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 - 발칙하고 에로틱한 그리스 로마 신화편 말과 글이 풍성해지는 어원 이야기 1
권표 지음 / 돋을새김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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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에 아이작 아시모프가 쓴 "신화 속으로 떠나는 언어 여행"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영어에서 사용하는 많은 말들이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는 것. - 이 책은 개정판이 나왔다고 한다.

 

지금도 우리가 많이 쓰고 있는 말들, 멘토라는 말이라든지, 나르시즘이라든지, 이지스라는 말들이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왔으니 그리스 로마 신화는 언어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말에서 사자성어를 알고 싶으면 중국 고전을 읽으면 된다. '열국지, 초한지, 삼국지, 수호지'를 읽으면 수많은 사자성어들의 기원을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 한문에서 사자성어의 기원이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나 그 이후 시대의 일들에서 비롯되었다면 서양의 경우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책이 외국 학자에 의해 쓰여진 것이라면 이 책은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이라 더 우리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 온다.

 

사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제대로 읽은 사람도 별로 없지만 - 안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얼마나 소홀한지, 제대로 끝까지 읽는 경우는 별로 없다. 마찬가지로 그리스 로마 신화라고 하지만 하나로 정리된 것도 없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내가 읽었지만, 그리고 이윤기 편역의 그리스 로마 신화도 읽었지만, 내용이 다 똑같지는 않다. 이 책은 이런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여러 책을 참조해서 언어 이야기를 해준다 - 이 책에 나와 있는 말들을 대부분 모른다고 할 수도 없다.

 

그만큼 자주 쓰는 말들인데... 예를 들면, 한때 트럭 이름이었던 타이탄, 영화로 꽤나 알려진 타이타닉호가 '티탄'족에서 유래했다는 사실, 판도라의 상자라는 말, 운동화로 유명한 나이키, 음료 이름인 바카스,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월계관, 마이다스의 손, 피그말리온 효과, 아킬레스 건 등등 이런 말들을 우리는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 말들이 모두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발생했다는 것을 안다면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기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은 이런 그리스 로마 신화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신화만이 아니라 신화에서 발생한 언어까지. 그래서 이 책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라고 한다. 신화도 알고 언어도 알고.

 

즉, 상식이 풍부한 교양인이 되라고 하는 것이다. 그것도 재미있게 읽으면서 자연스레 지식을 넓혀갈 수 있도록.

 

기존에 알고 있던 사실에 새로운 사실을 추가하지 않는다면 책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책에는 그래서 앞에서 예를 들었던 말들의 유래에 보태, 잘 모르던 말이나 잘 쓰지 않는 말들의 유래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다.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나 엘렉트라 컴플렉스는 많이 들어봤지만 '파이드라 컴플렉스'라는 말은 잘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품는 연정이라고, 자식들이 부모에게 품는 마음과 반대 방향에 있는 심리적 왜곡 현상을 이르는 말인데... 이 책에서 그 유래를 만날 수 있다.

 

이밖에도 많은 언어들의 유래를, 그 유래를 통해 그리스 로마 신화를 만날 수 있으니, 이 책은 재미도 있고, 상식도 넓힐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이 책을 읽으면 영어 어휘를 공부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다양하게 파생되는 언어들의 기본형을 알 수 있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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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sun09 2017-12-14 17: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각외로 일상속에 그리스 로마 신화가
깔려있는 것들이 많아서 매번 읽어도 또 까먹게 되는게 이 신화이야기 같아요.
그리고 작가마다 저마다의 신화 해설이 조금씩 달라서 그 방대함이 더 크게 느껴지곤 합니다. 리뷰 읽다보니 이 책이 다시 탐나서 읽어봐야겠어요^^

kinye91 2017-12-14 18:01   좋아요 1 | URL
시대나 나라에 따라서 또 작가에 따라서 조금씩 변형해서 전하고 있으니, 저도 읽을 때마다 새롭기도 해요. 그리고 서양문화의 저변에 그리스 로마 신화가 깔려 있어서 꼭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요... 자꾸 읽어도 질리지 않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더불어 동양신화, 우리 신화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요.
 
