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라이어 -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
말콤 글래드웰 지음, 노정태 옮김, 최인철 감수 / 김영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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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라이어'


오래 된 책이다. 글래드웰이 쓴 "타인의 해석"을 읽고 그 전에 쓴 이 책도 읽게 되었다. 뛰어난 사람이라는 뜻보다는 성공한 사람, 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사람으로 풀이를 하는 것이 좋은 제목인데...


책의 앞부분에 아웃라이어에 대한 뜻이 나와 있다. '1. 본체에서 분리되거나 따로 분류되어 있는 물건 2. 표본 중 다른 대상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통계적 관측치'라고 되어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보통에서 벗어난 존재라는 뜻이다.


사람으로 치면 뛰어난 사람, 한 마디로 정리하면 천재라고 할 수 있다. 단지 천재라고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에서 그 재능을 발휘한 사람으로 해야 한다. 천재라고 할 수 있는 사람 중에서 사회에서 그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사람도 많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그러한 천재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 중에서 어떤 사람이 자신의 재능을 발휘했는지를 살펴본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 누구나(물론 재능에 따른 구분은 있다) 천재로 태어날 수는 있지만 누구나 재능을 펼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거나 들어본 삼국지를 보라. 제갈공명이라는 이름은 잘 알고 있지만 방통이라는 이름은 잘 모른다. 제갈공명이나 방통이나 능력은 비슷했다고 할 수 있는데, 공명은 자신의 재능을 십분 발휘했고, 방통은 다 발휘하기도 전에 죽음에 이르고 말지 않았던가. 같은 능력이라도 서로 다르게 발휘하고 있음을 이 예에서 잘 알 수 있다.


또한 아웃라이어를 읽으면서 사자성어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이 떠올랐다. 주머니 속의 송곳이란 뜻으로 감추려고 해도 드러나는 존재라는 뜻인데, 뛰어난 사람을 의미하는 말이다. 그런데 주머니 속의 송곳이 아무리 드러나 보여도 주머니에서 꺼내 쓰지 않으면 끝이다. 쓰일 수 있도록 사람, 환경, 시대 등등을 잘 만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머니 속에서 그냥 잊혀질 뿐이다.


천재들도 마찬가지다. 성공한 소수의 천재들이 천재로 남아 있는 이유는 그들은 사회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브레히트의 시 '살아남은 자의 슬픔'에서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고 했듯이 그들은 성공했기에 천재로 불리는 것이다.


아웃라이어가 된 것은 그들이 사회에서 재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즉,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은 운이 좋아서 그렇게 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그들이 특출한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여지없이 부수는 것이 바로 이 책이 하는 일이다. 이 책은 그들이 재능은 성공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한다. 성공에는 재능에 더해서 더 많은 것들, 가령 문화적 유산이나 가정 환경, 태어난 시기, 자라난 시기 등과 같은 시대, 그리고 무엇보다 노력(무려 1만 시간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 점을 여러 사람들을 통해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 다른 사람의 재능을 부러워하기만 하고, 자신의 재능 없음을 탓하는 것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임을 알게 된다. 재능 탓을 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9장 마리타에게 찾아온 놀라운 기회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가정 형편도 좋지 못하고 그렇다고 아주 뛰어난 재능도 있지 않고, 문화적 유산도 별로 없는 마리타라는 인물이 나름대로 재능을 펼쳐가게 되는 조건, 그것은 그런 사람들도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 주는 일이다.


그런 역할을 학교에서 할 수 있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바로 9장이다. 이런 학교 교육이 가능하려면 가정 형편에 따라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조건이 엄청나게 다르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모든 것을 네 자신의 노력에 달려 있다고 하는 것이 허구임을 깨달아야 한다.


이미 조건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출발선이 달라진 사람들이 있음을, 그 사람들도 출발선을 교정해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준다면 다양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여기에 재능은 아주 특출한 한 명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재능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음을, 그들의 재능을 숫자로 명확히 나눌 수 없고 어느 정도 수준이면 그 다음부터는 환경과 노력에 따라 달라짐을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오죽하면 이렇게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고 한다.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는 복잡한 입학 과정 대신 일정한 범위에 속하는 사람들을 무작위로 추첨할 것을 엘리트 학교에 권하기도 했다.

