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신화 상상 여행 - 신화로 인문 읽기
신동흔 지음, 젤리빈 그림 / 나라말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코딩교육이니, 정보교육이니 하는 컴퓨터 관련 교육을 어릴 때부터 하지 말고 이렇게 신화를 읽히고 생각하는 교육을 했으면 좋겠다는.

 

앞으로 다가올 세계를 살아갈 미래 세대에게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미래를 충실하게 살아가게 하기 위해서 오래된 미래인 신화 교육도 좋지 않을까 하는.

 

왜 이런 생각이 들었을까 곰곰 생각해 보니 신화에는 관계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신화에서는 나만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전지전능한 신이라 해도 자신만으로는 존재할 수가 없다.

 

전지전능한 신도 다른 존재를 필요로 한다. 다른 존재와 관계를 맺어야 한다. 잘못된 관계를 맺으면 신이라 할지라도 벌을 받거나 곤경에 처하게 된다.

 

이런 관계, 나만이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가 살아갈 삶은 다른 존재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그래서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데 신화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이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신화를 쉽게 풀이해서 썼다. 신화하면 그리스로마 신화만 생각하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우리나라 신화도 그리스로마 신화 못지 않음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

 

천지창조라는 아주 광대한 영역에서 시작하여 업이라는 눈에 잘 띠지 않는 작은 존재까지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우리나라 신화에 대해서 거의 모든 것을 다루어주고 있다고 보아도 된다.

 

여기에 신화가 가진 상징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고 있으며 신화의 출전도 잘 밝혀주고 있고, 다 읽고 난 다음에는 상상하기를 통해 신화를 자신에게 가져오는 활동도 하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너무도 위대하고 훌륭한 일들만을 하는 신을 이야기하지 않고 실수하고 잘못하고 그 잘못으로 인해 고통받는 신을 이야기하는 점이 좋다.

 

누구나 잘못을 할 수 있으니, 완전무결한 신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 자신의 삶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로 치부할 수 있으나, 우리 신화에서는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일들을 신들도 겪는다는 점에서 내 이야기로 읽을 수가 있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반면교사로 삼을 수도 있다는 점, 이것이 우리 신화가 지닌 매력이다. 여기에 무슨 숙명처럼 정해져서 절대로 바꿀 수 없다는 식의 신화는 없다.

 

우리나라 신화는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짐을 보여준다. 그래서 어려운 상황속에서 그냥 좌절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도록 하지 않는다. 운명에 맡기라고 하지 않는다. 운명을 개척하라고 한다.

 

무언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라고 한다. 그러면 운명은 어느 새 바뀌어 있음을 신화를 통해서 보여준다. 여기에 절대적인 악, 꼭 배제해야 할 악은 없다는 점도 우리 신화에서 보여준다.

 

관계 속에 모든 존재가 들어 있다면 이 관계 속에는 절대적인 선만이 있지는 않는다. 선과 악이 함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 삶이다.

 

우리 신화에서는 악한 존재, 모자란 존재도 신으로 섬긴다. 왜냐고? 이들을 통해서 우리 삶을 되돌아 볼 수 있으니까. 이들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바로 잡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어린 시절에는 코딩교육이니 뭐니 하는 정보교육보다는 이런 신화교육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삶을 엿볼 수 있고, 삶에 대해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이 고립된 혼자만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주변에 있는 모든 존재들과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마지막에 나오는 신이 바로 '업(業)'이다. 집에서나 또는 가까운 곳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신. 너무 작고 하찮게 여겨져서 신이라 생각하지 않는 그런 존재. 그런 존재도 우리 신화에서는 신으로 섬긴다.

 

이렇게 작고 하찮은 존재도 신으로 섬기는 사람들, 삶을 잘못 살아갈 수 있겠는가. 나란 존재가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존재가 어떻게 관계를 허투루 맺을 수 있겠는가. 어떻게 다른 존재들을 하찮게 막 대할 수 있겠는가.

 

신화는 이래서 과거가 아니다. 현재다. 그리고 우리 미래다. 우리가 관계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를 보여주는 그런 소중한 이야기다. 신화가 지금 이 시대에도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청소년들, 다른 무엇보다도 이런 우리 신화를 읽고 우리 신화를 가까이 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청소년들이 살아갈 미래가 조금 더 인간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03-29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29 1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 글자 사전
김소연 지음 / 마음산책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펜'이란 말에서 시작하고 싶다. 책을 내는 것도 펜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펜은 이렇게 설명된다.

 

펜이 칼보다 강할 수는 없지만 펜이 칼이 될 수는 있다. 펜을 가장한 칼이 도처에 가득하다.

