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사피엔스 - 전혀 다른 세상의 인류
최재붕 지음 / 쌤앤파커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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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하려고 해도 부정할 수가 없다. 과학기술의 발전을 막을 방도는 없다. 막는다고 해서 개발이 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내가 쓰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쓰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쓰지 않는 나는 급류에 휘말려 떠내려가듯 이 시대의 흐름을 타지 못하고 휩쓸려갈 뿐이다. 그러니 아무리 시대의 흐름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거부하고, 부정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현실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적어도 꼰대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또 시대에 뛰떨어져 허덕허덕거리며 살아가지 않으려면.


이 책은 그런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지금 AI 기술이 어디까지 왔는지 보여준다. 정말 눈 깜빡할 사이에 세상이 변해버렸다. 이제는 사람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AI 기술이 속속 나오고 있다.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예술이라고 해서 여기서 벗어날 수는 없다. 이미 사진과 그림 분야에서 또 영상 분야에서 AI는 사람의 수준을 뛰어넘었다고 할 수 있다. 빠르고 효과적으로 제작을 해내는 솜씨. 이제는 그런 시대가 되었으니, 그것에 맞춰 준비해야 한다고...


물론 젊은 세대는, 요즘은 Z세대와 알파세대를 합쳐 '잘파세대'라고 하는데, 이들은 디지털 원주민이라고 할 수 있으니, 이러한 AI 기술에 친숙하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과 더불어 지내왔다.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은 적이 거의 없는 세대다. 당연히 스마트폰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들이 더 편하다.


그리고 AI 시대는 스마트폰으로 많은 것들을, 앞으로는 모든 것들을 처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그런 세상이 온다.


아무리 그런 세상을 거부하고, 예전으로 돌아가자고 해도 돌아갈 수 없다. 물론 여유 있는 사람은, 그런 AI 기술을 거부하고, AI 세상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삶을 누릴 수 있다. 이미 가진 것이 있는 사람은 그냥 남이 자신을 위해 해줄 수 있게 하면 된다. 


하지만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또 그렇게 여유 있는 사람일수록 반대로 첨단 기술에 앞서간다. 그들은 어쩌면 먼저 AI 기술에 접근하고 사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자신들은 몰라도 아는 사람을 고용해서 더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러면 그런 여유집단들을(사업을 해서 더 많은 이윤을 내겠다가 하는 사람은 제외하고) 빼면 다른 사람들은, 생존-생활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은 AI 기술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것을 무시했다가는 취업하기도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어야 앞으로 올 시대를 살아갈 수 있다면, 배워야 한다.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 앞서가기 위해서는 두말할 것도 없고.


이 책에서 저자는 다양한 분야에 이미 AI 기술이 도입되었음을 보여주고, 이런 추세는 거스를 수 없을 강변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AI 기술을 활용할 기반이 마련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그것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하고, 잘 활용하고 있는 사례들을 보여준다. 이미 우리는 AI 시대에 들어서 있는 것이다.


AI 시대가 되었다고 인문학이 쓸모없다는 소리는 아니다. 저자 역시 인문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사람의 감성을 움직이지 않으면 실패하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가 했다는 말, 심장이 노래하게 했다는 그 말을 저자는 많이 인용한다. 딱딱하고 차가운 기술이 아니라 부드럽고 따스한 기술이어야 한다는 것.


AI 시대에도 AI 기술은 그런 점을 목표로 지향해야 한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왜 AI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가를 사람들이 납득하기 쉽게 경제 지표를 이용해서, 즉 자산의 규모를 인용해서 보여주고 있다.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AI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그러한 기업들이 계속 잘나가고 있음을 수치를 통해서 보여주고, 그런 시대가 되었으니, 우리가 준비를 안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다양한 AI 기술을 소개하고 있으며, 그것들의 활용 사례도 알려주고 있어서 막연히 AI 기술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그 두려움을 떨쳐버리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AI 기술이라고 해서 모두 인간을 배제한 기술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고...


하지만 그럼에도 자산으로 AI 기술이 필요함을 이야기하는 것에 반감을 지닐 수도 있고, 또 차페크의 [R. U. R. - 로줌 유니버설 로봇]이나, 아시모프가 쓴 [파운데이션]에 나오는 '솔라리아'를 연상하면서 로봇이 반란을 일으키거나, 또는 인간과 인간이 교류하지 않는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모든 기술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니까, AI 시대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면 그 흐름에 우리 인간이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는가 하는 점을 고려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즉 어떤 기술도 중요하지만, 왜 그 기술이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도 꼭 해야 한다.


멀게만 느껴졌던 AI 시대가 성큼 다가왔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됐고, 그에 맞는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다만, 아직은 인간적인 온기, 또는 불편하고 조금 엉성하더라도 인간적인 면모가 느껴지는 그런 생활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은 버릴 수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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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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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용어로 시작해야 한다. 플라톤이 국가에서 주장했던 철인 정치... 거의 완벽한 사람인 철인이 정치를 해야 제대로 된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이런 철인 정치는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민주주의는 철인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조율해서 그 중 가장 낫다는, 또는 가장 현실적이라는 의견을 받아들여 실행하는 정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세계에서 민주주의가 대세인 지금은 철인 정치는 해서는 안 될 정치다. 전체주의는 당연히 철인 정치가 불가능한데, 민주주의에서도 철인 정치를 이야기하면 안 된다. 특정한 개인에게 우리들의 운명을 맡겨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플라톤이 말하는 철인이 있다고 해도. 


하지만 지금 세상에 그런 철인이 있을까? 철인은 없다고 봐야 한다. 급변하는, 엄청나게 분기된 분야가 편재한 현대 사회에서 철인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자신이 하지 못하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한다. 그래야만 하는 세상이다.


