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모 있는 어원잡학사전 알아두면 쓸모 있는 시리즈
패트릭 푸트 지음, 최수미 옮김 / CRETA(크레타)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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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문자에 대한 기록인 "훈민정음"을 보면 맨 뒤에 정인지가 쓴 서문이 있다. 그 서문에 '하늘, 땅, 자연의 소리가 있으면 곧 반드시 하늘, 땅, 자연의 글자가 있느니라.'고 했다.

 

하늘, 땅, 자연의 소리가 글자와 어떻게 연결이 될까? 도대체 문자는 누가 만들었으며, 그 말들(소리와 문자)는 왜 그렇게 불리게 되었는가 하는 궁금증이 인다.

 

그래서 어원을 공부하기도 하는데, 어원이 밝혀지지 않은 말들이 많다. 도대체 인류의 역사에서 소리보다는 문자가 한참 뒤에 나왔으며, 그 소리를 기록한 문자가 남아 있어도 완전하게 남아 있다고 보기 힘드니, 말의 기원을 찾는 일은 참으로 힘들다.

 

하지만 그만큼 말의 기원을 찾는 일은 흥미롭다. 답이 없는 문제를 풀어가는 일과 같다. 천천히 오랜 시간에 걸쳐 답을 찾아가지만 답을 찾고도 그 답이 정말로 진실인 답인지 알 수가 없다. 또다른 탐구자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명확하게 이거다라고 말해주는 항목도 있지만, 이런 설, 저런 설이 있다고 하는 항목도 많다. 그만큼 우리 역사에서 말들은 문자 표기에서도 의미에서도 많은 변화를 거쳐왔다. 총 11개의 장으로 구분해서 각 장에 10개 정도의 말들을 살피고 있는데... 흥미있는 말들도 꽤 있다.

 

그 중에 영화 '코코'가 생각났다. 미국 영화이긴 하지만 배경은 남미다. 남미는 스페인어를 주로 쓰고 있는데, 영화에서 '코코'는 주인공 미구엘의 할머니이다. 그러나 여기서 내가 생각한 것은 바로 '코로'라는 이름이다.

 

미구엘이 죽은 자들의 세계에 가서 모험을 하는 내용인데, 죽은 자들은 산 자들이 기억해줘야만 소멸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작품에서 펼쳐진다. 코코가 죽고나면 코코의 아빠도 소멸할 수밖에 없는데...

 

이 책에 '코코넛'을 설명하면서 코코넛이 '코코'라는 스페인의 유령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206쪽)고 한다. '많은 스페인 아이들은 말 안 들으면 코코가 온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을 것이다(206쪽)'라고도 하는데...

 

그렇다면 영화도 혹시 이런 '코코'라는 말에서 유령이야기를 빌려서 소년의 모험담을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어원을 알면 다른 사실에 여러 살을 붙일 수가 있다. 다양한 해석을 할 수도 있고. 우리 말에도 어원을 알면 재미 있는 말들이 있지 않은가. 또한 한문에서는 한자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풀이하는 '설문해자'라는 책도 있지 않은가.

 

이런저런 유익한 점을 따지기 전에 우선 이 책은 재미있다. 이미 알고 있던 낱말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그런 말이 되었는지를 알아가는 재미가 좋다. 또한 과연 그럴까 라고 의심을 해도 좋다. 저자도 말하고 있듯이 자신이 꼭 사실을 말하고 있다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언어는 다양하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많은 변화를 거쳐왔기 때문이다. 그 과정을 탐구하면서 우리 인류의 역사를 알아가기도 하니, 이런 책은 제목에 있는 말 그대로 '알아두면 쓸모 있는' 어원 잡학사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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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푸른 점
칼 세이건 지음, 현정준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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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해서, 이십 년 전에 나온 천문학에 관한 책들은 이미 과거의 일이 되어버리기 십상이다. 그때 예측했던 결과들을 알 수 있게 되면 과거로 지금 읽을 필요가 없지만, 그 예측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면 과거 책이라도 지금 읽을 필요가 있다.


