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패배자 - 한 권으로 읽는 인간 패배의 역사
볼프 슈나이더 지음, 박종대 옮김 / 을유문화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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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아무도 2등을 기억하지 않는다는,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1등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패배자가 되는 사회, 행복한 사회인가? 그런 역사가 있는가? 아니다.

 

비록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하지만, 승자가 있기 위해서는 패자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패자로 인하여 세상은 한층 발전하기도 한다. 우리가 기억하든 기억하지 않든 패자들은 세상에서 반드시 필요한 사람들이고, 우리 인류를 발전시켜 온 사람들이다.

 

그런 패자들을 역사에서 깨끗이 지워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역사에 기록으로 남기는 일,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런 패자의 기록들을 통해 역사는 좋은 쪽으로 한걸음 내디딜 테니 말이다.

 

승자가 지닌 특성은 집요함일 것이다. 그들은 집요함으로 승리를 이끌어낸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 이에 반해 패자는 인간적인 품성에서 승자보다 뛰어난 경우도 있다.

 

그런 인간적인 품성때문에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패자들에 대한 기록, 그것이 바로 이 책이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다루고 있는데, 이미 역사적으로 기록되어 있는 사람도 있다. 이 중에 처음 듣는 사람도 있는데... 이들로 인해서 이익을 본 사람이 있다는 것, 그들에 의해서 어쩌면 이들이 의도적으로 가려졌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역사에서 사라진 사람들을 다시 살려내는 것, 그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는 일이다. 그런 사람들 중에서 노벨상을 놓친 사람, 리제 마이트너 같은 경우,물리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루었지만 노벨상을 오토 한에게 빼앗겼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나같이 과학분야에 문외한인 사람에게는 처음 듣는 이름이기도 하고.

 

그런 사람과 더불어 하인리히 만 같은 경우는 동생 토마스 만에 가려진 경우이고, 요한 슈트라우스는 이름이 같은 아들에게 이름이 가려진 사람. 그래도 이들은 가족에게 뒤쳐졌다고 할 수 있으니 덜 억울하다고 하겠지만, 자신의 성정체성 때문에 추락한 오스카 와일드나 앨런 튜링 같은 경우는 문제가 있다.

 

성정체성이 범죄가 되던 시대. 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만들어버린 그런 시대에 살았던 사람. 그럼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했던 사람, 이들이 바로 위대한 패배자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에 대한 책.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과연 이들을 패배자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사람도 있다. 윈스턴 처질과 등소평. 어떻게 이들이 패배자인가. 물론 잠시 패배해서 물러날 때가 있긴 했지만, 이들은 결국 승리를 하지 않았나.

 

역사에서도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이런 사람들 말고 역사에서 지금 다루고 있지 않은 사람들을 소개시켜 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많은 사람들, 역사에서 최선을 다해서 자기 몫을 하려고 했던 사람들, 그들이 비록 당대에는 패배했을지라도 역사의 흐름에서는 살아남아야 할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발굴하는 것이 바로 우리 몫이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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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4 09: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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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4 09: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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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이름으로
이인휘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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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라고 앞만 보고 달려와서 이제는 꽤 앞에 왔으리라고 생각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아뿔싸, 바로 그 자리에서 맴돌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느끼는 낭패감.

 

온몸에 힘이 죽 빠지고, 도대체 지금까지 뭔 짓을 한 것일까 하는 자괴감마저 들고, 역사는 발전한다더니 그건 책에서나 가능한 일이었구나 하는 처참함마저 들게 된다.

 

87민주화 운동이 30년이 지났고, 민주정권도 탄생시켰었는데, 도대체 민중들의 삶이 나아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니...

 

민주노조가 만들어진 지도 꽤 되었고, 노동운동이 힘을 발휘하던 때도 있었는데, 과연 노동자들의 생활이 나아졌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지 50년이 되어 간다. 강산이 다섯 번 바뀌는 세월이 흐른 것. 전태일 열사의 분신에 이어 수많은 열사들이 따랐다.