민주주의 국가라면 어느 한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떤가? 아직도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말이 있다. 삼권분립이라고, 권력이 분산되어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는 민주적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고 하지만, 과연 그런가라고 물으면, 답을 그렇다라고 쉽게 할 수가 없다. 그만큼 대통령의 권한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권한을 십분 활용하는 사람은 제왕적 대통령이 된다. 


그런데 자신을 제왕이라고 하지 않고 민주적 운영자라고 생각하면? 대책이 없다. 이를 유시민은 주관적 철인왕이라고 부른다. 아니면 본문에서 이야기하는 완성형 권력자라고도 하고.


주관적 철인왕이든, 완성현 권력자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존재해서는 안 된다. 그런 존재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보완해주는 관계로 정치를 이끌어가는 사회가 바로 민주주의 사회다. 민주주의 국가다. 이런 말에 비추어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을 보고, 그것에 대한 비평을 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유시민의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을 담아서. 그가 '정치 잡문'이라고 해야 좋을 글이 되었다(6쪽)고 하고, '인상 비평'이 많다(7쪽)고 할 정도이니. 


이렇게 이 책은 유시민의 주관적인 생각을 쓴 책이니 받아들여도 그만, 안 받아들여도 그만이다. 다만 끝까지 읽어볼 필요는 있다. 그런 태도가 백가쟁명을 이루는 민주적인 태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유시민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은 어떤가를 살펴보자.


그는 말한다. '윤석열은 '도자기 박물관에 들어온 코끼리'와 같다.'(7쪽)고. 그가 잘못된 장소에 들어왔다는 뜻이다. 그러니 잘못을 윤석열에게만 전가해서도 안 된다고 한다. 그를 대통령으로 뽑은 모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고? 그랬다고 책임이 면제되지는 않는다. 그런 분위기를 바꾸지 못한 책임이 있다. 어느 정도는.


그래서 박물관에 코끼리가 들어가면 내보내야 한다. 빨리. 내보내기 전에 조용하게 더 큰 사고를 치지 않게 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유시민의 말을 빌리면 '민주주의는 선을 최대화하는 제도가 아니라 악을 최소화하는 제도'(23쪽)라고 하니, 악을 최소화할 수 있는, 코끼리가 박물관에서 사고를 치지 않게 할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것을 우리는 최소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현명하고 유능한 권력자가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받고 야당과 대화해 가면서 사회적 선과 미덕을 최대한 실현하는 민주주의를 '최대 민주주의', 선과 미덕을 실현하지는 못해도 사악하고 무능한 권력자가 마음껏 악을 저지르지 못하게 하는 민주주의를 '최소 민주주의'라고 하자.'(26-27쪽)


이런 최소민주주의나마 유지해야 나라가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나라가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정치가와 정치업자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구분할 수 없으면 적어도 정치가들이 정치를 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내 생각이 아니라 유시민의 생각이다.


유시민은 정치가와 정치업자를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정치를 위해 사는' 사람과 '정치로 먹고 사는 사람'이다. ... 편의상 전자를 '정치가', 후자를 '정치업자'라고 하자. 정치인은 누구나 '대의(大義)'에 헌신하는 동시에 '소리(小利)'를 추구한다. '대의'는 정치적 이상과 사회적 선을 실현하는 것이고, '소리'는 공직과 당직 등 이익과 지위를 챙기는 일이다. '대의'와 '소리'가 충돌할 때 대의를 앞세우면 '정치가', '소리'를 먼저 챙기면 정치업자가 된다. (197쪽)


그렇지만 정치가는 대의를 위해 일을 한다고 해도, 완벽할 수 없다. 그도 실수를 한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도 한다. 그럴 때 사람들은 위선이라고 한다. 악인이 이득을 취하는 행동을 하면 위선이라고 안 한다. 그냥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대의를 위해 일한다고 하는 사람이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하면 위선이라고 비난한다. 그에게 수모를 준다. 이때 유시민은 정치가는 그런 수모를 견뎌내야 한다고 한다.


오직 정치를 해야만 이룰 수 있는 이상을 품었거니, 정치 말고는 달리 충족할 수단이 없는 욕망에 사로잡혔거나, 둘 중 하나라야 정치의 남루한 일상을 감내할 수 있다. (36-37쪽)

대중에게 정치가로 인정받으려면 대의를 위해 헌신하면서도 정치판에서 오래 생존해야 하기 때문에 수모를 견디지 못하면 리더가 될 수 없다 (199쪽)


정치가들에게 수모를 견뎌내라고만 할 수는 없다. 민주주의는 정치가들이 어느 정도 수모를 이겨내고 계속 대의를 위해서 정치를 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제도다. 대의와 소리(小利 ). 정치가가 취한 소리만을 보고, 그를 재단하고, 그를 몰아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은 완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철인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치가는 더한 도덕적 잣대를 스스로 지니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민주주의 정치는 '전쟁의 문명적 버전'이다. 권력투쟁을 할 때도 정책경쟁을 내세운다. 상대방을 죽이지 않고 선거에서 이기는 데서 멈'추어야 한다. (264쪽)


이런 그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지금 대통령에 대한 유시민의 개인적인 생각을 알 수 있다. 철인이 아닌데 철인인양 정치하는 사람. 국민보다는, 대의보다는 자신을 위해서 정치를 이용하는 사람이라고 그는 판단한다. 그러니 지금대로 나가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암울하다. 그래봤자 3년 뒤면 바뀌겠지만...


