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바다출판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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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것은 일본 청년들에게 고하는 말이다.


그렇게 살면 안된다고, 당신들이 그렇게 살면 당신들 미래는 없다고. 청년답게 살라고. 아니, 사람답게 살라고. 사람답게 살지 않으면 나중에 이런 말이나 하게 된다. 


"인생 따위 엿이나 먹으라고!"


이때 인생은 우리들 삶 전반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자기 삶을 자기 삶으로 살지 못한 사람이 죽음에 임박해서 회한에 젖어 하는 말이다. 평생을 허비하고 나서 그것을 인생이었다고 착각하면서 외치는 말.


따라서 "인생 따위 엿이나 먹으라고!"라는 말 앞에서는 '그런'이나 '이런'이라는 말이 붙어야 한다. 모든 인생이 '따위'가 될 수 없다. 또 그렇게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바로 '그런 인생 따위'가 되지 않도록 자기 삶을 살아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크로포트킨이 '청년에게 고함'이란 글에서 청년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면, 스테판 에셀이 쓴 '분노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체제 순응적인 청년들에게 그런 삶을 살면 안 된다고 외치고 있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의 청년들에게 외치고 있다.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할까? 바로 독립적인 삶,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한다. 그런 삶을 살기 위해서는 부모로부터 독립을 해야 한다. 즉 자신의 삶은 부모에 매인 삶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가야 할 삶이라고... 그래서 저자는 이런 부모가 너무 없으니 청년들이 알아서 독립해야 한다고 한다.


  '더 나아가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 앞으로는 네 힘으로 살아가라고 진지하게 가르치고, 자신들은 어떻게든 살아갈 테니 네 인생에만 집중하라고 충고하고 또 그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부모는 더욱 적다.

  부모의 희생물로 자신의 인생을 망치는 자식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다 못해 자기 부모와 똑같은 부모가 되고 마는 자식은 또 얼마나 많은가.' (20쪽)


  자식은 부모의 제2 인생을 사는 존재가 아니다. 그러니 자식이 독립할 수 있을 때 독립시켜야 한다. 자식 삶은 자식 삶이고 부모 삶은 부모 삶이다. 이렇게 해야 한다고 한다. 효가 강조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끈끈한 가족간의 유대를 강조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주장이긴 하지만...


  여기에 더 나아가 국가에 의존해서도 안 된다고 한다. 국가의 실체는 바로 소수의 권력집단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운용하는 집단이라고 한다. 그러니 맹목적인 국가에 대한 충성심, 애국심으로 뭉쳐있을 필요가 없다고 한다.


국가가 먼저 있지 않고 사람이 먼저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국가를 우선하기 위해서 권력은 교육이나 방송 등을 통해서 사람들이 자연스레 받아들이도록 하고 있다고. 그래서 국가에 대한 맹신이 전쟁이나 핵발전소 폭발 등 엄청난 재앙을 일으켰지만 권력자들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그들을 믿고 자신의 삶을 맡겨서는 안 된다고... 이런 식으로 연애나 직장 생활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학교 졸업하고 직장에 취업하는 일을 왜 당연하게 여겨야 하냐고? 과연 학교에서 배운 직장 생활이 자아실현을 할 수 있냐고? 연애 역시 환상에 빠져 실제 삶과는 괴리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 않냐고... 


그러다 죽음을 앞두고는 겨우 한다는 말이 "인생 따위 엿이나 먹으라고!"일 뿐이라고. 그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고.


자신의 삶을 찾으라고. 그것이 바로 청년이 해야 할 일이라고.고생을 마다하지 말라고... 고생을 해야 자신의 삶을 찾을 수 있다고. 주어진 것을 받아먹는 태도를 버리라고 하고 있다.


