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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생각나무 ART 22
손철주 지음 / 효형출판 / 1998년 1월
평점 :
절판


무서운 말이다. 보아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듯이, 사람 역시 아는 만큼만 보게 된다는 말은 우리가 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준다.

 

그림 역시 마찬가지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하나의 낙서에 불과한 그림이 어떤 사람에게는 자신의 생명과도 같이 귀중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쓰레기에 불과한 그림이 어떤 사람에게는 수억 원의 가치를 지닌 그림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예전에 우리나라 사람들, 문화재에 대한 개념이 없던 시절, 전통적인 책들과 그림들을 불쏘시개로 쓴 적도 있지 않았던가.

 

아궁이에 들어갈 뻔한 작품을 건진 일화가 얼마나 많은가. 그러니 정말 알아야 한다. 안 만큼 보이니, 많이 알수록 더 많이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은 미술에 대해서 전문적인 지식을 알려주지 않는다. 작가는 서문에서 그러한 기대를 하지 말라고 한다.

 

  미술의 저 까마득한 세계에서 대어를 골라 낚을 학도나 전문가들은 이 책을 덮는 게 좋겠다.

  이 책은 미술을 데리고 놀아볼 사람들을 위한 기록이다. ...나는 동,서양의 미술계에 흩어진,, 그야말로 좁쌀같은 이야기를 주워담는 일로 그 옹고집에 접근했다. -5쪽

 

전문가 답게 작품에 대한 해설을 하지 않고 작품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하겠다고 한다. 그 이야기들이 비록 좁쌀과 같이 작은 이야기일지라도 이것들이 미술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그래서 우리는 이런 좁쌀들을 통해서 미술의 맛을 더 다양하게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작가에 관한 이야기, 그림에 관한 이야기, 화상들에 대한 이야기, 미술 비평가들에 대한 이야기 등 참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하여 편제를 "작가 이야기, 작품이야기, 더 나은 우리것 이야기, 미술동네 이야기, 감상 이야기, 그리고 겨우 남은 이야기"로 나누어서 미술 관련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짧막한 글들에 그 글에 맞는 그림 한 편씩, 하여 글을 읽으며 그림도 감상할 수 있고, 그림에 대한 생각도 할 수 있다.

 

물론 작가의 말을 그대로 따라가도 좋고, 다르게 이해해도 좋다. 어차피 그림이란 내 눈으로 보는 것이고, 내 눈은 내가 아는 만큼만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만, 그래도 이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작품에서 적어도 하나씩은, 미술에 관해서 몇 가지는 알게 되었으니, 보게 되는 것이 몇 가지는 늘게 되었다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한 작품은 그 작품을 보는 사람 수 만큼 감상이 있다고 할 수 있으니, 나만의 작품 감상을 할 수 있는 그런 앎들, 눈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여러 방면의 미술 관련 책을 읽어도 미술에 관해서 많이 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또 직접 그림을 보고 느끼면서 보는 경험을 해야 더 많이 알게 되고, 더 많이 보게 되겠지만, 그래도 미술 주변에 흘려져 있는 좁쌀들을 주워먹다 보면 어느새 나도 미술이라는 정찬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다. 서두르지 않고 계속 작품을 만나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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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의 그림책 - 오늘의 눈으로 읽는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
최석조 지음 / 아트북스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단원풍속화첩"

 

보물 제 527호. 총 25편의 그림이 실려 있음.

 

기본적인 내용이다. 오주석의 말에 의하면 보물이나 국보로 지정되었다고 해서 다 위대한 작품은 아니며, 보물이나 국보로 지정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훌륭한 작품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고 하는데, 이 책에서는 오늘날의 눈으로 작품을 해설하기에 신윤복의 그림첩(혜원전신화첩)과 비교해서 끗발 얘기를 하고 있다. 신윤복의 그림첩은 국보 제 135호라고 하니까.(101쪽)

 

이런 국보니 보물이나 끗바이니 하는 얘기를 이 책에서 하는 이유는 오늘날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기 위해서다. 무언가 타이틀이 있으면 어, 그래 하고 한 번 더 보게 되니 말이다.

 

물론 그는 아무리 오늘날의 눈으로 본다고 해도 보물이니 국보니 하는 말들이 작품의 질을 결정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누구의 작품이 더 훌륭한가가 아니라 이 작품들이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왔는가가 중요하는 사실을 누누히 강조하고 있다.

