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요!’라고 당당히 말해요 - 자유와 인권을 지키기 위한 외침 라임 틴틴 스쿨 15
다니엘레 아리스타르코 지음, 니콜로 펠리존 그림, 이현경 옮김 / 라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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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유익하다는 것을. 사회를 좋은 쪽으로 변화시키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

 

그런 사람들을 허균의 말을 인용하면 호민이다. 앞서 가는 이. 이들이 앞서 갔기에 후대 사람들이 조금더 좋아진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호민들. 나중에 역사 책이나 전기에서 보면 그들이 위대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들 역시 그렇게 행동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었는지도 알아야 한다.

 

그냥 고민없이 행동으로 나서지는 않는다. 어떤 행동을 할 때 그에 따르는 불이익이 엄청나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이 그들에게는 삶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행동하면 많은 사람들이 따른다.

 

이 책에는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짧은 분량으로 그 사람들이 한 일을 정리해주고 있어서 청소년들이 읽기에 좋다. 그리고 그들이 어떤 일들을 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어서 좋다. 또한 그 행동을 한 시기도 나와 있어서 역사의 흐름을 이해할 수도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들도 있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람도 있다. 그런데 그들이 우리 인간 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생각하면 이들에 대해서 꼭 알아야 한다.

 

체사레 베카리아(사형 제도에 반대한 사람), 에멀린 팽크허스트(여성에게 참정권을 위해 노력한 사람), 나짐 히크메트(글 쓸 자유를 위해 감옥에서도 시를 외부로 내보낸 터키 사람), 지몬 비젠탈(나치 범죄자들을 추적한 사람), 프랑카 비올라(성폭력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몸 권리를 지킨 사람), 마바쉬 사베트(종교의 자유를 위해 포기하지 않은 사람) 등등.

 

이들의 행동에 대해서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이다. 행동해야 한다.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리고 교육은 지식을 넘어 실천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적어도 배우는 공간에서 부당함을 느끼면 그것부터 고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것. 청소년들에게 이런 책을 읽히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생각하는 인간, 주체로 설 수 있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 인간 역사를 통해 호민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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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 - 지구를 살리는 어느 가족 이야기
그레타 툰베리 외 지음, 고영아 옮김 / 책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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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면 그레타 툰베리가 쓴 책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읽다보면 그레타 툰베리가 쓴 책이 아니라 그레타의 엄마가 쓴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엄마인 말레나 에른만이 주요 화자로 나오고, 간간이 그레타의 말이나 편지가 실려 있다. 여기에 동생인 베아타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고, 함께 기후위기에 대응해가는 남편 스반테 툰베리 이야기도 나온다.

 

그레타 툰베리가 아스퍼거 증후군에 속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은 있지만, 어느 정도인지 몰랐는데, 이 책을 통해서 그레타의 상황을 조금은 더 잘 알게 되었다.

 

스웨덴은 복지국가다. 선진국이다. 우리가 배워야 할 모델로 생각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그런 스웨덴도 한계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복지국가라고 하는 스웨덴이 탄소 배출량이 세계에서 여덟번째로 많다고 한다.(143쪽)

 

이 책을 읽다보면 단지 탄소배출량 뿐만 아니라 교육에도 문제가 있고, 또 정상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이 살아가기에는 우리나라보다야 편하겠지만 이곳도 역시 만만치 않은 곳임을 알게 된다.

 

물론 이는 그레타의 주장이다. 스웨덴 정부는 이것보다 탄소배출량이 적다고 발표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책에 의하면 정부 발표에는 문제가 많다고 한다.

 

  그들은 우리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절반 이상이 통계에는 아예 포함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 국제선을 이용하는 비행기 여행은 통계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외국에서 물품을 수입하는 화물선 운행도 통계에 들어가지 않는다.

  우리는 국내의 적절한 임금을 피하기 위해서 수많은 제품의 생산 공장을 임금이 싼 나라에 세웠다. 그리고 그에 따른 영향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꽤 많이 감축되었다. (265쪽)

 

우리가 복지국가라고 선진국이라고 생각하는 스웨덴도 이 정도인데 아예 대놓고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한 트럼프의 미국은 말할 것도 없다. 여기에 무서운 속도로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중국. 친환경이라는 말을 하지만 성장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기후위기에 대해서 이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지나가는 듯이 언급하고 있을 뿐, 큰 비중을 두고 방송을 하거나 기사를 쓰는 언론이 별로 없다. 이 책에서 그레타가 지적한 스웨덴 언론들처럼.

 

그렇게 지내다 보면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결국은 우리가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 남은 시간은?

