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허깨비를 좇는 정치 - “뉴스 시스템이 흔들리면 민주주의가 무너진다”
W. 랜스 베넷 지음, 유나영 옮김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09년 9월
장바구니담기


뉴스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언론인과 관료 집단이 서로 의존한다는 것은 이 언론 제도라는 게 실은 독립성이 별로 없는 정부 산하의 제4부임을 의미한다.
첫째, 아직까지 뉴스에 귀를 기울이는 시민들 사이에서 여론을 형성하고, 둘째 정치 파벌들을 움직여 전쟁이나 기후 변화 대응 등의 정책 발의에 찬성하거나 반대하게 만들고, 셋째 공직자들에게 이런 정책 발의에대한 책임을 어느 정도 지우고, 넷째 시민들에게 정부가 하는 일을 단순 전달해주는 뉴스의 역할을 반추해보았을 때, 뉴스를 만들고 통제하는 공직자의 능력은 지배 권력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정보 정치의 최전선에서는, 언론인과 뉴스 조직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스핀을 흘려 특정 정파가 원하는 방향으로 사건이 보도되게끔 만들려는 싸움이 벌어진다.-54-55쪽

언론인이 수명이 짧은 정치판의 상식을 받아들이면서 공직자들의 스핀에 놀아나고 지배 집단에 합류하면 권력이 진실을 규정하게 된다. 권력을 향해 진실을 발언하는 뉴스 시스템을 갖는 대신에 권력의 지시에 따라 뉴스를 생산하게 되는 것이다.-60쪽

뉴스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반영한다는 게 미디어 기업들의 전형적인 대답이지만, 이를 의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어 기업들은 뉴스란 대중이 듣고 싶어하는 것을 들려주어야 한다고 믿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케팅과 광고와 소비자 지향 프로그램 편성을 통해 소비자들의 취향을 유도하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이기 때문이다. -79쪽

저널리즘에서 하드 뉴스의 공통된 기준은, 사회의 교양 있는 사람들이 응당 알아야 할 내용이 보도에 담겨져야 한다는 것이다. ...
이에 비해 소프트 뉴스는 감성적이고 즉각적이다. 수용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만 하면 소임을 다하는 것이다.-82쪽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에서 여전히 중요한 보호 대상이지만, 한편으로는 기업 미디어가 사회적 책임을 피하는 방패가 되기도 한다.-87쪽

미국의 공적 정보가 언제나 민주적 경로로 발전하지 않는 원인으로 뉴스의 두드러진 네 가지 특징을 들 수 있다. 이 네 가지는 바로 개인화, 드라마화, 파편화, 정부 권력-무질서 편향이다.-120쪽

대통령 정치에서 가장 개인화된 영역은 아마도 선거 운동일 것이다. 대통령 선거 운동은 개인화되고 드라마화된 뉴스 플롯에 맞추어 진행되는 일이 많은데, 이렇게 되면 미디어 전략에서 이슈 자체가 이차적인 지위로 밀려나게 된다.-142쪽

개인적이고 극적인 관점에서 가장 쉽게 제시할 수 있는 이슈가 뉴스를 지배하며, 정치인과 이익집단들은 이 이슈를 자기들의 정치 목표에 유리한 쪽으로 규정하려고 싸운다.-185쪽

여론을 자기 편으로 만들려는 싸움이 벌어지는데, 여기서는 첫째, 가장 단순한 메시지, 둘째 가장 강한 감정적 코드를 건드리는 메시지, 셋째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가 닿는 메시지, 넷째 수시로 반복할 수 있어서, 다섯째 파편화된 사회와 미디어 시스템을 뛰어넘어 퍼져나가, 그 결과 사람들이 상호 확신을 통해 특정한 입장을 공유하게끔 만드는, 공통의 인식을 이끌어내는 메시지를 만드는 쪽이 이기는 경향이 있다.-192쪽

당파적 정치 캠페인과 뉴스 보도가 비슷한 목표와 가치를 추구할 때는 바로 공익이 피해를 입게 된다.-197쪽

대체로 사람들이 무기력을 느낄 때는 뉴스에서 말하는 이슈를 중요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아지며, 평범한 사람들이 변화를 일구는 방법을 전해주는 의욕적인 기사를 접할수록 참여 가능성은 높아진다. -201쪽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경험에 근거한 감정적 반응을 건드리는 것이다.-211쪽