 

단원의 풍속화첩을 그림책이라고 하는 이유는 이 책에 나오는 그림이 그림책처럼 쉽고 유쾌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풍속화라는 것이 전문가만이 필요로 하는 작품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그냥 그림첩이라고 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책.

 

어렵지 않은 말이고, 미술에 꼭 전문적일 필요는 없다는 말로 들리지 않는가. 모든 예술작품은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보는 사람, 읽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되고 받아들여지는 운명에 있으니, 단원의 그림 또한 마찬가지리라.

 

단원이 그린 많은 그림 중에 전문가의 손에만 들려 있을 만한 작품도 많지만, 단원을 우리에게 친숙한 존재로 만들어준 그림이 풍속화이니, 그를 풍속화가로만 기억한다고 저자는 아쉬워하지만, 그다지 아쉬워할 만한 사항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풍속화도 단원을 접하고, 거기에서만 머물러도 이미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풍속화를 본 다음, 읽은 다음, 단원의 다른 그림도 찾아 보고 읽고 하면 더욱 좋겠지만.

 

참으로 재미있게, 역시 초등학교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치던 경험이 이 글 속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고 할만큼 내용이 쉽게 전개된다.

 

게다가 옛 사람의 마음으로 그림을 읽는다는 말보다는 '현대인의 마음으로 옛 그림을 보려고 합니다'라고 한다. 그 이유는, "그림책"이 갖는 '오늘의 의미', 그건 과거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얘기하는 것(12쪽)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 이런 관점이 책을 전개해나가는 내내 유지된다.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도 더 전의 사람이 그림 그림을 보면서 현대를 읽어나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단지 과거의 그림을 해석하고 감상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현대에서 그 그림의 의미를 찾고, 그것을 다시 현대에 적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홍도의 풍속도에서 현대의 모습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는 점, 현대의 모습과 연계시키면서 그림을 보면 더욱 더 재미있는 그림 감상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더 큰 장점은 김홍도의 작품뿐만이 아니라 관계된 작품들도 많이 보여주고 있다는 점, 그리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는 본문에서 더 깊이 알아야 할 것들은 보충설명으로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저런 점으로 인해서 김홍도의 풍속화첩을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또 다르게 읽는 방법을 배운 책이었다. 눈도 호사를 누리고. 우리 옛 그림에 대해서 더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고, 김홍도의 풍속화첩에 나온 그림 모두를 감상하는 호사를 누리게도 만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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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2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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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굳이 더 말할 것이 없다. 그냥 읽어보면 된다.

 

우리 그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소중한지.

 

작가가 우리 그림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림을 읽기 위해서 얼마나 공부를 했는지.

 

얼마나 자료를 찾아 다녔는지.

 

얼마나 우리 그림의 아름다움에 감탄했는지.

 

그냥 읽어보기만 하면 그 마음이 오롯이 우리에게 전해져 온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오주석이 살아있는 줄 알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옛그림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있는 줄 알았다.

 

우리 그름이 얼마나 아룸다운지를 이야기해서 많은 사람들이 우리 그림을 좀더 친숙하게 여기게 되고, 그림을 사랑해서 문화 정신이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 책이 그의 유고작이다. 이런 우리 그림을 그렇게 사랑했던 사람이 옛 그림 속으로 가고 말았다.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래서 이 책이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더 이상은 그의 설명을 들을 수가 없으니 말이다.

 

이번에 다룬 작품은 6편이다.

 

김홍도의 송하맹호도, 김홍도의 마상청앵도, 정선의 금강전도, 정약용의 매화쌍조도, 민영익의 노근묵란도, 작가를 알 수 없는 이채 초상

 

그림의 수준으로 따지면 정약용의 그림을 제외하고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김홍도의 호랑이 그림을 보고 호랑이를 이토록 자세하고 표현하고 있음에 놀라고, 호랑이의 위엄이 그림에서 느껴져 놀라고...

 

정선의 그림에서는 주역의 원리를 발견하고, 그를 설명하는 작가의 노력에 놀라고, 왜 금강산 금강산 하는지 그 그림을 보면서 놀라고...

 

민영익의 노근묵란도를 보면서 설명 없이 보았을 때 뭐야, 뭔 그림이 이리 난삽해 했다가, 설명을 읽으면서 나라 잃은 슬픔이 이렇게 그림으로 표현되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 그림이 단지 자신의 표현력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신을 드러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고...

