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더듬이 선생님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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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하는 건 그 학생이 외톨이가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거짓말을 하는 아이는 자신이 외톨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 거짓말을 합니다. 거짓말은 나쁜 게 아니라 쓸쓸한 겁니다." (340쪽)

 

이건 충격이다. 거짓말이 나쁜 게 아니라 쓸쓸한 거라는 말. 거짓말을 하는 아이, 외톨이가 되지 않기 위해 그런 말을 한다는 것. 그렇다. 그 아이의 외로움을 알고 받아들여주는 교사, 그래서 교사는 속는 것이 아니라 속아주는 것이라는 무라우치 선생의 말. 이 땅의 교사들이 명심해야 할 말이다.

 

"교사는 언제든,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떤 학생이든 그 아이를 외톨이로 내버려두어서는 안 됩니다……." (342쪽)

 

이런 교사, 정말 만난다면, 그 상황이 좋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행복일 것이다.

 

"외톨이가 둘 있으면 그건 이미 외톨이가 아니라고, 선생님은 그렇게 생각한단다. 선생님은 외톨이 아이들 곁에 있는, 또 한 사람의 외톨이가 되고 싶어. 그래서 나는 선생을 하는 거야." (51쪽)

 

짠하다. 외톨이 곁에 있는 외톨이 선생. 그러면 외톨이는 없는 거라는 선생. 학교라는 공간에 얼마나 많은 외톨이들이 있는가. 한 학교에 꼭 그런 외톨이들이 있다.

 

남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자신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그래서 더 외로운 외톨이. 외톨이임에도 외톨이로 지낼 수밖에 없는 외톨이.

 

당연하고 평범한 학교에서 당연하지 않고 평범하지 않은 학생이 외톨이가 된다. 이런 외톨이 곁에 있어주려고 선생을 한다는 무라우치 선생.

 

말을 더듬는 선생이다. 그것도 국어 선생이다. 치명적인 약점이다. 국어 선생이 말을 더듬다니. 그렇다면 무라우치 선생은 외톨이다.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다.

 

그는 정규직 교사도 아니다. 시간제 교사다. 일명 비상근강사. 우리말로 하면 기간제 교사다. 그런 그가 말을 더듬는 데도 교사를 한다. 중요한 것은 말을 더듬는 사실이 아니라, 어떻게 진실을 이야기하느냐다.

 

그는 중요한 것만 말한다고 한다. 자신은 중요한 것을 말하고, 곁에 있어주려고 교사를 한다고. 이런 사람을 교사라고 부르면 안 된다. 선생이라고 해야 한다. 앞서서 난 사람. 자신이 깨우친 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려는 사람.

 

그에게는 말더듬다는 사실이 장애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장점이 된다. 그는 외톨이기 때문이다. 외톨이기 때문에 또다른 외톨이 곁에 있어줄 수 있다. 곁에 있어주는 일, 무슨 말이 필요하랴. 그냥 함께 있다는 것 자체가 위안이 되는데...

 

꼭 해결할 필요는 없다. 소설에서도 해결을 하지 않는다. 그냥 진심만 전하고 있는 것이다. 진심이 통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선생이 해야 할 역할이다.

 

지식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곁에 있어주는 것, 무엇이 진짜 중요한지 알게 해주는 것.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짠해지기도 한다.

 

마지막 소설을 읽으며 마음에 무언가가 꽉 들어찬 느낌을 받는다. 이런 선생을 만났다는 것, 그것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 너무도 좋지 않은 상황이겠지만, 그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마음을 지니게 된다는 것이니, 행복한 일이다.

 

꼭 학생들만이 읽을 필요는 없다. 이 소설은 어른이 읽어도 짠해지는 소설이다. 외톨이가 어찌 학교에만 있겠는가? 학교 밖에도 외톨이는 많다. 이런 외톨이들 곁에 또 하나의 외톨이로 곁에 있어줄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세상에서 외톨이로 남겨지지 않을 것이다.

 

소설을 읽으며 그렇다. 중요한 것은 말로 전해지지 않는다. 마음으로 전해진다. 진심으로 통한다. 그리고 그렇게 중요한 것은 말없이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것이 된다.

