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황가는 길
정찬주 지음 / 김영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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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이 쓴 답사기와는 좀 다르다. 소설가가 쓴 것이라 그런지 감상적인 내용이 많다. 주관적인 감정도 많이 들어가 있고.

 

그래서 돈황에 관한 책을 읽는 순서가 유홍준의 책을 맨 먼저 읽는 것이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유홍준은 돈황까지 가는 과정을 중시했다면 이 책에서는 서안(장안)에서의 일과 그 다음에는 비행기를 타고 가기 때문에 돈황까지 가는 중간 과정이 없다.

 

다만 서안에서 양귀비와 현종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어 호기심을 자극한다. 자고로 성에 관한 것들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게 마련.

 

이 책에서도 핵심은 돈황석굴, 즉 막고굴이다. 그 부분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특히 소설가답게 학문적인 분석보다는 직관에 따르는 글쓰기를 하고 있어서 더 친근하게 막고굴에 다가설 수 있다.

 

게다가 저자인 정찬주는 막고굴에 있는 벽화에서 삼국시대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감동을 받았고, 그때문에 돈을 더 주고도 삼국시대 사람이 나온 석굴을 돌아보았다는 사실이 그 먼 곳에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감동을 준다.

 

하긴 비단길이라고, 실크로드에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드나들었을테니 그들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혜초도 있지 않은가.

 

이렇게 이 책은 저자의 직관을 앞세우고, 감정을 표나게 드러내서 서술하고 있다. 사진도 있어서 막고굴에 있는 문화유산들을 살펴볼 수도 있고.

 

지금은 이때보다 달라졌을테지만, 그래도 한번은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유홍준처럼 과정을 중시하는 답사도 좋지만, 일반 관광객에게는 정찬주처럼 여행할 수도 (물론 그도 학문을 하는 사람들에 묻어서 가긴 했지만)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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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클라마칸 - 돌아올 수 없는 사막
브루노 바우만 지음, 이수영 옮김 / 다른우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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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그야말로 모래가 망망대해처럼 펼쳐진 곳. 물이라곤 찾을 수 없고 보이는 것은 모래들뿐. 사막하면 그런 심상이 떠오른다. 사막하면 대표적으로 사하라 사막과 고비 사막을 떠올리는데, 예전에 타클라마칸 사막에 대해서도 이름만은 들어본 적이 있다. 실크로드와 관련해서.

 

유홍준이 쓴 중국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촉발해서 돈황에 관한 책을 읽고, 돈황을 지나 펼쳐져 있는 타클라마칸 사막에 대한 책을 읽게 되었다. 이렇듯 한 책은 다른 책을 불러낸다.

 

스벤 헤딘이라는 사람이 1890년대에 타클라마칸 사막을 횡단한 다음에 책을 냈다고 한다. 그는 간신히 목숨을 부지할 정도로 매우 고생을 했다고 하고, 현지인 두 명이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또 낙타들도 많이 잃고 간신히 물이 있는 호탄 강까지 도착했다고 하는데...

 

그가 쓴 책을 읽고 그와 똑같는 시기에 타클라마칸 사막을 횡단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그가 한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자세로, 또 스벤 헤딘이 사막이 놓고 온 것들을 찾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모험을 감행한다.

 

약 100년 뒤. 그러니까 스벤 헤딘이 살았던 시대보다 더 월등히 성능이 좋은 장비를 갖추고 출발을 하는 것이다. 스벤 헤딘이라는 사람의 기록이 있었기에 물도 더 준비하고... 그가 간 경로를 따라 가는데...

 

그런데 사막은 우리 인간이 예상한 것대로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은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존재할 때가 많다. 타클라마칸 사막도 마찬가지다. 낙타 6마리와 현지인 두 명, 통역할 수 있는 중국인 한 명, 그리고 동료 한 명과 함께 출발한 바우만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에게는 위성으로 위치를 알려주는 도구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먼저 간 사람의 기록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사막이 그의 계획대로 되어 주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었다.

 

물이 떨어지자 낙타들이 죽어 간다. 함께 했던 사람 중 한 명도 낙타에게 걷어차여 더 이상 갈 수가 없게 된다. 여러 가지 일들이 겹쳐서 죽음을 생각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다행히 이들은 사막을 무사히 건너 호탄 강가에 도착하지만, 사막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읽으면서 타클라마칸 사막을 횡단하는 것이 바로 우리들 인생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인생을 흔히 고(苦)라고 하지 않는다. 인생은 고해(苦海)라고도 한다.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그래서 준비를 많이 한다. 함께 가야 할 사람도 있어야 한다. 사람만이 아니다. 다른 존재들에게도 빚을 지고 살아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아무리 준비를 잘해도 인생에서는 우리가 예상하지 또 예측하지 못한 어려움을 만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내게 소중했던 존재들을 잃기도 하고, 큰 어려움에 처해 이도저도 못할 때도 있고, 그럼에도 다른 존재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나기도 한다. 큰 어려움을 이겨냈다고 안도한 순간, 더 큰 어려움이 다가오기도 한다. 마치 이 책의 저자인 바우만이 타클라마칸 사막을 횡단할 때 겪었던 일처럼.

