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 - 용서받을 자격과 용서할 권리에 대하여
시몬 비젠탈 지음, 박중서 옮김 / 뜨인돌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든 용서는 아름답지 않다. 어떤 용서는 더 큰 폭력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용서를 하지 않아야 할 때도 있다. 그러니 '모든'이라는 말을 용서에 붙이면 안 된다. 


유대인 학살에 가담한 나치 SS대원이 죽을 때가 되어서 유대인에게 자신이 한 행동을 용서해 줄 수 있느냐고 한다.


그 말은 들은 비젠탈은 침묵을 지키고 그 방에서 나온다. 그리고는 그 일이 마음에 남아 있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의견을 묻고, 세월이 흐른 뒤에도 과연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질문한다.


이 책은 그러한 비젠탈이 경험한 내용과 질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보내준 사람의 글을 모아놓았다. 자, 과연 용서를 할 수 있을까? 


학살에 가담한 행위를 용서받을 수 있을까? 이미 사람들은 학살당해 죽었는데, 그들은 용서를 할 수가 없는데... 또한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은 사실을 같은 유대인이라고 대표로 용서를 할 수 있는가? 그리고 독일인은 진정으로 참회했는가? 


다양한 논점에서 이야기를 할 수가 있다. 그럼에도 정답은 없다. 상황에 따라서 또 사람에 따라서 용서에 대한 개념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라면 어떻게 했겠는가? 글쎄 개인의 차원과 집단의 차원이 있고, 용서할 수 있는 문제가 있고, 용서하지 못할 문제가 있다. 또한 비슷한 상황에서 다르게 행동한 사람도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입은 피해를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대표로 용서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도 있다.


비젠탈이 침묵을 지키고 용서를 하지 않은 일은 이해할 수 있다. 그가 용서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을 학살하고 자신의 죽음에 임박해서 용서를 구하는 일은, 진정한 참회가 아니라 자신의 만족을 위한 일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청준이 쓴 '벌레이야기'와 그 소설을 영화로 만든 '밀양'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온다. 용서의 문제... 누가 용서를 해줄 것인가? 당사자가 용서를 하지 않았는데, 가해자가 다른 존재에게서 용서를 받을 수 있는가?


다른 존재에게 용서를 받기 전에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참회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행동을 해야 한다. 용서를 받느냐 마느냐를 생각하지 않고, 진정한 참회는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그냥 해야 한다.


용서는 구하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다. 가해자의 행동을 보고 피해자가 결정할 문제다. 그것이 용서의 의미다. 그런데 가해자가 당사자도 아닌 그 집단의 일원인 한 사람을 제멋대로 대표로 설정해서 용서를 해달라고 한다?


그러면 안 된다. 이는 진정한 참회가 아니라 자기만족일 뿐이다. 용서를 구하는 사람을 용서하지 않았다고 해서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이는 비젠탈이 용서를 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비젠탈 역시 유대인으로 희생자에 속하지만, 학살을 당한 사람들을 대표할 수는 없다.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바로 침묵이었다. 그 침묵 속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데, 나치가 저지른 일에 대해서 용서 운운할 말이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나치 대원은 진정 참회를 했다면 유대인을 불러서는 안 됐다. 그들에게는 앗 하는 순간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자신의 말을 들어달라고 아무 유대인이나 불러달라고 한 그의 행동은, 아무 유대인이라는 말에 진정한 참회가 담겨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아무 유대인이라니, 유대인들이 개개인으로 존재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 당시 유대인이 개인 행동을 했다가는 사살당하기 십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오로지 자신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유대인을 아무나 불러달라고 하다니...


그가 만약 유대인들의 상황에 대해 생각을 했다면 그런 행동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진정 참회하려면 수용소장을 통해서 공식적으로 유대인 중에서도 그들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을 보내달라고 요청했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의 말을 듣는 유대인도 위험에 빠지지 않게 된다. 그런 절차, 행동을 하지 않고 무작정 아무 유대인이나 불러달라고 한 것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진정으로 참회했다고 할 수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 책 제목 '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에 대해서 아니다. 모든 용서는 아름답지 않다고 답하겠다. 어떤 용서는 오히려 악을 조장하고 수용하게 하기도 하니까. 또 어떤 용서는 진정한 참회가 아니라 자기만족에 불과하기도 하니까.


