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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기생충 열전 - 착하거나 나쁘거나 이상하거나
서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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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말하기 거북한 단어다.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기 보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특히 지저분하다거나, 병과 관련된 말과 함께 쓰이는 단어니, 기생충이라는 말은 자주 쓸 수가 없다.

 

그런데 기생충을 연구하는 학자라니... 나는 기생충을 의대에서 연구하는 줄 몰랐다. 생물학과라든지, 아니면 수의학과 정도에서 기생충학을 배우는 줄 알았는데, 아니란다.

 

우리나라에서 기생충학은 의대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의대에서 시작했기에, 기생충학이 사람들을 치료하는데 도움을 많이 주었겠지만, 반대로 의학이 발달하고 환경이 좋아지는 현대에 들어서는 기생충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많아지지 않아, 또 대학에서도 교수를 채용하지 않아 앞으로 20년이 지나면 과연 의대의 한 분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다. (42-44쪽)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기생충학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저분하다고 여겨지던 기생충을 연구한다는 것 말고도, 기생충과 인간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우리들 건강의 많은 부분이 기생충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기생충에 대해서 우리는 너무도 무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과 기생충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기생충에 대해서 일반인들이 읽을 만한 책이 별로 없다는 깨달음에서 이 책을 썼다고 하는데...

 

기생충이 지저분해서 읽기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은 기생충 부분을 빼고 이 책의 1부만 읽어도 된다. 기생충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읽으면 적어도 기생충학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할테니 말이다.

 

기생충에 대한 거부감에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은 계속 읽으면 된다. 2부에서는 '소화기계에 사는 기생충'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요충, 회충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기생충들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있다.

 

이들 소화기계에 살고 있는 기생충들은 우리에게 치명적인 위협을 주지 않는 것들이고, 오히려 우리의 면역체계를 강화해주고 있기도 하다는 점을 알 수 있게 된다.

 

3부에서는 '조직을 침범해 사는 기생충'을 다루고 있다. 이 친구들은 좀 위험하다. 우리의 생명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들이 어떻게 우리 몸 속에 들어오는지 그 경로를 아는 일은 중요하다.

 

감염 경로를 안다면 조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날것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이 기생충들을 조심해야 한다. 역시 알아야 예방할 수 있다.

 

4부에서는 '뇌에서 사는 기생충'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뇌에서 산다. 이거 좋을 리가 없다. 조심, 조심 하는 수밖에 없다. 특히 말라리아 같은 경우는 아직도 제대로 된 백신이 없다고 하니 조심해야 하는데, 이들은 특히 모기나 파리에게서 감염되는 경우가 많으니, 조심할 것.

 

5부에서는 '기타. 우리 몸 이곳저곳에서 사는 기생충'을 알려주고 있다. 폐디스토마나 회선사상충, 주혈흡충 같은 기생충은 아주 위험하고 우리가 조심해야 한다고, 그리고 영화로 많이 알려진 '연가시'같은 경우는 아직까지 사람에게 감염된 경우는 없으니, 영화는 영화로 즐겨야 한다는 것까지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또는 우리가 알아야 할 기생충들에 대해서 쉽게 잘 설명해주고 있다. 감염경로라든지, 치료법이라든지, 조심해야 할 사항들, 그리고 그 기생충들의 특징까지 쉽게 쉽게 설명해주고 있어서 징그럽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던 기생충들에 대해 친근감까지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물론 그렇다고 기생충에 친근감을 느낄 수는 없겠디만, 이렇게 서민과 같이 기생충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있기에 우리들이 좀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생충은 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니, 우리의 식생활습관이라든지 생활습관 등을 돌아보면 충분히 기생충으로 인한 질병은 예방이 가능할 듯하니, 기생충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지식은 알고 있어야 한다.

 

그 점에서 이 책은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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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산스님 초기경전 강의 - 한국 불자들의 공부 갈증을 채워주는 새로운 경전 읽기
미산 스님 지음 / 명진출판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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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종교로 생각해도 좋고, 철학으로 생각해도 좋다.

