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반역자들 - 역사에 도전한 여성 운동가 봄볕 청소년 4
조이 크리스데일 지음, 손성화 옮김 / 봄볕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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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에 대한 논의가 여전하다. 이 말은 여성들이 아직도 남성에 비해 차별을 받는다는 얘기다. 운동은 막힘이 있을 때 드러나기 때문이다.

 

최근에 채제공이 쓴 만덕전을 읽었다. 아주 짧은 글인데, 이 글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당시 제주에는 여성들이 뭍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법이 있었다는.

 

그런데 흉년으로 백성들이 굶어죽을 때 백성들을 구휼해진 공을 세운 만덕에게 소원을 물으니, 서울과 금강산 구경이라고 했단다. 제주 여성이 할 수 없는 일. 만덕은 이 일을 해내고 만 것. 이렇게 제주여성에게 주어졌던 틀을 만덕은 깨고 새로운 길을 만들었다.

 

이는 만덕만이 아니라 다른 여성들도 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선구자 역할을 하는 사람. 비록 그는 힘들게 그 시대를 살아갔을지라도 그로 인해 세상은 좋은 쪽으로 한 발 더 움직이게 되었으리라.

 

그럼에도 우리는 여성들에 대해서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 기록이 적은 이유도 있지만, 알게모르게 차별을 해서 여성을 역사에서 제외시킨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례로 만덕은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지금 우리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만, 500년이 넘는 조선 역사에서 여성 인물들의 이름과 한 일을 이야기 하라고 하면 몇 명이나 들 수가 있을까?

 

조선시대 여성이라? 신사임당, 허난설헌, 황진이, 논개, 명성황후 그리고... 한참을 생각해야 한다. 이만큼 여성들은 잊혀진 존재였다. 분명 세상의 절반이라고 하는데도.

 

이 책은 서양 역사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했던 여성 10명을 소개하고 있다. 부끄럽게도 이들 열 명 중에 제대로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들어본 적은 있었다고 어렴풋이 떠오를 듯 말 듯한 사람은 있었지만 정말로 몰랐다.

 

이들로 인해 세상이 좋은 쪽으로 움직였음에도, 이들에 대해서 이렇게 모르고 지내온 것은 여성들이 차별을 받는 역사는 지금도 계속된다는 반증이리라. 이런 책이 계속 나와서 여성들도 역사 속에서 제 자리를 잡고 있는 중이기는 하지만. 한 번 살펴 보라. 몇 명이나 알고 있는지.

 

올랭프 드 구주, 소저너 트루스, 사로지니 나이두, 루스 퍼스트, 글로리아 스타이넘, 존 바에즈, 레일라니 뮤어, 템플 그랜딘, 미셸 더글러스, 섀넌 쿠스타친

 

페미니즘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글로리아 스타이넘 정도, 음악에 관심있는 사람이면 존 바에즈 정도. 

 

올랭프 드 구주, 프랑스 대혁명 시기에 여성의 권리를 주장한 사람. 이 사람 이름은 잘 기억하지 못해도 이 말은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이 단두대에 오를 권리가 있는 것처럼 연단에 오를 권리도 가져야 한다' (24-25쪽)는 말. [여성과 여성 시민의 권리 선언]을 썼다는 구주는 결국 단두대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그가 주장한 여성의 권리는 지금까지 계속 쟁취되어 왔으니...

 

흑인 여성으로서 노예 해방을 위해 일했던 소저너 트루스. 간디와 함께 영국에 저항하는 비폭력 운동을 펼쳤던 사로지니 나이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에 맞서 싸우다 경찰이 보낸 폭발물로 세상을 떠난 루스 퍼스트, 페미니즘 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 그리고 베트남 전쟁 반대 등 평화의 노래를 불렀던 존 바에즈.. 이들은 유명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레일라니 뮤어에 오면 우리나라 한센병 환자들에게 했던 일들이 떠오른다. 우생학이라는 학문이 사회에 침투해 열성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고 판단된 사람들에게 자식을 낳지 못하게 불임 수술을 했던 시대. 그런 폭력의 시대에 그것을 폭로해서 바로잡으려 했던 사람. 레일라니 뮤어.  

