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에 춤을 추어라 - 기후-생태 위기에 대한 비판과 전망
이송희일 지음 / 삼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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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는 현실이 되었다.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피부로 느끼고 있다. 특히 사회적 약자들은 더더욱 기후 위기를 몸으로 겪는다.


영화감독인 이송희일은 기후 위기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공부하고, 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많은 자리에서 기후 위기에 대한 강연을 해왔다고 한다. 


이 책은 그러한 결과를 정리했다. 특히 기후 위기를 피상적으로 대하지 않고, 기존의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들이 왜 문제가 있는지를 조목조목 따지면서 비판하고 있다.


결국 그가 말하는 것을 세 단어로 정리하면 '저항, 대안,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현재 기후 위기를 불러낸 원인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아야 한다. 단지 개인의 방만한 삶이라고, 개인에게 책임을 지워선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의 기후 위기를 불러온 것은 성장만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체제라고 한다 이러한 자본주의는 또 무엇을 바탕으로 하고 있나? 바로 식민주의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종종 우리는 기후위기를 자연적 재앙으로 이해하지만 명백히 정치적 재앙이다. 그것은 가부장제 재앙이고, 자본주의 재앙이며, 인종주의 재앙이다.'(23쪽)


'지구 경관을 파괴적으로 변경하고 자연과 인간을 노예화했던 식민주의가 바로 기후변화의 뿌리다.'(34쪽)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바로 이러한 자본주의에 저항해야 한다. 지금도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자본주의는 우리들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삶이 불안정해지고 있는데, 특히 사회적 약자들은 더 이상 밀려날 곳이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들 중에 특히 여성, 또 성소수자 등은 더한 상황으로 내몰린다.


'전세계 빈곤층의 80%도 여성이고 기후 이주민의 80%도 여성이라는 유엔의 통계는 이 같은 잔인한 현실을 적확히 폭로한다. 여기에 더해, 기후재난이 증가하면 젠더 기반 폭력이 급증한다.'(20쪽)


이런 현실에 저항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만 저항은 대안을 품고 있어야 한다. 그냥 반발이 아니라, 이런 세상도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이런 세상이 있음을 보여주는 일, 개인이 할 수도 있지만 현실에서 실현되기 위해서는 조직이 필요하다. 


함께 하는 것. 땅으로 말하면 공유지가 될 것이고, 삶의 방식으로 말하자면 연대와 공유가 될 것이다. 그러한 조직을 만들어 함께 하면 기후 위기에 대해서 제대로 대처할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그것이 지닌 문제가 무엇이고, 또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은지를 차분하게 이 책을 통해서 풀어가고 있다.


꼼꼼하게 읽으면서 저자의 주장을 곱씹으면서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찾고,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 무엇일지 찾고 실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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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의 문 앞에서 - 홍세화와 이송희일의 대화
홍세화.이송희일 지음 / 삼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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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상을 떠난 홍세화 선생과 이송희일 영화감독이 만나 대담을 한 책이다. 총 여섯 번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하는데,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주제들을 가지고 논의를 했다. 두 사람 모두 진보라고 할 수 있으니,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진보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때 말하는 진보는 정치권을 진보와 보수로 나눌 때 쓰는 말과는 좀 다르다. 두 사람 모두 우리나라에서 진보 쪽이라고 불리는 민주당을 진보라고 하지 않으니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읽어야 한다.


탈성장, 차별과 혐오, 죽음의 행렬, 한국 진보정치, 교육, 언론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 이야기를 읽어갈수록 마음은 답답해졌다.


이 책이 나온 것이 2022년인데 그동안 홍세화 선생은 돌아가셨고, 코로나는 끝났으며, 이 책에서 언급한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어 우리나라 정치를 몇십 년 뒤로 돌려버리고 만 사건까지 일어났으니...


이들이 다룬 내용에서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즉 진보하지 않고 오히려 퇴보하고 만 현실에 씁쓸한 마음을 거둘 수가 없다.


