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Sweet Home - 가장 사적인 공간, 집에서 모든 이야기가 출발한다
빅이슈코리아 편집부 지음 / 빅이슈코리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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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빅이슈에서 펴낸 책이다. 여성들이 살고 있는 집에 관한 이야기. 어린 시절부터 이사를 밥 먹듯이 다녀서 정착이 되지 못했던 집 이야기부터 자신만의 공간으로 꾸미고 사는 집 이야기까지.

가끔 일러스터도 있어서, 집에 관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소를 '의식주'라고 하니, 집은 우리 삶에서 빠질 수 없는 문제다.


그러니 부동산정책, 특히 주택 문제에 실패한 정부는 급격하게 지지를 잃고 정권 재창출에 위기를 겪는다. 부동산으로 터무니 없이 돈을 번 사람들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언론에 오르내리고... 누군가는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았다고도 하는데, 이 역시 부동산, 특히 주택과 연결이 되어 있다.


지금 개발이라고 하면 대단지 아파트를 많이 생각하고, 우리나라 주거 형태는 기본적으로 아파트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몇몇 돈 많은 사람들이 넓직한 땅에 주택을 짓고 마당 있는 집에서 떵떵거리며 살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기 이름으로 된 아파트 한 채 소유하기 위해서 평생을 아등거리며 살아가게 된다.


이보다 더한 사람들은 집을 마련하지 못해 몇 해 간격으로 이사를 다녀야 하는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고, 또 더한 사람들은 쪽방촌으로 밀려오거나 그마저도 없는 사람들은 노숙을 하는 처지로 전락한다.


집이 우리 삶에서 필수라고 하면서, 국가가 국민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면 적어도 집이 없어서 길거리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하고, 이 집 저 집을 떠돌며 불안정한 주거 생활을 하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하는데...


자본이 중심이 된 사회에서 얼마 안 되는 땅마저도 개발로 수용되는 사람들이 있는 사회는 좋지 않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은 누구나 부러워하는 그런 집이 아니다. 큰집도, 비싼집도 아니다. 자신들이 생활하기에 적절하게 꾸민, 자신들의 또다른 일부가 된 집이다.


그렇게 자기만의 집을 얻고(소유가 아니라 점유인 경우가 더 많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결코 부자가 아니다. 또한 어린 시절 이사를 많이 한 경험이 있어서 집의 소중함을 누구보다도 더 잘 깨우친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들은 작은 공간이라도 자신만의 삶을 투영할 수 있게 하고, 그 모습을 이 책을 통해서 소개하고 있다) 자신을 표현하는 공간으로 집을 여기고 생활하는 모습이 잘 나와 있다.


이 책에 집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런 대답이 있다. 새겨둘 만하다.


나를 위한 배경이자 내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알려주는 공간(정혜윤. 49쪽)

내가 드러나는 내 내면의 일부(33쪽. 박문치)


그렇게 집은 내 내면의 일부이고 내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알려주는 공간이 된다. 그런 공간을 누구나 마련해서 살 수 있는 사회였으면 좋겠다.


결코 화려하지 않아도, 넓지 않아도 자신만의 공간을 마련해서 생활할 수 있는, 그런 사회. 그것이 '빅이슈'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원하는 세상이지 않을까 한다.


다양한 집, 집에 대한 다양한 태도, 생각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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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1-20 12: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 아파트 외벽붕괴 사고로 일고 있는 건설회사에 대한 비난과 불매운동을 생각해보게 되네요. 명품 브랜드로 포장했지만 속내는 그렇지못했다는 사실들이 드러나는 것을 보며, 자본주의에 매몰된 시선을 봅니다.

kinye91 2022-01-20 12:45   좋아요 1 | URL
집을 삶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현실이기도 해요. 이 책은 그런 돈벌이 수단이 아닌 내 삶을 보듬어 주는 장소로서의 집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읽으면서 따뜻한 감정을 가질 수 있었는데요. 때때로 일어나는 건설현장의 사고, 또 노동현장의 사고들이 자본주의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적어도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이 먼저인 그런 사회였으면 하는 생각을 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아이들 마음부터 챙깁니다
하지현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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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자고, 단계적 일상회복 정책이 실시된 지 몇 달, 아니 한 달하고 조금 넘은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강력한 통제가 시작되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2년이 넘어가고 있는데, 코로나19는 여전히 우리들 생활에 위협으로 다가온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사람들도 이제는 백신 완료자들만 4명까지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이 말은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밖에서 밥도 같이 먹을 수 없다는 말이다.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에게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회 활동을 하지 말라는 강제가 통용된다.


