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 2 - 신과 인간
메네라오스 스테파니데스 지음, 이경혜 옮김, 야니스 스테파니데스 그림 / 열림원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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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권으로 이루어진 그리스 신화에 관한 책 중 2권이다. 1권에서 올림푸스 신들을 다뤘다면, 2권에서는 이제 인간이 등장한다. 물론 이때 등장하는 인간은 반인반신인 인간이다. 즉, 영웅이다.

 

인간이 지나온 시대를 다섯으로 구분한다. 불행이라는 것을 모르는 황금시대. 이 황금시대에서 인간은 점점 교만해지고 불행을 알아가는 시대로 나아가게 된다. 은시대, 청동시대, 그리고 영웅시대, 철의 시대로 점점 인간은 신성을 잃고 욕망이 강해지는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2권은 영웅시대를 이야기한다. 신과 인간... 영웅은 신의 피를 이어받은 사람이다. 그는 보통 사람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모두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이들 역시 보통 인간과 같은 운명을 지니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오르페우스 같은 경우, 그는 음악으로 보면 신의 경지에 오른 인물이다. 에우리디케와의 결혼 생활도 행복하다. 그러나 그는 신이 정한 운명을 벗어나지 못한다. 행복하게 지내는 때에 불행이 다가온다. 에우리디케의 목숨이 다한 것. 에우리디케를 찾아 저승까지 가서 데려오지만 결말은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신이 정한 금기를 깨서 둘은 이승에서 행복한 생활을 하지 못한다. 오르페우스의 죽음 역시 비극적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저승에서 서로 행복하게 지낸다.

 

이런 것이 바로 영웅시대다. 영웅들은 인간이다. 비록 그들이 신적인 능력을 발휘하더라도 인간이 겪어야 할 일들을 겪는다. 인간이 겪어야 할 고통 중에 가장 심한 고통을 받는 니오베로 이 책은 마무리된다.

 

니오베... 그녀 남편은 제우스 아들인 암피온이다. 테베 왕인 남편과 능력있고 아름다운 일곱 아들과 일곱 딸이 있다. 더 이상 무슨 행복을 바랄 것인가. 이럴 때 사람들은 오만해질 수 있다. 오만, 이것은 신의 분노를 부른다.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의 어머니인 레토 여신보다 자신이 더 낫다고 말하는 니오베의 오만이 결국 처참한 비극을 부른다.

 

자식들이 모두 죽고 남편도 죽고, 그리스에서 가장 심한 벌인 자녀들의 시체를 매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징벌까지 받게 된다. 결국 돌이 되고 마는 니오베...

 

이렇게 영웅시대에서는 신도 인간과 같이 질투를 한다. 물론 인간의 질투와 신의 질투는 차원이 다르다. 신이 질투할 때 인간은 파멸에 이르게 된다.

 

어쩌면 아무리 뛰어난 인간이라도 오만에 빠지면 안 된다는 경고로 신화를 읽으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만 때문에 파멸하는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지...

 

잘 나갈 때 조심하라는 말, 이럴 때 통할 수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영웅시대는 이런 점을 생각하도록 한다.

 

이 책은 프로메테우스로부터 시작해서 니오베로 끝난다. 하나는 신이고, 하나는 인간이다. 그러나 공통점이 있다. 모두 신으로부터 벌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은 언젠가 그 형벌에서 벗어난다. 인간은 벗어날 수 없는 형벌을. 위대한 사람들이 겪었던 고난들을 이렇게 신의 형벌에 빗대어 표현했다고 할 수 있고, 또 인간이 아무리 위대하더라도 한계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이런 식으로 표현했을 수도 있다.

 

신화, 과거가 아니다. 상상만도 아니다. 신화는 바로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잘 살아가도록 해주는 나침반이 될 수 있다. 아니, 나침반이 되게 해야 한다. 그것이 신화를 읽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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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1 - 올림포스의 신들
메네라오스 스테파니데스 지음, 강경화 외 옮김 / 열림원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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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다.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다 알지 못하는 것이 바로 신화다.

 

어떤 책을 읽었느냐에 따라 내용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이야기를 누군가가 글로 옮겨 썼는데, 다시 그 글을 읽고 베껴쓰기 시작한 사람이 과연 똑같이 쓸 수 있었을까.