 

이 책 318쪽에 있는 사막 사진을 보자. 정말 광대한 사막이다.

 

 

이 사막에 있는 한 점의 모래와 같은 것이 바로 우리 인간이다. 그만큼 인생은 사막 한 가운데 있는 것처럼 막막하기도 하다. 그러나 언젠가는 끝이 있기 마련이다. 그 끝을 행복하게 마치기 위해서 우리는 많은 준비를 하고, 많은 존재들과 함께 살아간다.

 

어쩌면 이렇게 광대한 사막을 횡단하려는 모험을 하는 사람들도 자신의 인생이 이와 같은 모험이라는 것을 보여주려 하는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진과 먼저 간 스벤 헤딘의 발자취와 그를 통해서 타클라마칸 사막을 횡단하는 바우만의 여정이 우리의 인생과 겹쳐서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바우만처럼 이렇게 사막을 횡단하지는 못하겠지만, 사막 횡단 이야기를 통해 내 인생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계기를 갖게 해준 책이라는 점에서 즐겁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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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황석굴 - 인류의 위대한 유산 2
타가와 준조 지음, 박도화 옮김 / 개마고원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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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이 쓴 [중국문화유산 답사기]를 읽다가 돈황에 대해서 다른 책들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래, 내용이 겹치는 것도 있지만, 어차피 집 안에서 하는 세계 여행인데, 여러 사람이 쓴 책을 읽고 돈황 유람에 나서자고 생각한 것.

 

이 책은 1982년에 일본 사람이 쓴 것이다. 우리나라엔 1999년에 번역이 되었다. 유홍준도 그의 답사기에서 말하고 있지만, 일본 NHK팀이 실크로드라는 다큐를 발표했단다. 그 다큐가 상당히 감동적이었는지,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하는데...

 

이 책은 그 탐사에 따라나섰다가 메모를 한 것을 중심으로, 또 촬영기사의 사진도 실음으로써 돈황에 있는 막고굴에 대해서 잘 알게 하고 있다.

 

사진이 자세해서 좋고, 유홍준이 쓴 책에 나와 있지 않은 사진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또 두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불교 문화재가 겹치는 것도 있어서 복습한다는 의미에서도 좋았고.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문화유산이다. 이런 문화유산을 함부로 대했던 적이 있음을, 막고굴에 남아 있는 그을음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러시아 혁명 이후 백군에 속한 몇몇의 사람들이 이 막고굴에 와서 기식을 하면서 함부로 대했다고 하니...

 

이렇게 무지한 사람들이 부린 행태로 인해 문화재가 소실되기도 하지만, 소위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이 저지른 일... 유홍준 책에도 나오는 서양인들, 그 막대한 문화재를 자기네 나라로 빼돌린 사람들. 그리고 벽화까지도 떼어간 사람들도 있으니...

 

지금도 세계의 많은 문화유산이 한때 제국주의 국가였던 나라 박물관에 있는 현실이니... 국제적 힘의 관계를 통해서 문화재가 파괴되거나 또는 유출되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하다.

 

다만, 이 책은 일본 사람이 쓴 책이라 일본 사람이 이곳 돈황에 와서 가져간 문화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그 점도 언급하면서 반성을 했다면 이 책이 더 좋아졌을텐데...

 

그럼에도 이 책은 돈황에 있는 막고굴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돈황의 역사를 간략하게 언급하고, 막고굴에 있는 문화재를 돈황석굴이라는 이 책의 제목에 몇 가지 주제로 분류해서 설명하고 있다.

 

우선 아름다운 군상이 있는 석굴을 소개하고 있다. 불교를 믿는 사람들이 만든 석굴이다 보니 석굴에는 부처상이나 보살상 등이 많이 있다. 이런 군상들을 소개한 다음에는 벽화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사진을 통해서 벽화를 만날 수 있어서, 석굴에 있는 벽화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그 다음에는 벽화를 그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고(물론 누가 그렸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당시 화가들의 화풍과 관련지어 설명하고 있다), 석굴의 후원자들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17굴에 대해서, 수많은 불교 문서가 나온 17굴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이 17굴에 대한 설명은 유홍준의 책에서 더 자세히 만날 수 있으니, 유홍준의 책을 함께 읽는 것이 좋을 듯하다.