 

열사들... 너무도 슬픈 이름 아닌가. 자신의 몸을 불사를 수밖에 없었던, 가진 무기라고는 자기 몸밖에 없었던, 그래서 가장 소중한 자기 생명을 내던져야 했던 이들. 그들을 가리키는 이름 열사. 그런 열사들.

 

열사들이 많았다는 것이 민주화운동, 노동운동에서 자랑거리가 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슬픈 우리 현실을, 각박했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죽음으로밖에는 저항할 수 없었던 그런 열사들을 가진 나라. 그 열사들로 인해 지금 우리가 있게 되었는데, 열사들이 그토록 원했던 사회를 우리가 만들었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 지금 현실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이 소설이 의미가 있다. 평전소설이라는 이상한 이름을 달고 있는, 사실이지만 허구인 그런 평전이자 소설이다.

 

현대자동차에서 노동운동을 하다가 분신한 양봉수 열사를 중심에 두고 몇몇 허구적인 인물이 나와 당시 현실과 노동운동, 그리고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활까지를 보여주고 있다.

 

작품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광주'다. 이름이 기막히지 않은가. 양봉수 열사 평전소설을 쓰면서 전체적인 서술자 이름을 광주로 하다니. 광주...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이름. 여전히 진행 중인 민주화 운동을 이르는 이름으로 이보다 좋은 이름이 어디 있는가.

 

광주... 많은 탄압을 받고 힘들게 힘들게 지금까지 왔지만, 여전히 광주는 진행형이니, 그 아들 이름이 '개벽'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농성을 하는 것으로 나온다.

 

우리나라 70년대를 전태일 열사가 열었다면, 80년대는 광주가 열었으며 87년 민주화운동 이후에 봇물 터지듯 나온 노동자 대투쟁, 민주노조 건설 운동 등은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이 꿈꾼 것은 노동자만의 세상이 아니라 바로 사람이 사람으로 대우받고 사는 사회였다. 사람이 사람으로 인정받는 사회, 그런 사회는 당연히 노동자를 사람으로 인정한다. 사람으로 인정하면 그에 합당한 권리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고 기계 취급을 받았던 노동자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을 통해 이 소설은 너무도 그것을 잘 보여준다. 그들이 기계가 아니라 사람임을 인정받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일을 겪었는지. 험난한 과정을 거쳐 겨우 인간 대접을 받았더니, 외환위기로 인해 다시 인간 이하의 처지로 전락해 가는 과정이...

 

양봉수 열사와 같은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얻었던 노동자 권리들이 하나하나 다시 사라져 가고,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 전락해 가는 현실이 이 평전소설에 잘 나타나 있다.

 

우리는 개벽을 꿈꾸지만 그 개벽은 오지 않았다. 오히려 개벽을 꿈꾸는 사람들을 절망의 나락으로 밀어떨어뜨리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 평전소설은 노동운동을 낭만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그들이 절대적으로 옳았다고도 하지 않는다. 노조집행부의 무능, 변절, 자기 이익을 위한 행동 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또한 노동조합원이라고 해서 모두 동지애로 묶여 있다고도 하지 않는다.

 

현실에서 볼 수 있는 노동자들, 고뇌하는 노동자들, 먹고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동료들 곁을 떠나야 하는 노동자들, 그런 노동자들을 이용해 자기 이익을 챙기는 노조 간부들, 이를 더욱 활용해 노조를 와해시키는 자본, 공권력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정형화된 인물들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실제 상황에서 만날 수 있는, 또 겪게 되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노동운동이 이렇게 굴러왔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비정규직이 너무도 많아진 현실에 처해 있다.

 

아버지들은 그래도 정규직 노동자로 노동조합을 건설하고 파업 투쟁을 통해 임금 인상을 얻어냈다면 아들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로 하루하루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지내고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을 건설하고, 사회 민주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 달렸다고 생각했던 아버지들이 어느날 눈을 뜨고 주위를 보니 이런 제자리다. 아니 더 뒤로 가 버린 자신들, 자기 자식들을 보게 된다.