 

이게 현실이다. 말이 칼이 되고 있는 현실. 이런 현실 속에서 마음을 도닥여 줄 말을 찾게 된다. 그런 글을 찾게 된다. 펜이 펜 역할을 하는 너무도 당연한 현실을 찾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한 글자를 통해 마음을 읽게 된다. 또한 세상을 보게도 된다. 가령 이런 말이 있다. 칼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펜이 칼이 되지 않는 책을 만나면 반갑다. 이 책은 이렇게 펜을 펜으로 남아 있게 한다.

 

그것이 힘들지라도 적어도 그런 척을 해야 한다. '척'이라는 말은 이 책에서 이렇게 등장한다.

 

그러는 척을 반복해서 하다 보면 서슴없이 척척 잘할 수 있게 된다.

 

착한 척을 해야 한다. 착한 척을 하다보면 어느 새 착하게 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척들이 모여 행동을 바꿔놓았을테니 말이다. 이런 '척'과 반대편에 서 있는 말이 있다. 바로 '징'이다.  

 

울림이 오래가기 때문에 한 장단에 한 번 쳐야 한다. 그러니까 제발 좀 징징대지 마.

 

여기서 징은 한 번으로 끝내야 한다. '지잉~~~~~'하는 울림을 느껴야 한다. 그런데 그 울림을 기다리지 못하면 징징이 된다. 우리네 삶은 어쩌면 이렇게 변해왔는지도 모른다.

 

지금 그냥 바쁘게만 산다. 우리는 징 소리가 내는 여운이 있고 울림이 있는 소리 '지잉~~~~~'하는 소리를 기다리지 못한다. 그 소리가 끝나 마음 속에 머무를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그럴 틈이 없다. 틈이 메워지고 있는 삶을 살고 있다. 틈이 없는 삶은 여유가 없는 삶이다. 살기 위해서 바쁘게 생활과 생활 사이에 틈을 만들 틈을 내지 못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틈을 메우는 또 하나의 존재가 등장했다. 바로 핸드폰이다. 스마트폰이라고 하는.

 

생각날 틈 없이 핸드폰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연인. 생각할 틈 없이 핸드폰을 열람하는 사람들. 모든 틈은 핸드폰이 점령했다.

 

무서운 현실이다. 우리는 조금의 틈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 틈을, 여운을, 울림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 틈은 메워야 한다. 메워져야만 한다.

 

이게 지금 현실이다. 한 글자를 통해서 이렇게 현실을 마주볼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에 여유를 둘 수 있다.

 

이렇게 한 글자들을 통해서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마음뿐만 아니라 세상도 들여다 보게 된다. 이 말을 읽으면서 절로 감탄하게 됐다. 우리들이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야 할 것. 그러나 지금 교육에서는 사라져 버린 것.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쪼개어 알나내는 것이 아니라 심고 물을 주어 키워가며 알아내는 것.

 

이것이 바로 교육 아니겠는가. 우리는 학생들이 자신의 내부에서 자신을 발견하도록 물을 주어 키워가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빨리 학생들 내부에 무엇이 있는지 알기 위해 어거지로 쪼개고 있지는 않은지.

 

모든 존재들에게 바로 이런 자세로 대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그래야 틈을 낼 수 있고, 틈을 내는 척이라도 해야 여유가 우리에게 온다는 것.

 

시인이 말하는 한 글자들을 읽으며 마음을 읽게 된다. 그리고 세상도 읽게 된다. 말이 칼이 되는 세상, 펜이 칼보다 더한 짓을 하는 세상에서 말은 사랑이 되고 펜은 위로가 되는 그런 세상을 꿈꾼다.

 

이 책을 읽으며 아무 쪽이나 펼쳐도 좋다. 그리고 마음을 다독이면 된다. 나만이 할 수 있는 표현을 찾아도 좋다. 그러면 자연스레 마음에 틈이 생기고, 그 틈 속에 다른 것들이 깃들 수 있을 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03-19 0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19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음사전
김소연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러 일들이 터져서 마음을 잡을 수가 없다. 엄청난 배신감에 휩싸이고 있다. 본래 사람이란 이런 존재인가? 마치 프리모 레비의 책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제목을 연상시키는 요즘이다.

 

그래서 제 마음에서 멀어지고 있다. 마음을 들여다 보는 일이 무섭다. 그러나 마음을 들여다 보아야 한다. 누구나 똑같은 행동을 할 수 없듯이 사람은 누구나 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 다름을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악한 행동, 용서받지 못할 행동을 묵인하라는 뜻은 아니다. 그런 행동을 철저하게 응징해야 한다. 그래야 그런 일이 생기지 않는다.

 

다만 타인을 응징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자신도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싸잡아서 사람이란 본래 그런 존재야 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또 그런 일이 특정한 몇몇 사람들에게서만 일어난다고 생각하고 넘어가서도 안 된다.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우리 모두에게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래서 마음을 들여다 보는 일이 중요하다.

