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 어딘가에는 @ 있다 시리즈
한인정 지음 / 포도밭출판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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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는'이라는 말로 여러 책이 나왔다고 한다. 이 어딘가에는 이란 말에는 우리 삶 주변 어디에서나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는 아직도 자신들 권리를 위해서 싸워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다. 최근 뉴스에 나오는 이야기만해도 싸우는 사람들 많다.


다만, 그 싸우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데, 권리가 인정받기는커녕 권력을 쥔 집단들로부터 탄압을 받는 경우가 더 많다는데 문제가 있다.


파업이 합법이라고 인정받는 경우가 드문 우리나라, 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몇 달째 이동권을 위한 투쟁을 하고 있지만, 그들 주장이 받아들여졌다는 소식은 아직도 전해지지 않고, 오히려 그들이 시위하는 역은 무정차로 지나가겠다는 소리만 흘리고 있는 현실.


지하철 한 역에서 서지 않고 그냥 지나친다면, 그 이유가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 시위라고 몰아붙인다면, 비난의 화살이 누구에게 갈까? 무정차를 결정한 자들에게 갈까? 아니면 시위를 한 장애인들에게 갈까?


한 역이 서지 않는다면 그 역에서 내릴 사람, 또 탈 사람들은 상당한 불편을 겪게 된다. 그것도 출근시간이라면 짜증과 분노에 차게 된다. 가뜩이나 지옥철이라고 불리는 지하철을 타는 일도 고역인데, 서지도 않고 지나가 탈 수 없게 된다면...


그러나 장애인에게 분노의 화살을 돌려야 할까? 오히려 가장 약한 사람, 가장 불편한 사람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대중교통 아닌가. 그런 시설, 편리함이 갖춰져 있지 않다면 장애인만이 아니라 시민 누구나 요구해야 할 일 아닌가. 장애인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면 비장애인 역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으니.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해보지 않은 정치인들, 고위관료들이 출근길 그 고통을 알까? 장애때문에 그런 지하철조차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알까? 그래서 이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는 책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권리를 위한 투쟁이 생각났다.


그들은 모른다. 자신들이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단지 겪어보지 않았기에 너희들도 겪어봐라고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경험하지 않더라도 공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느낄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가끔은 이런 망상을 해본다. 대통령을 비롯한 장,차관 및 국회의원, 지자체장 및 시의원 등과 같은 정치인, 5급이상 고위 관료, 대기업의 임원급들, 또 그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 최소 일주일에 2번 이상은 출퇴근 시간에(7시부터 8시 30분까지) 대중교통을 반드시 이용할 것. 이용했다는 증명을 할 것이라는 규정이 만들어지면 어떨까 하는. 그러면 대중교통이 획기적으로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인권감수성이다. 그런 감수성이 있다면, 요구하기 전에 마련하려는 시도를 했겠지. 하지만 인권감수성이 먼 정치인들, 고위 관료들이 많은 사회에는 요구해야 한다. 싸워야 한다.


이주여성들, 힘들게 살아왔는데, 자기들 힘듦을 어디에도 하소연할 데가 없던 그들이 단체를 만들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렇다. 소리를 내야 한다. 보지도 듣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소리를 질러야 한다. 그들이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도록.


이렇게 자신들의 권리를 스스로 지키려는 옥천 이주여성들의 목소리를 이 책에 담았다. 그들이 겪어온 일들, 자신들의 생각, 자신들이 누리려는 권리 등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이주여성만이 아니라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이주민들이 모두 함께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생각이 드러나고 있는 책이다.


그들은 이주여성이라는 틀에 갇히기보다는 사람이라는 개별성을 인정받고 싶어한다. 가족이라는, 그것도 한국 전통적인 가족 관념에 갇히기를 거부하고, 자신들도 동등한 사람으로서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지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단지 희망에 그치지 않고 그렇게 되게 하기 위해 싸워나가겠다고 한다. 그렇게 그들이 싸우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생김새,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그건 기본이다. 그런데도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대뜸 반말부터 하는 태도들, 돈만 보고 왔다고 생각하는 태도들, 당연히 우리말을 익혀야 하고, 우리말만 써야 한다는 관점들이 왜 문제인지 이 책에 잘 나와 있다.


그들은 사람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위해 싸울 수밖에 없다. 싸우기 위해서 뭉칠 수밖에 없다. 


