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헌법을 만들다 - 제헌국회 20일의 현장, 2024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도서
안도경 외 지음 / 포럼(도서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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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국군의 날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이 되었다. 한때 공휴일이었으나 제헌절과 함께 공휴일에서 제외된 날이었는데. (한글날은 제외되었다가 다시 공휴일이 되었으니 논외로 하고) 


왜 국군이 날을 언급하냐고? 그것은 올해 제헌절은 임시 공휴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국군의 날과 제헌절 중에 어느 날이 더 비중이 크냐고 하면 난 당연히 제헌절이라고 하겠다. 왜냐하면 국군에 대한 규정이 헌법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헌법을 공포한 날이 바로 제헌절이기 때문이다. 


헌법의 하위에 속해 있는 국군을 기리는 날이 임시 공휴일에 되었는데, 정작 우리나라의 법 근간인 헌법을 제정한 날은 공휴일이 아니다. 공휴일이 아니니 사람들이 그 날이 어떤 날인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숫자를 달달 외우는 학생들에게도 광복절, 삼일절은 언제인지 알아도 제헌절은 언제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들과 관계없는 날이라고 여기니까. 


그렇지만 헌법은 우리 모두와 관계가 있다. 우리들의 삶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헌법이다. '헌법재판소'가 있어 수많은 위헌 신청을 하지 않는가. 법이 문제가 있다면 우리는 헌법에 호소를 한다. 그만큼 헌법은 우리 국민들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믿고 기댈 언덕이 된다.


이 헌법을 만들 때 어떠했을까? 단지 1948년 7월 17일에 공포했다는 사실만을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 책을 통해서 헌법을 기초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며칠 동안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문구, 자구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쓰며, 또 헌법에 기록되지 않았더라도 회의록에라도 헌법 정신을 남기려는 정신을 알게 됐다. 또한 제헌의회 의원들의 높은 수준과 열의도 알게 되었고. 그들은 결코 헌법을 속성으로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자신의 신념과 당시 처한 우리나라 상황과 우리나라 인민들(헌법 조항에 대한 논의 중에 국민이냐 인민이냐 하는 논쟁도 벌어지니)이 처한 현실, 그리고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종합해서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한다. 


남의 의견을 완전히 묵살하지도 않고 또 그간 우리가 숱하게 보아왔던 식으로 몸싸움도 하지 않고 절차에 따라서 의견을 제시하고 가부(可否)를 논해 헌법 조항들을 수정하고 결정해 나간다.


그동안 헌법 제정 기간 동안 벌어졌던 회의록을 바탕으로 정리해서 낸 것이 이 책인데... 말을 그대로 옮기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다. 의장이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의장인 이승만이 연로한 관계로 부의장인 김동원, 신익희가 주로 진행을 한다. 그런데 이승만이 진행을 할 때는 이 편집본에 의하면 부의장들이 진행할 때와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진다.


무엇인가, 글만으로는 그렇다고 확신할 수 없지만, 내 편견이 작동한 결과일지도 모르지만, 김동원, 신익희는 자신들과 동등한 급의 국회의원이라 여기지만, 이승만은 자신들과 다른 권위를 지닌 사람으로 대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 또 이승만의 진행은 상당히 권위적이다. 헌법 독해 후반으로 가면 이승만의 이런 모습이 잘 드러나는데...


그것은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에 관한 조항을 부칙에 넣자고 할 때 나타난다. 이 부칙에 '~할 수 있다'로 있단 조항을 '~한다'로 고치자는 김동명 의원의 주장에 (당연히 그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고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정신차려라 하는 것은 그것은 도저히 말이 안 됩니다. 그러니까 표결해 주십시오.) 하니 이승만은 '제2 독회에서 부결된 것 문제삼지 말고 다음으로 넘어갑시다.'라면서 논의를 종결한다.


물론 이 과정에 문제 삼을 수는 없다. 제2독회에서 부결되었으니 다시 논의하는 것이 문제 있다는 말도 일리가 있고, '법률상으로 법리적으로 불소급의 원칙으로 규정된 특별법'(서상일 의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다'라고 한다는 말도 일리가 있지만, 이런 법리를 떠나서 민족정기를 세운다는 입장에서, 그것도 제헌 헌법에서 부칙으로 정하는 마당에 '~할 수 있다'는 말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과 같기에, 이승만이 이렇게 넘어간 것이 나중에 반민특위를 해산하는 데에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참고로 이승만은 제2독회를 끝내면서 이렇게 말했다. 물론 의미는 다르겠지만, '여기서 문구라든지 글자를 정정할 것이 있으면 3독회에 가서 작정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까 사흘 동안 휴회하는 동안에 헌법 기초안의 문구과 글자를 교정하고 동시에 정부수립법안을 월요일 아침까지 제정해서 내놓기로 하십시다.'라고 하고 있다.