또한 예측이 빗나갔더라도 왜 그렇게 예측했으며,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예측이 빗나갔는지를 발견할 수 있다면 과학을 다룬 과거의 책들도 읽을 필요가 있다.


천문학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까, 최근 발견된 사실에 대해서도 모르는 지식이 너무도 많으니, 칼 세이건이 1990년대에 낸 이 책을 읽어도 새로운 사실들이 너무나 많다. 그때까지 발견된 새로운 사실을 통해 세이건은 우리의 미래를 예측하기도 하고, 당부하기도 한다.


그래서 내게는 이 책은 여전히 읽을 만한 책이고, 앞으로 수십 년 동안에도 읽힐 필요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나온 화성에 인류가 이주하는 문제는, 영화 "마션"에서도 다뤄지고 있지만, 세이건 역시 진지하게 화성에 대해서 탐구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화성으로 이주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검토해봐야 한다고 한다. 물론 세이건은 그냥 이주하자고 하지 않는다. 우리는 여전히 화성에 대해서 모르고 있고, 또 그곳에서 살아갈 수 있는 과학기술도 발전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가 살아가는, 아직까지는 생명체가 살아가고 있다고 알고 있는 유일한 별인 지구가 얼마나 작은지 알 수 있다. 신의 지위까지 올려놨던 인간들의 지위가 엄청나게 격하되는 데는 천문학의 발달이 한몫했다고 한다.


그리고 세상의 전부로 알았던 지구가 우주의 극히 작은 '창백한 푸른 점'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인간을 더욱 작은 존재로 격하시키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격하가 인간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되니,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우주를 탐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인간과 비슷한 문명을 이룩한 외계 존재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인간은 우주에서 뛰어난 생명체로 인식하고, 다른 행성으로 진출하려고 한다.


그동안 잘 몰랐던 다른 행성들에 대해서 알아가고 있으며,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지금은 우주 여행을 하는 사람이 나오고 있으며(아직까지는 우주 여행에 엄청난 액수의 비용이 들어, 소수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화성을 인간이 살 수 있게 만들겠다는 계획을 지닌 사람도 있다고 한다.


세이건이 이 책에서 말한 일들이 실현될 수도 있는데, 초기에 우주에 관심을 가지고 달 착륙 경쟁에 열을 올렸던 이유가 군사적인 이유가 많았다면, 지금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 우주에 관심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이 지구가 우리가 살기에는 더 이상 좋은 환경을 지니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인데... 세이건의 이 말이 아프게 다가온다.


  긴급성의 선후를 고려한다면 인류가 다른 세계에서의 육지 조성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때는 우리가 우리 세계를 제대로 바로잡았을 때부터일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이해와 약속의 깊이를 시험해볼 기회가 된다. 태양계 개조공사의 첫 단계는 지구의 거주 가능성을 보장하는 일이다.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는 소행성, 혜성, 화성, 태양계 외곽의 위성들, 그리고 그 너머로 진출할 준비가 마련되는 셈이다. (364쪽)


자, 우리는 화성까지 갈 생각을 하고 있다면, 우선은 이 지구에 닥친 위기부터 협동하여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우주로 나아가는 일을 개인이, 개별 국가가 하지 말고, 전지구인이 협력해서 하자는 제안을 세이건은 하고 있다.


