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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촌스러움의 미학 - 꽃 중에 질로 이쁜 꽃은 사람꽃이제
황풍년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6년 8월
평점 :
세상이 어수선하다. 세계 곳곳은 인간이 일으킨 전쟁으로 어지럽고, 또한 인간이 초래한 기후재앙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현실을 도외시하고, 자신만의 이익을 챙기려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이 우리 눈에 띠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별 상관이 없겠지만, 그런 사람일수록 권력을 쥔 경우가 많다. 그들의 말과 행동이 우리들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니, 이런 사람들 말, 행동. 정말 듣고 싶지 않아도 들리고, 보고 싶지 않아도 보이고, 내가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니 마음이 우울하다. 세상이 어수선한 것 만큼이나 내 마음 역시 뒤숭숭하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럴 때 무언가 위안을 얻고 싶다.
눈에 보이는 책, 성경의 일부분을 펴본다. 잠언이다. 좋은 말을 마음에 담고 싶기 때문이다. 아무 쪽이나 펼치는데, 10장이다. 그 중 2절부터...
"2절 불의의 재물은 무의미하여도 공의는 죽음에서 건지느니라. 4절 손을 게으리게 놀리는 자는 가난하게 되고 손이 부지런한 자는 부하게 되느니라 6절 의인의 머리에는 복이 임하나 악인의 입은 독을 머금었느니라 7절 의인을 기념할 때에는 칭찬하거니와 악인의 이름은 썩게 되느니라 9절 바른 길로 행하는 자는 걸음이 평안하려니와 굽은 길로 행하는 자는 드러나리라 11절 의인의 입은 생명의 샘이라도 악인의 입은 독을 머금었느니라 12절 미움은 다툼을 일으켜도 사랑은 모든 허물을 가리느니라 16절 의인의 수고는 생명에 이르고 악인의 소득은 죄에 이르느니라"
마음에 새겨두어야 할 말들이다. 이런 말들을 자신의 삶에 달고 사는 사람. 비록 드러나지는 않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 주변에 많다. 우리가 보지 않고 듣지 않아서 그렇지 이런 사람은 의외로 많다.
이 책이 바로 그렇다. 전라도, 촌스러움의 미학이라고 하지만, 촌스러움은 다른 말로 하면 순박함이다. 순수함이다. 인간이 지녀야 할 품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이다.
비단 전라도에만 속하는 말이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속하는 말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전라도라는 지역과 전라도에 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책을 낸 이유는, 우리가 어떤 편견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감정이라는 퀴퀴한 용어를 쓰고 싶지는 않지만, 이상하게 전라도를 비하하는 말들이 나돈 적이 있다. 이 책의 말미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음을, 그리고 그런 일은 있어서는 안 됨을 말하고 있는데...
이 작은 나라에서 또 지역을 나눠 거리를 두려고 하는 행위가 결코 선한 행위라고 할 수 없다. 이는 바로 앞 성경에서 인용한 악인의 말과 행동일 수 있다. 결국은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 책은 전라도닷컴에 연재됐던 글이기도 하다. 전라도 말의 구수함을 이야기하고, 전라도 사람들의 인심과 전라도의 맛을 알려주고, 전라도의 멋에 대해서도 알려주는 책이다.
유명한 사람들이 아니라, 전라도 하면 떠오르는 전주비빔밥과 같은 널리 알려진 음식이 아니라 집에서 해먹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또 지나가는 길손과도 함께 하는 집밥에 대해서, 그런 음식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소개해주고 있다.
그냥 사랑가는 사람들 이야기. 그러나 그들의 삶이 결코 쉽고 간단하지만은 않음을. 간난신고라고 하는, 그러한 삶의 여정을 거쳐온 분들의 이야기가 책에 오롯이 담겨 있다.
어려운 삶 속에서도 나보다는 남과 함께 하려는 마음, 그런 행동들이 이 책 곳곳에 드러나고 있으니, 이 책을 읽으면 전라도의 촌스러움이 아니라 순박함, 그리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오래 전부터 살아왔던 우리의 미래였음을 알게 된다.
오래된 미래, 전라도의 촌스러움, 아니 순박함. 그 아름다움과 인정을 맛볼 수 있게 해준 책이다.
성경과 관련지어 이 책의 저자가 마지막에 한 말을 인용하면서 맺는다. 이래야 한다. 정말.
"굳이 이순신 장군의 말씀이 아니더라도 먹을거리를 '불사약'이라 여기는 순정한 전라도 농부의 마음에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어주면 좋겠습니다. 전라도와 전라도 사람들에게 욕지거리를 해대는 것은 한국인의 몸과 영혼을 살찌워 온 곳간에 침을 뱉는 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지 않을까요." (344쪽)
꼭 전라도만이 아니다.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말을 쓰거나,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을 비하하는 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
전라도만의 특성이 있듯이 각 지역은 자신들만의 특성으로 살아왔을테니, 그 특성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 자세를 갖추면 좋겠다.
이 책에 나오는 엄청난 전라도 말들의 구수함은 경상도 말들의 경쾌함과 어울리니 말이다. 전라도에서 살아가는 장삼이사들이 바로 우리들임을 알게 해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