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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와 모델 - 화가의 붓끝에서 영원을 얻은 모델 이야기 명화 속 이야기 5
이주헌 지음 / 예담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의 생명은 유한하다.

 

그 유한성이 우리를 현재에 매달리게 하는지도 모른다. 아니 유한성이 우리를 영원에 매달리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유한하기 때문에 지금 잘 살기를 원하지만, 마찬가지로 유한하기 때문에 자신이 영원히 남아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기도 하다.

 

영원히 남는 방법.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듯이 무언가 남겨야 영원을 얻는데, 이 책에는 그림으로 자신들을 영원히 남긴 화가와 모델이 등장한다.

 

화가는 모델을 그림으로써 그 그림으로 영원하게 되고, 모델은 그 그림 속의 인물로서 영원하게 되는데, 이런 화가와 모델의 관계를 세 부류로 나누어서 설명을 하고 있는 책이다.

 

1부는 정염의 거울에 그대를 비추다라고 하여 화가와 모델이 사랑하는 관계로 발전했으나 세상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관계가 된, 소위 말하는 불륜이 된 그런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모델이 화가의 앞에 서는데, 이것이 순간적인 것이 아니고 지속적일 때 어찌 사랑의 마음이 싹트지 않을까. 남녀 관계에서 지속적으로 만남이 있다면 어떤 형태로든 사랑의 관계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것이 사회적 통념과는 다르게 나타난 것이 바로 1부에 나오는 화가와 모델의 관계이다.

 

불꽃같은 사랑, 운명같은 사랑, 어쩔 수 없는 사랑이라는 말이 어울릴지도 모르겠지만, 그들 이외의 다른 사람들이 느꼈을 고통은 어쩔 수가 없다. 참...

 

그래도 작품으로 영원한 생명을 얻었으니, 이들의 사랑이 의미가 없다고 할 수는 없고... 이 중에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람들은 로댕과 까미유 클로델이니...이들의 관계가 다른 화가와 모델에게도 나타났다고 보면 된다.

 

2부는 아내, 그 사랑의 이름으로라고 하여 모델이 화가의 아내인 경우다. 이들의 사랑은 불꽃같은 사랑이라기 보다는 잔잔한 물결 같은 사랑이라고 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 물결이 그들의 생명을 앗아가기도 하지만 말이다.

 

여기서 가장 마음을 울리는 사랑이 바로 모딜리아니와 잔 에뷔페른의 이야기다.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하고 함께 지내지만, 화가인 모딜리아니가 죽자 아이를 임신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투신 자살한 잔 에뷔페론의 이야기는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하게도 하지만, 이들의 이런 이야기로 인해 그들의 작품이 영원성을 얻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작품 속에서도 생생히 살아있지만, 이야기로도 살아있는 화가와 모델의 관계이기도 하다.

 

3부는 영감의 씨줄, 동행의 날줄이라고 하여 불륜도 아니고, 부부도 아닌, 그러나 화가와 모델로 서로에게 도움을 준 그런 관계들을 살피고 있다.

 

특이하게 맨 마지막에 프리다 칼로 편에서는 모델이 바로 자신인 칼로라고 하고 있는데, 하긴 칼로의 삶을 보면 자신의 그림에서 칼로만큼 중요한 인물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화가만을 기억하고, 그림 속의 인물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지만, 그림 속의 인물은 모델로서 영원성을 획득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요즘은 미술관에서 박물관에서 특별대접을 받으며 보관되고, 전시되고 있으니 이들의 생명은 영원히 지속되리라고 생각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림이 존속하는 한 화가 역시 영원성을 얻는다. 화가는 모델에게 영원성을 부여했다고 하지만, 마찬가지로 모델도 화가에게 영원성을 부여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화가와 모델은 서로가 서로에게 영원성을 주는 그런 관계를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명화라고 하는 작품에서는.

 

영원성. 인간이 추구하고 싶어하는 것이지만, 그 영원성을 어떻게 획득하느냐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적어도 안 좋은 쪽으로 영원성을 획득하는 것보다는 좋은 쪽으로 영원성을 획득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림을 보며, 그림을 통한 화가와 모델의 영원성만이 아니라, 그 그림을 보는 나의 영원성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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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는 이렇게 속삭인다 - 이주헌의 행복한 미술 산책 명화 속 이야기 1
이주헌 지음 / 예담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명화"라고 하면 우리는 미켈란젤로의 그림이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아니면 반 고흐의 그림을 먼저 떠올린다.