 

또 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싶었던 사람이 있다면 내용은 점점 늘어나거나 다른 내용으로 가지를 뻗어갈 수밖에 없다.

 

그리스 신화가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이 책은 스테파니데스라는 사람이 쓴 그리스 신화다. 그가 자기가 알고 있는 신화를 서술했기에 내가 알고 있던 다른 부분이 나온다.

 

또 전에 읽었던 책과 약간씩 달라지기도 한다. 가령 헤파이스토스의 탄생에 관해서 두 가지 설이 있다고 했는데... 이 책에서는 한 가지만 이야기한다. 즉, 헤라가 자가생식한 자식이 헤파이스토스라는 말은 이 책에 없다.

 

아테나가 제우스가 여자의 몸을 빌리지 않고 제우스 머리에서 나왔듯이 헤라 역시 자신이 남자 없이 아이를 낳고 싶어 나은 자식이 바로 헤파이스토스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 책에서는 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이 이야기를 하면 남자보다는 여자가 부족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여자에 대한 차별이 있었던 사회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헤라의 자가생식 이야기인데, 어떤 관점을 취하느냐에 따라 이야기를 받아들이느냐 마느냐가 결정이 된다.

 

그래도 헤파이스토스가 태어나자마자 불구인 몸이 되었으니 그를 헤라가, 세상에 결혼의 신이자 가정의 신인 헤라가 장애를 갖고 태어난 자신의 아들을 버리는 쪽으로 내용이 전개되니... 당시 강한 자만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그리스 사람들의 의식을 대변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이렇게 약간씩 다른 내용이지만 그리스 신화는 당시 사람들의 의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헤파이스토스에 대해 더 이야기하면 그는 처음에는 버려졌지만 자신의 능력으로 올림푸스 신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그리스 사람들이 장애인을 차별했지만, 장애인이라고 해서 모두 내치지는 않았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일을 하는 장애인을 사회에서 받아들인 모습, 그것이 바로 헤파이스토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약간씩은 다르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비슷한 대동소이의 그리스 신화다. 상당히 많은 분량으로 그리스 신화를 썼는데, 이 책은 1권 올림푸스 신들에 관한 이야기다.

 

올림푸스 신들, 이도 역시 사람들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지만, 이 책은 제우스 - 헤라 - 아프로디테 - 아폴론 - 헤르메스 - 데메테르 - 아르테미스 - 헤파이스토스 - 아레스 - 팔라스 아테나 - 포세이돈 - 헤스티아를 들고 있다.

 

이 중에 우리에게 낯선 신이 바로 헤스티아다. 가정의 신. 우리나라로 치면 조왕신쯤 되는 가정의 불을 관장하는 신, 그래서 어떤 모험이 나타나지 않는 신.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작은 분량을 차지하는 신이다.

 

작은 분량이라지만 불이 귀했던 시대에 헤스티아는 사람들에게 섬김을 받는 주요한 존재였으리라. 우리나라 역시 불을 꺼뜨린 며느리는 집에서 쫓겨나기도 했으니 말이다. 하다 못해 근대에 연탄을 때던 시대를 생각해도 연탄불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를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 고대 사람들에게 헤스티아는 중요한 신일 수밖에 없다. 섬김을 받아야만 하는 신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별다른 이야기가 없다는 이유때문에 올림푸스 12신에 헤스티아를 빼고 하데스를 집어넣기도 한다. 하데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가 지하세계에 산다고 해서, 올림푸스에 거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올림푸스 12신들에서 빼는 경우가 있는데... 크로노스의 자식이고 제우스의 형제라는 이유로... 그를 올림푸스 신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어디에 속하면 어떻겠는가. 이 신들은 우리 인간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역할을 하니, 신들의 이야기에서 인간들의 이야기를 읽어내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과거 인간들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신화를 통해서 읽어나가면 된다.

 

그림도 곁들여 있는, 그리스 신화를 체계적으로 읽고 싶은 사람에게는 유용한 그런 책이다.  8권까지 이어지는 책.. 주욱 읽어가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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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틈에 2018-08-31 1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왜 신화가 이리도 헷갈릴까요? 언제 날 잡아서 확실히 정리를 해야지...

kinye91 2018-08-31 10:44   좋아요 0 | URL
저도 역시 헷갈려요. 자꾸 잊어버리고요... 요즘 그리스 신화를 주욱 읽으니 조금 정리가 되는 듯하긴 한데요...여전히 이름들과 관계가 어려워요.
 
