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치유 식당 - 당신, 문제는 너무 열심히 산다는 것이다 심야 치유 식당 1
하지현 지음 / 푸른숲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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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에 관한 책. 그렇다고 심리학을 전문적인 용어로 설명하고 있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소설의 형식을 빌려 심리학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심리학에 관한 책이라기 보다는 심리 치유에 관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상처 하나쯤은 있다고 했지만, 이 상처는 누구나에게 있지만 자신에게는 유일무이한 상처다. 남과 비교할 수 없는 너무도 아픈, 혼자서는 이겨내기 힘든 그러한 상처다.

 

상처가 무늬가 되고, 그것이 아름다움이 되어 삶을 더욱 다채롭게 한다고 하지만, 정작 상처받고 있는 사람에게는 아름다움이나 무늬가 아니라 아픔일 뿐이다. 견디기 힘든 아픔, 이 아픔 속에서 헤매다 보면 도저히 앞이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상처받은 자신을 보듬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면 상처는 곧 아물게 되고, 아문 상처는 무늬로 남아 삶의 결을 더욱 아름답게 한다. 그래서 그런 사람은 살 만하다고 말하게 된다.

 

살 만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 상처를 이겨냈을 때다. 상처 속에서 헤맬 때, 허우적 거릴 때는 살 만하다는 말을 할 수가 없다. 누구나 지니고 있는 상처지만, 그 상처를 자신만 지니고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자신을 객관화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신을 객관화할 수 없을 때 그때가 가장 힘들다. 자신에게서 조금만 거리를 두어도 별 것 아닌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닌데 할 수 있지만, 이 거리가 쉽게 생기지는 않는다.

 

거리를 두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것이 정신과 의사든, 상담치료사든, 가까운 친구든, 가족이든 누군가가 곁에 있다고 느끼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리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게 된다.

 

가장 좋은 방법, 함께 하는 것, 특히 함께 무언가를 먹는 것, 그것이 말 그대로 식구(食口)다. 그런 식구들이 모일 수 있는 곳 바로 식당이다.

 

특히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저녁이고, 그러므로 이 책 제목인 심야치유식당은 마음을 다스리는 장소와 시간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심리학 책이면서 소설의 형식을 취했기에 그냥 소설을 읽는다는 기분으로 읽어도 좋다. 다양한 상처를 지닌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에게 감정이입을 해도 좋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치유를 하는 주인공 철주에게 감정이입을 해도 좋다.

 

흔히 상처받은 사람들은 무언가가 결핍되어 있거나 삶에서 실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에 등장하는 그들은 자신의 삶에서 열심히 살아왔던, 그것도 너무 열심히 살아왔던 사람들이다.

 

너무도 열심히 살아왔기에 앞만 보고 달릴 수밖에 없었고, 이들에게 멈춤은 뒤처짐, 낙오를 의미했다. 조금이라도 쉬면 죄책감에 시달리며, 불안감을 느끼고 계속 자신을 채찍질 하던 사람들.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 아닌가. "열심히 살아온 당신, 떠나라!"는 광고가 있었는데, 떠날 수 없는, 떠나면 무언가 도태되는 듯한 느낌을 받은 사람들이 바로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 보통 우리들 모습이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살아왔을 때 놓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자신이다. 바쁘게 살아왔기에 식탁에 앉아 함께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시간도 내지 못하는 사람들,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한데, 이렇게 지내다 문득 결핍된 자신, 상처받은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삶에서 무기력을 느끼고, 난 뭔가, 지금까지 무엇을 해왔는가 하는 생각에 무기력,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는 열심히 살아왔던 보통 사람들.

 

이들에게는 달리는 것만큼이나 멈춤이 중요하다는 것, 삶의 의미를 찾은 행위만큼이나 삶에서 아무런 의미를 찾지 않고 멍 때리는 일도 중요하다는 것, 그것을 이 책에서는 여러 등장인물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삶에서 어떤 의미만을 찾으려고 하는, 오로지 어떤 목표만을 향해 달리던 사람들이 갑자기 삐끗하면서 삶의 회의에 빠지는 것, 슬럼프에 빠지는 것, 자신도 그 원인을 모르고 해결책을 모르는 상태.

