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하고 다시, 기자 - 권력의 비리를 감시하고, 추적하고, 고발하는 기자, 장인수의 취재 열전
장인수 지음 / 시월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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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실린 장인수 기자의 취재가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검찰은 여전히 막강하고, 언론 역시 입맛에 맞는 기사를 중심으로 내보내고 있으니.


하지만 실패했다고 말할 수도 없다. 많은 사람들에게 검찰과 언론의 실체를 알렸으니.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이 되어야 해결을 할 수가 있다.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않으면 해결하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니. 그러니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문제에 대해 눈 감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기자다.


삼권분립이라고 입법, 행정, 사법이 각자 독립된 영역으로 자신들의 권한을 행사한다면, 이를 총체적으로 살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언론이다. 그래서 언론을 제4부라고도 한다. 앞에 있는 3부가 자신들의 일을 충실히 하면 된다고 하지만, 자신들의 일을 충실히 하는 것이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안 될 때도 있다. 자신들의 관점 속에 묻혀 전체를 보지 못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충실이라는 말에는 현재의 가치에 충실한다는 말보다는 미래를 보고 발전적인, 지향적 관점을 지닌 충실이란 말이라고 봐야 한다.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아는 것이 없는데 부지런한 지도자는 정말로 사회를 힘들게 한다고... 이런 지도자를 충실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때 언론이 역할을 해야 한다. 언론은 3부를 전체적으로 보면서, 일반 사람들이 어떤 삶을, 어떤 사회를 원하는지를 파악하고, 그런 일반 사람들의 바람에 맞는 역할을 3부가 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언론이 그 역할을 하지 못하면 3부 역시 자신들의 역할에만 빠져 전체를 보지 못할 때가 많다. 언론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언론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가?


이 책을 읽어보면 아니다, 언론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그래서 언론 개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사실조차도 보도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 사실이 공익에 부합하고, 약자들의 억울함을 풀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임에도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이때 주로 권력은 행정부와 사법부다) 보도를 하지 않거나 축소하고 순화해서 보도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에는 그러한 보도들이 나와 있다. 권력자와 검찰과 언론이 관계된 사건들이다.


디올백 사건, 7시간 녹취록, 검언유착, 고발사주, 언론사 사주 자식의 갑질, 간첩조작사건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또는 꼭 알아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했던 사건들을 취재하는 과정, 보도하는 과정, 또는 보도가 불발되는 과정이 이 책에 나와 있다. 자신이 직접 경험했던 사건을 쓰고 있어서 이런 과정이 생동감 있게 전달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은 소위 지상파라고 하는 방송사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 인터넷 매체보다 더 몸을 사리고, 정권의 눈치를 본다는 점. 이런 자세로는 공익을 실현하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정권의 파수꾼이나 또는 남들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쓰기를 한다면, 그런 기자들을 기자라고 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널리 퍼진 '기레기'라는 말이 왜 나오게 되었는지를 기자들이 생각해봐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자신의 취재기를 알리는 책이기도 하지만, 언론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저자의 바람이 담긴 책이기도 하다. 여기에 무엇보다도 강한 세력이 된 검찰이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왜곡된 행태를 보였는지도 보여주고 있으므로, 검찰 개혁이 필요함도 잘 보여주고 있고.


