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국어사전 -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 비판 뿌리와이파리 한글날
박일환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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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좀 달라졌지만,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는 학생이 있는 집에서는 모두들 영어사전 한 권씩은 가지고 있었다.

 

영어가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중요한 과목이 된 지는 오래되었고, 영어 공부를 위해서는 단어를 찾고 익히는 것이 기본이었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사전이 필수였다.

 

영어사전을 보면 초중고, 대학생들이 익혀야 할 어휘들에 표시가 되어 있었고, 용례도 풍부했는데, 이와 반대로 우리나라 사전인 국어사전을 집에 가지고 있는 학생은 드물었다.

 

혹시 좀 산다는 집에서 장식용으로 한글대사전과 같은 두꺼운, 그러나 한 번도 펼쳐보지 않는 그런 사전을 비치해 둔 적은 있었지만, 자신의 손으로 국어사전을 넘기며 우리말을 찾는 학생은 드물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말 하면 웬지 다 알 것 같았고, 찾지 않아도 문맥 속에서 뜻을 유추해낼 수 있었으니, 아주 어려운 말들이 아니면 사전을 굳이 찾을 필요가 없었기도 하지만, 국어사전의 중요성에 대해서 인식하지 못했던 경우가 더 많았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영어사전은 하나씩 두고 있으면서 국어사전은 두지 않아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이제는 스마트폰 시대가 되었다. 말 그대로 온라인 시대가 되었다.

 

종이사전은 전자사전으로 대체되었으며, 한 때 유행했던 전자사전도 이제는 그냥 스마트폰에서 검색을 하면 각종 어학사전이 다 나오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시대에도 영어는 역시 중요시 여겨진다. 영어사전을 온라인으로 검색하는 사람은 많지만, 국어사전을 온라인으로 검색하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여기서 사람이라고 했다. 학생이라고 하지 않고. 온라인 시대에는 학생과 어른의 구분이 필요없으니, 그냥 사람이라는 말로 통칭해도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다.

 

이래서일까? 국어사전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교육부도 국어학자들도, 그리고 일반인들도. 그냥 그런 사전이 있나 할 뿐이다. 너무도 가끔, 아니 거의 찾지 않는 사전이기 때문이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공신력있는, 가장 기본적으로 참조해야 할 사전이 무엇인가라고 질문하면 대답하지 못할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다.

 

국립국어원에서 '표준국어대사전'을 펴냈고, 온라인으로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게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도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어떤 글을 쓸 때, 또는 맞춤법이나 낱말을 찾을 때, 낱말의 정확한 사용을 알고 싶을 때 '표준국어대사전'을 찾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면 우리말이 잘 쓰이고 있다고 할 수 없을텐데...

 

국어사전에 대한 무관심. 일반인들만 무관심하면 그나마 괜찮다고 위안을 삼겠으나, 정작 '표준국어대사전'을 펴낸 국립국어원조차도 국어자선에 대해 관심이 크다고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간혹 국어사전을 찾을 때 답답함을 느끼곤 했는데... 정말 짜증났을 때가 신동엽의 '산문시1'을 읽을 때, 그 시에 나온 말 '흡쓰며'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았는데... 나와 있지 않을 때... 사전이야 그렇다치고 국어원에 질문했을 때도

 

 "안녕하십니까? 문의하신 ‘흡쓰며’는 그 기본형이 ‘흡쓰다’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형태는 “표준국어대사전” 외 다른 사전에도 등재되어 있지 않아 그 의미와 기본형에 대해 명확히 답변해 드리기 어렵습니다. 다만 시어인 점을 감안하며 시인의 독창적인 변용의 결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라는 답변만을 들었는데...

 

국어에 관해서 연구하고, 정리한다는 국립국어원에서 우리나라 유명한 시인이 쓴 시구절에 나온 말을 더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고 그렇게만 답변했다는 사실. 그냥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와 있지 않다와 다른 사전에도 없다가 끝이다.

 

그 말이 어떻게 나온 말인지 연구해서, 찾아서 알려주겠다는 말은 없었으니... 답답했었는데...

 

나같은 사람도 이렇게 답답한데 '우리말을 다룬 책을 몇 권 내는 바람에 남들보다 국어사전을 뒤적일 기회가 많았'(7쪽. 들어가며)다는 이 책의 저자는 얼마나 답답했겠는가.

 

일제강점기에 조선어사전 편찬사업을 하던 조선어학회 사람들을 잡아가두며 일제가 했다는 말.

 

'고유 언어는 민족의식을 양성하는 것이므로 조선어학회의 사전 편찬은 조선민족정신을 유지하는 민족운동의 형태다' (10쪽. 들어가며)

 

조선어사전을 편찬하기 위해서 목숨을 바친 분들도 있는데... 해방이 되고, 선진국 대열에 올라, 이제는 문화강국을 꿈꾼다는 우리나라가 제대로 된 사전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너무도 부끄러워해야 한다.