이제는 우주 속에서 지구는 작은 점에 불과하므로, 인류가 대륙별로, 또 국가별로, 인종별로 또 무엇무엇으로 나뉘어 서로 갈등하고 경쟁해서는 안 되고, 협력해서 이 지구를 우리가 지속해서 살 수 있는 장소로 만들고, 그 다음에 우주로 나아갈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지 않았을 경우 과학기술은 또다른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런 인류의 협동, 다른 생명체를 가정하고 함부로 외계에 발들이지 않는 조심스러운 자세 등을 그는 강조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지금 우리들이 떠올랐는데... 코로나19로 인류는 지구 속에서 개별 국가의 국민으로서만 살아갈 수 없음을 몸으로 겪고 있다. 백신 문제도 마찬가지다.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백신을 쉽게 확보한 나라는 부스터 샷(추가접종이라고 하자고 한다)까지 세 번을 접종할 수 있는데, 가난한 나라들, 백신을 잘 확보하지 못하는 나라들은 1차 접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감염병은 전지구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백신은 나라별로 접종되고 있으니,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접종 문제만이 아니다. 세이건은 우주로 나아가는 문제에서도 세계 여러 나라가 협력해야 한다고, 자금이나 학자들, 기술들을 공유한다면 적은 비용으로 더 빠른 시간에 더 안전하게 우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이득을 얻으려는 나라간의 경쟁은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고 그는 말하고 있는데...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도 마찬가지다. 이윤을 얻기 위해서 하지 말고, 전세계 의학자, 과학자들이 협력해서 개발하고, 그 연구비용과 개발비용을 각 나라에서 갹출해서 지출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또 안전한 백신과 치료제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전지구적 재앙에 개별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전지구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 필요함을 세이건의 이 책, 우주 탐험에 대한 '창백한 푸른 점'을 통해서도 깨닫게 되는데... 세이건의 이 말.


나는 외계 공간에 진출할 자는 우리 - 현재의 우리 관습과 사회 전통을 그대로 지닌 - 가 아니라고 확신한다. 만약 우리가 계속 슬기로움은 소홀히 한 채 재능만을 축적한다면 우리는 틀림없이 우리 자신을 파멸시키고 말 터이다. 먼 훗날에도 우리가 존속하려면 우리는 우리의 제도와 우리 자신을 개조해야 한다. (415쪽) 


자, 이것이 외계 공간에 진출할 우리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일까? 전세계적인 감염병에 대처하는 현재의 우리들에게도 해당하는 말이 아닐까.


세이건은 우주 이야기를 하면서 결국 우리 이야기를 한다. 이것이 바로 과학이 지닌 장점이고, 그는 그것을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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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미래 - 코로나가 가속화시킨 공간 변화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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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이 간결하고 명확하다. 군더더기 없는 주장이다. 공간이 사람들 삶에 영향을 주니, 공간에 대해서 고민하고, 적절한 공간을 만들어내야 미래 사회에서 특히 감염병이 창궐하는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양한 분야의 공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표적인 주거공간인 아파트부터 시작해서, 종교 시설, 학교, 직장, 도시, 도로, 그린벨트 개발, 상업 시설, 청년들의 주거 문제, 국토 균형 발전 등에서 필요한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중에 아파트를 살펴보면 유현준은 포스트 코로나 아파트의 5원칙을 주장한다. 첫째, 1가구 1발코니, 둘째, 소셜 믹스 공원, 셋째, 기둥식 구조, 넷째, 복합 구성, 다섯째, 친환경적인 목구조 사용이다.


거실이나 방을 확장해서 발코니를 없앤 아파트가 많은데, 그런 구조가 사람들을 더욱 삭막하게 한다고 한다. 그러니 발코니를 통해서 자연을 주거 공간 안으로 들여와 안과 밖이 자연스레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단 주장이다. 이것이 되면 자연스레 소셜 믹스 공원은 해결될 수 있고, 기둥식 구조나 다양한 분야의 시설들이 들어오게 되는 복합 구성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목구조로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고 하는데... 


이 주장대로 하면 얼마나 좋을까? 가끔은 이런 책을 읽으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는 우화가 떠오르곤 한다. 당연한 주장이고, 좋은 주장인데, 그런데 어떻게 실행하지?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의견도 실행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쥐들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단다는 좋은 의견을 냈지만, 어떻게 달 것인가에서 실행 단계로 가지 못했으니 그야말로 탁상공론에 불과하게 되었지 않나.


유현준의 주장도 이렇게 될 확률이 높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주장을 과연 어느 부처에서 검토할까? 국회에서 관련 법을 개정하려 할까? 주무 부서라고 할 수 있는 국토행정부나 중소기업벤처부나 뭐 이런 부처의 관료들이 이 책을 읽고 고민을 할까?


아님, 이러한 전문가들이 모여 자신들의 의견을 정치권에 전달할까? 그것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자신들의 말을 할 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실행이 될까?


