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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공중부양 - 이외수가 처음으로 공개하는 실전적 문장비법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7년 12월
평점 :
글에도 나은 글과 못한 글이 있다. 어떤 글을 읽을 때는 머릿속에 쏙 들어오는 것은 물론이고, 마음을 울리기도 한다. 또 어떤 글은 머릿속에서 이게 도대체 무슨 얘기야 하면서 갈등을 일으키고, 마음에서는 이런 글은 내가 왜 읽지 하며 순간순간 그 글을 덮어버리는 충동을 느끼게 한다.
나은 글, 좋은 글이라고 하는 글들은 어떻게 해야 쓸 수 있는지, 오랜 시간 작가로 생활해온 지은이가 그 비법을 알려주고 있다.
글쓰기 비법, 우리는 글쓰기 비법을 무슨 무협지에 나오는 비급 수준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무협지에서는 무공 비급을 손에 넣으면 당대 최고 고수가 되기에 그 비급을 손에 넣으려고 온갖 싸움이 벌어진다. 왜냐하면 당대 고수는 한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기보다 강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한다. 대결에서 지면 그 무공 비급을 넘어설 수 있는 무공 비급을 구하기 위해 길을 떠나거나, 우연히 고수를 만나 무공을 전수받게 된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도대체 공존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세계, 그것이 무협지의 세계다.
반면에 글쓰기의 세계는 이와는 아주 다르다. 각 분야의 고수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같은 분야에서도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함께 어울린다. 또한 절대적인 비급이라는 것은 없다. 다들 자기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잘 쓰는 사람일 뿐, 굳이 남과 비교를 하거나, 남과 대결을 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절대 무공비급이 하나이어야 한다면 글쓰기에 관한 비급은 여러 개, 아니 사람에 따라 다 다를 수도 있다. 이 말은 누구나 글쓰기의 비급을 얻을 수 있단 말이다. 이 책은 그러한 글쓰기의 비급 중 하나이다. 우리에게 많이 친숙한 이외수라는 작가가 쓴.
그래서 이 책에서 지은이는 이렇게 주장한다. "글은 정신의 쌀이다"
쌀로 밥을 해먹든, 죽을 해먹든, 떡을 해먹든 그것은 쌀을 가진 사람의 자유다. 그에게 뭐라고 말할 필요가 없다. 마찬가지로 글도 자신이 어떻게 사용하든 그것은 누가 뭐라고 할 것이 못된다. 다만 정신의 쌀이기에 정신을 축내는 글은 비난을 받아야 하고, 그런 글들은 없어지게 해야 한다. 이와는 반대로 정신을 풍요롭게 하는 글들은 칭찬을 받아야 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읽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서 글쓰기의 비법은 단순하다. 우리의 정신, 우리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해라. 이게 글쓰기의 비법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순차적으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살아있는 말(생어)을 써라로 시작을 한다. 물론 이 전에 단어들을 수집하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숨을 쉬어야 한다는 말과 같다고 보고, 숨을 쉰 다음에는 더 나은 삶을 위해 우리 자신이 어떤 활동을 해야 하듯이 그 단어들을 활용할 때 살아 숨쉬는 말을 먼저 쓰는 연습을 하라고 한다. 살아 있는 말, 이는 바로 우리가 지닌 다섯 가지 감각을 자극하는 말을 쓰라는 얘기다. 한자어와 같은 관념적인 말보다는 우리의 눈, 코, 귀, 입, 촉감 등을 상기시키는 말을 쓰면 글이 살아난다는 것이다.
이렇게 단어에서 시작하여, 문장으로 나아가고, 문장에서 다시 창작으로,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명상의 장이라고 하여 정리를 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좋은 글은 무엇보다도 진실한 마음으로 쓴 글이다. 예전에 이오덕 선생이 살아있는 글쓰기를 주장했듯이, 이건 특별한 어떤 사람만의 주장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도 글쓰기를 잘하려면 가식, 욕심, 허영을 버려야 한다고 한다.
결국 글은 머리로 쓰지 말고, 가슴으로 쓰란 얘기다. 무언가를 화려하게 꾸밀 생각을 하지 말고, 마음에서 우러난 진실을 쓰라는 얘기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나뿐만이 아니라 주변의 모든 것들을 온몸으로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 자세를 지녀야 한다.
지은이는 이렇게 말한다.
"글쓰기는 장님이 외부의 사물을 온몸으로 감지하면서 외나무다리를 건너가는 행위와 흡사하다. (139쪽)"
많은 예시들을 제공해주고 있어, 단지 이론으로가 아니라 실제로 글쓰기를 연습해 볼 수 있는 책이고, 또 글이 읽기에도 편해서 부담없이 읽을 수도 있다. 굳이 전문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누구나 글쓰기를 하고 살고 있으니, 이 책은 어느 특정한 집단에게만 유용한 책이 아니다.
글쓰기 하면 머리부터 내두르는 사람,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길게 쓸 수 있어 하면서 무언가를 쓰라고 하면 세 줄을 넘기지 못하는 사람, 늘 쓰던 말만 쓰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이 책을 반드시읽어야 한다.
정보화 시대에는 글을 쓰는 일이 없어져 이런 책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 사람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정보화 시대라도 자신의 생각을 말로도 표현하지만, 글로도 표현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잘 표현할 수 있다면, 그건 어느 시대건 사람에게 유용한 재산이지 않을까.
덧말
표현법 중에 182-183쪽에 제유법과 대유법이 나왔는데, 보통 학교에서는 대유법이라고 통칭을 하고 이 책에서 이야기한 제유법은 그냥 대유법의 한 종류인 제유법, 그리고 이 책에서 이야기한 대유법을 대유법의 한 종류인 환유법이라고 한다.
즉 학교에서는 대유법이 큰 개념이고, 이 대유법에 제유법(사물의 일부로 전체를 대신)과 환유법(사물의 속성으로 전체를 대신)이 있다고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