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 비극적인 참사에서 살아남은 자의 사회적 기록
산만언니 지음 / 푸른숲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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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절하다. 온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글을 잘 쓰고 못 쓴다는 말을 할 수 없다. 글자 하나 하나 문장 하나 하나에서 진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마음을 울리는 글. 그렇다. 이렇게 마음을 울리는 글은 잔잔한 호수에 물결이 퍼지듯이 사람들 마음에 서서히 스며든다. 스며들어서 사람들 마음을 움직인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자신의 슬픔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슬픔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슬픔에 갇혀 지내던 세월을 넘어 이제는 사회에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계기는 '세월호 사건'이다. 아직도 진장규명이 되지 않은 사건.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이제 지겹다고. 그만 말하라고. 왜 지겹지? 무언가 해결되었나? 해결되었다고 그만 말해도 되나? 피해자들이 겪는 아픔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그렇게 말할 수가 있나? 이들에게 오히려 계속 말하라고, 이 사건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아니 이 사건의 전말이 완전히 밝혀진다고 해도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여전할테니...더 말하라고... 계속 말해야 이런 일이 더 발생하지 않는다고.


이 책은 그 점을 말해주고 있다. 삼풍백화점 사고...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역시 온갖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힘든 삶을 살아왔다. 그렇게 힘들게 힘들게 살아오면서 자신이 왜 이렇게 힘들까를 생각하고, 이겨내려고 하고, 정신치료도 받고 봉사활동도 하며 살고 있는데도, 완전히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고 한다.


아니, 상처가 아물 수가 없다고 한다.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다만 그 상처로 인해 더 고통받고 세상을 뜨겠다는 마음을 먹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고통에 대해서 쉽게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 하긴 다른 사람의 암보다 자신의 감기가 더 아프다는 말도 있으니 남의 상처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한 다리 건너뛰어 느끼게 된다.


그래서 말을 앞뒤 가리지 않고 할 때가 있다. 그 말이 다른 사람의 상처에 또다른 상처를 덧입힌다는 생각도 못한 채. 생각을 못한 채 한 말도 잘못한 일인데, 어떤 사람들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듯이 고의로 더 험한 말을 한다. 


이 책을 쓴 산만언니는 바로 그런 사람들 때문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 사람들의 말이 어떤 결과를 일으키는지를 알려주고자.


처음에 쓴 글이 '세월호가 지겹다는 당신에게 삼풍 생존자가 말 할게요'라는 글이라고 한다. 이 글로 인해 자신의 상처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그런 이야기와 더불어 다른 사람의 상처를 함부로 말하는 이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행동인지 알게 하려고 이 책을 펴냈다고 한다.


그만큼 이 책을 읽으면 마음이 찡해진다. 삼풍, 이제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그때 살아남은 사람들이 지금까지도 고통을 겪고 있는데,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어떻겠는가. 그것은 영원히 남아 있을 상처다. 


그 상처로 인해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파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뭐, 그만하라고? 지겹다고? 그건 사람이 할 말이 아니다. 정말 마음에 안 들면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된다. 이 책에서도 말한다. 차라리 위선이 낫다고. 


착한 척하기 싫으면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된다. 되지도 않는 소리 내뱉지 말고. 그것이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생각을 한다.


더 긴 말 필요없다. 읽어보면 안다. 왜 우리가 사람들 목숨을 앗아갔던 사고들을 기억해야 하는지, 왜 진상규명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고 있는지를 온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그들에게 예의를 지킬 수는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덧글


이 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된 '세월호가 지겹다는 당신에게 삼풍 생존자가 말 할게요'라는 문장을 검색하면 그 글을 찾아 읽을 수 있다. 나도 검색해 보니, 찾을 수는 있는데, 그 글이 이 책에 '삼풍과 세월호'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193쪽에서 197쪽.


삼풍백화점 사고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말들, 반응이 왜 세월호에서는 나오게 되었을까를 산만언니 나름대로 정리한 글이 있다. 그 글을 읽어서 생각을 정리해도 좋을 듯하다.