유현준의 주장이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제안-> (   )->실행'으로 가는데 그 빈 칸이 하나가 아니라 너무도 많은 (괄호들)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괄호 안에 무엇이 들어가야 할지도 명확해야 하는데, 유현준의 책에서는 이 괄호에 들어갈 단계들이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문득 이 괄호를 주장하는 사람이 채울 수 있다면 우리 사회 공간 구조가 지금처럼 되어 있지 않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괄호를 채우게 할 사람들은 바로 그 공간에서 살아갈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


그러니 유현준이 주장한 내용을 자신들의 공간에 적용하려는 노력은 그 공간에 살 사람들이 해야 한다. 그래야 하는데, 이것도 그렇게 할 여유가 있어야 한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내가 살 만해야 그 다음, 우리가 살 만한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에 눈을 돌리게 된다.


이 책 곳곳에서 유현준은 사람은 이기적인 존재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 사람들은 천사가 아니다. 우선 내 배가 불러야 한다. 내 배가 부르면 남 배 고픈 줄 모른다고 하는 속담이 있지만, 아니다. 내 배가 불러야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다. 생각도, 행동도 내가 우선 살 만해야 한다.


이 점에서 유현준은 청년 주택 정책이 임대 위주로 가지 않고, 청년들이 집을 소유할 수 있는 정책으로 나아가게 해야 한다고 한다. 괄호 안을 채울 수 있는 하나의 단계를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정책을 펼치게 하기 위해서는 또다른 괄호가 필요하지만, 우선 방향에 대해서 공유를 하면 비어 있는 괄호들을 채우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이렇게 이 책을 통해 하는 유현준의 주장은 귀기울 만하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실천한 건축들에 대해서도 예를 들어 보여주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점도 알 수 있다. 다만, 건축에 적용되는 수많은 법규들을 현실에 맞게, 또 미래에 맞게 개정하는데는 국회가 나서야 하는데, 그게 만만치 않다는 점이 문제다.


그럼에도 이 책은 읽을 만하다. 우리가 살아갈 미래의 공간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들이 모여 다양한 의견을 제시한다면, 중간에 비어 있는 괄호들을 하나씩 하나씩 채워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유현준의 주장이 정리되어 있다. 그의 말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의 계층 간 이동 사다리를 만들려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오프라인 세상에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은 사람 간의 '만남의 밀도'가 높아지면서도 동시에 전염병에 강한 도시 공간이다. ... 선형의 공원, 자율 주행 로봇 전용 지하 물류 터널, 발코니가 있는 아파트, 규모는 작아지고 다양성은 많은 학교, 다양한 부도심, 특색 있는 지방 도시가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 사회이 문제는 비전 없는 부동산 정책들과 세금 정책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공간, 새로운 도시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358쪽)


이 제안과 실행 사이에 있는 많은 괄호들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가 남아 있지만, 우선 이 주장들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있으면 좋겠다. 그런 과정 속에서 괄호들이 하나하나 없어지게 되겠지. 


덧글


목구조 건물에 대한 이야기. 아파트 이야기를 하면서 앞부분에서 유현준은 목구조가 우리나라 아파트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고 이야기했다. 나무들을 접합해서 건축을 하기 때문에 나무들도 강도 높은 건축 자재가 된다고... 그래서 노르웨이에서는 2019년 세계에서 가장 높은 85미터 높이의 19층짜리 목조 건축물 '미에스트로네'가 완성됐다(50-51쪽)고 한다.


그런데 347쪽에 보면 전통 건축을 이야기하면서 목재 구조의 한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전통 건축물이라고 한정할 수도 있지만, '더 높은 건축물을 짓기 위해서는 새로운 재료가 필요했다. 철이나 콘크리트는 목재나 돌보다 단위 면적당 압축력을 받아 내는 힘이 크다. 근대 건축에 접어들어 철근 콘크리트 기둥이 나오고 나서야 수십 층 높이의 건축물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하는데, 앞에서 아파트 논의에서 목구조에 대한 이야기를 했으니, 현대에는 목재를 더 강하게 만들 수 있으니, 목재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였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자칫 잘못 읽으면 목구조 건축을 미래 건축에서 제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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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9-14 0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대화할 때 아주 유용한 책 같아요 ㅎㅎㅎ
전 후 반부에 유교수님이 출마하시나 생각했어요 ㅎㅎ