이윤기, 그리스에 길을 묻다
이윤기 지음 / 해냄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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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문명의 기초라 할 수 있는 그리스 신화에 관한 책을 계속 읽고 있는 중.

 

이번에는 우리나라에서 그리스로마 신화를 쓴 이윤기 작가가 쓴 그리스 신화에 관한 글이다. 그리스에 길을 묻다라는 제목으로, 신화에 길을 묻다, 역사에 길을 묻다, 현장에서 길을 묻다라는 3부로 되어 있다.

 

이 중에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부분은 1부 신화에 길을 묻다인데, 그리스 신화를 지금 우리 삶과 관련지어 간략하게 잘 소개하고 있다.

 

신화는 그냥 내용만 아는 것이 아니라 지금-여기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 그것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우리 삶에 신화는 내재되어 있어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분명하니까... 그리스 신화 역시 서양 사람들 삶의 토대를 이루고 있음을 이 글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또한 그리스 신화는 서양문화를 재생산해내는 역할을 하고 있음도 알 수 있게 되는데... 이 책의 처음을 수퍼맨으로 시작한다. 수퍼맨을 죽이러 지구에 온 3인조 중 조드 대장이 눈에서 내뿜는 불길... 이 불길이 바로 페르세우스 신화와 연결이 됨을 이야기해주고 있는데...

 

메두사, 누구나 보기만 하면 돌로 변하게 하는 존재. 이 존재를 퇴치하기 위해 페르세우스가 썼던 방법... 그렇다면 조드 대장의 빔을 해결하기 위해 수퍼맨이 썼던 방법은 바로 페르세우스에게서 차용한 것이다. 거울을 이용해 반사하는 것.

 

이렇듯 신화는 단지 신화로만 머물지 않고 현재 우리 문화를 살찌우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신화는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고.

 

이 책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단지 그리스 신화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 역사도 우리에게 알려준다. 역사적인 인물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신화를 통해서, 또 역사를 통해서 생각해 보라고 권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요즘 '신과 함께'라는 영화가 많은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웹툰에서 시작한 '신과 함께'가 단행본 만화책으로 나오고, 다시 영화 두 편으로 제작되었는데... 이렇게 신화는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신화는 늘 현재로 나온다. 우리 삶과 밀접한 관련을 맺게 한다. 그래서 신화는 죽은 이야기가 아니라 살아있는 이야기가 된다.

 

이것이 우리가 신화를 읽는 이유이고, 읽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윤기의 이 책, 그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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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30 0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30 1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 - 신화가 된 영웅들의 모험과 변신, 그리고 사랑
구본형 지음 / 생각정원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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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신들로부터 시작하지 않아서 좋다. 그렇다고 우리가 아는 신들이 빠진 것도 아니다. 다만 신들의 이야기가 결국은 인간 이야기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페르세우스로부터 시작한다. 즉, 이 책은 그리스인 이야기인 것이다. 그리스인 이야기에서 그리스 신들이 빠질 수 없는 것이 인간들은 모두 반인반신이기 때문이다. 신들과 인간이 관계하여 낳은 영웅들.

 

이들은 인간 세계에서 살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신과 같은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들은 다른 신들의 도움을 받아 인간 세계에서 업적을 이룬다. 그리고 결국 신의 위치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들을 우리는 영웅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그리스인 이야기에서는 이런 영웅들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영웅, 우리가 추구하는 인간상일지도 모른다.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이 무한한 능력을 발휘하기를 꿈꿀 때 그를 영웅을 추구한다고 할 수 있는데...

 

페르세우스는 제우스의 아들로 메두사를 처치하고 안드로메다를 구출하는 등 커다란 업적을 이룬다. 그로부터 영웅은 시작한다. 그가 그리스인 이야기 처음에 등장하는 이유는 이 책을 그리스 역사 순으로 배치하고 싶은 작가의 욕구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신화가 인간의 삶과 동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페르세우스는 헤라클레스의 조상뻘이라고 하니, 그로부터 시작하고, 그는 아테네를 중심으로 한 그리스 본토의 영웅들이 등장하기 전에 나오는 인물이 된다.

