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뇌는 특별하다 - 템플 그랜딘의 자폐성 뇌 이야기
템플 그랜딘 & 리처드 파넥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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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템플 그랜딘의 책읽기. 자폐인의 삶을 따라가면서 함께 살아갈 수 있음을 점점 더 확신하게 된다. 물론 고기능 자폐인들에게 더 해당이 되고, 정도가 심한 자폐인들에게는 템플 그랜딘과 같은 행동을 하기를 기대해서는 안 되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겠지만.

 

책은 자폐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자폐증이 병명으로 자리잡게 되는 과정을 잘 정리해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진단조차 받지 못하던 시대에서 심리적인 질병으로, 그래서 냉장고 엄마와 같은 말이 나왔던 시대로 있었다고 하는데...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자폐증도 뇌와 유전자의 문제로 점점 확대되고 구체화되었다는 것, 다만 여전히 생물학적인 문제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아 정확히 진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 점점 더 발달해 가는 과학으로 인해 자폐증의 생물학적 원인도 명확히 밝혀질 날이 올 거라고 믿고.

 

완전히 밝히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는 밝혀졌으니,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는 구분해야 한다고 하지만, 자폐증도 이제는 상관관계를 넘어 뇌와 유전자의 인과관계 쪽으로 가고 있으니 자폐증 치료에 더 기대를 걸어도 좋다고 한다.

 

템플 그랜딘은 사람들이 사고하는 방식을 둘로, 언어적 사고와 그림 사고로 나누었었는데, 최근에 여기에 한 가지 사고를 더해 패턴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사고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은 우리도 하고 있지 않은가.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사람이 있는 것은 확실하니, 자신의 사고에 따라서 보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으니, 사람들이 사고하는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을 체계화한다면 사람들에 따라 교육방식도 달라질 수 있을 텐데.

 

여전히 그것은 힘들다. 왜냐하면 이 책에도 나오듯이 학교 교육은 이름표 붙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름표 붙이기, 다른 말로 하면 낙인찍기, 또는 낙인효과라고 할 수 있는 것인데, 자폐인이야 아스퍼거야 하고 이름을 붙이는 순간, 그 이름에 갇혀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름에 맞게 대우해 줘야 하고, 그 이름에 따라서 기대를 접는 행위를 얼마나 많이 하던가. 그래서 그들이 지닌 강점보다는 약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던가. 여기서 템플 그랜딘은 이름표 붙이기에서 벗어나 약점을 보완하는 교육보다는 강점을 살리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 너무도 쉽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왜 굳이 못하는 것을 잘하게 하려고 할까?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하면 되지 않는가. 전국민이 수학자가 될 필요가 없는 것은 모든 사람이 예술가가 될 필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우리는 모든 사람이 똑같은 교육을 받고 똑같은, 적어도 비슷한, 아니면 정부가 정해 놓은 이해되지 않는 어떤 수준까지 꼭 도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자폐 스펙트럼(요즘은 용어가 이렇게 바뀌었단다) 진단을 받은 사람에게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것 아닌가. 그들은 어떤 면에서는 표준적인 수준에 도달하거나 넘어설 수는 있어도 모든 면에서 표준적인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특정 분야에 뛰어난 능력은 발휘할 수 있어도, 그 표준에 미달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살아가기 더 힘든 것이다. 

 

그러니 이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들이 잘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이들이 잘하는 일을 하고, 이들이 못하는 일은 잘하는 사람들이 하는, 서로 함께 일하는 사회가 된다면 그 다양성으로 인해 더욱 풍요로운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템플 그랜딘은 하고 있다.

 

이 책의 뒷부분에 가면 우리나라 교육에도 해당되는, 읽으면 슬픈 그런 구절이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강연을 할 때에는 확실하게 자폐 스텍트럼에 속하는 듯 보이는 사람이 많다. 전국을 돌면서 학교에서 강연을 하다보면 또 이런 비슷한 아이들이 많이 보이는데, 이 아이들은 실리콘밸리에서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왜일까? 학교에서 이 아이들을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대하기 때문이다. (251쪽)

 

똑같아야 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교 교과과정에 있는 것을 꼭 다 배워야 할 필요는 없다. 세상에 그 많은 교과목에서 모두 일정 정도 수준에 도달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낙오자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 다른 일을 충분히 잘 할 수 있고, 사고 패턴에 따라서 학교 교과과정은 익숙한 과정이 될 수도 너무도 힘든 과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템플 그랜딘은 말한다. 왜 똑같아야 하지? 왜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내용을 배워야 하지? 그래서는 안 되는데... 자신에 맞는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줘야 하는데...

