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씹어먹기 - 꼼꼼한 언론의 역사, 예리한 미디어 비평
브룩 글래드스톤 지음, 권혁 옮김, 조시 뉴펠드 그림 / 돋을새김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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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The Influencing Machine이라고 되어 있다. 이것을 우리나라에서는 미디어 씹어먹기라고 번역을 했다. 인플루엔싱 머신이라. 영향을 주는 기계, 또는 조종하는 기계라고 해야 하나?

 

정확히 우리말로 어떻게 번역할지 모르겠는데, 인플루엔싱 머신이라는 영어 제목을 붙이기보다는 "미디어 씹어먹기"라는 우리말 번역 제목이 눈에 확 들어온다.

 

그리고 이해하기도 쉽다. 이 책은 미디어에 관한 책이구나. 그리고 씹어먹기라고 했으니 미디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자신의 관점을 가지고 받아들이라고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미디어의 유래부터, 미디어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 미디어는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만화 형식으로 알려주고 있는 책이다. 단순한 만화라고 하기엔 내용이 가볍지 않다. 그렇다고, 미디어에 관한 전문서적처럼 무겁지도 않다. 두껍다고 할 수 없는 책이지만, 그 내용을 보면 결코 얇지도 않다. 특히 지금 미디어에 관해서 엄청나게 불신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이 책에서 참조할 내용이 많다.

 

미디어는 진실만을 보도하는가? 미디어에 종사하는 언론인들은 자신의 관점을 버리고 늘 객관적인 관점을 유지하는가? 미디어가 날로 발달하는 이 시대, 우리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등등

 

기존에 알고 있던 언론에 대한 이야기부터, 언론조작에 대한 이야기, 그것들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들이 잘 나타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참조하면, 우리나라 신문들이 어떤 관점을 지니고 있는지 파악해야 하고, 그 신문사의 관점과 읽는 사람들의 관점이 일치하는가를 따져보아야 하며 (이 책에도 나와 있지만, 현대 사람들은 자신과 의견이 같은 사람들과 어울리려는 경향이 있으며, 자신의 관점과 일치하는 언론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니), 과연 사실에 부합하는지를 잘 판단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말하듯이 현대는 일인미디어 시대라고도 할 수 있다. 일 대 일도 아니고 일 대 다도 아닌, 다(多) 대 다(多)인 시대, 누구나 자신의 미디어를 꾸밀 수 있고,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시대, 그래서 더욱 진실을 알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지만(엄청나게 쉬워진 조작기술들을 보라), 반대로 더 빠르고 쉽게 진실을 알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이 때 우리는 내가 생각하는 것, 내가 필요한 것들만을 알려주는 미디어에만 접속하는 태도를 버리고, 나와 다른 관점에서 사건을 보여주는 미디어,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미디어에 접속하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그러면 미디어의 범람에서 길을 잃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다. 이런 자세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생각. 미디어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이 받아들였던 사람들에게 좋은 책이다.

 

이제 우리도 엄청나게 많은 미디어 시대에 살고 있으니, 정신 바짝 차리고, 미디어에 우리가 먹히지 않고, 미디어를 씹어먹는 자세를 지닐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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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브레인 - 뇌가 달라지면 몸이 달라진다
다니엘 G. 에이멘 지음, 임종기 옮김 / 판미동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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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달라지면 몸이 달라진다. 이 말이 책의 표지에 떡하니 쓰여 있다. 뇌가 달라지면이라는 조건이 몸이 달라진다는 결과를 이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보면 뇌가 달라지면이 하나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몸이 달라지면도 역시 원인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뇌와 몸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 않고, 뇌와 몸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그래서 우리는 뇌를 바꾸는 노력을 통해 우리의 몸을 바꿀 수도 있고, 우리의 몸을 바꾸는 노력을 통해 뇌를 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많은 사람들의 뇌영상을 바탕으로 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이 책은 이런 점에서 신뢰성을 주고 있으며, 이러한 뇌 영상들을 제공해줌으로써 우리의 이해를 더 쉽게 하고 있다. 뇌의 기능에 대해서는 여러 책이 나와 있으니, 이를 반복할 필요는 없고, 다만, 우리가 뇌를 변화시키는 아주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면 된다.

