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객석
강병철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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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이자 시인, 소설가인 강병철이 자신이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 냈다. 좀 낯선 인물들도 꽤 나온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충청도와 관계가 있다. 저자인 강병철이 충청도에서 활동했기에 그가 자주 만난 사람들이 충청도 출신 혹은 충청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데서 인물 선정의 이유를 찾을 수 있겠다.

 

여기에 교사(또는 교사 출신)들이자 문인인 사람들도 꽤 나온다. 저자 역시 교사이자 문인이기도 하고. 이들은 대부분 전교조와 관련된 교사들이다. 지금 누구는 전교조를 때려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예전에 이들을 해직시키더니, 이제는 한사코 법 밖으로 전교조를 몰아내고 있는 것도 모자라 때려잡아야 한다고, 노조에 대한 인식이, 교사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인 사람이 대통령 후보라니, 세월 참, 앞으로 가지 않고 뒤로 거꾸로 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읽어가면서 전교조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정말로 교사로서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 이들은 대부분 전교조 교사였는데, 이들이 얼마나 잘 살았는지 이 책을 읽어보면 잘 알 수 있다.

 

아마도 전교조에 대해서 오른쪽으로 치우쳤던 생각들을 조금은 교정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는 교육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는 사람들에게 통하는 이야기고.

 

이 책에서 다루는 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인물도 있고, 지금은 교육감이 되어 지역 교육의 수장 노릇을 하는 사람도 있고,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도 있다.

 

윤중호, 김성동, 이문구, 한창훈, 이정록, 안학수, 조재훈, 최교진, 나태주, 정낙추, 황재학, 김지철, 김충권, 이순이, 이문복 

 

첫 인물인 윤중호, 제목부터 슬프다. 이렇게 꽃이 피었어도 한 번 간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눈을 뜨지 않는다. 윤중호가 그렇다.

 

저자인 강병철과 친밀하게 지냈던 사람들 이야기라서 글 속에서 그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마치 곁에서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들의 고민, 이들의 문학, 이들의 삶에 대해서 강병철은 객석에서 이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자신이 주인공이 아닌, 자신이 만난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게 하는 것, 그래서 책 제목도 '작가의 객석'이다. 작가는 '객석'에서 주인공들을 바라본다. 그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서 우리 역시 주인공들을 바라보게 된다.

 

따스하게, 애정을 가지고 이들을 바라보기에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따스해진다. 어떤 장면에서는 짠해지기도 한다.

 

안학수 시인 편에서 눈물이 짠해지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장애인에 대해서는 편견을 지니고 있었음은 매한가지. 여기에 더해 장애인을 곯리고 괴롭히기도 했으니, 그런 경험을 성장소설로 썼다는데, 아마도 작가의 삶이었을 그 장면.

 

식모살이를 하다가 집으로 돌아온 누나가 장애인 동생을 보며 주저앉으며 하는 말 "누나가 아무것도 못 사왔다."

 

눈물이 울컥했다. 지지리로 가난한 생활에 무보수 식모로 집안 입 하나 덜어주던 누나가 다시 집으로 돌아와 동생에게 하는 말. 이런 슬픔이라니.

 

시인의 이런 슬픔을 작가는 객석에서 우리에게 잔잔하게 들려주고 있다. 아니 들려주고 있다기보다는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 사람 한 사람 편이 다 따스하다. 마음이 짠해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이들이 한 시대를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지, 그 치열함이 문학으로 어떻게 남게 되었는지를 보게 된다.

 

작가와 같은 자리에서 작가가 보는 것을 우리 역시 보게 된다. '작가의 객석'은 이렇게 우리의 객석이 된다. 우리는 이들의 삶을, 문학을 본다. 작가가 보는 것이 우리 마음 속에 고스란히 담겨지게 된다.

 

좋다. 사람에 대해 혐오감을 갖게 하는 몇몇 군상들을 잊을 수 있게 해준다. 이들이 술을 먹고 온갖 난장을 벌여도 그 난장은 혐오감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오히려 삶의 고민, 활력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대단한 작가들이 아니라 우리 곁에서 우리와 함께 울고 웃으며 땀 흘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그래서 객석에서 나와 그들과 함께 한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덧글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이다. 좋았다는 말 이상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싶은 책이기도 하다. 문인들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겐 좋은 구경거리(?)를 제공해주는, 그런 책이다. 감사하다. 이런 책을 읽을 수 있게 해준 출판사에게. 역시 '삶창'이다. 삶을 보여주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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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06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06 1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과 일본에 살다 - 재일시인 김시종 자전
김시종 지음, 윤여일 옮김 / 돌베개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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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알게 된 김시종. 그에 대한 세 번째 책. 한 권은 그의 문학에 대한 일본인이 쓴 평론집이었고, 한 권은 그가 광주에 대해 쓴 시집이었다. 이번엔 그의 자서전이다.