뉴스와 광고의 상승효과는 공중의 이목을 끌고 여론에 영향을 끼치는데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다. 광고의 테마가 뉴스에 실리게 되면, '사실성'이라는 중요한 요소를 획득하여 저항을 무너뜨릴 수 있다.-215쪽

뉴스는 대중과 직접 관련되고 그들이 행동 지향적 관점에서 생각하도록 돕는 정보를 담았을 때 가장 설득력이 있다. 따라서 세계화 이슈를 소비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다루어주면 곧바로 정치적 이해와 참여로 이어질 수 있다.-224쪽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첫째, 수용자가 누군지를 이해하고, 둘째 그들이 나의 상품이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셋째 그들의 생각과 감정의 수용 지대 안으로 나의 이슈를 끌어들일 언어를 찾으라는 것이다.-248쪽

여론조사 전문가, 이미지 메이커, 매니저, 스핀 닥터들의 임무는, 첫째 고객의 정치 의제 확립을 돕고, 둘째 공중의 관심사를 읽고, 샛째 그들에게 전달할 메시지와 미디어 이벤트를 고안하고, 넷째 정치적 고객의 언행이 일관된 공식적 메시지에서 벗어나지 않게 조율하고, 다섯째 무엇보다도 언론, 반대파, 공중과 우발적인 접촉을 못하게 단속하는 한편, 여섯째 뻔히 정해진 사건을 솔깃한 각도에서 본 기사거리를 기자들에게 던져줌으로써 고객의 정치 의제를 뒷받침하는 것이다.-262쪽

뉴스는 미국 사회의 한정된 양상을 두 가지 방식으로 꾸준히 보여주어왔다. 첫째로 뉴스는 중산층의 가치를 통해 세상을 재현함으로써 사회적 예의범절을 은연중에 보여주는 모델이 되었다. 둘째로 언론은 뉴스 보도에 특정한 윤리적 관점을 도입함으로써 자신이 장려하는 바로 그 가치를 넌지시 정당화했다.-425쪽

객관성 또는 균형이라는 이상을 뒷받침하는 언론 관행 탓에 흔히 보는 몇 가지 정보 격차가 발생하며, 이는 뉴스 이벤트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방해한다. 예컨대 관료들의 재가가 떨어지지 않은 기사 요소를 '누락'한다든지, 어느 한쪽 편이 더 옳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을 때에도 '인위적 균형'을 맞춘다든지, 관료들의 발언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음으로써 '기만과 거짓'이 뉴스 속에 비집고 들어오도록 하는 현상을 들 수 있다.-439쪽

채널이 많아졌다고 해서 선택권도 늘어난게 아니라는 것이다.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기법이 날로 세련되어지면서, 광고주들이 원하는 특정 시청자/청취자/독자 인구 집단을 유인하기 위해 똑같은 뉴스를 달리 포장해 내놓게 되는 것이다.-507쪽

시민을 위한 제안
. 스테레오타입과 플롯 공식을 인지하라.
. 플롯에 들어맞지 않는 정보를 찾아라.
. 추가 정보를 출처를 찾고 당파적 주장을 확인하라.
. 스핀과 뉴스 통제가 작용하는 상황을 인식하라.
. 스스로에게 비판적으로 되는 법을 배워라.
. 정치 코미디처럼 참신한 관점을 제시하는 정보 출처를 찾아라.
-558-568쪽

언론인을 위한 제안
. 개인화와 드라마화를 창의적으로 활용하라.
. 언론인 자신이 지닌 배경지식을 기사에 더 많이 소개하라.
. 표준 플롯 공식에 저항하라.
. 보통 사람들에게 호소하는 관점에서 정치 상황을 정의하라.
. 그 기사가 왜 중요한지 설명해주는 것을 잊지 마라.-568-574쪽

정치인과 정부를 위한 제안
. 정치인에게 향하는 돈의 흐름을 제한하라.
. 후보자 토론과 입법 활동 보도의 포맷을 개선하라.
. 미디어 독점을 통제하라.
. 공영 방송에 대한 자금 지원(과 창의적인 명령)을 늘려라.
. 케이블과 방송 면허 취득에 공적 서비스 요건을 강화하라.-574-580쪽

