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그래피 매거진 8.5 승효상 - 승효상 편 - 짓다
승효상.스리체어스 편집부 지음 / 스리체어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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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발간하는데 영어로 발간해서 조금 낯설기는 하다. 바이오그래피(biography)라고 발간이 되는 책인데... 우리말로 하면 '전기'쯤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읽어보면 전기라고 하기엔 조금 낯설다. 이 책만 가지고 보면, 앞부분에서는 전기라고 할 수 있는 승효상의 간략한 생애가 서술되어 있어, 그 제목에 어울리기는 하지만, 뒷부분은 다시 승효상과의 인터뷰 내용이 전개되고, 그 다음에는 승효상의 글이 실려 있으며, 그의 건축작업물에 대한 사진이 곳곳에 실려 있고, 또 그가 쓴 글 중에서 발췌한 글들이 실려 있다.

 

승효상에 대하여 전반적으로 알려주고 있다고 보면 되는데, 전기의 어느 한 종류로 국한시킬 수 없는 편제를 지니고 있는 책이다.

 

그냥 승효상이라는 건축가에 대해서 관심이 있으면, 이 책을 읽으면 된다. 간략한 그의 생애도 알 수 있고, 그가 한 건축물들 사진도 볼 수 있으며, 그의 건축 사상에 대해서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가 추구하는 건축이 어떤 건축인지를 구체적으로 또 자세히 알 수는 없다. 건축에 관한 책이 아니라 승효상이라는 사람을 소개하는 전기라는 형식을 취했기 때문에 지니는 한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읽을 만했다. 승효상이 쓴 책을 몇 권 읽은 것이 전부이지만 이 책에서도 글솜씨가 좋은 건축가라는 평이 있을 정도로 그의 글에 반하기도 했지만, 승효상이라는 건축가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알 수 있는 것과 또 건축이 어떠해야 할지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서울시 총괄 건축가로서 활동했다는 사실, 서울이 회색도시가 아니라 사람들이 숨쉬며 활동하는 도시로 탈바꿈하는 바탕을 제공했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는 메타 시티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가 추구하던 건축이 '빈자의 미학'에서 이야기하듯이 비움이 주가 되고, 그것을 채워서 땅의 무늬(地文) 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 것에 공감하기도 했고.

 

건축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땅을 보아야 한다고, 그 땅에 맞는 건축을 해야 한다고, 그리고 건축을 채워가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건축을 완성해 가는 것은 건축가가 아니라 그 건축에 사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더 새롭게 다가왔고.

 

그는 아직 그 아파트를 건축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하긴 우리나라 대형 건설사들이 그에게 아파트 설계를 맡길 리가 없었을테지만, 만약 자신에게 아파트 건축 의뢰가 들어온다면 기꺼이 하겠다는, 말 그대로 공동주택에 맞는 아파트를 건축하고 싶다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아파트가 말이 공동주택이지 사실은 극도로 단절되고 분리된 주택임이 현실이니, 그가 언젠가는 아파트를 건축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승효상 건축이 지닌 의미는 이것이라고 본다.

 

나는 건축이 사람의 형태를 바꾼다고 믿는다. 다시 말하면 좋은 건축은 좋은 삶을 만든다. 좋은 건축이란 무엇인가. 적어도 우리 인간의 선하고 진실되며 아름다움이 끊임없이 확인될 수 있는 바탕이며 우리의 세계가 그로 인해 진보될 수 있는 지혜이다. (지혜의 도시 지혜의 건축 中) - 이 책 207쪽.

 

이런 건축을 하고자 하는 건축가, 그리고 그런 건축가를 지지하는 사람들, 그가 자신의 건축 이념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고자 하는 사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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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 화가에게 말 걸다
최병수.김진송 지음 / 현실문화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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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공동 저자라고 할 수 있는 김진송이 화가인 최병수에게 말을 건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우연히, 김진송의 책을 읽었기 때문인데... 그가 쓴 "목수 김씨의 나무 작업실" 을 참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그래서 김진송과 최병수의 예술론이 이 책에 함께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웬걸, 여기서 말하는 목수가 김진송이 아니고, 최병수 자신이다. 즉, 최병수가 최병수에게 말을 건다는 의미로 제목을 붙였다고 한다. (이 책의 뒷부분에 나온다)

 

그렇다고 최병수가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풀어낸 것은 아니다. 그의 이야기를 풀어내게 한 것은 김진송이다. 그가 최병수를 찾아가 그동안 숱하게 들었던 최병수의 이야기를 다시 듣고 책으로 내려고 정리를 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그러니 이 책의 제목에서 말하는 목수는 최병수이기도 하지만, 김진송이기도 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고...