3년이 짧은가? 길다면 엄청 긴 시간이다. 우리나라가 거꾸로, 과거로 돌아가기에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다. 그러니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아무리 퇴행했다고 해도 여전히 우리는 '최소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으니 가능성이 있다. 우리 사회는 절대로 독재 사회가 아니다. 전제 왕정도 아니다. 제도가 살아 있고, 시민의식이 살아 있다. 유시민은 거기에 기대를 건다. 


그의 생각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한번 읽어볼 필요는 있다. 적어도 우리 사회를 보는 다른 눈을 가질 수는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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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사이언스 - 아름다운 기초과학 산책
나탈리 앤지어 지음, 김소정 옮김 / 지호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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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과학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쉽게, 정말 어려운 방정식이나 수식이 나오지 않고, 과학에 대해 흥미를 가지게 하는 책이다.


왜 우리는 천문관측소로 여행을 가면 안 되는가? 과학박물관은? 기껏 공룡화석박물관은 아이들 데라고 가본 적은 있을지라도, 그것은 아이들이 한껏 공룡에 관심을 가지기 때문이지, 어른인 우리가 관심을 가져서는 아니다.


그런데 우리 생활이 과학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는데, 또 과학(수학)을 그렇게 아름답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과학을 멀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렵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내 생활과 별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러나 과학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가 발 딛고 사는 땅부터 별을 보는 하늘까지, 우리가 먹는 음식부터 우리 몸까지, 또 눈에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 모두 과학과 관련이 있다. 그러니 과학은 곧 우리 삶이다.


이렇게 과학이 우리 삶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데 어찌 과학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랴. 관심을 가져라. 말만 한다고 관심을 갖게 되지는 않는다. 무언가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것을 충족시켜 주어야 관심을 갖는다.


이 책은 그런 역할을 한다. 우리가 흔히 하는 착각부터 시작한다. 과학적 지식이 있음에도 착각하는 경우, 잘못 알고 있는 경우를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사례들을 통해 과학이 그 잘못을 바로 잡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 착각에 이어서 확률과 척도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로또에 당첨될 확률이라고 해서, 확률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고, 무언가를 하기 전에 고민하고 계산하는 것도 확률과 관련이 있다. 마지막 장에 나오는 생명체가 있는 다른 행성이 있을까란 질문에 대한 답도 확률로 말할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이 존재하니, 그것을 파악하는 척도도 필요하다. 큰 것부터 아주 작은 것까지. 이렇게 과학에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한 다음에 물리, 화학, 진화생물학, 분자생물학, 지질학, 천문학이라는 제목을 달고 설명을 한다.


나같이 과학에 문외한인 사람들도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하고 있어서 그리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읽으면서 과학이 다만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게 된다. 차분히 한 분야씩 공부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난다. 과학을 멀리하기만 해서는 안 되겠단 생각을 하게 한다. 


아직도 과학의 아름다움을 잘 느끼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과학이 필요함을, 과학에 대해서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런 정도로 이 책은 과학이 왜 우리에게 필요한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과학이 어렵다고만 생각하는 사람, 이 책을 읽으면 과학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은 그릴 수 없을지 몰라도 전반적인 윤곽이 잡힌 그림은 그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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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 나는 무엇이고 왜 존재하며 어디로 가는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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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고등학교에 가면 문과와 이과로 나눠서 공부를 한다. 사실 공부라기보다는 진학을 위해서 두 부분으로 나누는 것. 요즘은 통합이라고 해서, 문이과 구분을 없앴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찐 문과, 찐 이과'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문과는 과학에 약하고, 이과는 문학에 약하다고 주로 말하면서 자신들이 약한 분야를 문과니까, 이과니까라는 말로 합리화하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그래야 할까?


이 책은 '운명적 문과'라는 말로 시작한다. 운명적이라는 말을 쓴 것은 자신이 원하기보다는 수학을 하지 못해서, 또는 수학을 어려워해서 문과로 진학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이 말에 대한 짝으로 '운명적 이과'가 있으면 좋겠는데, 아직 들어보지는 못했다. 누군가는 사용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수학에 약하다고, 그래서 문과를 지원했다고 하는 유시민은, 그럼에도 경제학과에 진학했다. 사실 문과 중에서 수학과 관련이 깊은 분야가 경제학 아닌가. 물론 유시민은 경제학을 배우는데 수학적 지식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런데 자신과 같은 운명적 문과들은 경제학에 나오는 수학에 쩔쩔매는 반면 부전공으로 듣는 수학과 학생들이 너무도 쉽게 거의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장면을 보았다고 한다. (21쪽)


그렇다면 문과는 태생적으로 수학을 못한다.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것은 논외로 하고, 문과가 수학을 못한다고 수학을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인가 하면 그것은 아니다. 


수학은 유시민이 언급하듯이 범용 학문이고, 우주적 언어라고 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수학을 못하는 사람에게는 당연하다는 듯이 과학도 못한다는 말이 따라온다. 또 그렇게 과학에 관심을 갖지도 않는다. 수학과 과학이 너무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듯이, 문과들은 수학과 과학을 멀리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과연 그럴까? 우리 세상이 문과와 이과로 나뉘고, 어느 한쪽만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세상의 학문이 발달하면서 여러 분야로 갈라져서 지금은 너무도 많은 분야가 있지만, 학문도 진화처럼 처음에는 하나로 시작했을 것이다.