 

이 부분을 읽으며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지 않아도 수포자(수학포기자)가 되어 일찍부터 절망에 빠지는, 강점이 많음에도 수학때문에 도태되는 학생들을 생각하며 마음이 아파왔다. 꼭 수학때문은 아니라도, 성적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에고, 이게 무슨 저주받을 짓인지...

 

자폐인의 성공담으로 읽을 수도 있지만, 템플 그랜딘의 책을 읽으면 함께 살아가야 함을, 다양한 사람들의 그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그래, 그렇게 우리는 살아야 한다. 각자 다양하게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며, 함께 조금씩 양보하고 서로 도우며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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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 - 자폐인의 내면 세계에 관한 모든 것
템플 그랜딘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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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자폐인 이야기"를 읽고 흥미를 느끼게 된 사람. 아니 그들의 사고체계에 대해서 알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녀가 쓴 다른 책을 계속 읽고 싶어졌따.

 

자폐인 하면 그냥 의사소통이 안 되는 사람이라고 재단하고 있었는데, 템플 그랜딘의 책을 읽다보면 그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들은 우리와 사고체계가 다를 뿐이다. 다를 뿐인데,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고 또 일반 보통사람들에 비해서는 서툴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냥 다른 존재로 치부하고 마는 것. 하지만 자폐인들도 스펙트럼이 엄청나게 다양하니 - 보통사람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얼마나 다른지 생각하면 그것도 당연한 일인데,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하나의 언어 범주에 모두 넣어버리고 다른 점을 보지 않으려 하고 있던 것은 아닌지 반성도 된다 - 그들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게 된다.

 

함께 살아감, 더불어 살아감을 이야기하면서도 과연 다른 사람들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함께 생활하려 했는지, 내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

 

템플 그랜딘의 이 책은 자폐인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남에게 알려줌으로써 그런 역할을 하는데...

 

템플 그랜딘은 시각으로 사고한다고 한다. 그는 우리처럼 언어로 체계적이고 순차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아니고, 시각으로, 마치 사진이나 영상을 주욱 나열해 놓듯이 세상을 본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이 이해하는 것은 선형적으로 순서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런 자신의 경험으로 동물들을 이해하고, 자폐인이라는 것을 지니고 전문적인 일에 종사하는 자신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자폐인도 세상을 함께 살아갈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물론 자폐인이라고 해서 모두가 다 템플 그랜딘처럼 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이 책에서는 자폐인들도 엄청나게 다양한 사람들이 있음을, 그리고 그들에게 맞는 치료법, 또 생활하는 방법이 다양함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기적적인 치료법은 없음을, 또 한 자폐인에게 맞는 치료법이 다른 자폐인에게 맞는다는 보장이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

 

그것은 우리 모두가 다르듯이 자폐인들도 다르다는 기본적인 인식을 해야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가끔 우리는 이 점을 놓친다. 그냥 자폐인이라고 퉁쳐서 말하고 있지 않은가.

 

그랜딘도 남들과 어울려 사는데 지금도 많은 노력을 한다. 약물치료까지도 하고 있으니, 보통 사람들보다는 더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자폐인으로서 가진 능력을 발휘하고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어느 자폐인 이야기"가 그랜딘 자서전 1부라면 이 책은 2부에 해당한다. 대학을 마치고 자신의 직업을 가지고 생활하면서 그간 느꼈던 점, 알게 된 점을 알려주고 있다.

 

특히 자폐인들에 대해서 많이 공부를 했고, 자신이 알게 된 점을 조목조목 알려주고 있어서 자폐인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를, 무조건 비난하기 보다는 우선 생각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여전히 자폐를 완전히 없앨 수 있는 방법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제는 폐인들을 그냥 가두어놓아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하는 사회가 되었다. 그녀가 노력한 만큼 인도적인 동물 도살도 법으로 실행하도록 하는 사회가 되었고. 

 

이 책은 그들의 사고체계, 행동의 원인에 대해서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자폐인들만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생물들에 대해서도 다른 방향에서 생각하게 해주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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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자폐인 이야기 - 개정판
템플 그랜딘 지음, 박경희 옮김 / 김영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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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라고 하면 "레인 맨"이라는 영화를 떠올리고, 거기서 자폐인의 역할을 했던 더스틴 호프만을 떠올리게 된다. 사회성은 영에 가깝지만 숫자에는 천재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는 사람.

 

남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살지만, 어느 분야에서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가 자폐인이라고 생각하는데... 자폐인들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각자 다른 모습을 보인다고 하니.