'삶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의지로 쟁취하는 것이고, 죽음은 가능한 한 물리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한 악전고투와 고생에야말로 생명의 가치가 숨겨져 있다.' (196쪽)


이 책에서 저자는 아주 단순하고 강하게 주장을 한다. 작은 제목들만 읽어도 저자가 무슨 주장을 하는지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지금처럼 살면 안 된다고... 기존에 좋다고 하는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과연 자신에게도 좋은지. 자신이 원하는 삶인지. 그리고 도전하라고. 결과를 생각하지 말고 우선 부딪쳐 보라고. 부딪쳐 보지도 않고 머리 속으로 계산하고 피하지 말라고 할 수 있다.


그래야 "인생 따위 엿이나 먹으라고!"라는 말을 하지 않게 된다고. 그러면서 책의 마지막에 이런 말을 한다. 자신의 인생을 사는데 누구를 거리낄 필요가 없다고. 그러면서 "인생 다위 엿이나 먹어라!"라고 하면서 저돌적으로 살라고.


지금까지 말해왔던 "인생 따위 엿이나 먹으라고!"가 부정적인 회한에 잠긴 말이었다면,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는 말은 내 삶을 스스로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말이다. 이제 나는 내 인생을 살겠다는 선언.


청년들은 그래야 한다는 선언. 바로 이 책이 하는 말이다. 사실 그러러면 청년들이 어던 시도를 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마련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가령 기본소득(기본 배당이라는 말이 더 좋다) 등을 통해 생계 문제를 사회(국가)가 해결해준다면, 그래도 청년들 특권이 무엇인가.


실패해도 좋다. 내 삶을 살아보겠다는 의지와 행동 아닌가. 그래서 우리가 온갖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사회 기반을 마련하라고 하는 일도 청년의 몫이다. 그냥 주어지지는 않으니까.


과연 이 책을 일본 청년에게만 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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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추억 - 가슴 뛰는 그라운드의 영웅들
김은식 지음 / 이상미디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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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추억'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거나, 아냐, 이건 그렇지 않지, 난 좀 생각이 다르지 할 만한 내용들이다.


한때 800만 관중을 동원했다는 우리나라 프로야구. 엄청난 인기를 끌다가 코로나19가 유행한 요즘은 주춤하고, 몇몇 선수들의 일탈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프로야구는 인기가 있다.


FA를 통해 거액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있는데, 이는 인기가 없는 스포츠라면 이런 투자를 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2009년에 출간됐다. 지금으로부터 10년이 넘는 과거에 쓰인 책이다. 그러니 지금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을 찾아볼 수는 없다.


야구를 좋아한 지 10년 정도 된 사람들에게는 낯선 선수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야구를 좋아한 지가 오래되지 않았더라도 프로야구에 대해서 알아본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들어왔음직한 선수들 이야기다.


그래서 더 흥미진진하다. 프로야구에서 나름대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사람들 이야기. 그들이 어떻게 프로무대에 뛰어들었고, 그들의 장점과 기록은 무엇이었으며, 어떻게 우리들 관심에서 사라져갔는지, 또 프로야구에서 기억될 만한 순간들이 어떤 장면들이었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선수들 중에 지금 뛰고 있는 선수는 없다. 없을 수밖에 없다. 그때쯤 데뷔한 신인이면 이 책이 다루지 않았을테고, 그때 한창 전성기를 구가한 선수들이라면 지금은 은퇴했을텐... 양준혁이나 이종범의 경우가 그렇다.


이미 은퇴해서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선수들 아닌가. 그런데 이종범은 야구를 좀 안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요즘 다시 소환되고 있다. 자신이 아니라 아들 이정후를 통해서. 그러니 이 책의 후편이 있다면 이제는 요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선수들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질테다. 또 그들의 선배들과 관련된 일화도 더불어서.


최근에 야구에 관심을 가져 이 책에 나온 선수 중에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다고 해도 이 책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야구를 기록 경기라고 하는데, 단지 기록만을 보지 않고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최고의 선수들만 존재할 수 없다. 다른 선수들이 있어야 최고가 있을 수 있다. 또 최고의 선수가 늘 최고의 장면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우리 기억에 남는 최고의 장면 중에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가 펼친 장면이 남아 있을 수도 있다.