시민들이 정보 환경의 질에 대한 공적 책임을 요구한다면, 민주주의를 생각하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역시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59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진에 관하여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 이후 / 2005년 2월
장바구니담기


카메라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 사진에 찍히는 사람에게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채, 도덕적 한계와 사회적 금기를 넘나들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여권이다. 그 사람의 삶에 끼어드는 것이 아니라 방문하는 것, 바로 그것이 누군가의 사진을 찍는다는 것의 핵심이다.-75쪽

사실 어떤 대상의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그 대상을 변하게 만든다는것이기도 하다. 아무리 사소한 변화일지라도 위험, 가령 사진의 피사체를 협소라게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 같은 위엄을 가져오는 법이다.-105쪽

사진은 과거를 부드럽게 바라봐야 할 대상으로 뒤바꿔 버린다. 지난 과거를 바라보는 행위 자체의 파토스를 일반화해, 도덕적 분별력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역사적 판단을 흐리게 만듦으로써.-113쪽

삶에서는 모든 순간이 중요하거나, 빛을 발하거나, 영원히 고정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사진에서는 그런 일이 발생한다.-126쪽

사진은 단 한 순간에 우리로 하여금 예술품을 감정하는 사람처럼 세계와 관계를 맺게 만들면서도 이 세계를 아무렇게나 받아들이게 만들기에 우리를 매혹하며 사로잡는다.-127쪽

사진의 역사는 두 가지 상이한 원칙 - 순수 예술에서 유래된 미화의 원칙과 진실을 말하라는 원칙이 벌인 투쟁의 역사이기도 하다.-133쪽

사진과 시는 둘 다 불연속성, 불분명한 형태, 상보적인 통일성을 띤다. 즉, 도도하고 자의적인 주관적 필요에 따라서 사물을 원래 맥락에서 떼어내기도, 전후 맥락에 상관없이 합쳐놓기도 하는 것이다.-146쪽

사진을 통해서 뭔가를 바라본다는 것은 세상만물을 따로따로 떼어내 바라보는 행위, 즉 각기 다른 식으로 초점을 맞추고 시점을 정하는 카메라와 육안의 객관적 불일치로 강화된 주관적 습관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148쪽

사진은 일종의 파편일 뿐이기에, 그 도덕적, 정서적 중요성은 자신이 어디에 삽입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즉, 사진은 어떤 맥락에서 보이는가에 따라 변한다.-158쪽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객관적 세계를 무한히 전유할 수 있게 해주는 기법이자 단 하나뿐인 자아의 유아론적일 수밖에 없는 표현이다. 사진이 이미 존재하는 현실을 묘사한다면, 카메라는 그 현실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 드러난 현실은 개인의 기질을 보여준다. 현실의 어느 면을 잘라냈는지에 따라 기질이 드러나는 것이다.-180쪽

교훈적인 사진은 우리가 관찰력을 갖도록 해주고, 우리의 관찰력을 높여주기도 하며, "우리의 시선을 심리적으로 변화"시켜 준다.
... 이상적인 관찰자로서의 사진작가라는 관점은 사진을 찍는 행위가 왠지 모르게 공격적인 행위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매력적이다.-181쪽

사진은 개성있는 예술가의 의식을 보여주는 이미지가 아니라 이 세상을 보여주는 이미지로서 힘을 갖는다.-194쪽

회화와 사진이 공유하는 평가 기준 중의 하나는 혁신성이다. 회화와 사진은 시각 언어에 새로운 형식이나 변화를 제시했을 때 높이 평가받는다. 회화와 사진이 공유하는 또 다른 평가 기준은 일종의 영기(靈氣)이다. -212쪽

이와 같은 이미지는 현실의 자리를 강탈할 수 있다. 사진은 (회화가 이미지이듯이) 이미지일 뿐 아니라 현실의 해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220쪽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다루기 힘들고 접근하기 쉽지 않다고 여겨지는 현실을 꽁꽁 가둬두는 방법이자, 꼼짝 않고 그대로 제자리에 있게 만드는 방법이다.-233쪽

사진은 회상을 불러일으킨다기보다는 회상을 창조하거나 대체한다.
사진은 우리로 하여금 현실이 아니라 이미지에 즉각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준다.-235쪽