홍세화 선생이 한 이 말이 여전히 우리 사회를 관통하고 있지 않나 한다. 비상 시국에 나돈 말들이 다 이런 선동의 말이지 않나 싶었으니 말이다.


'저는 한국 사회가 선동은 가능하지만 설득은 무척 어려운 사회라고 봅니다.' (227쪽)


설득을 하려면 우선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지녀야 한다. 자신을 객관화 하고, 다른 사람도 역시 객관화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설득을 하기 전에 자기 주장만을 펼치는 선동을 하기 쉽다.


하지만 우리가 교육을 통해서 설득을 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있는가? 교육은 오히려 일방적인 생각을 주입받는 형식으로 진행되어 오지 않았던가. 자신의 생각을 쓰는 것이 아니라 정답이라고 여기는 것들을 찾아 써야 하는 그런 형식. 


이런 교육을 받으면서 자라 어른이 되면 자연스레 내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그것도 힘을 지니고 있는 사람의 답을 찾고, 그것을 받아들여 남에게 강요하는 형태로 결정되지 않을까 한다.


이것이 바로 선동이 난무하는 사회다. 교육과 마찬가지로 언론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우리나라 언론이 그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동의할 것이다. 오죽하면 '기레기'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이런 기레기라는 오명을 벗으려면 언론이 진실을 보도해야 하는데, 진실을 보도하기 위해서는 선동이 아닌 설득이 필요하다. 자신들에 대한 비난도 참고 견디면서 다른 사람들을 진실에 다가가게 설득하는 일, 그것이 언론이 할 일인데... 언론이 이 역할을 하지 못하면 사회는 그야말로 선동에 휩싸이게 된다. 이 선동에 의해 진실은 가려지고, 설득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따라서 두 사람의 대담에서 우리나라 정치 지형을 진보와 보수로 규정하지 않고, 홍세화는 이렇게 규정한다.


'우리는 두 정치세력에 포박당해 있는데, 하나는 '하면 안 되는 행위를 주로 저지르는 정치세력'이고, 다른 하나는 '해야 할 일을 거의 하지 않는 정치세력'이라는 생각이요.'(324쪽)


'하면 안 되는 행위를 주로 저지른 정치세력'이 어느 정당인지는 이 책을 읽어보지 않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나라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정당은 달랑 둘이다. 원내 교섭단체를 결성할 수 있는 정당이 둘이니... 둘 중 하나겠지. 그러면 나머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정치세력'이 어느 정당인지도 알 수 있다.


꼭 이 구분이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는 타당한 구분이다. 진보와 보수로 구분하는 것보다는 현실에 더 다가간 구분이라는 생각도 들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전히 하루에도 몇 명씩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는 이 사회에서, 차별과 혐오 표현이 스스럼 없이 발화되고 있는 이 현실에서, 성장 성장, 오로지 경제 성장이 목표라는 듯이 성장우선주의를 외치고 있는 이 사회에서 이 현실을 다른 쪽으로 돌리려는 정당이 바로 진보 정당이다. 그런 진보 정당이 있는가? 질문을 해야 한다.


진보 정치에 대한 대담이 이 책에 실려 있는데, 아마 읽기 불편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양 거대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들의 대담이 쓴 약이 아니라 헛소리, 구름 따먹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그렇지만 정치란 무엇인가? 나하고 생각이 같은 사람들하고만 하는 것이 정치가 아니다. 나와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정치다. 누구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지 명확하지 않은가. 바로 자신과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정치의 본질이다.


이때 다른 사람들을 다른 정당 사람들이라고 해도 좋다. 꼭 정당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 시민들, 다양한 의견을 가진 시민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런 다음에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바람직한 방향에 맞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대의민주주의다.