 

학생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우리 모든 사람들에게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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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4
도리 힐레스타드 버틀러 지음, 이도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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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이라는 말과 '악플러'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어떤 글에 상대를 비방하는 댓글을 악플이라고 했다. 악플을 다는 사람들을 악플러라고 했고.  이 악플로 마음 고생한 사람들뿐이 아니라 목숨을 끊은 사람도 많았다. 그래서 악플에 대항하는 운동인 '선플'운동도 벌이고 했었는데...

 

인터넷,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다. 자신의 존재를 굳이 알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다. 사람들 사이에 소통의 폭을 넓혀줄 매체로 인터넷을 이야기한 이유다.

 

하지만 모든 발명품은 사람들 뜻대로만 사용되지 않는다. 핵폭탄을 전쟁을 끝내기 위한 평화를 위한 수단으로 만들었다고 하지만 어디 그런가? 오히려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는 너무도 공포스러운 무기가 되지 않았던가.

 

해충으로부터 우리를 구제해 주어 먹을거리 걱정 없게 해주었다는 농약은 어떤가. 생태계를 파괴해 해충뿐만 아니라 우리 인류에게도 재앙이 되고 있지 않은가. 특히 암을 유발하거나 온갖 질병을 일으키고 있으니...

 

여기에 유전자조작식물들은 어떤가? 우리들 먹을거리 걱정을 해소해 주기는커녕 다국적기업만 살찌우고, 우리들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게 만들었지 않은가. 기술발전이 인류를 꼭 좋은 방향으로만 이끌어가는 것이 아님을 많은 사례들이 보여주고 있는데.

 

인터넷이 그 대표적인 경우이기도 하다. 소통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는 인터넷이 사람을 죽이기도 하는 무기로 바뀌기도 하는 세상이니.

 

온갖 정보들이 날아다니는 인터넷에서 자칫 잘못하면 애매한 사람이 고통받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잘못이 없더라도 그 사람을 바보 만드는데 인터넷만한 매체도 없다. 순식간에 퍼지고 사실 여부를 판단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

 

좋은 의도로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만들고 학생들에게 자유롭게 의견을 이야기하라고 했다. 그러나 시작이 잘못되었다. 자, 학생들을 어떻게 이 사이트에 들어오게 하지?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학생들이 방문하지 않으면 학생들을 위한 사이트는 의미가 없어진다. 그렇다고 학생들은 이런 사이트에 별로 관심이 없다. 관심이 없으면 또다시 사이트는 의미가 없어진다. 좋은 의도로 만들었지만, 학생들 방문이 신통치 않을 때, 이 때 할 수 있는 일이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내용을 싣는 것이다.

 

최악의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투표를 하게 한다. 조금 흥미가 생긴다.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간 사이가 좋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좋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게다가 교사-학생 간에는 갈등이 일어날 소지가 많고 또 어느 정도 인기투표 역할도 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가 있다.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좋은 선생님이 아니라, 나쁜 선생님을 투표하게 했다. 첫 시작을 그렇게 하면 남을 트집잡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게 된다.

 

곧 '릴리'라는 여학생을 공격하는 글이 올라온다. 한 사람에 대한 공격이다. 판단을 어떻게 해야 할까? 표현의 자유를 무한히 허용해야 할까, 아니면 다른 사람을 비방하는 글을 삭제해야 할까? 그것이 검열일까?

 

이런 갈림길에 선 사이트 운영자들.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기로 한다. 표현의 자유, 이것이 곧장 '혐오 표현의 자유'로 넘어가는 것을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오죽하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이 불구경과 남 싸움 구경이라고 하겠는가. 그만큼 남을 비방하는 글은 쉽게 퍼진다. 사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하는데.

 

혐오 표현까지도 표현의 자유라고 허용해야 할까? 많은 사람들은 아니라고 한다. 아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표현의 자유는 상대에게 악의를 지니고 또는 악의를 지니지 않더라도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표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그것은 범죄다. 분명 혐오 표현은 범죄다. 이런 인식을 하면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더 생각하게 된다.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혐오 표현... 그것이 자신이 당한 일에 대한 복수라고 해도 정당할 수는 없다. 그것도 과거에 살이 쪘다는 이유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비방을 하니, 이는 더 용납될 수 없는 행위다.