어떤 장면들이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 그동안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 많은 선수들이 어떤 극복 없는 드라마를 썼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그들의 노력, 그들의 성과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다시 올해 개막할 프로야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그들이 써나갈 극본 없는 드라마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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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Sweet Home - 가장 사적인 공간, 집에서 모든 이야기가 출발한다
빅이슈코리아 편집부 지음 / 빅이슈코리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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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이슈에서 펴낸 책이다. 여성들이 살고 있는 집에 관한 이야기. 어린 시절부터 이사를 밥 먹듯이 다녀서 정착이 되지 못했던 집 이야기부터 자신만의 공간으로 꾸미고 사는 집 이야기까지.

가끔 일러스터도 있어서, 집에 관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소를 '의식주'라고 하니, 집은 우리 삶에서 빠질 수 없는 문제다.


그러니 부동산정책, 특히 주택 문제에 실패한 정부는 급격하게 지지를 잃고 정권 재창출에 위기를 겪는다. 부동산으로 터무니 없이 돈을 번 사람들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언론에 오르내리고... 누군가는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았다고도 하는데, 이 역시 부동산, 특히 주택과 연결이 되어 있다.


지금 개발이라고 하면 대단지 아파트를 많이 생각하고, 우리나라 주거 형태는 기본적으로 아파트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몇몇 돈 많은 사람들이 넓직한 땅에 주택을 짓고 마당 있는 집에서 떵떵거리며 살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기 이름으로 된 아파트 한 채 소유하기 위해서 평생을 아등거리며 살아가게 된다.


이보다 더한 사람들은 집을 마련하지 못해 몇 해 간격으로 이사를 다녀야 하는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고, 또 더한 사람들은 쪽방촌으로 밀려오거나 그마저도 없는 사람들은 노숙을 하는 처지로 전락한다.


집이 우리 삶에서 필수라고 하면서, 국가가 국민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면 적어도 집이 없어서 길거리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하고, 이 집 저 집을 떠돌며 불안정한 주거 생활을 하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하는데...


자본이 중심이 된 사회에서 얼마 안 되는 땅마저도 개발로 수용되는 사람들이 있는 사회는 좋지 않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은 누구나 부러워하는 그런 집이 아니다. 큰집도, 비싼집도 아니다. 자신들이 생활하기에 적절하게 꾸민, 자신들의 또다른 일부가 된 집이다.


그렇게 자기만의 집을 얻고(소유가 아니라 점유인 경우가 더 많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결코 부자가 아니다. 또한 어린 시절 이사를 많이 한 경험이 있어서 집의 소중함을 누구보다도 더 잘 깨우친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들은 작은 공간이라도 자신만의 삶을 투영할 수 있게 하고, 그 모습을 이 책을 통해서 소개하고 있다) 자신을 표현하는 공간으로 집을 여기고 생활하는 모습이 잘 나와 있다.


이 책에 집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런 대답이 있다. 새겨둘 만하다.


나를 위한 배경이자 내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알려주는 공간(정혜윤. 49쪽)

내가 드러나는 내 내면의 일부(33쪽. 박문치)


그렇게 집은 내 내면의 일부이고 내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알려주는 공간이 된다. 그런 공간을 누구나 마련해서 살 수 있는 사회였으면 좋겠다.


결코 화려하지 않아도, 넓지 않아도 자신만의 공간을 마련해서 생활할 수 있는, 그런 사회. 그것이 '빅이슈'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원하는 세상이지 않을까 한다.