처음으로 시작한 학문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보면 그것이 수학이고 과학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인식을 하는, 언어를 지닌 인간은 자신의 세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서술하려는 욕망을 지니고, 그것을 실현하려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관찰과 추론을 기반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것을 기술하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을 밝히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그런 노력들이 수학과 과학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가 그것들을 기반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나'를 궁금해하고 '나'를 탐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을 것이다. 나를 둘러싸고 세계와 그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나를 찾는 과정, 그 과정에서 많은 학문들이 나왔을 것이고... 그러니 학문을 문과와 이과로, 인문학과 과학으로만 나눌 수는 없다. 인문학과 과학이 합쳐지지 않을 영원히 분리된 학문이라는 말도 성립이 되지 않을 것이고.


이런 내용이 파인만의 말을 빌려 이 책의 처음에 나온다. '거만한 바보'라는 말이다. 자신의 분야에 정통하다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다른 분야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자신의 학문을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존재들. 그런 존재들에게 융합이란, 통섭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처음에 하나였던 학문이라고 한다면, 그 학문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진화를 보면 그렇지 않은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생명체들도 유전지 분석을 해보면 공통적인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 속속 밝혀지고 있으니. 이를 과학과 인문학에 적용한다면 이 학문들도 공통점이 분명 있으리라고 추론할 수 있다. 그러니 통섭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통섭이 당연한 것이 되어야 한다. 


인문학자는 과학을 공부해야 하고, 과학자는 인문학을 공부해야 한다. 그러면서 서로의 학문을 상대의 입장에서 보면서 상호보완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것이 인간이 해야 할 일 아닌가 한다.


유시민의 이 책을 읽으면서 '운명적 문과'라고 했던 그가 '거만한 바보'였음을 깨닫고, 과학 공부를 하면서 인문학이 과학을 배제하면 절대로 안 된다는 점을 깨닫는다. (그가 과학자가 아니니 과학자가 인문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말을 이 책에서는 할 필요가 없었을 듯하고)


그러면서 자신이 공부한 과학을 '운명적인 문과'들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주고 있다. 너희들이 문과라고 과학을 멀리해도 된다고, 수학을 멀리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아예 그들을 제쳐두면 안 된다고, 그러면 너희들은 '거만한 바보'가 된다고...


놔과학, 생물학, 화학, 물리학, 수학에 관한 여러 글들을, 자신이 읽은 책들을 명료하게 정리해서 알려주고 있다. 자신의 경험과 관련지어 이야기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운명적 문과'들이 이해하기 쉽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전문적인 과학 지식을 습득할 생각을 할 필요는 없다. 많은 과학 지식들이 나오지만 그것들이 인문학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통섭'을 느낄 수 있다. 


학문적 통섭이 아니라 우리가 생활에서 문과 이과를 나누고, 그것들이 교류하지 않는다고 여기며 살고 있는 것이 사실 아니라고... 우리는 알게 모르게 문과 이과를 넘나들며 살고 있고, 그런 지식들을 배우고 있는데 그것들을 어떻게 정리할지 모르고 있었을 뿐이라는 점을 이 책은 생각하게 해준다.


이 책 덕분에 문과라고 과학을 멀리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해줄 말이 생겼다. 그러면 바보가 된다고. 그것도 '거만한 바보'가. 자신이 바보인지도 모르는 바보가 된다고, 그러니 문과 이과 나누지 말고, 다양하게 공부하라고. 우리들의 삶을 위해서라도, 이렇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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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4-09-05 16: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샀는데 귀하게 모셔 두고 있어요. 다른 책 읽느라고요...ㅋ
 
종의 기원 드디어 다윈 1
찰스 로버트 다윈 지음, 장대익 옮김, 최재천 감수, 다윈 포럼 기획 / 사이언스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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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안 들어본 사람은 없는 책. 찰스 다윈을 모르는 사람도 별로 없는 상황. 그의 진화론은 이제 기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물론 아직도 창조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고 - 다윈이 창조론이 문제가 있음을 그렇게 증거들을 대면서 주장했음에도 - 창조론과 진화론을 어설프게 연결지어 유신화론(또는 진화론적 창조론)이라는 이름을 지닌 주장도 있으니, 다윈 시대는 물론이고 지금도 완전히 하나로 정리되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진화론을 부정하고 창조론을 주장하는 사람이 고위직에 오르려는 경우도 있으니... 다윈이 이 책을 쓴 지가 얼마인데...


그는 오랜 시간과 관찰을 통해서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펼친다. 자신이 모은 자료만이 아니라 다른 학자들의 자료들도 방대하게 인용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의 주장이 옳음을 자료들을 통해서 증명하고 있다. 간혹 나오는 '창조론'으로 이것이 설명이 되겠는가 하면서...


너무나도 유명한 책인데, 제대로 읽은 적이 없었으니... 그냥 이름만 기억하면서, 그런 책이 있었지 하면서 넘어갔었는데... 한번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은 이유는 [다윈의 사도들]을 읽으면서부터였다.


현대 생물학에서 다윈을 뺄 수가 없다면, 그가 이룩한 진화론이 엄청난 사상적 변화를 이끌어냈다면, 그야말로 천문학에서 '코페르니쿠스적 전회'가 있다면 생물학에서는 '다윈적 전회'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책을 그냥 이름만 알고 넘어가기에는 뭔가 미진하지 않은가.


그것도 중고등학교 시절에 시험을 위해서든 아니든 다윈의 진화론은 귀에 딱지가 지도록 들었으면서...


그렇지만 [진화론]을 꼼꼼하게 읽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과학을 전공한 사람도 아닌 나에게 [진화론]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그래 다 이해할 필요는 없지. 왜 다윈이 이런 책을 썼는지, 그리고 어떻게 주장을 전개해 나가는지, 그리고 그의 주장이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서 알기만 하면 되지 않겠는가 하는 가벼운 생각으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기 시작했다.