 

사실, 김진송에 대해서는 책 한 권을 읽어서 알고 있었지만, 최병수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내가 이 책을 구입한 동기는 분명히 최병수가 아니라 김진송에게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병수를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책을 펼치자마자 깨져버렸다. 내가 그를 모른다고 그의 작품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이건 그만큼 그가 자신의 이름을 내세우려 하지 않았단 얘기가 되는데...

 

그동안 자주 보아왔던 이한열 그림... 그것이 최병수의 작품이었다니.. 새만금의 솟대, 그것도 최병수의 작품이었다니... 내가 알고 있는 그의 작품은 여기까지.

 

그런데도 이 작품들은 워낙 강하게 다가왔었는데... 그가 나중에는 환경미술 쪽에서도 큰 활약(?)을 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80년대 민중미술(이렇게 통칭하자. 그냥 그 당시 사회적 문제에 미술로 대응했던 사람들을)을 하던 사람 중에 지금까지 그렇게 활동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생각인데... (이 책에도 나오지만 90년대 사회주의권의 종말은 많은 운동권들에게 절망을, 그리고 변절을 불러일으켰다. 지금 정치권을 보라...)

 

그는 사회문제를 계속 확대해 나갔다고 할 수 있다. 새만금, 부안 핵폐기장 반대, 사패산 터널 반대,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반대 운동, 그리고 세계기후협약 회의가 벌어지고 있는 세계 각국에 가서 환경 퍼포먼스를 하는 일, 이라크 전쟁 반대 등등...

 

자신의 삶과 미술을 이렇게 일치시킨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는 우직하게 자신의 생각과 삶과 예술을 일치시켜 나가고 있다. 아마도 지금도 진행 중일 거라는 생각이 들고.

 

왜냐하면 이 책을 읽어보니, 그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미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고, 사회 문제가 자신과 관계 없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문제라는 것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고...

 

그런 그의 이야기, 어렸을 때부터 2004년 정도까지 그의 삶과 예술에 대해서 최병수의 말을 통해 듣고, 그걸 김진송이 정리하여 이 책을 통해 최병수라는 사람, 최병수라는 예술가를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어쩌면 지금... 그는 다시 전면에 나서고 싶어할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그가 활발히 활동했던 시대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어둠이 깔리는 시대에 예술가들이 등짐만 지고 있어서는 안 될테니...

 

참 많은 작품이 있음에도 그의 이름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까닭, 그가 미술계에서는 거의 방외인으로 맴돌았던 현실... 어쩌다 화가가 되어버린 그의 이력 등, 우리의 흥미를 유발하는 일화들이 많이 나오기도 하는데...

 

무엇보다도 예술가로서 또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그가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려고 했던 모습이 잘 드러나 있어서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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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6-10-09 0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병수는 광대다]라는 책을 읽었어요.
새만금 해창갯벌에 있는 솟대와 평택 대추리의 여러 작품들의 그 분의 손에서 나왔죠.
새만금과 평택에서 직접 접했던 작품들이라 유난히 기억에 남아요

kinye91 2016-10-09 07:44   좋아요 0 | URL
최병수 씨는 예술이 작업실 속에만 있지 않고 민중의 삶과 함께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가란 생각이 들었어요.
 
수학자도 사람이다 세트 - 전2권 - 위대한 수학자들의 삶의 이야기
루타 라이머.윌버트 라이머 지음, 김소정 옮김 / 꼬마이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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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1,2권 합쳐 30명의 인물이 있다. 수학계에서 커다란 업적을 남긴 위대한 수학자로 평가받는 사람들이다.

 

탈레스, 피타고라스, 유클리드, 아르키메데스, 히파티아, 오마르 하이얌, 레오나르도 피보나치, 제롤라모 카르다노, 존 네이피어, 갈릴레오 갈릴레이, 르네 데카르트, 피에르 드 페르마, 블레즈 파스칼, 아이작 뉴턴, 레온하르트 오일러 (이상 15명, 1권)

 

마리아 아녜시, 벤저민 배네커, 조제프 루이 라그랑주, 소피 제르맹,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 메리 페어팍스 서머빌, 찰스 배비지, 닐스 헨리크 아벨, 에바리스트 갈루아, 에이다 바이런 러블레이스, 소피아 코발레프스카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아말리 에미 뇌터, 게오르그 폴리아, 스리니바사 라마누잔 (이상 15명, 2권)

 

이 중에 몇 사람이나 알고 있는가? 수학자라기보다는 철학자로 알고 있는 데카르트, 팡세의 저자로만 기억하는 파스칼을 포함해서 그 사람의 일부분만 알고 있거나 또 아예 모르고 있는 인물이 더 많지 않은가.

