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시간에 영화 보기 1 - 한국 영화로 만나는 시와 시인들,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문학 시간에 영화 보기 1
박일환 지음 / 한티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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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서 사람들이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직장에서는 회식이 거의 없어지다시피 했고, 학생들은 수학여행, 체육대회는 물론이고 학급에서 하는 행사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운동경기 관람은 어느 정도 풀렸지만, 영화나 연극, 뮤지컬을 관람하기는 쉽지 않았다. 여러 제약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 연극 등 공연 산업이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말도 많이 했는데...


코로나19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시대가 변하기도 했다. 함께 하기보다는 홀로 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따라서 코로나19로 인해서 단체 행동들에 대한 규제가 풀리면서 자신이 원하지 않는데도 함께 해야 하는 데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혼족'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홀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는데, 홀로 무언가를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부담없는 일이 영화 감상과 문학 활동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발표를 하고 함께 할 수도 있는 일이 이런 예술활동이기도 하지만, 예술활동은 함께 하지 않아도, 즉 홀로 해도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예전 같으면 극장에 가야 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온갖 채널을 통해서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그야말로 예전에 썼던 '안방 극장'이란 말을 쓸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 극장에 가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영화들이 아예 집 안에서 볼 수 있게 만들어지기도 하는 세상이니 말이다.


보고자 하기만 한다면 저렴한 가격에 영화를 원없이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니 이제 영화는 특정한 장소에서만 만날 수 있는 예술이 아니다. 그렇다면 시는? 시는 예전부터 특정한 장소가 필요없는 예술이었다. 일상에서 늘 만날 수 있는 예술이 바로 시였다. 물론 시를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은 드물었지만, 이론상으로 시는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예술이다.


이렇게 영화와 시를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게다가 함께 하는 시간이 줄고 혼자 하는 시간이 늘었으니, 마음만 먹는다면 영화를 보고, 또 시를 읽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바로 여기서 시와 영화가 만나 융합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예전에도 많은 영화에서 시가 나왔겠지만, 구태여 영화에서 시와의 관련성을 찾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영화 속 시, 또는 시가 영화로 구현되는 모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 책은 바로 시와 영화가 만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문학시간이라고 함은 시를 만나는 시간이라는 뜻이라 할 수 있으니, 영화를 보면서 시를 만나는 시간이라고 하면 되겠다.


많은 영화들이 소개되고, 그 영화에서 언급되고 있는 시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시에 대한 이야기에는 시인에 대한 이야기도 곁들여 있으니, 영화를 통해서 시와 시인의 세계로 들어서게 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교과서에서 배우는 시와는 다른 방법으로 시를 만나게 한다. 시가 우리들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영화를 통해서 이야기해주고 있다. 시가 시 자체로만 존재하지 않고, 우리에게 다가와 어떤 영향을 준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시를 읽은 사람은 그 시에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시험용이 아닌 이상은.


어떻게 이 책에서 영화와 시가 만나고 있는지를 시인 윤동주를 예로 들어볼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윤동주와 같은 유명한 시인은 영화 '동주'로도 만날 수 있기에 그런가보다 할 수도 있지만, 윤동주를 <군산:거위를 노래하다>와 <후쿠오카>라는 영화를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다.


직접 윤동주의 생애와 시를 다룬 <동주>에서 윤동주의 많은 시를 만날 수 있어서 좋고, <군산:거위를 노래하다>와 <후쿠오카>에서는 디아스포라로서의 윤동주를 만나게 된다. 윤동주의 생애를 다룬 영화도 아니고, 윤동주가 중심에 있지도 않지만, 등장인물들을 통해 윤동주를 만나게 되는데, 그들을 통해서 우리가 흘려버리고 말던 윤동주 시인의 디아스포라로서의 삶을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이 책을 통해서 윤동주의 다양한 면을 만나고, 영화를 통해서 새로운 점들을 알게 된다.


시는 대체로 짧다. 영화는 아무리 짧아도 한 시간 분량은 된다. 그 영화 속에 시가 들어간다.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시를 언급하고, 시인을 언급하고, 그들이 펼치는 서사를 통해서 시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시를 우리 삶으로 끌어오게 된다.