다양한 집, 집에 대한 다양한 태도, 생각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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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1-20 12: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 아파트 외벽붕괴 사고로 일고 있는 건설회사에 대한 비난과 불매운동을 생각해보게 되네요. 명품 브랜드로 포장했지만 속내는 그렇지못했다는 사실들이 드러나는 것을 보며, 자본주의에 매몰된 시선을 봅니다.

kinye91 2022-01-20 12:45   좋아요 1 | URL
집을 삶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현실이기도 해요. 이 책은 그런 돈벌이 수단이 아닌 내 삶을 보듬어 주는 장소로서의 집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읽으면서 따뜻한 감정을 가질 수 있었는데요. 때때로 일어나는 건설현장의 사고, 또 노동현장의 사고들이 자본주의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적어도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이 먼저인 그런 사회였으면 하는 생각을 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아이들 마음부터 챙깁니다
하지현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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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자고, 단계적 일상회복 정책이 실시된 지 몇 달, 아니 한 달하고 조금 넘은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강력한 통제가 시작되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2년이 넘어가고 있는데, 코로나19는 여전히 우리들 생활에 위협으로 다가온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사람들도 이제는 백신 완료자들만 4명까지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이 말은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밖에서 밥도 같이 먹을 수 없다는 말이다.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에게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회 활동을 하지 말라는 강제가 통용된다.


그럼에도 공동체라고, 다른 인간들을 위한다고 이것이 받아들여진다. 다시 강력한 통제가 시작되었고, 초규범사회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너무도 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는 개인보다는 공동체를 우선하고, 또 참을성에 관해서는 거의 세계 최고 아니던가. 그러니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을 견디고 지금 우리나라를 있게 했지.


여기에 우리 조상이라고 일컬어지는 단군의 어머니 웅녀를 보자. 그야말로 인내심의 화신이다. 동굴 속에서 - 동굴은 이미 갇혀 있는, 다른 존재와 교류를 하지 않는 공간이 된다 - 쑥과 마늘로 - 얼마나 쓴가, 도대체 이것들만 먹고 견딜 수 있는가 - 버티어낸 존재 아닌가.


그런 조상의 자손이 바로 우리들이다. (이 책에 이런 내용이 나와 있다. 긍정으로 받아들이든, 부정으로 받아들이든, 우리 신화에는 이런 내용이 있으니, 우리 조상이 인내심의 화신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이렇게 협조를 잘하고, 나보다는 우리를 먼저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 자 이런 인내심이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 코로나19로 다른 사람과 대면해 함께 지내면서 갈등하고 타협하는 경험을 해보지 못한 어린 세대들, 젊은 세대들이 과연 이런 인내심을 획득할 수 있을까?


웅녀 정도는 아니더라도 함께 살기 위해서는 나를 내어놓고 남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내 것과 남의 것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경험을 해야 한다. 내가 실패도 하고 실수도 하고, 또 남도 실패하고 실수하고, 그것들을 받아들이는 경험을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이었다. 단지 공부라는 지식 습득만이 아니라. 코로나19로 이런 학교의 중요성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다시 전면 등교는 부분 등교로 바뀌었다. 다시 아이들을 온라인 속으로 가게 했다.


코로나19가 여전히 우리에겐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되었다. 늘 존재하는, 우리 삶에서 뺄 수가 없는 상수.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책은 제목에 '포스트 코로나'라는 말로 코로나19 이후를 생각하게 하지만, 실상은 지금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고 있다.


어른들이, 특히 아이를 둔 부모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진단과 처방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좋은 처방이 있는데, 그 처방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내면 안 되는데... 처방을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그것은 부모들이 선택할 문제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이런 처방이 있다는 사실은 알았으면 좋겠다.