읽으면서 진화론을 거부할 수 있는 이유가 없구나 하는 생각. 왜 이 책으로 진화론이라는 것이 생물학계에 정설로 자리를 잡았는지를 알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


자기 주장을 근거를 통해 펼치고, 그럼에도 자신에게 주어질 반론을 제시하고, 그 반론을 반박할 수 있는 자료들을 제시해서 반론을 논박한 다음, 다시 자신의 주장을 정리하는 구조로 책을 쓰고 있기 때문에, 다윈의 주장을 반박할 만한 주장을 펼칠 수가 없다.


그렇게 신중하게 자신의 주장을 하면서, 자연 선택으로 인해 종들이 분화되었음을, 그것을 '변화를 동반한 계승'이라고 부른다. 이 '변화를 동반한 계승'이 지금 우리가 말하는 '진화'인 것이다.


이 책은 초판본을 번역했다고 하는데, 6판에 가서야 '진화'란 말이 나온다고(26쪽. 옮긴이 서문) 하는데, 초판이 다윈의 '독창성과 과감함이 가장 잘 드러나 있다(32쪽. 옮긴이 서문)'고 여겨 번역 텍스트로 삼았다고 한다.


그만큼 다윈은 창조론이 문제가 있음을 이 책 곳곳에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당시 신을 중심으로 사고하던 시대에 이것은 큰 모험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밝혀지지 않고 밝힐 수 없는 주장을 하기보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있고 그것에서 합리적으로 도출할 수 있는 주장을 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생각을 지니고 그것을 자신의 책을 통해서 펼쳤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이 책에는 다윈의 고심도 어느 정도 들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총 1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마지막 14장에서 다윈은 1장부터 13장까지 해온 주장을 요약해주고 있다. 자신의 생각을 다시 한번 명료하게 정리함으로써 책을 끝맺고 있어서, 다윈의 주장을 오해할 여지를 없애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윈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데, 구체적인 근거들을 제시하고, 반론을 들고, 거기에 대한 재반론을 하면서 자신의 주장이 타당함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논쟁을 할 때는, 또는 자신의 주장을 할 때는 이런 방식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주장을 전개해 나가는 방식에서도 배울 점이 많은 책이라는 생각, 감정이 아닌 이성적으로 합리적인 증거를 찾아 자신의 주장을 하는 학자가 다윈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비록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읽기는 했지만, 그래도 마음은 뿌듯하다. 다 읽었으니까. 


이 책에 나온 다윈의 주장을 옮겨본다. 그의 말을 직접 읽는 것도 묘미다.


무슨 일인지, 나머지 문장들이 알라딘 서재에 있는 밑줄긋기 란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냥 아래에 박스로 처리한다. 밑줄긋기가 먼저고, 아래에 있는 것이 나중이다. 다윈의 글을 직접 읽는 것이 좋을 듯해서......



모든 동식물 집단은 동일한 부자연적인 조건에서 불임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고, 모든 종 집단은 불임인 잡종을 낳는 경향이 있다. ...개체들이 몇 세대에 걸쳐 자기들에게 부자연스러운 환경에 놓였을 때, 이들은 극도로 변이하는 경향이 있다.  372


어떤 점에서 서로 연관되어 있는 두 경우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불임이라는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즉 하나는 생활 환경이 교란된 경우이고, 다른 경우는 두 개체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에 의해 구조가 장애를 입은 경우다. ...  생활 조건에서 일어나는 약간의 변화는 모든 생물들에게 이롭다는 것이다. 374


약간의 생활 조건 변화는 모든 개체들에게 이로우며, 다른 한편으로 약간의 교배, 즉 같은 종에서 변이해서 약간 달라진 암수 사이의 교배는 더욱 활력 있고 생식 능력이 높은 후손을 낳는 듯하다.그렇지만 우리는 그보다 더 큰 변화 혹은 특정한 성질의 변화가 개체들을 어느 정도 불임으로 만들며, 더 심한 교배, 즉 명확하게 다른 웅성과 자성 사이의 교배는 전반적으로 어느 정도 불임성을 가진 잡종을 낳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375


나는 지질학적 기록이란 것은 마치 변화하는 방언으로 저술되었으며 불완전하게 남겨진 세계사와 같다고 생각한다. 이 역사에 대해서 우리는 겨우 두세 세기만을 다루는 마지막 책 한 권만을 가지고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이 마지막 책 한 권조차도 여기저기에 짧은 장만이 남아 있을 뿐이며, 매 쪽마다 겨우 여기저기 몇 줄 만이 남아 있다. 427

 

변화의 과정은 극도로 느릴 것이다. 각 종의 가변성은 다른 모든 종들의 가변성과 독립적이다.  ... 많은 복잡한 우연적인 요소들에 달려 있다. 433


변화하지 않는 것들은 멸절할 것이기 때문이다. 434


자연의 경제에서 어떤 한 종의 후손은 다른 종의 빈자리를 정확히 메우기 위해 적응하게 되고, 결국 그것을 대체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 두 형태들 - 구형과 신형 - 이 전적으로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양쪽 다 각자의 먼 시조로부터 서로 다른 특질들을 물려받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  하나의 집단은 일단 사라진 다음에는 다시 출현하지 않는다.  435


자연 선택 이론은 결국은 새로운 종이 될 모든 새로운 변종들이, 그것과 경쟁하는 다른 것들보다 약간의 이점을 가지는 것에 의해 탄생하고 유지된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그 결과로 인해 일어나는 덜 유리한 형태들의 멸절은 거의 불가피하게 뒤따르는 현상이다. 440