사진은 거짓된 소유이다. 과거, 현재, 미래까지도 거짓으로 소유하게 만드는 것이 사진인 것이다.-238쪽

사진은 단순히 현실을 재생산해낼 뿐만 아니라 현실을 재활용하기도 한다. 재활용은 현대 사회의 중요한 절차이다. 사진 이미지의 형태에서는 사물이나 사건들이 아름다움과 추함, 진리와 오류, 유용한 것과 무용한 것, 훌륭한 취향과 그렇지 못한 취향 사이의 구분을 뛰어넘어 새로운 유용성과 새로운 의미를 제공한다. -24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만나는 민주주의 역사
로저 오스본 지음, 최완규 옮김 / 시공사 / 2012년 6월
장바구니담기


민주주의는 비록 불완전하기는 해도 인간 삶의 커다란 딜레마, 즉 어떻게 해야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존재하는 인간이 개인적으로도 번성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이다.-22쪽

복잡한 아테네 민주제도의 중추적인 요소는 개방성이었다.-28쪽

아테네 민주주의는 ... 사회의 내부 갈등을 평의회와 민회에서 토론하며 만천하에 공개하고 또 그런 토론의 장에 묶어두는 정치였다.-47쪽

그리스 사상가들이 가장 고민했던 문제는 어떻게 하면 자유와 질서를 동시에 얻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48쪽

투키티데스 ...정치가 인간의 갈등을 인식하고 해소해주지 못할 때, 그로 말미암아 전쟁과 압제가 펼쳐진다고 보았다.-52쪽

문제를 공론화해 저마다 이견을 표출하고 해소하는 것이 민주정치의 본바탕-129쪽

행정부는 책임을 져야 하고, 핍박을 두려워 하지 않고 건강한 토론이 펼쳐져야 민주주의라 할 수 있다. 정부에 대한 반대 역시 국가 정치 과정의 충심어린 일부분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197쪽

루소의 말 재인용
영국인민이 자유인이라 여긴다면 자기기만일 뿐이다. 의원들을 뽑는 선거 기간에만 자유롭다. 선거가 끝나면 인민은 노예로 돌아간다. 아무런 가치도 없어지는 것이다.-234쪽

권력에 대한 접근성은 민주주의 역사에서 영원한 숙제였다.-320쪽

역동적인 인간사회는 늘 누군가 권력을 거머쥘 기회를 제공하고, 일단 집권하면 그 권한을 놓지 않기 위해 애를 쓰기 마련이다. ... 민주주의는 사회의 권력 집단이 민주주의가 유리하다고 판단할 때만 살아남을 수 있다.-349쪽

민주주의 체제는 권력 접근성과 지도자들을 몰아낼 능력을 제공해야 할 뿐 아니라, 권력 남용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372쪽

민주주의가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사법부, 입법부, 자유 언론 등의 제도와 강력한 시민사회가 정부의 권력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45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수영을 위하여 - 우리 인문학의 자긍심
강신주 지음 / 천년의상상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시를 읽는 것은 당연히 나와는 다른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는 타인의 속내와 그 삶을 읽는 것-45쪽

시인은 단독적인 삶을 통해서 인간적 삶의 보편성을 보여주려고 한다.
... 자신만이 쓸 수 있는 제대로 된 시를 완성했을 때, 시인은 보편적인 시를 완성한 것이다.-117-118쪽

시인은 자신이 인문정신의 수행자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 ... 이것은 감성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167쪽

김수영이 김수영일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상승에의 관성을 거부하고 하강에의 의지를 끈덕지게 관철시키는 것, 지배에의 욕구를 부정하고 공존에의 소망을 긍정하는 것-171쪽

개개인의 단독성이 인간의 자유를 가능하게 한다면, 예술적 창조는 자유가 없다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예술의 자유가 없다면 인간의 자유를 실현할 곳도 없다고 말할 수 있다.-188쪽

예술은 자기 이해에 도달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고, 동시에 자기 이해에 도달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191쪽

시는 자신만의 삶을 살아내려는 삶의 방식에서 나와야만 한다.-193쪽

(카프카의 말 재인용) 책은 우리 내면에 얼어 있는 바다를 내려치는 도끼같은 것이어야 한다.-229쪽

우리의 삶과 언어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이 바로 `시`다. 아니 정확히 말해 김수영이 꿈꾼 `진정한 시`다.-231쪽