세상을 바꾼 공 - 공놀이는 어떻게 인류를 진화시켰나 세계사 가로지르기 19
김은식 지음 / 다른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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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고받는다는 것은 관계의 기본이며 본질이다. ... 관계란 곧 주고받음을 지속하는 것이기에 주거나 받는 것은 관계의 출발점이다. (167쪽) ... 주고받음을 본질로 삼는 공놀이란 그래서 관계맺기 연습인 동시에 은유며, 도구다. (168쪽)'

 

이 책을 쓴 이유를 찾으라면 이렇게 맺음말에서 저자가 하고 있는 말을 고를 수 있다. 공을 통해 관계를 맺는 것. 그것은 바로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이 책은 그런 '공'에 대해서 이야기해주는 책이다. 공의 역사를 추적하고, 공에 관련된 경기들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공과 관련된 정치적 의미는 무엇인지, 그리고 경제적 의미는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있는 책이다.

 

전세계인들을 들썩거리게 만드는 경기 중에 공을 가지고 하는 경기가 많다. 특히 4년에 한 번 열리는 월드컵은 전세계인의 주목을 받는다.

 

또한 축구선수, 농구선수, 테니스선수, 야구선수 등의 연봉은 기하급수적으로 는다. 그들은 이 시대의 우상이 된다. 이렇게 공을 가지고 하는 놀이가 직업이 되어 경제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게 되기도 한다.

 

여기에 우리에게 잘 알려진 스페인 축구팀 FC바르셀로나와 같이 정치적인 의미를 지닌 팀도 있다. 사실 '메시'라는 현시대 최고의 축구선수 때문에 더 잘 알게 된 팀이긴 하지만, 이 팀에 요한 크루이프라는 토탈사커를 창시한 사람이 선수생활을 했고, 감독으로도 활약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축구팬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겠지만...)

 

여기에 더하여 그때 크루이프가 바르셀로나에 입단하면서 했다는 말,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입단 제안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프랑코가 지원하는 클럽에서는 뛰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FC바르셀로나로 왔습니다."(135-136쪽)

 

이 말이 공놀이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정치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축구때문에 전쟁이 일어난 경우도 있고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 탁구때문에 냉전 기류가 화해 분위기로 바뀌기도 한 (중국과 미국) 경우도 있으니, 공은 세계 정치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종교개혁을 이끈 사람으로만 알고 있던 마르틴 루터가 지금의 볼링 경기를 확립한 사람이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으니...

 

공은 둥글다. 그래서 멈추지 않는다. 공은 자신의 손에만, 발에만, 몸에만 있으면 안 된다. 반드시 자신을 떠나 다른 사람에게 가야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서 온 공을 다시 되돌려 보내야 한다.

 

여기서 바로 관계가 나오고, 이런 관계를 통해서 정치도 경제도 문화도 익히게 된다. 그래서 공은 놀이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우리 삶을 만들어가는데 도움을 주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그 점을 이 책은 흥미롭게 전달해주고 있다. 여전히 공은 우리에게 의미 있는 존재다. 그런 공에 대해서 개관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는 것도 좋을 듯하다.

 

또 한가지 우리나라 야구에서 이름을 길이 남기는 이영민...이영민 타격상이 아마추어 야구에 있는데, 그 이영민이 축구도 잘해서 축구 국가대표 감독까지 했다는 사실도 이 책에 나와 있으니, 공에 관련된 소소한 사실들을 알아가는 재미도 이 책은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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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지처참 - 중국의 잔혹성과 서구의 시선 동아시아와 그 너머 1
티모시 브룩 지음, 박소현 옮김 / 너머북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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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 욕에는 죽음과 관련된 것들이 많다. 육시를 할 놈, 찢어죽일 놈 등등... 이런 욕이 나올만한 상황이면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극한의 욕을 하는 셈인데...

 

육시(戮屍)를 보통 토막내 죽인다고 알고 있는데, 한자어의 뜻에 따르면 죽은 사람의 시체를 꺼내어 다시 토막내는 것이 육시라고 한다. 그냥 부관참시라고 하는 말로 더 잘 알려져 있다고 하면 된다.