 

이때 치유법은 간단하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자신이 하지 않았던 일을 하는 것, 자신을 놓아주고 그냥 지켜볼 수 있는 것. 혼자 하긴 힘들다. 그래서 지지해주고 함께 해주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 식당에 들렀던 사람들, 이들에게는 함께 해주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먹어주고 함께 여행해주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치유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멍석을 전직 정신과 의사가 주도했기에 가능했겠지만.

 

소설의 형식을 빌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러면서도 등장인물 중 어느 한 사람에게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사람에게서 자신을 발견하면 자신의 상처를 객관화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등장인물들이 심야치유식당에서 이렇게 치유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동안 읽는 사람도 치유를 받게 된다. 이게 이 책의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다 상처 하나쯤은 있다. 누구나 있는 상처가 자신에게는 유일무이한 상처이기도 하지만, 그런 상처를 나만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 그 깨달에서 우리는 상처를 극복하게 되는 출발점에 서게 된다.

 

그런 출발점에서 우리를 앞으로 더 나아가게 하는 책이 바로 이 책이기도 하고. 너무도 열심히 살아온 당신, 이제는 잠시 멈춰서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쉬어라. 그게 바로 삶의 결에 아름다운 무늬 하나를 더하는 길이다.

 

당신에게 어떤 상처가 발현되기 시작한다면 우선 쉬어라. 멈춰라. 그러라는 신호다. 이 책은 그 점을 너무도 잘 알려주고 있다. 예전에 읽었던 "일곱 개의 방"과 같은 형식을 지닌 심리 치유 소설의 형식을 띤 심리학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읽기만 해도 좋다. 이런 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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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수업 - 하루에 하나, 나를 사랑하게 되는 자존감 회복 훈련
윤홍균 지음 / 심플라이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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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혐오'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런 '혐오'들이 다른 존재들에게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자신에게로 향하게 된다.

 

이런 형오들이 자존감의 상실로 나아가게 되고, 자존감이 상실된 사람들이 모여 지내는 사회는 또다시 각종 혐오들이 난무하게 된다.

 

그렇다면 결국 혐오를 사라지게 하거나 줄어들게 하는 방법은 자존감을 확보하는 길이다. 자존감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지게 하지 않는다.

 

힘든 상황에 처하게 돼도, 그것을 이겨낼 힘이 있다. 이렇게 자존감이 있는 사람은 쉽게 혐오에 빠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상황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그 상황에서 다른 감정을 투사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몸이 안 좋거나 자신의 심리가 불안정할 때 쉽게 그 힘듦을 남에게 전가한다.

 

그것들이 안 좋은 쪽으로 발현되면 '혐오' 가 된다. 결국 혐오는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들이 많은 사회에서 쉽게 나타날 수 있다.

 

자존감을 확립할 수 있는 방법, 많은 책들이 나와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주장하듯이 책을 읽는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바로 자신이 실행을 해야 한다.

 

자존감을 확립할 수 있는 방법을 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존감을 확립하려는 행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일일 자존감 회복법이 제시되어 있다. 그것들을 따라하기만 해도 자존감이 생길 수 있다.

 

그래야만 건강한 자신이 될 수 있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자존감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그냥 네가 잘하면 돼 하면 되나?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 알 수 있지만 자존감을 형성하는데는 최소한의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살기 힘들면 자존감을 지니기 힘들다. 먹고 살기 위해 아등바등대는데 자신의 몸을 돌볼 시간이 없고, 몸이 힘들어지면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게 된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면 자존감을 지니기 힘들다.

 

자존감을 지니기 힘든 직업에 대해서도 이 책에 나와 있지만, 사회가 좋아지려면 우선 개인들에게 자존감을 지녀라라고 하기 전에 그런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

 

그와 더불어 개인이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방법도 병행해야 한다. 환경이 바뀐 다음에 개인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환경이 함께 바뀔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회 환경을 바꾸는 일이야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일이고, 우선 개인이 자존감 형성을 위해 해야 할 일을 이 책을 참조해 이야기하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자신은 바꿀 수 있지만 자신이 바꿀 수 없는 것, 그것은 과거와 타인이다.

 

그러니 과거에 얽매여서도 안 되고, 남이 변하지 않는다고 마음을 상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남이 변하지 않는 상황을 직시하고, 그 상황에 처한 자신의 감정, 또는 자신의 상황을 파악하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상황에서 시작하면 된다.  그러면서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걸어라, 자신을 존중하는 사람처럼

표정을 지어라, 나를 사랑하는 듯이

혼잣말을 하라

 

이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쉬운 일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의지가 필요한 일이다.