모든 측면에서 서로를 가장 닮은 형태들 사이에서 일반적으로 경쟁이 가장 심하게 일어난다. 따라서 개량되고 변화된 후손 종들이 일반적으로 부모 종의 멸절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441


내 이론에 따르면, 보다 보편적인 의미에서 좀 더 근래의 형태들은 좀 더 고대의 형태들보다 더 고등하다. 새로운 종은 선행한 다른 형태들에 비해 생존 투쟁에서 이로운 몇 가지 특징들을 가지면서 탄생하기 때문이다. 460


종이란 일반적인 세대 계승을 통해 탄생되었으며, 예전 형태들은 우리 주변에서 여전히 작용하고 있는 변화의 법칙들에 의해 탄생해서 자연 선택을 통해 보존된, 새롭고 향상된 생명체들에 의해 밀려나게 된다고 말이다. 470


언제가 되었든, 나는 각 종이 어떤 한 곳의 출생지로부터 확산되었다는 가설이 완벽히 인정될 때가 오리라고 믿는다. 486


나는 계통이라는 이 요소가 박물학자들이 그동안 자연적 분류 체계라는 개념 아래 찾으려고 노력했던 숨겨진 연결의 요체라고 믿는다. 581


두 집단의 동물들이 지금은 구조와 습성 면에서 서로 어느 정도나 다르든 간에, 그들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배 발생 단계를 거친다면, 우리는 그들이 동일하거나 거의 유사한 부모로부터 내려왔고, 그렇기 때문에 밀접한 유연 관계를 갖는다고 확신할 수 있다. 따라서 배 구조의 공통성은 계통의 공통성을 드러낸다. 599


먼 옛날에 존재했던 하나의 조상으로부터 내려온 다수의 후손들 각 개체에게서 경미한 변화들은 - 비록 매우 이른 시기에 야기되었을지는 몰라도 - 그다지 이른 시기에 발현되지 않고, 그 연령에 해당하는 이르지 않은 시기에 대물림된다는 것이다. 600


나는 불용이 주된 요인이라고 믿는다. 즉 불용이 잇따른 세대들로 하여금 다양한 기관들의 점차적인 위축을 야기해서 결국 흔적 기관이 되도록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605


이처럼 흔적 기관들은 오랫동안 존재해 온 생명체의 모든 부위에 있는 대물림되려는 경향성 때문에 존재한다. 607


따라서 유추를 통해 나는 아마도 지구에서 살았던 모든 유기체는 처음으로 생명력을 가지게 된 어떤 하나의 원시 형태로부터 유래된 것이 아닐까 하는 추론을 하지 않을 수 없다. 643


이 같은 법칙들은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번식을 동반한 성장, 번식과 거의 동일한 것으로 간주되는 대물림, 외부적 생활 조건의 직간접적인 작용과 사용 및 불용에 의한 가변성, 생존 투쟁을 초래하는 높은 개체 증가율, 자연 선택의 결과로 나타난 형질 분기와 덜 개량된 형태들의 멸절을 포함한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대상인 고등 동물은 이 법칙들의 직접적 결과물로서 자연의 전쟁 및 기근과 죽음으로부터 탄생한 것들이다. 처음에 몇몇 또는 하나의 형태로 숨결이 불어넣어진 생명이 불변의 중력 법칙에 따라 이 행성이 회전하는 동안 여러 가지 힘을 통해 그토록 단순한 시작에서부터 가장 아름답고 경이로우며 한계가 없는 형태로 전개되어 왔고 지금도 전개되고 있다는, 생명에 대한 이런 시각에는 장엄함이 깃들어 있다. 649-650


올바른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각각의 문제에 대해 양쪽의 입장을 모두 충분히 들어 보고 여러 사실과 논거를 저울질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그러지를 못했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는 충분히 그렇게 했다. 하지만 이 책 곳곳에서 이 책은 간략한 요약본이라고 하고 있으니... ‘이번에 발표하는 이 요약본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36쪽)고 하고 있지만, 이 책이 불완전하다면 다른 책은?) - P37

종의 기원과 관련해, 유기체들 상호 간의 유연 관계(affinity)나 발생학적인 관련성, 지리적 분호, 지질학적 천이(geological succession) 및 그 밖의 여러 사항을 고려해 보면, 박물학자는 모든 종이 각기 독립적으로 창조된 것이 아니라, 변종(variety)들처럼 다른 종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 P37

나는 종이라는 것은 불변하는 존재가 아니며, 하나의 종에서 나온 것으로 인정받는 변종들이 그 종의 자손들인 거소가 마찬가지로, 소위 동일한 속(genus)이라고 부르는 집단에 속해 있는 종들은 어떤 다른(대개는 멸절한) 종의 직계 자손들이라는 점을 완전히 확신하고 있다. 더 나아가 나는 자연 선택이 이 변화(modification)의 유일한 방법은 아니지만 주된 방법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 P 42

나는 가변성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이 수정이 일어나기 전에 영향을 받은 수컷과 암컷의 번식적 요소들 때문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 P48

자연은 계속해서 변이를 일으키고 이에 인간은 그들에게 유용한 어떤 방향으로 그 변이를 더한다. - P75

나는 생활 조건이 변이를 일으키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생식계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 가변성의 효과는 대물림과 복귀가 어느 정도로 일어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가변성은 알려지지 않은 많은 법칙, 특히 연관 성장의 지배를 받는다. - P90

나는 이러한 변화를 일으키는 모든 원인 중에서 단연코 가장 지배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누적적 선택의 작용이라고 확신한다. 그 작용이 체계적이고 빠르게 적용되든, 아니면 무의식적이고 느리게 적용되든 상관없이 말이다. - P91