단지 검찰만이 아니다. 간첩조작사건같은 경우를 보면 법원(판사)들까지도 과연 제대로 된 판결을 하고 있나 하는 의구심을 가진다. 그들 역시 문구에 매여 전체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문구만이 아니라 자신의 관점이라는 안경을 벗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러니 이들을 견제할 세력이 필요하다. 그런 역할을 언론이 해줘야 하는데, 참, 말이 쉽지. 이 책을 읽어보니 언론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단 생각이 든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큰 사건들, 그 사건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다. 직접 취재했던 기자가 자신의 취재 내용을 알려주고 있는 책이기 때문에. 그리고 권력을 쥔 자들이 권력을 이용해 이리저리 잘 빠져나가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기에 검찰개혁, 언론개혁이 필요함을 되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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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혁명과 반혁명 사이 - 철학자 박구용, 철학으로 시대를 해석하다
박구용 지음 / 시월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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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혁명이다. 어둠을 몰아내는 것이 바로 빛이고, 이렇게 어둠을 몰아내는 것이 바로 혁명이다. 혁명하면 피를 연상하는 것은 과거의 역사에서 비롯되었지만, 우리나라는 두 번의 대통령 탄핵과정에서 빛의 혁명을 이루었다. 평화 혁명. 그래서 혁명에서 피를 제거하고 빛(여기에 더불어 빛과 함께는 볕-온기)을 생각하게 했다. 한번은 촛불로 빛이 어둠을 몰아냈고, 또 한번은 응원봉으로 대표되는 빛이 어둠을 몰아냈다.


빛의 혁명은 피의 혁명과 달리 축제의 장이 되었다.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고 함께 어울리며 두려움에 떨기보다는 희망과 즐거움에 찬 혁명. 그것이 빛의 혁명이었다. 그리고 빛의 혁명은 윤석열의 탄핵으로 끝나지 않았다.


지속되어야 한다. 빛이 사그라들면 어둠이 시작된다. 혁명은 반혁명을 부른다. 반대로 반혁명은 혁명을 부른다. 이 책에서 저자인 박구용이 말하는 반혁명이 윤석열의 비상계엄이었다면, 혁명은 응원봉으로 대표되는 빛의 함성이었다. 빛들의 모임이었다. 반짝임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끝나면 안 된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다시 반혁명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 이 책에서 제7공화국을 이야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는 87헌법을 넘어서 빛의 혁명을 이어갈 수 있는 새로운 헌법, 새로운 정치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7공화국이다.


철학자로서 우리 시대를 말하고 있는데, 대부분을 윤석열 정권과 그를 탄핵한 이후에 중점을 두어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윤석열이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촛불 혁명으로 이룬 일들에 대한 반혁명으로 나왔다고 할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촛불 혁명은 어떻게 나왔느냐 하면, 박구용은 이러한 혁명을 세 가지로 들고 있다. 우리 역사에서 면면히 이어져 온 혁명의 역사는 동학혁명으로부터 시작해서 3.1운동을 거쳐 5.18민주화 운동을 들고 있다. 이러한 과거가 현재에 작동해서 87년 민주화 투쟁이, 촛불 혁명이, 그리고 다시 윤석열 탄핵까지 이어져 온 것이라고.


우리나라 혁명의 역사는 이렇게 100년이 넘게 이어져 왔고, 이는 공공의 영역으로, 시민들이 권력을 쟁취하고 행사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것을 이야기하면서, 이러한 혁명에 대한 반혁명으로 최근 윤석열 정권을 들고 있다.


반혁명은 오래가지 못한다. 다시 혁명으로 뒤집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뒤집었을 때, 그냥 뒤집고 말면 안 된다.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체제, 어디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과거와 단절된 새로운 체제는 없다. 동학혁명으로, 3.1운동, 5.18민주화운동으로 제시되었던 것들을 지금 시대에 맞게 제도로 만들면 된다.


그렇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정당정치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정당원들만의 정치가 아니라, 정당이 시민을 제대로 대변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가 확립되어야 한다.


시민들과 동떨어진 정당정치는 성공할 수 없다. 제대로 된 정치인이라면 시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려고 해야 한다.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들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도.


그런 정치체제가 마련되게 해야 하는 것이 빛의 혁명이 지속되는 길이고, 그것이 제7공화국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이제 탄핵 이후 새로운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는데, 대통령 한 사람을 바꾸는 혁명이 아니어야 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 기간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근본적으로 질문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시기로 만들어야 한다.


헌법 개정이 대통령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87년 체제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거의 40년이 되어가니 이제 이 시대에 맞지 않는 것들이 무엇인지,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를 논의하는 기간, 그리고 그러한 논의들이 반영될 수 있게 힘을 결집하는, 그야말로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보여주는 기간이어야 한다. 그래야 빛의 혁명이 지속된다고 할 수 있다.