 

꼭 어느 분야에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어야 자폐인인 것은 아니다. 사실 주변에서 만나는 자폐인들은 어느 분야에서 뛰어나다기보다는 다른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존재다. 의사소통도 안 되고, 그렇다고 무언가를 잘하지도 못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까 걱정도 되는. 게다가 가끔 보이는 폭력적인 모습까지.

 

다를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폐인들이 사회 생활을 잘하지 못하리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버려야겠다는 마음을 지니게 됐다.

 

자폐인들도 다른 사람들과 같은 것이다. 소위 보통사람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사회 생활을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어떤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과 고만고만한 자질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꼭 자폐인이라고 해서 다르게 볼 필요가 없다는 것.

 

자폐를 딛고(이 말도 좀 이상하지만, 자폐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문을 열고 열린 공간으로 나온) 가축 도구 디자이너로 성공한 템플 그랜딘의 이야기...

 

한 사람의 성공담으로 읽을 수도 있지만 그가 겪어야 했던 어두운 현실을 생각하면서 읽으면 더 좋을 것이다.

 

어린 시절,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 때문에 폭력적인 모습도, 또 남들이 전혀 하지 않고 생각하지도 못한 방식으로 행동했기 때문에 학교에서 퇴학 당하기도 했던 템플이 대학원에 진학하고 동물들이 안락함을 느끼는 공간을 디자인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서술한 책.

 

여기서 한 가지 명심할 것은 템플의 어머니가 보여준 행동이다. 자식에 대한 믿음. 자식을 포기하지 않고 교육시킨 것. 이해해 주려고 노력한 것. 자식을 위해 해야 할 일을 끝까지 한 것. 이것이 템플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어머니의 사랑만이 템플에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템플은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영향을 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들을 통해서 자신의 앞에 있던 문들을 하나하나 열어젖히게 된다.

 

문... 템플은 문에 대해서 고착적 증세를 보인다. 그렇다. 문이다. 자폐인들은 자신의 앞에 문이 있음에도 열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템플은 문을 열고 나아가려 했다. 그 문이 성장기에 따라서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이 과정을 통해서 자폐인들에게 문을 열고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템플은 책 뒤에 부록으로 실려 있는 대담에서 이렇게 말한다.

 

부모는 자폐증 아이가 바깥세상과 연결돼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즉 바깥세상에 관심을 끊은 채 자기안의 세계에 빠지게 내버려줘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223쪽)

 

그가 문에 집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은 외부세계로부터 나를 차단시키는 장치이기도 하지만 나를 외부세계로 나아가게 하는 장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문을 의식하고 그 문 밖으로 나아가려는 행동, 그것이 자폐인에게 필요한 것이고, 이러한 행동을 하도록 충분한 동기부여를 해야 하는 것이다.

 

누구나 성공할 수는 없지만 누구도 해보지 않으면 결과는 알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통합교육을 강조하고 있는데, 말로만 통합교육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학교라는 공간. 보통 학생들도 견디기 힘든데, 자폐나 또는 다른 증세가 있는 학생들에게는 지옥과 다름없을 수가 있다. 또 입시에 찌들리고 있는 교육현실과 아직도 30명에 육박하는 학생들로 인해 개별 학생들 한명 한명을 신경쓸 수 없는 교사들까지 생각하면 학교에 있는 모든 학생들에게 가장 힘든 공간은 학교일 것이다.

 

이러한 학교 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통합교육은 고사하고 다른 교육조차 힘들 것이다. 그 점을 생각하게 하는 템플 그랜딘의 자서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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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반역자들 - 역사에 도전한 여성 운동가 봄볕 청소년 4
조이 크리스데일 지음, 손성화 옮김 / 봄볕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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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에 대한 논의가 여전하다. 이 말은 여성들이 아직도 남성에 비해 차별을 받는다는 얘기다. 운동은 막힘이 있을 때 드러나기 때문이다.

 

최근에 채제공이 쓴 만덕전을 읽었다. 아주 짧은 글인데, 이 글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당시 제주에는 여성들이 뭍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법이 있었다는.

 

그런데 흉년으로 백성들이 굶어죽을 때 백성들을 구휼해진 공을 세운 만덕에게 소원을 물으니, 서울과 금강산 구경이라고 했단다. 제주 여성이 할 수 없는 일. 만덕은 이 일을 해내고 만 것. 이렇게 제주여성에게 주어졌던 틀을 만덕은 깨고 새로운 길을 만들었다.

 

이는 만덕만이 아니라 다른 여성들도 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선구자 역할을 하는 사람. 비록 그는 힘들게 그 시대를 살아갔을지라도 그로 인해 세상은 좋은 쪽으로 한 발 더 움직이게 되었으리라.

