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지 않다 - 90년대생들이 정말 원하는 것
박원익.조윤호 지음 / 지와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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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이 보수화되었는지, 여전히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설왕설래하고 있다. 그런데도 딱히 이렇다 하게 마음에 드는 주장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럴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를 딱 집어서 이야기하면 세대론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세대론은 세대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고, 그러므로 행동도 다르다고 전제하고 있는데, 과연 그럴까?


이 책의 저자들은 2016년 촛불 집회를 예로 들고 있다. 이 집회에 세대론이 끼어들 여지가 있을까? 촛불을 든 사람들이 세대에 따라 다를까? 아니다. 이들은 국정농단에 분노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공감대. 그래서 그들은 광장에 모였다. 하나의 가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름에도 불구하고 공통 목표를 위해서 모였다. 그렇다.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할 때 그것을 고치기 위해서 모이는 사람들에게 세대론을 들먹일 필요가 없다.


이 책에서는 각 세대들이 지닌 특징이 있고, 그 다름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것만이 전부인 양 말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오히려 함께 사회를 바꿨던 공통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 무엇인지 모색하자고 한다. 여기에 바로 우리들의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냥 어쩔 수 없는 사회야 하고 포기하지 않고,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정치변혁을 이끌어낸 경험이 있으므로, 그것을 통해서 더 나은 사회로 함께 나아가면 세대론이 차지할 자리는 없어진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에게 책임을 묻지 말고, 또 특정 세대에게 책임을 묻지 말고, 그 저변에 있는 구조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왜 20대들이 분노할까? 그들의 분노는 그들만의 이익을 위해서일까? 그렇지 않다. 20대가 행복한 사회는 다른 세대들도 행복한 사회가 된다. 왜냐하면 자신들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세대들도 행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젠더 갈등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


사회가 불평등해질수록 줄어든 자원을 놓고 첨예하게 갈등을 벌이는 양상이 나타난다. 최근 우리 사회에 민감한 문제로 떠오른 젠더갈등은 이런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젠더갈등은 불평등 사회라는 배경에서 탄생했고, 20대들을 중심으로 과열되었다. 우리 사회의 진보적 담론들이 한국 사회, 특히 20대들이 겪고 있는 불공정과 불평등에 집중하지 못하고, 성평등의 문제를 '남성이 여성을 차별하고 있다'는 방식으로만 접근했기 때문이다. (73쪽)


이렇게 근본적 문제를 파악하고, 그것에 접근하는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세대, 젠더 갈등으로 몰아가지 말고, 20대들이 또는 각 세대들이 의자뺏기를 하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조건 즉, '더 괜찮은 일자리를 노동시장의 표준으로 만들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것이 사회의 책임을 제대로 묻는 일이다'(102쪽)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


세대 갈등, 노인 문제도 마찬가지다. 청년 문제와 동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청년 문제와 노인 문제는 함께 갈 수밖에 없다. 


노인빈곤 문제는 청년빈곤 문제와 데칼코마니를 이룬다. 청년기의 저소득이 중·장년기의 낮은 저축으로 이어지고 노인빈곤이라는 악순환 구조로 연결되기 때문이다.(203쪽)


결국 청년문제는 노인문제와 떨어져 있지 않다. 함께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다. 그러니 20대들을 다른 세대로 치부하지 말고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야 한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찾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들 20대를 달라진 세대라고 하는데, 그들의 특징을 이 책 각 부분을 연결하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래서 책 제목이 '공정하지 않다'다.


자격이 없는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돈도 실력인 사회'는 공정하지 않다. 사회의 책임을 개인에게 묻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바닥은 놔두고, 천장만 없애려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자신도 지키지 못할 것을, 남에게 강요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개인적인 것에 올바름을 묻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이 제목들을 보면 청년 세대를 이해하고, 그들이 무엇에 분노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러니 이 책의 1부는 기성세대들이 읽고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 출발점을 잡는데 도움이 된다.


2부는 청년들이 읽으면 좋을 내용이다.


누가 더 불쌍한 피해자인지 경쟁하지 말자. 실제 세계에 집중하자. 잘못하지 않은 일에 사과하지 말자. 웃음이야말로 강력한 무기임을 명심하자. 다른 점에 주목하기보다 같은 점을 발견하자.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믿자.