 

돈황석굴, 막고굴... 한번 가보고 싶단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단 생각. 물론 유홍준의 말에 따르면 가 보아도 다 볼 수는 없고, 몇몇 굴만 보게 된다고 하지만, 그래도 어디인가, 언젠간 한번 가봐야지 하는 생각이 더 들게 하는 이 책.

 

집 안에서 돈황, 특히 막고굴에 유람을 하기엔 딱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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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2 : 막고굴과 실크로드의 관문 - 오아시스 도시의 숙명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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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돈황 답사기다. 돈황이라는 지역보다는 돈황에 있는 막고굴과 실크로드의 관문이라고 하는 옥문관과 양관을 2권에서 다루고 있다. 왜냐하면 돈황은 현대식으로 도시화가 되어 돈황이라는 도시에서는 옛정취를 느낄 수 없다고 나와 있으니...

 

사실 유홍준이 아무리 설명을 잘한다고 해도 직접 보는 것만 못할 수 있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지금은 가기 힘들고, 문화재에 대한 관심, 특히 불교 미술이나 아니면 예전 예술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면 굳이 가려고 하지 않는 그곳이니, 지금은 백문(百聞)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한다.

 

2권을 읽다보면 정말로 가보고 싶어진다. 유홍준도 한번 본 것으로는 만족하지 못해 다시 가지 않았던가. 사실 막고굴에는 엄청나게 많은 굴이 있으며, 한번 갔을 때 볼 수 있는 굴이 10개가 안된다고 하니, 여러번 가야 막고굴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한다. 거기다 가치가 높은 굴은 특굴로 지정이 되어 있어 따로 예약을 해야만 관람할 수 있다고 하니, 한두 번 가는 것으로는 막고굴을 봤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같은 장삼이사(張三李四)가 그런 곳에 자주 갈 수 있겠는가. 한번 가보지도 못하고 있는데... 허니 유홍준과 같은 사람들이 쓴 답사기, 여행기를 읽으며 간접 체험할 수밖에. 일견(一見)을 할 수 없으니 백문(百聞)이라도 잘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답사기답게 많은 사진들이 있어서 그야말로 백문에 해당하는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더 좋았고. 그럼에도 나같이 집 안에서 책을 통해 막고굴을 가는 사람, 돈황에 가는 사람에게는 이 책에 실린 돈황의 유물을 수집한 사람들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다.

 

그들을 약탈자라고 해도 좋다. 또는 그들이 자화자찬하는 식으로 유물의 보존자라고 해도 좋다. 정확히 말하면 나라의 힘을 배경으로 힘이 없는 나라의 유물을 가져갔다고 해야겠지. 나중에 어떻게 합리화하든 그게 사실일테니. 그렇지만 그들로 인해 유물이 보존되었다는 의외의 성과가 있는 것도 인정하긴 해야 할 것이다.

 

유물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고 함부로 훼손하는 경우가 많았으니 말이다. 중국도 마찬가지였을테고. 하지만 유물의 소중함을, 자신들이 지닌 전통문화의 힘과 아름다움을 깨닫고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그들로 인해서 문화가 계속 유지되고 새롭게 계승, 발전하고 있음도 2권을 통해서 알 수 있게 된다.

 

약탈자가 있으면 수호자도 있기 마련. 2권에서는 돈황의 유물을 자국으로 가져간 사람들(영국, 프랑스, 러시아, 일본 사람)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돈황의 유물을 지켜낸 사람들(장대천, 상서홍, 한락연)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다.

 

여기에 한락연이라는 작가는 조선족이라는 것. 일제시대에 만주로 이주해간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것. 그가 어떻게 활동했는지,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에 대해서 우리가 참 모르고 있었다는 것. 용정에서 3.1운동 때 만세운동에 참여했다고 하는데, 그런 사람에 대한 소개도 의미가 있는 작업이라는 생각을 한다.

 

중국은 참으로 광대한 나라다. 영토 크기로만 따져도 우리나라보다 엄청나게 크니, 그 나라의 서쪽 끝에서 유럽으로 나아가는 관문. 옥문관과 양관. 그곳을 지나 서역으로 가서 경전을 가지고 온 현장법사 이야기도 2권에 나와 흥미를 돋운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하면 중국이 문화유산에 사람들이 접근하게 하는 방법이 아주 좋다는 것이다. 문화재에서 조금 떨어져서 주차장을 만들어 문화재가 손상되지 않게 하고 있으며, 관람 인원을 제한해서 보존에 더 좋게 하고 있다는 것. 그들을 은근 무시하던 것을 반성하게 하는 그런 자세들에 대해서 유홍준도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문화재들을 관람하게 하는 방식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문화재를 문화재답게 관람하게 하는 자세를 지니게 하는 문화재 관람 정책이 필요함을, 그렇게 문화재가 있는 곳을 정비할 필요가 있음을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그렇다. 이 책은 이런저런 점을 생각하게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에게 돈황에 대해서 흥미를 갖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번 가봐야지 하는 마음이 들게... 그러나 섣불리 갔다가는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준비를 많이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책이다.