그럼에도 공동체라고, 다른 인간들을 위한다고 이것이 받아들여진다. 다시 강력한 통제가 시작되었고, 초규범사회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너무도 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는 개인보다는 공동체를 우선하고, 또 참을성에 관해서는 거의 세계 최고 아니던가. 그러니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을 견디고 지금 우리나라를 있게 했지.


여기에 우리 조상이라고 일컬어지는 단군의 어머니 웅녀를 보자. 그야말로 인내심의 화신이다. 동굴 속에서 - 동굴은 이미 갇혀 있는, 다른 존재와 교류를 하지 않는 공간이 된다 - 쑥과 마늘로 - 얼마나 쓴가, 도대체 이것들만 먹고 견딜 수 있는가 - 버티어낸 존재 아닌가.


그런 조상의 자손이 바로 우리들이다. (이 책에 이런 내용이 나와 있다. 긍정으로 받아들이든, 부정으로 받아들이든, 우리 신화에는 이런 내용이 있으니, 우리 조상이 인내심의 화신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이렇게 협조를 잘하고, 나보다는 우리를 먼저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 자 이런 인내심이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 코로나19로 다른 사람과 대면해 함께 지내면서 갈등하고 타협하는 경험을 해보지 못한 어린 세대들, 젊은 세대들이 과연 이런 인내심을 획득할 수 있을까?


웅녀 정도는 아니더라도 함께 살기 위해서는 나를 내어놓고 남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내 것과 남의 것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경험을 해야 한다. 내가 실패도 하고 실수도 하고, 또 남도 실패하고 실수하고, 그것들을 받아들이는 경험을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이었다. 단지 공부라는 지식 습득만이 아니라. 코로나19로 이런 학교의 중요성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다시 전면 등교는 부분 등교로 바뀌었다. 다시 아이들을 온라인 속으로 가게 했다.


코로나19가 여전히 우리에겐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되었다. 늘 존재하는, 우리 삶에서 뺄 수가 없는 상수.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책은 제목에 '포스트 코로나'라는 말로 코로나19 이후를 생각하게 하지만, 실상은 지금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고 있다.


어른들이, 특히 아이를 둔 부모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진단과 처방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좋은 처방이 있는데, 그 처방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내면 안 되는데... 처방을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그것은 부모들이 선택할 문제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이런 처방이 있다는 사실은 알았으면 좋겠다.


부모들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런 진단... 판단은 각자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아니 지금 이후의 세계는 이렇게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먼저 인정할 것은, 이 시스템 안에서 상위 1~2%에 드는 '평균적으로 시험 보는 능력이 탁월한' 아이들은 분명히 큰 이득이 있고 좋은 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겁니다. 만일 아이가 이쪽에 재능이 있다면 저는 당연히 지금의 흐름대로 가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중요한 것은 나머지 98~99%의 아이입니다. (133쪽)


자, 코로나19 시대에 우리가 우려하는 일은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가 깃드는 것이 아니라, 학력 저하 아닌가. 교육부에서도 학력 저하가 심각하다고, 학력 격차가 커졌다는 통계를 전면 등교의 가장 주된 이유로 삼지 않았는가. 아이들이 온라인 학습으로, 동굴에 갇혀 사회성을 잃어간다는 사실도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주된 이유는 이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는 이런 학습으로 결판나지 않는다. 극소수만 지금처럼 해도 잘살 수 있다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대다수의 아이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다. (이게 참 힘든 일이긴 하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부모들은 성적, 성적 한다. 이것을 깨기가 쉽지 않다. 이런 통계가 예전부터 주어졌지만, 읽지도 않고,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치부한다. 사실 우리 아이들의 미래일 수 있는데...