영화라는 장르를 통해 시라는 예술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교과서 시 분석에 지친 사람들, 시를 교과서에 나온 시들만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 또 시를 시험을 위해서만 읽었던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시의 다양한 모습을, 또 잘 모르고 있던 시인들의 모습을 만나게 될 것이고, 읽으면서 자연스레 시와 영화와 가까워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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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이 품지 못한 말들
박일환 지음 / 달아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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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모이라고 한다. 사전을 다른 말로 부르면. 말을 모아놓은 책. 그렇다면 사전에 수록된 말은 무엇일까?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쓰는 말들이어야 한다. 사람들이 쓰지 않는 말을 수록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참조사항일 뿐이고, 실제 생활에서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은 사전에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쓰는 말이라고 해도 모두가 그 뜻을 알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사전을 찾을 일도 별로 없는 요즘이라지만, 그럼에도 정확한 뜻을 알고 싶어 사전을 찾는 때가 있다. 그때 사전을 찾았는데, 그 말이 없으면 당황스럽다.


뭐야? 사람들이 이렇게 쓰는데 왜 사전에 없지? 그럼 이 말을 어디서 찾지? 인터넷 검색을 하면 여러 용례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 용례나 풀이가 정확한지 알 수가 없다.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말의 뜻을 정확하게 정리해서 알려주면 좋으련만...


인문학이 죽어가고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국립국어원이라는 나라에서 운영하는 단체가 있는데, 그 단체가 이익을 떠나서 우리말에 대해서 책임을 가지고 정리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사전이 '표준국어대사전'이고, 이 말에는 '표준'이라는 말에서 공신력 있는 이라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고, '대'라는 말에서 다른 사전보다도 더 많은 어휘를 담은 이라는 의미를 연상하게 되는데...


저자가 쓴 [미친 국어사전]에서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2015년에 그 책이 나왔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이라고 할 수 있다. 6년이란 시간이면 꽤나 긴 시간이다. 요즘처럼 급변하는 시대에서는.


그럼에도 표준국어대사전은 변하지 않았다. 다시 2021년에 표준국어대사전을 비판하는 책이 또 나왔다. 세상에... 비난이 아니라 비판이었는데... 사전을 책임지고 있는 국립국어원에서는 저자가 쓴 책을 참조하지 않았나 보다.


그렇다면 국립국어원의 태도는 책임방기에 가깝다. 우리말을 정리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말을 바르게 쓰도록 하는 책임이 있는 국립국어원에서 자신들이 편찬한 사전을 비판하는 책을 읽지도 않았다는 사실은 문제가 있다.


읽지도 않았는지, 읽었는데도 반영을 하지 않은 건지, 또는 못한 건지는 알 수가 없지만, 어떤 형태든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한 나라의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을 단체에서, 비판을 받아들여 보완하고 수정하는 책임있는 자세를 지녀야 하는데, 6년이 지나 또다시 비판하는 책이, 그것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도록 지적 사항이 넘치고 넘치는 그런 사전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으니... 이건 아니다 싶다.


잘못된 풀이도 문제지만,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말들을 수록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물론 많은 어휘들을 '함께 만들고 모두 누리는 우리말샘'이라는 또다른 사전을 국립국어원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우리말샘은 공식 사전이 아니다.


많은 어휘들을 수록하고 있기는 하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 오르지 못한 말들을 모아놓았다고 할 수 있다. 이 말들 가운데 표준국어대사전에 수록할 말들을 골라 사전으로 옮겨야 하는데...


예전 같으면 사전 편찬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고 하겠지만, 요즘처럼 전자기술이 발전한 시대에서는 사전에 올릴 말들을 선택하고 수록하는데 긴 시간이 들지 않는다. 


비유하자면 이제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깃들 무렵에만 날지 않아도 된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수시로 날 수가 있다. 그만큼 빠르게 사전을 확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전이 수록된 말들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더이상 이러한 비판서가 나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자신들만의 힘으로 하기 힘들다면 이 책을 쓴 저자와 또다른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표준국어대사전을 보충하려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책임있는 자세 아닌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말들이 일관된 기준도 없이 사전에서 누락되어 있음을 이 책은 많은 사례들을 들어 보여주고 있다. 이런 비판이 나왔으니, 비판을 받아들여 수정하면 된다. 아니, 수정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나라의 품격을 살린 국어사전이 될 수 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예를 하나 보자. 사전이 얼마나 엉성한지.. 사전의 뜻풀이에 나와 있는 말이 사전에 없어서 의미 파악을 하는데 애를 먹게 하고 있으니...