 

그렇게 백문(百聞)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책이기도 한다. 백문이불여일견이 되려면 일견(一見)하기 위해서 백문(百聞)이 필요함을 깨우쳐주는 책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유홍준이 이 답사기를 쓰면서 사람들과 함께 답사를 하면서 이동하는 버스에서 전문가들로 하여금 강연을 하게 했겠는가.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알고 보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답사기를 쓰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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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1 : 돈황과 하서주랑 - 명사산 명불허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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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가 코로나19라는 감염병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화가 되었기 때문에 한 나라에 감염병이 생기면 전세계로 퍼져 나갈 수밖에 없다.

 

질병의 세계화라고 해야 하나? 이동이 이제는 전지구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느 한 곳의 질병으로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감염병의 경우는 너무도 급속도로 퍼지기 때문에 여행이 제한되기도 한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다. 격리를 2주 동안 해야 하는데, 그런 기간을 감수하고 여행을 할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드물다.

 

전세계에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넘실댈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그것이 힘들다. 중국 여행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다녀온 중국 여행.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중국에서도 관광지로 많이 알려진 곳을 다녀왔을 뿐, 이 책에 나온 실크로드를 따라 하는 여행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예전 문명의 길이라고 하는 실크로드. 비단길. 그곳에는 수많은 문화유산들이 있을 것이고, 우리 조상들의 삶이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는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을 학교에서 배웠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비단길은 우리와도 무관하지 않은 문명길인 것이다.

 

그럼에도 잘 가보지 않았던 곳. 수많은 불교 유적들뿐만 아니라 고대 역사가 깃들어 있는 그곳을 유홍준의 답사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가보게 되었다.

 

지금처럼 직접 가보지 못하는 곳을 책을 통해서 갈 수 있으니, 책이란 이렇게도 고마운 존재인지도 모른다.

 

여기에 유홍준 특유의 글발이 있어서 쉽고도 재미있게 읽히는데, 그렇게 읽으면서 알게 되는 지식의 양이 만만치 않기에 이 답사기는 더 의미가 있다.

 

또 유홍준이 중국 답사기를 쓸 때 그냥 아무 곳이나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문화와 관련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선정하니 이 책을 읽으면 우리 역사, 우리 문화를 더 잘 알게 되는 효과도 얻게 된다.

 

1권은 명사산까지 가는 길이다. 서안에서 출발해서 명사산까지. 중국이란 나라가 워낙 큰 나라라서 여기까지 가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 아주 자세하게 시간을 오래 들여 볼 수 있지는 못하지만, 그만큼 자료 조사를 하고 간 유홍준 덕분에 책을 통해서는 더 많은 시간을 그곳에 머무른다는 느낌을 받고, 더 자세하게 그곳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된다.

 

중국에 석굴이 많은 이유는 그들의 토양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 곡괭이만 있어도 토굴을 쉽게 팔 수 있는 바위들이라서 그들은 쉽게 석굴을 만들지만, 우리는 단단한 화강암이 많아서 그것이 여의치 않다는 것.

 

따라서 중국에는 이토록 많은 석굴이 있는데 우리는 뭔가 하기보다는 우리는 우리의 토양에 맞게 산에 절들이 많다는 것. 그 절들의 아름다움은 중국 석굴에 못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어서, 문화란 어느 하나가 다른 것들을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에 맞게 형성되는 것임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하여 이 답사기 1권에서는 돈황까지 가는 길에 만나는 석굴들과, 돈황에 있는 명사산과 월아천을 소개하면서 끝난다. 그 과정에 중국 역사와 불교 문화, 그리고 우리나라와의 관련성을 알려주고 있다.

 

유홍준의 답사기를 읽으면 늘 이 답사기에 나온 곳을 꼭 가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책을 통해서 만난 그 곳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은 것. 이런 생각이 들게 하는 답사기가 잘쓴 답사기일 것이다.

 

세계 여행을 자제해야 하는 지금, 유홍준을 따라서 중국, 그것도 비단길을 함께 가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1권, 중국에서 서쪽 국경지방에 이르는 그 여정에서 만난 많은 석굴들, 부처, 보살상들을 통해서 위안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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