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예쁜 것 - 그리운 작가의 마지막 산문집
박완서 지음 / 마음산책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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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글자가 참 예쁘다. 한 글자 한 글자 놓고 보면 잘 썼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웬지 아이들 글자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글자들이 모여 하나의 제목을 이루고 있으니,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산문집의 제목을 이루는 아이의 작은 발과 같다. 죽어가는 사람 옆에 있는 작은 생명력, 그 생명력이 발하는 예쁨, 그것은 마음 속에서부터 아이고, 예쁜 것이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되리라.

 

작은 제목이 '그리운 작가의 마지막 산문집'이다. 이런 제목과 어울리게 표지의 글자가 박완서 선생을 떠올리게 한다. 무언가 예쁨을 연상하게 하는. 

 

몇 년 사이로 내가 젊은 시절 읽었던 작가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이 세상을 떠나 다른 세상으로 가고 있는데, 이 산문집에는 그들과의 교류도 나와 있다.

 

박경리 선생, 화가 김점선, 김수환 추기경, 법정 스님, 장영희 교수 등등.

이들과의 추억, 그리고 이들을 기리는 마음이 잘 드러나 있는 글들. 읽기에 편하기도 하고, 박완서선생과 그들을 함께 생각하게도 하고.

 

이 산문집의 1부에 박완서 선생의 개인적인 삶이 드러나 있다. 개성에서 지내다 서울와서 지내게 된 일, 그리고 자신이 소설가가 되게 된 이유 등.

 

그래서 박완서 선생의 소설 중에서 "엄마의 말뚝"과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은 사람이라면 그래 그래 하면서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부분이 박완서 선생의 소설과 어느 정도 겹치고 있다면, 다른 글들은 박완서 선생의 인간적인 면모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갈하다. 이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그런 느낌.

 

글들이 이 산문집에 나와 있는 말처럼 글자들이 사막의 모래처럼 따로따로 놀지 않고, 글들이 모여 하나를 이루고 있다. 마치 온갖 나무와 풀들이 모여 동산을 이루듯이 박완서 선생의 글들이 하나하나 따로따로 놀지 않고 이들이 바로 박완서 선생을 이루고 있다.

 

이 산문집에서 박완서 선생은 박경리 선생을 대가라고 부르고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글을 썼지만, 이제는 박완서 선생도 박경리 선생 못지 않은 대가라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읽기에 힘들지도 않고, 마치 박완서 선생이 앞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이 우리는 그의 목소리를 듣는 듯이 읽을 수가 있다.

 

읽으면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리고 따뜻해진다. 작은 것 하나에도 마음을 줄줄 알았던 박완서 선생의 모습이 이 산문집에서 절절하게 느껴지니.. 자연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질밖에.

 

삭막한 시대, 따뜻한 글이 그리워질 때 가끔 펼쳐보고 싶은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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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해도 괜찮아 - 법륜 스님의 청춘 멘토링
법륜 지음, 박승순 그림 / 지식채널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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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들. 한참 꿈을 꿀 나이에 오히려 좌절과 절망을 배우고 있는 세대.

 

오죽하면 88만원 세대라는 말이 생기고 희망을 찾기 힘든 비정규직 세대라는 말이 생겼을까.

 

그러나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책도 있듯이 아픔을 겪고, 그 아픔을 이겨내는 일 또한 청춘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다.

 

백척간두 진일보. 그 험준한 곳에서, 더 이상 발을 디딜 곳이 없다고 생각되는 곳에서 자신의 전존재를 밀어내듯 한 발을 더 내딛는 용기, 그 용기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세대가 바로  청춘 아니겠는가.

 

고 장영희 교수의 글 중에서 "괜찮아"란 제목을 지닌 수필이 있다. 이 수필에서 장영희 교수는 자신에게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 말이 바로 이 괜찮아라는 말이라고 했다. 괜찮아. 힘든 사람에게 지금 네 상황은 견딜만해. 견딜 수 있어. 지금 네 모습 괜찮아. 이런 말.

 

법륜 스님이 아픈 청춘들에게 삶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있다. 방황해도 괜찮다고. 아니 오히려 방황을 해야 한다고.

 

방황을 하되 자신을 들여다 보라고. 원인을 외부에서 찾지 말고 바로 자신에서 찾으라고. 그리고 그런 자신을 사랑하라고. 자신을 사랑하다 보면 세상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우리가 많이 갈등하고 방황하는 이유는 어쩌면 원인을 나 자신에서 찾지 않고 외부에서 찾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외부에서 찾았기에 책임도 내 책임이 아닌 외부의 책임이고 그러다 보니 변할 가능성이 없는 외부에 모든 것을 투영하다 보니 자신이 더욱 상처받고 갈등은 해결이 안되고 하지 않았던가.