 

김시종. 어쩌면 서경식이 쓴 이래로 유행하게 된 '디아스포라'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 아닌가 한다.

 

그는 제주도에서 태어났다. 제주도에서 자랐다. 그런데 제주도가 어떤 곳인가. 지금은 우리나라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지만, 예전에는 차별의 섬 아니었던가.

 

결국 그는 출생에서 성장까지 주류에 속하지 못한 삶을 이미 살아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여기에 더해 그는 일제시대에 태어났다. 그것도 일본어로 교육을 받은, 조선어보다는 일본어를 훨씬 더 잘하는, 그의 말을 빌면 해방이 되기까지 한글 '가나다'의 '가'자도 쓰지 못했던 그.

 

이런 어린 시절은 그에게서 주변인의 삶,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아가게 하는 원체험이 된다. 그는 어디에도 제대로 속할 수 없는 것이다. 황국신민이 되겠다고 일본 천황의 적자(嫡子, 赤子라고도 하는데, 천황의 어린이라는 말과 또 천황의 서자가 아닌 제대로 된 자식이라는 뜻으로 쓰기도 한다. 여기서는 嫡子라는 말이 더 어울릴 듯하다)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에게 해방은 함석헌의 말대로 도둑처럼 찾아왔다. 충격이었다. 천황의 자식이 되고자 했는데, 그 천황이 항복을 해버렸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상실감. 그런데 백성들은 좋다고 거리로 나선다. 여기서 느끼는 괴리감. 그에게는 이 거리가 너무도 멀다.

 

거리를 좁혀야 한다. 민족의식이 생긴다. 그에게 민족의식을 불어넣어주는 사람이 나오고, 함께 하는 사람도 나온다. 이 당시 대부분의 민족주의자들, 특히 친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사회주의 사상에 경도된 사람들이다.

 

김시종 역시 사회주의 사상에 경도된다. 남로당에 가담한다. 그리고 제주도. 4.3이 발발한다. 그는 남로당의 연락책으로 활동한다. 여러 위기 상황을 거치지만 살아남는다. 하지만 그가 4.3의 중심부에 있었다고는 할 수 없다.

 

물론 열심히 활동을 하지만 그는 말단 연락책에 불과하다. 중앙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지는지, 그 내밀한 사항을 알 수는 없다. 단지 주어진 일을 몸 바쳐 할 뿐이다. 그런 그에게 4.3은 이제 제주도에서 살 수 없는 환경을 제시한다.

 

변경에 속한 제주도, 탄압받는 사회주의, 실패로 돌아간 4.3항쟁, 남은 길은 살 길을 찾아 나서는 길. 부모 곁을 떠나 일본으로 밀항을 한다.

 

일본, 결국 그는 어린 시절 천황의 나라로 돌아온 것이다. 돌아왔지만 어린시절의 그가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 디아스포라의 삶.

 

여기서 그를 구원하는 것은 문학이다. 그는 문학을 통해 여러 사람을 만나고 재일조선인으로서 여러 활동을 한다. 어쩌면 이제는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디아스포라가 된다.

 

그가 믿었던 북조선이 그를 내친 것이다. 사회주의 사상에 경도되었지만 경직된 사회주의는 거부했던 그에게 북조선은 반동이라는 이미지를 그에게 덧씌운다. 그는 이제 남한에서도 북한에서도 내친 사람이 된다.

 

그렇다고 일본에서 받아준 것도 아니다. 그냥 일본이라는 공간에서 살아가는 것 뿐이다. 그러니 그는 남한도, 북한도, 일본도 아닌 자신의 세계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얼마나 신산한 삶이랴. 우리나라가 민주화되고 나서 그는 대한민국 국적을 얻었다고 한다. 부모님의 산소를 돌보기 위해서. 국적을 취득했다고 그가 대한민국 국민이냐 하면 그건 아니다.

 

여전히 그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어디에도 없는 사람이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신산한 삶. 그 삶이 이 자전에 오롯이 담겨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일본으로 건너가 그가 겪은 삶들이 너무도 압축되어 있는 것이다.