 

여기에 능지처참할 놈이라는 욕도 있는데, 찢어죽인다는 말과 통한다고 보면 된다. 사람의 신체를 훼손하는 징벌. 인간에게 가할 수 있는 가장 극한의 징벌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능지처참을 영어로 번역하면 'Death by a Thousand Cuts'라고 한단다. 천조각을 낸 죽음이란 뜻인데, 그야말로 사람의 몸을 산산조각내는 형벌이라는 뜻이다.

 

이 능지처참을 서구인들은 중국인의 야만을 드러내는 형벌로 파악을 했다고 한다. 동양적인 잔인함, 비문명화의 모습으로 판단을 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아마추어 사진사가 능지처참하는 광경을 사진으로 남겼고, 이를 무슨 대단한 증거인양 중국의 야만을 상징하는 것으로 계속 이야기해 왔다고 하는데...

 

이 책은 이런 서구인의 시각을 교정하려는 목적에서 쓰여졌다. 능지처참과 같은 형벌이 중국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고, 서양에서도 이런 형벌은 존재했다. 다만, 백여 년 먼저 폐지되었을 뿐인데...

 

중국이 조금 늦게 폐지가 되었지만, 이런 형벌이 자주 있었던 것은 아니고, 법령에 능지라는 형벌이 명시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한다. 또 1900년대 초반에 폐지가 되었고.

 

게다가 사람의 몸을 조각내 죽인다고 하면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고통을 받게 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에 의하면 세 번째 절단에 주로 목숨을 끊는다고 해서, 신체적인 고통이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 형벌이 지속된 이유는 어떤 이유가 있을텐데... 그 이유를 몸에 대한 중국인의 사고에서 찾고 있다. 온전한 신체라야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즉 몸과 정신이 분리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중국의 문화에서 신체를 훼손하는 것은 정신마저도 조각내는 것으로 생각했으니, 단순히 죽인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몸을 절단하는 것은 너무도 심한 형벌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는 것.

 

그러니 이 형벌을 통해 신하나 백성들을 경계하고자 했던 군주들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 하지만 중국은 이런 심한 형벌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인(仁)의 정치를 추구하는 나라였다는 것. 백성들에게 인을 베푸는 것이 군주의 역할이었음을 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이 책에서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특별히 중국의 잔혹함이 이런 형벌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왜곡된 서구인의 시각에서 이런 형벌이 부각되었을 뿐이고, 이런 지독한 형벌이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관용이 형벌 적용의 원칙이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서 이 책은 한 발 더 나아간다. 이렇게 처참한 형벌이 존재한다고 해도 범죄는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 태평성세에는 이런 가혹한 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이런 형벌의 역사를 추적하면서 저자들은 사형제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과연 사형제 존속이 범죄를 예방하거나 줄일 수 있는가?

 

이 책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나온다. 오히려 엄혹한 법률보다는 관용과 용서가 넘치는 사회에서 범죄가 더 줄어든다. 사형제를 폐지하는 것이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생각할 수 있는 답이라는 것.

 

과거 중국의 잔혹한 형벌에서 지금의 사형제도에 대한 생각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 그리고 어느 문화의 관점에서 다른 문화를 재단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것이 이 책을 쓴 목적이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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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0 0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20 1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심술 2017-11-20 15: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숨어 읽기만 하다 첨으로 댓글 남깁니다.
저도 2014년인가 15년인가 이 책 읽었죠.
kinye님 글 읽으니 몽롱하게 머리속을 맴돌던 이 책 줄거리가 대뜸 요약 정리되네요.
더불어 책에 실린 능지처참 사진 생각도 나네요. 꽤 충격이었죠.
‘사람도 뼈와 고기구나‘ 란 생각이 절로 들었죠.

kinye91 2017-11-20 15:39   좋아요 0 | URL
저도 능지처참에 대해서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다가 이 책을 보고 명확하게 알게 됐어요. 사람을 고깃덩어리로 취급하는 형벌, 즉 너에게 인간성이란 없다는 인간을 인간 이외의 존재로 규정하는 형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여덟 단어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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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광고를 하는 사람 가운데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람이다. 텔레비전에서 자주 보던 광고를 만든 사람이기도 하고.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란 책을 낼 정도로 인문학에도 조예가 깊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자본의 총아라고 할 수 있는 광고와 자본과 가장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인문학이 어떻게 결합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 둘이 잘 융합되는 모습을 보여준 사람이기도 하다.