박구용이 이 책에서 주장한 내용은 명쾌하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이것을 토대로 이번 기회에 많은 공론장을 형성해서 혁명이 한 순간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되도록 해야 한다.


저자인 박구용의 주장이 바로 그것이라는 것. 이러한 주장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사회에서 빛의 혁명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반혁명을 제압할 수 있었던 것도 그간 우리 역사에 있었던 혁명이 축적되었기 때문이니, 이번에 이루어진 빛의 혁명, 잘 기억하고 앞으로도 지속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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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필의 진보를 위한 역사 - 진짜 진보의 지침서 & 가짜 극우의 계몽서
황현필 지음 / 역바연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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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쾌하다. 망설이지 않는다. 자신의 주장을 간단 명료하게 제시한다. 좌고우면(左顧右眄)이라고 하나, 이곳저곳을 기웃거리지 않는다. 이리저리 재지도 않는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자료를 제시하면서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그의 말을 빌리면 진보의 입장에서 주장한다. 진보냐 보수냐에 따라 사건의 해석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사실 자체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진보나 보수를 막론하고 역사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이 사실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순 있겠지만, 사실 자체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선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런데 사실을 왜곡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에게 필요한 자료만, 문구만 선택해서 사실이 그러한 양 꾸며대는 사람들.


이 책에서 황현필은 그런 사람들로 뉴라이트 계열의 사람들을 지목한다. 그리고 그들의 주장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를 자료를 바탕으로 반박한다. 사실, 역사를 공부한 사람들은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주장들을 뉴라이트 계열의 사람들이 왜곡한 경우가 많다.


그렇게 왜곡했는데도 뉴라이트들이 비판을 받으면서도 계속 살아남는 이유는, 그들의 주장에 동조함으로써 이득을 얻는 집단이 있기 때문이다. 역사의 해석을 통해서 이득을 얻는 집단이야 어느 사회에도 있겠지만, 왜곡된 해석으로 이득을 얻는 집단이 권력을 쥐고 있을 때에는 문제가 심각하다.


학문의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 지장을 초래하는 차원이 되는데, 그것은 이들은 차분히 증거를 따지고 논리를 따져 역사적 진실을 추구하기보다는, 언론을 통해서 또는 방송을 통해서 자신들의 주장만을 주입시키고, 사람들을 그릇된 역사관을 갖게 하는 것만이 아니라 잘못된 행동을 하게끔 유도하기 때문이다.


지금 뉴라이트들의 역사 왜곡이 도를 넘어섰다고 판단하기에 저자는 이런 책을 써서 역사 왜곡을 바로잡으려 한다. 뉴라이트들의 역사 왜곡에 동조하는 권력을 쥔 집단들이 횡행한다면 우리 사회가 더 나은 쪽으로 나가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뉴라이트들이 주장하는 것들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반박이 아니다. 사실이 이렇다고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얼마나 역사라는 이름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


총 108개의 항목을 가지고 주장하고 있는데, 하나하나가 다 명쾌해서 이 책을 읽고서도 뉴라이트의 주장에 동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때 유럽에서는 뉴레프트라는 운동이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엉뚱하게 뉴라이트라니...


진보와 보수라는 말과 비슷하게 좌파니 우파니라는 말을 쓰는데, 좌파 중에서도 새로운 이론을 들고 나온 사람들을 뉴레프트라고 했었다. 그런데 우파에서 새로운 이론을 갖고 나올 수가 있나 싶기도 한데, 자고로 우파란 기존의 것을 지키는 쪽으로 가기 때문인데 뉴라이트라니...


기존의 것이 미약하면 바꾸려고 하는 진보 쪽으로 가는 것이 맞는데, 기존의 것을 더 안 좋은 쪽으로 돌리려는 것은 보수도 아니고 수구라고 하기에도 좀 그런데... 뉴라이트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였지만 이는 퇴행에 불과하다. 