적어도 이 책에 나온 이 말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 남편의 폭력에 관한 말 중에서... 그냥 지나쳐서는 절대로 안 될 말. 


'애기도 있고 먹고사는 것도 어렵고 그러니까 그냥 참다 참다 죽거나 도망치는 거죠'(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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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가보겠습니다 - 내부 고발 검사, 10년의 기록과 다짐
임은정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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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다. 도저히 중간에 책을 놓을 수가 없다. 이 정도일 줄이야. 우리나라 검찰이. 문제는 있다고 생각했지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이제는 검찰 출신이 대통령이 되고, 많은 부분에서 검찰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 시대에 어쩌면 이 책은 너무도 늦게 나온지도 모른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도 있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이미 늦었다는 말도 있는데, 늦었다. 이 책은. 좀더 빨리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아니, 나올 수가 없었겠지. 이 책을 읽다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도 늦게나마 이런 책이 나와서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진실을 밝히고 진실되게 행동하려고 하면, 여기저기서 압력이 들어오고, 심지어 군대에서나 들어봄직한 '기수 열외'라는 말이 검찰에서도 통용되다니... 제 식구 감싸기. 이를 인지상정이라고 해야 하나. 


권력을 지닌 자일수록, 권한이 많은 자일수록 자신에게 엄격해야 하는데, 많은 권한만큼이나 자신에게 관대한 경우가 많았으니... 권한의 수와 관대함이 비례관계로 가면, 권한이 없을수록 더 가혹해진다는 얘기가 되는데...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공연히 나온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돈으로 이야기했지만, 그 돈을 권한 또는 권력으로 바꾸면 '유권무죄, 무권유죄'가 성립된다. 권력에도 차등이 있어서 같은 검찰이라고 해도 직위에 따라서 엄청난 권한 차이가 있다. 


검찰에서도 이런 권한 차이로 제약을 많이 받는데, 일반인들은 어떨까? 사실 검찰에게 불려가면 누구나 위축되고 두려움에 휩싸이지 않는가. 일반 사람들을 벌벌 떨게 만드는 검찰이, 그러한 권력으로 인해서 자신들에게 엄격하지 않으면 권력이 잘못 행사될 가능성이 많은데...


이 책은 검찰이 얼마나 많이 권력을 잘못 행사했는지, 자신들의 권력으로 인해서 유권무죄 현상을 유지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읽으면서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법에 의해서 정의로운 판단을 기대했던, 그런 모습을 우리나라 검찰이 보여주기를 바랐던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많이 실망할테다.


왜 검찰개혁 이야기가 나왔는지 알게 되고, 검찰이 왜 개혁이 그리도 반대했는지 알게 된다. 검찰 개혁의 길은 여전히 멀고. 하지만, 멈추지 않는다. 이런 검사도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자신의 소명을 다하게 하기 위해 내부 비판을 하는 검사가 있기 때문에... 이런 내부 비판자가 있다는 사실로도 아직 길이 끝난 것은 아니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내부 비판자가 좌절하고, 포기하지 않도록 해주는 일은 권력을 위임한 국민들이 해야 할 몫이다. 바로 내가, 우리가 해야 할 몫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알아야 한다. 검찰의 실체를... 그들이 어떻게 해왔는지를...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답답해지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포기해서도 안 된다는 생각을 한다. 검찰이 검찰다운 검찰이 되기 위해서 힘들지만 디딤돌을 놓는 임은정 검사같은 사람이 있기에.


이 책에 실린 '검사 선서' 참 좋은 말이다. 검사들이 문해력이 나쁘지 않다면, 이 검사 선서대로만 해도 된다. 의사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따라 의사 생활을 하면 좋듯이. 이대로 하지 않는 검사들이 많다면 그들의 문해력을 의심해 봐야 한다. 설마 그 정도로 문해력이 떨어지지는 않겠지...


<검사 선서>


  나는 이 순간 국가와 국민의 부름을 받고 영광스러운 대한민국 검사의 직에 나섭니다.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라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은 것입니다.

  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듯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바른 검사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대해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합니다. 

(임은정, 계속 가보겠습니다. 메디치, 2022년. 초판 5쇄. 318쪽.)


이 선서문에 덧붙일 말이 없다. 이 선서대로 검사 생활을 하면 된다. 그러면 욕먹을 이유가 없다. 견찰(犬察)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게 된다. 선서가 선서로 끝나지 않게 하기 위해 내부 비판자가 있는 것이다. 내부 비판자 없는 조직은 고인 조직이고, 곧 부패한 조직이 된다. 