 

이 책은 의료로서 뇌를 변화시키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의료에 의존하기보다는 자신의 생활을 바꿈으로써 뇌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뇌를 바꾸면이라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뇌를 바꿀 수 있을까를 알려주는 책이라고 할까. 우선 우리가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충분히 잠자기, 운동 꾸준히 하기, 그리고 좋은 음식 먹기가 있다.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잘 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 바로 이것들이 아닐까 하는데, 우리는 가끔 잠을 양보하기 쉬운 존재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말로 건강하게 살고 싶으면 잠은 절대로 양보하지 말라고 한다. 적어도 7시간은 푹 자야 한다. 이것은 어른의 경우에 해당하니, 청소년들은 이보다 더 자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가 명심해야 한다. 그렇담, 지금 입시로 시달리는 청소년들은 뇌가 바뀌기보다는 자신의 뇌를 안 좋은 쪽으로 형성해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여기에 운동 꾸준히 하기, 요즘에야 웰빙이다 뭐다 해서 운동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지만, 이 책에서 권하는 운동은 뇌를 다치지 않는 운동, 즉 탁구나 테니스, 그리고 춤이 특히 좋다고 한다. 자전거도 좋지만, 넘어졌을 경우 뇌를 다칠 수도 있기에 헬멧을 반드시 쓰고 타라는 충고도 아끼지 않고 있다.

 

여기에 좋은 음식, 우리는 육식과 채식의 논쟁을 다시 할 필요가 없다. 이 책에 뇌에 좋은 음식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나와 있기 때문이다. 음식이 곧 자신을 만든다는 말, 음식 하나하나에도 감사하며 먹어야 한다는 말은 이미 우리 조상들이 생활에서 실천해왔던 일들 아니던가.

 

좋은 음식들, 특히 패스트푸드를 멀리하는, 설탕을 멀리하는 생활습관을 가져야 한다. 여기에 긍정적인 사고를 해야 하고, 또 즐거운 성생활을 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우리의 뇌를 좋은 쪽으로 변화시키는 방법이 많이 나와 있다. 이렇게 뇌가 변하고 활력있는 삶을 산다면 그 활력이 다른 사람에게도 전이가 되어 서로 활력이 넘치는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사실.

 

그것을 명심해야 한다.

 

뇌, 변화시켜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활을 잘 돌아보아야 한다. 몸에 좋은 것이 뇌에도 좋고, 뇌에 좋은 것이 몸에도 좋다는 사실. 이 책은 그것을 신빙성 있게 보여주고 있다. 우선 우리는 어렵게 뇌영상을 찍고, 전문의에게 가기보다는 기본적인 생활를 반성하고, 생활을 개선해 나가는 노력을 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우리의 뇌는 바뀐다. 뇌가 바뀌는 우리의 삶이 바뀐다. 그러면 다른 사람의 삶도 바뀐다.

 

이게 뇌를 바꿔야 하는 이유다. 우리의 생활을 바꿔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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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공중부양 - 이외수가 처음으로 공개하는 실전적 문장비법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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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도 나은 글과 못한 글이 있다. 어떤 글을 읽을 때는 머릿속에 쏙 들어오는 것은 물론이고, 마음을 울리기도 한다. 또 어떤 글은 머릿속에서 이게 도대체 무슨 얘기야 하면서 갈등을 일으키고, 마음에서는 이런 글은 내가 왜 읽지 하며 순간순간 그 글을 덮어버리는 충동을 느끼게 한다.

 

나은 글, 좋은 글이라고 하는 글들은 어떻게 해야 쓸 수 있는지, 오랜 시간 작가로 생활해온 지은이가 그 비법을 알려주고 있다.

 

글쓰기 비법, 우리는 글쓰기 비법을 무슨 무협지에 나오는 비급 수준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무협지에서는 무공 비급을 손에 넣으면 당대 최고 고수가 되기에 그 비급을 손에 넣으려고 온갖 싸움이 벌어진다. 왜냐하면 당대 고수는 한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기보다 강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한다. 대결에서 지면 그 무공 비급을 넘어설 수 있는 무공 비급을 구하기 위해 길을 떠나거나, 우연히 고수를 만나 무공을 전수받게 된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도대체 공존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세계, 그것이 무협지의 세계다.