첫번째 항목이 식민지근대화론이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근대화시켰다고? 철도를 깔아주고, 산업을 부흥시켰으니 우리는 일본에 고마워해야 한다? 정말로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지경이다. 그러니 황현필이 '식민지근대화론은 소수의 거짓말쟁이가 의도를 가지고 자행한 수준 낮은 역사 왜곡에 불과하다'(27쪽)고 하지.


이 의도가 무엇일까? 자명하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것. 자신들의 권력을 계속 유지하고자 하는 것. 그것을 위해서 역사적 사실을 자기 입맛에 맞게 해석해서 갖다 붙인다. 식민지근대화론부터 시작해서 이 책은 비상계엄을 국민을 계몽시키기 위해서 했다는, 소위 '계몽령' 이야기로 끝낸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말처럼 번져나가는 현실을 역사를 공부한 사람으로서 견딜 수 없었으리라. 그러니 그것을 바로잡아야지. 어떻게 간단명료하게, 사람들이 지루하지 않게, 전달해야지. 그래서 이 책의 각 항목은 짧다. 짧아야 읽을 테니까. 읽어야 사실을 알게 될 테니까.


그래서 때때로 저자의 감정이 여과없이 나오기도 한다. 비속어도 꽤 나오는데, 그만큼 저자의 마음이 격앙되어 있다는 뜻이다. 또한 각종 유튜브에서 걸러지지 않고 나오는 표현들, 사실 왜곡들에 맞서기 위해서 일부러 좀더 강한 표현을 선택했다는 느낌도 든다.


역사를 이야기하는 책에서 저자의 직설적인 감정표현이 바람직한가를 따질 수도 있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자신의 마음을 주체하지 못할 저자의 심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만큼 절박하게 역사왜곡에 대응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뉴라이트들이 장악하고 있고, 그들의 말도 안 되는 주장이 권력을 쥐고 있다는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행해지고 있으니, 역사를 공부한 사람으로서 얼마나 분통이 터지겠는가. 


이런 분통터지는 것이 어디 역사학자들만이겠는가마는 이런 책을 통해서 왜곡된 역사적 사실들을 바로잡고, 제대로 된 주장을 하지 않으면 이런 사태가 지속될 테니... 이런 책이 많이 나와야 한다. 그리고 많이 읽혀야 한다. 그래야 터무니없는 주장이 설 자리가 없어질 테니. 더 이상 우리 속이 터지는 일도 줄어들 테고. 


그래서 저자의 이런 작업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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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셀 테러 - 온라인 여성혐오는 어떻게 현실의 폭력이 되었나
로라 베이츠 지음, 성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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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박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남성성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성장하는 남성이 지니게 되는 신념 체계가 내면화 되는 상태. 맨박스에 갇힌 남성들이 많이지면 그 사회는 성평등 사회와는 거리가 먼 사회가 된다.


성평등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에서는 다른 불평등도 심화된다. 즉 하나의 불평등만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인종, 경제, 학력, 지역, 국가, 연령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불평등이 중첩된다. 여기서 여러 불평등이 겹친 사람도 나타나고, 하나의 불평등을 겪는 사람이 다른 분야에서는 불평등을 옹호하는 일도 벌어진다.


맨박스라는 말도 이러한 불평등한 사회를 이루는 요소 중 하나일 것이다. 그렇게 맨박스라는 말은 들어봤는데, '매노스피어Manosphere'라는 말은 처음 들어왔다. 더불어 '인셀Incel'이란 말도 처음이고.


'인셀 테러'라는 제목을 봤을 때 이게 무슨 뜻이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백래시backlash라는 말은 들어봤는데, 이러한 백래시 중의 하나인가 했더니, 백래시를 그냥 반발 정도로 생각했다면(물론 백래시는 반발 정도를 넘어선 상태이다, 거의 폭력 수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인셀을 비롯한 매노스피어는 테러에 더 합당하다고 해야 한다.


