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미래 - 코로나가 가속화시킨 공간 변화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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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이 간결하고 명확하다. 군더더기 없는 주장이다. 공간이 사람들 삶에 영향을 주니, 공간에 대해서 고민하고, 적절한 공간을 만들어내야 미래 사회에서 특히 감염병이 창궐하는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양한 분야의 공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표적인 주거공간인 아파트부터 시작해서, 종교 시설, 학교, 직장, 도시, 도로, 그린벨트 개발, 상업 시설, 청년들의 주거 문제, 국토 균형 발전 등에서 필요한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중에 아파트를 살펴보면 유현준은 포스트 코로나 아파트의 5원칙을 주장한다. 첫째, 1가구 1발코니, 둘째, 소셜 믹스 공원, 셋째, 기둥식 구조, 넷째, 복합 구성, 다섯째, 친환경적인 목구조 사용이다.


거실이나 방을 확장해서 발코니를 없앤 아파트가 많은데, 그런 구조가 사람들을 더욱 삭막하게 한다고 한다. 그러니 발코니를 통해서 자연을 주거 공간 안으로 들여와 안과 밖이 자연스레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단 주장이다. 이것이 되면 자연스레 소셜 믹스 공원은 해결될 수 있고, 기둥식 구조나 다양한 분야의 시설들이 들어오게 되는 복합 구성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목구조로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고 하는데... 


이 주장대로 하면 얼마나 좋을까? 가끔은 이런 책을 읽으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는 우화가 떠오르곤 한다. 당연한 주장이고, 좋은 주장인데, 그런데 어떻게 실행하지?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의견도 실행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쥐들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단다는 좋은 의견을 냈지만, 어떻게 달 것인가에서 실행 단계로 가지 못했으니 그야말로 탁상공론에 불과하게 되었지 않나.


유현준의 주장도 이렇게 될 확률이 높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주장을 과연 어느 부처에서 검토할까? 국회에서 관련 법을 개정하려 할까? 주무 부서라고 할 수 있는 국토행정부나 중소기업벤처부나 뭐 이런 부처의 관료들이 이 책을 읽고 고민을 할까?


아님, 이러한 전문가들이 모여 자신들의 의견을 정치권에 전달할까? 그것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자신들의 말을 할 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실행이 될까?


유현준의 주장이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제안-> (   )->실행'으로 가는데 그 빈 칸이 하나가 아니라 너무도 많은 (괄호들)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괄호 안에 무엇이 들어가야 할지도 명확해야 하는데, 유현준의 책에서는 이 괄호에 들어갈 단계들이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문득 이 괄호를 주장하는 사람이 채울 수 있다면 우리 사회 공간 구조가 지금처럼 되어 있지 않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괄호를 채우게 할 사람들은 바로 그 공간에서 살아갈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


그러니 유현준이 주장한 내용을 자신들의 공간에 적용하려는 노력은 그 공간에 살 사람들이 해야 한다. 그래야 하는데, 이것도 그렇게 할 여유가 있어야 한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내가 살 만해야 그 다음, 우리가 살 만한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에 눈을 돌리게 된다.


이 책 곳곳에서 유현준은 사람은 이기적인 존재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 사람들은 천사가 아니다. 우선 내 배가 불러야 한다. 내 배가 부르면 남 배 고픈 줄 모른다고 하는 속담이 있지만, 아니다. 내 배가 불러야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다. 생각도, 행동도 내가 우선 살 만해야 한다.


이 점에서 유현준은 청년 주택 정책이 임대 위주로 가지 않고, 청년들이 집을 소유할 수 있는 정책으로 나아가게 해야 한다고 한다. 괄호 안을 채울 수 있는 하나의 단계를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정책을 펼치게 하기 위해서는 또다른 괄호가 필요하지만, 우선 방향에 대해서 공유를 하면 비어 있는 괄호들을 채우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이렇게 이 책을 통해 하는 유현준의 주장은 귀기울 만하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실천한 건축들에 대해서도 예를 들어 보여주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점도 알 수 있다. 다만, 건축에 적용되는 수많은 법규들을 현실에 맞게, 또 미래에 맞게 개정하는데는 국회가 나서야 하는데, 그게 만만치 않다는 점이 문제다.