 

청춘들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과연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지는 법륜 스님도 말씀해주시지 않는다. 왜냐하면 행복이란 이것이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주변을 사랑하고, 자기 만족 하에 세상을 살아간다면 행복은 자연스레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주는 책이다.

 

자꾸 눈을 외부로 돌리고 있었다. 남을 의식한다는 사실을 의식하지도 못한 채 무언가 자신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쩌면 나를 판단하는 기준을 내 자신이 아닌 외부의 그 무엇에 두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책을 읽어가면서 꼭 청춘이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을 했다. 중년의 나이에도 아직도 외부의 기준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중년은 방황하면 안 되는가? 아니다. 중년도 방황해도 괜찮다.

 

우리의 삶은 언제나 현재에 있기 때문이다. 누구 때문에, 무엇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 이는 자신을 외부의 사슬에 얽매게 하는 구실에 불과하다.

 

나를 들여다보고, 나 자신이 책임을 지어야 한다. 기준은 나다. 그리고 책임을 질 사람도 나다.

 

남들보다 우선 나를 볼 수 있고, 내가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일을 해도,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아니 긍정적으로 대처하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방황해도 괜찮다. 우리는 언제나 흔들리는 존재다. 다만 그 책임이 나에게 있다는 사실. 그를 명심해야 한다. "나"를 보고 읽고 들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은 행복을 외부에서 찾지 않는다. 스님이 하는 얘기도 바로 이것이다.

 

마음이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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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인생 3라운드에서 詩에게 길을 묻다
최복현 지음 / 양문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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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시킨의 시를 연상시키는 제목이다.

어렸을 때 멋도 모르고 읊어댔던 그 유명한 시 구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과연 삶이 우리를 속일 수 있을까.

삶이 우리를 속인다기보다는 우리가 삶을 속인다고 보아야 한다.

이 책은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중년, 인생의 3라운드다.

인생을 죽음까지 이르는 4단계로 나눈다면 3단계는 이미 정상에 오른 단계이다.

앞만 보고 달려온 인생.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몰입한 인생.

눈은 오로지 앞만 보고, 발은 쉴틈도 없이 달리기만 했던 인생.

그런 인생에서 갑자기 정점에 이르렀다.

더 이상 발을 내디딜 곳이 없다.

백척간두에 선 느낌.

이제 눈은 하늘을 보지 않는다.

눈은 자신의 발밑을 본다.

무엇을 딛어야 하는지를 살펴본다.

지금껏 살아온 인생과 전혀 다른 인생이 펼쳐진다.

당혹스럽다.

이제껏 살아온 인생이 이것이었나.

미래를 생각하기보다 과거를 생각한다.

자꾸 자꾸 자기를 과거의 자기로 되돌리려 한다.

더이상 새로움을 추구하지 못할 때 주저앉고 만다.

그게 중년이다.

인생 3라운드다.

중년이란 말보다 3라운드란 말을 쓰겠다고 한다.

왜?

3라운드 하면 다음 라운드가 시작되리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이 3라운드에 무엇으로 힘을 얻을까.

시다.

나를 거리를 두고 볼 수 있게 해주는 대상.

시.

시는 거리에서 나온다.

나와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을 때 시가 나온다.

시를 읽는다.

나를 떨어뜨려 두고, 나를 보기 위해서.

이재무의 '신발'이란 시가 생각난다.

 

신발의 문수 바꾸지 않아도 되던 날부터

하나 둘씩 내 곁을 떠나간 친구여

하나 둘씩 내 곁을 떠나간 꿈이여

                                                                         - 이재무, '신발'  전문

 

이게 중년이다.

다시 이재무의 시다.

'마흔'이다.

 

몸에 난 상처조차 쉽게 아물어주지 않는다

그러니 마음이 겪는 아픔이야 오죽하겠는가

유혹은 많고 녹스는 몸 무겁구나

                                                                            -이재무, '마흔' 전문

 

이제는 몸이 무겁다.

새로움보다는 있는 것을 지키기도 버겁다.

자꾸 잃어간다.

더 많은 꿈을 잃어간다.

열정을 잃어간다.

하나하나 다 잃어가면서 하고자 하는 의지도 잃어간다.