 

따라서 이 책에서 중요하게 페르세우스를 다루기 때문에 헤라클레스에 대해서는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같은 집안 사람이므로.

 

그리스 영웅 두번째로 미노스왕을 다루고 있다. 아마도 그리스 문명의 초기 단계에 해당하는 왕이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그와 관련해서는 테세우스가 나올 수밖에 없고, 다이달로스와 이카루스가 등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랑에 빠져 테세우스를 구해줬으나 배신당하고 디오니소스의 아내가 되는 아리아드네 이야기가 겹쳐지고, 욕망에 눈이 멀어 괴물을 낳게 되는 미노스왕의 왕비 파시파에 이야기, 그리고 생각없이 시키는대로만 하는 과학자-기술자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다이달로스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 생각없음. 아무리 재주가 뛰어나도 생각을 하지 않으면 그 기술은 좋은 쪽으로 쓰이지 않고 나쁜 쪽으로 쓰일 수밖에 없다. 괴물을 가두는 미로나 황소와 사랑에 빠진 왕비를 암소로 변장시키는 기술 등등은 기술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하다는, 기술에 동반되어야 할 것이 '왜?'라는 질문임을 생각하게 한다.

 

미노스 다음에 테세우스다. 그리스가 사랑하는 인물, 테세우스. 그는 바로 아테네 문명을 이루는 시초가 되기 때문에 그리스인들의 사랑을 받는다. 테세우스의 모험...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것은 미로를 탈출하는 것까지.. 그 전과 그 후가 이 책에 잘 나와 있어서 그가 왜 그리스인들에게 사랑받는지 잘 알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약간 다르게 오이디푸스가 등장한다. 인간의 고난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들인 사람... 불행을 한탄하지만 비켜가지 않은 사람. 그래서 신들로부터 그의 안식처를 마련해준 땅은 대대로 번성할 것이라는 신탁을 받은 사람.

 

스핑크스와 대결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오이디푸스. 그를 영웅으로 숭배하는 이유는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불행을 온몸으로 겪고, 그 불행을 외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그 운명 속으로 걸어들어간 사람. 그래서 그는 영웅이 된다.

 

이제 그리스 문명의 전성기에 다가설 때다. 바로 트로이 전쟁이다.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그리스는 문명 국가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트로이전쟁에 나오는 세 영웅. 아킬레우스, 오디세우스, 아이네이아스. 이들은 전쟁을 통해 자신들의 이름을 남긴다. 아킬레우스는 누구도 이길 수 없는 영웅으로, 오디세우스는 지혜로운 사람으로... 이들은 그리스인 이야기에 중심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아이네이아스는 트로이인이다. 그는 나중에 로마의 시조가 되기 때문에 어쩌면 이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는지도 모른다. 그리스로마신화라고 묶어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디세우스나 아이네이아스는 한 명은 승자고, 한 명은 패자이지만 자기가 정착할 곳을 찾기까지 험난한 여정을 거친다. 그 여정이 또한 우리에게 인간들의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그것이 이 책을 읽는 이유이기도 하겠다.

 

단지 그리스 영웅들을 안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인간들의 삶에 얼마나 굴곡이 많은지, 그 굴곡들을 통해서 우리는 영웅이 되고, 신화적인 인물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냥 평범한 삶이 아니라 자신에게 다가오는 운명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 그런 삶을 사는 것...

 

그리스인 이야기는 그리스 영웅들을 통해 우리에게 삶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맞설 것을 독려해주고 있다. 그렇다. 유한한 인간의 삶. 그 삶을 무한하게 확장하는 것은 바로 우리들이 운명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운명을 받아들이고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것이다.