 

정약용의 그림에서는 전문적인 화가는 아니지만 작가가 왜 이 그림을 넣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이야기를 읽게 되어 그림이 옛사람들에게는 기예가 아니라 생활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채의 초상화에서는 정말이지 놀라울 정도의 표현력에 감탄하고, 지금 사진보다도 더 섬세한 표현, 단지 외양이 아니라 정신의 세계까지도 초상 그림에 드러나게 하는 그런 화가 정신, 선비 정신에 놀랄 따름이었다.

 

이런 설명을 더 이상 들을 수가 없게 되었다니... 안타깝다.

 

그러나 우리 옛 그림 읽기에 오주석이 선구자의 자리에 섰으니, 그의 자리를 이어받는 후학들이 많음도 사실이다.

 

다른 사람들이 오주석의 자리에서 그와 함께 우리 그림들 읽기를 하고 있고, 우리에게 알려주고도 있으니... 그 점에서 위안을 삼을 수도 있겠지.

 

옛그림에 대한 좋은 읽기였다. 머리에도 마음에도 콕콕 박히는 그런 읽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조금 우리 그림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오만한 생각도 드는, 그런 읽기. 그런 읽기를 알려준 책. 

 

덧글

 

소소한 오타. 그래도 바로잡아야 할. 163쪽.

 

지금 다산의 동암 바로 옆에 있는 천일각 정자 자리는 원래 빈터였는데, 선생은 이곳에서 강진만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형 약종을 그리워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라고 되어 있는데...

 

정약용이 바다를 보며 그리워한 형은 흑산도에 유배되어 있던 정약전일 것이다. 그러니 형 약종을 -> 형 약전을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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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미원주 2015-06-23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얼마전 1권을 읽고 이제 2권을 집어들어 보고 있어요. 감탄을 하면서요. 독후감 잘 봤어요

kinye91 2015-06-23 11:41   좋아요 0 | URL
저도 오주석 선생의 그림 읽기에 정말 감탄하면서 읽었습니다. 오주석 선생 덕분에 우리 그림에 대해서 관심이 놓아졌다고나 할까요.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그림을 본다고 하지 읽는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옛 그림을 볼 때는 본다는 말보다는 읽는다는 표현을 더 많이 쓴다.

 

이 책에도 나오지만, 김정희가 제자인 이상적에게 세한도를 그려주자, 이상적은 그 그림을 읽는다고 표현을 했다.

 

읽는다. 왠지 문자에만 쓰여야 할 것 같은 이 말을 그림에 쓰는 이유가 뭘까?

 

그 점에 대해서 알게 해주는 책이 바로 이 책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이다.

 

그림은 우선 보아야 한다. 보아야 읽던지 말던지 할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자신의 마음 속으로 끌어들여와야 한다.

 

마음 속으로 끌어들여와 그림과 대화를 하기 시작해야 한다. 책과의 대화는 곧 책읽기고, 그림과의 대화는 그림 읽기라고 보면 된다.

 

대화를 할 때는 상대를 알아야 한다. 또 상대를 배려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상황을 알아야 하고, 자신이 어떤 표현을 할지 가늠해야 한다.

 

나만이 아니라, 또 나와는 상관없이 존재하는 대상이 아니라 나와 대상이 함께 관계맺으면서 무언가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대화다.

 

이런 대화를 그림과 한다면 그것은 훌륭한 읽기다! 그림을 제대로 읽은 것이다.

 

그림을 그린 화가를 읽고, 그림을 그릴 당시의 사회를 읽고, 문화를 읽고, 사상을 읽고, 그림 표현을 읽고, 자신의 시대를 읽고 함께 대화하는 것.

 

이것이 바로 옛 그림 읽기다.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이다.

 

옛 그림을 읽어갈수록 더욱더 풍부해지는 지식, 풍요로워지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옛 그림에 대한 사랑이 더 깊어짐도 자연스레 느끼게 되고.

 

이 책에는 우리에게 낯익은 그림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소개가 무슨 시험에 나오는 지식 위주의 소개가 아니라, 정말로 옛 그림과 대화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소개를 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그 그림을 다시 보게 되고, 그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고, 어느덧 그림이 자신의 마음 속에 들어와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림을 처음에는 눈으로 보기만 했으나 이제는 그림 너머를 보게 되고, 다시 그림을 보게 되어 그림과 대화를 할 수 있게 된다. 단지 그림과만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그린 화가와도 대화를 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이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함께 어울리며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이 책에 나온 그림을 순서대로 나열해 본다.