시인은 자신만의 제스처로 자신의 삶을 살아내려고 한다. 이것이 시인이 자유롭게 자유에 대해 노래할 수 있는 이유다. 시는 이렇게 탄생한다.
... 섬세하지만 나약한 시인은 아무래도 순수시를 쓰기 쉽고, 반대로 강하지만 투박한 사람은 참여시를 쓰기 쉽다. 그러니 시를 쓰면서 전자의 경우는 점점 강인함을, 후자는 점점 섬세함을 얻어가고자 하면 된다. 이것이 김수영의 근본 입장이다.-337쪽

진정한 시는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성, 그러니까 단독성을 가져야만 한다. 오직 자신만의 제스처로 살아가는데 성공한 사람의 자기 표현이니까 말이다.
... 결국 시를 쓰기에 앞서 우리는 자신만의 삶을 살아내려고 노력해야만 한다.-34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1
정약용 지음, 박석무 엮음 / 창비 / 2009년 10월
장바구니담기


독서라는 것은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깨끗한 일일 뿐만 아니라, 호사스런 집안 자제들에게만 그 맛을 알도록 하는 것도 아니고 또 촌구석 수재들이 그 심오함을 넘겨다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드시 벼슬하는 집안의 자제로서 어려서부터 듣고 본 바도 있는데다 중간에 재난을 만난 너희들 같은 젊은이들만이 진정한 독서를 하기에 가장 좋은 것이다. -36-37쪽

독서를 하려면 반드시 먼저 근본을 확립해야 한다. ... 근본이란 무엇을 일컬음인가. 오직 효제가 그것이다. 반드시 먼저 효제를 함께 실천함으로써 근본을 확립해야 하고, 근본이 확립되고 나면 학문은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들고 넉넉해진다. 학문이 이미 몸에 배어들고 넉넉해지면 특별히 순서에 따른 독서의 단계를 강구하지 않아도 괜찮다.-39쪽

모름지기 실용의 학문, 즉 실학에 마음을 두고 옛사람들이 나라를 다스리고 세상을 구했던 글들을 즐겨 읽도록 해야 한다. 마음에 항상 만백성에게 혜택을 주어야겠다는 생각과 만물을 자라게 해야겠다는 뜻을 가진 뒤에야만 바야흐로 참다운 독서를 한 군자라 할 수 있다.-41-42쪽

한마디 거짓말하는 것을 마치 세상에서 가장 악하고 큰 죄가 되는 것으로 여겨야 하니 이것이 성의공부로 들어가는 최초의 길목임을 명심하거라.-49쪽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근심하는 내용이 아니면 그런 시는 시가 아니고, 시대를 아파하고 세속을 분개하는 내용이 아니면 시가 될 수 없으며,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 하고 미운 것을 밉다 하며 선을 권장하고 악을 징계하는 뜻이 담기지 않은 시는 시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55쪽

마음 속에 약간의 성의만 있다면 아무리 난리 속이라도 반드시 진보할 수 있는 법이다. ... 가난하고 곤궁하여 고생하다보면 그 마음을 단련하고 지혜와 생각을 넓히게 되어 인정이나 사물의 진실과 거짓을 옳게 판단할 수 있는 장점까지 가지고 있다.-68쪽

몸을 움직이는 것, 말을 하는 것, 얼굴빛을 바르게 하는 것, 이 세가지가 학문하는 데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마음을 기울여야 할 일이다. -71쪽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세상의 많은 사람을 보아왔는데 비록 고관대작들이라 할지라도 그가 한 말을 공평하게 검토해보면 열마디 말 중 일곱마디가 거짓이더구나. ... 편지 글줄에서 한자라도, 평소 주고받는 한마디라도 사실 아닌 것이 없도록 단단히 반성해야만 위로 조상들의 모범을 본받는 길이 될 것이다.-87쪽

무릇 폐족이라는 것은 서로 동정하는 마음을 품고 있게 마련이어서 서로 관계를 청산하지 못하고 결국은 같이 수렁에 빠져버리는 수가 많은데, 부디 마음에 새겨 의지를 굳게 가져라.-92쪽

정신력이 있어야만 근면하고 민첩할 수 있고, 지혜도 생기며, 업적도 세울 수 있다. 진정으로 마음을 견고하게 세워 똑바로 앞을 향해 나아간다면 태산이라도 옮길 수 있다. ...
무릇 독서하는 도중에 의미를 모르는 글자를 만나면 그때마다 널리 고찰하고 세밀하게 연구하여 그 근본 뿌리를 파헤쳐 글 전체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날마다 이런 식으로 책을 읽는다면 수백가지의 책을 함께 보는 것과 같다.-97쪽