그러니 이 선서가 제대로 지켜지는지를 감시하는 존재가 있어야 한다. 내부에서도 외부에서도. 최종 판단은 국민이 한다. 그러니, 국민 모두가 검사들이 임용이 될 때 이런 선서를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의사들이 임용될 때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듯이. 그래야 당신들 이렇게 선서했잖아 할 수가 있다.


'내부 고발 검사, 10년의 기록과 다짐'이라는 작은 제목을 달고 있는 임은정 검사의 이 책을 읽으며, 불경의 이 구절들이 생각났다. 종교와 상관없이, 임 검사는 이렇게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고 있었다는 생각.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하는 검사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아는 것이 풍부하고 진리를 분간하며 고매하고 영특한 친구과 사귀라. 이는 여러 가지로 이로우니, 의혹에서 떠나 무소의 뿔처럼 오직 혼자서 걸어가라. (수타니파타, 김운학 옮김.범우사. 2007년 2판 4쇄. 21쪽)


세상의 유희나 오락, 쾌락에 만족하지 말고, 이에 끌리는 일 없이 겉치레를 떠나 진실을 말하며, 무소의 뿔처럼 오직 혼자서 걸어가라. (수타니파타, 김운학 옮김.범우사. 2007년 2판 4쇄. 21쪽)


큰 소리에도 놀라지 않는 사자같이, 또한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에 더렵혀지지 않는 연꽃같이, 무소의 뿔처럼 오직 혼자서 걸어가라. (수타니파타, 김운학 옮김.범우사. 2007년 2판 4쇄. 22쪽)

 

임 검사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그래서 책 제목도 '계속 가보겠습니다'이니, 앞으로 검찰이 검사 선서와 같이 행동하는 검찰이 되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말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검사들이 이 책을 읽을까? 특히 검사장급 이상 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권력을 쥔 자일수록 자신에게 반대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데, 과연 그럴까? 


그렇담 이 책이 지닌 효용은 무엇일까? 검사들에게 읽힐 목적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읽힐 목적이지 않았을까? 검찰은 권력을 위임받은 존재들이니까, 권력을 위임한 사람들이 제대로 권력을 행사하라고 할 수 있어야 하니까. 위임한 권력이 제대로 행사되지 않는다는(또는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야 제대로 행사되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으니까.


그럼 검사들은 무슨 책을 읽어야 하지? 자신들이 반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하는데... 검사에게 주어진 업무량이 너무도 많아서, 사건 기록들만 보기에도 너무 바빠서, 자신들의 행위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간도 없다고 하면... 그건 직무유기 아닐까? 


남들에게 '피드백, 피드백' 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피드백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 자체가 이미 고인물이라는 증거 아닌가. 


짧은 소설 하나 추천한다. 검사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물론 이 소설 주인공은 검찰이 아니다. 경찰 출신이다. 그리고 사서들. 하지만 그 경찰을 검찰로 바꾸어도 된다. 그렇게 자신을 정당화하려고 책을 읽었지만, 읽을수록 자신의 행위가 정당화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인물.


김연수 소설집 [세계의 끝 여자친구]에 실린 '내겐 휴가가 필요해'라는 소설이다. 소설 속 경찰은 깨닫기라도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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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린 다시 만나야 한다 - 가슴으로 써 내려간 아름다운 통일 이야기
이성원 지음 / 꿈결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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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경색된 정국.


군사훈련이 재개되고, 긴장은 고조되고.


남북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게다가 유럽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평화로운 시기보다는 전쟁이나 갈등 시기가 더 많았다고 하는 말도 있는데, 그 말이 사실임을 입증하려는 듯이 여기저기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그런데도 평화롭게 해결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강대강.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군사력에는 군사력으로 대응하려고 한다.


햇볕정책이라는 말이 이제는 먼 과거의 유물로 취급되고, 남북이 교류하던 모습들도 과거로 사라져 버렸다.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남북단일팀...정상회담. 이것들이 단지 한두 번 벌어지는 이벤트성 일들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는, 민간교류도 이루어지고, 서로가 서로를 자유롭게 왕래하는 미래를 꿈꾸었지만, 미래는 과거 속으로 다시 들어가버리고 말았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남북 관계는 과거 냉전시대의 남북관계와 비슷하다. 서로를 비난하기 바쁘고, 군사력을 과시하기 바쁜 시대.