  "사람들을 두 범주로 나누는 겁니다. 충분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요. 충분한 사람들은 추첨 통에 들어가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못 들어가지요."

  물론 슈워츠는 자신의 생각이 받아들여질 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완벽하게 옳다. (102-103쪽)


우리나라로 치면 대학에서 공부할 능력이 있는 학생을 측정하는 것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일명 수능)인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이를 등급별로 나누어 다시 피말리는 서열화를 시키고 있으니... 이 책에 의하면 일정 등급의 학생들은 비슷한 재능을 지니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들에게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 문제, 두 문제로 등급이 갈리고 그 다음에 그들에게 주어진 교육 환경, 그리고 사회 인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인생의 길이 확연히 달라지고 만다. 더 많은 사람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소수만을 위한 등급화로 원천봉쇄하고 있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 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소수의 몇몇을 위해 재능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을 낙오시키는 것이 아니라, 대다수의 재능 있는 사람들이 소수가 받을 수 있던 문화,교육, 경제 등등의 혜택을 받게 해야 한다.


이 책 아웃라이어는 소수의 천재들은 타고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에게는 비슷한 재능이 있다. 아니, 적어도 소위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과 비슷한 재능을 지닌 사람은 많다. 그 많은 사람들이 몇몇에게 가려 재능을 발휘할 기회도 잡지 못하고, 또 일찍 좌절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하는 것이다.


많은 재능있는 사람들이 재능을 발휘해서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출발선이 달라진 사람들에게는 그것을 보정해주어야 하고.


여러모로 생각할거리가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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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의 사회사 - 가정상비약에서 사회악까지, 마약으로 본 한국 근현대사
조석연 지음 / 현실문화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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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하면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그렇지만 무엇이 마약일까 하면 별로 알고 있지 않다. 몇 년 전이던가, 아니 지금도 프로포폴이란 마취제가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분명 의약품인데 의사 처방 없이 사용하면 마약으로 취급되는 약. 


그렇다면 마약은 마약이라는 이름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 사용되었느냐에 따라 마약이냐 약이냐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마약에 어떤 것이 있을까? 언론을 통해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은 아편, 대마초, 필로폰 정도다. 그것도 정확한 마약의 명칭이 아닐 수도 있다. 필로폰이 일본식으로 '히로뽕'이라고 불리고, 그 이름이 상표로 판매가 되기도 했다고 하니, 마약이란 사회의 변화에 따라 규정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편도 마찬가지다. 아편은 조선시대 말까지만 해도 가정에서 흔히 쓰던 상비약이었다고 한다. 진통제로써 쉽게 구할 수 있었던, 그래서 가정에서 쓸 수 있었던 구급상비약 정도였던 것. 하지만 이 아편이 목숨을 끊는 수단으로 쓰이기도 했다고 하니, 아편의 독성에 대해서는 우리 조상들도 잘 알고 있었던 듯하다.


다만 이렇게 가정 상비약으로 쓰인 아편이 일제시대가 되어 대량으로 생산되기 시작했다고, 조선을 아편 생산지로 만든 일제는 그것으로 돈도 벌고 또 상대를 무력화 시키는 작업도 했던 것이다. 아편이 마약으로서 자리잡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아편은 일제시대를 거쳐 해방 직후까지 우리나라 마약의 역사에서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한다. 그러다가 아편을 대체하는 식물이 나타났는데, 바로 대마라고 한다. 대마초로 만들어 피우면 환각작용을 일으킨다는 식물.


이 대마초가 유행하게 된 것이 미군으로부터였다고 하니, 그것 참, 일제로부터는 아편의 유행이, 일제를 대신한 미군으로부터는 대마초가 유행하다니, 마약의 역사와 우리나라 현대사의 비극이 함께 하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게 된다.


미군이 쉽게 구할 수 있었던 것이 우리나라 대마초라고 하니, 미군들의 수요에 의해서 대마초로 공급하게 되고, 따라서 시골에서 식물로 키웠던 대마가 마약으로 자리를 잡게 되는 것이 1970년대라고 한다. 나라에서 대대적으로 대마초 소탕 작전을 펼치고, 언론을 통해서 대마초가 마약임을 인식시켰다고 하니...