 

김명국의 달마도, 강희안의 고사관수도. 안견의 몽유도원도, 윤두서의 자화상,

김홍도의 주상관매도, 윤두서의 진단타려도, 김정희의 세한도, 김시의 동자견려도, 김홍도의 씨름, 무동, 이인상의 설송도, 정선의 인왕제색도

 

이렇게 총 11편을 읽게 되는데, 11편으로 나누었지만, 김홍도의 씨름과 무동이 한 편에 있으므로, 실질적인 그림은 12편이고, 이 그림들을 읽어가면서 관련되는 그림들이 많이 나오기에 실질적으로 12편의 그림을 중심으로 많은 옛 그림들을 읽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여기에 더해서 책의 뒷부분에 중심이 되는 12편의 그림을 더 크게 실어놓았으니, 책을 다 읽고, 다시 이 그림들을 보면서 그림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더 좋다.

 

자꾸 보아야 보인다고, 보여야 좋아하게 된다고, 좋아해야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즐길 수 있게 되니, 우리 옛 그림들 자주 보아야 한다. 우선 자주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좀 높다고 생각되는 옛 그림을 볼 수 있는 박물관, 미술관들의 문턱이 조금 낮아졌으면 좋겠다. 나같은 평범한 사람들도 쉽게 자주 볼 수 있게.

 

덧글

 

이 책에 나오는 그림들을 넣고 싶으나 직접 사진을 찍지 못하고 있고, 또 다른 곳에 있는 사진을 끌고오느니, 그냥 제목만 보고 검색해 보면 언제든지 그 이미지는 볼 수 있으니...생략. 모니터의 이미지보다는 직접 보는 것이 훨씬 좋을테니 또 생략.

 

'동자견려도'를 그린 사람 이름을 김시라고 했는데, 학자들마다 이름이 다르다고 함. 어떤 이는 제, 어떤 이는 지, 어떤 이는 시라고 하는데, 김시라고 하는 편이 옳다고ㅡ위창 오세창의 예까지 들어가면서 165쪽에서 주장하고 있음.

 

혹시 김제의 '동자견려도'나 김지의 '동자견려도'라는 말이 나오면 그들이 김시라는 점을 명심하면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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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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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반 만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역사가 오래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전통이 오래되었다는 얘기가 되고, 전통이 있다는 얘기는 문화가 남아 있다는 얘기가 된다.

 

세계적으로 군사적인 힘보다는 문화적인 힘이 강한 나라가 오래 존재했고, 그런 나라가 세계를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반 만년의 역사를 자랑하면서도 제 나라 문화에 대해서 무심하게 넘어가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만든 책이다.

 

백범은 우리나라가 문화의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화라는 말, 참 좋은 말이다. 그만큼 힘든 말이기도 하고.

 

문화는 갑자기 하늘에서 똑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외국에서 직수입한다고 해서 문화강국이 되지 않는다.

 

문화는 자신들이 예전부터 만들어왔던 것을 현대에 맞게 변용하면서 지켜갈 때 제 역할을 한다. 이를 법고창신(法故創新)이라고 한다.

 

법고창신을 하기 위해서는 알아야 한다. 알아야 무엇을 변용하든 말든 할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을 생각해 보라. 우리 문화에 대해서 과연 제대로 교육을 하는가.

 

잘 되면 제 탓이요, 못 되면 남 탓이라는 속담이 있지만, 거기에 해당하는지도 모르겠지만, 학교 다니던 십여 년 동안 미술 교육을 받았음에도 우리 전통 미술에 대해서 제대로 배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겠다.

 

옛날 그림의 종류, 수묵화, 산수화, 진경산수화 등과 유명한 사람들의 그림 제목과 이름은 배웠지만, 그 그림을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배우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외웠던 기억만 있으니, 학교 교육이 우리 옛그림들에 대해서 제대로 또는 즐기며 감상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생각만 든다.

 

하여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서도 우리 옛그림들을 제대로 감사하지 못하고, 교과서에서 보았던 그림들만 스윽 훑고 지나가고 만다. 그렇지 않으면 국보, 보물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는 그림들만 스쳐지나가듯, 또는 숙제를 하듯, 아니면 한 번 보았다고 자위를 하는 태도로 보고만 만다.