그럼에도 이 책은 읽을 만하다. 우리가 살아갈 미래의 공간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들이 모여 다양한 의견을 제시한다면, 중간에 비어 있는 괄호들을 하나씩 하나씩 채워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유현준의 주장이 정리되어 있다. 그의 말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의 계층 간 이동 사다리를 만들려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오프라인 세상에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은 사람 간의 '만남의 밀도'가 높아지면서도 동시에 전염병에 강한 도시 공간이다. ... 선형의 공원, 자율 주행 로봇 전용 지하 물류 터널, 발코니가 있는 아파트, 규모는 작아지고 다양성은 많은 학교, 다양한 부도심, 특색 있는 지방 도시가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 사회이 문제는 비전 없는 부동산 정책들과 세금 정책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공간, 새로운 도시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358쪽)


이 제안과 실행 사이에 있는 많은 괄호들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가 남아 있지만, 우선 이 주장들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있으면 좋겠다. 그런 과정 속에서 괄호들이 하나하나 없어지게 되겠지. 


덧글


목구조 건물에 대한 이야기. 아파트 이야기를 하면서 앞부분에서 유현준은 목구조가 우리나라 아파트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고 이야기했다. 나무들을 접합해서 건축을 하기 때문에 나무들도 강도 높은 건축 자재가 된다고... 그래서 노르웨이에서는 2019년 세계에서 가장 높은 85미터 높이의 19층짜리 목조 건축물 '미에스트로네'가 완성됐다(50-51쪽)고 한다.


그런데 347쪽에 보면 전통 건축을 이야기하면서 목재 구조의 한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전통 건축물이라고 한정할 수도 있지만, '더 높은 건축물을 짓기 위해서는 새로운 재료가 필요했다. 철이나 콘크리트는 목재나 돌보다 단위 면적당 압축력을 받아 내는 힘이 크다. 근대 건축에 접어들어 철근 콘크리트 기둥이 나오고 나서야 수십 층 높이의 건축물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하는데, 앞에서 아파트 논의에서 목구조에 대한 이야기를 했으니, 현대에는 목재를 더 강하게 만들 수 있으니, 목재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였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자칫 잘못 읽으면 목구조 건축을 미래 건축에서 제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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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9-14 0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대화할 때 아주 유용한 책 같아요 ㅎㅎㅎ
전 후 반부에 유교수님이 출마하시나 생각했어요 ㅎㅎ

kinye91 2021-09-14 08:02   좋아요 1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요즘 같은 선거철에 각종 공약이 난무하는데, 이 책에 나온 제안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그것의 타당성, 실현가능성에 대해 논의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소리내어 읽는 즐거움 - 삶을 바꾸는 우리말 낭독의 힘
정여울 지음 / 홍익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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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눈으로만 읽지 말자. 입으로 읽자. 소리를 내어 보자. 물론 많은 사람들이 있는 데서는 그렇게 하기 힘들겠지만, 입 밖으로 소리가 나오면 그 소리를 내가 다시 듣게 된다.


눈으로 보고, 입으로 소리내고, 귀로 듣고, 이 세 가지 일이 거의 동시에 일어남으로써 뇌는 더 활발하게 작동한다. 글에 들어 있는 의미들을 생각하게 된다.


의미를 생각하기 전에 어쩌면 입에 착착 감기는 소리의 울림에 더 마음이 편해질지도 모른다. 특히 시를 읽을 때는 말의 의미보다는 말의 소리에 더 마음이 끌릴 때가 있다. 운율이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부드럽게 입 밖으로 나오는 소리들을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소리의 울림이 시에만 머물지 않는다. 산문도 마찬가지다. 좋은 산문은 읽기에 좋다. 자연스레 읽힌다. 소리를 내어 읽어도 자연스럽다. 예전 서당에서 학동들이 글을 읽는 소리를 듣는 즐거움을 생각해보면 된다. 