머리가 좋은 아이보다, 타인을 돌보고 협상할 수 있고 나눌 줄 아는 아이가 교육 수준이 높았고 임금도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140쪽)


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등교 수업을 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활동을 학교에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문을 닫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하게 학교 환경을 만들고, 학생들이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느냐를 고민하고, 그 방법을 실천해서 학교가 아이들의 사회화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활동을 해야 '타인을 돌보고 협상할 수 있고 나눌 줄 아는 아이'가 나타날 수 있다. 온라인 수업으로 집이라는 동굴에 갇혀서는 이런 아이가 있다 하더라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학교만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교육부에서 일방적으로 정한 지침을 단위 학교에서 어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 가정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렇게라도 하자고 한다.


아이의 남는 시간을 학습지로 채우지 말고 아이를 그냥 둬 보세요. 탐색하고 끙끙대고 '와, 재미있다' 하면서 혼자 해 보는 시간을 주세요. 혼나지 않으려고 하는 행동은 아이들의 마음에 두려움의 외적 동기 부여가 됩니다. 그보다는 해 보고 싶어서 해 보고, 아니면 말고 하는 마음으로 일단 시도해 볼 수 있는 동기 부여의 판을 부모가 펼쳐 줬으면 합니다. ... 내적 동기 부여는 아이가 십 대에 접어들면 더욱 소중해집니다. 이때는 호기심을 가지고 뭔가를 해 보려는 시도와 그에 대한 보상의 힘이 두세 배 강해집니다. (155쪽)


아이들에게 심심해 할 시간을 주라는 말이다. 심심해지면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 찾는다. 그리고 자신이 만들어 간다. 이것이 바로 내적 동기 부여다. 그리고 심심할 때 상상력이 발휘된다. 이런 상상력은 미래를 살아갈 때 커다란 힘이 된다. 성적이 아니라, 상상력이.


앞으로의 세상에서는 스토리텔링 능력이 중요한 재능이 될 것입니다. 기대하고 상상하면서 떠오르는 생각 조각들을 잘 꿰어서 하나의 이야기 꾸러미로 만드는 능력 말입니다. (160쪽)


다양성의 사회에서 독립적인 삶을 만들어 갈 때 필요한 중요한 능력이 바로 상상력입니다. (162쪽)


이런 상상력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않다.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방법, 그것은 많은 실패를 해보고, 그 실패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경험을 해야 한다.


아이가 자라면서 안전하게 실패를 경험해 볼 훌륭한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놀이입니다. (170쪽)

 

놀이는 상상을 자극하고, 경계를 넘어서는 용기를 주고, 규칙을 익히고 사회성을 습득하도록 합니다. 노는 것이 공부인 셈입니다. (171쪽)


놀이, 공부. 함께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학교다. 그래서 학교는 문을 닫을 수가 없다. 코로나19 이후 시대도 마찬가지다. 학교는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다만, 지금과 같은 입시교육이 주가 되는 학교가 아니라, 아이들이 함께 지내면서 규칙을 만들고 실패를 겪으며 성장해가는 학교로 말이다.


이처럼 이 책에는 진단과 처방이 명확하다. 다만, 이런 처방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뿐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단군신화. 웅녀는 동굴에서 쑥과 마늘을 먹으며 견뎠다. 그것으로 끝인가? 아니다. 밖으로 나왔다. 환웅을 만났다. 그리고 단군을 낳았다. 동굴보다 동굴 밖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지금 우리 민족이 존재하게 됐다. (과학적이 아니라 신화적인 이야기다. 이것을 과학으로 증명해라 하지 말고.. 그냥 우리 신화로)


코로나19 이후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에게 동굴(온라인)로 들어가 생활하라고 할 수 없다. 동굴에도 있어야 하지만 아이들은 밖으로 나와야 한다. 함께 해야 한다. 그리고 어른들은 바로 아이들이 바깥으로 나와 함께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 책은 그 점을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니 우선 읽어야 한다. 처방을 알아야 받아들이든, 거부하든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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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쓸모 - 흙 묻은 손이 마음을 어루만지다
수 스튜어트 스미스 지음, 고정아 옮김 / 윌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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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묻은 손이 마음을 어루만진다'라고 책 표지에 쓰여 있다. 흙을 만지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다른 근심을 잊고 자신을 추스릴 수 있게 된다.