 

그리고 "명화"은 우리네 삶과는 거리가 먼, 미술 시간에나 배운, 미술관이나 가야 만날 수 있는 그런 존재로 여기고 만다.

 

그냥 하나의 지식으로만 머물로 마는 "명화"들이 얼마나 많은지. 책에서 한 번 보았다거나, 이야기를 들었다거나, 가끔 뉴스에서 얼마나 팔렸다거나 하는 소리만을 듣고 넘어가고 만 경우가 태반이다.

 

"명화"라는 말이 주는 느낌 때문에 그런데, 이 책의 제목도 "명화는 이렇게 속삭인다"이니, 명화에 대해서 우리가 갖고 있는 개념들이 적용이 된다면 그냥 또 하나의 지식으로만 멈추고 만 책이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지은이는 "명화"에 대해서 다르게 이야기한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명화"가 아니라, 바로 내게 말을 걸어주는, 내가 말을 할 수 있는 그림, 그것이 바로 "명화"라고.

 

'좋은 예술은 무엇보다 사람이 귀한 줄 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자신이 이야기를 들어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에게 좋은 예술 작품은 겸손히 다가간다. 그리고 같이 대화를 나누자고 권유한다. 그렇게 세상의 많은 영혼과 대화할 능력을 지닌 예술 작품, 그것이 바로 걸작이고 명화이다.' 6쪽.

 

이런 작품이 "명화"라고 할 수 있기에,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아주 유명한 작품도 간혹 있지만, 처음 보는 작품들이 태반이다. 그럼에도 이 그림들을 "명화"라고 하는 이유는 이 작품들이 지은이에게 말을 걸었고, 또 우리에게도 말을 걸어 주고, 우리의 말을 들어줄 수 있는 작품들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작품들은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와 행복을 가져다 주는 '명화'들이다.'(7쪽)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시작이 그리 알려지지 않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작품들부터다.

 

낯설지만 기교가 느껴진다기보다는 그 시대의 모습이 그대로 보여지는 작품들이다. 끝부분은 우리나라 최근의 작품으로 맺고 있는데, "명화"가 오래 된 것이 아닌, 지금-여기에서 나에게 말을 걸고 내 맘을 위로하고, 내 말을 들어주는 작품이면 되기 때문에 시대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지은이의 믿음이 담겨 있는 편제라고 할 수 있다.

 

많은 그림들을 감상하는 재미를 느꼈는데,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으며 지식으로 건진 내용이 하나 있었으니...

 

그림과 대화를 나누는데 어쩌면 지식이 필요할 때도 많으니, 그런 지식은 대화가 멀리 벗어나지 않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땅의 붓으로 그린 하늘"이라는 장에서 '교회를 지켜온 거룩한 네 기둥' 부분에서 베네치아(베니스)에 관한 부분.

 

왜 베니스 영화제나 베니스 비엔날레의 최우수상이 '황금 사자상'인지 모르고 있었는데, 베니스의 수호 성인이 '마가'이고, 이 마가의 상징이 '사자'라는 사실. 그리고 베니스에는 마가의 유해가 있어서 그렇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누가의 상징은 황소, 마태의 상징은 사람, 요한의 상징은 독수리라는 지식을 얻게 된 것.

 

성화를 보는데 이런 상징들에 대한 지식이 있으면 그림들과 대화를 하는데 한결 수월할테니, 이것이 이 책을 읽은 수확 가운데 하나라면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런 지식에 대한 수확보다는 미술에 대한 태도가 바뀐다는 것이 더 큰 수확이겠지만, 미술을 우리네 삶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네 삶이 미술임을 생각하게 해준 것이 이 책을 읽고 얻은 큰 수확이다.

 

지은이는 말한다.

 

'제가 말하는 미술은 꼭 회화나 조각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더 넓은 의미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모든 인간적 노력이 다 미술입니다. 그런 까닭에 이 세상에 미술과 무관하게 사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런데 미술을 잘 모른다니요?