'자꾸만 설명을 요구하는 사람들' (217쪽-2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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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09-02 08: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록 인쇄되진 않았지만 최초의 책제목과 연관해서도, 추천해주신 217-255 꼭 찾아 읽어보겠습니다! 북플 이웃님들 리뷰보고 계속 읽어야지만 하던 중인데.

kinye91 2021-09-02 09:50   좋아요 1 | URL
두 사건에 대한 반응이 많이 달랐는데, 왜 달랐을까를 삼풍 생존자 입장에서 잘 정리했다고 생각해요. 아직도 진행형인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 ‘지겹다‘는 말이 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슬프고 참담하기도 하고요. 공감능력. 이게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해요.
 
인류세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44
얼 C. 엘리스 지음, 김용진.박범순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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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인류세'가 등재되었다고 한다. '현재의 지질학적 시대. 인간의 활동이 기후와 환경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간주되는 시대'라고 (261쪽)


이 책은 이러한 '인류세'에 대해서 개괄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책이다. 언제 인류세라는 말이 나왔으며, 어떤 의미로 사용되었고, 어떤 분야의 학자들에게서 논의가 되었는지, 이 말이 지니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있다.


따라서 '인류세'라는 개념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사람에게는 꽤 유용한 책이다. 다만, 여러 논점들이 다뤄지고 있기에, 이 인류세라는 개념에 대해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지금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해야할지에 대해서는 좀더 생각해야 한다.


아마도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된 뜻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한 이 뜻에 부합하는 증거도 많다. 다만, 지질학적으로 인류세라는 지질시대 구분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에 대해서는 많은 학자들이 논의 중이라고 한다.


지질학에서는 논의 중이지만, 사회학이나 정치학 또는 생태학에서는 '인류세'라는 개념은 인류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로 나아가고 있다. 왜냐하면 이대로 가면 인류가 지구에서 존재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구라는 별은 한계가 있고, 지금까지 무한증식을 해온 인류는 지구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류세라는 개념은 학문적인 관점보다는 실천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우리 삶을 지속하기 위한 실천의 출발점으로 인류세를 삼아야 한다. 이 책 말미에서도 주장하지만 인류세란 개념을 좋은 인류세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류가 살기 힘들어진 상태로 지구의 변화를 초래한 시기로 '인류세'가 자리매김할 수도 있다.


어쩌면 이 책에서 하나의 제목으로 삼고 있기도 한 것처럼, 우리 인류는 '이카루스'처럼 자기 교만에 빠져 파멸로 점점 다가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카루스처럼 추락하지 않으려면 이미 자신이 한계를 넘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 한계를 인식하게 하는 말이 바로 '인류세'란 말이다.


따라서 인류세란 말에는 인간이 지금처럼 살면 안 된다는, 자신이 살아온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말이 담겨있다. 실천해야 한다는,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단순히 지질학적 시대구분이 아니다. 우리들 생존이 걸린 문제다. 이 책에서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논의된 인류세란 개념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지만, 각 학문 분야에서도 지금처럼 나아가면 인류의 생존에 큰 위협을 받는다는 공통적인 위기의식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 지금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류세에 도달한 인류가 다시 과학기술의 발달로만 인류세의 위기를 극복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우리 인류의 삶을 총체적으로 되돌아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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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 인간의 시대
최평순.EBS 다큐프라임 〈인류세〉 제작팀 지음 / 해나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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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자연기금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전체 인구가 한국인처럼 산다면 3.3개의 지구가 필요하다." (303쪽)


과연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다. 개발도상국이라고 선진국을 따라가느라 정신없이 달려 왔는데, 어느 순간 뒤돌아보니 개발도상국들이 저 뒤에 있다. 경제 능력만이 아니라 지구 자원을 소모하는 면에서도.


다른 나라 원조를 받던 우리나라가 이렇게 선진국이 되었는데, 그렇다면 선진국에서 떨어져 나간 나라가 있던가. 없다면 또는 있더라도 선진국에 진입하는 나라보다 적다면, 이 얘기는, 지구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자원이 더 많이 소모된다는 뜻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인류세라는 말이 나오게 되었따.


