때 전체적인 구성을 생각해야 한다고, 그 방법을 2장에서 알려주고 있다. 전체 틀이 생겼으면 이제 구체적으로 써나가면 된다. 3장에서는 쓰기 위해서 알아야 할 것들(작품 묘사, 작가 정보, 시대, 에피소드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4장에서는 무엇으로 쓸까 해서 '글감에 관해 알아야 할 것들'을 알려준다. 


알아야 할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많이 알면 알수록 고를 수가 있다. 글을 더 흥미롭게 만들 수 있다. 많이 읽어야 한다. '다독'이다!


이제 글을 쓴다면 5장을 참조하면 된다. 이렇게 하자고, '쓰면서 알아야 할 것들'을 알려주고 있다. 이렇듯 미술에 관한 글쓰기로 책 한 권을 채웠다. 자꾸 쓰고 쓰고, 고치고 고치라고 한다. 여러 번 고쳐야 더 좋은 글이 된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뺄 것은 빼고 더할 것은 더하게 된다. 문장들을 다듬어서 연결관계도 좋게 만들 수 있고... '다작'이다! 역시 많이 써봐야 한다.


그만큼 할 이야기가 많다는 뜻이겠다. '삼다'라면 몇 줄로 끝날 글쓰기 방법이 책 한 권이 되었다. 자, '삼다'에 관한 내용을 차곡차곡 채워서 책 한 권이 된 것. 그만큼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글쓰기에 관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지만, 읽으면서 미술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니, 자연스레 작품에 대한 이해, 작가에 대한 이해도 할 수 있는 책이다. 역시 큰틀은 '삼다'다. 


'삼다'는 모든 글쓰기의 토대다. 토대를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 그래야 그 위에 건물을 세울 수 있다. 무너지지 않는 건물. 아름다운 건물.


저자는 이 '삼다'를 기반으로 튼튼하고 아름답고 실용적인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미술에 관한 글을 쓰려는 사람에게... 


하지만 이 책은 미술에 관한 글쓰기를 알려주는 책으로 미술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 있기 때문에, 미술에 관한 글을 쓰려는 사람만이 아니라 미술에 흥미가 있는 사람도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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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 영혼의 거울 다빈치 art 18
프란시스코 데 고야 지음, 이은희 옮김 / 다빈치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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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끝나자 고야 그림이 생각났다. 제목은 어떻게 번역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의미는 비슷한.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태어난다는 그런... 우리들 이성이 깨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먹고 살기 힘들 때일수록 이성이 깨어 있어야 하는데... 누가 우리를 이렇게 먹고 살기에도 힘들게 만드는지, 감정이 아니라 이성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선거는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는 행위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성에 호소하는 차분한 공약보다는, 감정을 자극하는 과격한 소리들이 먼저 나오고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그 과격한 말들, 감정을 건드리는 말들이 사람들을 움직여 표를 행사하게 하고... 그 다음엔?


이성이 제대로 작동하든지, 아니면 괴물이 만들어지든지 하겠지... 이성이 작동해서 좀더 이성적인 사회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지니고 있지만.


그래서 고야의 이 그림이 생각났다. 카프리초스라는 판화집에 있는, 많이 알려진 그림. 이 책에서는 제목을 '이성의 꿈은 괴물을 낳는다'고 되어 있다. 어떤 책에서는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깨어난다'고 되어 있는. 


그래 우리의 이성은 아직 이렇게 잠들지 않았겠지. 그래서 우리가 형식적 민주주의나마 이룩한 것이겠지 그런 생각을 한다. 우리 이성이 잠들면 이렇게 괴물이 깨어날테니.. 우리는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우리 이성이 잠들지 않게 해야 한다. 



여기에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21세기에 이런 야만적인 전쟁이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졌던 전쟁이나 또는 국경분쟁들과는 다른 의미로 러시아의 침공이 다가왔는데...


1차세계대전이 끝나고 결성되었던 국제연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자 2차세계대전이 일어났는데, 그 후에 만들어진 국제연합이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제 역할을 하고 있다면 러시아 푸틴이 어떻게 전쟁을 일으킬 수 있었을지...


전쟁이 일어나면 군인들만 죽어가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간다. 전쟁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 그때 그 장소에 있었단 이유로... 그것은 영문도 모르고 죽어가는 사람들이라고 해야겠다. 



21세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내게 고야의 책을 집어들게 만든 두 번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고야는 '전쟁의 참화'라는 판화집을 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전쟁으로 인한 온갖 참상들이 잘 표현되어 있는데... 힘 없는 사람이 힘 있는 자들에게 어떻게 죽임을 당하는지... 제목이 '왜?'인, 이 판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전쟁은 어떻게든 일어나서는 안 된다. 이렇게 다시 고야에 관한 책을 읽다보니 우리나라 상황과 우크라이나 상황이 겹친다. 


고야가 그린 그림이 지금 이 세상에도 통용되니 고야의 통찰력에 감탄해야 할까, 아니면 아직도 이런 고야 시대의 야만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의 모습을 비판해야 할까.


