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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 사건수첩
세기 신이치 지음, 황성옥 옮김 / 아트북스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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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대해서 관심이 생긴 지가 얼마 되지 않는다. 예전에는 나와는 상관없는 그런 문화라고만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미술이 나에게도 의미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간송미술관에 가 보고, 몇몇 전시회에 가보고, 그러고 나서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도대체 이 그림들이 왜 좋다고 하는 거지, 이 그림에서는 무얼 보아야 하지 하는 그림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나 자신이 답답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미술 관련 책들을 빌려 읽기 시작했는데, 여전히 미술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고 할 수 있지만, 서양의 작가와 작품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으니, 조금은 아는 척(그냥 아는 척일 뿐이다. 제대로 알지는 못한다) 할 수 있게 되었다.

 

제목이 재미있어서 구입한 책이다. '사건 수첩'이라. 화가들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겠거니 하고 구입했고, 읽기에도 편했다.

 

그림에 대한 설명보다는 화가에 대한 설명을 주로 하고 있는 책인데, 화가들에 대해서 알면 그가 그린 그림에 대해서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게도 될테니, 재미도 느끼고 미술에 관한 지식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레오나르도 다빈치부터 시작한다. 그와 미켈란젤로가 라이벌 관계에 있었다는 것. 사실인지 아닌지는 더 확인해 볼 필요가 있지만, 다빈치는 조각을 무시했으며, 반대로 미켈란젤로는 자신이 조각가임을 내세웠다는 것.

 

르네상스 시대의 가장 유명한 두 화가로부터 시작하여 화가로서뿐만 아니라 특이한 행적으로도 유명해진 사람들을 다루고, 현시대 샤갈까지 서양 미술에서 이름을 알린 화가들을 두루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룬 화가들은 다음과 같다.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폰토르모와 푸젤리, 첼리니, 카라바조, 대드, 뒤러, 마르칸토니오, 마네, 렘브란트, 다비드와 고야, 도미에, 쿠르베, 휘슬러와 러스킨, 드가와 커셋, 고갱과 고흐, 로트레크, 루소, 로댕과 클로델, 베런슨과 듀빈, 클림트와 실레, 뭉크, 피카소, 샨, 플록, 샤갈

 

여기에 스탈린과 히틀러 시대 박해받던 미술가들과, 미국 뉴딜정책 시기의 망명 화가들, 특히 우리에게 잘 알려진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 등.

 

물론 무언가 이야기거리가 있는 화가들만 다루고 있는데, 다른 미술 관련 책에서 보았던 화가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서양 미술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화가들에 대한 내용을 자연스레 정리하게 되는 책이다.

 

굳이 '사건 수첩'이라고 이름을 붙이지 않고 간략하게 정리한 화가들의 삶이 잘 드러나게 제목을 붙였으면 더 좋았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서양 미술사를 한 눈에 훑어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라는 점에서 이 책이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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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 화가의 삶과 그림
시모나 바르톨레나 지음, 강성인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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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유파라고 하면 '인상파'일 것이다. 인상파라는 말이 좀 거세다면 인상주의라고 하면 되겠다.

 

인상파 중에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은 고흐다. 그러나 고흐는 후기 인상파에 해당이 되니, 아마도 고흐를 제외하고 인상파 하면 모네를 떠올리지 않을까 한다.

 

나는 가끔 마네와 모네가 헷갈리는데, 이름이 비슷하기 때문일테고, 그들의 작품을 직접 보지 못하고, 책을 통해서만 만났기 때문에 그림들이 지니고 있는 차이점들을 잘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이 책은 이러한 인상파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이야기해주고 있다. 인상파의 시작부터 절정기, 그리고 후기 인상파와 인상파가 영향을 준 화가들까지.

 

하여 인상주의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개관할 수 있는 좋은 책인데... 편제는 이렇게 되어 있다.

 

서문에서는 당시 프랑스 화단을 주도하고 있던 아카데미에서 벗어나는 데서 인상주의가 시작되었음을, 기원에서는 사실주의 화가라고 할 수 있는 쿠르베와 우리가 밀레를 대표로 알고 있는 바르비종파에 대해서, 그리고 인상주의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마네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다.