마약은 어떤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와 함께 하는 식물이냐, 규제되는 마약이냐가 결정된다. 이렇게 마약 단속을 하는 정부 차원의 규제가 국민 개개인의 건강을 위함도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정권 안정을 위해서 하는 정책인 경우가 많았다고 하니, 그것은 마약에 대한 규제에 집중했지, 마약을 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하는 치유에는 소홀했음에서 그것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즉 마약을 국민 건강보다는 자신들의 정권 유지에 이용한 국면이 많다는 것이다. 1980년대 들어서는 이제 아편과 대마초는 수그러들고, 필로폰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다. 이것도 또 일본하고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 마약의 역사에서 일본과 미국을 빼면 이야기할 수가 없다는 것, 이렇게 마약도 국제관계 속에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이 자국에서는 규제를 강하게 하니까 필로폰을 제조하는 곳을 우리나라에 두고 밀수입을 하고 있었다는 것. 그러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필로폰을 만들어 일본에 밀수출을 하고 있었는데, 일본이 우리나라와 협력하여 필로폰 수입을 막는 정책을 펼쳤다는 것이다.


일본으로 가지 못하는 필로폰. 어디로 가겠는가. 당연히 국내에서 사용될 수밖에 없다. 이 점을 당시 정책가들이 생각했어야 하는데, 일본과 협정을 맺으면서 그 이후는 생각을 하지 못했나 보다. 그러니 우리나라에 필로폰 사용자가 급증하게 되었다고 한다. 


쿠테타로 집권한 군사독재정권에세 자신들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은 마약 단속을 비로한 사회정화 활동을 하는 것. 그들은 국민건강보다도 정권 유지를 위해 필로폰 단속을 실시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해방직후부터 1980년대까지 나라에서 추진한 강력한 마약 단속 정책으로 인해 마약에 대해서는 국민들 모두가 부정적인 인식을 지니게 되었다.


아직까지 마약청정국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은 이런 역사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역대 정책들이 규제에는 강했지만 치유에는 소홀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


이렇게 이 책은 조선 말기부터 1980년대까지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펼쳐진 마약에 대한 인식과 규제 정책에 대해서 살펴보고 있다. 여전히 마약은 진행형이지만, 의약품으로서 역할을 하면 약이 되고, 개인적으로 남용하면 마약이 되는 현실에서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또 중독된 사람들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에 이제는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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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차별주의자 - 보통 사람들의 욕망에 숨어든 차별적 시선
라우라 비스뵈크 지음, 장혜경 옮김 / 심플라이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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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을 읽으면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남 눈에 있는 티끌은 잘 본다'는 말이 생각난다. 내가 살아오면서 내 안에 얼마나 많은 차별주의자들이 있는지 생각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차별주의자라고 쉽게 단정짓고 판단한다.


그런 판단 자체가 이미 차별주의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이 책을 읽으면서 그랬다. 내가 지닌 차별주의자로서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고나 할까? 나 역시 쉽게 편가르기를 하고, 내 편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의 주장에는 우선적으로 호감을, 내 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주장에는 비판적이기보다는 악의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확증편향'이라는 말이 있듯이 자꾸만 내 의견을 채우는 사실들, 책들, 사람들, 주장들만 받아들이고, 나와 다른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억측이라고 지레 짐작하고 내치기만 한 것은 아닌지...


민주주의란 상대의 주장에 대해 귀 기울여 듣는 태도를 지닌 사람들이 이룰 수 있다고 하는데,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데, 사실을 내 관점에서 왜곡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된다.


그만큼 이 책에는 다양한 차별의 형태들이 나온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차별들. 스마트 시대가 되었다고 했는데, 여기서도 차별이 있음을, 우리가 스스로 빅브라더의 세계로 들어가고 있음을, 자아를 중시하면서도 오히려 남의 이목을 끌려고 하는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니...