기성-암(氣成巖)「명사」 『지구』 바람에 의하여 운반되어 쌓인 흙과 모래로 이루어진 암석. 중국의 황토 지대에 널리 퍼져 있는 대부분의 롬층(loam層)이 그 예이다.=풍성암.


이런 설명이 있는데, 롬층이라는 말이 표준국어대사전에 없다. 어떻게 된 일인가? 그럼 다시 영어사전을 찾아야 하는가? 읽기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적어도 국어사전 안에서 해결할 수 있게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롬을 찾으면 이렇게 나온다.


 loam (명사) 점토에 석영·운모의 가루나 수산화철 등이 섞여 황갈색으로 보이는 토양.


한 번에 사전에서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 국가를 대표한다는 국립국어원에서 편찬한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해야 할 일이다. 국립국어원에서 이런 비판서들을 찾아 읽고 수정하는 작업을 거치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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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읽는 변호사 - 양지열 변호사의 그림 속 법 이야기
양지열 지음 / 현암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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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읽는 변호사라는 제목보다는 그림으로 법을 알려주는 변호사라고 하면 이 책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다. 그림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많고, 그림은 법을 이야기하는 계기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총 20개의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림을 감상할 수도 있고 (다만, 그림이 흑백으로 되어 있어서 그림 자체를 감상하기는 좋지 않다), 그 그림에 대해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림에서 발견할 수 있는 법을 찾아내는 재미도 있고.


무엇보다도 그림과 법을 연결시켜서 지식을 확장한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법을 무시하고는 살 수 없으니, 법을 가깝게 생각할 수 있게 해주고 또 십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의미가 있다.


여기에 법이라고 어렵게 설명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 법전을 보면 검은 것은 글자요, 하얀 것은 여백인데, 글자들을 읽을 수는 있지만, 그 글자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는 알기 어렵다. 이 책에서도 여러차례 언급하고 있듯이 우리나라 법전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기본 원칙에서 벗어나 있다.


'사람마다 제 뜻을 쉽게 펼치도록'하기 위해서 한글을 창제했는데, 한글로는 쓰였지만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는, 대다수의 국민을 문해력이 거의 없는 상태로 몰아가고 있는 법전에 대해서 이 책의 저자 역시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비판을 토대로 저자는 법을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쉽게 설명하기 위한 단서로 그림을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흥미를 유발하고, 흥미에 그치지 않고 좀더 깊게 나아가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시작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고야 그림 '벌거 벗은 마하'로 시작한다. 누드화. 음란물. 죄가 될까 말까? 고야는 이 그림으로 법정에 서기도 했다고 한다. 고야가 살았던 시기는 종교적 엄숙함이 지배하던 시기였으니, 누드화라고 해도 신화 속 인물들을 그린 그림들이 대세를 이루던 시대였으니 그렇다고 쳐도 현대에 들어 우리나라에서 이 그림으로 문제가 된 적이 있다고 하니...


모르고 있던 사실인데, 성냥을 집들이 선물로 주던 시절에 성냥갑에 고야의 이 그림, '벌거 벗은 마하'가 새겨진 상품이 있었다고 한다. 결과는? 모두 몰수되어 불태워졌다(23쪽)고 한다.


그런데 과연 음란물과 누드화의 기준이 무엇일까? 이런 의문에서 법으로 옮겨간다. 법에서는 이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지금 시대에 누가 고야의 '벌거 벗은 마하'를 음란물로 보는가? 명작이라고 하지 않는 사람은 있어도 음란물이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시대가 변했다고 해야 하나. 그렇다면 음란물을 보는 관점도 달라져야 하고, 법적 잣대도 달라져야 한다. 그만큼 달라지기도 했을테고.


그래서 예전엔 음란물로 처벌받았던 이 그림을 요즘은 처벌할 수가 없다. 음란물에 대한 법적 판단도 '그 내용이 성욕을 자극하고 보통 사람의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자극하는 것으로 선량한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을 말한다' (20쪽)고 했다가 최근에는 '전적으로 또는 지배적으로 성적인 흥미에만 호소할 뿐 전체적으로 보아 하등의 사회적 가치를 지니지 않은 것' (23쪽)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이렇게 이해하기 쉽게 법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하나하나 다양한 법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을 통해서 하고 있으면서 마지막 장에서는'헌법'이야기로 끝맺고 있다.