 

뒤숭숭한 날들에 이 책을 펼쳐들었다. 마음에 이는 수많은 결들을 언어로 표현하고 있는 책. 읽으면서 조금씩 우울한 마음이 수그러든다. 그렇다고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좋다.

 

이렇게 다양하게, 넓고 깊게 마음을 들여다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 이렇게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위안을 받는다.

 

어떤 쪽을 펼쳐도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들을 제공한다. 비슷한 언어들이 얼마나 다르게 쓰일 수 있는지, 그 의미들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무작정 책장을 펼쳤더니 '중요하다/소중하다' 짝이 나왔다. 그냥 비슷한 말이라고 생각해 잘 구분하지 않고 썼는데... 시작을 이렇게 한다.

 

'소중한 존재는 그 자체가 궁극이지만, 중요한 존재는 궁극에 도달하기 위한 방편이다. 돈은 전혀 소중하지 않은 채 가장 중요한 자리에 놓여 있다. 너무 중요한 나머지 소중하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어느샌가 소중했던 당신이 중요한 당신으로 변해가고 있다. 조금씩 덜 소중해지면서 아주 많이 중요해지고 있다. ...' (57쪽)

 

어찌 돈만이겠는가. 권력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것은 전혀 소중하지 않은데 중요한 자리에 놓여 있다. 그것을 위해서 얼마나 못할 일들을 많이 하는가. 그러니 사람과의 관계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소중함에서 중요함으로 넘어가면 궁극에서 이미 멀어진 것. 그렇다면 지금 나에게 소중한 존재는 무엇일까?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

 

우리에게 소중한 존재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하는 글이다. 이런 글들이 도처에 있다. 그렇게 마음을 여러 방향에서 여러 깊이로 들여다보게 한다.

 

하여 읽으면서 조금 이 세상에서 느꼈던 짜증에서 조금씩 멀어진다. 그렇게 책은 마음을 다독거려 준다.

 

곁에 두고 아무 때나 아무 쪽을 펼쳐 읽으며 마음을 들여다 보자. 자신의 마음결이 한층 부드러워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책은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 소중한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은 숙녀들의 사회 - 유럽에서 만난 예술가들
제사 크리스핀 지음, 박다솜 옮김 / 창비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점에 가서 책을 뒤적이면서 골랐을 때와 인터넷으로 보고 골랐을 때, 즉 오프라인 구입과 온라인 구입은 차이가 있다.

 

차례를 볼 수 있더라도 큰차이가 있다. 내겐 이 책이 그런 경우다. 처음에 제목을 보고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남성성이 우세한 사회에서 소외되고 잊혀진 여성들을 이야기하는 줄 알았다.

 

'죽은 숙녀들의 사회'라는 제목을 붙였으니, 분명 지금은 살아있지 않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일테고 - 이런 짐작은 맞았다. 죽은 사람들 이야기니. 하지만 남성들도 나온다. 처음에 등장하는 실용주의 학자 윌리엄 제임스와 음악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소설가 서머싯 몸도 주요한 인물로 나오니 - 또 우리가 잘 모르는 여성들 이야기겠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짐작은 반만 맞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공통적인 모습이 있다. 이들은 제자리에서 벗어나 다른 곳에 있던 사람들이다.

 

뿌리뽑힌 사람들, 디아스포라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 함께 살되 자신만의 삶을 사는 사람들. 어쩌면 정착하지 못했음에도 - 이것을 공간에만 국한시키면 안 된다. 이때 정착했다는 말은 삶에 정착했다는, 다른 사람과 비슷하게 살아갔다는 의미다 - 그래서 작가의 삶에 남게 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어렸을 적 어딘가에 깊이 뿌리내리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 자기에게 맞는 장소를 영영 찾을 수 있긴 한 걸까? 태생부터 뿌리 뽑히고 흔들린 사람은 끝끝내 강한 소속감을 느낄 수 없을지 모른다. 책에는 종종 도시로 도망쳐서 자신의 '동족'을, 영혼의 고향을 찾는 사람들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나는 세계 각지를 여행하면서 어느 도시에서도 그런 순간을 맞지 못했다. 한곳에 한 달 이상 머물러야 하는 모양이다.' (353쪽)

 

자살충동을 일으키는 삶에서 삶을 살기 위해 작가는 여행을 떠난다. 다른 사람이 살았던 공간으로의 여행. 그곳을 단순한 공간이 아닌 장소가 되게 하기 위해서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들을 만난다

 

그들과 만나는 삶은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 일종의 동종요법이라고나 할까. 계속해서 이곳 저곳으로 여행을 하지만, 여행을 하는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자신이 살아갈 이유를 찾고자 한다. 결국 찾았는지는 모르지만, 여전히 작가는 여행을 하게 되리라.