무릇 시의 근본은 부자나 군신, 부부의 떳떳한 도리를 밝히는 데 있으며, 더러는 그 즐거운 뜻을 펴기도 하고, 더러는 그 원망하고 사모하는 마음을 펴는 데 있다. 그 다음으로 세상을 걱정하고 백성들을 긍휼히 여겨 항상 힘없는 사람을 구원해주고 재산없는 사람을 구제해주고자 마음이 흔들리고 가슴 아파서 차마 그냥 두지 못하는 그런 간절한 뜻을 가져야 바야흐로 시가 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이해에만 연연하면 그 시는 시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110쪽

학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내용인 효와 제로써 그 근본을 삼고, 예와 악으로써 수식을 하며, 정치와 형벌로써 도움을 주고, 병법이나 농학으로써 그 이익을 주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121쪽

천하에는 두 가지 큰 기준이 있는데 옳고 그름의 기준이 그 하나요, 다른 하나는 이롭고 해로움에 관한 기준이다. ... 옳음을 고수하고 이익을 얻는 것이 가장 높은 단계이고, 둘째는 옳음을 고수하고도 해를 입는 경우다. 세번째는 그름을 추종하고도 이익을 얻음이요, 마지막 가장 낮은 단계는 그름을 추종하고 해를 보는 경우다.-128쪽

인간이 귀중하다는 것은 오로지 한점의 양심이 있어 그것 때문에 군자다운 행실을 할 수 있어서다.-133쪽

몸을 닦는 일은 효도와 우애로써 근본을 삼아야 한다. ...
자기 몸을 엄정하게 닦아놓았다면 그가 사귀는 벗도 자연히 단정한 사람이어서 같은 기질로써 인생의 목표가 비슷하게 되어 친구 고르는 일에 특별히 힘쓰지 않아도 된다.-143쪽

사람을 알아보려면 먼저 가정생활을 어떻게 하는가를 살펴보면 된다. 만약 옳지 못한 점을 발견할 때는 돌이켜 자기 자신에게 비춰보고, 나도 이러한 잘못이 있지 않나 조심하면서 그렇게 되지 않도록 단단히 노력해야 한다.-144쪽

군자는 의관을 바르게 하고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다물고 단정히 앉아 진흙으로 만들어낸 사람처럼 엄숙하게 지내는 생활습관을 지녀야 그가 저술하는 글이나 이론이 독후하고 엄정하게 되며, 그러한 뒤에야 위엄으로 뭇사람을 승복시킬 수 있고 명성이 오래도록 퍼져나갈 수 있다.-165쪽

무릇 재화를 비밀리에 숨겨두는 방법으로 남에게 시혜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게 없다.-167쪽

오직 정신적인 부적 두자를 마음에 지녀 잘 살고, 가난을 벗어날 수 있도록 이제 너희들에게 물려주겠다.... 한글자는 근(勤)이고 또 한글자는 검(儉)이다.-171쪽

성인이 사물을 제 뜻대로 움직이게 하고 천지를 다스리는 일은 모두 용기의 작용으로 인한 것이다.-185쪽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 한때의 재해를 당했다 하여 청운의 뜻을 꺾어서는 안된다. 사나이의 가슴속에는 항상 가을 매가 하늘로 치솟아오르는 듯한 기상을 품고서 천지를 조그마하게 보고 우주도 가볍게 손으로 요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지녀야 옳다.-189쪽

남이 알지 못하게 하려거든 그 일을 하지 말고, 남이 듣지 못하게 하려면 그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제일이다.-190쪽

무릇 봉록과 지위를 다 떨어진 신발처럼 여기지 않는 자는 하루도 수령의 자리에 앉아 있으면 안된다.-297-298쪽

공자의 도는 효제일 뿐이다. ... 공자의 도는 수기치인일 따름이다.-307쪽

시라는 것은 뜻을 말하는 것이다.-318쪽

기란 의(義)와 도(道)를 배합한 것이니 이것이 없으면 정신이 굶주린 상태가 되어버린다고 하였네. 이런 기의 굶주림은 몸의 굶주림보다 더 근심할 일이네.-32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