이러한 개체 차이는 매우 중요한데, 이는 자연 선택이 작용해 누적될 재료를 공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P96

나는 부모와 약간 달라진 상태에서 점점 더 달라지는 상태로, 어떤 분명한 방향으로 구조적 차이들을 누적시켜 나가는 자연 선택의 작용 때문에 변종의 계대가 이루어진다고 본다. 이러한 이유에서 나는 뚜렷한 특징을 가진 변종을 발단종(incipient species)으로 불러도 무방하다고 본다. - P 105

변종과 종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하나 존재한다. 그것은 변종들 사이의 차이점은 서로 또는 부모 종과 비교했을 때, 동일한 속에 속한 종들 사이의 차이점보다 훨씬 적다는 것이다. ... 형질 분기... - P111

각각의 사소한 변이가 유용한 경우에 보존되는 원리, 나는 이것을 인간의 선택 능력과 대비해 자연 선택이라 부르기로 했다. - P118

여기서 내가 생존 투쟁이라는 용어를 넓은 의미로 그리고 비유적 의미로 사용하고 있음을 전제할 필요가 있겠다. 이 용어에는 한 존재가 다른 존재에 의존한다는 뜻도 포함되며, (이것이 더 중요한 사실인데) 개체의 생존뿐만 아니라 자손을 남기는 성공 또한 포함된다. - P120

기후는 한 종의 평균 개체수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데, 나는 극한의 추위와 건조한 계절의 주기적 반복이 개체수의 증가를 막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 P127

울타리를 쳐서 소의 출입을 막은 것 외에 한 일이라고는 한 종의 나무를 심었던 것뿐인데, 우리는 여기에서 그 효과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볼 수 있다. 울타리를 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는~ - P130

유기체 하나하나의 구조가 모든 다른 유기체의 구조와 가장 본질적으로, 하지만 보통인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 P136

각 유기체들은 기하 급수적인 비율로 개체수를 증가시키려 애쓰고 있고, 각 세대 동안이나 세대 사이의 특정 시기에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해야 하며, 파멸의 위기를 겪어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 P138

이러한 유리한 변이의 보존과 유해한 변이의 배제를 나는 자연 선택이라 부른다. - P142

생활 환경 조건의 변화는 특히 생식계에 어떤 영향을 줌으로써 변이를 유발하거나 증가시킨다고 볼 수 있다. - P143

인간이 체계적인 선택과 무의식적인 선택의 방법을 통해 위대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실제로도 그랬다면, 하물며 자연이 그리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 자연은 생명의 전체 조직 내의 모든 내부 기관과 모든 미묘한 체질적 차이에 작용한다. 인간은 자기 자신의 이득만을 위해 선택하지만 자연은 자신이 돌보는 존재의 이득을 위해서만 선택한다. 선택된 모든 형질은 자연에 의해 완전히 단련되며 그 유기체는 적절한 생활 환경 조건 아래 놓인다. (이 쪽에서 ‘~하물며‘라는 번역자가 감탄한 문장이 나온다.) - P144

자연 선택은 매일 그리고 매시간 전 세계 구석구석의 모든 변이들을, 심지어 아주 미세한 것이라 하더라도 세심히 살피면서 나쁜 것은 버리고 좋은 것은 보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어디건 어느 때건 기회만 주어지면, 소리 없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서서히 유기적 또는 무기적 생활 환경 조건에 있는 각 유기체들을 개량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 P145

사회성 동물에서 자연 선택은 전체 군집의 이익을 위해 각 개체의 구조를 조정할 것이다. 물론 그 선택된 변화가 결과적으로 각 개체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에 말이다. 자연 선택이 할 수 없는 일은 어떤 종이 이득도 없는데 다른 종을 위해 자신의 구조를 변경하는 것이다. - P148

자연 선택은 오직 극히 소량의 대물림된 변이의 축적과 보존을 통해서만 작용하며, 이 변이들 각각은 보존된 유기체에게 이득을 준다. - P158

혈통을 영원히 이어 가기 위해 자가 수정을 하는 생물은 없으며, 다른 개체와의 교배가 우발적으로 - 아마도 오랜 시간 간격을 두고 - 일어나는 것이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것이 일반적인 자연의 법칙이라고 생각한다. - P160

많은 유기체에서 두 개체 사이의 교배는 번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또 어떤 경우에는 긴 시간 간격을 두고 교배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어떤 유기체에서도 자가 수정이 영원히 일어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 P166

나는 진정으로 자연 선택이 언제나 매우 느린 속도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자연 선택의 작용은 그 지역의 자연의 계층 구조 내에 공석이 있을 경우에만, 즉 일종의 변화를 겪고 있는 서식자들 중 일부가 점령하게 될 빈자리가 있을 경우에만 작동한다. 그러한 공석의 존재는 흔히 물리적 변화 - 이 물리적 변화는 대개 매우 느리게 일어난다. - 에 의해, 그리고 더 잘 적응한 형태들의 이주가 저지되는 것에 의해 좌우된다. 그러나 자연 선택은 천천히 변화하고 있는 일부 서식 생물들에 의해 좌우되어 작용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을 것이며, 그로 인해 다른 많은 서식 생물과의 상호 관계는 교란된다. - P174

변이와 개량을 거듭하고 있는 것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경쟁하고 있는 형태들이 당연히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 새로운 변종 또는 종 각각은 대개 그것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그것들과 가장 가까운 다른 종들을 심하게 압박하고, 나아가 그것들을 전멸시켜 버리는 경향이 있다. - P177

원 부모 종 그 자체뿐만이 아니라 이전 상태와 나중 상태 사이, 즉 종에서 덜 개량된 상태와 더 많이 개량된 상태 사이에 있는 모든 중간적인 형태들은 일반적으로 멸절되는 경향이 있다. - P192