 

일본으로 가기까지의 과정이 자세히 나와 있는 반면에 그의 인생 후반부는 소략하게 다뤄지고 있다. 아직 모든 것을 밝히기에는 너무도 가까운 과거인가 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의미가 있다. 4.3의 생생한 체험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일조선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한 사람의 삶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비극, 민족의 비극이 만들어낸 '디아스포라의 삶'이긴 하지만 김시종, 잘 살아내었다. 그런 그의 삶으로 인해 우리는 역사를 잊지 않을 수 있고, 우리가 아직 하지 못한 일이 무엇인지를 상기할 수가 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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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 평전 역사 인물 찾기 25
마이크 마퀴스 지음, 김백리 옮김 / 실천문학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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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광화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을 때 함께 하는 가수들이 있었다. 그들은 공연을 통해 시민들과 함께 했고, 시민들의 마음을 위로했다.

 

1987년 민주화 투쟁,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왔을 때 노래도 함께 뛰쳐 나왔다. 많은 노래들이 불렸고, 그 노래들을 저항가요라 불렀다.

 

노래는 민중들과 함께함께 하고, 민중들과 함께 한 가수들은 민중들의 가슴에 살아남았다. 그렇게 세월은 흘렀고, 가수와 노래의 경향은 변해갔지만, 다시 사람들이 광장으로 모였을 때 사람들은 또다시 노래를 불렀고, 가수들과 어울렸다.

 

그렇게 세상은 다시 가수를, 노래를 광장으로 불러내었다. 그런 가수들 중에 유명한 사람, 어쩌면 연말에 발표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더 유명해진 사람 밥 딜런.

 

그의 노래도 일종의 저항가요로 우리가 많이 불렀다. 지금 젊은이들은 그를 잘 모르겠지만 김광석이 부른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의 원곡자가 바로 그라는 것을 이야기하면 '아하' 하곤 한다.

 

특히 그의 노래 중에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노래는 '바람만이 아는 대답'인데... 이 노래는 예전에 많이 불려지기도 했다.

 

그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후 그에 대한 책이 많이 쏟아져 나와 그 전에 나온 이 책은 그를 더 높게 평가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읽다보면 비판적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만큼 이 책은 평전이라는 특성에 걸맞게 밥 딜런의 생애 중에서 저항가수로서의 그를 다루고, 어느 순간 그의 음악적 변모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저항가수로 알려진 밥 딜런이 정작 자신은 저항가수로 자리매김 당하고 싶지 않았다는 사실, 그는 시대에 맞는 음악을 한 자유인이었다는 사실, 한 사람의 삶을 일관되게 설명하기 힘든 아주 복잡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 알 수 있는데...

 

이 책은 밥 딜런의 생애 중에서 1960년대에 주목한다. 혜성처럼 등장해 저항가수의 기수가 되고, 그런 그가 어느날 저항성을 포기한 음악을 하게 되고 잠적하는 과정까지, 그에게 영향을 준 사람들, 함께 한 음악가들, 그를 이어서 저항가수라는 이름에 걸맞게 활동한 가수들을 다뤄주고 있다.

 

뒷부분에 가서야 최근의 밥 딜런을 이야기하는데 간략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의 자서전과 출연한 영화까지 언급하지만 이제 밥 딜런은 1960년대의 저항의 상징이 아니라 그냥 가수로서만 존재할 뿐이다.

 

또한 자서전에서도 명확하게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는데, 그만큼 밥 딜런 자신조차도 자신의 삶을 정리하기 힘들어한다는 얘기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의 음악적 변모가 아무렴 어쩌랴? 1960년대, 그는 분명 시대 흐름의 한복판에 있었고, 그 한복판에서 시대정신을 노래로 불렀고, 시민들과 함께 했음은 분명하다.

 

다만, 시대 흐름에 갇히기를 거부하고 자신의 길을 가고자 했을 뿐이다. 자유인으로 살기를 원했다고 할 수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이름을 거부하고, 자신이 이름을 붙이고자 했다고 보면 된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광장에서 노래 불렀던 가수들에게 딱 한 가지의 이름을 붙여서는 안 된다. 그들은 '저항'가수 이전에 '가수'다. 자신의 마음을 노래로 표현하는 자유인. 그렇게 인정해 주면 된다.

 

시대가 격류처럼 흐를 때 그 흐름을 무시할 수 없어 함께 하는 가수들이 있고, 그 가수들의 대표로 밥 딜런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저항성만 난무하는 노래를 했느냐 하면 아니다. 그에겐 서정성 넘치는 노래들이 많다.