공론장을 형성하고, 공공성을 추구하는 의견을 따르는 것, 대의란 바로 이것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데 시민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것을 포퓰리즘이라고 폄하하면서, 오히려 자신의 의견만을 밀어붙이는 정치인, 그들을 소환할 방법이 없다. 시민들의 뜻과 다른 정치를 하는 정치인을 소환할 수 없는데 어떻게 '대의 민주주의'가 되지? 우리들 의견을 대신하지 않고 제 의견만 고집하는 정치인을 견제할 수 없다면, 그것은 공론장을 형성하지 못하고, 공공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사회가 될 뿐이다. 대의 민주주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이 책에서 홍세화 선생이 말한 '국민은 자기 수준의 정부를 가진다.'(327쪽. 19세기 반동적 보수주의자 조제프 드 매스트르가 한 말이라고 한다)는 말, 명심해야 한다. 


즉 국민이 정부를 견제하고 견인할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정부가 하는 대로 자신들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은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


제대로 국민의 뜻을 대의할 수 있는 정부, 그런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다. 이 대담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데, 특히 내가 지니고 있었던 관점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해준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서로 다른 많은 생각들, 그 생각들이 부딪히고 부딪쳐 서로의 생각을 모아가는 과정, 그것이 공론장의 형성이고, 이러한 공론장은 공공성을 실현하는데 이바지할 것이다. 지금은 이런 공론장을 만들어야 할 때다. 두 사람의 대담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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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4-12-25 1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저도 읽어보겠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

kinye91 2024-12-25 13:07   좋아요 1 | URL
다른 관점을 만나게 해주는 책이었어요. 그래서 제게는 의미 있는 책이기도 했고요.

숲노래 2024-12-25 16: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지 말라는 짓을 하는 무리 하나와, 하라는 일을 안 하는 무리는, 둘 다 왼오른도 아니고 진보보수도 아니지만, 둘이 왼오른이나 진보보수인 척하는 모습이, 바로 우리 눈높이를 그대로 보여주는 잣대이지 싶어요. 그래서 이 슬픈 우리 눈높이부터 고스란히 받아들여서, 우리 삶자리부터 스스로 바꾸어 가는 일을 여는 하루부터 이 나라를 바꿀 만하리라고 느낍니다.

kinye91 2024-12-25 17:01   좋아요 0 | URL
숲노래 님의 댓글을 읽으니 자신을 사람에 비춰보라는 경어인이란 말이 생각나네요. 그들 무리를 우리가 만들지 않았나 싶어요. 우리 삶자리부터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겠지요.
 
AI와 살아가기 위한 기초 지식 - AI 개념부터 위험성과 잠재력, 미래 직업까지 AI 세상에서 똑똑하게 살아가는 법
타비타 골드스타우브 지음, 김소정 옮김 / 해나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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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역적'이란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되돌릴 수 없다니... 그것은 한번 시행할 때 생각에 생각을 거급하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또 생길 부작용에 대해서도 알아보지만 그럼에도 잘못되었을 때 되돌릴 수 없다면 너무도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불가역적이라는 말이 과학기술에 적용이 될 수 있다. 기술이 아니라 흐름을 되돌릴 수 없다는 말이다. 한번 발전한 기술은 퇴보할 수 없다.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게 나아가는 기술을 되돌려 과거로 돌아가자는 말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없다. 


또한 이미 개발한 기술을 이용해 이윤을 창출하려는 기업은 절대로 기술을 되돌리려 하지 않는다. 기술에 문제가 있다면 보완할 방법을 찾지 기술을 폐기하려 하지 않는다.


지금 흐름이 되고 있는 AI(앞으로는 그냥 인공지능이라고 하겠다. 의미가 약간 달라질 수도 있지만)도 마찬가지다. 급속도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고, 문제도 여럿 발견이 되었지만, 인공지능에 대한 흐름은 사라지지 않는다. 멈추지도 않는다. 더욱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바로 이 점을 지적한다. 바꿀 수 없다면 함께해야 한다. 함께하면서 고쳐나가야 한다. 누군가의 이익에만 복무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이 되도록.


