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예술로 걷다 - 가우디와 돈키호테를 만나는 인문 여행
강필 지음 / 지식서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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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외국 여행을 할 때는 두려움이 앞서고, 또 언제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한 번에 여러 곳을 돌아야지 하는 욕심을 부리게 된다. 일주일에 한 다섯 나라 정도를 죽 훑어보는 여행을 하든지, 아니면 혼자 돌아다니지는 못하니까 패키지 여행을 하면서 그냥 주어진 일정에 따라 움직이든지 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 외국 여행의 식작이 이렇다. 그러다가 여행에 대해 어떤 갈증을 느낀다. 이렇게 다니는 여행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이때부터는 나라의 수를 줄이고, 도시의 수도 줄이고, 패키지는 생각하지 않게 된다.

 

주마간산(走馬看山)식의 외국 여행에서 집중적으로 보고 듣고 느끼는 여행을 하게 된다. 이때부터가 여행의 참맛을 알기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첫 외국 여행을 한 도시에서만 보낸 사람이 있다. 어쩌면 그것은 색다른 경험을 넘어 외국 여행의 참맛을 처음부터 느낀 경험이었으리라. 이런 사람에게는 여행은 '빠르게 대충'이 아니라 '느리게 자세히'가 된다.

 

친구 덕에 첫 외국 여행을 프랑스 파리에서 8일을 보냈다는 저자. 그는 이 경험을 토대로 다음부터 하는 외국 여행에는 한 도시에서 며칠씩 머무르는 방식을 택한다. 그냥 유명 관광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고 있는 한복판에 직접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그들의 삶을 함께 경험하면서 그가 택한 여행방식은 '예술과 인문 루트'(11쪽)다. 여행이 단지 돈을 쓰면서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을 좀더 살지우는 그런 과정이라면 그가 말하는 '예술과 인문 루트'는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다.

 

여행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자신의 정신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것, 삶에 대한 이해를 키우는 것, 세계의 다양한 예술을 감상하는 것, 그것이 그가 목표로 한 여행이다.

 

이런 여행을 하면서 그가 우리에게 알려준 '예술 인문 루트'의 첫번째 모습이 바로 이 책이다. 스페인... 축구와 투우로 유명한 나라. 그러나 그만큼 예술, 특히 미술로도 유명한 나라.

 

스페인에 대해 많은 것을 다 알려주려 하지 않고, 자신의 여행 방식에 따라 몇몇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 삶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스페인을 예술과 함께 집중적인 여행을 할 수 있다. 미술과 관련이 되지만 독립된 분야로 여기고 있는 건축도 이 책에는 나와 있으니...

 

우선 마드리드에서는 세 개의 미술관, 프라도 미술관 - 티센보르네미사 미술관 -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에서 많은 작가들과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화가들, 벨라스케스, 고야를 만날 수 있으니 좋고.

 

마드리드를 떠나 톨레도에 가면 이번에는 돈키호테를 만날 수 있다. 돈키호테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도 너무나 잘 알려진 돈키호테에 관한 여러 가지를 만날 수 있는 곳, 톨레도. 그리고 여기서 엘 그레코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엘 그레코 미술관'에서만이 아니라 그 곳에 있는 성당 곳곳에서 엘 그레코의 그림을 만날 수 있다고 하니... 이 도시 자체가 세르반테스와 엘 그레코의 도시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은 축구로 유명한 바르셀로나다. 바르셀로나 하면 축구, 어쩌면 축구보다 더 유명한 가우디의 건축을 볼 수 있는 곳. '안토니 가우디의 건축'이라는 이름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그의 건축물들.

 

그 건축물들 내부까지 보려면 상당한 돈을 투자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건축물이 이렇게 아름답게 하나의 예술로 삶에 다가오게 한 것, 가우디 건축의 특징이 아니던가. 외부의 화려함만이 아니라 내부도 무척이나 아름답다는 그의 건축물.

 

우리나라 도시건축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생각하게 해주는 가우디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

 

스페인에서 주요 도시라고 하면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이지만, 여기서 여행은 끝나지 않는다. 스페인 하면 떠오르는 괴짜 '살바도르 달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의 미술관이 있는 피게레스도 소개하고 있다.

 

달리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달리 극장미술관'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림만큼이나 삶 자체도 특이했던 달리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미술관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책은 빌바오란 도시에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을 소개하면서 끝을 맺고 있다. 스러져 가는 도시였던 빌바오를 살게 만든 미술관.

 

경제적으로 쇠퇴해가는 도시를 문화의 힘으로 되살린 미술관. 어쩌면 이제는 문화의 시대로 접어들었는지도 모른다. 먹고살기 위해 아등바등 대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생계가 아닌 생활의 시대다. 우리나라 역시 8시간 노동제가 아니라 6시간 노동제로 가고 있지 않은가. 뉴스에서 본 독일에 관한 내용... 휴일에 근무를 하려면 시청에 신고를 해야 한다는 그런 제도.