잊어간다.

할 수 있음을.

해야 함을.

천상을 꿈꾸던 젊은시절을 거쳐 이제는 지상의 안녕을 지나 다른 피안을 세계를 꿈꾼다.

단지, 그것만이어서는 안되는데...

 

글쓴이는 이러한 중년을 인생 3라운드라고 하여 의미있게 살아야 한다고 한다.

그런 의미를 시에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많은 시들이 책 속에 나온다.

우리나라 시인부터 외국의 시인까지.

역시 인간이란 국적을 불문하고 보편적인 생각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여 인생 3라운드.

정신없음에서 정신있음으로,

자신을 잊음에서 자신을 찾음으로,

달리기에서 걷기로

인생의 행보를 바꾼다.

이를 시가 알려준다.

인생이란 이렇다고.

하여 생의 종착역에서야 깨달을 진리를 우리는 시를 통해 미리 깨닫게 된다.

삶이 더욱 풍요로와진다.

의미가 있어진다.

의미는 주어지지 않는다.

바로 찾아야만 한다.

그 찾음을 시가 도와준다.

인생 3라운드, 시를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진 때,

시를 통해서 더욱 의미있는 인생을 살 수 있다.

이 책이 하고자 하는 말이다.

 

덧글

좀 아쉽다.

많은 시들이 인용되었는데, 전문이 아닌 경우가 꽤 있다. 책의 부록으로 전문을 수록해주었으면 훨씬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는 특정한 시구로 감동을 주는 경우도 많지만, 그래도 그 시구로 감동받은 시의 전체를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찾기가 힘든 경우가 많으니.

물론 인터넷으로 찾으면 쉬울 수 있으나, 시를 통해 삶의 여유를 찾는 사람이 기계문명의 속도에 의존하는 역설을 범하고 싶지는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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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박석무 엮음 / 창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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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폐족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폐족이라? 출세할 수 없는 집안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하는데... 소위 말하는 친노 사람들 중에 이 말을 썼던 사람이 있다. 이제 우리는 폐족이 되었다고. 그런 폐족들이 다시 정계에 진출했다. 권력에 근접하고 있다. 다산이 말한 폐족과 친노 인사 중에 한 사람이 말한 폐족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정치권력을 잡고, 세상을 바르게 한다는 목표를 지니고 세상에 임하는 사람들에게 정치권력을 잡을 수 없음은 절망 자체일 수 있다. 그러나 정치권력과는 다르게 사람답게 사는 꿈을 사는 사람에게 폐족은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이다.

 

다산은 그래서 폐족이 되었다고 절망하거나 실의에 빠지지 말라고 한다. 더 좋은 기회 아니냐. 성인이 되기를 추구하는. 그래서 폐족이 되었다고 한탄하지 말고, 독서를 하라고 한다. 이 기회, 과거에 얽매인 공부가 아닌, 참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지 않느냐고. 왜 공부를 하지 않냐고 자식들을 훈계하고 있다.

 

위기에  처했을 때 그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이 다르다. 같은 폐족이지만, 다른 폐족이 된다.

 

2. 연암 박지원

가끔 궁금하다. 실학파의 거두라 할 수 있는 연암과 다산이 서로 만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다산은 정조가 총애하는 신하, 연암은 정조가 문체반정이라고 해서 거리를 둔 신하. 하지만 둘의 기본 공통점은 실학이다. 이 실학이 하나의 실학이 아니고, 다양한 학문이었을텐데, 연암의 글에도 다산의 글에도 상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북학파라고 하는 연암은 상업을 중시했다면, 다산은 농업을 중시했기 때문인가? 아니면 서로가 당파가 달라서인가. 연암은 노론 쪽이고, 다산은 남인 쪽인데...

 

연암은 비록 가난하게 살았지만, 그의 가난은 견딜만한 가난이었을 거고, 다산의 가난은 그야말로 견딜 수 없는 가난이었을텐데...

 

그 시대 같지만, 서로 다르게 살아간 사람들. 다산에게서 치열함을 느낄 수 있다면, 연암에게서는 어떤 여유를 느낄 수 있다고 할까.