옛날 학동들은 시만이 아니라 모든 글을 소리내어 읽었으니 말이다. 정여울이 쓴 이 책 [소리내어 읽는 즐거움]을 소리내어 읽었으면 좋았으련만... 어떤 글은 소리내어 읽기도 했지만, 대부분 글들은 그냥 속으로 읽었으니...


책에서 권하고 있는 방향과 다른 방식으로 읽다니... 그러고보니 책을 소리내어 읽어본 적이 언제였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창시절에 국어시간, 시를 함께 낭송하던 때, 교사에게 지명당해 교과서를 읽을 수밖에 없었던 때, 그때 이후로 소리를 내어 읽기보다는 속으로 읽는, 소리를 밖으로 내지 않는 읽기를 하면서 지내왔다.


의미파악에 주력하는 읽기. 말의 아름다움, 문자는 소리를 표기한 기호인데, 그 기호를 그냥 기호로 받아들이고, 기호가 지니고 있는 소리를 무시한 읽기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제 가끔은 소리내어 읽으려고 한다.


소리내어 읽으면 속으로 읽을 때와는 다른 느낌을 받을 테니까. 이 책은 소리내어 읽는 즐거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이 책은 이동을 할 때, 버스 안이나 지하철 안에서 읽기 딱 좋다. 물론 저자가 원하는 대로 소리내어 읽을 수는 없겠지만, 그냥 읽어도 이동하는 시간에 쫓기듯 읽을 필요가 없이, 맘에 드는 글을 한편 한편 읽어가면 되니까...


그렇게 읽으면, 비록 소리내어 읽지 않더라도 마음이 편해질테니까. 좋은 글을 만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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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발자국 - 생각의 모험으로 지성의 숲으로 지도 밖의 세계로 이끄는 열두 번의 강의
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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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우주다. 그만큼 광대한 존재다. 밝혀진 사실보다 밝혀질 사실이 더 많은 존재이기도 하다. 여전히 많은 부분을 알 수 없는, 그런 존재. 


그 중에서도 인간의 뇌에 관해서는 더욱 밝혀져야 할 부분이 많다. 우리 체중의 2%를 차지하지만 에너지의 23&를 쓴다는 뇌. 


정재승의 이 책은 과학 분야에서도 특히 뇌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이해하기 쉽게. 강연체로 글이 쓰여 있어 더 친숙하게 접근할 수가 있다. 


책 표지에는 '생각의 모험으로 / 지성의 숲으로 / 지도 밖의 세계로 이끄는 / 열두 번의 강의'라고 되어 있는데, '생각의 모험으로'가 아니라 생각이라는 모험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알려주고 있고, '지도 밖의 세계로'가 아니라 뇌라는 세계의 지도를 어느 정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운전을 할 때 네비게이션에 목적지 설정을 하고 가면 안내에 따라 가기만 한다. 그 목적지가 어디인지 더 넓은 장소 속에서 위치를 가늠하지 않는다. 갔다 오면 갔다 왔을 뿐, 그 장소에 대한 지도는 없다.


그래서 가끔은 지도에서 목적지를 찾아본다. 네비게이션에 의존하기는 하지만, 넓은 위치 속에서 목적지가 어디쯤에 있는지 대략 알고 가면, 좀더 그 장소를 잘 알고 갔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한다. 그래서 지도 밖의 세계가 아니라 우주라는 지도에서 우리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뇌라는 광활한 우주에서 내가 생각하고 찾는 지식들이 어느 자리쯤에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이 책은 과학을 이해하는, 뇌를 이해하는 지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지도를 읽을 줄 알면 장소를 찾기가 쉽다. 내가 있는 위치가 어디인지도 잘 알 수가 있고, 나아가고자 하는 곳을 찾기도 쉽다. 


정재승이 이 책에서 한 역할도 그러한 지도 역할이지 않나 싶다. 과학이라는 광대무변한 세계에서 내가 서 있는 위치,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그런 책.


열두 번의 강의. 하나하나 읽으면서 좋았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 지식 두 가지. 