 

어떻게든 불교의 본질에만 들어간다면 그것이 바로 부처가 바라는 바 아니겠는가.

 

고등학교 다닐 때 불교를 대승불교와 소승불교로 나눈다고 배웠는데, 그리고 우리나라는 대승불교 쪽이 강하다고 그렇게 배웠는데, 굳이 불교를 대승과 소승으로 나눈 이유가 개인의 해탈을 중시하느냐, 대중의 해탈을 중시하느냐라고 배운 기억이 있는데...

 

과연 그러한가? 개인의 해탈과 대중의 해탈이 다른가라는 의문이 있었다. 불교에서 말하는 십우도, 또는 심우도를 보아도 개인의 해탈이 이루어진 뒤에는 반드시 다시 저잣거리로 나서지 않는가. 결국 해탈은 개인과 대중으로 분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불교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석가모니 당시의 언어였던 빨리어를 공부하고, 산스크리트어도 알고,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초기 경전을 공부한 미산 스님이 대중들에게 초기경전에 대해서 쉽게 강의한 내용을 펴낸 책이다.

 

미산 스님이 학승이라고 불릴 정도로 공부를 많이 한 분이라는 것을 이 책의 첫부분에 스님 소개글에서 알 수 있는데, 학승과 선승을 나누는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스님의 자기 소개글을 읽고 알았으니, 공부와 참선이 따로 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그것이 바로 불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불교에서 8만대장경이라는 말이 있듯이 엄청나게 많은 경전이 있는데, 이를 초기 경전과 후기 경전(? 이런 말이 있는지 모르겠는데)으로 나누는데, 이를 소승경전과 대승경전으로 나누면 안된다는 사실은 이 책에서 미산 스님이 잘 말해주고 있으니, 부처 당시의 언어, 그것도 생생한 구어로써의 언어로 기록한 빨리어 중심의 경전을 초기 경전이라고 하면...

 

초기 경전에는 부처의 사상이 생생하게 들어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그 경전을 이렇게 구분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삼장이라고 하면 경장과 율장과 논장을 합쳐 삼장이라고 하는데, 그 중에 초기 경전에서 경장에 해당하는 것만 이야기하면, '디가 니까야, 맛지마 니까야, 상윳따 니까야, 앙굿따라 니까야, 꿋다까 니까야'러 다섯 부류로 구분한다고 한다. (50-52쪽 참조)

 

빨리어로 기록된 경전 이름이 이것이고, 이 경전들이 우리말로도 이미 번역이 되어 있으니, 우리도 우리 언어로 읽을 수 있다고 하는데, 한자어로 번역된 경전으로는 '아함경'이 있다고 한다. 즉 빨리어 경전과 아함경은 겹치는 부분이 많다고 하여 서로가 서로를 보충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이런 경전 설명에 이어, 초기 경전에서 이야기하는 중심 내용들을 설명해주고 있다. 그런 불교 교리에 대한, 이론에 대한 설명은 생략해도 될 듯한데...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한 것은 불교의 교리를 몇 마디로 응축하라면(이것은 좀 위험한 발상이기는 하지만) '지혜와 자비'라고 할 수 있겠다.

 

세상에서 겪게 되는 일들에 대한 지혜와 그럼으로써 함께 사는 존재들에 대한 자비, 이것을 다른 말로 하면 '깨달음과 행함'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한데...

 

내가 나 혼자만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 지금의 나는 수많은 연들이 모여 이루어졌음을 아는 일, 그래서 선한 연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깨달음, 이러한 선한 연은 자비로써 이루어질 수 있음을, 초기 경전 강의를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다.