인공지능 역시 컴퓨터를 이용해 데이터를 학습하기 때문에 어떤 데이터를 입력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게 된다. 지금까지 인공지능에 참여한 사람들은 백인-남성이었다고 하는데, 그런 과정에서 백인-남성에게 유리한 데이터들이 인공지능에 제공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여성-소수자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었는데, 이 책의 저자는 여성으로서 누군가를 소외시키는 인공지능이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인공지능에 대한 역사, 설명부터 시작해서, 인공지능 개발에 참여하고 또 제어하는데 참여한 여성들을 소개하고 있다. 단지 개발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올바로 사용될 수 있도록 통제해야 한다는 것.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 무엇보다도 인공지능이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는 것을 인정하고, 자신의 삶에서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렵지 않게 그러나 명확하게 저자는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야 할 사회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할지를 보여주고 있다. 8장에서 인공지능과 함께해야 할 때 지녀야 할 자세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참조할 만하다.


하나, 변화를 받아들이자. 

둘, 로봇과 대화하자. 

셋, 자신을 보호하자.

넷, 대화에 참여하자.

다섯,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자


이것들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변화를 인정한 뒤에 주류들만의 데이터가 입력되지 않도록 하는 길이고,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 다양하게 참여해야 하며 (이미 유럽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이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다고 하는데... 가끔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안 된다는 점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다.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기업은 확실하게 제재를 가해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됐다), 인공지능과 관련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도 대화를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연대를 할 수 있다. 연대를 통해서 인공지능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


인공지능과 살아가기 위한 기초 지식, 이 책을 통해 확실히 알 수 있게 된다. 여전히 한계가 많은 인공지능, 열광을 하되 비판적인 시각을 지니고 끊임없이 질문을 통해서 더 나은 인공지능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백번 공감한다. 


무엇보다도 뒤에 많은 참고문헌을 (전문적인 내용의 책부터 소설까지 다양한 인공지능 책들) 소개하고 있어서 더 좋다. 인공지능에 대해서 더 알고 싶으면 참조해서 읽으면 좋을 책들이니까.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일이 불가역적인 일이 되어 그 흐름을 바꿀 수 없지만, 인공지능의 흐름 속에서 우리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은 찾을 수가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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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인간의 최후 - 세컨드핸드 타임, 돈이 세계를 지배했을 때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김하은 옮김 / 이야기장수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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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에 소련이 해체되었다. 러시아와 그외 다른 나라들로. 한때 페레스트로이카라고 해서 소련을 개혁한다는 말이 유행했었다.


기존 공산당의 집권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시기. 고르바초프. 그가 등장해서 사람들에게 공산주의를 개혁한다고 했다. 기존 스탈린 식의 독재가 아닌 진정한 공산주의를.


그런데 결과는 어떠한가? 소련은 해체되었고, 소련에 속해 있던 나라들에서는 내전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리고 민중들의 삶은?


과연 나아졌을까? 이 책에 나오는 한 사람의 말이 가슴에 파고든다.


"그때는 참 살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참 살기 무서워졌어요." (518쪽)


공산주의가 민중들의 생활을 향상시키는데 실패했다. 먹을거리 확보에도,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게 하는데도, 아마도 여기에는 별다른 이론없이 동의할 것이다. 만약 공산주의가 풍요로운 생활을 유지했더라면 지금 공산주의 국가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현실에는 도달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한다'는 공산주의 이념은 실현되지 않았다. 그리고 독재정권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유형을 떠나거나 죽임을 당했다. 또한 전쟁에서 돌아온 사람들은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했다.


그럼에도 강한 독재권력이 정권을 유지했다. 공산주의라는 명목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페레스토이카로 새로운 경향이 생겨났다.