 

이들은 실내에서 바깥으로 그림을 가지고 나온 화가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역사화, 인물화 중심이던 아키데미 회화에서 벗어나는 단초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세 번째 인상주의에서는 본격적으로 인상주의의 양식,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고 있으며, 인상주의가 일본회화에서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음 장에서 이를 구체화하여 자주 그린 주제들이라고 하여 인상주의 화가들이 주로 그린 주제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며, 다음에는 그들 스스로 열었던 전시회에 대해서, 또 그들을 지지했던 지식인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뒤로 가면 미국과 영국의 인상주의를 이야기하고 새로운 길이라고 하여 인상주의가 그 뒤 미술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이야기해주면서 책이 끝난다.

 

아주 많은 인상주의 화가들과 그림들이 책에 소개되어 있어서 인상주의에 대해서 포괄적으로 알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작가와 작품을 구체적으로 소개해주는 부분도 마련하고 있어서, 좀더 깊이 있는 지식을 얻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인상주의라고 하는 한 유파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는 점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상주의에 대한 책들을 읽으며, 그들은 실내에서만 이루어지던 그림을 밖으로 끌어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점, 빛을 그림에 들여와 빛에 의해 색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그림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이 특징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어쩌면 이 인상주의 화가들이 우리나라에서는 진경산수화를 도입한 화가들과 같은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념에서 현실로!

 

이것이 바로 인상주의의 모토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는데... 지금은 굳이 어느 유파의 그림이 옳다 그르다 할 필요는 없고, 우리의 마음에 들어오는 그림들을 감상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인상주의에 대해 전체적으로 정리할 수 있어서, 인상주의의 흐름과 대표적인 화가들, 작품들이 한 눈에 들어오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 책이 의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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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와 오르세의 명화 산책 - 보티첼리에서 마티스까지 두 미술관의 소장 명화로 보는 서양미술 이야기
김영숙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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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여행을 떠난다.

 

직접 공간을 방문해 그림을 눈 앞에 두고 보는 여행이 아니라, 책을 통해서 그림을 만나고, 그림에 대해 생각하고, 그림을 그린 화가에 대해서 알아가는 여행이다.

 

최근에 많은 미술 관련 책들을 읽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내가 읽은 책들은 '새 발의 피'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프랑스에 있는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에 있는 그림에 대한 이 책을 보면서 아직도 멀었구나, 정말 그림의 세계는 무궁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 책에 소개되고 있는 그림들도 두 박물관에 있는 모든 그림을 소개한 것도 아닌데도, 이렇게 처음 보는 그림들이 나오니... 계속 그림 여행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치솟는다.

 

루브르 박물관.

 

사실 좀 씁쓸한 마음이 드는 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작품들이 얼마나 많은지는 이 책에서도 말해지고 있는데, 그림 분야만 하더라도 다 보기에는 너무도 오랜 시간이 걸리겠다는 생각이 드니...

 

쉴리관, 리슐리외관, 드농관 이렇게 셋이 있는데, 이 관들에 각 방들이 엄청 많다고 하니, 그림들이 얼마나 많을지 상상만 해도 기가 죽는다. 그렇다고 씁쓸한 마음이 없어지는 것은 아닌데, 그 이유는 이 루브르에 있는 그림들 중에서 프랑스 작품도 있지만, 외국의 작품들도 많이 있기 때문이고, 그림들 말고 다른 작품들은 프랑스가 제국주의였던 시절 약탈한 작품들이 많이 있으니, 과거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박물관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과거를 잊어서도 안되겠지만, 과거에 얽매여서도 안되니, 씁쓸한 마음은 이쯤에서 접고, 이 책은 유럽의 르네상스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근대 그림까지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

 

따라서 길을 잃기 쉬운 루브르에서 이 책의 흐름을 좇아 그림을 감상하면 유럽 근대 미술의 흐름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왜 그런 유파가 되었는지, 그 유파의 특징이 무엇인지를 인접해 있는 유파를 통해 비교하면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의 안내를 따라가지 않고, 자신의 마음에 드는 그림 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 그림은 안다는 것보다는 즐기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음 속에 들어오는 그림 앞에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그림과 마주보며 대화하는 시간, 그림을 자신의 마음 속으로 받아들이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즐거운 시간이겠는가.