 

이것이 신화를 읽는 이유이기도 하겠다. 인간들이 영웅이 되고, 그 영웅이야기가 신화가 되는 과정이 이 책에 잘 나와 있다. 인간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이야기에 신들의 이야기가 겹쳐져서 그리스 신화를 읽는 효과도 거둘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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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들의 세상읽기 그리스신화 나의 고전 읽기 20
강대진 지음 / 미래엔아이세움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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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 읽은 신화는 그냥 재미있다. 그것으로 끝이다. 거기서 더 무엇인가를 생각해 내거나 심오한 의미를 찾아내려 하지 않았다.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나 하는 생각으로 읽어가기만 한 것이다. 그 중에 토마스 불핀치가 쓴 '그리스 로마 신화'는 너무도 재미있었다.

 

완역으로 읽은 것이 아니라 한 권짜리로 읽었지만, 그리스로마 신화에 입문한 첫책이다. 우선 재미가 있었기에 다른 책을 찾아 읽을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고나 할까.

 

마찬가지로 '플루타르코스 영웅전'도 서양 인물들을 알아가는데 도움을 주었다. 그리스로마 신화와 마찬가지로 완역이 아니고 축약된 한 권짜리 책이었지만 왜그리도 흥미진진하던지.

 

그러다가 그리스로마 신화에 대한 여러 책을 읽었다. 내용이 조금씩 다르고, 도대체 어느 것이 제대로 된 것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그것 뿐이다. 우리나라 신화도 제대로 모르는 주제에 더이상 외국 신화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니다. 세계화 시대에 외국과 자주 교류를 하는 시대에, 이제는 외국 유학을 미국 일변도에서 유럽이나 다른 나라들로 다양하게 가는 시대에, 여전히 그리스 로마 신화는 유용하게 다가온다.

 

서양 문화의 기반을 이루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신화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문학 작품에도 이 신화가 깔려 있기에, 그리스 로마 신화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서는 깊이있게 작품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세상에 최근에 읽은 "파우스트"에도 '헬레나'나 나오니,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 그리스 신화에 대해서 - 이 책은 로마 신화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리스 신화만 언급한다. 그리스 신화만 언급하기에 우리가 알고 있는 이름들과 약간 다르게 표기가 된 인물들이 많다. 그러나 저자는 그것이 옳은 표기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주장을 끝까지 관철하고 있다 - 여러 판본, 여러 책, 여러 저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여 정리해 알려주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을 통해서 그리스 신화에 대해서 어느 정도 정리를 할 수가 있고, 또 어떤 쟁점들이 있는지, 어떤 면에서 해석이 갈리는지도 알 수 있다.

 

신들의 시대에서 영웅들의 시대까지만 다루고 있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오딧세우스"의 모험이 영웅들의 시대를 끝내는 이야기라고, 그 다음부터는 역사시대로 접어든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저자는 트로이 전쟁부터를 역사시대로 보는 사람도 있다는 말을 빠뜨리지 않는다. 신화나 역사나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오기 때문에, 우리 역시 하나의 해석에 목 맬 필요는 없다.

 

다만 이 책은 여러 논점들에 대해서도 소개해주고 있기 때문에 그리스 신화를 더 깊이 있게 알아가는데 도움이 된다. 그리스 신화가 서양 사람들의 사고 방식에 얼마나 깊게 뿌리박혀 있는지도 알 수가 있고.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대학 교재 용으로 썼던 내용을 청소년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표현을 바꾸었다고 했는데, 여전히 청소년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청소년들이 읽은 그리스 신화가 너무도 다양하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게다가 요즘 학교 공부를 통해서 정답이 있는 것을 외우도록 배워왔기에, 정답이 없고,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이 된다는 이 책의 신화 해석은 청소년들을 더 헷갈리게 할 수도 있다.

 

그 헷갈림 속에서 자기 생각을 정리해 나가는 것, 이것이 바로 인문학이고, 신화를 읽는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여기까지 가기에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너무도 바쁘다.

 

처음 표지를 보고 초등학생용인가 했는데, 내용이 아니다. 중학생에게도 어려운 내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여러 신화를 읽고 생각을 해본 고등학생 이상이 되어야 이 책을 재미있게, 의미있게 읽을 거란 생각을 한다.

 

그래도 청소년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 책을 읽어낸다면, 우리나라 신화를 만날 때에도 좀더 깊고 넓은 시각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서양 신화가 단지 서양 사람들의 생활 습관이나 문화, 역사를 아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신화를 읽고 우리들을 다시 보는 데도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 번 꼼꼼하게 읽으면 좋을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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