이때 과거 공산주의 정권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쿠테타를 일으킨 적이 있다. 소련이 양쪽으로 갈라지는 때. 그렇지만 페레스트로이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광장에 모였고, 이들에 의해 쿠테타 세력은 물러가고 말았다. 옐친이 부상하고 고르바초프의 몰락이 시작된 때다.


그 다음 여러 나라로 분리되었다. 각 나라에서 함께 살던 사람들이 서로 쫓아내고 죽이는 일들이 벌어졌다. 자본이 들어왔다. 가난한 사람들은 여전히 가난했고, 지식인들은 쫓겨나 새로운 일에 적응해야 했다.


소수의 부자들이 생겨났지만, 그보다 많은 사람들이 가난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말았다. 그 다음은? 


한번 진행된 역사를 되돌리기는 어렵다. 자본주의화된 나라는 다시 공산주의로 가기 힘들다. 그래서 러시아는 이제 자본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었다. 소련에서 독립한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고, 여기에 여전히 독재정권이 있는 나라들도 있고.


이 책은 페레스토리이카 이후 소련의 모습을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다. 소련이 해체된 이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어느 한쪽에 치우지지 않고, 그들의 말을 그대로 들려주고 있다.


스탈린 시대를 그리워하는 사람도, 자본주의를 열렬히 추구하는 사람도, 여러 독립국가에서 민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탄압을 받았던 사람도 모두 이 책에서 자기 목소리를 낸다.


이것이 바로 소련 해체 이후의 삶들이다. 그런 삶 속에서 공산주의 때는 가난으로 살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자본이 지배하고, 또한 자본과 결탁한 다른 존재들이 삶을 위협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도 소련이 해체된 지 30년이 지나가는데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들은 다른 공산주의적 인간, 즉 붉은 인간의 최후 이후에 어떤 인간으로 살아야 할지 합의를 보지 못했다. 합의는 커녕 소수에 의해서 흐름이 만들어졌고, 대다수는 그냥 끌려다녔을 뿐이다. 


그 혼란의 현장이 바로 이 책에 있다. 민주화가 되었다고 자부하는 우리나라,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했다고 자랑하는 우리나라, 하지만 우리가 겪어왔던 독재의 시기... 그 시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점, 그리고 지금을 바라보는 사람의 관점을 이 책을 통해서 볼 수 있게 된다.


우리 역시 이들과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과정을 겪어왔기에.. 그런 혼란이 지금도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기에... 그래서 읽으면서 자꾸 우리 역사를 생각하게 됐다. 스탈린에 박정희를... 그 후 민주화 이후에 벌어진 신자유주의를... 민중들의 삶을...


사상 초유로 비상사태도 아닌데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를 불법으로 여긴 시민들이 나섰고, 비상계엄은 해제되었다. 소련의 해체기에 쿠테타가 일어났을 때 시민들이 몰려가 쿠테타를 무산시켰던 이 책의 이야기가 남 이야기가 아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나다니.. 그래도 우리는 이 책에 나온 사람들처럼 사분오열되면 안 된다. 이 국면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 그 점에 대해서 이 책은 여러 생각할거리를 제공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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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닝 - 꽃게잡이 선원에서 돼지농장 똥꾼까지, 잊힐게 뻔한 사소한 삶들의 기록 한승태 노동에세이 1
한승태 지음 / 시대의창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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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닝(Queening)'


처음 들어보는 낱말이다. 책을 읽으면 좋은 점이 새로운 말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기도 한데... 퀴닝이라? 그냥 낱말을 들여다보면 여왕이 있다. 그렇다. 이 낱말은 체스에서 졸이 상대편의 마지막까지 도달했을 때 하나의 말을 선택할 수 있는데, 이때 여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서 퀴닝이라는 말을 쓴다고 한다.