이 책을 읽으면서 영화 '밀양'에서 주인공이 절규하면서 하는 말, 내가 용서를 안 했는데, 어떻게 용서를 받을 수가 있지라는 말. 그렇다. 용서는 피해자가 하는 일이다. 가해자가 받고 싶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가해자는 자신이 잘못한 일을 바로잡기 위해서 행동해야만 한다. 피해자가 용서해주든 해주지 않든. 그것이 참회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도 쉽게 용서를 언급하지 않는가. 너무도 쉽게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을 편협한 사람이라고 비난하지 않는가. 그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용서로 인해 악이 근절되지 않고 있지 않은가.


용서를 구하기 전에 진정으로 참회를 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을 고쳐야 한다. 그때서야 용서라는 말을 할 수가 있다. 이것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막시무스 2022-09-07 2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저는 이 책 읽다가 조금 남기고 중지중인것 같은데 리뷰 덕분에 완독의지를 다져 봅니다!ㅎ 즐거운 저녁시간되십시요!

kinye91 2022-09-07 21:0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2부에 실린 비젠탈이 제기한 문제에 대한 답들이 여러 생각을 하게 해요. 그 점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하라 2022-09-08 1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kinye91님 즐겁고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kinye91 2022-09-08 13:49   좋아요 1 | URL
이하라 님께서도 즐겁고 풍성한 한가위 보내시길 바랍니다.

thkang1001 2022-09-08 14: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kinye91님! 행복하고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kinye91 2022-09-08 15:19   좋아요 0 | URL
thkang1001 님께서도 즐겁고 행복한 한가위 보내시길 바랍니다.

渼沙_常水 2023-02-27 1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살아남은자가 죽은이를 대신하여 용서를 할 수 없습니다. 살아남은 유가족 으로서 자신의 고통에 대하여 용서를 할 수는 있겠지만 거기까지만 입니다. 가해자는 잘못했다는 사과와 반성만을 해야 합니다. 용서를 구하는것 자체가 이기심입니다. 진정으로 반성한다면 용서를 받았다 하더라도 모든 죄책감에서 해방 될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됩니다

kinye91 2023-02-27 15:55   좋아요 0 | URL
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가해자는 사과와 반성만을 해야 한다는 말씀 요즘 더 새겨야 할 자세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스 함무라비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에 법정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를 끌었다. 법정 드라마가 가끔 나오는데, 검사가 주인공일 때도 있고, 변호사가 주인공일 때도 있다. 판사는? 잘 모르겠다.


법원의 세 축이 판사-검사-변호사다. 어느 한 축으로 기울지 않는다. 검사와 변호사는 서로의 주장을 법률 근거를 들어서 제시하고, 서로 다른 주장을 한다. 이를 통합해서 판단하고 판결을 내리는 존재가 판사다.


그런 판사들의 세계는 어떨까? 판사들의 세계는 알기 어렵다. 검사나 변호사는 언론에 자주 노출이 되는 반면 판사는 언론에도 잘 노출되지 않는다.


그리고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한다고 하는데, 판결문은 참 이해하기 힘든 말들이 많다. 그들은 법정 높은 곳에서 판결을 내리듯이 판결문에서조차도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늘어놓는다. 그래야 권위가 생기는가.


이 책은 판사들의 세계를 다룬 소설이다. 물론 완전 허구는 아니다. 작가가 판사고, 자신이 겪은 일들을 상상을 가미해서 표현한 팩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판사들의 세계를 잘 느낄 수 있다.


판사들에 대해서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우리나라 판사들은 판결을 할 때 망치를 두드리지 않는다는 사실. 


땅! 땅! 땅! 이것에 익숙해져 있는데, 그런 권위적인 모습은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하긴 판사도 사람인데... 사람이기 때문에 고민하는 모습, 그럼에도 법에 의해 판결을 내려야 하는 판사들의 고충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다양한 사건이 제시되고, 그 사건이 법원에서 어떤 판결로 이루어지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소설. 어떤 사건은 결말을 내지 않고, 또 1심 판결만 나오고 항소심에서 어떻게 판결이 내려질지는 독자의 상상에 맡기고 있다.