 

그만큼 유럽에서는 노동만큼 여가도, 문화도 중요시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스러져가는 도시였던 빌바오를 살릴 수 있는 길로 미술관을 건립한 것 아니겠는가.

 

이제는 문화가 중요해졌다는 것, 우리나라도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그 쪽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음을 생각하게 하는 책의 끝부분이었는데...

 

스페인을 예술과 함께 여행한다는 것, 참 즐거운 일이면서도 영혼이 맑아지는 여행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며 직접 스페인에 가지는 못했지만, 스페인의 미술관에서 여러 화가들의 그림과 건축을 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 다음에 외국에 갈 때는 여러 곳을 욕심내지 않고 한 곳에서 느리게 깊게, 직접 생활과 문화를 경험하는 그런 여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책을 통해 하는 즐거운 스페인 여행이었다.

 

덧글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이다. 즐겁게 잘 읽었다. 고맙다. 이런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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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7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27 1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 - 현대예술에 대한 거침없는 풍자
에프라임 키숀 지음, 반성완 옮김 / 마음산책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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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힘들지만, 많은 부분에서는 공감한다. 사실 현대미술은 너무도 어렵다.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미술이 아니라 눈으로 보되 머리 속으로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는, 정서에 호소하기보다는 이성에 호소하는, 그것도 고도의 지능을 요구하는 그런 미술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미술관에 자주 가보는 편이 아니지만 마음 먹고 가본 미술관에서 현대미술을 보고는 도대체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 적이 있었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해가 되지 않으니 마음 속에 다가오지 않고, 미술에 대한 흥미도 생기지 않는다. 이런 것을 현대인의 모습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그래도 나같은 보통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미술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현대미술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었다. 도무지 현대미술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현대미술에서 가장 유명한 앤디 워홀이라든지, 릭텐슈타인의 그림을 누가 아름답다고 느끼겠는가. 그냥 상품을 나란히 배치했다든지, 만화를 조금 더 크게 그렸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잭슨 플록의 그림을 보면서 감흥을 느끼는 사람,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그냥 물감을 흩뿌린 그의 작품들을 보면서 어떻게 감흥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인지...

 

마찬가지다. 청계천 앞에 서 있는 커다란 스프링, 우리 눈에는 기껏해야 대형 고동이나 다슬기 정도로밖에는 보이지 않는 그것을 수많은 돈을 주고 세웠다니.

 

이 책의 저자가 비판하는 지점도 바로 여기다. 현대미술을 하는 작가들이 자신들이 좋아서 하는 것은 뭐라 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을 엄청나게 많은 돈을 들여 사들이는 지역자치체들이 문제다. 이에 영합하는 비평가들까지.

 

이들에게는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작품은 자신들의 지식을 드러낼 가장 좋은 기회다. 돈을 더 올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이렇게 현대미술은 돈이라는 것에 의해 오염되었다고 보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꼭 돈에 오염된 것이 현대미술만은 아니겠지만, 사람들에게 감흥을 주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지나치게 과대평가된 것만은 사실이지 않을까 싶다.

 

현대미술의 추상성에 대해서 풍자하고 있는 이 책은, 현대미술 앞에서 주눅이 들었던 나같은 사람에게 위안을 준다. 나만이 현대미술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 그리고 미술이 어떠해야 할지 더 생각해 보는 계기도 마련해 주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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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1 08: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11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7-07-11 0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래 전에 읽은 책이네요. 키숀 작가의 책을 좋아해서 부러 찾아서 봤던 기억입니다. 미술이 자본과 결탁하면서 더 이상, 예술의 가치를 구현하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피카소는 자본에 영혼을 판 대표적인 선수가 아닐까 싶네요.

kinye91 2017-07-11 09:45   좋아요 0 | URL
예술이 삶과 동떨어져 자본으로 전환되는 시대가 현대인지도 모르겠는데요... 그럼에도 예술을 자본과 독립된 자신의 삶에 직결시키는 현대예술가들도 상당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 점을 구분하게 해주는 것이 비평가의 몫이지 않을까 싶고요.

하나 2017-07-11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정 수준 공감이 가는 이야기가 많네요.

2017-07-11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kinye91 2017-07-11 10:2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불편한 진실에 맞서 길 위에 서다 - 민중의 카타르시스를 붓 끝에 담아내는 화가 홍성담, 그의 영혼이 담긴 미술 작품과 글 모음집
홍성담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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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카타르시스를 붓 끝에 담아내는 화가 홍성담. 그의 영혼이 담긴 미술 작품과 글 모음집'

 

책 표지에 이렇게 적혀 있다.