 

세상이 험할수록 더욱 자비가 필요하고, 자비가 필요한 세상에 대한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불교 쪽 책에 마음이 가고 있는 이유가 세상이 하도 험악해서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 때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불교의 인(因)과 연(緣), 그리고 과(果)를 생각한다면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불교의 이 인연과는 현대 과학과도 통하는 면이 많으니, 오래 전의 종교이론이라고 그냥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도 부족하지 않은 것이 바로 이 인연과에 대한 불교의 이론이고, 또 이것이 사람들이 바른 살을 살도록 해주는 이론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불교 경전에 대한 이야기라서 어렵다고, 또는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멀리할 수 있는 책인데, 전혀 그렇지 않다.

 

종교를 떠나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고, 많은 공부를 통해 깨달음을 얻은 스님답게 쉽게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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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과 만나는 법 - 역사와 이야기가 만나 펼치는 조선 시대 45장면
신병주 지음 / 현암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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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현재를 알게 해주는 거울이다.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현재를 제대로 살기 위해서다.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역사는 늘 우리와 함께 했고, 언제든지 배워야만 하는 학문이었다. 학문이라기보다는 삶이라고 하는 편이 좋을 듯하지만, 공자까지도 역사를 중시해서 "춘추"라는 역사서를 쓰지 않았던가. 그러니 우리나라 역사를 통하여 정권을 잡은 사람들이 역사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 수가 없었으리라.

 

역사에 관한 책을 왕조가 바뀌어도 계속 냈던 이유는 과거를 정리한다는 면도 있지만, 과거를 정리하면서 현재를 만들어간다는 측면이 더 강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역사는 우리의 삶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기록이 잘 남아 있는 시대가 바로 조선 시대 아니겠는가.

 

현대와 가까운 시대이기도 했지만 엄청난 기록유산들이 남아 있기도 하고, 성리학을 공부한 양반 계층들이 어떤 형태로든 당대의 일들을 기록으로 남겼기 때문에 그래도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시대가 조선시대라고 할 수 있다.

 

조선 시대라고 하면 27명의 왕들이 있었다는 기본적인 사실 말고, 어렸을 때 노랫가락에 맞춰 부르던 "태정태세 문단세..." 말고 조선을 좀더 자세히 알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시간 순서대로 쓰이지도 않았고, 또 사건 중심으로 쓰이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몇 개의 주제로 분류를 해 놓고 있는 책인데... 조선 시대 일어났던 일들을 그 당시 기록을 중심으로 우리에게 이야기해주고 있는 책이다.

 

역사를 공부한 저자의 해설이 중심이 아니라 조선 시대 그 현장에 서 있던 사람의 글이 중심이고, 그 글을 중심으로 저자의 해설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해석된 역사가 아니라 우리가 해석할 역사로 이 책을 받아들일 수가 있다. 적어도 옛글을 통해 직접(?) 선인들을 만나고, 선인들의 생각을 읽어낼 수 있으니 말이다. 더불어 조선 시대 풍습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역사와 이야기가 만나 펼치는 조선 시대 45장면'이라고 하는데, 조선 시대의 생활과 사상을 알 수도 있지만, 옛글에 비추어 지금을 알 수도 있게 되는, 역사를 왜 알아야 하는지를 읽으면서 느끼게 만드는 책이기도 하다.

 

가령 '영조의 반값 군포는 과연 성공했을까?'라는 글을 보면 시작을 이렇게 한다.

 

"정치권에서 국민과의 소통은 늘 중요한 화두이다. 그만큼 소통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전통 시대에도 백성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강한 왕들이 있었는데,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영조다."(219쪽)

 

현재와 과거가 소통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금 '불통의 시대'라고 일컬을 수가 있는데, 여기서 소통을 잘한 왕을 끌어들인다. 그리고 제목에 '군포'가 들어가는데, 이 '군포'는 요즘 말로 바꾸면 '세금'이다. 과거가 현재로 확 들어오고 있다.

 

영조가 여러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이야기가 나오고, 그가 반값 군포 즉 군포 2필을 1필로 납부하게 하는 정책을 펼친 이야기가 나온다. 그 다음에 저자의 생각이 영조의 일에 덧대어 펼쳐지는데...