 

그에게 정착은 너무도 힘든 일일테니. 그것이 어린 시절 뿌리내리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일지도 모르지만, 자신이 자꾸만 밀어내는지도 모른다.

 

뒷부분에 나오는 카엉의 이야기에서 섬에서 둘이 고립되어 살아가는 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남에게서 차단된 삶이라고 생각한 것이 어쩌면 자신이 남을 차단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결국 여행은 자신의 벽을 허무는 일이 되어야 하는데, 작가가 가는 곳마다 자신만의 벽을 만든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죽은 숙녀들, 성별이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모두 방외인이다. 안이 아니라 바깥에 있던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만나는 장소에서 안을 생각해야 한다. 자꾸만 밖으로 도는 이유는 자신이 안에서 살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허무에 빠진 사람, 절망에 빠진 사람, 삶에 대한 의욕을 잃은 사람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렇게, 읽으며 밖으로 밀려난 사람들이 안으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만나면서 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그게 이 책의 매력이다. 분명 제목에서는 배신을 당했지만, 삶에 대한 생각에서는 배신을 당하지 않는다.

 

이 책에 나오는 윌리엄 제임스, 노라 바너클, 리베카 웨스트, 마거릿 앤더슨, 모드 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서머싯 몸, 진 리스, 클로드 카엉을 작가인 제사 크리스핀을 따라 만나보자. 그리고 이들의 삶에서 내 삶을 바라보자.

 

그러면 된다. 이 책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03-10 0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10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레카의 순간들 - 인류사를 뒤흔든 29가지 과학적 발견과 발명 살림청소년 융합형 수학 과학 총서 51
김형근 지음 / 살림Friends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마도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가장 배우기 싫은 과목을 꼽으라면 수학과 과학을 꼽을 것이다. 그만큼 과학은 우리나라 학생들의 흥미에서 멀어진 과목이다.

 

예전에는 문과는 아예 난 과학을 못해, 그리고 하지도 않을 거야 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등학교에 가면. 그런데 지금은 이제 통합과학이라고 하여 문과도 과학을 해야 한다고 하니, 과학을 싫어하는 학생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은 참 재미없다. 실험, 실습을 할 수 있는 여건도 잘 마련되어 있지 않고, 수학을 잘 못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왜그리 계산식은 많은지... 결국 과학에 흥미를 잃고 수학을 포기한 학생이란 뜻의 '수포자'란 말이 있듯이 과학을 포기한 학생, '과포자' 또한 많이 만들어지고 만다.

 

과학, 우리의 생활에서 뗄 수 없는 존재다. 그럼에도 이렇게 배우기 싫어하는 것은 과학을 왜 배워야 하는지, 과학이 우리 생활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것 가르치지도 않는다. 오로지 점수만을 따면 그만이다.

 

또 과학 분야로 진출할 학생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소수의 과학도들을 위해 대다수의 학생들이 어려운 과학을 배우는 것이다.

 

그렇다고 학교에서 과학을 안 가르칠 수도 없다. 과학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과학에서 인문학이 필요하듯이 인문학에도 과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학에 흥미를 일으킬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과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보충, 심화 학습을 하면 되고, 나머지 학생들에게는 과학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쉽고 흥미로운 과학적 사실들, 발견들, 그것들이 우리 생활에 어떻게 쓰이고 있으며,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가르치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과학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나로서도 과학적 사실이나 과학에 관한 역사에는 흥미가 가기 때문이다. 흥미를 가지면 과학에 대해서도 알려고 하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과학에 흥미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유레카의 순간들' 위대한 과학적 발견의 순간들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런 발견을 통해 우리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알 수 있고, 지금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들이 어떻게 발견되었는지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과학자들의 열정, 노력, 끈기, 관찰력을 알 수 있기 때문에 더 좋다. 특정한 어떤 사실보다는 과학적 발견을 이루기까지 지녔던 자세들을 안다는 것은 자신이 어떤 일을 할 때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를 생각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냥 과학시간에 이런 책을 읽는 상상을 해본다. 재미있게 읽고, 이 중에 흥미로운 부분에 대해서 더 찾아보기를 하고... 등등.

 

이미 알고 있는 순간들도 있었지만 처음 알게 되는 장면들도 많았다. 그러한 발견을 29가지 이야기해주고 있다.

 

발견의 순간이라든지, 발견자를 머리 속에 집어넣는 것보다, 그들이 어떻게 해서 발견을 했는지, 그냥 우연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결국은 필연이었음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게 된다.

 

그들은 우연히 발견했을지라도 그 우연을 만나기까지 했던 엄청난 노력들, 끈기들, 실패들이 우연을 필연으로 만든 것이다.

 

그런 자세... 그것만 제대로 배워도 '과학'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과학에 흥미가 없는 사람들이라도 이 책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과학이 어렵기는 하지만 우리 삶에서 배제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