배석 판사 두 명을 주인공으로 삼아 법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소설. 소설 속에서 정의는 무엇일까? 법은 정의를 어떻게 실현할까? 그럼에도 법이 지니는 한계는 무엇일까까지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마지막 장이 국민참여재판으로 끝나고 있는데, 다수결이 아닌 끝장 토론을 통해서 만장일치로 결정하게 하는 모습은 왠지 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을 생각나게도 하는데, 다른 사람의 운명이 걸린 일이니 판사만이 아니라 국민들이 참여하는 방법도 좋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박차오름 판사의 활약상이 처음에는 통쾌하고 웃음을 자아내지만, 뒤로 갈수록 임바름 판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어서 통쾌함은 줄어들지만, 법에 대해서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함무라비 법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이것이 사실은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라는 점. 그렇다면 법관은 군림하는 사람이 아니라 약자를 보호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점. 또한 시민들 또한 자신들의 권리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점.


이것이 이 소설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 책에 나오는 이 말, '권리 위에 잠자는 시민이 되지 말라'는 말 명심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비거니즘 만화 (리커버 한정판) - 어느 비건의 채식 & 동물권 이야기
보선 지음 / 푸른숲 / 2022년 2월
평점 :
품절


비거니즘. 간단하게 말하면 채식주의라고 할 수 있다. 채식주의도 다양해서 하나로 정리하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그들이 지향하는 바는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아래 사진을 보면 채식주의자의 범주가 다양함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그러한 비거니즘에 대해서, 또 채식만이 아니라 사회를 살아가는 다양한 방법을 만화로 표현하고 있다.


  왜 비건이 되었는지 부터 시작한다. 비인간 동물도 슬픔과 고통을 느낀다는 진실이 주인공을 비건으로 살아가게 했다고 한다.


  이는 바로 공감이다. 다른 생명체에 대한 공감.


  그렇다고 먹지 않고 살기는 힘들다. 먹어야만 살아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다른 생명의 목숨으로 자신의 목숨을 이어간다.


  우리 목숨은 다른 목숨에 빚지고 있는 셈인데, 그렇다면 이 소중한 목숨들을 내 목숨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 반드시 공감이 필요하다.


  다른 존재에 공감하는 능력, 그런 공감이 있으면 꼭 비건이 아니더라도 세상을 바꿔갈 수 있다.


  이 책의 장점이 바로 이것이다. 당신들은 비건이 되어야 해. 꼭 채식을 해야 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다만 다른 존재들에게 공감하고, 가능하면 다른 존재들과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실천하자고 한다.


  육식을 끊지 못하겠으면 적어도 동물복지를 실천하고 있는 농장에서 나온 고기를 먹자고 한다.


  공장식 축산이 아닌 동물들이 어느 정도는 복지를 누리면서 살게 해주는 그런 육식. 


  제품에 '동물복지'라는 표시가 있다고 하니, 비건이 아니더라도 그런 실천, 비록 가격은 조금 더 비싸지만, 그런 실천들이 모이면 동물들 복지도 좋아지고, 그만큼 우리 세상도 행복한 쪽으로 움직이리라고 주장한다.


한꺼번에, 또 단 한 번에 행복으로 가는 길은 없다고 한다. 천천히,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면 된다고 한다. 그래서 '해야 해'라는 말보다는 '하고 싶다'라는 말로 자신의 마음을 바꿔보자고 한다.


그렇게 행동하고 싶다고 하는 마음으로, 조금씩 자신의 삶을 바꿔가는 일. 그 일은 꼭 비건이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다른 생명들을 위해서 또 지구를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면 된다.


제목은 '나의 비거니즘 만화'으로 채식에 관한 내용도 많지만, 집 안에서만 생활하는 무기력했던 삶에서 비건이 되면서 점차 집 밖의 생활을 넓혀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도 흥미를 끌고, 점점 채식을 위한 장소가 늘어가고 있음을 잘 알려주고 있다.