 

파리기후협정에서 채택한 섭씨 2도 목표를 달성해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엄청난 재난의 연쇄반응을 막거나 그렇게 하지 못하거나 둘 중의 하나 ... UN의 공식적인 기록에 의하면 지금 이 순간 남은 시간은 정확히 18년 157일 13시간 33분 16초다 (188-189쪽)

 

이 책이 2018년에 쓰였으니까 일년 정도가 더 지나간 것이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점점 줄어드는데, 기후위기에 대해서는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여전히 과학기술의 힘을 믿는 사람이 많다. 그 과학기술의 힘으로 지금의 기후위기를 불러왔음에도.

 

이렇게 이 책은 기후위기에 대응하자는 내용이 많이 들어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내용과 더불어 그레타 툰베리 가족의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그레타 동생인 베아타 역시 정확한 병명을 알 수 없는 상태에 있으며, 소리에 굉장히 민감해서 어떤 소리를 견디지 못한다고 한다. 뒤에보면 '미소포니에'라는 증상이라고도 한다는데... 여전히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잘 모르는 상태라고 한다.

 

그레타 역시 아스퍼거 증후군에 속한다. 그래서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그레타의 엄마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니 이들이 기후위기에 더 민감한 것은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른다.

 

이들은 남들보다 훨씬 예민한 감각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런 감각으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 것이다. 네 가족이 모두 기후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스스로 실천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비행기 안 타기다. 현대 교통수단의 총아인 비행기를 타지 않으면 몇 시간이면 갈 거리를 몇날 며칠에 걸쳐 가야 할 때도 있다. 그렇지만 비행기에서 내뿜는 이산화탄소는 열차에 비해 너무도 엄청나서 비행기를 타지 않는 것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행동으로 꼭 필요하다고 한다.

 

이렇게 비행기 타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을, 또 이들은 자연스레 채식으로 가게 되고 페미니즘이나 인권운동에도 역시 공감할 수밖에 없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통해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그리고 우리가 지금 나서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특히 왜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를 위한 등교거부를 했는지를 알게 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레타 툰베리 자신이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레타의 민감성은 지구와 우주와 연결되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런 민감성을 지닌 사람으로 인해 우리는 기후위기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게 된다. 단지 생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활방식을 바꾸는 것까기 나아가야 하는데... 내 생활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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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멀리 뛰기 - 이병률 대화집
이병률.윤동희 지음 / 북노마드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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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알지 못한다.

단지 그의 시집 두 권을 읽었을 뿐.

그의 시를 이해하지 못한다.

다만 마음에 무언가가 남아 있다는 느낌만 지니고 있을 뿐.

두 권의 시집을 읽고 다시 그 시집을 펼쳐 보아도 비슷한 시에서 눈길이 멈춘다.

마음이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나 보다.

아직은 이병률 시집을 다시 펼칠 때가 아닌가 보다.

대화집을 읽었다.

이병률이란 시인,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울림소리들이 반복되는, 무언가 그 이름을 부르면 울림이 느껴진다.

어던 종교에서 '옴'이라는 말만 외워도 좋다는 말을 본 것 같은데, 그렇게 '옴, 옴, 옴' 하다보면 마음에 어떤 울림이 생긴다.

마음에 파장이 생긴다.

그 파장이 온몸으로 퍼져 나간다.

이병률. 마찬가지다. 울림소리. 소리가 몸을 울리고 마음을 울린다.

시인 이름이 시란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이병률 시인하면 알지도 못하면서 축축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의 시에서 받았던 인상이 남아 있기 때문인지, 이름에서 연상이 되는 것인지 알 수는 없다. 축축하다는 표현이 무겁다면 촉촉하다는 느낌.

젖어있다는 느낌이 든다.

대화집을 읽으니 이병률 시인이 술을 좋아한다고 한다.

허, 역시 젖어 있군. 하는 생각을 한다.

술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사람을 좋아한다.

젖어 있다. 사람 몸의 70% 이상이 물이라고 하니, 젖어 있는 것이 맞다.

젖어 있음, 물이다. 그런데 그의 시집 제목은 '바람의 사생활'이다. 바람, 불. 물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하지만 대칭이다. 물과 불은 함께 존재해야 한다.

그가 여행을 좋아하는 것 이 대화집에 자주 나온다. 세계 곳곳을, 생각나면 훌쩍 떠났다고 한다.

낯선 곳에서 자신을 만나는 것. 여행의 묘미다.

그런데 대화집 역시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통해 자신을 만나게 된다.

그런 자신을 남에게 다시 드러내 보인다.

대화 상대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또 대화 상대라는 사진사를 통해 자신을 내보이게 된다.

대화를 이끌어 가는 사람, 사진사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사진사가 포착하고 남기고 싶은 것을 찍어 사진으로 남기듯이, 대화자도 대화를 통해 남에게 알리고자 하는 것을 끌어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최소한 대화자는 시인 이병률이 함께 말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니까.