부모들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런 진단... 판단은 각자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아니 지금 이후의 세계는 이렇게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먼저 인정할 것은, 이 시스템 안에서 상위 1~2%에 드는 '평균적으로 시험 보는 능력이 탁월한' 아이들은 분명히 큰 이득이 있고 좋은 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겁니다. 만일 아이가 이쪽에 재능이 있다면 저는 당연히 지금의 흐름대로 가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중요한 것은 나머지 98~99%의 아이입니다. (133쪽)


자, 코로나19 시대에 우리가 우려하는 일은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가 깃드는 것이 아니라, 학력 저하 아닌가. 교육부에서도 학력 저하가 심각하다고, 학력 격차가 커졌다는 통계를 전면 등교의 가장 주된 이유로 삼지 않았는가. 아이들이 온라인 학습으로, 동굴에 갇혀 사회성을 잃어간다는 사실도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주된 이유는 이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는 이런 학습으로 결판나지 않는다. 극소수만 지금처럼 해도 잘살 수 있다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대다수의 아이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다. (이게 참 힘든 일이긴 하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부모들은 성적, 성적 한다. 이것을 깨기가 쉽지 않다. 이런 통계가 예전부터 주어졌지만, 읽지도 않고,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치부한다. 사실 우리 아이들의 미래일 수 있는데...


머리가 좋은 아이보다, 타인을 돌보고 협상할 수 있고 나눌 줄 아는 아이가 교육 수준이 높았고 임금도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140쪽)


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등교 수업을 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활동을 학교에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문을 닫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하게 학교 환경을 만들고, 학생들이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느냐를 고민하고, 그 방법을 실천해서 학교가 아이들의 사회화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활동을 해야 '타인을 돌보고 협상할 수 있고 나눌 줄 아는 아이'가 나타날 수 있다. 온라인 수업으로 집이라는 동굴에 갇혀서는 이런 아이가 있다 하더라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학교만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교육부에서 일방적으로 정한 지침을 단위 학교에서 어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 가정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렇게라도 하자고 한다.


아이의 남는 시간을 학습지로 채우지 말고 아이를 그냥 둬 보세요. 탐색하고 끙끙대고 '와, 재미있다' 하면서 혼자 해 보는 시간을 주세요. 혼나지 않으려고 하는 행동은 아이들의 마음에 두려움의 외적 동기 부여가 됩니다. 그보다는 해 보고 싶어서 해 보고, 아니면 말고 하는 마음으로 일단 시도해 볼 수 있는 동기 부여의 판을 부모가 펼쳐 줬으면 합니다. ... 내적 동기 부여는 아이가 십 대에 접어들면 더욱 소중해집니다. 이때는 호기심을 가지고 뭔가를 해 보려는 시도와 그에 대한 보상의 힘이 두세 배 강해집니다. (155쪽)


아이들에게 심심해 할 시간을 주라는 말이다. 심심해지면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 찾는다. 그리고 자신이 만들어 간다. 이것이 바로 내적 동기 부여다. 그리고 심심할 때 상상력이 발휘된다. 이런 상상력은 미래를 살아갈 때 커다란 힘이 된다. 성적이 아니라, 상상력이.


앞으로의 세상에서는 스토리텔링 능력이 중요한 재능이 될 것입니다. 기대하고 상상하면서 떠오르는 생각 조각들을 잘 꿰어서 하나의 이야기 꾸러미로 만드는 능력 말입니다. (160쪽)


다양성의 사회에서 독립적인 삶을 만들어 갈 때 필요한 중요한 능력이 바로 상상력입니다. (162쪽)


이런 상상력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않다.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방법, 그것은 많은 실패를 해보고, 그 실패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경험을 해야 한다.


아이가 자라면서 안전하게 실패를 경험해 볼 훌륭한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놀이입니다. (170쪽)

 

놀이는 상상을 자극하고, 경계를 넘어서는 용기를 주고, 규칙을 익히고 사회성을 습득하도록 합니다. 노는 것이 공부인 셈입니다. (171쪽)


놀이, 공부. 함께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학교다. 그래서 학교는 문을 닫을 수가 없다. 코로나19 이후 시대도 마찬가지다. 학교는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다만, 지금과 같은 입시교육이 주가 되는 학교가 아니라, 아이들이 함께 지내면서 규칙을 만들고 실패를 겪으며 성장해가는 학교로 말이다.