 

흙으로 대표되는 자연은 이렇게 우리에게 치유 기능을 제공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들 삶은 자연과 얼마나 멀어져 있는가?

 

주변을 둘러보면 콘크리트 건물이 먼저 보이고, 도시에서는 특히, 밑을 보면 아스팔트나 보도블록이 먼저 보인다.

 

삭막한 환경이다. 그만큼 우리 마음도 삭막해진다고 할 수 있다. 이 삭막함은 지나침 깔끔함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흙놀이를 하면 많은 부모가 아이들을 야단친다. 흙이 더럽다고, 세균이 많다고, 하다못해 아이들 놀이터에 모래를 깔아놓은 곳도 요즘은 전부 포장을 해서 모래나 흙을 놀이터에서도 밟을 수가 없다.

 

그런데 이 책 정원의 쓸모는 여러 연구 결과를 들어 정원, 흙이 우리들 삶에 꼭 필요하다고 한다. 자신의 질병을 치유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게 하기도 한다고. 이런 말이 나온다.

 

원예라는 육체 활동은 손톱 밑이 더러워지고, 우리를 흙 속에 심고, 장소와 인생 과정에 새로이 유대감을 쌓는 일이다. (230쪽)

 

우리는 죽음의 절대성을 낮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것은 리프턴이 말하는 다양한 '상징적 생존'을 통해서 이룰 수 있다. 상징적 생존이란 다음 세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유전자뿐 아니라 내세, 우리의 창의성, 자연의 영속성에 대한 믿음을 포함한다. (255쪽)

 

자신이 더러워기지는 하지만, 이 더러움은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이고,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울리는 마음을 지니게 한다.

 

시간의 흐름에 대한 우리 감각은 뇌가 저장하는 기억의 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많은 디테일에 주목해야 하는 새로운 장소나 상황에서 보내는 시간은 더 길게 느껴진다. 더 많은 기억을 저장하기 때문이다. (265쪽)

 

이 말을 통해서도 정원은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함을 알 수 있다.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자연과의 공감이 이 책에서는 많은 연구 결과를 통해서 알려주고 있다.

 

이렇게 정원이 우리 삶에 꼭 필요한데, 지금 우리는 어떤가 하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도대체 지금 우리는 왜 나무를 베어버리고, 땅을 덮어버리고 있는지...

 

4차산업혁명 운운하면서 온갖 첨단과학기술에 대해서 교육해야 한다고 하면서 정작 사람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정원, 자연의 중요성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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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 있는 어원잡학사전 알아두면 쓸모 있는 시리즈
패트릭 푸트 지음, 최수미 옮김 / CRETA(크레타)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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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문자에 대한 기록인 "훈민정음"을 보면 맨 뒤에 정인지가 쓴 서문이 있다. 그 서문에 '하늘, 땅, 자연의 소리가 있으면 곧 반드시 하늘, 땅, 자연의 글자가 있느니라.'고 했다.

 

하늘, 땅, 자연의 소리가 글자와 어떻게 연결이 될까? 도대체 문자는 누가 만들었으며, 그 말들(소리와 문자)는 왜 그렇게 불리게 되었는가 하는 궁금증이 인다.

 

그래서 어원을 공부하기도 하는데, 어원이 밝혀지지 않은 말들이 많다. 도대체 인류의 역사에서 소리보다는 문자가 한참 뒤에 나왔으며, 그 소리를 기록한 문자가 남아 있어도 완전하게 남아 있다고 보기 힘드니, 말의 기원을 찾는 일은 참으로 힘들다.

 

하지만 그만큼 말의 기원을 찾는 일은 흥미롭다. 답이 없는 문제를 풀어가는 일과 같다. 천천히 오랜 시간에 걸쳐 답을 찾아가지만 답을 찾고도 그 답이 정말로 진실인 답인지 알 수가 없다. 또다른 탐구자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명확하게 이거다라고 말해주는 항목도 있지만, 이런 설, 저런 설이 있다고 하는 항목도 많다. 그만큼 우리 역사에서 말들은 문자 표기에서도 의미에서도 많은 변화를 거쳐왔다. 총 11개의 장으로 구분해서 각 장에 10개 정도의 말들을 살피고 있는데... 흥미있는 말들도 꽤 있다.