인류세란 말이 많이 쓰이고, 이 말이 지구가 위험에 빠졌다는 신호의 말로 읽히는데, 인류세라는 말이 만들어진 이유는 바로 인류에 의해서 지구의 역사가 바뀔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단지 생각이 아니라, 인류는 지구를 바꿔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인류세가 좋은 의미보다는 안 좋은 의미로 쓰이고 있음을 알게 되는데, 이는 지구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인류의 활동이 지구를 파괴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류세라는 말에는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말이 포함된다. 공유지... 너나할 것 없이 함께 쓰는 공간. 그렇기 때문에 막 사용해서, 결국은 공유지를 파괴한다는 말. 공유지의 비극.


지구는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존재에게 공유지다. 공유지이기 때문에 함께 써야 함을 인식하고 함부로 남용해서는 안되는데, 오히려 공유지이기 때문에, 내것이 아니기 때문에 막 쓴 결과 지구가 견디기 힘든 상황으로 몰아넣고 말았다. 그래서 지구라는 공유지의 비극은 인류세라는 다른 이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책은 교육방송 팀이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인류세에 들어선 우리들의 모습을 취재한 결과다. 또 이 책에는 붕인섬이라는 지구를 1억분의 일로 축소한 곳을 대상으로 한 장이 끝날 때마다 정리해주고 있다.


지구를 우리 눈에 들어오게 축소해서,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떻게 변해왔으며, 그들이 생태계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지구라는 생태계가 인류에 의해 어떤 변화를 겪었고, 또 얼마나 위기에 처해 있는지를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지금, 인류에 대항할 생물이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무생물로 넓혀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로 인해 팬데믹 상황에 빠져 있기는 하지만, 이것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지는 않는다. 오로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는 인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책 결말 부분에 있는 이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인간과 생존권을 두고 다투던 상위 포식자가 사라진 이 풍경에서 우리는 이제 동물이 아니라 자연과 싸워야 한다." (314쪽) 


아니다. 자연과 싸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과 싸워야 한다. 더 많은 지구가 필요할 정도로 소비하는 인간과 싸우지 않으면 지구라는 공유지는 파괴되고 만다. 우리 삶터를 우리 스스로 파괴하게 된다.


그러니 이제 인간은 다른 동물, 식물, 바이러스 등이 아니라 바로 인간 자신들과 싸워야 한다. 공유지를 둘러싼 갈등은 이제 지구상의 다른 존재들과 인간에게 있지 않다. 지구라는 공유지는 인간들끼리의 갈등, 또는 인간들의 삶 자체에 비극이 내재되어 있다.


공유지의 비극... 극복할 수 있다. 함께 살아가야 할 공간이라는 인식을 하고, 그 공간이 파괴되었을 때 모두가 살 수 없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들의 삶을 돌아보아야 한다. 지구라는 공유지에서 내 몫 이상을 소비하고 있지 않은가. 나는 나만의 이기심으로 지구라는 공유지를 더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우리들 삶을 바꾸어야 한다.


나만이 아니라 우리가. 하여 에드위드 윌슨이 주장했듯이 지구라는 공유지의 절반을 보호 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많은 소비가 아니라 더 적은 소비, 더 많은 활동이 아니라 더 적은 활동. 더 빨리가 아니라 더 느리게... 여유 있게 우리 삶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지구의 절반을 보호하고서도 인류는 생활을 해 나갈 수 있다. 


아니, 생활할 수 있도록 인류가 힘을 합쳐 지구라는 공유지를 보호해야 한다. 공유지의 비극은 특정한 장소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이제 지구라는 공유지가 위기에 처해 있다. 그리고 그 위기를 우리는 기후 위기로, 각종 감염병으로, 사라지지 않는 미세 플라스틱, 또 우리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 먼지 등으로 겪고 있다.


위기가 닥쳤을 때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 또 극복하려는 활동을 하는 존재, 그 존재가 바로 '호모 사피엔스'다. 우리가 사피엔스, '지혜로운 인간'이라는 소리를 들으려면 지금 당장, 이 위기에 대처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 


이 책은 그 점을 여러 자료를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다. 인류세라는 말이 부정적인 뜻에서 긍정적인 뜻으로 바꾸는 것, 그것은 바로 우리 인류의 다음 활동에 달려 있다.