 

이게 뭔가? 도대체 어째서 이렇게 됐는가?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가? 이 평전소설은 광주를 통해 그 점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고 양봉수 열사 평전소설이라고 하지만 과거 인물에 대해 소개만 하는 책은 아니다. 바로 우리가 처한 현실을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그리고 이 현실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이 책 서술자가 '광주'이고 그 아들이 '개벽'이듯이 광주는 아직도 개벽을 기다리며 진행 중임을 명심하게 한다.

 

읽으면서 슬프고 화나고, 지난 몇 십 년이 머리 속에서 주마등처럼 지나가기도 했던 그런 평전소설... 과거를 떠올리며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생각하게 하는 그런 평전소설이다.

 

덧글

 

출판사에서 보내주었다. 오래 전에 받았는데.. 이제야 읽었다. 읽으려고 책을 집었다 다시 놓았다를 반복했다. 노동 열사에 관한 책, 마음이 편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읽어야 한다. 마음이 불편해야 한다. 그 불편함이 사라지는 때, 그 때가 바로 열사들이 꿈꾸던 것이 실현되는 때이기 때문이다. 읽으며 아직은 마음이 불편했다. '개벽'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개벽'이 높다란 고공에 매달려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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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변화한다 - 모옌 자전에세이
모옌 지음, 문현선 옮김 / 생각연구소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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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중국 작가로는 모옌과 위화가 있다. 둘은 다섯 살 차이다. 다섯 살 차이라 함은 동년배라 할 수 있단 얘기다. 같은 시대를 살아온 작가인데 작품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영 다르다.

 

모옌이 1955년생, 위화가 1960년생. 이들은 중국을 공산당이 장악한 다음에 태어난 사람들이다. 이들은 항일전쟁을 겪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은 문화대혁명과 개혁개방기를 겪었다. 그런 격동의 시대를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위화가 자기 수필집인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에서 중국 현대사를 겪으면서 자신이 생각한 것들을 솔직하게 표현했다면, 모옌은 이 책 "모두 변화한다"에서 자신이 겪은 시대의 모습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차이가 있다. 위화는 주로 문화대혁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위화에게는 문화대혁명이 성장함에 있어서 큰 충격으로 다가왔나 보다. 소설 '형제'를 보아도 문화대혁명기의 비극과 개혁개방기의 성장이 함께 나오고 있는데... 그래서 중국 현대사를 힘겹게 겪어 나왔다는 생각이 드는데...

 

위화보다 다섯 살이 더 많은 모옌 역시 위화와 비슷한 시기를 살았기에 비슷한 경험을 했을텐데, 이 수필집의 분위기는 너무도 다르다.

 

이미 지나간 일을 회상하는 듯한 과거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이 느껴지기도 하고, 격동의 현대사를 살아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심한 갈등을 겪지 않은 듯한 느낌을 준다. 물론 개인적으로 심한 갈등을 겪지 않았을 리는 없지만 말이다.

 

차이가 모옌은 교육을 덜 받고 군인으로 입대해 생활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당시 중국에서 군인은 당원만큼은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 인정받는 계층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목화가공 공장에서 군인이 된 모옌은 문학에 대한 꿈을 잊지 않고 결국 소설가가 된다. 그가 소설가가 되어 자신이 살아온 경험과 중국이 변해온 모습을 글로 담아낸 책이 바로 이 책인데...

 

이 책은 수필로 읽어야 하지만 읽다보면 이상하게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줄거리가 있고, 사건이 있고, 무엇보다 뚜렷한 성격을 지닌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모옌이 다녔던 시골 마을의 초등학교 동창. 루원리와 허즈우, 그리고 교사들 몇몇과 모옌. 이들의 삶을 통해 중국 현대사를 살펴볼 수 있다.