kinye91 2021-09-14 08:02   좋아요 1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요즘 같은 선거철에 각종 공약이 난무하는데, 이 책에 나온 제안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그것의 타당성, 실현가능성에 대해 논의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소리내어 읽는 즐거움 - 삶을 바꾸는 우리말 낭독의 힘
정여울 지음 / 홍익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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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눈으로만 읽지 말자. 입으로 읽자. 소리를 내어 보자. 물론 많은 사람들이 있는 데서는 그렇게 하기 힘들겠지만, 입 밖으로 소리가 나오면 그 소리를 내가 다시 듣게 된다.


눈으로 보고, 입으로 소리내고, 귀로 듣고, 이 세 가지 일이 거의 동시에 일어남으로써 뇌는 더 활발하게 작동한다. 글에 들어 있는 의미들을 생각하게 된다.


의미를 생각하기 전에 어쩌면 입에 착착 감기는 소리의 울림에 더 마음이 편해질지도 모른다. 특히 시를 읽을 때는 말의 의미보다는 말의 소리에 더 마음이 끌릴 때가 있다. 운율이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부드럽게 입 밖으로 나오는 소리들을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소리의 울림이 시에만 머물지 않는다. 산문도 마찬가지다. 좋은 산문은 읽기에 좋다. 자연스레 읽힌다. 소리를 내어 읽어도 자연스럽다. 예전 서당에서 학동들이 글을 읽는 소리를 듣는 즐거움을 생각해보면 된다. 


옛날 학동들은 시만이 아니라 모든 글을 소리내어 읽었으니 말이다. 정여울이 쓴 이 책 [소리내어 읽는 즐거움]을 소리내어 읽었으면 좋았으련만... 어떤 글은 소리내어 읽기도 했지만, 대부분 글들은 그냥 속으로 읽었으니...


책에서 권하고 있는 방향과 다른 방식으로 읽다니... 그러고보니 책을 소리내어 읽어본 적이 언제였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창시절에 국어시간, 시를 함께 낭송하던 때, 교사에게 지명당해 교과서를 읽을 수밖에 없었던 때, 그때 이후로 소리를 내어 읽기보다는 속으로 읽는, 소리를 밖으로 내지 않는 읽기를 하면서 지내왔다.


의미파악에 주력하는 읽기. 말의 아름다움, 문자는 소리를 표기한 기호인데, 그 기호를 그냥 기호로 받아들이고, 기호가 지니고 있는 소리를 무시한 읽기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제 가끔은 소리내어 읽으려고 한다.


소리내어 읽으면 속으로 읽을 때와는 다른 느낌을 받을 테니까. 이 책은 소리내어 읽는 즐거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이 책은 이동을 할 때, 버스 안이나 지하철 안에서 읽기 딱 좋다. 물론 저자가 원하는 대로 소리내어 읽을 수는 없겠지만, 그냥 읽어도 이동하는 시간에 쫓기듯 읽을 필요가 없이, 맘에 드는 글을 한편 한편 읽어가면 되니까...


그렇게 읽으면, 비록 소리내어 읽지 않더라도 마음이 편해질테니까. 좋은 글을 만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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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발자국 - 생각의 모험으로 지성의 숲으로 지도 밖의 세계로 이끄는 열두 번의 강의
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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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우주다. 그만큼 광대한 존재다. 밝혀진 사실보다 밝혀질 사실이 더 많은 존재이기도 하다. 여전히 많은 부분을 알 수 없는, 그런 존재. 


그 중에서도 인간의 뇌에 관해서는 더욱 밝혀져야 할 부분이 많다. 우리 체중의 2%를 차지하지만 에너지의 23&를 쓴다는 뇌. 


정재승의 이 책은 과학 분야에서도 특히 뇌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이해하기 쉽게. 강연체로 글이 쓰여 있어 더 친숙하게 접근할 수가 있다. 