 

수학이 우리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함에도 불구하고, 수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우리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수학교육을 통해서 우리는 수학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만 공부해야하는 지긋지긋한 과목, 대학 입학 이후에는 더이상 내 삶과는 상관없는 학문으로 생각하게 된다. 우리나라 수학교육의 병폐. 문제.

 

그러나 전국민이 학창시절에 가장 중요한 과목으로 꼽는 "국,영,수" 어쩔 수 없이 공부해야만 하는 과목들. 그냥 수단일 뿐이다. 이 과목들은. 결코 공부의 목적이 될 수 없다. 물론 이들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이 가물에 콩 나듯이 나오기는 하지만, 참 적은 수만 나온다.

 

그러니 그렇게 어렵사리 공부를 해놓고도 도대체 왜 공부했는지, 또 대학입시만 끝나면 모두 잊고 말게 된다. 국가적인 낭비고, 젊은이들의 에너지 낭비다.

 

자기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만 해도 짧은 인생인데, 인생의 황금기를 준비하는 시기, 또는 황금기에 전혀 좋아하지도 않고 오히려 고문이라고 여기는 수학에 많은 학생들이 시간과 열정을 보내며 삶이 피폐해지고 거기에 비례해서 수학과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현실.

 

이런 현실은 문제가 있다.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 수학교과서가 외국에 비해서 터무니없이 어렵다는 말도 나와 많이 고쳤음에도 불구하고 수학은 여전히 어렵고 하기 싫은 교과목이다.

 

좀 다르게 접근할 수 없나? 그런 고민에서 아마도 이 책이 나왔을 것이다. 수학이 그렇게 사람들을 괴롭히는 과목만은 아니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 수학도 재미있는 과목이라는 점을 생각하게 하기 위해서.

 

(이 책에 나오는 폴리아는 어려운 수학을 쉽게 학생들이 접근할 수 있는 수학교수법을 만들어 가르쳤다고도 한다.)

 

학생 때를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떤 과목을 좋아하는 이유가 그 과목이 좋기도 한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그 과목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좋아서 잘 듣다 보니까 자연스레 좋아진 경우가 더 많지 않았는가.

 

수학도 마찬가지다. 수학을 좋아할 수 있는 방법은 수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좋거나 또는 수학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이다. 이 책에서 말한 제작 의도처럼 말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누구나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활용하면 학습 효과를 크게 올릴 수 있습니다. 수학 법칙이 한 가지씩 만들어질 때마다 그에 얽힌 이야기가 하나씩 탄생하는데, 그중에는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수학에 얽힌 이야기는 그다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 이야기도 인류 역사의 중요한 자산이며 인류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해 줄 중요한 다리임은 분명합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수학자들의 이야기를 읽어 봄으로써 아이들이 수학에 대해 흥미를 느끼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권, 6쪽

 

'수학자들도 우리처럼 불완전하고 오해도 받고 외로움도 느끼며 실망도 하고 몸이 불편하기도 한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 위대한 수학 원리를 발견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 이 책에 나오는 수학자들이 우리에게 알려 주고 있는 중요한 사실은,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도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반드시 해낼수 있다는 점입니다.'  1권, 10쪽

 

여기서부터 수학을 시작하면 된다. 좋아해야 관심이 생기고, 관심이 생겨야 도전해 볼 욕구가 생기지 않겠는가. 수학을 좋아한 사람들 이야기, 그 사람들이 겪은 이야기들을 읽으며 수학도 해볼 만한 학문이구나 하는 생각, 수학도 우리 생활에 참 많은 영향을 주는 과목이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는다면 그때부터 수학이라는 과목은 기피의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수학 문제 몇 문제를 먼저 풀기보다는 왜 수학이 우리 삶에서 중요한지, 수학을 좋아한 사람들은 어째서 좋아했는지, 그들이 수학원리를 어떻게 발견했는지 등등을 먼저 들려주고, 문제는 찬찬히 자신의 힘으로 풀게 하면 좋지 않을까.

 

이 책에 나와 있는 30명의 수학자들은 수학을 참 좋아했던 사람들이지만 모두가 영광스러운 삶을 산 것은 아니니, 이런 삶을 통해 학생들 자신들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도 있을 수 있기에...