 

의지를 갖고 이 세 가지 방법을 실천하면서 사회의 환경을 바꾸려는 노력이 병행될 때 각종 '혐오'가 사라지지 않을까 한다.

 

자존감, 나 개인을 위해서도 사회를 위해서도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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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부탁해 - 온전한 자존감과 감정을 위한 일상의 심리학
박진영 지음 / 시공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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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 요즘이다. '자존감'을 특별한 의미로 쓰지 않더라도 자신을 인정하는 마음 정도로만 알아두어도 좋을 듯하다.

 

자신의 마음을 알고 인정해주면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안해지리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자신의 마음을 보듬는 일이 쉽지는 않다.

 

마음을 누구나 다 잘 다스린다면 세상이 이렇게 갈등으로 가득차 있지는 않으리라. 이론으로는 알고 있으나 실생활에서 적용을 하기는 쉽지 않다.

 

이성보다는 감정에 휩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성적으로는 이래서는 안 되지 안 되지 하면서도 감정은 엄청난 격랑에 휩싸이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런 자신을 더욱 싫어하고 미워하게 된다. 나는 왜 이래? 하면서.

 

이런 경우에 어려운 심리학 이론을 들먹일 필요는 없다. 그냥 자연스럽게 자신을 놓아둘 수 있어야 한다. 그 놓아둠은 자신의 감정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것이다.

 

나를 내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나는 나를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그냥 내 감정에 휩싸일 뿐이다. 이럴 때마다 잠시 멈추는 것, 그냥 놓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이 하나의 자신이 아니라 여러 자신이 모여 바로 나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어떨 때는 이런 나가 나를 좋게 하기도 하지만 다른 나가 나를 좋지 않게 하기도 한다.

 

바로 이런 모순덩어리, 다양성의 덩어리가 바로 자신임을 인정하자. 화를 내는 자신도, 화를 내는 자신에게 또 화를 내는 자신도, 화를 내는 자신을 바라보는 자신도 모두 나임을.

 

그렇다면 상황에 맞는 나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다양한 '나' 중에서 그 상황에서 최선의 '나'를 볼 수 있으면 좋다. 그러면 자연스레 그 상황에서 가장 안 좋은 '나'를 잠시 멀어지게 할 수 있다.

 

이 책의 장점이 바로 이것이다. '나'는 단순한 '나'가 아니다. '나'는 참으로 복잡한 '나'이기도 하지만 아주 단순한 '나'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멋진 나이기도 하고, 찌질한 나이기도 하다는 사실, 언제나 내게는 최악의 상황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최선의 상황만 있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나'를 거리를 두고 보는 것이다. 잠시 나를 거울 속으로 들여보내자. 그리고 그 나를 관찰하자. 그러면 '나'의 감정이 보이기 시작한다.

 

'나'의 감정이 보이기 시작하면 객관화가 시작된다. '나'에게 빠져 벗어나지 못하던 '나'를 '나'에게서 빠져나오게 할 수 있다. 그러면 마음이 조금씩 편안해진다.

 

이 편안해짐에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다양한 '나'를 발견하게 된다. 자존감이 자연스레 생기기 시작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경험하는 여러 상황들에서 내가 상처받지 않고 지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서술하고 있다.

 

심리학에 관한 책이면서도 저자의 다른 책들과 같이 머리 싸매고 읽는 책이 아닌, 편하게 읽으면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그것도 긍정적인 쪽으로 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거기에 나 자신의 마음도 안 좋을 수 있다. 마음은 안 좋은 쪽으로 나라는 사람에게서도 작동하지만 나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환경들에서도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 꼭 내 탓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자. 자신에게서 가끔은 거리를 두자. 그러면 조금더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을까 한다.

 

덧글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이다. 저자의 다른 책처럼 무거운 주제를 무겁지 않게 쓰고 있다. 읽으면서 마음이 편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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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민(愚民)ngs01 2017-04-19 0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끔 자기 자신에게 토닥토닥 해 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지나친 자기 질책과 비하는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것이겠죠...

kinye91 2017-04-19 08:31   좋아요 0 | URL
자신을 토닥토닥해주는 것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처럼 힘든 세상에서는요.
 
위빠사나 명상 - 가장 손쉬운 깨달음의 길
헤네폴라 구나라타나 지음, 손혜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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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한 세상, 욕설과 비방과 증오가 난무하는 세상.