 

그러니 우리 그림들이 왜 훌륭한지, 얼마나 훌륭한지를 알지 못하게 된다. 그냥 옛날 그림일 뿐이고, 남이 좋다고 하니 좋을 뿐이다.

 

그런데 이 책, 옛날 그림을 읽고 보고 감상하는 법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다. 옛그림에 대해서 세세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다.

 

이 그림에 이런 뜻이 있었구나, 이래서 이 그림이 좋다는 것이구나, 이 그림엔 우리 조상들의 이런 정신이 들어 있었구나 하고 깨닫게 만들어 주고 있다.

 

이런 세세한 설명보다도 이 책의 장점은 우리 옛그림을 보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는 데 있다.

 

학교에서는 배우지 않았던 우리 옛그림을 보는 기본 태도를 알려주고 있으니, 이 책은 그것만으로도 됐다.

 

세 가지 기본 태도를 이야기한다.

 

우선 그림을 보는 거리... 이 책에서 말하고 있듯이 정말로 우리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면 거의 모든 그림을 똑같은 거리를 두고 비슷한 속도로 보고 지나간다. 마치 표를 끊듯이 줄 서서 나란히 나란히 속도에 맞춰 지나가는 것이다.

 

핑계를 대자면 미술관, 박물관에 갔을 때 너무도 많은 사람 때문에 자신만의 감상을 하지 못하고, 물결에 휩쓸리듯 지나칠 수밖에 없다는 환경적 조건도 있지만, 제대로 감상하는 법을 몰라서 그랬기도 했다.

 

그림을 보는 거리... 작품을 대각선으로 긋고, 그 거리나 또는 그 거리의 1.5배 정도의 거리에서 보라는 말. 작은 그림은 가까이서, 큰 그림은 멀리서... 얼핏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이거 참 지키기 힘들다. 

 

몇 미터에 달하는 큰 그림이 벽에 전시되어 있지 않고, 밑에 유리 상자에 들어 있는 경우 가까이서 순서대로 볼 수밖에 없다. 작품을 한 눈에 감상하지 못하는 한계는 전시 상태에 따라서도 생길 수 있지만, 그래도 그렇게 거리를 두고 보려는 노력을 하라는 말은 좋다.

 

작품을 잘 볼 수 있는 거리가 있다는 것. 미술교육에서 정말로 필요한 일이다. 이미 배웠는데 잊어버리고 말았는지는 모르지만.

 

두 번째는 그림을 보는 순서.

 

지금은 가로쓰기를 하고 있지만, 우리 조상들은 세로쓰기를 했다는 사실. 이것은 우리 조상들의 시선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그렇다면 옛그림은 오른쪽 위에서 왼쪽 밑으로 보아야 한다는 말. 그렇다. 가로쓰기에 익숙해져서 습관적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림을 보는데 이는 서양식 감상법이고, 우리 옛그림은 반대로 감상을 해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림도 한 눈에 들어오고.

 

세 번째는 그림을 보는 시간.

 

모든 그림을 비슷한 시간에 보지 말라는 얘기. 정말로 그림을 즐긴다면 그 그림 앞에서 몇 시간이고 있을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아는 것이 즐기는 것만 못하다는 말이 있듯이 그 그림의 의미를 알기보다는 그 그림을 즐기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더 좋다는 얘기다. 그런 그림이 있다면 그림을 보는 즐거움에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그림 앞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세 가지 원칙으로 김홍도의 그림부터 동물 그림, 초상화 등등 우리나라 옛그림을 설명해주고 있다.

 

강의했던 내용을 책으로 펴내서 그런지 읽어가면서 지은이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여기에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확대해서 자세히 보여주기 때문에 그동안 미술관, 박물관이나 또는 다른 책에서 보지 못했던 부분도 볼 수가 있다.

 

옛그림의 아름다움을 알게 하는데 이 책만한 책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부록에 김홍도의 작품을 다시 추려서 설명도 해주고 있으니 눈이 호사하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

 

무엇보다도 반만 년의 역사에 맞게 우리도 엄청난 문화를 지니고 있음을, 문화적 힘이 있는 민족임을 깨우쳐주고 있어서 이 책이 더 반갑다.

 

21세기는 이제 문화의 세기다. 법고창신이 절실히 필요한 요즘이다. 법고창신은 학교교육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는데...그런 노력을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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