... 우리는 아름다움을 찾고 즐기며 구현해야 합니다.. 아름다움을 위해 우리의 시간과 땀과 열정을 쏟아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미술가이고 예술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삶은 하나의 훌륭한, 아름다운 예술 작품입니다.' - 275쪽

 

그렇다. 아름다움은 바로 우리의 삶에 있다. 죽음은 이러한 아름다움조차도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사라짐, 그래서 느낄 수도 볼 수도 없음이 바로 죽음이다. 이 죽음의 순간, 순교의 순간까지는 아름다움이 되겠지만...

 

그러니 살아있음, 이 자체가 얼마나 큰 아름다움인가? 이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태도, 그것이 바로 우리가 미술에 대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주변을 둘러보라. 그리고 자신을 보라. 우리 자신이 바로 "명화'임을, 내 주변에 있는 것들이 "명화"임을 알아볼 수 있는 눈. 그것이 바로 "미술의 눈" 아니겠는가.

 

덧글

 

이 책을 읽으며 문득 든 생각.

 

우리나라가 한 때 지역도서관 짓기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여 이제는 웬만한 지역이면 도서관이 작지만 그래도 하나씩은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 도서관을 책하고만 관련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역 미술가들, 예술가들을 위해 도서관의 한 관을 전시회나 연주회 공간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이미 하고 있는 곳도 있겠지만, 많이 확산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역 도서관에서 자주 미술이나 음악을 접하고, 그에 관련된 책들을 찾아 읽을 수 있다면 "예술"이 바로 우리 삶임을 자연스레 익히게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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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대해 알고싶은 모든 것들 -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장의 톡톡튀는 교과서 미술 읽기
이명옥 지음 / 다빈치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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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술관장이 들려주는 미술 이야기다.

 

미술에 관한 모든 것이라는 제목이라고는 하지만, 여기서는 교과서에 실린 작품을 중심으로 미술에 관해서 알려주고 있다.

 

교과서란 정석이라는 말로도 통하고, 기본이라는 말로도 통하니, 미술에 관해서 미술 교과서 만큼 정통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으리라.

 

그럼에도 우리는 미술 교과서를 제대로 본 적이 있었던가?

 

학교에서 미술 교과서는 능력있는, 또는 그 쪽으로 나아가려는 몇몇 학생들을 제외하면 관심있게 들쳐보지 않았던 책이고, 들쳐보더라도 흥미로운 그림이나 쓱 훑고 지나가고 마는, 시험 때나 돼야 억지로 외우기 위해 펼쳐들던 책 아니던가.

 

미술에 관해서 가장 기본적인 작품들을 담고 있는 책임에도 가장 홀대받는 책이 미술 교과서였는데, 작가는 교과서 전을 연 경험으로, 그 때 많은 사람들이 관람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어쩌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미술에 대해 관심이 많았음에도 미술을 제대로 만날 기회가 적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즐길 수 있게 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그것은 미술과 자주 만나게 하는 일이다. 미술에 거리를 두지 않게 하는 일이다.

 

미술과 거리를 두지 않는 일. 어차피 우리는 학창시절을 통해 미술을 배우지 않았던가. 전국민이 모두 미술에 관해서는 10년이 넘도록 배워왔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미술에 관해서는 이미 교과서가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교과서를 중심으로 미술에 대해서 알려준다면?

 

어른들은 과거를 떠올리며 다시 한 번 미술과 만나게 될 것이고, 아이들은 지금 배우는 교과서와 비교하면서 미술과 만나게 될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쓰여졌다고 볼 수 있는데...

 

따라서 이 책은 교과서라는 미술관에 있는 17개의 전시관을 돌아보면서 미술과 만나게 해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장르별, 주제별로 17개로 나누어 그림을 보여주고 설명해주고 있는데, 교과서에 실릴 정도면 이미 많이 알려진 작품들이라서 우선 눈에 익은 그림들이고, 이 그림들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그림에 대해서 또 조각에 대해서 좀더 알게 된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을 필요도 없이 미술관에 가면 자기가 보고 싶은 전시관부터 들르듯이, 보고 싶은 그림, 읽고 싶은 부분부터 보면 된다.