이제 시대가 변했다. 변한 시대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 과거에 진보였다고 지금도 진보라고 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청년 세대들을 하나로 뭉뚱그려서 이야기해도 안 된다. 그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생각, 행동이 있다.


또한 세대가 달라도 공통으로 원하는 삶이 있다. 바로 내일이 보이는 삶, 희망이 있는 삶이다. 그런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그런 방향에서는 세대 갈등, 젠더 갈등이 일어날 수 없다.


따로 또 같이 갈 수 있으니까... 그야말로 그런 삶을 원하는 것에서는 '대동소이大同小異'이고, 그것을 실천하는 데에서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 되어야 한다. 그 점을 너무도 잘 보여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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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국은 스마트 인 차이나 - 대륙에 부는 4차산업과 플랫폼 바람
유한나 지음 / 북네스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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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놀랐다. 중국이 이렇단 말이지... 하면서. 도대체 중국에 대해서 무엇을 알고 있었단 말인지.


그냥 짝퉁의 나라, 게으른 나라,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 대국이라고, 패권을 지향하는 나라. 최근 읽은 몇몇 책들을 통해서 중국에 대한 언론의 내용들 중에 잘못된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인터넷 분야에선 우리가 한참 앞서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중국은 중국 나름대로 인터넷 시대를 살아가고 있고, 그들은 이미 스마트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스마트폰 하나로 대부분의 일상을 해결할 수 있는 나라라고 하니.


신용카드 단계를 건너뛰고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하고, 의료분야까지도 스마트폰을 활용하고 있다고 하니,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 의료에서 대면진료만이 문제가 아니라 의약품을 수령하는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중국은 이런 분야에서 그들 나름대로 해결책을 이미 만들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게 된다.


한때 짝퉁 핸드폰, 또는 싼 가격의 핸드폰이라고만 생각했던 샤오미가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내고 중국 제조업의 형태를 바꿔가고 있다고 하니, 기존에 중국 제품에 대해 지니고 있던 생각을 바꿔야 한다,.


샤오미는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 브랜드가 되는 것보다 중국 제조업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품질 좋은 상품을 제조하고 -> 저렴한 가격의 상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한 후 -> 과학기술에 대한 흥미를 향유하도록 하는 것,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중국 제조업의 꿈의 공식이다. (237쪽)


이 말을 우리나라 제조업에 적용해 보자. 과연 이 공식을 회사의 사훈으로 삼고 있는 회사가 있는지... 오로지 이윤을 위해 회사를 운영하고 있지는 않은지.


무엇보다 과학기술에 대한 흥미를 향유하도록 하는 것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이윤을 넘어 사회 전체가 과학기술에 대해 관심을 갖고 생활하도록 하는 일이라니... 이런 나라가 발전 안 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온라인에만 치중하고 있지는 않다고 한다. 온라인만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우리나라 '다이소'와 비슷한 '미니소'가 있다고 한다. 싸고 품질 좋은 제품들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는 곳이라고.


이렇게 중국은 자기 나라에 맞는 방식으로 최첨단 과학기술을 결합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간과하고 예전 중국의 모습만 기억한다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중국의 발전에 눈감고 있다가는 중국이 우리나라의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나라를 시장으로 삼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기업으로 떠오른 몇몇 기업들도 자신들만이 이윤을 얻기 위해 문어발식 확장을 하지 않고, 기술이 있는 기업과 제휴하여 제품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택한다고 한다. 


샤오미에 관한 이야기 중에 이런 글이 있다.


샤오미 혼자만이 대기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 회사들과 함께 성장을 추구하는 정신이 이들이 말하는 상생의 모습이다. 우리나라의 대기업이 다른 중소기업에 투자해 협업하는 방식으로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샤오미는 그 길을 가고 있다. (242쪽)


이렇게 모든 것을 홀로 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니다. 대기업은 기술이 있는 중소기업과 함께 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경제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중국이 완전히 그 길로 가고 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러한 노력을 하는 기업이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여기에 중국에서 여전한 빈부격차, 특히 농촌의 문제는 심각하다고 하는데, 이것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한다고 한다. 농촌과 도시를 잇는 아이티기술을 확보하고, 그것을 통해서 농촌을, 농민을 살리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몇몇 생협이나 한살림 등에서 하고 있지만, 중국은 '인터넷+농촌을 기반으로 농촌의 특색 있는 상품들을 도시의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는 온라인 시장을 개설'(156쪽)했다고 한다.