 

'예술은 논란을 만들어야 한다. 만약 상식적이면 예술이 아니다. 상식이면 왜 그리고 만들겠는가? 예술가는 항상 사회적 금기와 터부를 마음껏 넘나들어야 한다. 국가의 운명이 파시즘으로, 독재로 흐를수록 풍자는 많아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정치인들을 신성시하고 절대화하면 국가주의 파시즘이 번식한다.' (222쪽)

 

화가, 홍성담. 참 험난한 시대를 건너왔다. 그는 늘 길 위에 있었다. 길 위에 있어야 민중과 함께 할 수 있다. 자신의 작업장에만 있는 예술가는 민중과 함께 할 수 없다.

 

길 위에 있는 예술가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는 늘 진실을 마주하고 그 진실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술가는 진실을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예술가는 진실을 예술적으로 표현한다. 그것이 풍자든 해학이든 자신의 작품으로 진실을 이야기한다.

 

그 작품을 가지고 이렇다저렇다 말을 하는 사람들은 주로 진실이 불편한 권력자들이거나 권력자를 추종하는 자들 뿐이다.

 

이런 자들에 의해서 블랙리스트라는 것이 만들어지고 예술을 정치에 종속시키려 한다. 그렇게 엄혹한 시절을 겪기도 했다. 그런 시대에 미술가들은 무엇을 했는가. 그들은 침묵을 지키고만 있었던가.

 

아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홍성담과 같은 화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끊임없이 진실의 편에 서서 진실을 표현하려 했다.

 

책은 모두 여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우리나라 민중미술인 걸개 그림에 대해서 보여주고 이야기한다. 시작부터 민중과 함께 한다. 그 다음, 우리가 잊을 수 없는, 잊어서는 안 되는 일들을 작품으로, 글로 보여준다.

 

세월호, 일본제국주의 침탈로 인한 비극들, 우리 현대사들 통해 겪어 왔던 일들, 환경 파괴, 그리고 촛불...

 

이 책에 실린 그림들, 글들은 길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모두 길 위에 있다. 길 위에서 민중과 함께 한다. 마치 예술은 민중과 함께 해야 한다는 듯이.

 

하여 책을 읽으며 보며 우리 현대사를 생각하게 된다.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된다.

 

예술이 어떠해야 하는지, 왜 정치권력을 쥔 자들이 예술에 대해서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이 책을 보면서 알 수 있게 된다.

 

천박한 정치인들은 예술과 외설을 구분하지 못하고, 예술적 표현의 의미를 찾으려고 하지도 않고 겉모습만 보고 탄압하려 들지만, 오히려 그것이 민중에게 예술의 효과를 보여주는 역할만 하기도 한다.

 

신랄한 풍자를 통해 민중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자신들의 마음 속에 응어리져 있던 것들을 예술을 통해 풀어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주는 예술가야 말로 민중들에게 사랑받는 예술가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홍성담은 민중들에게 사랑받는 예술가다. 그의 그림을 보며 통쾌함을 느낀 사람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예전에 보았던 그림을 책에서 다시 보는 내내 나 역시 그런 통쾌함을 느꼈다. '불편한 진실에 맞서 길 위에 선' 화가 홍성담, 그의 그림과 글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책, 한 번 보길 권한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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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의 미술관 - 그리고 받아들이는 힘에 관하여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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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라는 질문으로 이 책은 시작한다. 도대체 나는, 우리들은 어디에 있는 걸까?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우리들의 삶이 방향을 잃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간중심의 지구 생활이 최악의 재난을 일으키고 있는데, 우리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절망의 시대에 희망을 발견하기 위해 저자는 그림을 찾는다. 그림에서 희망을 발견하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다.

 

이 책의 저자인 강상중은 일본에 살고 있는 재일한국인이다. '자이니치'라고 하는 경계인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다.

 

그가 일본 방송에서 미술에 관한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을 책으로 엮어냈다. 그림과 조각, 도자기 등을 통해서 인간에 대해서, 자연에 대해서 생각한 것을 풀어낸 책이다. 서양의 작품들과 일본 작품들을 융합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의 중심 인물은 '뒤러'다. 그래서 책의 처음 시작은 뒤러의 '자화상'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역시 뒤러의 '멜랑콜리아1"로 맺고 있다. 강상중은 뒤러의 자화상을 보는 순간, 그 그림이 자신에게 '나는 여기에 있어. 당신은 어디에 서 있는가'(19쪽)라고 묻는 듯했다고 한다. 어쩌면 강상중은 자신의 모습을, 자신의 자리를 뒤러를 통해서 발견하고 위안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대답을 해야 한다.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성찰해야 한다. 자신을 성찰하다보면 자신의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고, 구원에 이르게 된다.