 

자폐증을 앓아 오히려 동물들을 읽을 수 있게 된, 동물들의 복지를 위해 일한 템플 그랜딘. 인도적인 환경에서 동물들이 사육되게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 사람이라고 한다. 여기에 자폐증 환자에 대한 인식도 바꾸었고.

 

최근에 우리나라도 군대 내 동성애에 대해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동성애에 관해서는 군대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아직도 부정적인 관점을 많이 지니고 있으니... 하다못해 청소년 인권 조례에 성적인 지향 자유 항목이 있어서 조례를 거부하는 지방의회들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우리나라인데.

 

앞서 간다는 캐나다에서도 얼마 전까지 군대에서의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고 범죄 취급했다고 하니,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 노력한 미셸 더글러스의 일은 남의 일로 다가오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여전히 진행형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셸처럼 이미 앞서 간 사람, 틀을 깬 사람이 있으니, 우리나라도 틀을 충분히 깰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고.

 

마지막 인물은 너무도 어린 나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뜬 섀넌 쿠스타친이다. 선진국이라고 하는 캐나다에서도 원주민에 대한 대우는 형편없다는 사실, 그들에게 제대로 된 학교도 지어주지 않아 원주민 학생들이 학교를 지어달라고 청원하고 시위하게 되었다는 것, 그 사실을 널리 알린 쿠스타친.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틀을 깬 사람들을 소개해주고 있다. 단순히 소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세상을 바꾸려고 했다. 신영복의 글에 있는 말처럼, 세상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려고 한 사람들이다. 어리석은 사람, 우직한 사람인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있었기에 세상이 조금씩 변화한 것이기도 하고.

 

그러니 이들을 기억하자. 역사는 기억을 통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이 자리에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특히 세상의 절반인 여성들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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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홍,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법 - 긍정의 힘으로 인간을 위한 로봇을 만들다
데니스 홍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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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홍, 세계에서 알아주는 로봇 과학자라고 하면 된다. 그가 만든 로봇이 각종 국제 대회에서 상을 휩쓸어서 유명해졌고, 또 강연을 통해서도 많이 알려진 사람이다.

 

그런 그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나왔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법. 그가 살아온 과정과 로봇에 대한 열정, 그리고 그의 로봇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단지 로봇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학문에 대한 이야기, 기술발전에 대한 이야기라 해도 좋다. 어린 시절부터 호기심을 지니고 자신이 좋아하던 분야에 발을 담그고, 그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이 데니스 홍이다.

 

이 책을 로봇에 중점을 두고 읽지 않고 한 사람이 자신의 일을 어떻게 성취해가는가를 중심에 두고 읽었는데, 그런 읽기가 더 감동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우선 그는 자신이 성공한 결과만을 보지 말라고 한다. 우리는 성공한 사람들을 보고 부러워만 하는데, 그가 성공하기 위해서 거쳤던 수많은 실패들에 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듯이 실패 없이 성공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데니스 홍만해도 박사과정을 마치고, 교수로 임용되는데 많은 실패를 거쳤다. 많은 대학에서 거절을 당한 것인데,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열정을 드러내 보였다. 그 다음 실패는 교수가 되어서 연구비를 타기 위해 냈던 제안서들의 실패다.

 

로봇을 연구하는 교수가 연구소를 운영할 자금이 없다면,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 또 자신의 연구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제안서를 냈는데 계속 거절을 당한다면, 그만한 실망도, 그보다 더한 좌절도 없을 것이다.

 

이때 포기한다면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다. 데니스 홍은 그 많은 거절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계속 나아간다. 그 결과가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교수가 되어 연구소를 운영할 때도 그는 자유롭게, 또 대학원생만이 아니라 학부생까지도 받아들여 공동연구를 한다. 대학이 학문을 하는 곳이라는 말을 그가 운영하는 연구소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이다.