여기에 보태서 소비에서 일어나는 차별. 어쩌면 우리는 소비하는 모습을 통해서 차별을 공고화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단지 특정 브랜드를 소비한다는 것을 떠나서 유기농, 공정 무역 등등에서도 차별적 시선이 담겨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가 한 말 '독선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250쪽)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변치 말아야 할 것은 도덕적인 우월감과 경멸을 조장하는 세력을 잘 살피고 공개해 널리 알리는 일, 그리고 남을 향하는 엄격한 시선을 자주 자신에게로 돌리는 일이다. 이런 패턴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적어도 이 점에서는 우리 모두가 평등한 셈이다. (251쪽)


쉽지 않은 일이다. 엄격한 시선을 자신에게 돌리는 일은. 그럼에도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꼭 필요한 일이다. 민주주의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다. 존중은 꼭 그 사람의 말을 받아들이라는 뜻이 아니다.


그 사람의 말을 잘 듣고, 사실 관계를 파악하며 주장이 옳은지 그른지, 실현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 주장보다 낫다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태도를 지닌 사람들이 정치를 한다면 인신공격을 일삼는 행위나 또는 패거리 정당 문화로, 자기 정당의 주장만이 옳다고 하는 행태는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런 행태가 사라지게 하는 것은 결국 우리 몫이다. 우리 역시 이러한 패거리 문화에 속해 너무도 쉽게 한 편의 의견을 지지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자신에게 엄격한 시선을 돌리는 것이 필요하다.


일, 성, 이주, 빈부 격차, 범죄, 소비, 관심, 정치라는 8개 분야로 나누어서 이 분야들에 차별적 시선들이 어떻게 들어와 있는지를 살피고 있다.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틈나는 대로 다시 펼쳐서 읽으면서 내 사고방식, 행동방식에서 차별적 시선이 작동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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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 - 남성문화에 대한 고백, 페미니즘을 향한 연대
박정훈 지음 / 내인생의책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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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미니즘 관련 기사를 쓰면 유독 "긍정적으로 세상을 보라"거나 "페미들이 오히려 갈등을 조장한다"와 같은 댓글이 달린다. 남자들이 살기에는 이 세상이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 거이다.

  그들은 알고 있을까? '긍정적 시각'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것도, 성별 때문에 차별받지 않아 본 자만 누릴 수 있는 여유라는 사실을. 유리 천장에 가로막하지 않고, 결혼과 출산 이후 일을 그만두지 않아도 되니까 할 수 있는 말이다.

  남성의 평온함은 여성의 희생과 고통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7쪽)


이 책은 이 부분에 전체 내용이 나와 있다고 볼 수 있다. 세상은 여전히 기울어져 있다. 여성들이 많은 분야에 진출했지만, 여전히 가사일은 여성이 훨씬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도 유리 천장이 있고, 불안감에 떨고 있다.


이 점을 외면하려 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남성들이 요즘은 남성들이 역차별 받는 사회라고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고 여러 사실들을 통해 알리고 있다.


제목이 남자들의 심리를 이야기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책은 남자들의 심리보다는 여성을 대하는, 또 페미니즘을 대하는 남자들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그래도 난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착각을 하지 말자'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온갖 차별들이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태도. 그것은 특정한 남성들이 저지른 일이니 일반화하지 말라는 태도. 이런 태도들이 억압을 무시하는 정도를 넘어서 억압을 묵인, 방조하는 일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나는 아니야'하고 빠져서는 안되고, 그런 일이 벌어진 것에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한다. 자신을 반성하는 태도. 침묵의 카르텔을 깨야 한다는 것.


하여 이 책은 남자들을 대상으로 썼다. 남자들이 자신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들을 깨닫도록 하고 있다. 사실 강한 쪽에 속한 사람들은 차별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들은 이미 특권으로 인한 편리함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편리함에 불편함을 던져 다시 생각하게 하는 역할. 그 역할을 이 책이 하고 있는 것이다.


성찰과 반성, 그리고 페미니즘에 연대. 이것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다.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읽어보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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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 N번방 추적기와 우리의 이야기
추적단 불꽃 지음 / 이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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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도 있지


흔히 하는 말이고, 흔히 듣는 말이다. 그럴 수도 있지. 이 말은 문제 삼지 말라는 말이다. 주로 힘이 있는 자들이나 그들 편을 드는 사람에게서 나오면 우리 역시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이 말이 가끔은 약한 사람, 또는 피해자 편을 들어야 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오면 억장이 무너진다.


