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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곳에서 피는 꽃 - 만민보 민중의소리 알다문고 1
구도희 외 8명 지음 / 민중의소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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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보'라고 들어 보았는가? 

시인 고은이 쓴 시집 이름이다. 무려 30권까지 나온, 우리나라 역사에서 또 고은의 삶에서 고은의 체에 걸린 인물들을 시로 형상화해 낸 시집이다. 

만인보? 만인에 대한 족보? 다른 말로 하면 많은 사람들 이야기라는 뜻인데... 

그 시에는 역사적인 인물부터 지금 우리와 함께 숨쉬는 사람들이 간결하게 고은다운 표현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그래서 만인보는 친숙한데... 만민보라니?  

민중의 소리라는 인터넷 신문(?)에 연재되었던 글을 책으로 엮어냈다고 하는데... 최근에 이 민중의 소리를 네이버에서 링크하지 않겠다고 하여, 민중의 소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는데...이 곳에서 낸 책 정도는 읽어봐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형식의 글이 '삶이 보이는 창'에도 실렸었는데... 한 번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고...

이 책의 제목은 "낮은 곳에서 피는 꽃"이지만, 실질적인 제목은 만민보이다. 

만민보? 만인보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만인보가 고은에게 포착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로 만들어냈다면, 이 만민보는 민중의 삶을 가장 민중답게 살면서, 더 나은 세상을 지향하는 바로 우리와 함께 숨쉬고 있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펼쳐나간다. 

그래서 만인보는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고, 또 너무도 간략하게 특징만이 표현되어 있다면, 이 만민보는 비록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바로 우리 곁에 있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 이야기이고, 또 인터뷰라는 형식을 통했으므로, 이 사람들이 살아온 모습, 생각하는 세상 등이 잘 표현되어 있다는 점이 다르다. 

아마도 읽기에는, 그리고 현실성이 있기도 이 만민보가 더 있으리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더 나올지 모르지만, "낮은 곳에서 피는 꽃"이라는 제목으로는 노정렬, 맹봉학, 정철(영어학원 관계자 아님), 김용민, 김형태, 박혜명, 신유아, 김홍모, 김진, 고성원, 윤정원, 윤희숙, 전지현(배우가 아님), 안소희, 이종섭, 주말순, 김갑수(역시 배우 아님, 평론가도 아님), 이인철, 공재민, 박재만, 김은총, 박흥식으로 22명의 사람(民)이 나오고 있다. 

다들 높은 곳을 지향하지 않고, 낮은 곳을 지향하는, 그 낮은 곳에서 한 송이의 꽃을 피워, 그 향기를 온 세상으로 퍼뜨리는 사람들이다. 

낮음으로서 높아진다는 사실을 이들은 자신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줌으로써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세상이 험하다고 생각할수록 희망의 빛은 더욱 가까이 있다고, 우리 주변에는 낮은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이렇듯 꽃을 피우고,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이 있음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인식할 때, 어둠은 결코 영원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희망의 빛, 그것을 이 만민보에서 볼 수 있다. 

만민보에서 보여주는 희망의 빛은 민중의 희망은 실현될 수밖에 없음을 우리에게 알려준다고나 할까. 

따스하게, 그러나 마음 뭉클하게, 또 희망을 지니게 하는 책이다. 

한 번에 주욱 읽어도 좋고, 하루에 한 사람씩, 그 사람의 삶의 궤적을 생각하며 읽어도 좋다. 