 

그 중에 영화 '코코'가 생각났다. 미국 영화이긴 하지만 배경은 남미다. 남미는 스페인어를 주로 쓰고 있는데, 영화에서 '코코'는 주인공 미구엘의 할머니이다. 그러나 여기서 내가 생각한 것은 바로 '코로'라는 이름이다.

 

미구엘이 죽은 자들의 세계에 가서 모험을 하는 내용인데, 죽은 자들은 산 자들이 기억해줘야만 소멸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작품에서 펼쳐진다. 코코가 죽고나면 코코의 아빠도 소멸할 수밖에 없는데...

 

이 책에 '코코넛'을 설명하면서 코코넛이 '코코'라는 스페인의 유령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206쪽)고 한다. '많은 스페인 아이들은 말 안 들으면 코코가 온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을 것이다(206쪽)'라고도 하는데...

 

그렇다면 영화도 혹시 이런 '코코'라는 말에서 유령이야기를 빌려서 소년의 모험담을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어원을 알면 다른 사실에 여러 살을 붙일 수가 있다. 다양한 해석을 할 수도 있고. 우리 말에도 어원을 알면 재미 있는 말들이 있지 않은가. 또한 한문에서는 한자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풀이하는 '설문해자'라는 책도 있지 않은가.

 

이런저런 유익한 점을 따지기 전에 우선 이 책은 재미있다. 이미 알고 있던 낱말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그런 말이 되었는지를 알아가는 재미가 좋다. 또한 과연 그럴까 라고 의심을 해도 좋다. 저자도 말하고 있듯이 자신이 꼭 사실을 말하고 있다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언어는 다양하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많은 변화를 거쳐왔기 때문이다. 그 과정을 탐구하면서 우리 인류의 역사를 알아가기도 하니, 이런 책은 제목에 있는 말 그대로 '알아두면 쓸모 있는' 어원 잡학사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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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푸른 점
칼 세이건 지음, 현정준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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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해서, 이십 년 전에 나온 천문학에 관한 책들은 이미 과거의 일이 되어버리기 십상이다. 그때 예측했던 결과들을 알 수 있게 되면 과거로 지금 읽을 필요가 없지만, 그 예측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면 과거 책이라도 지금 읽을 필요가 있다.


또한 예측이 빗나갔더라도 왜 그렇게 예측했으며,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예측이 빗나갔는지를 발견할 수 있다면 과학을 다룬 과거의 책들도 읽을 필요가 있다.


천문학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까, 최근 발견된 사실에 대해서도 모르는 지식이 너무도 많으니, 칼 세이건이 1990년대에 낸 이 책을 읽어도 새로운 사실들이 너무나 많다. 그때까지 발견된 새로운 사실을 통해 세이건은 우리의 미래를 예측하기도 하고, 당부하기도 한다.


그래서 내게는 이 책은 여전히 읽을 만한 책이고, 앞으로 수십 년 동안에도 읽힐 필요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나온 화성에 인류가 이주하는 문제는, 영화 "마션"에서도 다뤄지고 있지만, 세이건 역시 진지하게 화성에 대해서 탐구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화성으로 이주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검토해봐야 한다고 한다. 물론 세이건은 그냥 이주하자고 하지 않는다. 우리는 여전히 화성에 대해서 모르고 있고, 또 그곳에서 살아갈 수 있는 과학기술도 발전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가 살아가는, 아직까지는 생명체가 살아가고 있다고 알고 있는 유일한 별인 지구가 얼마나 작은지 알 수 있다. 신의 지위까지 올려놨던 인간들의 지위가 엄청나게 격하되는 데는 천문학의 발달이 한몫했다고 한다.


그리고 세상의 전부로 알았던 지구가 우주의 극히 작은 '창백한 푸른 점'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인간을 더욱 작은 존재로 격하시키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격하가 인간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되니,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우주를 탐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인간과 비슷한 문명을 이룩한 외계 존재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인간은 우주에서 뛰어난 생명체로 인식하고, 다른 행성으로 진출하려고 한다.