 

그냥저냥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성찰하는 삶,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면서 사회 속에서, 역사 속에서, 또 자연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하면서 사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러니 이 책의 제목처럼 '구원의 미술관'에 가게 되는 것이다. 미술을 통해서 자신의 삶에 구원을 받는 것. 이것은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질문은 그림이 우리에게 던져준다.

 

이런 방식으로 여러 주제로 나누어 미술을 우리 곁으로 데려다 주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인생에서 마주치는 문제들을 주제로 나누고 그에 해당하는 미술들을 소개하고, 그 과정을 통해서 자신을 찾을 수 있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설명하고 있는 그림을 수록하고 있으므로, 그 그림을 보면서 저자의 생각에 동의해도 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감상해도 된다.

 

어떤 식이든 그림은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그림은 그 자리에 있다. 그림이 말을 한다면 "나는 여기에 있어"다. 나는 여기에 있다는 말은, 너는 어디에 있냐는 질문이다.

 

그 질문을 미술을 통해서 받아들이게 된다. 곧 삶을 성찰하게 되는 것이다. 여러 미술가들의 작품이 나와 있어서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작품을 통해 자기가 서 있는 자리를 발견하면 된다.

 

저자 역시 그 점을 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냥 자신의 생각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자신이 그림을 통해 느꼈듯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느끼기를. 그래서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발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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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피의 나라 러시아 미술 Art Travel 1
이주헌 지음 / 학고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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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덜 알려진 러시아 미술에 대해서 소개해주는 책이다. 사실 우리나라 미술 시간에 배우는 화가들은 몇 나라로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학교에서 미술을 배우고 나서 머리 속에 남아 있는 화가들은 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미켈란젤로 또는 인상파, 피카소로 대표되는 몇몇들 뿐이다.

 

러시아 화가들은 거의 미술 시간에 배우지 않을 것이다. 배워도 러시아 화가로가 아니라 세계적 미술의 흐름에서 그들의 이름과 작품을 언급하는 정도로 넘어간다. 적어도 내가 다닌 학교에서는 그랬다.

 

대표적인 러시아 화가라고 할 수 있는 샤갈을 누가 러시아 화가로 생각하겠는가. 대부분 사람들은 아마도 그를 프랑스 화가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니 러시아 미술은 우리에게는 너무도 먼 나라 미술이었다.

 

최근에 러시아 화가로 일리야 레핀에 대한 책을 읽고, 그의 그림을 보고, 알게 모르게 다른 미술 관련 책에서 러시아 화가들의 그림을 많이 보았다는 생각을 했고, 러시아 미술이 유럽 미술에서 변방에만 치우치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러시아 미술을 체계적으로 소개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 미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많이 준다.

 

특히 통사적으로 시대의 흐름을 따라 주욱 설명을 하지 않고, 미술관을 중심으로, 그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더욱 쉽게 러시아 미술에 접근할 수 있다.

 

가장 핵심적인 미술관은 두 곳이다. 트레티야코프 미술관과 러시아 미술관. 이 둘은 모두 국립미술관으로 엄청난 자료들을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 자료들을 바탕으로 러시아 미술의 역사를 작가와 작품을 중심으로 보여주고 있다. 뒤에 간추린 러시아 미술사에서도 나오지만 이 책은 '이콘'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17세기-18세기, 19세기의 그림들로 넘어간다.

 

'이콘'에서 시작한 러시아 미술사를 서유럽과의 교류를 통해 유럽화되는 미술의 변천, 그럼에도 러시아 특유의 미술 발전을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설명도 간결하고 명료하지만 그림들이 잘 제시되어 있어서 읽고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풍부한 러시아 미술을 감상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여기에 두 미술관을 더 소개하고 있는데, 에르미타슈 박물관과 푸슈킨 미술관이다. 그런데 이 두 곳은 러시아 미술과는 좀 거리가 있다.

 

왜냐하면 이 미술관에도 물론 러시아 미술품들이 소장되어 있겠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두 미술관의 작품들은 러시아가 아닌 다른 나라, 특히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화가들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앞의 두 미술관은 러시아 미술의 변천사를 보여주는 러시아 작가들과 작품들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면, 뒤의 두 미술관은 러시아가 소장하고 있는 세계 미술, 특히 유럽 미술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근대 초기까지 러시아 미술은 세계 미술사에서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러나 그 다음은? 냉전 시대 이후 러시아 미술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리고 이 책에서도 다루지 않는다. 아마 그들도 나름 작품활동을 했겠지만, 그것은 좀더 세월이 지난 다음에 정리가 될 듯하다.

 

눈과 피의 나라라고 하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러시아는 추운 나라다. 혁명의 나라다. 그런 사람들의 성정이 그들의 그림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이 책을 읽는 시간은 러시아 그림에 대해서 보고 읽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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