무엇보다도 이들이 위대한 그 누구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이웃이고, 바로 나 자신일 수 있음을 알게 해주는 책이니... 좋다... 마음에 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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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디자인의 교감 : 비터 파파넥
조영식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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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파파넥.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누구지? 역시 녹색평론은 내게 지금껏 알지 못했던 사실, 또는 사람, 생각 등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당장 궁금하다. 디자이너라는데, 어떤 디자인을 했는지, 그는 무엇을 추구하는지, 녹색평론에 실린 짧은 글로는 다 알 수가 없다. 검색을 해 본다. 그의 저서가 죽 뜬다. 처음부터 그가 쓴 책을 읽기에는 왠지 망설여진다. 그렇담, 그에 대한 간략한 소개 책자를 먼저 보자는 생각이 든다. 어떤 책이 좋을까? 제목이 맘에 든다. 인간과 디자인의 교감이라.. 괜찮을 듯 싶다. 그래서 책을 집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리 속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생각 1. 1960-70년대 새마을 운동. 세상에 새마을이란 이름으로 전통 가옥을 모두 부수고, 슬레이트 지붕으로, 그것도 초록, 빨강 등의 색칠을 해서 마을을 한 눈에 띄게 만들었다. 한 눈에 띈다기보다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자연에서 이질적인 모습으로 떨어져 나온 건축물이 되고 만다. 이게 산업화를 이룬 마을 디자인이었다. 

생각2. 피맛골이 사라졌다. 종로의 양반들, 왕들의 행차가 있을 때마다 땅에 엎드려야 했던 백성들이 자신들의 생업을,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 말을 피해다니는 길을 만들고, 그곳에 자신들의 삶터를 만들었던 곳.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던 그 곳이, 서울에 아직도 이런 곳이 남아 있구나는 감탄을 자아내던 그곳이 없어졌다. 개발을 한다는 도시 디자인이었다. 

생각3. 북촌 한옥마을을 재개발한다고 했었다. 서울에 이렇게 멋있는 한옥들이 남아있는데, 이를 또 개발한다고? 아직도 우리는 먼 과거의 개발 망령에 시달리고 있단 말인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러 관광객들이 오지 않는가. 그런데 개발이라니, 북촌에 살고 있는 한 외국인이 개발 반대 운동을 했다. 한국에서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개발해야지 개발해야지 하는데, 외국인이,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왜 개발하냐며 반대운동을 한다. 결국 북촌은 지금 그대로 남아있게 되었다. 

생각4. 개발 열풍으로 콘크리트 밑으로 감춰졌던 청계천이 복원되었다. 아니 재개발되었다. 본래의 청계천을 드러내지 않고, 그 위에 인공 하천을 만들었다. 물도 자연적인 물이 아니라, 전기로 끌어다 쓰는 물이다. 엄청난 물 소비와 전기 소비를 하는 인공하천이 만들어졌고, 이를 청계천의 성공적인 복원이라고 자랑한다. 또 하나의 인공하천을, 정말로 도시다운, 전통과는 하등 관계가 없는 하천을 만들어 놓고 자랑스러워 한다. 콘크리트 하천, 멋진 디자인이다! 

생각5. 어느 유명 호텔에서 한복을 입은 사람은 들어올 수 없다고 했다. 신문, 텔레비전에 오르내리고, 국회에서도 이 일이 문제가 되었다. 우리나라 전통 복장인 한복이 우리나라 호텔에서 출입금지 복장이 되다니, 이건 전통문화가 무엇인지 알려고 하지 않는 모습을 떠나, 전통을 부정하는, 우리 전통 복장은 시대에 뒤떨어진 복장이라고 전세계에 공표를 하는 행위다. 전통을 살리되, 현대 감각에 맞게 개선한다는 그런 취지의 디자인이 되어야 하는데, 한글 옷부터, 개량 한복까지 이런 취지의 복장이 많이 나오고 있는 지금, 도대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결국 그 호텔은 사과를 했다. 잘못했다고, 잘못 전해진 것 같다고..

조영식이 쓴 파파넥에 관한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다. 그는 전통과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을 하려고 했고, 가난하고 소외받는 계층을 위한 디자인을 하려고 했다. 또한 그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생태디자인을 하려고도 했다. 이 책은 이런 그와 하는 가상인터뷰 형식으로 쓰여졌다.  