인류세라는 말이 공유지의 비극을 가리키는 다른 이름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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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일기 - 묻힌 기억을 끄집어내는 민간인 학살의 기록
박건웅 지음 / 우리나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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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보도연맹 학살 사건.


언론에 보도가 되었던 사건이다. 국민보도연맹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도 있는데, 좌익활동을 하던 사람들이 사상 전향을 하고 가입한 단체라고만 알고 있는 사람도 있다. 물론 좌익을 전향시키고 전향했다는 증거로 가입시킨 예도 있지만, 연맹원의 수를 부풀리기 위해 좌익이 아닌 사람들도 가입시킨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 책에서도 그런 경우, 먹을거리를 준다는 이유로 어린아이까지 또 친인척까지 가입하게 한 경우가 나온다. 그런데 이것이 비극의 발단이 된다.


전쟁이 일어나면, 안전을 기한다는 이유로 적군에 가담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막기 위한 행동을 한다. 그런 이유로 국민보도연맹에 가입되었던 사람들을 불러내 학살한다. 가입되었던 사람이 모두 적군에 가담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는데도 이유를 불문하고 국민보도연맹원으로 이름이 등록되었으면 죽음을 피할 길이 거의 없었다.


이 중에 이들의 억울함을 알고 풀어주려고 노력한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명령에 의해 그들을 학살한다. 그리고 묻어버린다. 잊혀버린 기억이 될 뻔한 일들.


그러나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듯이, 한 사람의 기억이 아닌 집단의 기억은 망각 속으로 묻혀지지 않는다. 억울한 죽음을 겪은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어찌 잊혀지겠는가.


많은 사람의 노력이 있었다. 진실이 밝혀지는데는. 그리고 어느 정도는 밝혀졌다. 물론 완전히 밝혀졌다고는 할 수 없지만, 민주화가 되면서 많은 진척이 있었다. 그 과정을 '악마'의 표식을 가슴에 달고 나온 육삼이를 주인공으로 삼아 만화로 표현하고 있다.


만화는 반전을 보여주는데, 악마의 표식이었던 666이 사실 아이가 거꾸로 보여주었기 때문에 그렇게 보였다고, 999라고. 엄마를 찾아가는 은하철도 999. 엄마를 진실로 바꾸어보면 육삼이를 통해서 민간인 학살, 특히 보도연맹원 학살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만화는 보여주고 있다.


철이가 은하철도를 타고 가면서 온갖 모험을 하듯이 육삼이도 진실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온갖 참상을 목격하게 된다. 그 참상을 일기라는 이름으로 기록하여 남겨주는데... 만화는 6.25전쟁에서 그치지 않고 4.19, 베트남 전쟁, 광주민주화 운동을 거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겪은 일들을 보여준다.


그것들이 연결되어 있음을, 그리고 학살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사람들이 나중에도 잘살게 된 경우가 많음을. 여전히 과거는 완전히 청산되지 않았음을.


참으로 슬픈 역사다. 우리가 지고 가야할 역사. 기억 속에서 몰아내어서는 절대 안되는 그런 역사. 사탄이 인간에게 졌다고 인간 세상에서 살 수가 없다고 떠나가는 장면에서 악마보다 더한 인간으로서 살아왔던 우리 역사를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남들에겐 악마로 인식되지만, 그의 기록을 통해 우리들 역사가 지닌 악마성을 인식하게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과거는 완전히 묻힐 수가 없다. 누군가는 기억하고, 기록하고, 언젠가는 다시 밖으로 나오게 된다. 진실을 가둘 수는 없는 법이니까. 우리 역사에서 겪었던 비극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만화는 보도연맹원 학살의 진실을 마주보게 하고 있다.


이제 과거는 단순히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우리 미래를 만들어나간다. 우리가 과거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진실을 밝히고 그에 대한 책임을 묻고, 지게 하는 일. 이것이 바로 바람직한 미래를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


이 만화는 그런 길에 서 있고, 우리에게 함께 가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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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지구, 물러설 곳 없는 인간 - 기후변화부터 자연재해까지 인류의 지속 가능한 공존 플랜 서가명강 시리즈 11
남성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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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위기에 처해 있다. 이대로 가다간 지구가 견뎌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위기 의식이 생겨났다. 위기 의식이 아니라 실제로 위기다.