결국 채택된 구절은 부칙에

제101조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1945년) 8월 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

로 되어 있다.


이만큼 치열하게 논쟁이 되었다는 증거가 된다. 문구, 글자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쓰면서 헌법을 만들려고 했고,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헌법을 제정하여 공포했다는 의의도 있다.


그리고 헌법 전문에 임시정부를 계승했다는 말도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으니... 소위 뉴라이트라고 하는 사람들, 처음 공포된 -그들이 그리도 우상으로 삼는 이승만이 회의를 주도하여 통과시킨 제정 헌법의 전문을 읽어보는 것이 어떨지... 이 전문의 앞부분도 상당한 논의를 거쳐 확정이 되었으니...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 라고 되어 있으니... 


헌법은 몇 번 개정이 되었는데, 지금 헌법의 전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ㆍ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ㆍ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분명 건립이라는 말이 나온다. 건립이 건국과 다르다고 할 것인가? 제헌 헌법에 분명히 재건이라고 쓰여 있음을 그들은 부정하는 것인지... 건립, 재건이 건국과 다르다면 왜 반민특위를 설치할 법을 헌법 부칙에 만들자고 했을까? 이것을 당시 우익들도 반대하지 않았는데... 


보수란 기존의 가치를 수호하는 집단이라고 한다면, 이들이 건국절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헌법에 이미 삼일운동으로 건립했다고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이 책을 통해서 우리 헌법이 제정되는 동안 벌어진 일들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었다. 다양한 의견, 그리고 치열한 논쟁. 그것으로 탄생한 우리의 헌법에 대하여. 더 논의하지는 않겠지만 제헌 헌법에는 '경제민주화라고 할 수 있는 이익 균점'에 관한 조항도 있으니...그들이 꿈꾸었던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이 헌법에 잘 나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날인 제헌절이 공휴일이 아니라니... 국군의 날은 비록 임시긴 하지만 공휴일로 한 해 지정이 되었는데... 우리가 헌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것을 읽고 생각하는 시간을 지니려면 제헌절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왜 우리가 제헌절날 쉬는 거지? 의문을 가지고 생각을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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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의 두 얼굴 - 인공지능이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금준경.박서연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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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우리에게 챗GPT가 다가왔다. 내가 모르쇠하더라도 이미 챗GPT는 우리 곁에 있다. 있는 존재를 없다고 한들, 없어질 수가 없다. 그렇다면 받아들여야 한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이다. 


이 어떻게를 잘하기 위해서는 리터러시가 필요하다. 문해력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여기서 이해력이라고 해도 좋고, 사용력이라고 해도 좋다. 잘 이해하고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리터러시라고 한다면, 챗GPT 리터러시가 필요한 지금이다.


그렇게 하려면 챗GPT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알아야 무엇을 할 수 있지. 이 책은 그러한 챗GPT에 대해서 장점과 단점, 그리고 지금까지(2023년) 발전되어 온 챗GPT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여기에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챗GPT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이야기한 내용을 싣고 있다.


어렵지 않게 챗GPT에 접근할 수 있다. 마냥 두려움에 휩싸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만만하게 보지도 않고 지금까지 챗GPT가 발전해온 과정을 만나게 된다. 그 과정 속에서 일어났던 여러 문제들도, 그것들이 해결되어 가는 과정도 서술되어 있고, 아직까지 논쟁 중인 문제도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도 챗GPT가 왜 나오게 되었는지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기본이다. 돈이 목적이 아니어야 한다. 이윤을 생산하기 위해서 챗GPT(다른 많은 인공지능들을 대표해서 가장 널리 알려진 챗GPT라는 말을 쓴다)를 독점해서는 안 된다. 


또한 챗GPT로 인해 일어나는 부작용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 인간 위에 군림하도록 해서도 안 되지만, 소수의 인간만을 위한 기술이 되게 해서도 안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본말전도(本末顚倒) 라는 말을 생각한다. 인간을 위해서 만들었다면 인간을 위해서 써야 한다. 그 점을 기본 원칙으로 하면 된다. 자본이 먼저가 되지 않게.


인간을 위해서 챗GPT가 나왔다면 챗GPT는 우선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그들이 더이상 어려운 생활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해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많은 사람들의 이익을 실현하도록 해야 한다.


노동의 괴로움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창작에 영감을 주는 방향으로, 기사 작성 시 자료 수집과 정리를 편리하게 하는 방향으로 등등.