 

"결국 균역법의 실시는 백성들의 부담을 줄이는 대신 양반층, 특히 땅이 많은 지주들의 부담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백성들과 소통하면서 균역법이라는 국가 정책을 실천한 영조의 모습이 결코 옛일로만 느껴지지 않는 시대다." (223쪽)

 

이거 어째, 조선 시대 부흥의 시대, 영조 이야기를 하면서 지금 우리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어떤가? 소통이 되는가? 서민들의 세금 부담이 줄었는가? 오히려 '부자 감세'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 아니던가.

 

어떤 정책이 국민을 위하는 정책인지, 이미 영조가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영조 때 조선 시대는 제2의 중흥기를 맞이하지 않는가. 그 의미를 파악하는 일, 역사를 현재로 가져오는 일, 그것이 바로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의미다.

 

'조식이 백성을 두려워하라고 한 이유는?'이라는 글에서는 남명 조식을 들어 정치권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백성을 떠난 정치는 있을 수 없음을, 결국 정치인을 뒤집는 것은 백성임을 조식의 글을 들어 이야기해주고 있다.

 

그러면서 '오늘날의 정치인들에게 조식의 「민암부」를 정독할 것을 권하고 싶다. 백성들을 두려워해야 하는 위정자의 마음가짐이 더욱 절실한 시대라.'(284쪽)라고 하고 있다.

 

역사는 과거의 화석이 아니다. 역사는 바로 현재다. 현재로 들어오지 않는 역사는 의미가 없다.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바로 현재를 바르게 살기 위해 준비를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역사는 중요하다. 단지 지식을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45개의 글들이 하나하나 다 읽을 만하다. 옛글만 실었으면 읽기에 상당히 지루했을텐데, 옛글을 적절하게 나누어 읽기에도 편하고, 또 중간 중간 저자의 해설이 들어가 있어서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역사를 과거의 유물로써 만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 삶을 비추는 거울로 만나게 되어서 좋다.

 

한국사, 한국사 하면서 무척 강조를 하고 있는데, 정작 그렇게 떠들어대는 사람들이 역사에서 배운 것이 없다는 기막힌 현실...

 

그래서 이 책은 의미가 있다. 역사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또 지금 우리의 삶과 역사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덧글

 

아주 소소한 오타. 글을 읽으면 당연히 알게 되는ㅡ 그러나 오타임에는 틀림없는.

 

'정조가 매일 일기를 썼던 이유는?'이라는 글에서 "일성록"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202쪽. '위의 기록에서 영조와 신하들이 주고받은 대화와 함께...'라는 구절. 여기서 영조는 정조의 오타임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앞뒤로 모두 정조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그 다음에 "일성록"은 정조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했으니... 너무도 분명한 오타라 잘못 읽을 일은 없지만,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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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할 거야 - 십대, 지금이 아니면 하지 못할 것들
강신주 외 지음 / 우리학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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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면서 세 가지 뜻이 생각났다.

 

제목이 "후회할 거야"인데...

 

너 지금 이렇게 산 다음 "후회할 거야?"라는 의문문인지, 너 이렇게 살면 나중에 "후회할 거야!"라는 명령문인지(왜 명령문이라고 생각하느냐 하면 이렇게 살면 안된다는 의미를 강하게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지금 이 일을 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후회할 거야" 또는 일을 저질러 놓고 잘못 되었을 때 그 때 가서야 "후회할 거야"라는 평서문인지...

 

어쨌든 상관없다. 어떻게 받아들여도 되니 말이다.

 

아무런 힌트도 없이 제목만 "후회할 거야"인데... 읽으면서 적어도 이 책은 꼰대들(10대들은 기성세대들을 이렇게 부른다. 자기들의 입장에서만 이야기하는 어른들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될 듯하다)이 10들에게 훈계하는 글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10대들이 거부감을 가지고 읽지는 않겠구나 하는 안도감이라고나 할까?