 

물론 이들이 겪은 경험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문화대혁명기는 살짝 언급만 하고 넘어간다. 수많은 사람이 수없이 고통을 당했던 문화대혁명에 대해서 모옌은 빗겨가고 있다. 그 다음 개혁개방기에 대해서 많이 언급하고 있다.

 

국가, 지방, 인민 소유에서 개인 소유로 바뀌어 가는 과정, 초등학교 동창이었던 허즈우가 돈을 벌게 되는 과정과 결혼 그리고 자식들 이야기, 루원리의 가정사와 개인적인 아픔이 시대의 변화와 잘 맞아떨어지면서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세 동창의 삶을 통해 중국 현대사를 살짝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좋은 책인데, 다른 무엇보다도 중국에서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모옌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가 초등학교 때는 어떠했고, 청년기에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알 수 있다는 점이 더 좋게 다가오는 책이다.

 

모옌, 잘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오래 전에 우리나라에서 개봉되어 '공리'란 여배우를 세계적인 여배우로 만들어낸 "붉은 수수밭"이란 영화를 떠올리면 된다. 그 영화의 원작이 되는 "홍까오량 가족"을 쓴 사람이 바로 모옌이니까.

 

여기엔 그 영화 "붉은 수수밭"에 관한 내용도 나온다. 영화 촬영을 모옌의 고향에서 했다고 하고, 또 폭파되는 차가 이 책에 계속 나오는 '가즈51'이라는 차라고 하는 사실도 알 수 있다.

 

모옌이라는 작가의 사적인 삶과 중국이 겪어온 역사를 함께 알 수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과거를 따뜻하게 들여다보게 하는 책이어서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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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8 11: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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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8 12: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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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뒤에 숨겨진 사랑
이동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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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즐거움 속에 아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알고 있던 것에 무엇 하나를 더하는 느낌. 그래서 작가나 작품을 좀더 넓고 깊게 이해할 수 있단 느낌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은 명작과 관련된 사랑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음악, 미술, 문학 분야의 대가들과 그에 얽힌 사랑. 사랑은 우리 인간들이 벗어날 수 없는, 마치 공기와 같은 존재 아니던가.

 

그런 사랑이 대가들도 피해가지 않는다. 사랑에 습격을 당한 대가들, 그들이 겪은 마음의 풍랑이 어떻게 작품과 연결이 되는지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굳이 알지 않아도 작품을 느끼는데 지장이 없지만, 알고 나면 작품을 새로운 관점에서 볼 수 있게 된다. 사랑이 작가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그런 사랑으로 어떤 작품이 탄생하는지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세 분야로 나누어 서술되어 있는데, 각 부분의 제목이 참 멋지다.

 

1부는 '선율 따라 사랑은 흐르고'다. 음악가들이 겪었던 사랑에 대해서, 사랑과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특히 음악가들은 자신의 사랑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 사랑과 작품이 잘 대응하고 있다.

 

우리가 잘알고 있는 음악가 5명이 나오는데 그들은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차이콥스키, 쇤베르크'가 주인공이다.

 

음악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이 다섯 사람이 어떤 사랑을 했는지, 어떻게 그 사랑이 작품으로 나왔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사랑처럼 달콤한 독은 없다고 하는데, 독도 잘만 쓰면 약이 된다고, 이들은 이런 사랑이라는 독을 음악으로 승화시킨 사람이라 할 수 있다.

 

2부는 '그대라는 이름을 화폭에 담다'다. 역시 다섯 명의 화가가 나온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루벤스, 피카소'

 

사랑이 화가에게 영감을 주고, 사랑이 작품으로 남게 되는 경우가 화가에게는 많다. 특히 자신이사랑했던 사람을 모델로 삼아 그림을 그리는 경우가 많았으니, 이들은 사랑을 통해 죽지 않는 삶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사랑이라는 독이 영원한 삶을 만들어주었다고나 할까? 특히 이 책에서 피카소는 사랑하는 사람에 따라 자신의 화풍이 변했다고도 하니 사랑이 예술로 변한 경우라 할 수 있다.