 

말들이 길을 잃고 날뛰고 있고, 말들 같지 않은 말들이 세상을 돌아다니며 우리들 귀를 괴롭히고 있는 세상.

 

단지 귀만이 아니라 마음을 어지럽히는 말들이 너무도 많다. 증오가 담겨 있는 말들, 상대를 받아들이지 않고 내치는 말들, 오로지 나만을 합리화하는 말들 그런 말들이 판치고 있다.

 

이런 말들의 세상에서 사람들의 마음이 평온할 리가 없다. 사람들 마음 속에서도 화합과 용서가 아니라 분열과 미움이 자리잡고 있다.

 

'다름'이라는 말은 사전에만 존재한다. '다름'은 받아들여져서는 안 되고 '다름'은 사라져야 할, 없애야만 할 존재가 된다.

 

나만이 옳기에 '다름'을 인정할 수가 없다. 나만이 옳다는 아집, 그 아집으로 인해 자신도 똑바로 보지 못하고 남도 바로 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 그것이 지금 우리의 상태가 아닌가 한다.

 

특히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내뱉는 말들이 봉사가 아니라 군림이고 화합과 용서가 아니라 배제와 미움의 말들이 더 많으니, 어지러운 세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어지러운 세상, 누군가가 한 번에 쓸어버렸으면 하지만, 그런 경우는 없다. 적폐청산이라고 하지만, 수십 년 쌓인 아우게이아스의 외양간을 청소한 헤라클레스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헤라클레스를 찾아서는 안 된다. 헤라클레스는 바로 우리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헤라클레스가 되는 법, 그처럼 영웅이지는 않지만 마음 속 증오를 씻어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명상이다.

 

수많은 명상법들이 있지만 이 책은 위빠사나 명상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어떻게 하는지 효과는 무엇인지를 차근차근 알려주고 있어서 초심자들에게 도움이 된다.

 

물론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모두가 다 명상을 할 수 있지는 않다. 하지만 시도해야 한다. 꾸준히. 그것은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이미 명상을 한다는 행위 자체가 다른 존재로 거듭나는 행위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익숙한 환경에서 떼어내 다른 환경 속으로 들어가게 하기 때문이다.

 

명상을 시도하는 순간부터 자신이 지니고 있던 온갖 편견과 악습으로부터 한 발 물러나 있게 된다. 그러므로 명상을 꼭 성공적으로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이 책에서도 수없이 되풀이 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명상을 한 번에 성공하는 경우는 없다.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미망에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명상을 하면서 자신이 미망에 빠졌다는 것을 알아채는 순간 다시 명상을 시작될 수 있다.

 

바로 명상은 알아차림이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 그것이 명상이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으려면 자신에게서 한 발 물러서야 한다.

 

명상은 바로 이렇게 자신에게서 한 발 물러서게 하는 첫걸음이자 마지막 걸음이 된다. 그러므로 시간을 내자. 이 바쁜 세상에 시간을 내기 힘들다고... 살기도 바쁘다고... 하지만

 

그렇다. 살기 바쁘기 때문에 명상을 해야 한다. 우리는 바로 사람이기 때문이다. 삶을 알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삶을 알기 위해서, 삶을 살기 위해서 명상을 해야 한다.

 

이 명상이 나를 바라보게 해준다면 여기서 끝나서는 안 된다. 명상과 함께 가야 할 것, 그것이 바로 자비다.

 

자비는 나에게서 남에게도 한없이 뻗어나가는 사랑이다. 세상을 사랑으로 꽉 차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대자대비다.

 

명상의 궁극적인 목적인 나만이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자비가 꼭 필요하다.

 

이런 자비를 후기에서 공들여 설명하고 있다. 왜 자비가 필요한지, 명상과 자비가 함께 가야 하는지를.

 

이토록 어지러운 세상, 증오의 말들이 난무해 마음 속에 미움과 배제가 들어차게 되는 때, 명상이 필요하다. 그런 명상에 대해서 친절한 안내 책, 그것이 바로 이 책이다.

 

꼭 많은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다. 아주 잠시만이라도 자신을 자신이 속한 환경에서 떼어내 바라보는 시간을 갖자. 일상 생활을 하면서도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자. 그러면 세상이 조금 더 평화로워지고 사랑과 용서가, 이해와 관용이 세상 속에 나타날 것이다.