 

가끔 어른들은 10대들은 가르쳐야만 하는 대상으로 인식하고, 무언가를 꼭 가르치려고만 드는 경우가 있다.

 

자신들의 삶을 기준으로 삼아 그 기준에 맞게 10대들을 재단한다고 해야 하나?

 

10대들이 알아서 잘 살고 있음에도 자신들의 기준으로 불안감을 느낀다던지, 자신들이 해보지 않은 일이면 우선 반대부터 하고 본다든지, 삶을 경제적인 것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판단한다던지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이 점에서 이 책은 그러지 않는다는 점이 좋다. 이 책이 비록 10대를 대상으로 한 책이지만, 10대들에게 훈계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10대의 곁에서 언제든지 응원해줄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너희들 하고 싶은 것 마음대로 해보라고... 그러나 그것이 꼭 성공할 것은 아니라고, 실패도 할 거라고.. 그래도 너희들 곁에는 누군가가 있다고... 또 너희들은 그것으로도 스스로 빛나고 있다고...이렇게 말해주고 있다.

 

나는 이렇게 살았으니 너희는 이렇게 살아라 하는 글이 하나도 없다. 그냥 이랬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알아서 결정하라. 후회없는 삶은 없다. 후회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도대체 후회를 하지 않는다면 어떤 삶을 살아가겠다는 것인가 하고 주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글들이다.

 

21명의 멘토라고 할 수도 있는데, 참으로 다양한 삶을 살아왔고, 또 살아갈 사람들이 자신들이 거쳐온 10대를 생각하고, 지금 거쳐가고 있는 10대들에게 함께 고민하자고, 함께 살아가자고 하는 글들이다.

 

10대든, 20-30대든, 40-50대든, 60-70대든 어느 나이 대를 막론하고 자신의 삶을 힘겹게 살아가고 있음이 확실한데, 누가 누구에게 훈계를 한단 말인가. 그냥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아갈 뿐이다. 그걸 인정해야 한다. 이런 인정 속에서 서로의 삶에 대한 존중이 나온다.

 

적어도 이런 자세가 이 책에서는 느껴진다. 그렇다고 포기는 아니다. 네 삶은 네가 알아서 살아라, 내가 알 바 아니다. 이런 식의 느낌이 오지 않는다.

 

인생 선배로서 진정으로 자신의 뒤에 오는 후배들에게 사람다운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겨있는 글들이다. 그런 진정성이 느껴진다.

 

당위적인 말, 모범적인 말은 식상하다. 그런 말은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10대들에게 너희들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져 있다. 모든 일을 해봐라. 이 말도 식상하다. 현실이 그렇지 않음을 이미 10대들 또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10대들에게 말하고 있는 21명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담담히 이야기한다. 실패는 당연히 있다. 후회도 당연히 있다. 그렇다고 하고 싶은 것을 안 해도 후회한다. 어차피 후회랄 거라면 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이 책에서 10대를 다양하게 보냈던 김현진은 말한다. 10대라는 기간은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사이의 교집합을 찾을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63쪽)라고.

 

그렇다. 10대라고 해서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 역시 분명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 한계는 10대를 지난 사람들 보다는 넓고도 멀다. 그래서 무언가를 한 번은, 또는 두세 번은 해볼 수 있다.

 

당연히 설렘도 가지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가지고, 그럼에도 무모함도 가지고 있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사이의 교집합을 찾는 때'. 참 마음에 드는 말이다.

 

교집합을 찾는 과정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겠지. 거기에 당연히 후회가 있을 수도 있겠지. 그래서 찾는 과정에서 후회를 하기도 하겠고, 하지 않아서 후회를 하기도 하겠지. 그것이 바로 우리 인생이겠고.

   

꼰대스럽지 않아서 10대들이 쉽게, 재미있게, 그러나 생각하면서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10대와 만나는 사람들이 읽어도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0대들에게 꼰대처럼 훈계만 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온 유명한 말. 이 말로 끝을 맺는다.