 

엄청나게 커다란 (루브르를 다 돌려면 장장 60여 킬로미터나 된다고 하니...) 루브르에서 자신의 마음에 맞는 작품을 발견하는 즐거움, 그것 또한 그림 여행의 즐거움일 수 있지 않겠는가.

 

오르세 미술관.

 

오르세 미술관은 건축에서도 유명하다. 기차역을 미술관으로 개조했다는. 과거와 현재, 산업문명과 예술이 하나로 조화를 이루었다는 점에서.

 

여기에는 프랑스의 현대 작품들이(인상파 전후)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프랑스 인상파 전후기 작품을 집중적으로 보려면 오르세 미술관을 가면 된다고 한다.

 

역시 우리에게 알려진 작품들도 꽤 있는 이 미술관은 굳이 순서를 따질 필요가 없다고 한다. 미술관의 안내 책자가 잘되어 있어 가서 직접 안내서를 참조해서 관람해도 된다고 하니 말이다.

 

책을 통해서 프랑스에 있는 두 미술관을 여행했는데, 그 여행은 지금까지 봐왔던 미술 관련 책들을 조금 더 구체화하는 여행이었다고 할 수 있다.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이라고 직접 가서 보는 것만이야 하겠는가마는 그래도 책을 통해서라도 본 그림들... 눈이 즐겁다.

 

또 조리있게 설명을 해주고 있어서 이해하기도 편하고, 나중에 프랑스에 가서 이 두 박물관에 들른다면 이 책을 읽은 것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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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잣거리에서 만난 단원 - 김홍도의 제자가 되어 그림 여행을 떠나다
한해영 지음 / 시공아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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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신윤복을 여성으로 알고 있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렇게 된 데에는 "바람의 화원"이라는 작품이 큰 역할을 했는데... 그 작품에서 신윤복을 남장여자로 설정하였기 때문이다.

 

소설이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또 영화로도 만들어져 신윤복이 진짜 여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미술 전문가들에 의하면 신윤복은 남자임이 틀림없다고 하니, "바람의 화원"은 팩션이라고 하기에는 처음 시작에 문제가 있다 하겠다.

 

그러나 분명 팩션임에는 틀림없다. 신윤복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이 없으니, 그에 대하여 최대한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사실과 상상을 조합한 작품으로 인기를 누렸으니... 그가 남성이든, 여성이든, 주로 그의 작품이 중심이 되는 팩션인데...

 

어쩌면 "저잣거리에서 만난 단원"이라는 이 책이 먼저 나오고, 신윤복에 관한 책이 나중에 나왔으면 좀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으나 순서가 무슨 상관이랴?

 

오히려 자료가 많은 김홍도에 대해서 쓴 팩션이 나중에 나오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적 사실이 잘 알려진 사람에 대해서 소설로 만들어내기는 참 힘들기 때문이다. 그만큼 상상이 들어갈 틈이 별로 없다는 얘기가 되는데...

 

이 책은 팩션이다. 소설이라고 해도 좋다. 그러나 단순히 역사소설로 보기보다는 김홍도와 그의 그림에 대해서 더 잘 알게 해주려는 목적으로 쓴 팩션이라고 하는 편이 좋겠다.

 

그의 그림에 대한 설명이 잘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외국 사람들이 쓴 그림 속의 인물이 말한다든지, 또 화가가 말하는 식으로 쓴 책을 읽었는데...

 

이 작품은 미술관에 간 한 학생이 상상 곳으로 들어가 단원을 만나고, 그와 3년을 함께 하면서 단원의 그림이 창작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알려주는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술관에서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던 여학생이 단원의 그림들이 말하는 소리를 듣고, 순간 이동을 해서 과거로 들어가 단원과 함께 하다 돌아온다는 발상.

 

단순한 발상이지만, 단원의 그림들을 전문가스럽게 설명하려 하지 않고, 인물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 미술책보다도 더 단원의 그림에 가까이 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고 본다.

 

또 저잣거리(요즘으로 말하면 시장통이라고 해야 할텐데...)에서 만난 단원이라는 제목 때문에 단원의 풍속화만 다루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은 그 점을 넘어서 단원의 작품들을 골고루 다루고 있다.