그런데 정말 그럴 수도 있지 또는 너도 잘못한 것 아니야 라는 말이 너무도 흔하게 나돈다.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우선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쉽게 해서는 안 될 말이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면 이 말,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은 사라져야 한다. 단지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용납되지 못하는 말이 아니라 범죄에 그런 말을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특히 '성(性)'에 관해서는 이 말을 더 해서는 안된다. 자칫 하면 이 말은 이차 가해를 일으킬 수 있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이 책, 읽으면 불편하다. 상당히. 그런데 읽어야만 한다. 눈을 가린다고 사라지는, 우리가 알지 못한다고 없는 그런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범죄로 인해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냥 심심풀이로 또는 욕망을 사이버 공간에서 표출하는 것으로 여겨서는 안된다. 실제로 육체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고? 정신이 죽어가고 있는데, 또 그 피해로 인해 실제로 몸이 앓고 있는데...


사이버 성폭력, 이 말도 너무 순화시킨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범죄다. 그냥 처벌받아야 할. 아직은 양형기준이 강한 처벌을 하지는 못하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파탄낼 정도로 심한 범죄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으니... 


이 책이 나오기 전과 나온 다음, 사이버공간에서 벌어지는 성착취에 대해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추측을 한다. 아니 기대를 한다. 그래서 이런 문제에 공권력이 - 정말로 힘없는 사람을 주눅들게 하는 공권력이 아니라, 민중의 지팡이라는, 파수꾼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게 이러한 범죄로부터 지켜주는, 더 피해를 당하지 않게 하고,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그런 공권력이었으면 하는데 - 제대로 개입했으면 한다.


이 책은 텔레그램이라는 플랫폼에서 일어났던 - 이렇게 과거형으로만 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 성착취 범죄를 추적한 '불꽃'이라는 단체의 활동과 그들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읽으면서 사이버 공간의 성착취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럼에도 공권력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 이것이 문제가 된 이후에 언론들의 보도 행태가 흥미 위주이지, 이 문제를 근본으로부터 해결하려는 자세는 많이 부족했음도 알게 되었다.


여기에 우리나라 경찰, 검찰들의 무능함도.. 텔레그램은 수사할 수 없다라든지, 이들을 잡을 수 없다라든지, 적극적으로 수사를 하지 않는 모습이라든지, 경찰에 신고를 해도 내 일이 아닌 양 하는 모습이라든지.. 참으로 답답함을 느끼는 장면이 많다.


그럼에도 공권력이 살아 있으니 성착취방을 운영한 자들을 체포할 수 있었겠지. 하지만 아직도 근절시키지 못했다는 점, 경찰이나 검찰이 자신들의 능력을 보여주려면 점점 진화하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성폭력, 성착취에 대해서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이것은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 제목을 다르게 읽으면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인데, 여자가 남자를 우리라고 부르기 힘든 사회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삶 자체에 위협을 느끼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존재가 있다는 것, 그것도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런 위협을 느끼면서 지내야 하고, 불안감에 시달려야 한다는 것. 그런데 그것을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로 무마하고 눙치려는 존재들이 있다는 것.


결국 지금은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르기' 힘든 시대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성별로 인해 어떤 성별이 또는 소수의 성적지향을 지닌 사람들이 위협에 시달려서 불안감을 늘 안고 살아가는 사회는 결코 바람직한 사회가 아니다. 


이런 사회에서 사이버 공간에서 성착취물을 공유하면서도 그럴 수도 있지라는 안일한 생각, 그것이 범죄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존재들이 양산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그럴 수도 있지가 아니라 그건 명백한 범죄야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범죄로 인해 늘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들이 우리 주변에 너무도 많다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런 사회가 어찌 행복한 사회겠는가.


그래서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감경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는 안돼라고 하면서 엄중한 처벌을 하고, 그런 일이 모방 또 재발, 확산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한 노력 중에 법안을 정비하는 것도 포함되니... 이 책은 다양한 방면에서 성범죄를 예방해야 함을 생각하게 해준다.


특히 이 책을 읽는 것이 나도 '우리'에 속한다는 연대의 표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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