 

이게 옳은 관람 순서이고, 옳은 책읽기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좋아하던 그림은 더 좋아하게 되고, 낯설었던 그림은 친숙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17개 전시관. 실제 미술관에 가면 엄청난 시간을 들여야 할테지만, 책의 장점이 무엇인가, 시간을 압축해서 우리에게 미술을 보여주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물론 직접 미술관에서 진품을 보는 감동만은 못하겠지만, 미술을 배우고, 미술을 즐길 준비를 하는데는 교과서만한 것이 없으니, 이 교과서 미술관, 관장과 함께 떠나는 여행, 한 번 해 볼 만하다.

 

이런 여행을 한 다음 꼭 미술관에 들러볼 것. 나에게 다짐하는 말이다.

 

덧글

 

에고, 책이 절판되었다네...

 

하지만 도서관에는 있을테니, 찾아서 읽어보면 좋겠지. 현대 사회, 모든 것이 너무도 빨리 바뀌는데, 요즘은 책들의 수명도 참 짧다. 절판 되는 책이 너무 많다.

 

이런 책은 미술 시간에 교과서와 함께 보면 좋을텐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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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목소리 - 그림이 들려주는 슬프고 에로틱한 이야기
사이드 지음, 이동준 옮김 / 아트북스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독특한 발상이다. 그림의 목소리라니.

 

마치 시인들이 시가 내게로 다가왔다고 말하고 있는 듯한 느낌.

 

그런데 지은이가 미술학자가 아니다. 화가도 아니다. 그는 시인이다. 그래, 그래서 그림이 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구나.

 

2부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그림이 말하다. 또 하나는 화가가 말하다.

 

그림이 말하다. 그림을 보면서 그림이 말하는 소리를 듣는다. 화가가 말하다. 그림을 보면서 그 그림을 그릴 때 화가의 마음을 듣는다. 화가의 독백을 듣는다.  

 

그림은 그냥 존재하지 않는다. 무언가 끊임없이 우리에게 이야기를 한다. 하다못해 돌멩이도 침묵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귀, 그것은 마음에서부터 시작한다. 마음을 열고 그림을 보아야 한다. 그림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온 정신을, 온 마음을 집중해서 들어야 한다. 들으려고 해야 한다. 그래야 들린다.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으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지만 우리가 잃어버린 지혜, 듣기'

 

귀는 있으되, 듣지 못하는 귀가 많은 지금, 들리지 않는 소리까지도, 말해지지 않은 소리까지도, 어쩌면 그림으로 표현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진 사람은 너무도 드문 세상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이 귀하다. 침묵에만 머무르고 있는 듯한 그림이 말하는 소리를 들려주고 있으니.

 

하지만 그림이 과연 침묵에만 머무르고만 있을까? 아니다. 그림은 그려지는 순간 이미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다. 화가가 말하든, 그림이 말하든 그림에는 이야기가 있다. 소리가 있다.

 

그 소리를 찾을 수 있는 귀. 그 소리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 그것이 필요한 세상이다.

 

처음엔 그냥 작가의 상상력에만 의존한 책이겠구나 했다가, "그림이 말해주지 않은 것"이라는 글이 그림과 이야기 뒤에 딸려 있는데, 이 설명이 그림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그냥 상상이 아니라 사실에 바탕한 상상, 즉 있음 직한 일을 상상해 내고, 그 상상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고 깨닫게 되었다.

 

상상이 아무 데서나 나오는 것이 아닌 철저한 사실을 바탕으로 그 사실을 넘어서는 곳에 존재함을 다시 인식하게 했다고나 할까.

 

침묵을 지키는 듯한 그림도 제 소리를 지니고 있고,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는귀를 지닌 사람들,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있는데...

 

세상 밖으로 나와 있는 많은 소리들을 억지로 듣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있으니, 남들에게 너무도 자명하게 들리는 소리를 애써 외면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반성할지어다.

 

소리는 막는다고 없어지지 않고, 소리는 없는 듯하지만 어디서나 존재하니, 그 소리들을 들을 수 있는 열린 마음, 열린 귀를 지녀야 한다.

 

그림 앞에서 그림의 소리를 들어도 좋다. 이렇게 그림의 소리도 들을 수 있는 사람, 세상의 소리들, 그 많은 소리들을 안 들을 수 없겠지.