우리 삶을 보장하는 최고의 법인 헌법. 그러나 이 헌법에 강제력이 있을까를 생각해 보자고. 위임받은 통치 권력이 헌법에서 시키는 대로 위임받은 일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헌법대로 하라고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강제력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368쪽)


정말 문제다. 전 대통령인 박근혜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국정농단을 행해도 국민들이 그를 끌어내릴 절차가 없다.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나설 뿐이다. 국민들에게서 권한을 위임받은 국회의원들이 탄핵소추를 하지 않는다면 탄핵 심판으로 갈 수도 없다. 또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을 기각한다면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나선 뜻이 반영되지도 않는다.


국민들에게 주권이 있다는 헌법이 강제력을 지니고 있지 않으니, 결국 국민들 역시 투표권 말고는 힘이 없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니 국민들이 함께 모여 촛불을 들거나 시위를 하게 된다. 그리고 이 시위를 통해서 험법이든, 법률이든, 정치권력이든 바꿀 수밖에 없음을... 들라크루아의 그림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법은 우리 생활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오히려 법은 우리 생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법을 알아야 한다. 또 법이 어려워서는 안 된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표현되어야 한다. 법전은 그렇게 바뀌어야 하고... 법이 국민들 위에 군림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법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지 국민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다. '검찰'에 대해서 논의가 많은 요즈음, 법에 대해서 이 책을 통해서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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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게 배우는 네 글자
이선 지음 / 궁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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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석이조(一石二鳥). 제목이 식물에게 배우는 네 글자니까, 이렇게 사자성어로 시작하자. 그만큼 이 책은 식물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인생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람은 다른 존재들에게서 무언가를 끊임없이 배운다. 공자도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 중에 반드시 스승이 있다고... 사람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모든 존재에게서 스승을 찾을 수 있는 존재, 그것이 바로 우리 인간 아닌가.


그래서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했는데, 이때 영장은 다 알아서 베풀고 지배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꾸준히 배움으로써 어제의 자신보다 오늘의 자신이, 오늘의 자신보다 내일의 자신이 더 나은 존재가 된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배울 수 있는 존재... 그것은 현재에 머물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존재라는 의미인데, 멈춤이 죽음이라면 움직임은 삶이다. 그렇게 사람은 모든 존재에게서 배움을 얻는다. 늘 움직인다. 살아있는 존재, 배우는 존재다.


이번에는 식물에게서 배운다. 식물의 삶에서 사람의 삶을 보고, 자신의 삶을 관조하면서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려는 자세를 지니게 된다. 그런 자세를 구구절절 정리하기보다는 네 자로 간략하게 줄여서 정리한다.


네 글자 속에는 진리가 담겨 있다. 네 글자 속에 삶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으니, 우리는 그 네 글자를 풀어서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면 된다.


어떤 네 글자가 있을까? 이 책에 나온 많은 성어들을 다 언급할 필요는 없다. 그냥 첫번째 네 글자를 예로 들자.


비익연리(比翼連理)다. 새 중에 눈과 날개가 하나뿐인 새가 있다고 한다. 비익조라고 하는데, 그 새는 다른 새를 만나야 비로소 두 눈과 두 날개를 갖춘다고 한다. 홀로는 불완전한 존재지만 함께 했을 때 완전한 존재가 되는 새.


새만이 아니라 서로 다른 뿌리에서 자라지만 하나로 연결되는 나무가 있다. 또는 두 줄기가 하나로 연결되는 나무도 있고. 그를 연리지라고 한다. 다르게 지내면서도 둘은 하나가 된다. 사람도 그렇다.


다르게 살면서도 함께 살아가게 된다. 똑같지 않고 그렇다고 완전히 홀로도 아닌 삶을 사는 존재, 인간이다. 인간이라는 말에 벌써 하나가 아니라는 뜻이 담겨 있으니... 비익연리... 둘이 함께 지내는 존재.


그래서 비익연리라는 네 글자를 통해 새와 나무의 세계를 보여주고, 그를 통해 우리들 삶에 대해서 성찰하게 하고 있다.