 

수학공식, 수학 문제부터 시작하지 말고 이렇게 수학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 특히 수학자들의 이야기부터 수학이라는 과목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적어도 수포자의(수학포기자) 수는 줄이지 못할지라도 수학증오자는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교 1,2학년 정도가 읽으면 좋을 책인데... 이 책을 읽으며 참 모르는 수학자가 이리도 많다니, 살짝 부끄러워진 책읽기였다. 아동용이라는데, 어쩔 수 없지. 그만큼 수학은 내 삶과 동떨어져 있던 학문이었으니.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전혀 삶과의 관련성을 의식하지 못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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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형을 말한다 - 몽양학술심포지엄 논문자료집
이정식.최상용.조영건 외 지음 / 아름다운책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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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한국현대사에서 빼놓아서는 안 될 인물이 바로 여운형이다. 그렇지만 그에 대해서 그다지 많이 알고 있지는 못하다. 그만큼 그는 잊혀진 정치가로 지내온 기간이 더 많다.

 

일제시대 독립운동에 헌신했음에도 2000년이 넘어서야 겨우 독립운동에 대한 공을 인정받아 국가 훈장을 받은 사람이니, 이승만과 김구는 알아도 여운형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던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다.

 

그런 여운형을 2007년에 그의 서거 60주년을 맞이해서 몽양학술심포지엄을 열었다고 한다. 몽양을 그냥 잊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그의 정신을 지금에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에 몽양을 다시금 우리나라 정치에 불러들인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보면 참 낙관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다. 몽양이 해방이 되고나서 남북이 분단될 위기에 처해있을 때 좌우합작 노선을 우직하게 밀고나갔다는 사실, 그로인해 우익에게서도 또 좌익에게서도 홀대를 받아왔다는 사실... 열 번이 넘는 테러를 당했음에도 자신의 민주주의 원칙, 민족주의 원칙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

 

결국 그런 원칙으로 인해 현실 정치 세계에서 그 자신이 희생당하고 말았다는 사실... 2000년 초반에 남과 북이 화해 분위기로 흐를 때 이제는 분단시대가 아닌 통일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준비해야 한다고 할 때, 그때 몽양은 다시 우리 곁에 왔다.

 

많은 정치인들이, 학자들이 몽양을 불러내었다. 게다가 몽양의 딸이 북쪽에서 나름 활동하고 있었기에 그를 디딤돌로 삼아 남북교류를 이끌고, 더 나아가 남북 정상회담도 하고, 이제는 남북이 휴전이 아닌 정전, 평화협정으로 가야한다고 할 때 몽양이 오래 전에 주장했던 좌우합작, 남북통일이 우리 곁으로 다가온 것이다.

 

하여 몽양의 의미를 되새기는 이런 학술대회도 개최하고 했는데... 그런데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몽양의 서거 뒤와 비슷하게 남북은 다시 긴장, 대립 국면으로 치닫고 말았다.

 

몽양이 그토록 우려했던 일들이 다시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셈. 그나마 실낱같이 이어가던 경제협력마저도 개성공단 폐쇄로 이제는 남과 북이 갈등의 정점을 향해 달리고 있는데... 무슨 치킨게임도 아니고...

 

긴장이 고조되어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돌고 있는 이 때, 다시 몽양을 생각해야 한다. 그가 왜 그 시대에 좌우합작을 추진했는지, 그렇게 반대가 많았고, 현실적으로도 고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좌우합작을 포기하지 않았는지 생각해야 한다.

 

그에게는 그것이 우리 민족이 살 길이었고, 민주주의를 살릴 수 있는 길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라. 남과 북이 이렇게 군사적 긴장 상태에 있을 때는 민주주의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몽양은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 우리 민족이 하나가 되도록 서로 양보하고 타협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녔으리라고 생각한다.

 

비록 테러로 인해 그는 목숨을 잃었지만, 그것이 현실정치에서는 그 당시에도 용납이 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다시 그가 서거한 지 70년이 지난 오늘에서도 또다시 용납되지 않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몽양 서거 후 70년 동안 우리는 너무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았던가. 그러면 이제는 남과 북이 바른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몽양은 인민이, 즉 국민이 주인되는 세상을 꿈꾸기 위해 좌우합작을 주장했는데, 우리 역시 남북의 긴장 상태에서는 민주주의가 위축되니, 국민이 주인이라는 의식이 잠시 뒤켠으로 밀려가는데...

 

자신들의 정권유지나 권력유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들을 위해서라면 무엇보다 남과 북은 지금의 긴장 상태를 풀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여운형의 정신을 잇는 길이기도 하다.

 

이때 학술심포지엄에 나온 이 글들 참 낙관적이었는데, 이 낙관이 비관으로 바뀌는데 몇 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다시 이 비관을 낙관으로 바꿔야 한다.