이것이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누르는 방식으로 작동되지 않게 해야 한다. 인간의 활동, 정서, 즐거움 등을 막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게 해야 한다. 


그래서 우선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인공지능이 작동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챗GPT의 장점을 잘 이야기해주고 있으니, 충분히 인간의 행복을 증진하는 쪽으로 작동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챗GPT가 궁금한 사람들 읽어보면 많은 참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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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 법 - 10년 앞선 고령사회 리포트
김웅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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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초고령사회(65세 이상의 인구가 20%이상인 사회)로 진입한다고 한다. 일본만이 아니라 우리나라도 초고력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일본이 먼저 고령사회의 일들을 겪었다면, 우리는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일본에 대한 호오를 떠나서 일본은 고령사회, 초고령사회를 맞이하여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은 우리나라에 올 초고령사회를 준비를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의도로 쓰였다고 할 수 있는데, 일본 사회가 어떤 준비를 하고 있으며,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처음에 일본의 '치매 카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것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치매에 걸렸다고 격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치매 카페의 발상이고 좋은 결과를 낳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치매 카페'와 더불이 노령으로 이동이 힘든 사람을 위한 '주문형 교통, 가사 대행 서비스, 슬로 계산대' 등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니, 일본은 고령 사회를 맞이하여 다양한 방법을 실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반려동물의 노령화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니, 곧 우리에게 닥칠 일들을 미리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고령자들의 연금은 어떻게 될까? 노령자들이 일을 주저하게 만드는 것이 소득이 특정 금액을 넘으면 연금을 깎는 제도라고 하는데, 이를 일본은 연금을 삭감하지 않게 하는 최고 소득을 인상해서 노령자들이 적극적으로 일에 참여하도록 한다고 한다.


더불어 홀로 남은 노인을 위한 상속제도도 개편하고 있다고 하는데, 소득에 관해서 노령자들도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있다. 이것이 나이가 들어도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도록 하는 제도가 된다.


또한 나이가 들었다고 그냥 집에만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간단한 농사일이나 보육 활동에 종사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도 배워야 한다.


간병이나 의료 문제에 대해서도 노인들을 배려하는 제도를 정착시키려 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가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역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기 시작했으니, 일본이 시행하고 있는 제도들을 면밀히 살펴서 우리 실정에 맞도록 개선해서 도입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갈수록 늘어나는 '데이케어선테와 요양원, 요양병원' 등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는 일본에게서 배울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시간을 보내는 장소가 아니라 건강하게 다른 일도 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그들의 정책은 우리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 실시하고 있는 구체적인 제도들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어서 초고령사회에 대비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일본의 고령자들은 상당한 자산가로 알려져 있다. 1,900조 엔, 우리 돈으로 1경 9000조 원에 달하는 전체 개인 금융자산 가운데 3분의 2(64.5%)가 60세 이상 고령자들의 주머니에 들어 있다.(2018년 일본은행 자산통계) 75세 이상 고령자의 자산만 해도 전체의 22%에 달한다.
치매 머니 - 치매 환자 계좌의 돈은 원칙적으로 인출이 불가능하다. 인출에 대한 본의의 동의가 어렵기 때문이다. 은행 예금뿐만 아니다. 치매 고령자 명의의 부동산이나 자산은 사실상 동결된 것이나 다름없다. 치매 환자의 자산도 치매에 걸리는 셈이다. - P71

이들은 치매 머니 동결 방지책으로 ‘가족신탁‘과 ‘성년후견인‘을 활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 P72

60세가 지나도 사회와 인연을 유지하려고 하고,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는 힘을 키우고, 무리하게 애쓰지 않고 자신의 속도에 맞춰 현재의 생활에 집중하는 세대 - P128

입주 고령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요양원이 일본에 등장했다. 148쪽

한 그룹은 농작물 재배-판매 일을, 또 한 그룹은 인근 보육원에서 육아보조 일을 한다. 149쪽. - P149

기저귀를 사용하지 않는 자립 배설은 이 요양원이 운영하고 있는 자택 복귀를 위한 네 거지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자택 복귀를 위해 가자 먼저 수반되어야 할 것이 자립 배설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자택 복귀를 위한 세 가지 케어 프로그램은 충분한 수분 섭취, 충분한 영양 섭취, 충분한 운동량 확보를 위해 짜여 있다.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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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쟁 - 글로벌 인공지능 시대 한국의 미래
하정우.한상기 지음 / 한빛비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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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현재 인류에게 주어진 가장 큰 화두이지만, 너무 부풀려져도 안 되고 너무 어렵게 받아들이거나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9쪽)라고 이 책의 저자 중 한 사람인 한상기는 말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입니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면 결국 종속으로 가는 길만 남게 된다는 것을 역사로부터 배웠습니다. 개인들은 인공지능의 능력과 한계를 제대로 알고 써서 나의 경쟁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함니다. 아직은 초창기의 불완전한 기술입니다.' (345-346쪽)라고 또다른 저자인 하정우는 말하고 있다.