 

세번째 좌절은 대학을 옮기면서일 것이다. 그가 대학을 옮기자 전 대학인 버클리 공대에서는 그가 그동안 만들었던 로봇을 주지 않는다. 그는 졸지에 자신의 로봇들을 모두 잃은 것이다.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하는 상황.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그는 다시 시작한다. 그에게는 로봇을 만들어야 할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행복. 우선 자신의 행복, 가족의 행복, 그리고 사회의 행복이다. 사회를 행복하게 하지 못하는 로봇이라면 그는 만들려 하지 않는다.

 

그는 확고한 목표가 있다. 그는 연구의 목적을 확실히 해야 한다(271쪽)고 한다. 연구의 목적은 바로 사회가 좀더 좋은 쪽으로 나아가게 하는데 있다. 그가 거부하는 것은 전쟁과 관련된 연구다. 전쟁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에 유익한 연구를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그의 로봇들은 그런 목표를 향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를 악용하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것으로 세 가지를 제안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인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인가"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인가"를 생각하라고 한다. 그래야만 꿈을 이룰 수 있다고...

 

그런 그가 만든 시각장애인이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에 관한 일화는 참으로 감동적이다. 시각장애인에 대한 그의 관점이 변해가는 것과,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생활을 할 수 있는 기술을 사회에 제공하려는 그의 노력이 마음을 울린다.

 

기술은 이렇게 우리들을 행복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그는 초등학교 때는 학생들이 무조건 놀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무거운 책가방, 선행학습을 위한 학원은 없애야 한다고... 여기에다 코딩 교육 열풍이 불었을 때 그가 우리나라 관계자에게 했다는 말.

 

추리소설을 읽히고 요리를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는 말... 컴퓨터 교육을, 코딩 교육을 물어본 사람에게 그가 한 이 대답에서 우리는 무엇이 먼저 실시되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논리력과 조직력을 키우는 것, 창의력은 그들의 뒷받침으로 생길 수 있는 것, 이들을 도외시한 코딩 교육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 지금과 같은 입시교육으로는 더이상의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것.

 

참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로봇과학자인 그가 어떻게 지금의 자리에 섰는지, 그는 어떤 관점에서 로봇을 만들려고 하는지, 로봇에 대한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라면, 또 자신의 꿈을 좇는 사람이라면 읽을 필요가 있는 책이다.

 

로봇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데니스 홍이라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이다. 더불어 많은 것을 생각할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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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여성 과학자들 - 왜 과학은 여성의 업적을 기억하지 않을까?
펜드리드 노이스 지음, 권예리 옮김 / 다른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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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여성만이랴. 우리 인류의 역사에서 기억되지 못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패자가 되어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사람도 많고, 공동연구를 했음에도 배제된 사람도 많을테니... 역사에 모두가 기록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특정한 성별, 인종, 신분 때문에 역사에서도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이 책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으리라 생각한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주류에서 배제된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하다못해 직업 앞에 '여'자를 붙이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남자들에게는 붙이지 않는 그 접두어를 여성들에게는 꼭 붙이는 경우가 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으니.

 

그러니 이 책에서 다루는 과학자, 수학자들이 활동했던 시대에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많은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대학에 진학해서도 청강만을 할 수 있었다든지, 우수한 성적으로 박사 학위를 받아도 교수가 되지 못하고, 교수가 되었어도 무급으로 강의하는 경우도 꽤 있었으니...

 

또한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은 경우도 있고.. 여러모로 여성들이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많은 제약이 있었던 시대였다. 그런 시대에도 그 장벽을 뚫고 자기 자리를 차지한 여성들이 있다. 여성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남긴 사람들. 그러나 당대에는 인정을 잘 받지 못했던, 인정을 받았더라도 겨우 말년에 가서야 받을 수 있었던 사람들.