 

반면에 글쓰기의 세계는 이와는 아주 다르다. 각 분야의 고수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같은 분야에서도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함께 어울린다. 또한 절대적인 비급이라는 것은 없다. 다들 자기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잘 쓰는 사람일 뿐, 굳이 남과 비교를 하거나, 남과 대결을 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절대 무공비급이 하나이어야 한다면 글쓰기에 관한 비급은 여러 개, 아니 사람에 따라 다 다를 수도 있다. 이 말은 누구나 글쓰기의 비급을 얻을 수 있단 말이다. 이 책은 그러한 글쓰기의 비급 중 하나이다. 우리에게 많이 친숙한 이외수라는 작가가 쓴.

 

그래서 이 책에서 지은이는 이렇게 주장한다. "글은 정신의 쌀이다"

 

쌀로 밥을 해먹든, 죽을 해먹든, 떡을 해먹든 그것은 쌀을 가진 사람의 자유다. 그에게 뭐라고 말할 필요가 없다. 마찬가지로 글도 자신이 어떻게 사용하든 그것은 누가 뭐라고 할 것이 못된다. 다만 정신의 쌀이기에 정신을 축내는 글은 비난을 받아야 하고, 그런 글들은 없어지게 해야 한다. 이와는 반대로 정신을 풍요롭게 하는 글들은 칭찬을 받아야 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읽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서 글쓰기의 비법은 단순하다. 우리의 정신, 우리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해라. 이게 글쓰기의 비법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순차적으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살아있는 말(생어)을 써라로 시작을 한다. 물론 이 전에 단어들을 수집하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숨을 쉬어야 한다는 말과 같다고 보고, 숨을 쉰 다음에는 더 나은 삶을 위해 우리 자신이 어떤 활동을 해야 하듯이 그 단어들을 활용할 때 살아 숨쉬는 말을 먼저 쓰는 연습을 하라고 한다. 살아 있는 말, 이는 바로 우리가 지닌 다섯 가지 감각을 자극하는 말을 쓰라는 얘기다. 한자어와 같은 관념적인 말보다는 우리의 눈, 코, 귀, 입, 촉감 등을 상기시키는 말을 쓰면 글이 살아난다는 것이다.

 

이렇게 단어에서 시작하여, 문장으로 나아가고, 문장에서 다시 창작으로,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명상의 장이라고 하여 정리를 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좋은 글은 무엇보다도 진실한 마음으로 쓴 글이다. 예전에 이오덕 선생이 살아있는 글쓰기를 주장했듯이, 이건 특별한 어떤 사람만의 주장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도 글쓰기를 잘하려면 가식, 욕심, 허영을 버려야 한다고 한다.

 

결국 글은 머리로 쓰지 말고, 가슴으로 쓰란 얘기다. 무언가를 화려하게 꾸밀 생각을 하지 말고, 마음에서 우러난 진실을 쓰라는 얘기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나뿐만이 아니라 주변의 모든 것들을 온몸으로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 자세를 지녀야 한다.

 

지은이는 이렇게 말한다.

 

"글쓰기는 장님이 외부의 사물을 온몸으로 감지하면서 외나무다리를 건너가는 행위와 흡사하다. (139쪽)"

 

많은 예시들을 제공해주고 있어, 단지 이론으로가 아니라 실제로 글쓰기를 연습해 볼 수 있는 책이고, 또 글이 읽기에도 편해서 부담없이 읽을 수도 있다. 굳이 전문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누구나 글쓰기를 하고 살고 있으니, 이 책은 어느 특정한 집단에게만 유용한 책이 아니다.

 

글쓰기 하면 머리부터 내두르는 사람,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길게 쓸 수 있어 하면서 무언가를 쓰라고 하면 세 줄을 넘기지 못하는 사람, 늘 쓰던 말만 쓰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이 책을 반드시읽어야 한다.