이 가상 인터뷰 중에 한국의 디자인에 대한 질문이 있고, 파파넥의 대답이 있었다. 물론 조영식의 생각이겠지만, 그리고 파파넥이 한국의 디자인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을 하지 않아서였겠지만, 일본의 디자인에 대해서는 많이 이야기를 하면서, 한국의 디자인은 잘 모른다고 하는 부분이 있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아마도 파파넥이 앞에 든 생각 다섯 가지를 직접 목격했다면 어떻게 이야기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디자인에는 정신이 들어있어야 한다고 하는데,이 정신은 전통, 생태, 사회-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따라서 디자이너는 디자인에 관한 기술만을 배우지 말고, 인류학, 심리학, 사회학 등 여러 학문을 함께 배워야만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는 우리나라의 이 다섯 가지 일을 디자인의 해악 중의 해악으로 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지금 우리나라는 전통과,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을 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또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을 하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는 파파넥의 말대로 정신이 들어있는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말이고, 그래야만 제대로 된 디자인을 하고, 디자이너로서의 책임도 다할 수 있다는 그의 말을 실천하는 디자이너들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많은 그림을 통해, 그가 디자인한 작품들을, 좋다고 여겨지는 작품들과 반생태적인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이 책은, 파파넥의 디자인에 대한 생각을 저자 조영식이 자신의 생각으로 재해석해서 가상 인터뷰로 풀어가고 있어 읽기에도 편하고, 부분 부분 생각할 거리도 많아서 좋다.  

작고 읽기 편하지만, 작은만큼 더 많은 내용을 담고 있으며, 더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읽는 동안 즐거운 마음이 들었다고나 할까? 코퍼스웨이트의 "핸드메이드 라이프"란 책을 읽었을 때 느꼈던 즐거움과 같은 즐거움이었다. 그리고 이제석이란 우리나라 광고인도 생각이 나고, 그가 상업광고에서 공익광고로 옮겨가고 있는데, 어쩌면 이 파파넥의 디자인에 대한 생각과 비슷한 관점에서 그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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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당 장일순 - 생명 사상의 큰 스승
이용포 지음 / 작은씨앗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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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당 장일순. 돌아가신 지가 15년이 넘었는데도 더욱 그리워지는 분. 

살아 생전 한 번도 뵙지 못하고, 사실 돌아가시기 전까지 이름 한 번 들어보지 못할 정도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던 분. 

원주에 살면서도 원주에 머무르지 않고, 드러내지 않는 삶을 삶으로써 자신을 드러낸 분. 

녹색평론을 통해 알게 되었고, 그리고 장일순의 노자이야기를 통해 정말 대단하신 분이라고 생각했고, "좁쌀 한 알"이란 책을 통해, 그 분의 일화를 접하고, 삶이란, 위대한 삶이란, 결코 겉으로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한 때 사람들에게 책을 선물할 일이 있으면 그래서 이 "좁쌀 한 알"을 선물하곤 했는데... 

"좁쌀 한 알"이 일화를 중심으로 해서 장일순의 삶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데 조금은 힘들 수 있다면, 이 무위당 장일순 책은 전기문의 형식을 취해, 누구나 쉽게 장일순을 알 수 있고, 이해할 수 있게 전개된다. 

한국의 현대사와 장일순이 삶이 작가 이용포에 의해 생생하게 살아나고 있어 스승을 그리워하는 어른들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도 훌륭한 스승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책이다. 

스승이 없는 시대, 어른이 없는 시대라고 하지만 주위를 잘 살펴보면 어른들, 스승들은 늘 우리 곁에 있다. 바로 이 무위당 장일순처럼. 

다만 스승은 우리들이 찾으려할 때 찾아지지, 그냥 왜 없을까 하며 지내면 스승은, 어른은 결코 찾을 수 없다.  