 

3부는 '그대 나의 소설이어라'다. 등장하는 사람은 다섯이지만, 장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브론테 자매 셋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브론테 자매 셋, 생텍쥐페리, 헤밍웨이' 이렇게 다섯 명이 등장한다.

 

브론테 자매 중에 샬럿과 에밀리는 '제인에어'와 '폭풍의 언덕'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앤'은 들어본 적은 있지만 늘 기억에서 사라졌는데... 이 불행한 자매들이 자신들이 겪는 불행을 소설로 승화시켜냈다는 점에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다.

 

가장 오래 산 샬롯이 겨우 40세의 나이로 죽었다고 하니, 에밀리와 앤은 이십 대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참으로 불행한 가족사인데, 어쩌면 이들은 이렇게 죽음을 늘 눈 앞에 두고 살았으므로, 더 치열하게 사랑하고 작품을 남겼을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한다.

 

마찬가지로 어린왕자로 잘 알려진 '생텍쥐페리'의 삶을 알게 되는 즐거움을 이 책은 준다. 마냥 순수했을 것 같은 그가 겪은 사랑, 비행사로 겪은 경험이 작품에 잘 나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가 한 사랑, 그의 아내와의 일은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이렇게 세 분야의 작가들이 겪었던 사랑, 삶을 작품과 연결지어 알려주고 있다. 또한 이 책이 지닌 장점은 작품 곳곳에 그림이나 사진들이 함께 나온다는 것이다.

 

글만이 아니라 그림을 통해서 이 책을 읽을 수 있기에 더욱 좋다. 예술가에 대한 책답게 예술을 즐길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꼭 이렇게 유명한 작가일 필요는 없다. 우리 모두는 사랑을 겪으며 사랑의 풍랑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런 풍랑을 내 삶에서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각자가 감당해야 할 몫이겠지만, 여하튼 어떤 방식으로든 사랑이 내는 풍랑은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한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유명한 예술가들이 겪은 사랑과 작품을 보면서 내 사랑, 삶을 생각하게도 하니 그것이 책이 주는 즐거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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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루
김선주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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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구한 운명이다. 남북이 갈라져 있어서 그 비극을 온몸으로, 아니 온 가족이 겪어야 했다. 가장이 탄압을 받으면 어려움은 가장에게서 끝나지 않는다. 어려움은 온 가족으로 번져 나간다.

 

이런 표현이 좀 그렇지만, 당시에 남자는 가장으로서 가족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다. 가족 생계를 책임진 가장이 구속이 되면 아내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러 노동 현장으로 나가야 한다. 그러면 아이들을 돌볼 사람이 없게 된다. 가족의 생활이 아니라 생계가 문제가 된다.

 

이래저래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지금은 이런 '가장'이라는 말이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가족 중에 누군가가 구속이 되면 다른 가족들이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엄혹했던 시절에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가장이 간첩이라는 죄목으로 구속이 되면 가정은 파탄나고 만다. 이웃에게서 멀어지고 알던 사람들도 떨어져 나가며, 아이들은 학교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살고, 심지어는 아내나 자식들이 직장에서 해고되는 경우도 있다.

 

완전히 파탄난 가정, 그럼에도 자신이 추구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있다. 지금 우리나라가 이 정도 민주화 된 것,, 남북관계가 평화 관계로 가고 있는 것은 그들의 그런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남북 문제가 잘 풀려가다가 탁 장애물에 부딪혔다. 예전 같으면 그 장애물이 결정적으로 작용해 다시 남북관계가 얼어붙었겠지만, 이상하게도 요즘은 그런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장애물을 남북이 힘을 합쳐 넘을 수 있다는 생각. 분단된 지가 70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수많은 협상을 했는데, 통일을 위해서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노력을 했고 희생도 했는데, 잘 나가던 길에 툭 떨어진 장애물, 이 장애물이 통일로, 평화로 가는 길을 이제는 막지 못하리란 생각을 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통일의 길, 평화의 길을 힘들게 닦아놓았는데, 그들이 걸어가면서 얼마나 많은 장애물들에 걸렸었는데, 그 장애물들을 하나하나 치우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데...