예전 전쟁으로 이산가족들이 생겼고, 그들이 생전에 만나지도 못하고 죽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제는 그런 인도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이산가족 만남조차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니...


이 책을 읽으니 과거 남북이 그래도 서로 교류하던 때가 떠오른다. 다른 점이 있어서 갈등도 하지만 그럼에도 만남 자체를 끊지는 않았던 때.


그 시절 통일부에서 근무하면서 북한을 많이 다녀왔던 저자가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풀어놓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북한 바로 알기라는 말이 있는데, 이 책은 바로 알기 위해서는 내 입장만 고수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북한 사람들과 수많은 만남을 통해, 또 교섭을 통해 그들도 우리와 같음을, 우리는 함께 해야 함을 저자는 느꼈고, 통일의 필요성을 몸으로 깨달았다고 하는데...


저자가 겪었던 일들이 과거의 일로 그치지 않고 현재에도 미래에도 실현이 되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한다. 


통일은 이렇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 교류가 다시 이루어져야 한다. 만남이 있어야 갈등이 해소될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책 제목에서 강조한 것처럼 '그래도 우리는 다시 만나야 한다.' 이 책은 그 점을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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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의 미래를 파는 상점 - SF 소설가가 그리는 미래과학 세상
곽재식 지음 / 다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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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다. 이미 실현되기 시작한 상품들도 있고. 우리가 상상하던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그것들이 어떻게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할지 생각하는 책이다.


가전코너, 식료품 코너, 잡화 코너, 계산대와 특별 판매 코너라는 네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지금 기술에서 한발 더 나아간 기술들을 상상으로 선보이고 있다.


가령 배터리는 지금의 형태에서 발전해서 구부러지는 배터리, 또는 옷이 배터리가 될 수 있다는 상상을 하고, 로봇이 상용화되어 상점에 가면 점원과 더불어 손님을 응대하는 세상, 3D프린팅으로 못 만들어내는 물건이 없는 세상.


동물을 죽여 고기를 먹지 않고, 인공육으로 고기를 수급하게 되는 세상, 인공육에 대해서는 다른 책에서도 많이들 언급을 하는데, 친환경 고기라는 명목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지금도 어느 정도는 실시하고 있는 스마트 농장이 있고, 유전자 편집에 관한 내용이 있다. 이들에 대해서는 찬성과 반대 의견이 있으니, 그에 대해서 더 깊이 있게 공부하면 좋을 듯하다.


여기에 더해서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자율자동차는 지금 많이 발전되어 있으니, 이 책에서 말한대로 미래에는 상점에서 판매할 수도 있겠다. 거기에 연료를 석유만이 아니라 다양한 연료를 개발해서 쓸 수 있는데, 바이오 연료에 대해서는 더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기후변화 적응 기술은 정말 필요하다. 기술이 발전해서 기후 변화, 기후 위기를 초래했는데, 이를 기술로 극복하려는 모습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기존의 기술을 뒤로 돌리기는 힘드니, 지구에 더 나은 기술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막으려는 노력과 함께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기술을 만들려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


이런 것들과 3D프린터와 연결지어 모듈화 건축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지금도 모듈 건축은 이루어지고 있는데, 앞으로는 더 발전하지 않을까 싶다.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 이제는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향하게 된다. 먼 우주로 나아가려는 인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세계를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데, 미래의 상점에서 파는 상품들, 그런 상품들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단지 이런 상품들만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회에 살고 싶은지, 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생각하게 된다.


무작정 이 책에 나온 신기술, 신상품들에 열광하기보다는, 그것들이 지닌 의미를 더 깊게 생각해 보는 태도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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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아빠가 됐다 - 가난의 경로를 탐색하는 청년 보호자 9년의 기록 이매진의 시선 6
조기현 지음 / 이매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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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답답한 마음이 들게 하는 책이다.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이 됐다고 떠들어댄 게 얼마 전인데...이런 일은 정말 흔하지 않은 일이라고. 아주 특이한 일이라고. 우리나라 정말 대단한 나라라고 홍보한 적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선진국이라는 말을 어떤 지표로 이야기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적어도 선진국이란 국민들이 굶어죽고, 얼어죽고, 더위로 죽지 않는, 즉 생계로 인해 자신의 목숨을 걸지 않아도 되는 나라 아닌가. 병에 걸렸다고 방치되지 않는 나라, 장애가 있다고 배제되지 않는 나라, 그런 나라가 선진국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 과연 우리나라가 선진국 맞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돌봄을 가족에게 맡기는 나라, 그것도 먹고 살기 힘든 젊은이가 부모 봉양을 위해서 이리 뛰고 저리 뛰지만 그나마 법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제대로 지원도 받기 힘든 나라. 그런 나라가 과연 선진국인가?


