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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민영화는 없다 - 누가 독이 든 사과를 권하는가
이광호 지음 / 내일을여는책 / 2019년 4월
평점 :
민영화 논란이 벌어진 지 꽤 오래되었다. 우리나라도 민영화를 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공기업의 방만한 운영, 그리고 정년이 보장된다는 이유로 경쟁을 하지 않아 자기 자리 보전에만 연연해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하는 말들이 있다.
민영화론자들은 민영화를 하면 경쟁이 도입되고, 서로의 경쟁을 통해서 가격이 더 낮아져 소비자들에게도 이익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과연 민영화가 소비자들에게 득이 될까?
다른 나라 사례, 특히 이 책에서 많이 예를 들고 있는 영국에서는 민영화로 인해 가격 인하는 커녕, 오히려 가격이 올라서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다고 한다. 민영화가 담합으로 이어지고, 그들이 낸 이익이 다시 시설투자나 다른 활동으로 이어지기보다는 그들 주주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쪽으로 진행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민영화하고 하지만 특정한 집단이나 개인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이 강하기 때문에 사영화라고 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스티글리츠라는 학자가 한 말이라는데, 민영화를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208쪽)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
이 말보다 민영화의 폐해에 대해서 잘 정리한 말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자세한 사례를 알고 싶으면 이 책을 읽으면 된다. 민영화의 폐해에 대해서는 이 책에 많은 예가 나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철도나 물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에서는 민영화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민영화란 민간에게 경영을 맡기고, 정부가 개입을 하지 않는 것인데, 엄청난 시설투자 비용이 들어가는 사업에서는 민간에게만 일을 맡길 수가 없다. 그래서 초기에 정부에서 공적 자금으로 시설을 마련하고 사업의 기반을 마련하는데, 이 다음에 민영화를 하면 그간 투자 비용은 국고에서 나갔지만, 이익은 개인에게 돌아가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과연 이것이 바람직한가? 게다가 민영화는 주주들의 이익이 우선이기 때문에 공적인 가치보다는, 기업의 이윤이 우선되어야 한다. 공적 가치를 지니는 사업을 어떻게 민간에 맡길 수가 있을까?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관여해야 하는 부문이 있다. 정부가 이것을 하지 않고 오로지 시장에만 맡기면 혼란이 생기게 된다. 그것은 빈익빈 부익부로 사회 계층이 고착화되고, 소수의 부자들이 대다수의 재화를 차지하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민영화를 반대한다. 착한 민영화는 없다고 하지만, 사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은 이윤이 우선이기 때문에 착하다는 수식어를 붙일 수가 없다. 이윤을 무시하고 착함으로 운영하는 기업은 망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시장논리다.
하지만 공동체의 운영논리는 시장논리와는 달라야 한다. 부족한 부분을 공동체에서 채워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래서 이윤보다는 공동체의 삶을 우선하게 된다. 분명히 다른 방향이 될 수밖에 없다. 이윤이 나지 않는 오지에 전기나 철도, 도로, 상하수도를 건설해서 그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일이 바로 이것들이다.
그러니 민영화를 해야 하는 부문이 있고, 민영화를 하면 안 되는 부문이 있다. 공적인 부문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것을 우리는 공공재라고 한다.
그런 공공재에는 '의료, 철도, 전기, 통신, 상하수도, 땅, 집'이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는 의료, 철도, 전기, 통신, 상하수도에서는 민영화로 완전히 전환되지 않았고, 공공 사업으로 유지되는 부분이 더 많지만, 땅과 집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집 마련을 포기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게다가 부동산 불패라는 말이 있듯이 땅을 가진 사람이 떵떵거리며 큰소리치고,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도 있으니, 땅과 집에 관해서는 철저하게 민영화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무슨무슨 개발이다 하면서 땅과 집을 수용하는 것을 보면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인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어떻게 하면 땅과 집을 공공재로써 사람들이 공동체 생활을 하는데 필수 요소로 함께 공유하고 향유할 수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민영화, 얼핏 보면 더 좋은 쪽으로 나아간다고 여겨지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민영화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소수이고, 고통받는 사람들은 다수이다. 소수만을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할지, 다수를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할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 책은 민영화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설명해주고 있어서 앞으로 우리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