교육운동가에서 사회운동가로, 그리고 사회운동가에서 생태운동가로 꾸준히 자신을 변모해가는 데는 평등, 평화주의라는 기본 사상이 밑받침되어 있고, 위를 보고 운동을 하지 않고, 아래를 보고 운동을 하는, 아니 아래와 함께 할 때 운동이 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주신 분이 무위당 장일순이다.  

그는 자신의 다른 이름인 호를 여러 번 바꾸는데, 처음에는 맑은 물처럼 살고 싶다고 청강이라는 호를 쓰고, 다음에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겠다는 삶으로 무위당이라는 호를 쓰고, 그리고 자신은 아주 작고 낮은 존재이지만, 그 존재 속에는 온 우주가 들어있다고 하는 뜻의 일속자(즉, 좁쌀 한 알)라는 호를 쓴다. 이렇듯 호는 바로 당시 장일순의 삶을 대변해 준다고 볼 수 있다.  

요즘처럼 4대강이다, 뉴타운이다 하여 개발만이 살 길이라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이 시대에 무위당의 말 하나, 글 하나, 그리고 행동 하나하나는 우리들에게 어떤 삶이 올바른 삶인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우리 시대의 진정한 큰 스승, 무위당 장일순. 

드러내지 않아 드러났던 그 분. 

돌아가신 지 오래되었어도, 생전에 뵙지 못했어도 지금 나에게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늘 생각하게 해주는 스승으로 남아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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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신동문 평전 - 시대와의 대결
김판수 지음 / 북스코프(아카넷)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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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문 하면 4.19를 노래한 시밖에는 생각나지 않았다. 이 사람이 언제부터 활동했는지, 시적 경향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시집을 몇 권이나 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만큼 알려지지 않은, 잊혀진 시인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런데 염무웅의 평론집을 읽다가 신동문을 다룬 글을 읽고,어, 이 사람, 그리 만만하게 봐서는 안되네, 그냥 잊혀져선 안 되는 시인이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항시인, 참여시인 하는데, 60년대 하면 주로 김수영, 신동엽만 이야기 하지 신동문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이 나라에서 평균보다는 높은 학력에, 평균보다는 많이 시들을 읽고 있고, 시집도 평균보다는 많이 소장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도, 신동문은 그냥 4.19를 노래한 시를 하나 쓴 시인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었으니.. 참.. 

하긴 시인이 꼭 시를 많이 써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함형수는 '해바라기 비명'으로 우리 시단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신동문도 '아, 신화(神話)같이 다비데군(群)들' 이란 이 시 하나로 문단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지 않은가. 아니 이미 이 시 하나로 60년대 대표적인 참여시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신동문이 이 시 하나만을 발표한 것도 아니고, 다른 시도 있고, 비록 시집은 한 권만 내고는  끝이었고, 나중에 전집으로 묶인 시집도 한 권밖에 되지 않지만, 당시에는 상당히 각광받는 시인이었다는데, 아쉬움이 남았다. 이게 이 평전을 읽게 된 이유인데... 

읽어가면서... 신동문의 생애와 겹쳐, 머리에 박봉우의 '창(窓)이 없는 집'이란 시가 자꾸 떠올랐다. 