 

아니면 꼭 이 책이 아니더라도 명상에 관한 이런 책을 읽자. 명상에 관한 책을 읽는 순간에만이라도 자신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적어도 그런 책을 읽는 순간에는 미움과 배제보다는 사랑과 포용이 마음에 들어찰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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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선생님, 잠든 사투리를 깨우다 작은숲 작은학교
박일환 지음 / 작은숲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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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나와 있는 사투리와 표준어에 관한 일화 한 토막.

 

'대구 사람이 모처럼 서울에 와서 고깃집에 갔다가, "아주머니, 여기 재래기 좀 더 주세요."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주방 아주머니는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같이 간 서울 친구마저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대구 친구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재래기라니? 그런 고기 종류도 있었나? 아마도 그렇게들 생각했을 법하다.'  (134쪽)

 

자, 생각해 보자. '재래기'라는 말을 대구 사람이 썼다고 했으니 사투리라는 것은 알겠다. 그런데 고깃집에 가서 더 달라고 헸으니 음식점에 있는 음식과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

 

대구 출신이 아닌 다른 지역 사람들은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자, 이제 그 말의 뜻을 알아보자. 이 책에서 이렇게 알려주고 있다.

 

'대구 사람이 말한 재래기는 주로 경북 지방에서 겉절이 대신 쓰는 말이다.' (134쪽)

 

예전에 자주 있었던 일이다. 그런데 요즘은 학교 교육이 통일되고, 방송이나 인터넷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사투리가 많이 사라지고 있다. 이렇게 사투리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

 

하다못해 사투리 중에서 가장 이국적인 언어인 제주도 말도 이제는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고유한 제주어는 점차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며, 2011년 12월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소멸 위기 언어' 5단계 중 4단계인 '아주 심각한 위기에 처한 언어'에 등재되었다.' (47쪽)

 

예전에 제주도 출신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서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는 표준어를 쓰던 사람들이 제주도 출신 사람들끼리는 제주도 토박이말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다른 지역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색다른 경험이었는데...

 

이제는 제주도에 여행을 가도 제주도 사람들이 표준어를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대로 가다간 얼마 지나지 않아 제두도 말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언어에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감정, 문화, 풍습 등이 담겨 있다. 그래서 언어는 생활의 다양함을 드러내는 지표이기도 하고, 문화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언어가 단순히 의사소통의 도구에 불과하다면 전세계 언어를 하나로 통일시키자는 주장이 벌써 관철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전세계 언어를 하나로 통일시키자는 주장이 관철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언어에는 그 지역의, 그 사회의 문화, 역사, 관습, 생활, 감정 등이 모두 담겨 있기에 언어가 사라진다는 것은 그 지역, 사회의 고유한 문화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회, 문화의 다양성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고, 사람들의 삶이 하나로 표준화되는 것이다. 다양성을 잃는다는 것은 인류의 삶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각 나라의 언어와 비슷하게 방언이라고 불리는 사투리도 마찬가지다. 사투리는 한 나라에서 의사소통에 심각한 위협을 주지 않고 각 지역의 다양성을 살리는 언어인 것이다.

 

그 나라의 언어를 오히려 더 풍부하게 하고 언어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것이 사투리이다. 물론 가끔은 위에 든 예처럼 무슨 말인지 몰라 당황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 지역 출신이 쓰는 말에 주의를 기울이고, 알려고만 하면 외국어처럼 어렵게 습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말이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쓰임을 알고 말의 다양성을 통해 삶의 다양성을 인정할 수가 있다.

 

다양한 언어들이 모여 우리말을 이루고 그것들이 우리들의 다양한 삶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우리 누구도 다 똑같은 삶을 살 수 없다는 것, 그런 다름들이 모여 사회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사투리들은 우리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다양한 삶에 대해서, 문화에 대해서 우리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단지 사투리의 뜻만이 아니라, 왜 그런 뜻을 지니게 되었는지, 또 그와 관련된 풍습이나 일화, 유래 등을 함께 다루고 있기 때문에, 7개 부분 100개의 사투리로 나눈 이 책을 읽으면 다양한 우리나라의 언어 생활 및 역사, 풍습, 문화 등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사투리는 없어져야 할, 표준어로 통일되어야 할 언어가 아니라 오히려 살려야 할 언어임을 깨닫게 된다. 그것이 우리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는 길이라는 점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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