 

열린 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하기가 아니라 듣기"임을 다시 생각하게 해준 책이었다. 덕분에 눈도 호사했지만, 새롭게 귀를 인식하게 해준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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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의 재탄생 - 라파엘로부터 앤디 워홀까지 대중문화 속 명화를 만나다
문소영 지음 / 민음사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알아간다는 재미가 이렇게 좋을 수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미술은 이제 나하고 관련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미술 관련 책들을 찾아 읽게 될 줄이야.

 

미술 관련 책들이 이렇게 재미 있을 줄이야!

 

미술이 우리 곁에 이렇게 널려 있을 줄이야!

 

한 때 LG가전제품을 명화를 이용해서 하는 광고를 보면서 '와, 참신하다. 저렇게 명화를 이용해서 광고를 할 수 있구나'하고 감탄을 했었는데...

 

이런 광고가 어느날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의 생활에 명화들이 쓰이고 있었음을, 내가 의식하지 못하고 있어서 그렇지 명화는 늘 내 곁에 머무르고 있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으니.

 

확실히 알면 보인다는 말, 보이면 사랑하게 된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도대체 있어도 있지 않고, 보아도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이런 저런 미술 책을 보면서 자꾸 눈에 익기 시작하니 이제서야 조금씩, 아주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고, 그 조금씩이 더 자세히 보려는 욕구를 자극하고, 그러다 보니 미술이 좋아지게 되고 있는 상태.

 

명화가 미술 작품으로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에 함께 존재하는, 그래서 다른 것으로 변용되어 함께 한다는 점, 따라서 파편화 분절화되는, 자기 것만 알고자 하는 이 시대에, 진정한 융합이 무엇인지, 도대체 어떤 것이 통합인지를 알게 해주는 책이었다.

 

왜 광고나 패션, 영화에서까지 명화들이 쓰이고 있는지, 그것은 명화가 바로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고, 진정으로 오래 살아남은 예술이 되기 위해서는 반대로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것이 아니라 세상으로 나와 사람들과 호흡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미술과 문화가 융합되는 모습을 잘 알 수 있고, 그런 융합을 보기 위해서 명화를 직접 보여주고 있기에 명화 감상도 자연스레 되는, 명화 감상을 통해 다시 현대의 문화를 생각하게 되는 그런 책이라서 교양을 쌓기에는 많이 도움이 되는 책이다.

 

라파엘로의 아기 천사들로부터 시작하여,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공포영화에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이 이용되기도 하고, 아예 대중문화와 미술이 구별이 잘 안되는 앤디 워홀까지 21명의 작가, 그리고 그들의 작품을 다루고 있어서 미술 작품을 보는 재미도, 또 그 미술 작품이 어떻게 우리 생활에 나타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깨달음도 함께 얻을 수 있는 책이다.

 

무언가 얻을 생각이 없이 읽어도 재미 있다. 워낙 그림이 우리 생활에 어떻게 나타나는가 하는 점만 따라가도 재미 있는데, 설명도 간결하고 명확하여 이해하기 쉽고, 또 친숙한 소재들이 등장하기에 재미있게 쉽게 읽히는 책이다.

 

그러면서도 융합을 생각하게 하고, 자기만의 전문 세계에서 이제는 다른 세계와도 통섭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는데, 그에 어울리는 내용도 지니고 있어서 좋은 책이다.   

 

결국 문화다. 백범이 꿈꾸었던 문화 강국.

 

덧글

 

이 책에서는 서양 미술만 다루었지만, 물론 일본의 우키요에(浮世繪)의 영향을 받았다는 고흐의 그림에 대한 설명에서 일본 그림이 나오기는 한다(특히 비를 표현한 그들의 그림), 우리나라 명화들이 어떻게 실생활에 나타나고 있는지도 함께 다루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김홍도나 신윤복의 그림들 역시 우리 생활에 깊숙히 들어와 있음을 다른 책에서 이미 언급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런 작품들 말고도 근현대 화가들의 작품들 중 혹시 우리 생활에 들어와 있는 작품은 없는지...

 

그것을 살펴보는 것은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의 몫이라는 건가? 그렇다면 좀더 주의 깊게 주변을 살피는 생활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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