 

그 점에서 여운형의 사상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고, 해방 정국 3년 간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사실들, 정치적 사건들을 살펴보고, 그것들이 지금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분량의 절반 이상을 여운형의 글로 채우고 있다. 그의 사상을 직접 읽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아직도 우리나라, 여운형의 소망이 진행되고 있음을, 그것이 그냥 소망이 아닌 현실이 되게 하는 것이 우리들에게 주어졌음을 이 책은 생각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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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 도시의 시인들 - 삶의 진부함에 맞서는 15개의 다른 시선, 다른 태도
김도언 지음, 이흥렬 사진 / 로고폴리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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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15명에 대한 인터뷰집이다. 어떤 시인들이 나오는지 먼저 보자.

 

김정환, 황인숙, 이문재, 김요일, 성윤석, 이수명, 허  연, 류  근, 권혁웅, 김이듬, 문태준, 안현미, 김경주, 서효인, 황인찬

 

대놓고 말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시인들을 만났다고. 그리고 소설가이자 시인이고 출판업에 종사하는 저자가 자기가 그 시인의 작품을 어떻게 만났는지, 또 얼마나 좋아하고 있었는지도 고백하고 있다.

 

인터뷰어로서 인터뷰이에 대해서 많이 알고 갈수록 얻어낼 것이 많을수도 있지만, 자기의 인식틀에 갇혀 새로운 무엇을 얻어내지도 못하는 일도 있는데, 이 책에서 저자는 그 점을 넘어섰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이 궁금증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시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시인들이 참 다른 사람들인 것 같지만 사실은 우리와 같은 사람임을, 우리와 같은 세속 도시에 살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덕분에 이 책에 나온 시인들, 이미 읽어서 알고 있는 시인도 있지만 처음 이름을 들어본 시인도 있는데, 그들의 시집을 읽고 싶은 욕구가 생겨났다.

 

딱히 어떤 시인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말을 하기는 힘들지만 첫 시작을 한 김정환 시인에게서는 집안의 자유로움을, 즉 자식이 무엇을 하든 부모의 생각과는 다르더라도 허용해주는 그런 분위기가 얼마나 중요함을 기억했고,

 

황인숙 시인에게서는 언어적 감각이 매우 뛰어난 시인이라고, 달랑 두 권의 시집밖에는 읽지 못했지만 그렇게 느끼고 있었는데, 그가 길고양이들을 위해 먹이를 날마다 가져다 주고 있다는 삶에서도 생명에 대한 결이 참으로 부드러운, 시인들이 좋아하는 시인이라는 구절이 기억이 나고, 

 

이문재 시인은 최근에 내가 좋아해 그의 시를 많이 읽는 시인이었는데, 시대가 점점 더 엉망으로 흐트러져 가는 것에 대한 분노가 인터뷰 내내 묻어나와서 그에 동감하고 있기도 했고,

 

김요일, 성윤석, 이수명, 허연, 류근, 김이듬, 김경주, 황인찬 시인의 작품은 읽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이들 역시 나름대로 자신의 시세계를 개척하고 유지해 나가고 있다는 느낌, 그래서 한 번은 이들의 시도 읽어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고,

 

권혁웅 시인의 작품에서 '독수리 오형제'를 계속 마음 속에 담아 두고 있었는데, 그가 젊은 시인들에게 '미래파'라는 이름을 붙여 기존 평단의 문학권력들로부터 새로운 감수성을 인정하자는 운동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이것은 그가 어느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마음을 열고 시를, 세상을 본다는 얘기라고 생각해 그의 시를 더 좋아하게 됐고, 

 

문태준, 안현미, 서효인 시인의 작품들은 최근에 한 번 정도 읽어봤는데, 괜찮은 시도 있었고, 이해하기 힘든 시도 있었는데. 특히 문태준 시인의 작품은 우리의 토속적 정서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는데, 여기서 그것을 확인하는 기쁨 뭐 이런 것들...

 

단지 시인이 시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면 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재미없는 책일 수밖에 없겠지만, 이 책에서는 작가의 이력도 나와 있고, 또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고 그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할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세상, 일명 세속 도시... 그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들은 시인은 무슨 사회와는 초현한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사는 무슨 탈속적 존재로 생각하는데, 그것이 전혀 아님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시인도 사람이라는 것, 우리와 같이 세속 도시에 살고 있다는 점,, 그 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 어려움들을 함께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 다만 그들은 그것을 자신의 시로 표현해내고 있다는 것, 그것을 생각하게 해준 책이다.

 

많은 시인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후속 편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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