책 표지에는 '생각의 모험으로 / 지성의 숲으로 / 지도 밖의 세계로 이끄는 / 열두 번의 강의'라고 되어 있는데, '생각의 모험으로'가 아니라 생각이라는 모험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알려주고 있고, '지도 밖의 세계로'가 아니라 뇌라는 세계의 지도를 어느 정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운전을 할 때 네비게이션에 목적지 설정을 하고 가면 안내에 따라 가기만 한다. 그 목적지가 어디인지 더 넓은 장소 속에서 위치를 가늠하지 않는다. 갔다 오면 갔다 왔을 뿐, 그 장소에 대한 지도는 없다.


그래서 가끔은 지도에서 목적지를 찾아본다. 네비게이션에 의존하기는 하지만, 넓은 위치 속에서 목적지가 어디쯤에 있는지 대략 알고 가면, 좀더 그 장소를 잘 알고 갔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한다. 그래서 지도 밖의 세계가 아니라 우주라는 지도에서 우리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뇌라는 광활한 우주에서 내가 생각하고 찾는 지식들이 어느 자리쯤에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이 책은 과학을 이해하는, 뇌를 이해하는 지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지도를 읽을 줄 알면 장소를 찾기가 쉽다. 내가 있는 위치가 어디인지도 잘 알 수가 있고, 나아가고자 하는 곳을 찾기도 쉽다. 


정재승이 이 책에서 한 역할도 그러한 지도 역할이지 않나 싶다. 과학이라는 광대무변한 세계에서 내가 서 있는 위치,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그런 책.


열두 번의 강의. 하나하나 읽으면서 좋았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 지식 두 가지. 


하나는 서양 사람과 동양 사람들이 사람의 표정을 인식할 때 보는 위치. 동양 사람들은 눈을 중심으로 파악한다면, 서양 사람들은 입을 중심으로 파악한다고... '헬로키티'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헬로키티에서 동서양을 읽다. 194-197쪽) 아, 하는 감탄사가 나왔다.


그래, 우리나라 사람들 문자메시지에 이모티콘을 보낼 때 주로 눈 모양을 사용한다. 감정 표현을 그렇게 하는데, 서양 사람들은 입 모양으로 주로 한다고? 이런 것들 역시 우리들 뇌에 각인되어 있으니, 역시 문화 차이가 인식 차이로 가는 데는 뇌가 한 몫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다른 하나는 언어가 각인되어 있는 뇌부위가 있다고 한다. 어떤 특정한 단어를 들었을 때 활성화되는 뇌가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단어들이 뇌의 특정한 부분들에 속해 있다면, 그 특정한 부위의 뇌를 조정하면 사람들의 언어 표현도 조종할 수 있다는 말인지...


아마도 더 발전하면 뇌에서 일어나는 일을 영상으로 볼 수도 있다고 하니, 뇌 부분만으로도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도 있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하는 섬뜩함. 그렇다면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일로 처벌받는다는 영화 속 현실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다는 말인지...


하지만 아직도 뇌라는 우주는 우리에게 밝혀진 부분보다는 밝혀지지 않는 부분이 더 많다. 창의성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가 상식이라고 알고 있었던 지식을 뒤집는다. 뇌에 관한 또는 창의적이라고 인정받는 사람들에 대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창의성이 단지 기발한 발상이 아님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그러니 여전히 우리는 우리 인간에 대해서 모른다. 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 그것이 우리를 앞으로 계속 나아가게 한다. 그렇게 나아가는데 지도가 있다면 조금 더 편해지겠지. 정재승의 이 책, '열두 발자국' 그런 지도 역할을 잘하고 있다.


이 책 말미에 실려 있는 인터뷰에서 정재승을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388쪽)라고 부르고 싶다고 하는데, 그만큼 그는 우리가 어렵게 여기는 과학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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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8-16 08: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대식, 김대수 교수님까지 읽었는데
정재승 교수님을 아직 안 읽었어요 ㅜㅜ
기대 됩니다~

kinye91 2021-08-16 09:05   좋아요 0 | URL
과학 커뮤니케이터라는 말이 잘 맞다고 생각해요. 정재승 교수는 과학을 우리 곁에 있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단 생각이 드는 책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