어쩌자는 건가 / 괴로운 시대에 / 시인은 무엇을 하는 것인가 / 어둠이 깔리는 / 

대지에 서서 / 별들에게 / 고향을 심는 것인가 / 어쩌자는 건가 / 어둠이 쌓이는 / 

무덤가에 서서 / 시인은 무엇을 노래할 것인가 / 구름이 흘러가는 심중(心中)에 /  

그래도 저항할 것인가 / 자유지대에서 / 괴로우며 / 시인의 혁명은 / 싹트는 건가/ 

창이 없는 하늘에 / 남겨 둔 꽃씨를 뿌리는 건가. - 박봉우, 창이 없는 집, 전문 

신동문의 삶이 바로 이 시에 나온 시인의 삶이 아니던가.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세상에 나름대로 씨앗을 하나 뿌려두는 삶의 태도. 그는 그래서 독재가 판치던 6,70년대 저항시인이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것 아닌가. 시는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름을 건호에서 동문이라는 필명으로 바꾼 일화도 새길만하다. 동문이란 병원에서 중환자들이 죽음에 이르러 실려나갈 때 쓰던 문이란다. 서울로 말하면 시구문일텐데, 결핵을 앓으며 언제 죽을지모르는 그는 죽음과 늘 대면하면서, 자신의 이름에도 죽음의 문인 동문(東門)을 쓰고 있으니, 그가 현실에서 벗어난 시를 쓸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작활동은 그리 활발하지 않았다. 편집자로서, 발행인으로서, 그리고 산문을 쓰는 문필가로서 활동을 더  많이 하고 어느 순간 그는 어떤 글도 쓰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충청도 단양 땅으로 가 거기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농민으로서, 침술가로서 살아간다. 

이렇듯 그의 삶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젊은시절, 시인으로서의 신동문이라면, 중년시절이후는 농민, 침술가로서의 신동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시인으로서의 삶을 끝냈다고 보기보다는 시인으로서의 삶을 활자로서의 활동에서 온몸으로 하는 활동으로 전이했다고 봐야한다고 평전의 저자는 이야기 하고 있다.  

"시를 지으려면 마음이 들뜨거나 흥분할 수밖에 없어. 얼음같이 냉정하고 차분한 태도로 어찌 좋은 시를 내놓을 수 있겠나. 침술은 그렇지 않아. 냉정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제 시각에 제 자리에 정확하게 침을 꽂아야 해. 그것이 곧 정곡 찌르기야."(316쪽)라고 하듯이 젊은시절 열정이 넘치던 때는 시로 세상을 대하고, 나이가 들어 열정을 다스릴 수 있을 때는 침으로 세상을 대했다고 보아야 한다.  

이 대목에서 그가 저항시인 소리를 들을 때 참여문학 대 순수문학 논쟁이 벌어질 때 비판했던, 서정주의 시 한 구절이 생각났다. 신동문 시인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신동문의 이 말은 서정주의 국화옆에서 중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이 구절을 생각나게 했다. 그는 이제 젊음의 뒤안길에서 돌아와 침술이라는 거울 앞에 앉아 자신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영위해 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시 그의 침술은 일찍이 시로써 현실에 참여하고 독재에 저항했던 일에 못지 않은 존재감이었다"고 저자가 말하고 있듯이 그는 평생을 시인으로서 살아갔다고 말할 수 있다.  

자, 그가 한 일을 정리해 보자. 그는 시인으로서 시를 썼고, 문필가로서 여러 사회문제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썼으며, 편집인 겸 발행인으로서 많은 좋은 책(특히 전집류 중에서 우리 문학계를 풍성하게 했던 좋은 전집이 처음에 그의 손을 거쳐 나왔다고 한다)을 냈고, 좋은 시인(신경림 등), 소설가(이병주 등)를 발굴해 내었으며, 농민으로서 농촌공동체를 만들려는 노력을 해서, 양잠업, 과수원 경영, 그리고 젖소 사육까지 수양개 마을이 충주댐으로 인해 수몰되기 전까지 수양개 마을 사람들과 한 마음, 한 몸으로 잘 지냈다. 