하나는 서양 사람과 동양 사람들이 사람의 표정을 인식할 때 보는 위치. 동양 사람들은 눈을 중심으로 파악한다면, 서양 사람들은 입을 중심으로 파악한다고... '헬로키티'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헬로키티에서 동서양을 읽다. 194-197쪽) 아, 하는 감탄사가 나왔다.


그래, 우리나라 사람들 문자메시지에 이모티콘을 보낼 때 주로 눈 모양을 사용한다. 감정 표현을 그렇게 하는데, 서양 사람들은 입 모양으로 주로 한다고? 이런 것들 역시 우리들 뇌에 각인되어 있으니, 역시 문화 차이가 인식 차이로 가는 데는 뇌가 한 몫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다른 하나는 언어가 각인되어 있는 뇌부위가 있다고 한다. 어떤 특정한 단어를 들었을 때 활성화되는 뇌가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단어들이 뇌의 특정한 부분들에 속해 있다면, 그 특정한 부위의 뇌를 조정하면 사람들의 언어 표현도 조종할 수 있다는 말인지...


아마도 더 발전하면 뇌에서 일어나는 일을 영상으로 볼 수도 있다고 하니, 뇌 부분만으로도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도 있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하는 섬뜩함. 그렇다면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일로 처벌받는다는 영화 속 현실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다는 말인지...


하지만 아직도 뇌라는 우주는 우리에게 밝혀진 부분보다는 밝혀지지 않는 부분이 더 많다. 창의성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가 상식이라고 알고 있었던 지식을 뒤집는다. 뇌에 관한 또는 창의적이라고 인정받는 사람들에 대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창의성이 단지 기발한 발상이 아님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그러니 여전히 우리는 우리 인간에 대해서 모른다. 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 그것이 우리를 앞으로 계속 나아가게 한다. 그렇게 나아가는데 지도가 있다면 조금 더 편해지겠지. 정재승의 이 책, '열두 발자국' 그런 지도 역할을 잘하고 있다.


이 책 말미에 실려 있는 인터뷰에서 정재승을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388쪽)라고 부르고 싶다고 하는데, 그만큼 그는 우리가 어렵게 여기는 과학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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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8-16 08: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대식, 김대수 교수님까지 읽었는데
정재승 교수님을 아직 안 읽었어요 ㅜㅜ
기대 됩니다~

kinye91 2021-08-16 09:05   좋아요 0 | URL
과학 커뮤니케이터라는 말이 잘 맞다고 생각해요. 정재승 교수는 과학을 우리 곁에 있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단 생각이 드는 책이었어요.
 
식물학자의 노트 - 식물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
신혜우 지음 / 김영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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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자의 노트라는 제목으로 여러 식물에 관해서 알려주고 있는 책이다. 전문적인 이야기보다는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직접 그린 그림과 함께 식물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던 식물에 관해서도 모르고 지냈던 부분들을 알게 된다.


특히 식물하면 움직임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식물 역시 살아남기 위해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고, 식물도 경쟁을 하기도 하지만, 협동을 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그러므로 식물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생각이나 행동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여기에 식물에 관한 이야기를 마치는 부분에서 다시 우리 인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말로 끝맺음을 하고 있다. 그렇다. 우리는 모든 존재에게서 배울 수 있다. 아니 배워야 한다. 식물에게도 마찬가지다.


관심을 가지고 식물을 바라본다면, 또한 사랑하는 마음으로 식물을 바라본다면 그 식물을 통해서 배울 점이 있다. 그런 배움은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준다.


이 책을 읽으며 두 책을 떠올렸다. 조금 오래된 책이긴 한데, 윤구병이 쓴 "잡초는 없다"라는 책과 황대권이 쓴 "야생초 편지"다. 다 식물을 통해서 삶의 의미를 통찰하는 내용의 책이었는데... 이 책도 마찬가지다.