두 사람의 말은 맥락이 같다고 할 수 없다. 이미 우리 곁에 온 인공지능이다. 거부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세계적인 추세와 우리나라의 상황을 살피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이야기한 것이 이 책이다.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별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이 책을 보니 우리나라도 인공지능 강국이라고 한다. 세계 10위 안에 드는 나라라고 하고, 이미 많은 분야에서 발전을 이루었다고 하니, 인공지능에 관한 것이 다른 나라의 일이라고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세계는 앞으로도 인공지능의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이미 시작된 인공지능에 대한 개발이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인류에게 주어진 큰 화두라는 말과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는 말이 의미하는 바가 그것이다. 


어느 한 나라가 멈추었다고 해서 모두가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멈추지 않은 나라는 다른 나라들 위해 군림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어느 한 나라도 인공지능 개발을 중단할 수가 없다. 뒤처질 것이 뻔한 것을 알면서, 그러면 다른 나라에 종속될 것을 알면서도 개발을 멈출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공지능 개발의 윤리다. 사회적 합의, 숙론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자본의 논리에 따라서 무한정 앞으로 나갈 것이고, 인류에게 어떤 치명적인 해가 될지 알 수가 없다.


지금까지 개발된 인공지능만으로도 인류가 위협을 느끼기도 하는데, 여기서 더 나아간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두려움에 차서 거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인공지능을 개발할 때 가이드라인을 지켜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가이드라인은 '인공지능은 사람의 목숨과 관련해서는 가치판단을 하지 말라'(310쪽)여야 한다고 한다.


사람의 목숨은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 그래서 사람의 목숨과 관련된 일에 인공지능이 가치판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사실. 이 사실 하나만은 꼭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가이드라인을 지키면서 인공지능을 개발한다고 해도 많은 문제가 생길 것은 자명하다. 그럼에도 인공지능에 대한 개발을 멈추지 않으리라는 것도 분명하다. 


처음에는 개발된 자료들을 공개했던 많은 기업들이 이제는 비공개로 돌아선다고 한다. 공개해서 인류가 협업을 해서 인류의 생활을 개선하는 쪽으로 나아가려는 목표를 지녔었다면, 이제는 돈이다. 자본이다. 이윤을 위해서 인공지능에 뛰어드는 기업이 늘어났다. 나라도 마찬가지고.


그런 이윤을 우선시하면 인류의 가치는 뒤로 처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지 않게 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 아닌가 한다. 


인공지능이 쓰이는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도 이 대담집에 잘 나와 있고, 그것의 한계에 대해서도 살피고 있다. 동의하지 못하는 내용도 있지만,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내용도 많다. 아직도 규제가 많은 우리나라라서 인공지능이 각 분야에 도입되는 시기가 늦춰지고 있다는 말에는 동의하는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이미 벌어진 인공지능 개발을 없던 것으로는 할 수 없으니,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자 중 한 명인 하정우의 말처럼 자꾸 써 보는 수밖에 없는 것인가. 써보면서 개선점을 찾아가야 하는가. 그 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나라를 떠나서 인류를 위해서 모두 머리를 모아 이야기해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이윤을 넘어서.


이윤을 넘어서지 않으면 인공지능이 재앙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불길한 생각이 드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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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규모의 의학 - 루돌프 비르효, 자유주의, 공중보건학
이안 F. 맥니리 지음, 신영전 외 옮김 / 건강미디어협동조합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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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의료 대란이다. 누구는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겪어본 사람은 안다. 지금 우리나라 의료는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음을. 그것도 생명이 경각에 달린 사람들, 소위 골든타임이라고 하는 시간을 지키기 힘들다는 사실을.


응급실 뺑뺑이! 이런 말이 통용되는 현실이라니. 이렇게 환자를 거부하는 의료진들이 있다니... 거부가 아니라 할 수 없으니, 살리기 위해서는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과연 그들이 지금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 살펴보면 답답한 마음만 든다.


공공의료라는 말은 말로만 존재하나 보다. 의료가 이익과 결부되었을 때 의료의 공공성은 사라진다. 공공의료보다는 민간의료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받는다고 단체 행동을 할 때 그들을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이 하나도 없다. 오로지 그들의 선의에 맡겨야만 한다.