그냥 읽어가면 된다. 이 책은.

그러면 자연스레 젖어든다.

이병률이란 시인에 대해서, 그가 하는 이야기에.

'안으로 멀리 뛰기'다. 밖으로가 아니다.

안으로 멀리 뛰기가 얼마나 힘든가?

특히 요즘처럼 온통 밖으로만 뛰는 세상에서는 더 힘들다.

온갖 매체들이 밖으로 뛰기를 강요하고 있다.

강요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그것을 통해서 사람들은 밖으로만 뛴다.

여기에 반해 이병률은 안으로 뛰어야 한다고, 그것도 멀리 뛰어야 한다고 한다.

그것이 필요한 시절이다.

적어도 밖으로 뛰는 만큼 안으로도 뛰어야 한다.

인생은 대칭 아니던가.

안으로 뛸 수 있는 사람,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사람.

이 대화집에 나온 말처럼 서랍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안으로 뛰어야 자신에게 서랍을 만들 수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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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환기 지음 / 환기미술관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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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자신감이라니... 김환기의 글을 모은 이 책을 읽다가 마지막 부분 일기에 이렇게 쓴 부분을 보고 놀랐다. 그래 화가라면 적어도 이런 자부심은 있어야지.

 

1972년 4월 5일(337쪽) 일기에 이렇게 적혀 있다.

 

'... 해가 나서 모처럼 57가에 내려갔으나 볼 만한 것 없었다. Vasarely(빅터 바사렐리), Dubuffet(장 뒤뷔페), Miro(주안-후앙이라고도하고, 미로) 또 누구누구…. 역시 피카소와 내가 제일인 것 같다.'

 

수화 김환기. 환기미술관도 있고, 그의 유명한 그림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도 있는, 김광섭의 '저녁에'에서 따온 시 구절을 제목으로 잡기도 했는데...

 

1970년 2월 11일 일기에 이런 말이 있다.

 

한국일보사로부터 내신(來信). 한국미술대상 전람회 제1회에 출품 의뢰. 출품하기로 맘먹다. 이산(怡山):김광섭) 시 <저녁>을 늘 맘속으로 노래하다. 시화(詩畵) 대작을 만들어 '한국전'에 보낼까 생각해 보다.

 

김환기가 김광섭의 시를 마음에 두고 있다가 결국 그림으로 그렸다는 사실을 이 일기에서 알 수 있다. 시와 그림의 만남.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렇듯 시와 그림은 늘 가까이 있었다.

 

김환기에 대한 사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글들이 많다. 프랑스에 가서 그림 공부를 하지만 돈이 궁색해 한국에 남아 있는 자식들이 궁핍한 생활을 할까 봐 걱정하는 아버지의 모습에서부터, 우리나라 미술에 대한 생각. 그리고 지인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무엇보다 그가 우리나라 항아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그의 그림에 나오는 항아리들이 김환기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나올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안 것만으로도 읽은 보람이 있었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화가들이 있다. 그 나라 사람들은 그 화가들을 자랑스레 얘기한다. 그렇다면 우리도 우리나라다운 것을 표현한 화가를 내세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그림에 국경이 없다고 할지라도 자신이 낳고 자란 풍토를 그림으로 표현해 낸 화가라면 더 애정이 가지 않을까. 수화 김환기도 그런 화가 중 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또 자기 그림에 대해서 열정을 다하는 모습, 자부심을 가지는 모습, 우리나라 미술에 대해서 고민하는 모습이 잘 드러나 있는 책이기도 하니, 전쟁을 겪고, 60년대를 지나온 격동의 시기를 살았던 한 화가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일제시대부터 활동을 했는데, 그때 기록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런 글들도 실려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래도 김환기가 그린 스케치들이 많이 실려 있어서 그 그림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한 책이다. 그것으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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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여성들, 부자유한 시대에 너무나 비범했던
박무영.김경미.조혜란 지음 / 돌베개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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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가 쓴 '꽃'이라는 시, 이름이 붙는 순간 존재하게 되는, 아니 존재하고 있지만 내게 의미가 없던 존재가 이름을 갖는 순간 내게 의미 있는 존재로 다가온다는 것.

 

아마도 여성들의 삶이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이름 없이, 아무개의 딸로, 아무개의 아내로, 아무개의 어머니로 살다 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시대에 자신의 이름을 남긴 여성들은 이 책에서 말한 대로 '부자유한 시대에 너무나 비범했던'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좀 나아졌을까? 남녀 평등, 아니 성적 지향성을 불문하고 평등할까? 그렇지 않다. 아직도 성적 지향성은 말할 것도 없고, 남녀라는 성 구분에 따라서도 받는 불이익들이 많다. 그렇게 세상은 많이 변해왔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는 부분이 있다.