이 비익연리란 글 말미에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가 비익조나 연리지는 못 되더라도 인의를 저버릴 수 없는 노릇 아닌가요. 혐오와 차별보다는 용기와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서로 위로하고 포용하며 다독여주는 마음이 절실히 필요한 시절입니다'(25쪽)라고.


이뿐만이 아니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는 너무도 잘 알려져 있다. 그림에 담긴 뜻과 글로 인해서 더욱 가치가 있는 그림. 이 그림에 나오는 소나무와 잣나무는 어려운 시절에도 뜻을 굽히지 않고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저자는 세한송백(歲寒松柏)이라는 네 글자를 설명하면서,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을 들고 있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나를 외면하지 않는 친구. 어려운 시절이라고 자신만이 살겠다고 자기이익만 추구하는 존재들이 넘치는 사회에서 송백과 같은 존재는 얼마나 귀한가.


이러한 세태를 소나무와 잣나무를 통해서 저자는 꼬집고 있다. '표리부동하고 꼼수가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절개와 지조, 군자라는 단어는 이미 외래어처럼 들립니다.'(133쪽)고 하고 있는데, 여전히 절개와 지조가 필요한 시대다. 지금 시대는.


다양한 네 글자들. 사자성어들을 배우게 되기도 하고, 식물들의 생태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이를 통해 삶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를 넘어선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움직임을 잘 느끼지 못하는 식물들도 치열하게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하면서 살아가고 있음을 잘 설명하고 있으며, 그것이 바로 우리들 인생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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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4-27 2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익연리! 세한송백!
 
우리말 어감 사전 - 말의 속뜻을 잘 이해하고 표현하는 법 관점 있는 사전
안상순 지음 / 유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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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속담에 '아 해 다르고 어 해 다르다'는 말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말로, 같은 내용의 이야기라도 이렇게 말하여 다르고 저렇게 말하여 다르다는 말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그만큼 말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낱말, 문장이 쓰이느냐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나기도 한다.

그런데 비슷한 뜻을 지닌 말이 많아서 어떤 말을 써야 할지 고민될 때가 있다. 또 그 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를 지니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또 뜻은 같다고 생각하지만 쓰일 수 있는 문장이 있고, 쓰일 수 없는 문장이 있다. 같은 의미인데 문장 전체의 뜻에서 보면 사용에 제한이 있게 된다.


그런 낱말들이 지닌 작은 차이들, 또는 문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서 기존 사전은 풀이를 해놓지 않고 있다. 사전만 봐서는 알 수가 없다. 


언어가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이고, 그 언어가 풍부할수록 우리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해진다고 하는데... 그래서 낱말이 지닌 작은 차이들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 하는데, 그것에 대해서 알려주는 책을 만나기 어려웠다.


이 책은 그런 어려움을 해소해주기 위해 나왔다. 비슷한 뜻을 지니고 있으나 작은 차이를 지니고 있는 말들을 가나다 순으로 묶어 찾아보기 편하게 만들었다.


또한 그 말들이 쓰이는 문장들을 다양한 예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읽으면 아, 그렇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중에 처음에 나온 낱말인 '가면과 복면'을 예로 들면 이 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에서 가면과 복면은 얼굴을 가리는 도구라는 면에서는 비슷하지만, '가면은 얼굴을 묘사하여 만든 형상물인데 비해, 복면은 얼굴을 가리는 데 사용된 물건을 가리킬 뿐 별개의 형상물은 아니다. 곧 가면은 특정한 표정과 인상을 가진 독립된 조형물이지만, 복면은 벗는 순간 그냥 천조각일 뿐이다'(24쪽)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설명을 보면 가면과 복면의 차이를 잘 알게 된다. 여기에 더해서 가면과 복면의 차이를 더 설명하고 있는데, 그런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가면과 복면이 비슷하기는 하지만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비슷한 의미, 또 비슷하게 쓰이는 낱말들이 지니는 작은 차이들을 알려주고, 문장에서 어떤 낱말들이 더 적확한 표현인지를 알게 해주고 있다.


이렇게 말이 지닌 속뜻까지 알 수 있도록 해주는, 작은 사전 역할을 하는 이 책... 명확한 의미를 지닌 말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 비슷한 단어들이 지닌 작은 차이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의미있는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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