이처럼 이 책에는 진단과 처방이 명확하다. 다만, 이런 처방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뿐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단군신화. 웅녀는 동굴에서 쑥과 마늘을 먹으며 견뎠다. 그것으로 끝인가? 아니다. 밖으로 나왔다. 환웅을 만났다. 그리고 단군을 낳았다. 동굴보다 동굴 밖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지금 우리 민족이 존재하게 됐다. (과학적이 아니라 신화적인 이야기다. 이것을 과학으로 증명해라 하지 말고.. 그냥 우리 신화로)


코로나19 이후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에게 동굴(온라인)로 들어가 생활하라고 할 수 없다. 동굴에도 있어야 하지만 아이들은 밖으로 나와야 한다. 함께 해야 한다. 그리고 어른들은 바로 아이들이 바깥으로 나와 함께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 책은 그 점을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니 우선 읽어야 한다. 처방을 알아야 받아들이든, 거부하든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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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쓸모 - 흙 묻은 손이 마음을 어루만지다
수 스튜어트 스미스 지음, 고정아 옮김 / 윌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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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묻은 손이 마음을 어루만진다'라고 책 표지에 쓰여 있다. 흙을 만지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다른 근심을 잊고 자신을 추스릴 수 있게 된다.

 

흙으로 대표되는 자연은 이렇게 우리에게 치유 기능을 제공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들 삶은 자연과 얼마나 멀어져 있는가?

 

주변을 둘러보면 콘크리트 건물이 먼저 보이고, 도시에서는 특히, 밑을 보면 아스팔트나 보도블록이 먼저 보인다.

 

삭막한 환경이다. 그만큼 우리 마음도 삭막해진다고 할 수 있다. 이 삭막함은 지나침 깔끔함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흙놀이를 하면 많은 부모가 아이들을 야단친다. 흙이 더럽다고, 세균이 많다고, 하다못해 아이들 놀이터에 모래를 깔아놓은 곳도 요즘은 전부 포장을 해서 모래나 흙을 놀이터에서도 밟을 수가 없다.

 

그런데 이 책 정원의 쓸모는 여러 연구 결과를 들어 정원, 흙이 우리들 삶에 꼭 필요하다고 한다. 자신의 질병을 치유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게 하기도 한다고. 이런 말이 나온다.

 

원예라는 육체 활동은 손톱 밑이 더러워지고, 우리를 흙 속에 심고, 장소와 인생 과정에 새로이 유대감을 쌓는 일이다. (230쪽)

 

우리는 죽음의 절대성을 낮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것은 리프턴이 말하는 다양한 '상징적 생존'을 통해서 이룰 수 있다. 상징적 생존이란 다음 세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유전자뿐 아니라 내세, 우리의 창의성, 자연의 영속성에 대한 믿음을 포함한다. (255쪽)

 

자신이 더러워기지는 하지만, 이 더러움은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이고,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울리는 마음을 지니게 한다.

 

시간의 흐름에 대한 우리 감각은 뇌가 저장하는 기억의 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많은 디테일에 주목해야 하는 새로운 장소나 상황에서 보내는 시간은 더 길게 느껴진다. 더 많은 기억을 저장하기 때문이다. (265쪽)

 

이 말을 통해서도 정원은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함을 알 수 있다.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자연과의 공감이 이 책에서는 많은 연구 결과를 통해서 알려주고 있다.

 

이렇게 정원이 우리 삶에 꼭 필요한데, 지금 우리는 어떤가 하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도대체 지금 우리는 왜 나무를 베어버리고, 땅을 덮어버리고 있는지...

 

4차산업혁명 운운하면서 온갖 첨단과학기술에 대해서 교육해야 한다고 하면서 정작 사람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정원, 자연의 중요성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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