지금 거리를 지나다 보면 무슨무슨 요양병원 간판이 많이 보인다. 병원만큼 요양이라는 이름을 단 병원이 많이 생겼다. 요양병원, 가정에서 돌보기 힘든 분들을 모신 곳. 그런데 가정에서 돌볼 수 이들이 얼마나 될까.


헬조선, 금수저, 흙수저 이런 말이 나오는 이 사회에서 가정에서 돌봄을 실현할 수 있는 집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돌봄에 가정을 제일 먼저 앞세우고 있다. 돌봄은 가족들이 먼저 하는 일. 사회는, 나라는 그 다음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런가? 아버지 나이가 50이 되기 전에 치매에 걸렸다. 경제 능력이 없다. 일을 할 수는 없는데, 병원에서 치매 검사를 하면 초기라고, 충분히 치료 가능하다고, 치매라고 할 수 없다고, 그냥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한다.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말은 노동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치매환자가? 


이 책을 읽으면서 치매 진단이 이토록 형식적일 줄은 몰랐다는 생각을 했다. 가족들이 느끼는 치매와 의사가 진단하는 치매 수준이 이토록 다를 수가 있나?


거기에 노동능력이 있고 없고를 판별하는 공무원들, 또 기초생활수급자냐 아니냐를 판명하는 공무원들과 실제 생활하는 사람들의 괴리. 이 책에서 너무도 잘 느낄 수가 있다.


겨우 20대. 아직 자기 자리로 잡지 못한 나이. 그런데 졸지에 아빠의 보호자가 되어 버렸다. 나도 아직 직장을 못 잡았는데, 생활이 안 되었는데 아빠는 생활할 수가 없고, 내가 봉양해야 한다. 아니 나밖에 봉양할 사람이 없다. 졸지에 부양가족, 보호자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법적으로는 의사 진단으로는 아니란다. 충분히 생활핧 수 있단다.


병원비가 천만 원이 넘어가는데, 돈은 없는데... 기껏 전세보증금을 빼내어야 겨우 낼 수 있는 병원비. 나아지지 않는 아빠 상태. 그렇다고 돈이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직업을 갖지 못한 나.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큰소리를 내야 한다. 그러면 조금이라도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점도 문제다. 그런 절망에서 이 책은 쓰였다. 그리고 그 절망이, 절망 속에서 피어낸 희망이 이 책에 잘 나타나 있다.


아빠의 아빠가 됐다. 결국 나는 아빠의 보호자로 살아야 한다. 아직 사회에서 자리잡지도 못했는데... 이것이 과연 개인의 책임일까? 가족의 책임일까? 사회가 나라가 해줄 일은 없는가. 이 책은 그 질문을 한다.


그리고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효자가 되기보다는 시민이 되겠다고. 효자, 이는 개인에게, 가족에게 돌봄을 맡기는 말이다. 사회는 뒤로 한 발 빠져 있고, 돌봄에 대한 책임을 가족에, 개인에 묻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니 저자가 효자임을 거부할 수밖에 없다. 당연한 말이다.


이제 돌봄은 개인, 가정을 떠나 사회가 나라가 떠맡아야 한다. 그게 선진국이다. 읽으면서 저자의 사연에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과연 저자가 희망적으로 말한 것이 이루어졌을까 하는데는 의문을 표시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어려운 상황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은 사회ㅡ나라가 돌보지 못했던 사람들, 가족이나 개인이 돌보고 있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래서는 안 된다. 그래서 이 책이 소중하다. 정말로 돌봄 주체는 누가 되어야 하는가? 바로 사회가, 나라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돌봄에 개인, 가족을 들먹여서는 안 된다. 그건 사회, 나라의 책임이다. 그 점을 너무도 잘 드러낸 이 책. 개인의 경험을 통해서 사회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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