 

모두 16명의 수학자, 과학자,, 의학자를 다루고 있다. 그 이름을 나열하는 것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알고 있는가? 또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루이스 부르주아 부르지에(여왕의 산파), 마리아 쿠니츠(천문학-은혜로운 우라니아 출간), 마리 뫼르드라크(화학), 라우라 바시(물리학), 오거스타 에이다 바이런(수학-컴퓨터 프로그램의 선조라고 할 수 있음),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우리가 알고 있는 간호사로서가 아니라 통계학자로서), 메리 퍼트넘 저코비(의학), 소피야 코발렙스카야(수학), 마리 스크워도프스카 퀴리(물리학, 화학-우리가 알고 있는 퀴리 부인), 리제 마이트너(핵분열의 물리학), 에미 뇌터(수학), 바버라 매클린톡(생물학), 그레이스 머리 호퍼(수학-컴퓨터 프로그램언어라고 할 수 있는 학문), 도러시 크로폿 호지킨(화학), 우젠슝(실험물리학), 거트루드 벨 엘리언(신약 개발)

 

이들은 사라진 여성 과학자들이 아니다. 우리 인류의 역사 속에 남아 있는 과학자들이다. 그들은 영원히 우리들에게 남아 있고, 우리는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도 이들을 기억해야 한다.

 

한때 여성들을 속박했던 시대에도 자기 능력을 발휘하고, 자기 자리를 찾았던 여성들이 있음을, 이제는 특정 성별, 인종, 신분, 지역 등으로 사람들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들을 통해서 더 잘 깨달을 수 있다.

 

잘 알지 못했던 사람들을 다시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이 지닌 의미도 바로 이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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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피겨스 - 미국의 우주 경쟁을 승리로 이끈, 천재 흑인 여성 수학자들의 이야기
마고 리 셰털리 지음, 고정아 옮김 / 동아엠앤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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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피겨스'라는 책이 두 권이다. 한 권으로 나온 책을 청소년용과 원문을 살린 번역으로 냈다. 출판사가 다르고, 출판한 목적이 다르니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상하게 좀 유명해진다 싶으면 청소년판이라는 이름으로 책이 또 나온다.

 

청소년들은 어려운 책을 읽기 힘들어할 것이라는 어른들의 배려인가? 그렇다면 청소년들은 언제 어려운 책을 읽지? 그냥 청소년용을 읽다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연스레 성인 수준으로 올라가나?

 

그건 아니다. 물론 청소년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청소년판을 내는 것은 좋다. 바람직한 일이기도 하고. 오죽했으면 조선시대에도 청소년용 교육 책으로 '동몽선습'이니, '격몽요결'이니, '사자소학'이나 하는 책이 있겠는가.

 

그렇지만 거기서 끝나면 안 된다. 예전 조상들이 청소년용 책에서 끝내지 않았듯이, 청소년용 책을 읽었으면 성인용 책도 읽어야 한다. 즉, 읽기 편하게 요약 정리, 또는 발췌나 윤문을 한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원문을 최대한 살린 책도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정신적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이 책은 어른용이라고 할 수 있다. 저번에 읽은 책이 청소년용이라 쉽게 읽어갈 수 있다면 이 책은 내용도 더 많고, 더 많은 사회적 배경을 알아야만 이해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

 

게다가 유리천장을 깬 이 흑인여성들 말고도 여성이기 때문에 인종 불문하고 차별을 받았던 백인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여기에 흑인 남성들 이야기도 나오고.

 

민주주의가 잘 발달된 나라라 여겨지던 미국에서 인종 차별이 얼마나 극심하게 일어났는지, 그리고 이들의 인종차별 철폐가 내부의 노력도 있었지만 외부를 의식하기도 했다는 것을 이 책에서는 알려준다.

 

전쟁으로 흑인들이 참전을 하게 되니, 흑인 남성들의 발언권이 강화되고, 남성들의 영역에 여성들이 진출하니 여성들의 발언권이 강화되고, 또 흑인 여성들이 일에 참여함으로써 자신들의 역할을 찾아가는 과정은 외부의 변화에 기인한 경우도 꽤 있다.

 

소련이 먼저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쏘아 올리나 위기의식을 느낀 미국이 인종통합 교육을 실시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게 되는 것.

 

유리 천장을 깬 흑인 여성들이 있음에도 인종 차별은 여전하다는 것, 그들은 미국 사회에서 중류층 이상의 삶을 누릴 수 있었지만 과연 많은 흑인들이 그런 삶을 살아갔는가 하면 그것은 아니라는 대답을 할 수밖에 없다.