 

3. 지금 우리 시대 다산은

지금 이 시대 우리는 연암에 가까운가, 다산에 가까운가? 아니 이런 질문이 부질없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 처지는 다산과 비슷하지 않겠는가. 자신의 힘으로 세상과 부딪쳐 살아가야 하는 사람, 그들에게는 세상에서 한 걸음 비껴나 세상을 관조하는 여유보다는, 세상 속에서 그 세파에 찌들면서도 세파를 이겨나가려는 의지를 지니는 치열성이 더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지금, 다산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격동의 시기다. 위기의 시기이기도 하고. 그래서 다산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음에 와닿는다. 비록 유배지에서 자식들에게 또는 형인 정약전에게, 제자들에게 보낸 편지글들의 모음이지만, 이 글들 하나하나는 지금도 유효하다. 우리가 마음에 새겨둘 만한 글들이 많다.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하는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글들이다. 두고두고 읽으면서 마음에 새길 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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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검사 그만뒀습니다 - 국민참여재판 1호 검사 오원근의 버릴수록 행복한 삶
오원근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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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을 읽는 이유는 뭘까?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에 대한 동경. 

나와는 다른 삶을 엿보는 즐거움.  

그런 삶들을 통해 내 삶을 돌아보는 성찰. 

한 평생 얼마나 많은 삶을 살지 몰라도, 우리는 책을 통해선 무궁무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더구나 이 사람처럼 검사에서부터 농부의 삶까지 경험하려한 사람의 삶을 읽는 데에는 더한 즐거움이 있다. 

책의 내용이 밝다. 읽으면서 따뜻해진다. 그래서 즐겁다. 

그렇다고 가벼운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삶에 커다란 충격을 준 사건들도 등장한다. 어찌보면 너무도 어려운 상황도 등장한다.  

전체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 부분은 자신이 검사를 그만두게 된 이유와 검사 생활을 하면서 만났던 사람, 또는 느꼈던 점이다. 여기서 우리는 검사의 맨얼굴을 보게 된다. 검사는 저 멀리 우리와는 별개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말이다. 

지나치게 검사에 대해서 우호적이거나 비판적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 그들도 하나의 직업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아직도 검사는 우리와는 조금 다른 위치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는 버리지 못했다. 

이 사람을 착한 검사라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검사 집단 전체에는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단 생각을 하니, 그래도 검사라는 직업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다. 

두 번째 부분은 자신의 이야기다. 그가 자라온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성공담이라기보다는, 지금의 나를 만들어낸 과거의 일들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개천에서 용이 난 이야기는 신물이 날 정도로 듣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 책의 두 번째 부분은 개천에서 용난 이야기가 아니라, 그 개천에서 아직도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라고 하면 된다. 그는 자신을 용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자신의 부모님의 삶도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으니 말이다. 

세 번째 부분은 농사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변산공동체학교에서 3주간을 지내기도 했고, 귀농운동본부에서 주관하는 귀농학교에도 다녔다고 한다. 궁극적으로는 농사를 짓고 싶어하지만, 현실적인 면에서 잠시 보류하고 있는 중인데... 

농사를 통해 생명의 존귀함을 알고, 세상을 좀더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농사는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이다. 특히 한미 FTA로 인해 농업이 죽어갈지도 모르는데... 농사의 중요성을 검사 출신인 사람이 이야기하니 더 반갑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 

결국 진실한 삶을 살려고 하는 사람에게 농사는 벗어날 수 없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나 할까. 물론 화학약품을 쓰지 않는 유기농업, 친환경 농업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말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고. 

네 번째 부분은 자신의 종교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불교신자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 자신이 노력한 부분들이 나타나 있다. 한 번에 깨달음을 얻지는 못하지만, 깨달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얼굴이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밝고 선한 기운을 보여주는 얼굴. 이는 자신의 마음이 그렇다는 증거이다. 

얼굴, 그 얼굴이 수행을 통해 변할 수 있다는 사실... 수행은 멀리, 어느 인적이 끊긴 곳에서만 할 필요가 없고, 자신이 사는 공간, 자신이 하는 일 속에서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금 명심하게 되었다. 

그가 검사 출신이든 아니든, 이 책에서는 올바른 삶을 살려고 노력한 한 사람의 이야기가 오롯히 나온다. 그래서 읽어가면서 마음이 따뜻해지고, 내 자신의 얼굴을 살펴보게 된다. 

현재, 이 어수선한 나라. 남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나 자신부터 고쳐나가는 모습을 지녀야 한다. 

만나는 사람들 모두의 얼굴이 찡그려지지 않고, 환한 밝음을 보여주는 얼굴들이기를 바란다. 그렇기 위해서는 나 자신부터 돌아보고, 덜어내고, 받아들여야겠다. 

이 책을 통해 내 삶이 더 풍요로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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