즉 신분의 상승이다. 이는 자신의 처지를 극적으로 변화시킨다는 의미로 쓸 수 있는데... 이 책은 원래 '퀴닝'으로 나오지 않고 '인간의 조건'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다고 한다. 개정판을 내면서 저자가 의도했던 대로 '퀴닝'이라는 제목을 달았다고 하는데...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과연 '퀴닝'이 있을까? 예전에 가난했던 집안의 아이가 고시에 합격해서 신분을 바꾼 사례를 들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법학전문대학원이 되어버렸으니,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의 처지를 상승시키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힘든 일을 한 사람들이 그 일의 대가로 좋은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 사회도 이러한 '퀴닝'이 가능한 사회가 되겠지만, 저자가 마지막에서 '인간이 남의 돈을 벌어먹고 살아야 하는 이 세상에선, 졸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일생 졸로 머무르는 게 아닐까 생각하는 나는 조금 두려워진다'(440쪽) 했듯이, 가난한 사람들은 계속 가난하게 사는 삶이 유지되는 사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나 역시 마음이 좋지 않다.


이 책의 저자가 나중에 쓴 책부터 읽었다. 그 책을 읽고 자신이 직접 체험한 노동에 대한 이야기기에 더 생생하게 다가오기도 했는데, 결코 노동을 미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또 자신을 좋게만 표현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저자가 먼저 쓴 노동에 대한 책을 읽고 싶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동사의 멸종]보다 더 생생한 노동의 현장, 저자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것이 꼭 저자만이 겪는 일이 아닐 거라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최저임금이 간신히 보장되는 노동 현장에서도 계급이 있다는 사실. 그것도 외국인 노동자, 특히 동남아나 중국에서 온 노동자들은 가장 밑바닥에 처해 있다는 사실. 한국인인 저자가, 그것도 젊은 한국인인 남성 노동자인 저자가 겪는 일도 만만치 않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은 그보다도 더한 환경에 처해 있다는 사실.


그것을 알고 있는 저자도 어떨 때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멸시하는 말을 하고, 그들을 막 대하고 있다는 사실. 머리로 차별하면 안 된다는, 다 같은 노동자라는 사실이 막상 현장에서는 작동되지 않고 그들 위에 군림하려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모습이 이 책에 적나라하게 나와 있으니...


또한 힘든 노동을 경시하는 그 노동으로 편리하게 생활하는 사람들의 모습. 그런 사람들에게 질리다 못해 결국 그들을 막 대하는 저자의 모습이 "뭐 저런 노동자가 다 있어?"라고만 할 수 없음을 생각하게 된다.


막바지에 처한 사람들의 몸부림일 수밖에 없다는 것. 그래서 저자가 한 말에 동의한다. 정치인들, 한번 이런 노동현장에 화서 일해보라고... 돼지 농장에서 돼지분뇨를 날라보라고... 또 꽃게잡이 어선에 타서 꽃게잡이를 해보라고, 요즘은 셀프 주유소가 많이 생겼지만 이 책에서 이야기한 손님들로 늘 북적이는 주유소에서 일해보라고, 아니 지금도 우리나라에 만연하는 기계공장에서 일해보라고...


예전에 '삶의 체험 현장'이라는 방송이 있었는데, 유명인이 가서 하루 체험을 하고 일당을 받아오는 방송이었다. 이들은 방송에 나온다는 점을 감안했는지 일당도 꽤 받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책을 보면 그것은 방송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저임금도 못 되는 돈을 주는 경우가 많고, 노동 현장은 가혹할 정도로 열악하다는 것. 여기에 사회구조를 비판하기보다는 바로 옆에 있는, 그것도 나보다 조금이라도 힘이 없다면 그들을 무시하고 막 대하는 쪽으로 변해가는 그런 모습은 절대로 방송에 나오지 않는다.


이런 책에서나 만날 수 있는 현장이다. 그러니 이런 책은 우리 사회의 노동현장을 가감없이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 삶을 지탱하는 그런 노동들임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런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졸이 아니라 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적어도 졸이 졸로만 존재하는 사회는 아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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