 

광고가 자본의 총아로서만 기능하지 않고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도 기여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사람이기도 하고.

 

그가 "여덟 단어"라는 책을 냈다. 키워드라고 하나, 여덟 단어로 광고 또는 인문학,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강연을 한 것이다.

 

단지 광고에 대한 강연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먼저 산 사람으로, 먼저 고민을 한 사람으로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고 있는 책이다.

 

그렇다고 굳이 박웅현의 말을 곧이곧대로 따라할 필요는 없다. 박웅현은 박웅현이고, 나는 나니까. 이 책에서 거듭해서 박웅현이 말하고 있는 점도 바로 이것이다. 그의 권위에 자신을 완전히 맡기지 마라.

 

그럼에도 참조가 많이 된다. 어떤 자세를 지녀야 하는가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덟 단어는 다음과 같다.

 

자존, 본질, 고전, 견(見), 현재, 권위, 소통, 인생

 

이 중에 모든 것은 마지막 단어 '인생'으로 수렴된다. 인생을 잘 살기 위해서 앞의 일곱 가지가 필요하다.

 

왜 인문학을 공부하는가? 잘 살기 위해서다. 왜 직업을 갖는가? 잘 살기 위해서다. 왜 공부하는가? 잘 살기 위해서다.

 

잘 살기 위해서? 기준은 다양한다. 어떤 삶이 잘 사는 삶일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그 다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존'이 필요하다.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 남을 존중할 수 없다.

 

자신을 존중하지 않기에 다름을 인정할 수 없다. 즉 우리는 다 다르지만 어떤 공통점이 있다는 '본질'에 대한 생각에 이르지 않는다. 반면에 '자존'하는 사람은 다름을 인정한다. 다름을 인정하는 순간 '본질'에 다가갈 수 있다.

 

'본질' 무엇인가? 그때그때 변하는 것이 아닌 무언가 보편적인 것. 오래 가는 것, 세월의 흐름에도 견뎌내는 것, 그것은 바로 '고전'에서 올 수 있다. 고전이 고전인 이유는 인간이 지닌 어떤 본질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다 보면 본다는 것(見)의 중요성에 이른다. 그냥 보이는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성찰하는 것, 그것이 바로 '견(見)'이다. 놓치고 있던 것을 놓치지 않게 되는 것, 바로 '견'이다. 이 '견'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현재'를 보는 것, 현재를 놓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모두 '현재'를 살기 때문이다. 물론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달리 - 동물이 되어 보지 않아서 돌물들이 과연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 책에서도 개를 예로 들어 현재에 충실한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 과거와 미래를 자꾸 현재로 불러온다.

 

그래서 현재를 현재로 즐기지 못하고 자꾸 과거로 되돌리려 하거나 아직 오지도 않는 미래로 밀어 넣으려 한다. 자연스레 자존도, 본질도, 고전도 놓치고, 제대로 보지 못한다. 현재에 살아야 하는 자신을 보지 못하게 된다.

 

그러니 우리는 '현재'를 살아야 한다. 현재를 살기 위해서는 쓸데없는 권위에 자신을 맞추지 말아야 한다. 어떤 형식으로 권위를 세우려 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현재'를 살지 못하는 모습이다. '권위'는 자존을 지니고 본질을 추구하며 현재를 잘 살 때 자연스레 만들어진다. 권위는 바로 바깥에서 오지 않고 안에서 와야 한다. 그것을 보아야 한다.

 

그렇게 볼 수 있으려면 '소통'이 되어야 한다. 소통이 되지 않으면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없다. 결국 우리는 사회적 동물 아니던가. 정치적 동물 아니던가. 아니 언어적 동물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인간에게 소통은 필수적이다.

 

'소통하는 인간' 그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우리가 인생을 잘 살기 위해서는 결국 이 '소통'이 필요하다.