 

시대에는 저항도 있지만, 사랑도 있고, 평화도 있고, 온갖 것들이 다 있다. 이들이 함께 공존한다. 가수에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 모순된 것들을 온몸에 지니고 살아온 존재가 바로 밥 딜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평전이다.

 

그의 개인적인 생활은 이 책에서 다루지 않는다. 대신에 그와 동시대의 음악인들, 특히 저항가수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다뤄주고 있어서, 1960년대와 그 이후 미국의 저항음악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가수를 한 방향으로 규정짓지 않고 복잡한 모순된 존재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한 방향으로 가수를 가두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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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외지사 1 - 우리 시대 삶의 고수들
조용헌 지음, 김홍희 사진 / 정신세계원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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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짧다. 그리고 인생은 반복되지 않는다. 인생은 그야말로 단 한 번 있는 일이다. 자신에게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물론 윤회를 생각하면 그렇다고 할 수도 없지만, 윤회를 한다고 해도 그것은 다른 인생이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에게 인생은 단 한 번의 경험이다.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을 자기가 살고 싶은 대로 살지 못한다. 사회적 동물이라는 특성도 있겠지만, 이상하게 여러 관계들에 매여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용한 전원생활을 해야지 하지만 복잡하고 시끄러운 도시에서 사는 사람이 태반이며, 정작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하기 싫은 일을 죽어라 하는데, 막상 하고 싶은 일을 할 여유가 생기자 이제는 몸이 버티지 못한다든지, 죽음을 앞에 두고 있다든지 하는 불상사가 생긴다.

 

그만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은 적다. 그렇게 하기도 힘들다. 그런데도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부러워하면서 그들처럼 살고 싶다는 마음을 갖는다. 하지만 마음뿐이다. 더이상 거기서 한 발 나아가지 않는다.

 

시간이 없다는 둥,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둥, 그러다가 굶어죽겠다는 둥 기타 등등 여러가지 이유를 대면서 차일피일 자기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뒤로 미룬다.

 

뒤로 미루다 미루다 포기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그렇게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지도 못하고 무언가에 끌려다니다 끝내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바로 방외인이라고 하는 사람들, 조금 높여 부른다치면 방외지사(方外之士)라고 하는 사람들이다.

 

체제 내에 있다고 하기보다는 체제 밖에, 즉 보통 사람들이 지닌 삶의 틀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말한다. 그런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실행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남들 눈에는 특이하게 보인다.

 

특이한 것이 아니라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있을 뿐인데 말이다. 그들이야말로 인생의 참맛을 알면서 사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말이다.

 

이 책은 1,2권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는데, 중고서점에서 구입하는 바람에 1권만 있다. 그러나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어떤 삶이 자신의 삶을 충만하게 하는지는 이 1권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1권에는 7명의 사람이 나오는데...

 

20년 공무원 생활을 접고 고향에 돌아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며 시골집을 가꾸며 사는 박태후, 대책 없이 지리산으로 가 오토바이 하나와 함께 사는 시인 이원규, 평생 직장 생활을 하지 않고 고봉 기대승의 후손들이 모여사는 기씨 집성촌에서도 가장 큰 집을 관리해주면서 사는 강기욱, 기천문 2대 문주가 되어 계룡산에서 생활하는 박사규, 차 맛을 감별하는 품명가 손성구, 역술계에서 살아남고도 유명해진 박청화, 의사이면서도 도학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이동호

 

모두들 우리가 원하는 직업을 지닌 사람은 아니다.(물론 의사인 이동호는 빼고) 또 이들에게는 그리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 다만 이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뿐이다.

 

돈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고 최소한의 돈으로도 생활을 하면서 만족하는 사람들도 있고, 남들이 꺼려하거나 특이하다고 생각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다 다르게 사는 사람들이지만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자기의 일에 온몸을 바친다는 것. 남들은 직업이 없으면 그냥 논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아니다. 강기욱의 경우만 해도 고택을 관리하는데 엄청난 노동력이 들어간다.

 

그러니 이들이 팔자 좋게 논다고만 생각하지 말자. 이들은 자기가 있는 장소에서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것이다. 단 한 번뿐인 인생을 후회하지 않도록.