 

따라서 단원의 풍속화가 모두 나오지는 않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인 풍속화에다가 그의 진경산수화(특히 금강산 그림)가 나오고, 또 문인화라고 할 수 있는 그림들도 나와서 책을 읽어가면서 그의 작품 세계를 모두 감상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말하면 단원의 그림들을 죽 나열해 놓고, 그 그림들과 연관되게 이야기를 만들어갔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과감한 생략들이 이루어져서 오히려 읽는 사람에게 박진감을 느끼게 한다.

 

특히 말년에 단원이 어떻게 되었는지, 언제 어디에서 세상을 떴는지가 알려져 있지 않은데 이를 그의 그림 '염불서승도'를 배치해서 그가 선인(仙人)으로 돌아갔다고 정리하고 있는 점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과 단원의 일생을 연결짓고, 그것을 하나의 줄거리로 꿰어 서사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사실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으려 했으며, 그림에 대해서도 알게 해주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다가 어쩌면 단원이 살았던 시대, 한창 개혁이 이루어지려다 꺾여버린 그 시대가 지금 시대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렇다면 단원과 같이 좌절하는, 단원은 재능을 꽃 피웠지만, 단원과 달리 재능을 꽃 피우지 못하고 스러져가는 예술가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 아닌 걱정을 했는데...

 

그러면서도, 예술은 시대가 아무리 험난해도 제 길을 가는 것, 연꽃과도 같은 존재가 예술이니, 우리를 위로해주고, 우리를 안내해주는 역할을 예술이 할 수 있기를...

 

이 책에서는 그것을 인간의 진화라고 했는데... 예술이 그 역할을 계속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단원 김홍도. 그가 남긴 예술을 현재의 여학생이 과거로 들어가 단원과 함께 하면서 그 예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준다는 발상, 그러한 팩션... 재미와 지식을 함께 살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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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대 위의 까치 - 진중권의 독창적인 그림읽기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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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말한다. 롤랑 바르트의 말을 빌려서, '스투디움'과 '푼크툼'이라는 말을.

 

스투디움이 일반적인 해석이라면, 푼크툼은 개별적인 이해하고 한다. (19쪽)

 

둘은 상반될 수도 있지만, 상보적이어야 한다. 일반적 해석을 무시한 개별적 해석은 독단에 불과하고, 개별적 해석을 하지 못하고 일반적 해석만을 따르는 일은 모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스투디움과 푼크툼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진중권의 책들이 그렇듯이 읽기에 편하고, 명쾌하다.

 

그를 우리 시대의 입담꾼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입담이 글로도 잘 나타나고 있으니, 그는 글과 말을 다 잘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말한다. 자신이 그림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목적이 작품을 읽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작품을 읽도록 자극하기 위해서라고.

 

대중을 예술적 문맹으로 가눚하고 그들에게 작품을 읽어주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독자로 하여금 작품을 스스로 읽도록 자극하는 것이리라.

작품을 스스로 읽는다는 것은, 작품을 보며 스스로 물은을 제기하고 스스로 대답하는 것을 의미한다. 작품은 제작된 순간에 완성되는 죽은 '물건'이 아니다. 그것은 끝없는 물음과 답변의 놀이를 통해 영원히 자신을 형성해 나가는 '생물'이다. (18쪽)

 

그렇다면 이 책은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가 말하는 그림들을 '생물'로서 느끼도록 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림에 대해서 문외한인 사람도 읽으면서 그림에 대해서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으며, 그림에 대한 해석이 하나만이 아니라 여러 개일 수 있음을 조르조네의 '폭풍우'라는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해석이 무려 스물여덟 가지나 된다고 하니 말이다. 어떻게 해석되는지는 이 책의 '해석이 바벨탑'이라는 부분을 읽으면 될 것이고.

 

이렇듯 일반적인 해석과 개별적인 해석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또 그림에 대해서 이거다라고 단정짓지 않고, 그림을 다양한 방식으로 볼 수 있게 안내해주고 있다.

 

제목이 된 '교수대 위의 까치'라는 그림에 대해서도 이런 면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데,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그림에 대한 읽기 방식을 배울 수도 있고, 또 당시 시대상에 대해서도, 작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스투디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푼크툼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 그런 나만의 그림 읽기를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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