 

어떤 부분이 변하지 않았는지, 그 사회 속에 푹 빠져 사는 사람에게는 인식되지 않는다. 적어도 한 발 비껴서 있는 사람에게 변하지 않은 부분, 변해야 하는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한 발 비껴서서 사회를 바라볼 수 있을까?

 

그것이 바로 책이 하는 역할이다. 사람들의 생각, 삶, 역사를 오롯이 담고 있는 책을 읽음으로써 우리는 사회 속에 파묻히지 않고, 사회를 조망할 수 있는 안목을 얻게 된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조선시대 여성들을 불러내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게 함으로써 지금 우리 사회를 더 잘 볼 수 있도록 한다.

 

유교가 지배하던, 그래서 여성은 남성의 종속물로 취급되던 그 시대에 자신의 주장을 떳떳하게, 당당하게 펼치던 여성들이 있었음을, 그럼에도 그들이 후대에 어떻게 자리매김 되는지를 보여주면서 다시 우리 사회를 생각하게 하고 있다.

 

우선 그들의 이름부터 보자. 몇 명이나 알고 있나? 아니, 이들의 삶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나?

 

신사임당, 송덕봉, 허난설헌, 이옥봉, 안동 장씨, 김호연재, 임윤지당, 김만덕, 김삼의당, 풍양 조씨, 강정일당, 김금원, 바우덕이, 윤희순

 

아마, 현모양처의 상징인, 오만 원 권에 등장한 신사임당과 허균과 함께 자주 언급되는 시를 잘 썼다는 허난설헌, 그리고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잘 알려진 김만덕은 잘 알고 있으리라. 물론 우리들이 알고 있는 것이 그들 삶의 한 면뿐이겠지만. 어쩌면 안동 장씨도 아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이문열이 소설 '선택'으로 불러낸 안동 장씨(이문열이 불러낸 안동 장씨와 이 책에 나오는 안동 장씨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남성의 시각에서 불러낸 여성이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를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혹, 이문열의 선택을 읽은 사람은 꼭 이 책, 안동 장씨 부분을 읽어야 할 것이다), 남사당에 대해서 좀 알고 있는 사람은 바우덕이도 알지 모르겠고.

 

나머지 사람들은 이름도 생소하다. 그만큼 여성들은 이름을 남기기 힘들었다. 조선이라는 나라에 여성으로 태어났다는 것 자체로 이미 자신의 삶보다는 다른 사람(양반 남성)의 시선(생각)에 갇힌 삶을 살아야 했으니. 그만큼 부자유한 시대였다. 여기에 한미한 집안이나 또는 평민, 서얼로 태어났을 때에는 더더욱 힘든 삶을 살아야 했고.

 

이 부자유를 깨닫고 여성이라는 한계에 갇히기를 거부한 사람들. 특히 임윤지당 같은 경우는 남성 양반들과 동등하게 성리학을 논할 수준이었고, 자신의 책에서 남성과 여성이 다르지 않음을 주장하고 있으니, 이런 깨어있던 사람들을 지금 우리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여기에 강정일당 같은 경우는 남편이 오히려 스승으로 여기고 죽은 뒤에 문집을 내줄 정도였으니, 부자유한 시대에 비범했던 사람들, 역사에서 사라지지 않을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역사에서 사라져서는 안 된다.

 

이들은 지금 우리에게 다가와야 한다. 우리 사회를 바로 보기 위해서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생애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 잘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 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신사임당에 관해서, 현모양처라고만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고쳐야 한다.

 

신사임당은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최선을 다한 삶을 산 사람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해 산 사람이라는 것. 여성으로서 그림을 잘 그렸다가 아니라, 화가로서 수준이 높은 그림을 그린 사람이었다는 것.

 

신사임당을 현모양처라는 틀에만 가둬두는 것은 조선시대 남성-양반들이 만들어낸 틀이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마찬가지다. 임윤지당이 사람으로서 동등함을 주장했지만 어디, 임윤지당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나?

 

이름을 들어도 사실, 사임당이니 윤지당이니 하는 이름은 누구를 본받는다는 말, 중국 문왕, 무왕의 부인을 본받는다는 말. 여기서 어쩌면 현모양처의 모습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이 이름을 쓴 것은 성인이 되는 것은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

 

여성도 성인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이 이름을 통하여 추구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그러니 그들을 여성으로 가둬두는 일은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

 

이 책은 조선시대를 살았던 여성들, 중국보다도 더 꽉막힌 유교 윤리가 지배적이었던 조선에, 여성으로 태어나 자신의 뜻을 펼치기를 바랐던 여성들. 그들의 삶을 지금 불러내 우리 사회를 바라보게 한다.

 

우리가 잘 보지 못하는 유리 천장을 이 책을 통해서 보게 된다. 그것을 깨야 함을, 걷어내야 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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