 

정보화 시대에는 글을 쓰는 일이 없어져 이런 책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 사람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정보화 시대라도 자신의 생각을 말로도 표현하지만, 글로도 표현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잘 표현할 수 있다면, 그건 어느 시대건 사람에게 유용한 재산이지 않을까.

 

덧말

 

표현법 중에 182-183쪽에 제유법과 대유법이 나왔는데, 보통 학교에서는 대유법이라고 통칭을 하고 이 책에서 이야기한 제유법은 그냥 대유법의 한 종류인 제유법, 그리고 이 책에서 이야기한 대유법을 대유법의 한 종류인 환유법이라고 한다.

즉 학교에서는 대유법이 큰 개념이고, 이 대유법에 제유법(사물의 일부로 전체를 대신)과 환유법(사물의 속성으로 전체를 대신)이 있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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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빼앗긴 사람들 - 생체 리듬을 무시하고 사는 현대인에 대한 경고
틸 뢰네베르크 지음, 유영미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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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표지에 이렇게 쓰여 있다.

 

'생체 리듬을 무시하고 사는 현대인에 대한 경고'

 

무시무시하다. 생체리듬을 무시하고 사는 일이 우리 자신이 시간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시간의 노예가 되어 사는 모습이라는 얘기이기도 하니 말이다.

 

시간, 우리 인간에게 필수적인 요소이고, 또 한정되어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시간을 아껴 써야 한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한정된 시간을 더 많이 쓰는 길은 잠을 줄이는 길밖에 없다고 한다.

 

마치 '모모'에 나오는 회색신사들이 시간 계산을 하여 여유롭게 살고 있던 사람들을 시간에 쫓기게 만드는, 자신의 시간 흐름대로 살던 사람들에게 정해진 시간의 흐름을 따르게 만드는 그런 모습이 연상된다.

 

과연 우리는 시간의 주인일까?

 

자신만의 생체 리듬에 따라 생활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현대 세계에선 극소수에 불과하리라.

 

시간조차도 기술문명에 맞춰 분절되고, 표준화되어 나만의 시간이란 특수한 경우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간의 생체 시계가 있을까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들이 생체 시계를 가지고 있다면 어떤 생활이 생체 시계에 맞는 생활일까를 추적한다. 아니, 거꾸로 이야기해야 한다. 어떤 생활이 생체 시계를 거스르는 생활일까를 이야기하고 있다.

 

우선 사람들을 아침형 인간(종달새)과 저녁형 인간(올빼미)로 나누는 구분이 그리 좋은 구분이 아님을 이야기한다. 사람이란 이렇게 무 자르듯이 딱 잘라 구분할 수 없으니 이 주장은 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의 생체 시계가 모두 같다는 얘기는 성립하지 않는다. 기준을 정해놓고 보면 빠른 생체 시계를 지닌 사람도 있고, 느린 생체 시계를 지닌 사람도 있다. 그것이 사실이고, 이들은 그러한 생체 시계의 차이로 인해 활동도 달라진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세계의 시간이 표준화되었다는데 있다. 획일화된 시간으로 같은 시간에 같은 행동을 하기를 요구한다. 이런 요구에 어떤 사람은 잘 적응하고 활동하겠지만, 어떤 사람은 적응이 안되어 힘들어하거나 도태되기도 한다.

 

지금 대부분의 표준화된 시간이 빠른 시계를 지닌 사람에게 유리하기에, 느린 시계를 지닌 사람은 힘들어 하면서 지낼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대표적인 사항이 바로 학교 수업시간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잠에서 덜 깨어 있는 상태에서 수업을 받게 되니, 수업의 효율성이 있을 리 없다.

 

즉, 청소년기의 생체 시계는 느린 시계이기 때문에 이들은 자연스레 야행성이 될 수밖에 없는데, 우리는 그런 생체 리듬을 무시하고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문제를 고치려고 하는 노력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렇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와 마찬가지로 2교대 근무도 사람을 힘들게 만든다고 한다. 생체 리듬이 흐트러지기 때문인데, 사람의 신체 리듬을 무시하는 작업은 별로 좋지 못하다는 주장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을 읽는 장점은 무엇인가?