 

이를 운영자들이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내버려둔 것도 문제다. 이런 과정이 계속되면서 결국 피해자는 견딜 수 없어서 도망치고, 경찰이 개입하게 된다. 경찰이 개입하더라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이 될까?

 

그렇지는 않다. 다만 소설은 해결이 될 실마리를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다른 성격의 사이트를 만드는 것. 여기서는 토론 사이트를 만든다. 토론을 하게 하고, 운영자들은 혐오 표현이 들어가나 들어가지 않나를 살피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인터넷을 떠나 직접 대면하여 이야기하는 것. 자고로 사과는 서면으로는 완전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인터넷으로도 마찬가지고. 방송으로도 마찬가지다. 직접 가서 얼굴을 맞대고 진심을 담아 사과를 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 다음 관계를 만들어갈 수가 있다.

 

읽으면서 우리나라 '서동요'가 생각난 것은 왜일까? 서동이 선화공주와 결혼해 잘 살았다더라로 끝나는 설화, 설화, 아주 옛이야기니까 망정이지, 사실 선화공주 처지에서는 비방을 당하고 쫓겨나는 계기가 바로 서동요 아니던가. 그야말로 잘못된 사실이 또다른 악플들과 만나 인생을 바꾸게 되는 계기. 그만큼 사람들 입은 무섭다.

 

익명의 공간인 인터넷에서는 더 무섭다. 그들은 '삼인성호(三人成虎)'라고 없던 호랑이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한다. 거의 스마트폰 속에서 사는 요즘 세대. 한 번 읽어보면서 자신은 어떤 스마트폰 생활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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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줘, 제발 주니어김영사 청소년 문학 1
엘리자베트 죌러 지음, 임정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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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끔직한 폭력이 일어나고 있다니... 어른들은 전혀 모르거나 또는 모른 채 하거나, 교사들은 알려고 하지 않거나 가리거나 그런 일이 비일비재 하다니.

 

독일이 배경일텐데, 교육에 관해서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앞서가는 그 나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아니 더 끔찍한 학교 폭력이 일어나다니...

 

다르다는 이유로, 별로 힘이 없다는 이유로 다른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받는 경우는 학교 교육이라는 제도가 생긴 이래로 계속 있어 왔다.

 

공동체 문화가 발전했던 예전에도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괴롭히는 존재는 어디에나 있었다. 다만 그것이 상대방이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이고 강도가 점점 세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빵셔틀이라는 말이 공연히 있는 것이 아니다. 돈을 주고 빵을 사오라고 하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 정도. 흔히 군대식 농담이라고 하는 100원주고 1000원짜리 빵을 사오고, 거스름돈 500원을 받아오라는 빵셔틀도 있었다고 하니.

 

학교라는 공간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건지. 지금도 간간이 학생들이 자살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또 폭력으로 숨졌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여전히 학교 폭력은 없어지지 않았다.

 

학교에서 학교폭력대책위원회가 건재하고, 해마다 소위 학폭이라고 하는 학교폭력대책위원회 회의가 열려 많은 학생들이 징계를 받고 있다. 문제는 이 학폭으로 인해 학교 교육이 망가지고 있다는 데 있다.

 

잘못한 학생을 처벌해야 하는데, 가해 학생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변호사를 대동하고 나타난다. 또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건다. 학교는 뒤숭숭해진다. 그동안 피해 학생은 어떤 보호 조치를 받기 힘들다. 왜 판정도 나지 않았는데 그러느냐고 또 시비를 걸기 때문이다.

 

결국 피해 학생은 나름대로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게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지만. 이런 상황에서 가해 학생들은 다시 버젓이 학교에 나오게 된다. 피해 학생이 함께 있는 학교에.

 

이때 피해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일. 학교에 기대할 것이 없고, 부모에게도 다른 어른들에게도 기대할 것이 없을 때 할 수 있는 일은 두 극단밖에 없다.

 

하나는 자살로 자신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일. 또다른 하나는 가해 학생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일.

 

자살이나 살인이 다른 원인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소설을 읽다보면 학교 폭력 희생자가 해결할 길이 없을 때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는지가 너무도 잘 나와 있다.

 

자신의 무력감, 두려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좌절감. 이런 상태에서 우선 도피를 하지만 가해 학생들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 그들은 피해 학생이 가는 곳마다 있기 때문이다.