 

이 책에도 이런 말이 나온다. 항공산업의 발달로 흑인들이 거주하던 곳이 이들이 떠나면서 슬럼화 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여전히 인종 차별이 해결되지 않고 있음을, 미국이 달에 한 발을 내디디면서 인류의 위대한 걸음을 시작했지만, 그것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

 

이 말은 히든 피겨스에 나오는 인물들이 위대한 한 걸음을 내디뎠고, 이 걸음이 인종 차별을 없애는 위대한 걸음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청소년 판에서는 이들이 한 일이 영웅적으로 부각되었다면, 이 책에서는 이들이 내걷는 걸음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리고 그들의 걸음이 인종 차별을 철폐하는 일로 가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동참이 있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성과와 한계를 잘 보여주고 있는 책이기에 청소년 판을 읽은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으면 인종 문제에 대해서 좀더 깊게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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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드러커 자서전
피터 드러커 지음, 이동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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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자로 잘 알려진 피터 드러커가 쓴 자서전이다. 자서전이라고 하기보다는 드러커가 만난 사람들이라고 하는 편이 더 좋겠다.

 

드러커가 살아오면서 만난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인데, 그 사람들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세상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는 것이다.

 

남은 바로 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자서전인데, 자신의 할머나로부터 자서전이 시작된다. 할머니의 독특한 말하기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그 다음에는 자신의 마을에 살았던 사람, 헤메와 게니아에 대해서, 자신이 영향을 받았던 선생인 엘자와 소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이렇듯 자서전이지만 다른 사람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또한 그들을 통해서 드러커가 어떤 점을 배웠고, 그 사람들에게서 취한 것과 극복하려고 했던 것이 무엇이었던지도 알게 된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 중에, 드러커의 자서전을 나로 하여금 읽게 만든 사람은 바로 폴라니다. 아니 폴라니 집안이라고 할 수 있다.

 

지식인의 사회적 책무에 대해서 고민하고 실천하려 했던 사람들. 그러나 이들이 과연 사회 개혁을 했느냐 하면 긍정적인 답을 할 수가 없다. 세상은 한 개인에 의해 또는 한 집안에 의해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이 사회를 변화시키려고 인간에 대해 탐구하면서 결국은 인간으로부터 멀어져 가는 폴라니를 보면서, 사회 변화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인간에 대한 믿음을 끝까지 지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생각하게 된다.

 

사회는 한 순간에 바뀌는 것이 아니라, 그런 사람들의 노력들이 쌓이고 쌓인 상태에서 어느 순간 바뀌는 것이라는 사실. 특정한 인물이 사회를 바꾸려다 또는 자신이 권력을 행사하려다 희생되는 경우를 '헨슈와 세퍼' 편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오스트리아 태생인 드러커가 히틀러에 대해 지니고 있는 감정이 곳곳에 잘 드러나 있는데, 그가 전체주의를 얼마나 혐오하고 있는지를 알 수가 있다. 젊은 시절, 오스트리아와 독일, 영국에서 만났던 인물들에 이어 1930년대 후반 미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만났던 사람들 이야기로 자서전을 끝맺는다.

 

미국은 다양한 사람들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강대국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즉 동일성 강요보다는 다양성 인정으로 사회를 이끌어갔기 때문에 유럽보다 더 발전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드러커는 자신이 만난 사람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았다. 그것이 드러커를 있게 한 힘일지도 모른다.

 

이런 형식의 자서전을 읽으며 나를 살피기 전에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생각해 봐야겠단 마음을 먹는다. 내 주변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는가? 나는 이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결국 나를 만들어주는 것은 남들이다. 다른 존재들이 나를 구성해준다. 나를 살아가게 하는 것도 역시 다른 존재들이다. 바로 남이다. 드러커가 자서선에서 남들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런 남들에게서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 역시 내가 만나는 남들을 보아야 한다. 그들이 곧 나이므로. 이렇듯 이 책은 흥미진진한 사람들 이야기가 펼쳐지는 자서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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