그 책들과 마찬가지로 식물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은 우리 삶에 관한 이야기다. 만물은 서로 얽혀 있기 때문이고, 어떤 존재의 사라짐은 우리 삶의 풍요로움이 순차적으로 빠져나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식물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다. 식물에 대한 애정이 사람에 대한 애정으로 나아가고 있으니, 결국 어떤 존재를 사랑하는 일은 우리들을 사랑하는 일이라는 점을 생각하게 한다.


한 장 한 장 천천히 읽으면서 또 여러 번 읽으면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식물들에 관해서 생각하고, 이 책에는 없지만 주변에 있는 많은 식물들에 대해서 더 큰 관심을 지녀야겠다는 마음도 지니게 하고, 또 식물을 비롯한 다른 모든 존재들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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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 가능한 세계들
앤 드루얀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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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하면 내게는 칼 세이건이 쓴 책이 먼저 떠오른다. 물론 우리나라 늦여름부터 가을이면 지천에서 볼 수 있는 꽃인 코스모스도 떠오르지만. 그 꽃만큼이나 칼 세이건이 쓴 [코스모스]는 내게 코스모스의 대명사라고 할 만할 정도였다.


그만큼 칼 세이건의 책이 내게 경외감을 주었는데... 그 내용을 이해하고 말고의 차원을 넘어서서, 그 책을 읽는다는 사실에서 행복을 느꼈고, 광대한 우주를 세이건과 함께 여행하는 느낌을 지니곤 했다. 지금도 그 책을 읽었을 때의 감동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데...


그러다가 도서관에서 또다른 책인 [코스모스]를 봤다. 어라, 세이건 책이 아니네. 앤 드루얀. 어떤 내용이지. 작은 제목이 있다. '가능한 세계들'


우주 속에서 우리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지닌 별을 찾을 수 있다는 내용인가? 제목이 코스모스니 우주에 관한 내용이리라 추측을 하고 빌렸다. 읽어야지, 당연히. 세이건이 쓴 [코스모스]와 어떤 점에서 차이가 날지 궁금해 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읽기 전에 저자를 보니, 칼 세이건과 함께 작업을 했던 사람, 세이건이 죽기까지 함께 살았던 사람이다. 그들은 함께 우주를 탐색하고, 과학을 대중들에게 알리려는 일을 했던 사람이다. 앤 드루얀이 [코스모스]란 제목으로 여러 번의 작업을 했음도 작가 소개에 나와 있으니 책에 대한 기대가 더 커진다.


이 기대는 감탄으로 바뀌는데는 책장을 얼마 넘기지 않아서였다. 칼 세이건에게 감동을 주었다는, 1939년 뉴욕 세계박람회장에서 아인슈타인이 했다는 말. 그 말 하나면 이 책을 정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말 하나로 과학자가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되었고.


"과학이 예술처럼 그 사명을 진실하고 온전하게 수행하려면, 대중이 과학의 성취를 그 표면적 내용뿐 아니라 더 깊은 의미까지도 이해해야 합니다." (26쪽)


이 말을 실천하는데 칼 세이건만큼 행동한 사람은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앤 드루얀도 마찬가지다. 이 책 역시 이해하기 쉽게 쓰였다. 과학은 골방에서 연구를 하는 과학자들만에게 해당하지 않고 우리 인류 모두에게 필요한 학문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려는듯이.


우주에 대한 방대한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는다. 우주를 이야기하기 위해 앤 드루얀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그리고 우리 지구가 걸어온 역사와 인물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지금 인류세라는 절명위기 시대를 겪고 있지만, 지구 역사, 우주 역사를 보면 그런 일들은 늘 있었고, 그것을 거쳐온 과정이 지금까지 우주 역사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절망만 할 필요도 없다. 많은 과학자들이 예언을 했다. 이 책에 나오는 카산드라 이야기처럼, 과학자의 예언을 믿지 않고 오히려 강하게 반대하는 이익집단들이 있었다. 하지만, 카산드라의 예언은 비극적일망정, 사실에 기반하고 있었다. 그의 예언은 실현된다.


과학자들의 예언은 예언이라기보다는 예측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에 기반한 증거를 해독해서 그 증거를 토대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들을 예측한다. 그러므로 예측은 행동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즉 예측을 통해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말이다.