편의점에서도 비건을 위한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고 하니, 비건은 이제 우리 삶에서 하나의 식사 모습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할 수 있는 일부터 하자. 당장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일. 이런 일도 비거니즘에 해당하고, 구제 옷을 사서 입는 일도 마찬가지고. 일주일에 단 하루만이라도 채식을 하는 때를 지닌다면 이 역시 비거니즘이라고 할 수 있다.


동물복지를 실천하는 곳에서 나온 고기를 먹는 일도 그렇고, 모피로 만든 제품을 입지 않는 일도 비거니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비거니즘이란 다른 생명체 또 지구에 공감해서 함께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태도(행동)라고 할 수 있다.


그 점을 이 만화는 잔잔하게 잘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인 아멜리의 생활을 따라가다 보면 비거니즘이라고, 비건이라고 마냥 어렵게 생각하고 있던 일이 내 생활에서도 실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지니게 된다.


그리고 작은 일이라도 실천하는 일이 행복으로 조금씩 다가가는 길임도 알게 되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최승자 지음 / 난다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은 책이다. 그러나 책에 실린 세월은 30년을 넘나든다. 긴 세월이 이 작은 책에 담겼다고 보면 되는데, 시인 최승자가 쓴 첫 산문집에다가 최근에 발표한 글을 합쳐 출판하였다.


몇 권의 시집을 읽었다. 시를 통해서 시인을 알 수도 있지만, 시인이 쓴 글을 통해서 시인을 알 수도 있다. 시인이 어떤 한 면만으로 규정되지 않기에 시인의 여러 모습을 산문을 통해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시인이 되는 과정을 담은 글도 있고, 왜 시를 쓰는가에 대한 질문을 한 글도 있고, 최근에 어째서 시집을 내지 못했는지, 본인이 정신질환을 앓아서 그랬단 이야기도 이 산문집에 있다.


이성보다는 감성으로 시를 쓴다는 시인. 어쩌면 시는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쪽이 더 울림이 클 수 있다. 


무슨 의미인지 명확하지 않아도, 의미 이전에 마음 속으로 들어오는 시. 마음 속에 자리잡고서 나가지 않는 시. 그런 시들이 있다.


어느 순간 팍 마음에 꽂히는 시. 그런 시를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도 있지만, 시인 자신도 잘 설명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최승자 시인이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에서 하는 이야기가 바로 이것이다. 그렇게 시인이 쓴 글을 통해 시인을 만나면서, 그가 쓴 시들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아직 외우고 있는 최승자 시는 없지만, 그럼에도 마음에 들어하는 시는 제법 있었는데...


이 산문집에서 친구, 맹희(이름은 명희라고 한다)라고 하는 친구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았다. 다른 눈을 가진 아이. 어쩌면 바로 시인들이 그 맹희와 같이 다른 눈을 지니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었으니...


반에서 분실사고가 생긴다. 범인에게 벌 주고 싶다. 아이들은 미꾸라지를 잡아 눈을 찌르면 범인도 미꾸라지처럼 눈이 멀 거라고 그렇게 하자고 한다. 많은 아이들이 그러자고 할 때 맹희는 반대했단다. 왜? 그럼 눈이 멀고, 눈이 멀면 보지 못하게 된다고. 그럼 슬픈 사람이 된다고. 좋지 못한 일이라고 했단다.(43쪽)


남들은 죄에 대한 책임을 물을 때 당하는 사람의 감정을 헤아릴 수 있는 눈을 지녔던 맹희만큼이나 시인들 역시 그러지 않을까.


그래서 사회와 동떨어져 있는 듯 보이지만, 시인들은 시를 통해서 사회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 산문집을 읽으면서도 마찬가지였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다 생물 콘서트 - 바다 깊은 곳에서 펄떡이는 생명의 노래를 듣다
프라우케 바구쉐 지음, 배진아 옮김, 김종성 감수 / 흐름출판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유지'라는 말과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말이 동시에 떠올랐다. 바다는 생명의 시원이라고 한다. 물이 없다면 생명체가 없다고 하고, 바다는 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바다 속에는 엄청나게 많은 생명들이 살아가고 있다.