국가권력의 횡포로 마을이 수몰되고, 마을 사람들이 하나하나 떠나가 공동체가 파괴되었을 때, 그의 몸도 파괴되기 시작하여, 용하다고 소문난 자신의 침술로도 자신의 몸을 고치지 못해, 담도암으로 93년에 세상을 떠났다. 세상을 떠남으로써, 이미 70년대 후반부터 잊혀지기 시작한 시인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 문단사에서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다만,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그를 추억하기 위해 시비를 건립하고, 아직도 수양개 마을 사람들의 기억에 살아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따라서 이 책은 한 때 우리 문학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신동문 시인을 복원한다는 의의가 있다. 그리고 그의 삶, 그의 성품,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많은 것을 전해주고 있다. 온몸으로, 자신의 삶 자체가 시였던 신동문, 그가 다시 우리 문학사에 복원이 되는 순간, 우리 문학사는 좀더 풍요로운 문학사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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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 2011-06-12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신동문 시인은 언젠가 제게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저 시가 왜 공공장소마다 걸려 있는 거야? 당신, 저 시에 속아서는 안 돼! 먼 나라의 시인이 남의 나라에 와서, 남의 나라 사람들의 삶을 걱정해준다는 것이 도대체 말이나 돼!>
1980년대 후반 어느 날 식당에서였습니다. 러시아 시인 푸쉬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가 액자로 만들어져 걸려 있었는데, 이 시를 가리키며, 못마땅하다는 투로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참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있으리니...> 어쩌구저쩌구 하는 싯구가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나 봅니다. 당시 이 시는 식당 뿐 아니라 버스터미널, 기차역, 이발소 등 공공장소에 널리 걸려 있었지요. 신동문 시인의 지론은 <삶에 속았다고 생각되면 슬퍼하거나 노하라>는 쪽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시는 언제부턴가 갑자기 사라져, 지금은 공공장소에서는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그 당시 저희 세대는 김소월의 <진달래꽃>만큼이나 이 시를 즐겨 외우곤 했습니다.
하긴, 그 번역 시가 이 땅에서 널리 유행했다가 갑자기 썰물처럼 사라진 연유를 저는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뉴욕으로 출근한다 - 뉴욕에서 12년, 평범한 유학생에서 세계 유수의 디자인 프로젝트에서 활약하는 아트디렉터가 되기까지 한국인 애니메이터 윤수정의 뉴욕 스토리 해외 취업 경험담 시리즈 (에디션더블유)
윤수정 지음 / 에디션더블유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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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터, 낯선 이름이지 않은가. 

애니가 만화라고 해석을 하고, 메이터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만화를 만드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는 뜻인데, 만화라고 하면 범위가 너무 좁아지니, 이를 애니메이션, 또는 영상작업으로 해석을 하여 영상작업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좋을 듯하다. 

만화가 좋아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그 방면으로 계속 일을 하고 있는 윤수정 씨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1부에서는 본인이 참여했던 작업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고, 2부에서는 본인이 애니메이터가 되기까지 겪은 일들을, 3부에서는 애니메이터로 일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4부에서는 미국, 특히 뉴욕에서 애니메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1부를 보면 치열하게 작업하는 모습들이, 정말로 열심히 하는구나, 온갖 상상력, 창조력, 그리고 끈기까지 동원되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2부에서는 역시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지만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러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해서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니,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실력도 쌓아야 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잘 맺어야 한다는 것을 3부와 연관지어 알 수 있다.  

그리고 나서 애니메이션 쪽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에게 조언하는 형식의 4부는 진로를 이 방면으로 정하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처음에는 애니메이션하면 소위 만화영화라는 것만을 떠올렸는데, 그게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된 점에서 이 책이 좋았다고나 할까. 

이 방면도 정말로 다양하고, 진출할 수 있는 분야도 많고, 또 특히나 앞으로도 쓸모가 매우 많은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자신이 재능이 있어서만이 아니라, 사람들과도 잘 관계맺고, 또한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또 자기 의사를 제대로 표현해야지만 이 분야에서 살아남을 수 있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분야와 광고 분야가 다른 분야가 아니라 통하는 분야라는 사실도 중요한 점이다. 

애니메이터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싶은 사람,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자. 어렵지 않고, 자신의 경험을 술술 풀어가고 있어 잘 읽히는 책이다. 그래, 어쩌면 이 책은 20대 초반까지가 읽어야 할 책일지도 모른다.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관심이 없더라도 이런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싶은 사람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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