 

그런 노력들이 배신하지 않을 거란 믿음이 있다. 그리고 그 통일의 길, 평화의 길을 닦은 사람 중에 한 사람, 김낙중이 있다.

 

김낙중에 대해서는 '굽이치는 임진강'으로 먼저 알았다. 그 다음에 신문에 난 기사에 '간첩'으로, 그것도 무려 30여 년이 넘게 국내에서 학원가에 침투해 암약한 간첩이라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고, '굽이치는 임진강'을 바탕으로 최두석 시인이 쓴 '임진강'이라는 시를 읽었다.

 

이 정도면 김낙중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김낙중의 딸이 쓴 '탐루'라는 책을 읽으니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된다.

 

딸이 본 아버지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우리가 위인전기를 읽으면 마냥 존경스러운 그런 행동들과 말들이 나오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한 가족사를 쓰고 있기에, 주인공이 꼭 김낙중 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주인공은 두 명이라고 해야 한다. 김낙중과 부인인 김남기.

 

어쩌면 딸이 쓴 이 책에서 진정한 주인공은 부인인 '김남기'일지도 모른다. 통일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남편때문에 겪어야 했던 고초들을 받아들이고 지금까지 지내온 그의 삶 자체가 바로 통일, 평화의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웅적인 모습으로만 나오지 않는다. 이 책은 딸이 썼기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미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 책은 우리나라 현대사를 거쳐오면서 겪었던 갈등, 어려움 등을 어머니의 일기를 토대로, 또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기록하고 있기에 험난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생생한 삶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6.25전쟁을 상반되게 겪은 사람, 김낙중은 평화주의자가 되는 계기가 6.25였다면, 김남기는 6.25를 통해 반공 사상을 지니게 된다. 그런 두 사람이 만나고 결혼하고 어려움을 겪어나가는 과정이 이 책에 잘 나와 있다. 소위 위대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와 똑같이 울고 웃는 평범한 사람, 그런 사람의 모습이.

 

소위 출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을 위해서 구도자처럼 평생을 살아온 김낙중, 그리고 그런 남편으로 인해 현대사의 어려움을 온몸으로 겪은 김남기.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그들의 삶이 분단이라는 현실에서 통일과 평화로 가기 위한 길이 얼마나 험난했었는지를 이 책은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제 이들이 걸었던 길이 조금은 넓어지고 평탄해졌다고 할 수 있다. 여전히 '꽃길'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남과 북이 걸어야 할 길은 아직도 험한 '돌길'이다. 가끔은 돌부리에 발이 걸려 넘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넘어진다고 거기서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김낙중처럼 이런 돌길, 가시밭길을 걸어간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발자국을 남겨놓았기 때문이다. 그 발자국들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데, 한두 번 넘어졌다고, 또 자꾸 넘어진다고 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자꾸 자꾸 걸어가야 한다. 루쉰의 유명한 말이 있지 않은가.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땅 위의 길과 같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이미 남북 분단의 길을 통일, 평화의 길로 만들려고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제는 좀더 많은 사람들이 걸어갈 것이다. 그러니 가끔 발에 걸리는 돌부리들은 치우며 가면 된다.

 

김낙중은 커다란 돌부리에 걸리기도 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4차례나 간첩혐의로 잡혀들어갔지만 결코 멈추지 않았다. 지금도 그는 그 길을 가려한다. 그렇게 한 사람들, 그들을 따라 더 많은 사람이 걸어가면 평화, 통일의 길은 평탄해지고 넓어진다.

 

분단된 나라에서 평화, 통일의 길을 가려던 사람, 그 길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던 사람 김낙중, 그리고 그런 그와 함께 평생을 울고 웃으며 함께 한 김남기, 그들의 삶 속에서 희망을 본다. 길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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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0 10: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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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0 14: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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