넓고 깊고 풍부한 바다. 그런 바다 속에 어떤 생명들이 살고 있을까? 이 책에서는 플랑크톤부터 시작해서 가장 크다는 대왕고래까지 많은 생명체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심해에 사는 생명들까지 소개하고 있어서 바다 생명들의 다양함을 만날 수 있다.


멀리서 보면 마냥 평화로울 것 같은 바다 생명들의 세계, 하지만 이 세계에서도 죽고 죽이고, 먹고 먹히는 관계들이 있고, 서로를 보살피는 관계들도 있다. 모든 생명은 이렇게 연결이 될 수밖에 없는데...


그 중 영화 '니모를 찾아서'에 관한 이야기. 이 영화가 바다 생물학자들에게 제대로 고증을 받지 않았다는 이야기. 새로운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니모는 흰동가리 종류의 물고기라고 하는데, 이 물고기는 가장 큰 물고기는 암컷이고, 그 다음으로 큰 물고기가 수컷이라고한다. 생식을 담당하는 수컷. (85쪽) 암컷이 죽으면 생식을 담당하는 수컷이 암컷이 되고, 그 다음 큰 물고기가 생식을 담당하는 수컷이 된다고 한다. 


영화 '니모를 찾아서'에서 엄마가 죽었으니, 그 다음 전개는? 86-87쪽을 보면 18세 이상 관람가가 되었으리라 하는데... 엄마대신 아빠가 엄마가 되고, 니모는 아빠 역할을 하게 될 테니...


이렇게 바다 속 생명들의 세계는 우리가 잘 알고 있지 못한 사실들이 많다. 상어 역시 그렇게 위협적이지 않다고 하는데... 영화 '죠스'로 악명을 얻은 백상아리... 하지만 다른 면도 있다고 하는데, 이 책에 실린 이 구절, 참고할 만하다.


1916년 뉴저지 해변에서 발생한 공격 사건...다른 사람들은 백상아리 암컷이 공격의 주범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 일련의 공격 사건은 1974년 소설가 피터 벤츨리가 소설 [죠스]를 집필하는 데 영감을 주었다. 훗날 이 베스트셀러가 남긴 결과에 깊이 후회하게 된 작가는 그때부터 상어와 바다를 보호하는 일에 전력을 다했다. 소설이 출판된 지 불과 1년 후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이 소설을 동명의 영화로 제작했다. 이 영화는 전세계적으로 백상아리와 그 친족에 대한 두려움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오늘날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 연구자들은 인간에 대한 상어의 공격 중 다수가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추측한다. 상어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저 살짝 '시식'을 해보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188-189쪽)


그럼에도 사람들은 상어, 특히 백상아리를 지금도 두려워한다. 영화로 인해서 머리 속에 들어온 공포심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만큼 처음에 제기된 인상이 중요한데... 조심해야 한다.


또 우리는 말소리가 안 들리게 말하는 사람을 보고 '붕어냐?'고 하는데, 물고기들도 소리를 낸다고 한다. 바닷속이 아주 조용할 것이라고 추측하는데, 온갖 소리들로 가득 차 있다고 하니... 여기에 바다 생물들에게도 병원 역할을 하는 곳이 있고, 치료 물고기도 있다고 하니...


생명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육지나 바다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바다 생명의 풍부함, 신비로움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은 읽으면서 바다 생명의 신비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그러다 책 끝부분에 가면 인간의 문제로 돌아온다. 바다는 우리에게 공유지다. 그런 공유지를 함부로 대해 공유지의 비극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바다를 지키려는 노력도 있지만, 아직은 부족한 상황.


자칫하면 이 공유지의 비극이 인류의 생존에 큰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이 책 마지막 부분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생명의 보고를 인간이 깨뜨리고 있다는 현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바다를 지켜야 우리 생명을 지킬 수 있음을...


외계를 탐사하면서 외계 행성에 물이 있나 없나를 제일 먼저 파악하려고 하는데, 이는 물과 생명체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물이 가장 많은 바다를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대해, 공유지의 비극을 불러온다면 그것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하여 이 책은 바다 생명의 신비로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것을 지키는 일이 우리의 생명을 지키는 일임을 보여주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