 

그가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여덟 단어'를 이렇게 정리해 봤다. 꼭 이 여덟 단어이겠는가. 어쩌면 우리는 한 단어로도 우리의 인생을 잘 살 수 있다. 그것은 자신이 어떻게 사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적어도 박웅현이 쓴 이 책을 통해서 우리 삶에 대해서 되돌아볼 수는 있다. 그리고 이 단어들을 자신들의 삶과 관련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이 여덟 단어를 자신의 삶으로 불러올 수 있다. 좋은 책은 그가 쓴 다른 책의 제목이기도 하듯이 바로 '도끼'여야 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도끼'의 역할을 할 수 있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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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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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라틴어'

 

죽은 문자라고 한다. 실제로 사용하는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각 나라는 자기들의 언어를 가지고 있고, 그 언어를 사용하지 한때 세계적인 언어였다고 하는 라틴어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라틴어 하면 무언가 교양이 있는 분위기가 풍긴다. 좀 젠 체하는 사람들은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가 아닌 라틴어를 쓰기도 한다. 무언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라틴어 수업을 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이런 옛날 언어를 가르치는 대학이 있었다니... 한문을 가르치는 대학도 줄어드는 판국에, 서양의, 그것도 서양에서도 한 나라의 언어가 되지 못한 언어를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가르치다니...

 

좀 반감이 들기도 했지만, 아니다, 세상의 어느 언어를 가르치는 일이 불필요한 일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언어에는 역사와 문화가 삶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라틴어는 지금은 죽은 문자라고 하지만 서양언어의 기초를 이루고 있지 않나. 이 책만 해도 만은 라틴어가 나오지는 않지만, 언급되고 있는 라틴어 중에는 의미를 알 수 있는 말들이 제법 있다.

 

영어를 배운 사람들에게 낯익은 글자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의미 역시 비슷하고. 그렇기 때문에 라틴어를 배우면 서양 언어를 배우기가 더 쉬워진다. 단지 그뿐이면 라틴어는 굳이 배울 필요가 없다.

 

서양 언어를 배우기 위해 또다른 서양 언어의 기원이 되는 언어를 배울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서양에서도 라틴어는 여전히 가르친다고 한다. 왜냐고? 우리가 한문을 가르치고 배우는 이유와 비슷할 것이다.

 

그들의 역사이고, 삶이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라틴어를 배우려고 하는 것은 서양 사람들의 삶, 문화, 역사를 라틴어를 통해서 알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바로 라틴어 수업을 통해 내 삶을 들여다보고, 내 삶에 대해서 성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의도로 쓰여졌다.

 

라틴어 문법을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라틴어 문법은 복잡하기로는 세계 언어에서 첫손에 꼽으라면 꼽힌다고 할 정도라고 한다. 그런 라틴어 문법에 대해서 하나하나 설명해주다가는 아마 몇 장을 읽지도 못하고 책을 내팽개칠지도 모른다.

 

대학에서의 강의도 마찬가지겠지. 문법만, 언어 자체만 이야기해서는 듣는 학생이 별로 없을 것이다. 금방 지쳐떨어질테니.

 

그래서 이 책은 라틴어에 대해서도 알려주지만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언어를 통해서 우리는 삶을 유지해나가기 때문에, 이 라틴어를 통해서 삶에 대해서 성찰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지적인 만족을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함께 라틴어를 통해서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각 장마다 라틴어 경구가 있고, 그것을 통해서 라틴어에 대해서, 또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이런 구조로 되어 있기에 라틴어에 대한 지식을 습득할 수도 있고,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삶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다.

 

천천히 읽으며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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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3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23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Dora 2017-09-23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녹평 156호에 이 책의 리뷰가 담겨있는데요... 감동적...꼭 읽고 싶은 책입니다.

kinye91 2017-09-23 10:23   좋아요 0 | URL
천천히 읽으면 여러가지로 생각할거리를 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하라 2017-09-23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본 책인데요 라틴어 수업이라기 보다는 라틴어 에세이나 라틴어 감상이란 제목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각 라틴어로 묵상해보는 것도 운치있을듯한 저작이더라구요^^

kinye91 2017-09-23 11:02   좋아요 0 | URL
그래요. 수업이라기보다는 라틴어를 통해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하는 그런 책이라고 할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