상대의 선의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누가 말했던가. 말만 번지르하게 하고 정작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그야말로 부작위의 잘못을 범하고 있다고 보는데...


이때 독일에서 공공의료(사회의료?)에 대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던 비르효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했다는 이 말.


"의학은 하나의 사회과학이며, 정치는 거대한 규모의 의학과 다르지 않다." (17쪽)


정치가와 의사는, 동일한 사람도, 같은 분야도 아니지만, 적어도 사회적 상처에 대한 정치적 처방을 위해 협력해야 할 책임이 있었다. (18쪽)


이 말을 빌리면 의사들을 비난하기 전에 정치가들을 비난해야 한다. 정치가들의 잘못을 지적해야 한다. 그들은 의료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국민들을 의료 대란 속으로 밀어넣었다. 한마디로 사회적 상처에 대한 정치적 처방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정치적 처방을 아예 하지 못하고 있다고 봐도 된다.


그러니 그들이 '거대한 규모의 의학'은커녕 작은 의료 행위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에 의사들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의사들이 사회적 책임을 지고 일할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정치의 책임이니, 우선 책임을 정치에 물어야 한다.


계속 비르효의 말을 보자.


의료개혁 운동은 언제나 사상과 이상주의의 하나였으며, 단순히 특수 이익을 위한 정치는 아니었다. (61쪽)


의료개혁은 사상과 이상주의의 하나라는 말. 우리 사회의 의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 의료 개혁을 시도했으나, 개혁이라는 말이 의대 정원 증원이라는 문제로 국한되어 버린 지금. 아니다. 의사 수가 늘든 줄든 의사들은 우선 사람을 중심에 놓고, 그것도 치료를 받기 힘든 사람을 우선으로 자신들의 행위를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비르효는 '의사들은 빈자들의 천부적 옹호자이며 사회 문제는 상당 부분 그들의 관할권 내에 있다.' (64쪽)고 하고 있으며, '가난한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의학적 개입이 진정한 사회의학의 가장 확실하고도 구체적인 적용이며, 따라서 의료정치의 버팀대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선 의료 분야의 부적절한 제도로 인해, 전염병과 일반적인 가난이 증가했다고 하면서, 의료는 가난한 사람들을 '그들의 비정상적 상황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제공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69쪽.)고 한다.


이러면서 비르효는 의사들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한다. 당시 의사들의 수입은 다른 직종에 비해 많이 낮았다고 하는데, 처우를 개선하면서 그들에게 책임을 지게 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상했다.


그렇다면 이미 의사들의 처우가 최상층에 해당하는 우리 사회는 어떤가? 그들의 임금은 최고라고 할 수 있지만 근무 환경은 그렇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의사들은 환자들을 더 잘 돌보기 위해서 자신들의 근무 환경을 좋게 바꾸어 달라고 주장해야 한다. 장시간 근무시간이라면 의사 수를 증원해서 교대 근무를 해야 하고, 시설이 열악하다면 시설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단지 의사 수 증원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나라 의료의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공공의료가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너무도 적은 지금, 공공의료를 확충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당시 비르효는 상수도, 하수도 시설에 대해서 이런 주장도 했다. 즉 공공시설은 민간에 넘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비르효는 시 상수도 시설에 대한 그들의 서투른 관리와 재정을 민간 기업에 넘기려는 열망을 지적하면서, 이 새로운 운하와 연결하도록 하는 권한은 반드시 지역사회 자체에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115쪽.)


여기서 의료는 '공공'에 해당하는가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의료가 공공에 해당한다면 민간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지자체가 담당해야 한다. 민간의료보다는 공공의료를 더욱 확충해야 한다.


공공의료 시설을 개선하고, 근무 여건을 좋게 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응급실 뺑뺑이라는 말이 사라질 수 있다. 응급 처치를 할 수 있는 시설, 의사들도 확보해야 한다. 그들의 희생에, 선의에 기대지 말고, 그렇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의료의 공공성이고, 의사뿐만 아니라 환자들도 함께 좋아질 수 있는 길이다. 이러한 논의를 해야 할 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비르효에 관한 이 책을 읽으면서. 물론 지금은 그의 생각이나 또 이 책을 쓴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기 힘든 부분도 있지만, 적어도 의료는 정치라는, 정치 역시 의료라는 말은 아직도 유효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가 '거대한 규모의 의학'이라면 우리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치가 정신차리게 해야 한다. 예전에 미국에서 나온 말을 비틀자.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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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4-09-27 16: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정치!
돈!

kinye91 2024-09-28 15:48   좋아요 2 | URL
정말 정치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돈! 이것은 경제가 아니라 정치로 풀어야 할 때가 더 많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