농촌 문제도 과학기술과 결합하여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다양한 사례들을 들어 중국이 인터넷을 생활에 결합하여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중국의 발전상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예전의 짝퉁 중국에서, 질 떨어지는 제품을 싼 값에 판매하는 중국에서 제품의 질과 가격을 모두 만족시키는 제품을 만드는 중국, 자기들만의 인터넷 환경을 만들어가는 중국을 보여주고 있다. 꼭 중국을 따라갈 필요는 없지만,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점들이 많으니,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해 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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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가까운 중국 이만큼 가까운 시리즈
이욱연 지음 / 창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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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중국을 알아야 한다. 책 몇 권으로 중국을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오랜 전부터 중국은 우리에게 가까이 있던 나라였고, 문화교류도 활발했던 나라니, 이 참에 더 잘 알면 좋을 듯하다.


여러 권을 읽고 있는 중인데, 이 책은 두 번째나 세 번째로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관적인 주장이 적고, 중국에 대한 사실을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역사부터 시작해서, 지리·문명, 정치·경제, 사회, 문화·예술, 한중관계로 나아간다. 그래서 중국이란 나라에 대해서 어느 정도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하게 한다.


중국의 다양한 모습을 주제별로 엮어서 설명하고 있기에 좀더 쉽게 다가갈 수 있어서 좋은데, 그 중에 지금은 변한 것도 있겠지만, 그래도 중국은 이렇구나 하는 것들이 많다.


특히 중국 정치제도에서 지금은 유명무실해졌다고 하는 '7상8하'제도가 눈에 들어왔다.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에서, 공산당원 중에서도 상무위원이 정치를 책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상무위원이 될 수 있는 나이라고 한다.


'중국 공산당은 세대 교체를 위해 일정 나이 이상이 되면 최고지도부가 되지 못하게 하는 불문율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이른바 '7상8하 七上八下'제도입니다. 문서로 규정된 것은 아니지만, 중국 공산당 최고 직인 정치국 상무위원 나이에 적용하는 불문율입니다. 만 67세면 상무위원이 될 수 있지만, 68세면 상무위원이 되지 못하고 은퇴해야 합니다.' (125쪽)


이랬다고 한다. 왜냐하면 정치가 정체되면, 권력이 독점되고, 그것은 나라의 발전에도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제도를 불문율로, 암묵적으로 지키기로 했다고 하는데, 어느 순간 권력을 잡은 사람이 이 제도를 무시하면 사라지게 된다. 지금 중국은 이 불문율을 잘 지키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데...


그럼에도 중국은 강대국으로 부상했다. 세계 2대 강국 중 하나다. 이런 나라가 우리 주변에 있으니, 우리는 어떻게든 중국과 관계를 맺고 지낼 수밖에 없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한중관계를 다루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 이부분에 대하여 더 구체적이고 자세한 내용을 다루는 책이 나와야 하겠다.


학자들의 논문이나 외교관들의 정책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중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중국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지적했듯이 중국에 대한 인식은 개별적인 경험으로 쌓은 관점보다는, 지금까지 언론이나 교육을 통해서 만들어졌던 집단 의식이 우리에게 중국을 인식하는 틀로 작동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제는 그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국과 관계를 잘 맺기 위해서는.. 책에서 저자는 연암 박지원을 인용해 우리가 중국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지 이야기하고 있다. 바로 '이용후생'이다. 


그런데 '이용후생'을 하기 위해서는 중국을 알아야 한다. 이 책은 '이용후생'을 하기 위한 기본 토대를 마련해주고자 하니, 읽어보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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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싫어하는 말 - 얼굴 안 붉히고 중국과 대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
정숙영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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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강대국 사이에서 주권을 지키고, 국민들 행복을 유지할 수 있으려면 현명한 정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그 나라는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된다. 우리나라가 그렇다. 지정학적으로 좋은 위치라는 말은 지정학적으로 강대국들 사이에 끼여 있다는 말도 된다.


현명한 외교가 국민들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다. 물론 정치인들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몇몇 국민들의 실수로 외교관계가 난관에 빠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대로 알아야 한다. 알아야 대응을 할 수 있다.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이성의 문제다. 국제관계는.