 

이 세상을 뜰 때 '아, 그거 했어야 하는데' 하는 마음이 들지 않도록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지금은 방외인 또는 방외지사라고 부르지만 이들처럼 사는 삶이 방내의 삶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들의 삶이 보편적인 우리들 삶이 되도록 해야 한다.

 

마냥 부러워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 역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야겠다는, 그것이 참인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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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8 0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18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yureka01 2017-03-18 0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아 공감~~입니다..저도 언젠가라는 것만 되풀이중이라서요..미칠 노릇입니다.^^..

kinye91 2017-03-18 10:02   좋아요 1 | URL
하, 저에게도 그렇지만 유레카 님께도 ‘언젠가‘가 ‘지금‘이 되는 때가 오기를 바라겠습니다.

우민(愚民)ngs01 2017-03-18 1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과거, 현재, 미래중에서 현재가 제일 중요한데 이상하게 과거에 얽메이고 미래에 불안해서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노래가서 중에서 고개가 끄덕여 지는게 있네요!
노세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 노나니...^^

kinye91 2017-03-18 13:26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과거는 지나가 버린 것이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것인데, 지금 내 앞에 없는 것들 때문에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현재를 즐길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미래도 역시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 - 20세기를 온몸으로 살아간 49인의 초상
서경식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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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는 사람들'이 아니라 '사라져서는 안 될 사람들'이라고 해야 한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하지만, 패자가 없다면 역사가 발전하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패자는 역사에서 사라지는 사람들이지만, 그 역사를 구성하는데 큰 역할을 한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 또는 안다는 것은 승자를 알아야 하지만 마찬가지로 패자를 알아야 한다. 그만큼 역사에서 패자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기록이 남지 않아 쉽게 잊혀지곤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룬 인물들은 꼭 패자만은 아니다. 그렇지만 역사에 자신의 온몸을 바친 사람들이다. 물론 이 중에는 나중에 평가가 달라진 인물도 있지만 (이 책에 나온 인물 중에는 김지하와 박노해를 들 수 있다) 그것이 그 당시 그 사람의 실천까지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니.

 

그렇다고 아주 유명한 사람들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이 책에는 처음 들어보는 인물이 더 많다. 한 세기를 살아간 사람들 중에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이 몇명이나 되겠느냐마는, 그동안 학교 교육에서는 배우지 못했던 인물들을 이 책을 통해서 알아갈 수 있다.

 

특히나 일본인과 같은 경우는 처음 듣는 인물이 대부분이다. 지금도 우리는 일본과 역사투쟁을 하고 있는데, 그러니 일본인들 중에서 20세기를 치열하게 살아간 인물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일본과 역사투쟁을 하면 일본에 대해서는 좀더 많이 알려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저자인 서경식이 일본에 살고 있는 관계로 이 점에 대해서는 이 책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생각을 한다.

 

제국주의 일본에서도 전쟁을 반대한 사람들이 꽤 많았다는 것, 평화주의자들도 꽤 많았음을, 그것이 일본과 우리의 역사투쟁이 단지 자기 나라의 이익만을 위해서 벌어지면 안 되고 세계 평화를 위해서 우리나라와 일본 사람이 서로 협력할 수도 있음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나온 일본인들은 다음과 같다. 그들의 국적은 무시하고 태생이 일본인인 사람들을 모두 골랐다.

 

잭 시라이. 사에키 유조, 아이미쓰, 가모이 레이, 마키무라 고우, 오구마 히데오, 하라 다미키, 가네코 후미코, 하세가와 다루, 오자키 호쓰미, 가와카미 하지메, 에브리 만(실제 인물이 아니라 소설 속 주인공 이름이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가네코 후미코 외에는 잘 모르는 인물들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그래도 이들이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었는지, 일본에서도 이렇게 고뇌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었음을, 그래서 우리는 일본과 연대할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우리나라 인물들도 다루고 있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들도 다루고 있다. 세계적인 인물들이야 한 번쯤 이름은 들어본 사람들이겠지만, 우리나라 사람으로도 조문상, 이진우, 양정명이란 이름은 들어본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유명한 사람들처럼 이름을 드러낼 수 없고, 또 역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 것도 아니지만, 그들 나름대로 세계에 맞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 한 사람들도 다루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이들의 삶, 결국 신영복 선생의 말처럼 지혜로운 사람의 삶이 아니라 어리석은 사람의 삶일테고, 그렇지만 역사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발전시킨다고 했으니... 이들로 인해 역사는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그래서 우리는 이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이들은 역사에서 '사라져서는 안 될 사람들'이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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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043 2017-02-06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