 

가장 안전하다는 집으로 도피해 컴퓨터 게임에 빠져든다. 게임에서는 자신이 최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해 학생들을 죽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게임에서는 아무리 보복을 해도 그들은 다시 되살아난다. 현실에서 괴롭힘이 없어지지 않는다.

 

현실에서 상대에게 맞고, 게임에서 상대를 죽이게 되는 일이 반복이 되지만 문제는 해결이 되지 않고 점점 커져만 간다. 가해 정도도 점점 심해진다. 불법까지 저지르게 한다. 안 하면 가혹한 처벌이 따른다.

 

결국 자살을 생각하지만 왜 나만 죽어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를 괴롭힌 존재도 같이 데려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되면 그때는 살인을 계획하게 된다. 계획에서 실행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이 현실에서 기대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피해자는 극단으로 가게 된다. 더이상의 선택은 없다고 생각한다.

 

여기까지가 학교 폭력이 극한으로 치달았을 때 생길 수 있는 일이다. 이 극단까지 가게 하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문제는 바로 여기서 시작해야 한다. 관심, 전폭적인 이해. 말은 쉽다. 하지만 서로 살기 힘든 상황에서 별다른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이 일은 참으로 힘들다. 힘들지만 해야만 할 일인데...

 

가해 학생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유가 있다. 그들 역시 피해자일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치유를 해야 한다. 이들의 행동을 알게 되었다면 문제를 개인에게 또 가정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사회가 함께 치유에 참여해야 한다. 사회 분위기가 포용적인 분위기여야 하고, 폭력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분위기여야 한다. 여기에 피해자나 가해자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주는, 오랜 시간 그들과 함께 하면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하다.

 

가해자와 피해자, 동전의 양면같은 존재라는 생각을 해서, 피해자가 상처를 치유받고 존엄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가해자에 대한 치유 역시 함께 진행해야 한다. 그것이 비록 힘든 일일지라도.

 

또한 학교 폭력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학교 폭력은 사회 전체의 문제다. 사회가 껴안고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말이다. 그런 점을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책임을 특정한 개인에게만 물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이 책을 읽고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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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균형 우리문고 10
우오즈미 나오코 지음, 이경옥 옮김 / 우리교육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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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균형이 어느 순간 기우뚱 기울어진다면? 견디기 힘들어진다. 삶을 지탱하는 요소들이 많지만, 청소년기 때는 친구들이다.

 

친구들이 삶의 균형을 잡아준다. 오죽하면 청소년기 때는 고민을 털어놓을 대상이 가족보다는 친구라고 하겠는가. 그만큼 친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렇게 중요한 친구 관계가 어그러지면 그때부터는 지옥이 시작된다. 꿈을 키우는 학교는 죽음을 생각하는 학교가 되고, 끼를 발산하는 학교는 자신을 드러내면 안 되는 학교로 바뀌게 된다. 처절하게 삶이 불균형 상태에 빠지게 된다.

 

딱히 어떤 이유를 발견하는 것도 아니다. 이유가 명확하지도 않다. 그냥 어느 순간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그냥 무시당하는 정도를 넘어서 괴롭힘을 당하게 된다. 없는 존재가 아니라, 괴롭힘을 받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것에서 빠져나오는 방법. 참 찾기 힘들다. 많은 청소년들은 그래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이 소설에서 '마스무라 미즈에'가 택한 길이다. 미즈에는 투신을 한다. 그러나 죽지 않는다. 투신을 하면서 미즈에는 후회를 했다고 한다. 그 순간, 자신의 삶을 그렇게 내몬 자신에 대해. 그래서 미즈에는 다른 삶을 살기도 한다. 당당하게.

 

이런 미즈에를 보면서 주인공은 '나'도 용기를 낸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그렇게 자기 삶에서 균형을 찾아가려고 한다.

 

여기에 한 사람이 등장한다. '사라'라고 하는 어른. 이 어른으로 인해 나는 마음을 조금씩 열어간다. 비록 사라가 어떤 고민에 빠져 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사라를 만나면서 즐거움과 편안함을 느끼고 서서히 자신의 삶에서 균형을 찾아간다.

 

그러나, 사라 역시 삶에서 균형을 잃고 있기는 마찬가지. 어른이라고 완벽하게 삶의 균형을 유지하겠는가. 자신 역시 제 삶의 균형을 찾으려 몸부림치고 있지 않은가. 그것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을 뿐이지.