어느 순간부터 중국은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 되었다. 교역국뿐만 아니라, 우리들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나라가 되었다. 좋은 의미든 좋지 않은 의미든 중국은 우리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중국에 관한 책을 몇 권 읽고 있는 중이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아님을 알려주는 책들이다. 특히 [안녕? 중국!]은 그동안 매체에서 접할 수 있었던 내용과 많이 달라서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 책에 나온 내용들이 상당 부분 정당하다는 생각을 했다.


[안녕? 중국!]보다는 좀더 쉽게 쓰여졌다고 할까? 편지글이 더 읽기 쉬울텐데, 전문적인 내용이 많아서 중국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으면 이해하기 까다로운 책이 [안녕? 중국!]이었다면, 이 책은 여러 자료들을 제공하면서 중국에 대한 지식을 채워주고 있어서 중국을, 또 중국사람들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어떤 사람들이 중국에 진출하려다 왜 실패했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서 설명해주고 있으니 더더욱 이해하기 쉽고. 두 권을 함께 읽으면 좋겠단 생각을 한다. 적어도 중국에 대한 편협한 관점을 떨쳐버릴 수 있게 해주는 책들이니.


책 처음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중국지도다. 그래, 아무 생각없이 중국지도를 보라고 하면 그냥 중국지도일 뿐이다. 그런데, 그 지도 하나가 중국인들의 감정을 건드릴 수 있다니...


다른 나라와 만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매우 많지만 특히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지만 당사국 사람들에게는 민감한 사항이 있다면 그것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고 움직여야 함을 이 책 처음에서부터 알 수 있게 된다.


그렇다. 중국지도를 그릴 때, 그들은 늘 하나의 중국이라고 주장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 지도에서 대만과 해남도를 빼놓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 별것 아니라고? 그럴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책에서 적절한 예를 들어주고 있다.


우리나라 지도에서 독도를 뺀다? 특히 일본 사람들이 그린 우리나라지도에서?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하는가? 화낸다. 그건 잘못이라고,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중국도 마찬가지란다. 그들에게 대만과 해남도는 우리의 독도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곳이란다. 그러니 우리가 중국 사람들과 만나 영토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또 그들 출신지역을 물을 때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홍콩, 마카오, 대만, 티벳을 중국은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중국이란 나라의 한 부분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 이렇게 첫부분부터 지도, 출신지역 문제부터 중국인들의 감정을 악화시키는 부분이 있다고 알려주고 있으면서, 티벳 문제로, 또 중국 정치 체제 문제, 중국 문화에 대한 인식, 최근에 문제가 된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까지 다루고 있다.


어떤 문제를 건드렸을 때 중국이 반발하는지, 그 문제의 원인이 무엇이고, 어떻게 접근해야 현명하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서 알려주고 있다. 특히 정치문제에서 1989년 천안문 사건은 언급해서는 안 된다는 점.


시위를 통해 민주화를 이루었던 우리 경험에 비추어 쉽게 천안문 사건을 언급할 수 있지만, 중국에서는 금기어라고 한다. 그들에게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위협한다고 여기고 엄격한 검열을 유지한다고 하니...


우리 시위문화에 익숙해져서 중국인들을 만났을 때 천안문 사건을 어땠어?라고 묻는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그래서 중국에서 금지어로 쓰는 말들을 알면 중국과 또 중국인과 더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한다.


많은 사례들이 책에 나오기 때문에 중국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 또 언론에 나온 중국에 관한 이야기에 고개를 갸우뚱 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균형 있는 관점을 지니게 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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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중국! - 중국학자 아빠가 딸에게 들려주는 중국 이야기 보리 청소년 교양 문고 1
김희교 지음 / 보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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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니, 내가 알고 있는 중국은 언론에서 이야기한 중국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도 있구나.


그동안 매우 편향된 중국 이야기만 듣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안경을 나역시 끼고 있었으면서 그것을 알지도 못하고 지냈구나 하는 생각.


다른 관점에서 쓴 글이나 이야기를 듣고, 사실을 확인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마치 남의 일처럼 그냥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만 받아들이고 있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게 하는 책이다. 그렇다고 이 책에 나와 있는 내용을 모두 받아들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이 책에서도 누차 이야기하지만 자신은 이런 관점으로 중국을 바라본다고, 기존에 중국에 대한 이야기들이 한쪽에 치우쳐 있다고 알려주고, 그들과 다른 중국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역할을 한다고 하니, 이렇게 다른 관점의 내용을 읽고 자신만의 관점을 만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이 말은 가슴에 와닿는다. 우리가 그동안 중국을 바라보았던 관점.