앤 드루얀은 서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우리가 자연을 완전히 경험하지 못하도록 막는 어둠의 커튼을 살짝 들추는 방법을 하나 안다. 그것은 바로 과학의 기본 규칙들이다. 어떤 발상이든 실험과 관찰로 확인해 볼 것, 시험을 통과한 발상만 받아들일 것, 통과하지 못한 발상은 버릴 것, 어디든 증거가 이끄는 대로 따라갈 것, 그리고 모든 것을 의심할 것. 권위에 대해서도. 이 규칙들만 지킨다면, 코스모스는 우리 것이다." (33쪽)


자연을, 우주를 완전히 안다는 생각을 버린다. 그저 살짝 들출 뿐이다. 그런데 살짝 들추는 방법도 쉽지는 않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증거들을 왜곡해서 받아들이는가. 또한 증거가 있음에도 권위에 굴복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런 과정이 이 책에도 나와 있지만, 역사는, 코스모스의 역사는 그러한 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옳은 길을 향해 뚜벅뚜벅 나아간 결과다. 그런 과정을 감동있게 표현하고 있기도 한데...


특히 바빌로프(4장.바빌로프)에 관한 부분에서는 지금 우리 인류가 어떠해야 할지를 생각하게 된다. 굶주림 앞에서도, 굶주려 죽어가면서도 인류를 위해 씨앗(종자)를 먹지 않았던 학자들. 바빌로프의 동료들. 


그들은 인류가 굶주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종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하고, 그 종들을 통해서 인류의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전세계를 돌아다니면 세계의 씨앗들을 모아두었다. 전쟁으로 굶주림에 시달릴 때 그 씨앗들을 먹으면 굶어죽을 일이 없을텐데도, 그들은 미래를 위해서 굶어죽는 길을 택했다.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알기에, 그 미래를 파괴하면서 현재를 살아갈 수 없다는 생각. 과학자들이 기본적으로 지녀야 하는 태도 아닌가. 그것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사람들이 택해야 하는 천형과도 같은 윤리다. 그 윤리를 저버리면 이 책에서도 말하지만 (10장, 두 원자 이야기)원자폭탄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는데 참여한 데서 더 나아가 더욱 강력한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텔러와 같은 과학자처럼 된다.


로트블렛이라는 과학자는 전쟁이 끝나자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하는데, 그보다 더한 폭탄을 개발하는 쪽으로 나아가는텔러와 같은  과학자도 있다고 하니...참고로 아인슈타인이 마지막으로 서명한 문서가 핵개발을 반대하고 세계 평화를 위해 인류가 합심하자고 하는 버트런드 러셀이 쓰고 로트블렛이 발표한 문서였다고 한다. 


텔러라는 과학자와 아인슈타인 또는 로트블렛이라는 과학자가 걸어간 길은 다르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길은 바로 아인슈타인과 로트블렛이 걸어간 길. 즉 과학이 파멸의 길로 가지 않게 해야 하는 책임이 있음을 의식하는 과학자. 그리고 그런 과학을 깊은 의미까지 이해해야 하는 우리들이 지금 시대를 살아가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미 과학자들은 예측을 했다. 그들을 카산드라로 만들지 않을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 우리가 힘을 합쳐 그들의 목소리에 반응해야 한다. 그래야만 예측을 통해 결과가 바뀔 수 있게 할 수 있다. 아주 작은 힘만으로도 결과는 엄청나게 바뀔 수 있음을 이미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앤 드루얀이 쓴 이 책, 광대한 우주 이야기가 결국 우리 인간 이야기임을, 우리 역시 우주임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멀리 별을 보아도 좋고,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보아도 좋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온갖 존재들을 보아도 좋다. 우리는 모두 우주니까.


그런 코스모스에서 우리는 함께 살아가고 있고, 또 함께 살아가야 하니까.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으면 앤 드루얀과 칼 세이건이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게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칼 세이건을 만날 수 있다는 행복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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