 

"carpe diem!"

 

덧글

 

행운 두 번째. 출판사의 서평 응모에 뽑혔다. 책을 보내준 출판사, 감사하다. 덕분에 책을 읽으며 즐거움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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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이야기
버트 헬링거 지음, 박이호 옮김 / 고요아침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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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영적인 힘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영적인 힘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이 책은 읽을 필요가 없다. 그냥 구름 따 먹는 소리에 불과하게 된다. 반대로 영적인 힘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믿으면 이 책은 우리의 영적인 힘에 대해서 한 번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해준다.

 

영적인 힘.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려운 개념인데, 쉽게 생각하면 한없이 쉬운 개념이기도 하다. 여기서 영적인 힘을 쉽게 생각하자.

 

영적인 힘은 순수에서 나온다. 순수란 거짓에 물들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현실에 충실한 그러한 상태라고 하자. 그러면 순수란 성인들이나 추구하거나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만 해당한다고 생각하지 않게 된다.

 

지금-여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다른 존재들도 우리와 같다고 느끼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것이 바로 순수고, 그런 삶이 영적인 힘으로 나타난다고 하면 된다.

 

얼마나 좋은가? 같음보다는 다름을 추구하되, 다름이 경계짓고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곁에 두는 다름이라니... 하여 다름이 함께 함과 같이 있음을 알고, 이런 다름들이 서로 공명하는 세상이라니...

 

마음들의 울림이 서로를 울려 서로가 서로를 함께 가는 존재로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존재로 여기는 세상, 이런 세상이 바로 유토피아 아니던가.

 

이 책에서는 그래서 순수, 완성, 충만, 사랑이라는 말이 화두가 된다. 이 말들이 공명이라는 말로 하나로 엮여 그야말로 우리를 영적인 존재로 살아가게 한다.

 

이런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현재의 흐릿한 상태를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를 안개라는 말로 표현하는데, 안개는 낮은 지역에 깔린다. 더 높이 올라가면 안개를 벗어난 맑은 상태를 볼 수 있다.

 

그러니 우리들의 정신도 안개 상태를 벗어나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진보고, 충만을 향한 발걸음이며, 그 발걸음은 우리를 사랑으로 이끌게 되고, 이런 사랑들이 서로를 공명시켜 아름다운 울림을 만들어내게 된다.

 

자, 이런 공명, 울림을 만들어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울림은 어디에서 오는가?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울림은 나눔에서 온다고(물론 모든 활동의 기본은 사랑이다. 사랑이 없으면 충만은 없고, 완성이 없으며, 순수가 없다. 그러면 당연히 공명은 없다) 봤다.

 

나눔은 정체가 아니다. 활동이다. 사랑이다. 공명이다. 이런 나눔이 없으면 모든 생명체는 죽을 수밖에 없다. 생각해 보라. 우리가 다른 생명체에게서 생명을 나눔받지 않으면 어떻게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고, 우리의 나눔 활동들을 하지 않으면 다른 생명체들이 어떻게 생명활동을 하겠는지를.

 

우리가 어떤 것을 나누면, 그것은 한 사람에게는 적어지지만, 두 사람에게는 많아집니다. 둘은 나눠진 부분으로 어떤 것을 하여, 그 부분들이 나중에 만나게 합니다. 마치 그것이 나눠지지 않은 것처럼, 둘에게 그것은 전보다 더 많게 됩니다.

... 이 의미에서 모든 생명은 다른 생명과 나눕니다. 생명은, 우리가 나누기에, 우리와 다른 사람들에게 더 많이 됩니다.

... 나눠지지 않으면 어떤 생명체도 살아남지 못합니다.  - 123쪽

 

이 중에 가장 큰 나눔이 바로 사랑이 아닐까 싶다. 사랑의 나눔이 바로 공명일테니 말이다.

 

이런 사랑이 지금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인정, 함께 함. 그래서 우리는 함께 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였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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