  우리에게 중국을 볼 때 쓰는 특수한 안경이 있다. 한국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중국을 볼 때 그 안경을 낀다. 그 안경에는 대략 세 가지 렌즈가 있다.

  하나는 노란색이다. 서양 사람들이 중국을 볼 때 써 온 그 안경이다. 중국인을 일종의 미개인으로 보는 시각. 19세기에 미국에 널리 퍼졌던, 이른바 황화론이다. 

  다른 하나는 빨간색이다. 중국인을 붉은 마오쩌둥의 후예로 여기는 렌즈. 중국을 사회주의로만 바라보는 렌즈. 그 속에는 사회주의는 무조건 나쁘다, 없애야 한다는 생각이 숨어 있다.

  마지막 하나는 검은색이다. 중국이 부상하면서 등장했다. 중국이 힘을 쥐는 세상에 대한 공포가 깔려 있다. (42쪽)


자, 나는 어떤 안경을 쓰고 있었나? 이 안경들을 어쩌면 겹쳐서 쓰고 있지 않았나? 발전해 가는 중국에 경외감을 느끼면서도 어떤 위협감을 느끼고 있지 않았나, 그러면서도 중국은 무질서한 나라라는, 또는 아직 우리나라를 따라오려면 멀었다는 생각도, 또 사회주의라면서 무슨 빈부격차가 저리 심한가 하는 생각도.. 이렇게 많은 렌즈를 돌아가면서 또는 한꺼번에 끼고 중국을 보지 않았나 싶다.


내 필요한 안경을 그때그때 찾아서 쓰고 중국을 판단하고, 그에 맞는 이야기들을 취사선택해서 듣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만든 책이다.


다양한 사건들에 대해서 중국의 관점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그 관점에서 해석하면 어떻게 판단될 수 있는지를 '방공식별구역과 동북공정'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동안 다른 매체에서는 잘 만날 수 없었던 방공식별구역, 동북공정에 대한 다른 관점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검은색 안경을 쓰고 중국을 바라보는 관점이었다는 주장을... 논란이 많은 이 문제에 관해서는 다양한 관점에서 쓴 글들을 읽어보아야 한다. 


그러니 사람도 하나로 판단할 수 없는데, 하물며 나라는 어떻겠는가. 그것도 작은 나라도 아니고 50여개가 넘는 소수민족이 함께 살고 있는, 영토로도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로 넓은 나라를 단일하게 파악할 수는 없다.


이렇게 딸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그동안 중국에 대해서 일방적으로 전달되었던 내용들에 그동안 중국학을 한 학자답게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고 있어서, 내가 알고 있던 것에 대해서 의문을 지니게 한다. 다시 질문을 하게 한다. 그것이 과연 중국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는가 하는.


제목만 보면 "안녕? 중국!"이라는 말에서 가볍게 읽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지만,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 역사적 지식도 있어야 하지만, 자신만의 세계관을 확립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로까지 나아가고 있어서,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무엇보다도 중국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우리는 중국과 대결해서 얻을 게 별로 없다. 현명한 정치인들이라면 중국과 공생하는 방법으로 외교관계를 맺어야 할 것이고, 정치인들이 그렇게 하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들 모두가 중국을 제대로 알고, 중국과 평화롭게 지내 우리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인은 우리를 대변하고 있으니, 지금까지 중국과 갈등 국면을 만들어갔던 정치인들은 바로 우리들이 잘못 알고 있던 관점을 외교관계로 확장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우리 자신이 중국에 대한 바른 관점, 즉 색안경을 벗고 맨눈으로 제대로 보고 행동하면 정치인들 역시 그렇게 외교관계를 맺으려 노력할 것이다. 


저자가 마지막 부분에서 한 말 마음에 새겨두고 싶다.


'우리가 지속 가능한 민주주의와 동북아시아의 평화,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바란다면 그런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이 다수가 되어야 한다.' (328쪽)

'모든 혁명적 변화는 한 사람의 변화와 선택에서부터 시작되는 거란다. 심지어 국가 간의 관계조차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모여 결정된다. 그것이 근대의 특질이다.' (328쪽)


그렇다. 우리가 평화롭게 지내기 위해서는 중국에 대해서 제대로 된 관점을 지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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