 

그럼에도 우리는 여성들에 대해서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 기록이 적은 이유도 있지만, 알게모르게 차별을 해서 여성을 역사에서 제외시킨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례로 만덕은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지금 우리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만, 500년이 넘는 조선 역사에서 여성 인물들의 이름과 한 일을 이야기 하라고 하면 몇 명이나 들 수가 있을까?

 

조선시대 여성이라? 신사임당, 허난설헌, 황진이, 논개, 명성황후 그리고... 한참을 생각해야 한다. 이만큼 여성들은 잊혀진 존재였다. 분명 세상의 절반이라고 하는데도.

 

이 책은 서양 역사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했던 여성 10명을 소개하고 있다. 부끄럽게도 이들 열 명 중에 제대로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들어본 적은 있었다고 어렴풋이 떠오를 듯 말 듯한 사람은 있었지만 정말로 몰랐다.

 

이들로 인해 세상이 좋은 쪽으로 움직였음에도, 이들에 대해서 이렇게 모르고 지내온 것은 여성들이 차별을 받는 역사는 지금도 계속된다는 반증이리라. 이런 책이 계속 나와서 여성들도 역사 속에서 제 자리를 잡고 있는 중이기는 하지만. 한 번 살펴 보라. 몇 명이나 알고 있는지.

 

올랭프 드 구주, 소저너 트루스, 사로지니 나이두, 루스 퍼스트, 글로리아 스타이넘, 존 바에즈, 레일라니 뮤어, 템플 그랜딘, 미셸 더글러스, 섀넌 쿠스타친

 

페미니즘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글로리아 스타이넘 정도, 음악에 관심있는 사람이면 존 바에즈 정도. 

 

올랭프 드 구주, 프랑스 대혁명 시기에 여성의 권리를 주장한 사람. 이 사람 이름은 잘 기억하지 못해도 이 말은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이 단두대에 오를 권리가 있는 것처럼 연단에 오를 권리도 가져야 한다' (24-25쪽)는 말. [여성과 여성 시민의 권리 선언]을 썼다는 구주는 결국 단두대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그가 주장한 여성의 권리는 지금까지 계속 쟁취되어 왔으니...

 

흑인 여성으로서 노예 해방을 위해 일했던 소저너 트루스. 간디와 함께 영국에 저항하는 비폭력 운동을 펼쳤던 사로지니 나이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에 맞서 싸우다 경찰이 보낸 폭발물로 세상을 떠난 루스 퍼스트, 페미니즘 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 그리고 베트남 전쟁 반대 등 평화의 노래를 불렀던 존 바에즈.. 이들은 유명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레일라니 뮤어에 오면 우리나라 한센병 환자들에게 했던 일들이 떠오른다. 우생학이라는 학문이 사회에 침투해 열성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고 판단된 사람들에게 자식을 낳지 못하게 불임 수술을 했던 시대. 그런 폭력의 시대에 그것을 폭로해서 바로잡으려 했던 사람. 레일라니 뮤어.  

 

자폐증을 앓아 오히려 동물들을 읽을 수 있게 된, 동물들의 복지를 위해 일한 템플 그랜딘. 인도적인 환경에서 동물들이 사육되게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 사람이라고 한다. 여기에 자폐증 환자에 대한 인식도 바꾸었고.

 

최근에 우리나라도 군대 내 동성애에 대해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동성애에 관해서는 군대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아직도 부정적인 관점을 많이 지니고 있으니... 하다못해 청소년 인권 조례에 성적인 지향 자유 항목이 있어서 조례를 거부하는 지방의회들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우리나라인데.

 

앞서 간다는 캐나다에서도 얼마 전까지 군대에서의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고 범죄 취급했다고 하니,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 노력한 미셸 더글러스의 일은 남의 일로 다가오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여전히 진행형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셸처럼 이미 앞서 간 사람, 틀을 깬 사람이 있으니, 우리나라도 틀을 충분히 깰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고.

 

마지막 인물은 너무도 어린 나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뜬 섀넌 쿠스타친이다. 선진국이라고 하는 캐나다에서도 원주민에 대한 대우는 형편없다는 사실, 그들에게 제대로 된 학교도 지어주지 않아 원주민 학생들이 학교를 지어달라고 청원하고 시위하게 되었다는 것, 그 사실을 널리 알린 쿠스타친.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틀을 깬 사람들을 소개해주고 있다. 단순히 소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세상을 바꾸려고 했다. 신영복의 글에 있는 말처럼, 세상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려고 한 사람들이다. 어리석은 사람, 우직한 사람인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있었기에 세상이 조금씩 변화한 것이기도 하고.