 

왜 우리는 생체 리듬, 신체 시계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가?

 

그건 이걸 알면 우리는 사람을 일면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다양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 사람은 신경질적이야 하는 대신, 저 사람이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관계를 잘 유지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또한 청소년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또 사람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을 수 있게도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아는 것이 힘이다"는 속담을 떠올리게 된다. 인간의 신체 시계에 대해 몰랐을 때와 알게 되었을 때 사람들끼리 관계를 맺는 방식이 달라지고, 좀더 유연하고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일에 허덕거리며 힘들어 하는 사람,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잘 맺지 못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주위에 있는 사람, 한 번 읽어 보자. 특히 교육자들은 읽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바로 사람을 상대하기 때문이다. 아주 다양한 신체 시계를 지니고 있는 사람을.

 

예화와 해설로 구성되어 있기에 전문적인 내용이기는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많이 어렵지는 않다. 저자가 동료 학자들을 대상으로 쓰지 않고, 일반인들이 읽을 수 있도록 썼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사례, 마치 나와 같은 사례가 많이 있으므로, 읽는 재미도 쏠쏠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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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뇌
리처드 레스탁 지음, 임종원 옮김 / 휘슬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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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새로운 뇌라고 하지만, 이 책도 이미 2003년에 발간된 책이고, 우리나라엔 2004년에 번역이 된 책이니, 새롭다기보다는 오래된 뇌 이야기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예전에 읽고 다시 읽어보니, 뇌에 대해서 이렇게 간략하게 쓰기도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간에 뇌에 대해 알려진 이야기들을 정리해서 알려주고 있으니, 뇌에 대해서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하는, 똑똑한, 산만한, 불안한, 행복한, 현대의, 우울한, 고장난, 새로운이라는 관형어로 뇌를 수식하는 장들이 펼쳐지는데, 뇌는 죽을 때까지 변하기 때문에 어떤 고정된 무엇으로 인간을, 또 뇌를 판단하지 말라는 얘기는 이제는 새로울 것도 없는 이야기가 되었지만, 아직도 우리는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둥, 변하면 죽을 때가 다 되었다는 둥 하는 말들을 하니, 이것이 얼마나 잘못된 말인지 알 수 있고, 뇌는 정말로 똑똑하다는 사실, 그리고 산만한과 불안한은 우리의 지금 현실과 연결지어, 우리의 환경이 우리를 얼마나 산만하게 하고, 불안하게 하는지를 생각해보아야 하고, 뇌가 이러한 환경의 영향을 받기에 우리의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마찬가지로, 행복한, 현대의, 우울한, 고장난도 환경과 인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의 장점이 바로 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모든 것을 뇌가 결정한다는 식으로 이끌어가고 있지는 않다는 데 있다. 만약 뇌가 전부라면 우리 인간은 무엇이겠는가? 뇌가 조종하는 대로 움직이는 기계덩어리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새로운 뇌라는 마지막 장에서 윤리와 뇌과학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뇌과학이 발전하면 할수록 윤리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 책은 마지막 부분에서 제기하고 있으니...

 

한 때 유행했던 게놈프로젝트(유전자지도 발견 및 만들기)와 인간 복제를 생각해 보면, 과학은 윤리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사실을 다시 인식하게 된다.

 

예전에 도대체 우리의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심장일까, 뇌일까 하는 고민을 한 적도 있고, 그러한 것을 밝혀내기 위해 노력한 과학자도 있다는데...

 

많은 부분을 우리는 뇌에 의지하지만, 우리의 모든 것이 뇌는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뇌과학은 우리의 삶을 풍부하게 하는데 도움을 주는 학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고 본다.

 

뇌에 관한 입문서 정도라고 할 수 있는 책이지만, 오히려 뇌와 인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덧말

 

이런 이런, 이 책이 절판이란다. 헌책방에서나 구해야 하나 보다.

혹시 다시 나올 때면 78쪽 중간부분의 "생각하는" 뇌와 "느끼는" 뇌 사이의 균형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데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문장이 있는데, 한 단어가 빠졌는데...불안정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는, 또는 작용하는 정도의 말이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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