다양한 고야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고, 또 고야 판화집인 '카르피초스'가 전편 실려 있어서, 판화집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고, 또한 고야가 쓴 편지도 들어있어서 고야의 내면을 알아볼 수도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여기에 지금 우리 시대를 생각할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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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4-05 0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야, 전쟁 관련 그림 많이 그렸죠.
1808년 5월3일이란 작품이 제 기억에 오래남아 있어요.
곧 총살 당할 인물의 공포가 그대로 전해져서...!
판화들이 전하는 메시지도 무겁네요.

kinye91 2022-04-05 09:02   좋아요 1 | URL
네, 그레이스님의 말씀처럼 고야의 1808년 5월 3일이란 그림도 전쟁의 비참함을 잘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잊지 못할 그림이기도 하고요. 이번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의 참상을 고야의 판화에서 느낄 수 있는데, 정말 이런 전쟁은 없어져야 하겠지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리즈 1
아서 C. 클라크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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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광활한 우주를 다루고 있다. 우주라는 공간만이 아니라 인간의 역사까지도 다루고 있다고 해야 한다. 선사시대 인간들의 모습이 이 소설의 첫부분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상상이 작용한다. 역사를 들먹이면서 이건 사실이 아냐라고 하면 안 된다. 소설을 소설로 읽으면 된다. 상상 속에서 재구성해낸 세계. 우리들의 선사시대. 


원숭이인간이 어떻게 다른 동물들을 정복하면서 살아남게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완전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진화의 관점에서 다양한 증거들이 나왔고, 어느 정도는 합의를 봤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지 인간의 선사시대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이 틈에 소설이 들어갈 수 있다. 아니 역사에서 완전히 밝혀지지 않는 사건들을 소설이 재구성해낼 수 있다고 해야 한다. 선사시대에 지구에 온 특이한 바위, 이 바위로 인해 인간은 자신들의 지능을 발전시키고, 도구를 사용하게 된다. 이때부터 인간은 지구에서 최상위 존재에 속하게 된다. 자신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고.


이 다음에 소설은 몇백만 년을 건너뛴다. 이제 바야흐로 우주시대에 돌입했다. 그것도 이 소설이 1960년대에 나왔는데, 소설 속에서는 이미 달에 우주기지가 있다. 그곳에서 인간들이 살아가고 있다. 미래 예측이라고 하겠지만, 소설은 여기서 더 나아간다. 겨우 달에 머무르는 상상이라면 굳이 오디세이라고 제목을 붙이지도 않았으리라.


더 멀리, 예측할 수 없는 곳으로 모험을 떠나야 한다. 오디세이처럼... 그러나 여기서 제목에 들어있는 오디세이란 인물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오디세이는 모험을 하지만, 결국은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결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소설에서 달에서 선사시대에 지구에 있었던 것과 같은 물체를 발견한다.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체. 이 물체에 대한 답을 주지 않고 소설은 곧장 토성을 향해 날아가는 우주선에 탑승한 사람들로 건너뛴다. 지구에서 달로, 달에서 토성으로다. 물론 토성에 가기 전에 목성을 거치게 되지만, 목적지는 토성이다. 왜 하필 토성일까?


여기에 대한 답은 우주선에 있던 로봇 HAL이 이상반응을 보이고 다른 우주선 탑승자들이 죽고난 뒤 홀로 살아남은 보먼을 통해 밝혀진다.


소설 초반에 나왔던 물체와 연관이 된다. 토성의 위성에 이와 같은 물체 또는 이런 물체를 만든 존재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에 따라 이들을 토성으로 보내게 된 것.


우주선 이름은 디스커버리 호다. 발견이다. 탐사다. 이렇게 인류는 먼 우주를 탐사한다. 또다른 지적인 생명체를 찾아서. 아니 달에 있던 물체를 보면 우주에 다른 지성체가 있다면 인류보다 한참 발전한 생명체이리라는 추측을 하고서.


홀로 살아남은 보먼은 토성에 다다르고, 목적했던 위성에 이르러 탐사에 나선다. 그러나 그가 탐사를 나선 사실까지도 모두 알고 있는 외계 존재들. 보먼은 아득한 우주 공간으로 나아가고 어느 우주에서 다시 태어나 지구로 돌아온다.


다시 태어난 존재로. 그러니 이는 육체를 지닌 인간의 형상을 한 보먼이 아니라 빛과 같은 존재인 보먼으로 돌아왔다고 보면 된다. 지구에 재앙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또다른 지성체에 대한 탐구로 소설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러면서 과연 우리가 우주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끝없는 우주(우주에 끝이 있다는 주장이 있고,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지만)라는 표현을 많이 하듯이, 빛의 속도로 가도 인간의 수명으로는 가볼 수 없는 곳이 많은 우주를 우리는 탐험하고 싶어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직선으로만 나아가서는 안 된다.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르다고 해도 우주는 인간의 수명에 비해서는 너무 넓다. 그러니 다른 방도가 있어야 한다. 그것에 대해서도 탐구하게 하지만, 소설에서는 이를 상상으로 채워놓고 있다.


바로 이동의 통로이자 관문이 되는 것이 처음 지구에 있었고, 달에도 있었던 물체다. 우주 어디로도 통할 수 있는 관문. 과연 그런 관문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21세기. 여전히 우리는 화성에 발을 딛지도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소설이 1960년대에 쓰여졌다. 이는 우리의 상상력이 현실 과학을 앞서갔다는 이야기도 되지만, 상상이 현실을 이끌어 가고 있다는 말도 된다.


이런 상상덕분에 우리는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지 않았는가. 그러니 이 소설은 오래 전부터 인간을 지구를 벗어나 우주를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상상 지평을 넓혀준 소설. 우리가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도록 해준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 이후로 세 편이 더 있다고 하는데,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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