 

그러니 이들을 기억하자. 역사는 기억을 통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이 자리에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특히 세상의 절반인 여성들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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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홍,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법 - 긍정의 힘으로 인간을 위한 로봇을 만들다
데니스 홍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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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홍, 세계에서 알아주는 로봇 과학자라고 하면 된다. 그가 만든 로봇이 각종 국제 대회에서 상을 휩쓸어서 유명해졌고, 또 강연을 통해서도 많이 알려진 사람이다.

 

그런 그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나왔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법. 그가 살아온 과정과 로봇에 대한 열정, 그리고 그의 로봇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단지 로봇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학문에 대한 이야기, 기술발전에 대한 이야기라 해도 좋다. 어린 시절부터 호기심을 지니고 자신이 좋아하던 분야에 발을 담그고, 그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이 데니스 홍이다.

 

이 책을 로봇에 중점을 두고 읽지 않고 한 사람이 자신의 일을 어떻게 성취해가는가를 중심에 두고 읽었는데, 그런 읽기가 더 감동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우선 그는 자신이 성공한 결과만을 보지 말라고 한다. 우리는 성공한 사람들을 보고 부러워만 하는데, 그가 성공하기 위해서 거쳤던 수많은 실패들에 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듯이 실패 없이 성공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데니스 홍만해도 박사과정을 마치고, 교수로 임용되는데 많은 실패를 거쳤다. 많은 대학에서 거절을 당한 것인데,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열정을 드러내 보였다. 그 다음 실패는 교수가 되어서 연구비를 타기 위해 냈던 제안서들의 실패다.

 

로봇을 연구하는 교수가 연구소를 운영할 자금이 없다면,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 또 자신의 연구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제안서를 냈는데 계속 거절을 당한다면, 그만한 실망도, 그보다 더한 좌절도 없을 것이다.

 

이때 포기한다면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다. 데니스 홍은 그 많은 거절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계속 나아간다. 그 결과가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교수가 되어 연구소를 운영할 때도 그는 자유롭게, 또 대학원생만이 아니라 학부생까지도 받아들여 공동연구를 한다. 대학이 학문을 하는 곳이라는 말을 그가 운영하는 연구소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이다.

 

세번째 좌절은 대학을 옮기면서일 것이다. 그가 대학을 옮기자 전 대학인 버클리 공대에서는 그가 그동안 만들었던 로봇을 주지 않는다. 그는 졸지에 자신의 로봇들을 모두 잃은 것이다.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하는 상황.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그는 다시 시작한다. 그에게는 로봇을 만들어야 할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행복. 우선 자신의 행복, 가족의 행복, 그리고 사회의 행복이다. 사회를 행복하게 하지 못하는 로봇이라면 그는 만들려 하지 않는다.

 

그는 확고한 목표가 있다. 그는 연구의 목적을 확실히 해야 한다(271쪽)고 한다. 연구의 목적은 바로 사회가 좀더 좋은 쪽으로 나아가게 하는데 있다. 그가 거부하는 것은 전쟁과 관련된 연구다. 전쟁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에 유익한 연구를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그의 로봇들은 그런 목표를 향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를 악용하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것으로 세 가지를 제안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인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인가"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인가"를 생각하라고 한다. 그래야만 꿈을 이룰 수 있다고...

 

그런 그가 만든 시각장애인이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에 관한 일화는 참으로 감동적이다. 시각장애인에 대한 그의 관점이 변해가는 것과,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생활을 할 수 있는 기술을 사회에 제공하려는 그의 노력이 마음을 울린다.

 

기술은 이렇게 우리들을 행복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그는 초등학교 때는 학생들이 무조건 놀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무거운 책가방, 선행학습을 위한 학원은 없애야 한다고... 여기에다 코딩 교육 열풍이 불었을 때 그가 우리나라 관계자에게 했다는 말.

 

추리소설을 읽히고 요리를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는 말... 컴퓨터 교육을, 코딩 교육을 물어본 사람에게 그가 한 이 대답에서 우리는 무엇이 먼저 실시되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논리력과 조직력을 키우는 것, 창의력은 그들의 뒷받침으로 생길 수 있는 것, 이들을 도외시한 코딩 교육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 지금과 같은 입시교육으로는 더이상의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것.

 

참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로봇과학자인 그가 어떻게 지금의 자리에 섰는지, 그는 어떤 관점에서 로봇을 만들려고 하는지, 로봇에 대한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라면, 또 자신의 꿈을 좇는 사람이라면 읽을 필요가 있는 책이다.

 

로봇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데니스 홍이라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이다. 더불어 많은 것을 생각할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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