이 책에서는 기후 변화란 말을 썼지만, 많은 사람들은 변화라는 말보다는 위기라는 말을, 또 재앙이라는 말을 써야 한다고 한다.


이미 우리 인간이 손 댈 수 없을 정도로 지구 기후는 예전에서 벗어났으며, 그러한 변화로 인해 우리들 삶에도 위기가 도래했다. 그런데 위기라고 다 같은 위기일까? 아니다. 이 책에서도 이야기하지만 하위 10억 명 정도에게는 기후 변화는 위기 정도가 아니라 삶을 위협하는, 재앙에 해당한다.


이대로 지구를 내버려둔다면 하위 10억 명은 살아남기가 매우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그만큼 우리는 지구 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것도 우리가 초래한.


따라서 지구 위기는 우리의 위기다. 우리 삶이 위험에 처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벌써 두 해째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과학기술이 발달했다고 하지만 백신이 개발되었어도 돌파 감염이 일어나고, 바이러스들은 수많은 변이를 일으키고 있다.


코로나19로 홀연히 나타난 질병이 아니다. 인류의 삶이 초래한 질병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질병이 우리들 삶을 얼마나 위태롭게 하는지 두 해째 겪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19는 이렇게 눈에 보이게 다가와서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질병에 대한 경각심이지 우리들 삶에 대한 경각심까지는 가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백신을 개발해 감염을 예방할까에 집중하고 있지, 인류의 삶에 대한 성찰까지는 가지 못하고 있다.


정신 차리라고 경고를 하고 있는데, 그 경고를 무시하고 있는 현실이라고나 할까. 기후 위기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다뤄줘서 조금은 낫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겪는 자연재해들이 이러한 기후 변화, 위기로부터 초래되었는데도, 근본부터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그때 그때 땜질식 처방만 하고 있는 셈이다.


이 책에서는 기후변화가 자연재해를 일으키고, 그러한 변화로 인해 인류의 삶 자체도 위험한 수준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 지구는 우리 인간을 살 수 있게 해주고 있다고.


지구를 사람처럼 비유한 경우가 많다. 엄밀히 말하면 사람이 아니라 신이라고 해야겠지만. 가이아라고 한다. 지구는 가이아다. 그렇다면 지구는 사람과 같다고 (신이 자신의 형상을 본떠 인간을을 만들었다고 하는 신화들이 대다수니까) 한다면 역시 물이 중요하다.


사람 몸을 이루는 요소 가운데 물이 70%정도 차지한다고 하니... 그러고 보니 지구도 마찬가지다. 지구도 물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니 물이 없으면 사람이 죽듯이 지구도 물이 없으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별이 되지 못한다.


물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을 함부로 대하고, 또 그러한 물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바다에 대해서는 아직도 모르는 부분이 더 많다고 한다.


하긴, 우리 몸에 대해서도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많으니, 지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겠지만. 바다, 물로 차 있는, 아니 그 물 속에 수많은 생명을 품고 있는, 수많은 자원을 품고 있는 그 바다를 우리가 육지에서 했듯이 막 개발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바다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도 난개발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으니.. 다만 바다에 대한 수많은 자료들을 모아둘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시대는 빅데이터 시대일텐데, 바다에 대한 자료들도 그렇게 모아두면 우리 인류에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기후변화로 시작해서, 자연재해, 쓰레기 문제 등을 통해 우리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위기를 이야기하면서, 바다를 통해 인류에게는 아직도 희망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희망은 바다에 있다고 한다. 이 말은 바다를 육지처럼 다루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바다는 그 자체로 기후를 조절하는 역할도 하고, 수많은 생명체들을 품고 있고, 또 자원도 풍부하기에 우리 인류가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바다에서 희망을 지녀야 한다. 다만, 지금까지 해왔던 난개발은 절대로 안된다는 점을 명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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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8-06 17: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kinye91 2021-08-06 18:0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이하라 2021-08-06 18: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

kinye91 2021-08-06 18:0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thkang1001 2021-08-06 18: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kinye91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kinye91 2021-08-06 19:2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