이 책에는 이러한 '매노스피어'에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읽으면 끔찍하다는 생각이 든다.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그 차이를 무화시켜 자신에게 종속된 존재로 만들려는 활동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


'매노스피어'에 속하는 활동으로 저자는 '인셀, 픽업아티스르 ,믹타우, 남성권리 운동(두 운동 분야가 있는데, 저자가 언급하는 남성권리 운동은 여성들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운동이다), 트롤(게이머게이트)' 등이 있다.

다른 활동들이지만 공통점은 여성을 적대시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인셀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인셀은 증오를 연료 삼아 타오르는 여성 혐오와 남성우월주의 교리를 의도적으로 확산하고, 무자비한 강간과 여성 살해를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최소 수만 명에 달하는 강성 회원을 보유한 급진적이고 극단주의적인 운동이다'(76쪽) 


끔찍하지 않은가. 이런 것을 운동이라고 해야 하는지 의문이고, 운동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운동을 찬성할 수 있을까? 이런 운동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많을까 하지만, 아니다. 이 책에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런 활동에 참여한다. 갈수록 더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서. 그러니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세상은 증오로 유지될 수 없으니까. 성에 따라서 극단적으로 한 성이 다른 성을 억압하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


이 책에 든 많은 예시들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그것이 오히려 그러한 활동을 알려주는 꼴이 될 테니까. 반대로 어떻게 하면 그런 활동들을 줄이고 없앨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 또한 그들의 행동이 테러와 같은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 또 젊은이들에게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양성해야 하고, 그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무엇보다 매노스피어의 활동들은 언론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또 다름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범죄이다. 그것도 혐오범죄, 테러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인식을 지니고 대응을 해야 한다고 한다.


다양성이 확보되는 사회에서는 극단이 설 자리는 없다. 그러니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러한 다양성이 꽃피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저자는 주로 영국과 미국의 사례를 들지만, 이것이 어디 그 두 나라에 국한된 일이겠는가. 우리나라 역시 N번방 사건을 겪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이 책에 나오는 일들이 남일만은 아니다. 우리 역시 대비해야 한다. 


한 성이 다른 성을 또는 성적 지향이 다르다고 해서 억압하고 탄압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이 책은 그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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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터 아웃사이더 딕테 시리즈 1
오드리 로드 지음, 주해연.박미선 옮김 / 후마니타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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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쾌하다. 돌려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간결하다. 어려운 말을 하지 않는다. 똑바로 자신의 말이 다가갈 수 있게 한다. 그렇다고 가볍지 않다. 무겁다. 말에 실린 낱말들 하나하나가 무겁다. 고통과 분노. 하지만 이 고통과 분노는 사랑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의 분노와 고통을 똑바로 본다. 


어쩌면 바닥까지 내려가본 사람이 더이상 내려갈 곳이 없어 이제는 올라가야만 할 때, 그럴 때 올라가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그러한 모습이 그려진다. 나만 올라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바닥에 있는 사람들을 남겨둘 수 없다는. 또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는 사람들을 버릴 수 없다는.


함께하기. 이 함께하기에는 차이를 없앤다는 말은 들어설 공간이 없다. '함께'라는 말에는 '같다'는 의미보다는 '다르다'는 의미가 더 강하기 때문이다. '다르기' 때문에 '함께' 한다. 함께하기 위해서 차이를 없앤다? 지금은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다. 이런 말들이 쉽게 내뱉어진다. 그런데... 그럼 언제 말을 하지?


지금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공동의 적을 물리친 다음에는 차이를 말할 수 있나? 그때 차이를 말하면 이제는 '적'이 되지 않나? '차이'는 대의를 위해서 묻어두어야만 하는 그런 것인가? 오드리 로드는 이를 거부한다. 차이는 차이다.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더 나아갈 수가 없다. 세상에 누군가의 다름을 묵살하고 이루어지는 진보를 진보라고 할 수 있나?