 

이런 불균형은 일탈 행동으로 나타난다. 우리가 만나게 되는 일탈행위들을 그냥 도덕적인 잣대로만 파악해서는 안 된다. 그 행동 뒤에 숨어 있는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소설에서는 그 점을 보여준다. 사라나 나나 결국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읽어내야 한다. 자신들이 일탈행위를 하는데, 그 일탈행위가 아무 것도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삶의 균형은 자신이 찾아야 한다. 그렇게 찾기까지 지켜봐 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 소설에서는 초록아줌마라는 신비한 존재가 나오는데, 그런 존재를 생각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꼭 초록아줌마가 아니더라도 나를 온전히 받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불균형에 처해 있던 삶이 균형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균형을 찾아가야 하는 존재가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것이 바로 온전히 나를 받아들여주는 존재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경쾌한 문체로, 짧은 문장들로 쓰여 있어 읽기에 편하다. 무거운 주제를 가벼운 문체로 이끌어간다고나 할까. 덕분에 청소년들이 읽기 편하다. 읽으면서 자신의 삶에서 균형을 잡는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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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형 대표시 선집
이기형 지음, 임헌영.맹문재 엮음 / 작가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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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기형 시인이 살아있었다면 올해 얼마나 기뻐했을까? 민주정부 10년이 끝나고, 다시 과거로 회귀하던 그 시절, 결국 새로운 전환을 보지 못하고 90이 넘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시인.

 

젊은 시절 여운형에게 감화 받아 그와 함께 일을 했지만, 여운형이 암살당한 뒤 글에서도 멀어졌던, 그러다 60이 되어가서야 다시 문학을 하게 된 시인.

 

젊은 시절, 뮤즈의 영감을 받아 왕성하게 시를 써나가는 다른 시인들과 달리 이기형 시인은 이순(耳順)이 되어서야 왕성한 시작 활동을 했으니.

 

많은 시집을 냈지만, 그 시집들은 통일로 귀결이 될 수 있으니, 북쪽에 어머님을 두고 온 시인, 그리고 분단의 현실을 누구보다 가슴 아파했던 시인.

 

남북이 하나되길 바랐던 여운형을 따랐던 시인. 그래서 그는 여운형을 기리는 시도 꽤 썼는데... 만약 그가 살아 있었다면 얼마나 기뻐했을까.

 

올 4월 27일. 역사적인 장면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역사적인 날이다.

기억해야 할 날이다.

아무 것도 없었다.

살짝 솟아나온, 한 걸음으로도 넘을 수 있는

결코 장벽이 아니었다.

서로 얼굴도 마주볼 수 있는

언제라도 넘을 수 있는

죽어야, 죽여야 한다,

욕만 하던, 총을 쏘던

피냄새가 진동하던

남북관계가

보이지 않는 장벽이 되어

우리들을 가로막았다.

철조망도 아니다.

지뢰도 아니다.

우리 마음이다.

좌와 우, 왼쪽, 오른쪽

세상, 어느 쪽에 서 있어도

가족은 가족, 민족은 민족

사람은 사람

똑같은 자리에 서 있을 수 없기에

각자 자기 편한 자리에 서 있을 뿐

그 자리에 섰다는 이유로

죽일 놈이 될 이유는 없다

쫓아내야 할 놈이 될 이유도 없다

이곳 저곳 함께 있어야 더 잘 살 수 있으니

보이지 않는 선,

이념

제 머리 속에서 나온 언어가

단단한 장벽이 되어

서로 밀어내고 막아내고 있는데,

머리가 아닌 발이

한 걸음만 내디딘다면

이 장벽은 아무 것도 아니다.

북측에서 내려온

김정은 국무위원장

환하게 웃으며 한 걸음 내디딜 때

남북을 가르던 장벽은

하나의 선에 불과했다

언제든, 누구든 넘을 수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보여줬다.

손 잡고 다시 한 걸음

북측으로 넘어감으로써

넘어왔다 넘어갔다 넘어왔다

이 말이 아니어야 한다

그냥 왔다갔다 할 뿐.