그동안 잘 몰랐던 다른 행성들에 대해서 알아가고 있으며,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지금은 우주 여행을 하는 사람이 나오고 있으며(아직까지는 우주 여행에 엄청난 액수의 비용이 들어, 소수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화성을 인간이 살 수 있게 만들겠다는 계획을 지닌 사람도 있다고 한다.


세이건이 이 책에서 말한 일들이 실현될 수도 있는데, 초기에 우주에 관심을 가지고 달 착륙 경쟁에 열을 올렸던 이유가 군사적인 이유가 많았다면, 지금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 우주에 관심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이 지구가 우리가 살기에는 더 이상 좋은 환경을 지니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인데... 세이건의 이 말이 아프게 다가온다.


  긴급성의 선후를 고려한다면 인류가 다른 세계에서의 육지 조성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때는 우리가 우리 세계를 제대로 바로잡았을 때부터일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이해와 약속의 깊이를 시험해볼 기회가 된다. 태양계 개조공사의 첫 단계는 지구의 거주 가능성을 보장하는 일이다.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는 소행성, 혜성, 화성, 태양계 외곽의 위성들, 그리고 그 너머로 진출할 준비가 마련되는 셈이다. (364쪽)


자, 우리는 화성까지 갈 생각을 하고 있다면, 우선은 이 지구에 닥친 위기부터 협동하여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우주로 나아가는 일을 개인이, 개별 국가가 하지 말고, 전지구인이 협력해서 하자는 제안을 세이건은 하고 있다.


이제는 우주 속에서 지구는 작은 점에 불과하므로, 인류가 대륙별로, 또 국가별로, 인종별로 또 무엇무엇으로 나뉘어 서로 갈등하고 경쟁해서는 안 되고, 협력해서 이 지구를 우리가 지속해서 살 수 있는 장소로 만들고, 그 다음에 우주로 나아갈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지 않았을 경우 과학기술은 또다른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런 인류의 협동, 다른 생명체를 가정하고 함부로 외계에 발들이지 않는 조심스러운 자세 등을 그는 강조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지금 우리들이 떠올랐는데... 코로나19로 인류는 지구 속에서 개별 국가의 국민으로서만 살아갈 수 없음을 몸으로 겪고 있다. 백신 문제도 마찬가지다.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백신을 쉽게 확보한 나라는 부스터 샷(추가접종이라고 하자고 한다)까지 세 번을 접종할 수 있는데, 가난한 나라들, 백신을 잘 확보하지 못하는 나라들은 1차 접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감염병은 전지구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백신은 나라별로 접종되고 있으니,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접종 문제만이 아니다. 세이건은 우주로 나아가는 문제에서도 세계 여러 나라가 협력해야 한다고, 자금이나 학자들, 기술들을 공유한다면 적은 비용으로 더 빠른 시간에 더 안전하게 우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이득을 얻으려는 나라간의 경쟁은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고 그는 말하고 있는데...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도 마찬가지다. 이윤을 얻기 위해서 하지 말고, 전세계 의학자, 과학자들이 협력해서 개발하고, 그 연구비용과 개발비용을 각 나라에서 갹출해서 지출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또 안전한 백신과 치료제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전지구적 재앙에 개별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전지구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 필요함을 세이건의 이 책, 우주 탐험에 대한 '창백한 푸른 점'을 통해서도 깨닫게 되는데... 세이건의 이 말.


나는 외계 공간에 진출할 자는 우리 - 현재의 우리 관습과 사회 전통을 그대로 지닌 - 가 아니라고 확신한다. 만약 우리가 계속 슬기로움은 소홀히 한 채 재능만을 축적한다면 우리는 틀림없이 우리 자신을 파멸시키고 말 터이다. 먼 훗날에도 우리가 존속하려면 우리는 우리의 제도와 우리 자신을 개조해야 한다. (415쪽) 


자, 이것이 외계 공간에 진출할 우리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일까? 전세계적인 감염병에 대처하는 현재의 우리들에게도 해당하는 말이 아닐까.


세이건은 우주 이야기를 하면서 결국 우리 이야기를 한다. 이것이 바로 과학이 지닌 장점이고, 그는 그것을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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