하여 '함께'라는 말이 통하기 위해서는 이 '함께' 속에는 반드시 '차이'가 있어야 한다. '차이'를 인정한다는 것은 나와 같은 동등한 존재로 남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함께 행동을 한다고 해서, 생각들까지도 똑같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공동의 행동을 하면서도 차이들을 드러내고, 그 차이들이 서로 부딪치고 부딪쳐 또다른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특히 발전, 진보를 표방하는 사람들은.


오드리 로드가 말한, 쓴 글들이 실려 있는 이 책은 이러한 '차이'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차이'들이 모여 '함께함'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그것이 중요함을 생각한다.


오드리 로드는 '차이는 우리의 창의성이 불꽃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극성polarities과도 같은 것으로 봐야 합니다(176쪽)'고 말하고 있으며, '차이는 우리가 각자의 힘을 벼려낼 수 있는 강력한 연결점이자 원료입니다(177쪽)'라고 '주인의 도구로는 주인의 집을 무너뜨릴 수 없다'에서 말하고 있다.


왜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할까? '아웃사이더인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합니다. 경계 위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서로 지지하고 소통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하기 위해서는 먼저 서로를 온전히 알아야 합니다(99쪽)'는 말에 그 답이 나와 있다.


경계 위에서 살기 때문이다. 이쪽 저쪽 확실한 영역이 아니라 이쪽과 저쪽에 속하지 못한(현재로서는) 경계에 있기 때문에 경계는 이런저런 차이들이 함께 존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를 온전히 알아야 한다고 하는데, 온전히 알기 위해서는 결코 어떤 이념이나 행동으로 뭉뚱그려져서는 안 된다.


다양함, 세상에 어떤 사람이 하나로 정의될 수 있단 말인가? 이 다양함을 인정하고 거기서 함께할 수 있는 부분들, 함께해야만 하는 부분들을 찾아나가야 한다. 경계 위의 삶이란 고정된 삶이 아니라 늘 변하는 삶이다. 유동적인 삶은 자신의 것만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열고 상대를 받아들이는 삶이다. 그것은 '차이'를 없애려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받아들여 다양함이 풍부하게 발현되는 삶을 살아가려는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다른 존재로부터 강요된 삶을 던져버려야 한다. 자신을 바로 보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고통이 따른다. 그리고 고통에서 분노가 발생한다. 이 분노가 자신을,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된다.


왜냐하면 '정확한 대상에 초점을 맞춘 분노는 진보와 변화를 추진하는 강력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217쪽)'고, '분노를 우리의 발전과 미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표출하고 행동으로 전환한다면 그것은 우리를 해방시키고 우리의 힘을 강화하는 정화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 분노에는 정보와 에너지가 장전되어 있(218쪽)'고 '분노란 우리들 사이의 왜곡된 관계를 슬퍼하는 감정이고,그 목적은 변화(221쪽)'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분노는 자신의 고통을 직시하는 데서 온다. 자신의 고통만이 아니라 우리의 고통을 보는 데서, 분노는 힘으로 전환된다. 그런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들 가운데 누구 하나 배제되지 않는 미래를 만들어 가는 데 헌신하는 것이며, 그런 미래로 가기 위해서는 우리 각자의 독특한 정체성에서 나오는 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우리의 동일성은 인식하는 동시에 서로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251쪽)'고 로드는 말하고 있다.


다시금 '차이'를 인정하고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말이다. 흑인이자, 여성이고, 성소수자이자 페미니스트인 오드리 로드. 이런 그이기에 '차이'을 인정하고 '함께'해야 한다는 사실을 더 깨달았을 수 있다.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은 차이들이 있나, 그런데 우리는 그 차이들을 차별로 뒤바꾼 경우가 있지 않나? 기득권에 사로잡혀 차이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거나, 그것이 어째서? 라고 말하고 있는 경우가 있지 않나 하는 반성을 한다.


세상과 삶을 바라보는 눈을 갖게 해주는 오드리 로드의 글들이었다고, 이 책을 곁에 두고 계속 읽으면서 곱씹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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