왔다갔다 할 수 있을 뿐

함께 걸으며 이야기하고

함께 나무를 심으며

이젠 전쟁이 아닌 평화를

비방이 아닌 대화를

적이기보단 한 민족임을

서로 보여주었다

남과 북 정상이

분단 상징, 판문점에서

어떤 장벽도 우리 앞에선

우리 발걸음을 막을 수 없음을

그렇게,

북한 정권이 수립되고

전쟁이 끝난 뒤

북쪽 최고지도자가

남쪽에 온 경우는 이번이 처음,

그것도 걸어서.

판문점, 남쪽에서

회담을 하고,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함께 음식을 먹으며

이젠 서로 대화하자고

이젠 서로 왕래하자고

전쟁이 아닌 평화가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그렇게, 하루,

우리는 웃으며

남북 정상이 만나는 모습

남북 정상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만나야 할 미래를

그날 보았다

한 핏줄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나라가 됨을 인정하지 않던

-그럼에도 유엔엔 동시 가입을 했으니

하지만 삼국시대도, 후삼국시대도 겪었떤

우리 아닌가.

좀더 길게 함께 공존해야 한다면

두 나라면 어떠리

차라리 두 나라가 되어

친밀하게 교류하는 두 나라가 되면

여권만 있으면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이 되고,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될텐데

실질적 섬나라가 아니라

대륙으로 뻗어갈 수 있는

기차 타고 유럽으로 갈 수 있는

나라가 될텐데

이산가족의 아픔도 많이 사라질텐데

북한 어느 곳도 못 가볼 곳이 아니고

남한 어느 곳도 못 와볼 곳이 아니니

언제든, 누구든 만날 수 있는

관계가 될 수 있을텐데

괴뢰가 아니라

정당한 나라 대 나라가 되면

서로 더 많은 교류, 협력이 이루어질텐데

자주 만나다 보면

이젠 더 정도 들고

차이도 많이 없어져

-통역 없이 정상 회담을 하는,

미묘한 어감 차이를 서로 알 수 있는

대화 상대-

통일이란 길에 더 빨리 들어설텐데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생각도 하며

우리 아이들이 총을 억지로 들지 않을

그런 시대가

'국가보안법'이라는 유령이

이제는 활보하지 못하는

밝은 대낮 세상이 되어야 함을,

두 정상 환한 미소

속에서 보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더 건강해서 오래

그 자리에 있어야

-세상에 이거 국보법 위반 아냐?

남북 화해 분위기가 더 오래 가고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가을에 평양에 오라는 초청을

흔쾌히 수락한 문 대통령이

다시 다음해 봄에는 서울에 오라고

그래서 봄엔 서울서,

가을엔 평양에서

한 해 두 번 남북 정상들이

정기적으로 만날 수만 있다면

이 만남들이

다른 만남들을 이끌어 낼 수 있을텐데

더 많은 만남들이 모여

통일 물결이 될 수 있을텐데

한 밤의 꿈은 아닐지니

이건 우리가 꾸는 낮꿈

희망이 실현되는 첫걸음일지니

수구들이 뭐라 해도

뚜벅뚜벅 제 길을 가야 한다

2018.04.27.

우리 역사에 길이 남을 그 날

함께 선을 왔다갔다 한 두 정상

장벽이 우리를 막을 수 없음을 보여준

별것 아닌 그 장벽을

머리가 아닌 발이 너무도 쉽게

넘을 수 있음을

우린 보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두 발임을

머리는 잠시 쉬어도 됨을

그날

우린 축배를 들었고

우리나란 조금 더 가벼워지고

조금 더 밝아졌다

수구들이 활개치기 힘들게

유령이 나올 수 없게

그렇게 밝아졌다.

 

이런 생각. 이기형 시집을 읽으며 다시 떠올랐다. 무려 세 번이나 정상회담을 한 올해. 통일로 한 발짝 더 다가간 올해. 적어도 남북 군사 긴장만은 많이 해소된 상태. 그렇게 시인이 꿈꾸던 통일 시대로 우리가 들어섰다는 생각을 한다.

 

다양한 시들이 있다. 마음을 짠하게 울리는 시도 있는데, 그렇게... 읽으며 통일을 생각한다. 시인이 보았던 6.15, 10.4 정상회담에 이어, 더 통일로 다가갔음을, 시인이 저승에서 활짝 웃으며 이 과정을 지켜보고 있음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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