나는 부모의 생식계가 기능적으로 손상을 입은 것이 바로 자손이 변이하게 만드는 혹은 변화가 일어나기 쉬운 상태를 야기하는 주된 원인이라고 본다. 수컷과 암컷의 생식 요소는 새끼를 낳기 위한 짝짓기가 일어나기 전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 P206

습성, 사용 및 불용은 체질이나 여러 기관의 구조상의 변화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지만, 사용과 불용의 결과는 종종 선천적인 차이를 만들어내는 자연 선택과 결합되어 나타났고 때로는 자연 선택이 이를 압도했다. - P219

자연 선택이 각각의 유기체의 조직 하나하나에 이익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이익이 되는 것을 통해서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 P227

종의 형질 - 정과 종을 구별하는 형질 - 이 속의 형질 - 종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형질 - 보다 가변성이 더 크다는 점, 같은 속의 다른 종들이 가지는 동일한 부분과 비교할 때, 어떤 종에서 이례적인 방식으로 발달한 부분이 엄청나게 변이한 경우가 많다는 점, 어떤 부분이 얼마나 이례적으로 발달되었던 간에 만일 그것이 어떤 집단에 속한 모든 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면 변이의 정도는 별로 크지 않다는 점, 이차 성징의 변이성은 매우 크며, 근연종 간에 나타나는 이차 성징도 많은 양의 차이를 보인다는 점, 이차 성징의 차이와 보통의 종간 차이는 일반적으로 유기체의 동일한 부분에 나타난다는 점 - 이러한 모든 원리들이 서로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 P237


지구상의 수많은 개체들이 서로 투쟁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가운데 최고가 생존하도록 적응시키는 것이 바로 이 자연 선택을 통한 변화다. - P252

사실상 나는 진짜 허파를 가지고 있는 모든 척추동물이, 부유 장치, 즉 부레를 가지고 있었던 알 수 없는 고대의 원형으로부터 일반적인 세대 교체를 통해 이어져 내려왔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 P278

밀른 에드워즈가 잘 표현했던 것처럼, 자연은 변이를 일으키는 데는 너그럽지만, 혁신을 일으키는 데는 인색하다. 창조설로 그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 P 282




자연 선택은 오로지 그 개체의 이익에 의해서만, 또 이익을 위해서만 작용하므로 절대로 그 개체에게 해로운 것은 만들어내 내지 않을 것이다. ... 자연 선택은 동일한 지역에서 서식하면서 서로 생존 투쟁을 벌여야 할 개체들만큼 혹은 그보다 조금 더 각각의 개체들을 완전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이것이 자연계 내에서 얻을 수 있는 완벽함의 정도라는 것을 알고 있다. ... 자연 선택은 절대적인 완벽성을 산출해 내지는 못한다. - P283

자연 선택은 오직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소한 변이들을 취함으로써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은 절대로 도약할 수 없으며, 다만 짧고 느리게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으며 전진할 뿐이다. - P290

다른 종의 이익을 위한 목적만으로 자연 선택이 어느 종에 어떠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 반면 자연 선택은 다른 종에게 직접적인 해를 입힐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실제로도 그러한 경우가 종종 있다. - P291

모든 개체가 유형의 통일성과 생존 조건이라는 두 가지 위대한 법칙에 따라서 탄생되어 왔다는 사실은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유형의 통일성이라는 것은 같은 강에 속하는 개체들 사이에는 각각의 생활 습성과는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구조적 일치가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나의 이론에서 유형의 통일성은 유래의 동일성으로 설명된다. 자연 선택은 개체가 가지고 있는 변이하는 부분을 유기적 또는 무기적 생활 조건에 현재 적응시키든지, 아니면 과거에 오랫동안 적응시켜 옴으로써 작용하기 때문이다. 적응은 어떤 경우에는 사용 및 불용의 도움을 받고, 외적인 생활 환경 조건의 직접적인 작용을 통해 약간의 영향을 받으며, 항상 여러 성장 법칙의 대상이 된다. 그러므로 사실 생존 조건의 법칙은 과거에 일어난 적응의 대물림을 통해 유형의 통일성까지 아우르는 더 고차원적인 법칙이다. - P297

어떤 한 세대가 습성을 통해 수많은 본능을 획득했고, 그런 본능들이 그 후에 대물림을 통해 후손들에게전달되는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오해는 아마 없을 것이다. ... 생활 조건이 변화하는 경우라면 본능을 약간 변화시키는 것이 종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본능이 조금이나마 변해 간다는 것이 증명된다면, 본능의 변화가 이익이 되는 한 자연 선택은 그것을 보존하고 계속해서 축적한다는 사실을 무난히 인정할 수 있다. - P 303

개체뿐만 아니라 과(family)에도 선택이 적용될 수 있고, 그럼으로써 원하는 목적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하면, 극복 불가능해 보이는 이 어려운 문제는(바로 위 문장에 ‘ 어려운 문제는 관련된 구조의 변화가 어떻게 해서 자연 선택을 통해 서서히 축적되었는가를 이해하는 데 있다‘고 되어 있다) 줄어들거나, 내가 믿는 바처럼 사라진다. - P337

한 공동체에서 생식이 전혀 불가능한 일원들의 연습이나 습성, 혹은 자유 의지는, 후손을 남길 수 있는 생식 가능한 일원들의 구조나 본능에 아무런 영향도 끼칠 수가 없었다. 나는 라마르크의 유명한 학설에 맞서 이토록 명시적인 중성 곤충의 예를 제시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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