 

개인에 의해서 사전이 만들어지지도 않고, 국가에 의해서, 국가에 의해 설립된 기관에서 국어를 전공한다는 전문가들이 모여 사전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가장 믿을만한 좋은 사전이 '표준국어대사전'이 되어야 함에도,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으니...

 

책을 읽을수록 화가 나기만 했다. 이렇게 엉터리일 수가? 그냥 조금 잘못이 있겠지 했었는데... 조금 잘못이 아니라 전면적으로 뜯어고쳐야만 할 사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총 13장에 걸쳐 '표준국어대사전'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이 책의 초고를 마치는데 두 달 정도 걸렸다'(263쪽. 나오며)고 했는데, 이 정도 기간에 이렇게 많은 문제점을 찾아내고 지적할 수 있을 정도면... 이건 '미친 국어사전'이 아니고 '엉터리, 또는 나오지 말았어야 할 국어사전'이라고 할 수 있다.

 

말이 우리의 정신을 담고 있고,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면 사전은 그런 말의 집합, 정신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한 나라의 공인된 기관에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낸 사전이 이렇게 엉터리라면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하루바삐 고쳐야 하는데... 역사교과서를 바로잡는다는 망상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라, 잘못된 우리 국어사전부터 바로잡을 노력을 해야 하는데, 방향이 빗나가도 한참 빗나갔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정치권이 하는 일은.

 

하나하나 '표준국어대사전'의 문제를 이 책에서 예를 들지 않겠다. 예를 들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다. 그냥 책을 읽어보면 된다. 책을 읽어보며 온라인으로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라. 그러면 이 책에 나와 있는 문제가 정확함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래서 화가 난다. 설마, 국립국어원의 관계자들이 이 책을 읽지 않지는 않겠지. 적어도 자신들이 관계된 작업을 비판하는 책인데, 읽고 수정할 것은 수정하고, 반박할 것은 반박해야겠지.

 

그것이 우리말을 더 잘 살리는 길이고, 진정한 우리 국어사전을 만드는 길일테니 말이다. 최소한 이 책에 대한 논평이 국립국어원에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제대로 된 국어사전을 만들어냈으면 한다. 이건 정말 시급한 일이다. 중요한 일이고. 다른 무엇보다도. 그 많은 국어학자들은 무엇하고 있나? 한 나라를 대표하는 '표준국어대사전'이 이렇게 엉터리라는데... '미친'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돈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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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oo 2015-11-03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폰 어플이 있어 20달러인가 주고 샀는데(사실 내이버 백과사전이 표준국어대사전이죠) 지금은 다음사전(고려대 국어사전)을 더 많이 보는 거 같아요.

kinye91 2015-11-03 17:55   좋아요 0 | URL
저는 표준국어대사전을 가끔 참조하는 편인데요, 이 책에 의하면 그래도 다음국어사전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드네요.
 
거꾸로교실 - 진짜 배움으로 가는 길
존 버그만 외 지음, 정찬필 외 옮김, 이혁규 감수 / 에듀니티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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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교수법이 난무하는 때다. 그만큼 교육은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는데...

 

일본의 사토 마나부 교수의 '배움의 공동체'를 받아들여 그런 교수법을 학교에 적용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 전에는 몬테소리 교육이, 또 프레네 교육이, 발도르프 교육이 우리나라에 들어왔었는데...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배움의 공동체' 수업에서 이제는 '거꾸로 교실'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렇다고 이 둘이 많이 다르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거꾸로 교실이나 배움의 공동체나 모두 교육을 중심에 놓기보다는 배움을 중심에 놓기 때문이다. 이는 학교의 중심을 교사에서 학생으로 옮겨간다는 얘기고, 교사의 가르침보다는 학생의 배움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배움의 공동체와 거꾸로 교실은 서로 통한다. 다만 배움의 공동체는 학생들이 모둠 활동을 통해 스스로 배워간다는 점, 그런 배움을 이끌기 위해 교사가 학습 활동지를 고민해서 만들어내야 한다면, 거꾸로 교실은 이런 모둠활동 보다는 개별활동에 중심을 둔다고 할 수 있다.

 

개별활동만 강조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별활동을 중심에 놓고, 모둠활동, 프로젝트 활동 등을 함께 해 나가게 하고 있는 것이 거꾸로 교실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본적인 지식을 알고 와야 한다. 어떻게? 이를 현대의 기술발전과 연결시켜낸 것에서 거꾸로 교실의 장점이 있다.

 

교사가 지식을 가르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서 웹상에 올리면 학생들은 그것을 미리 보고 오면 된다. 또 이해가 안 되면 반복해서 보면 되고.... 지식에 관한 동영상이 있으므로, 남들과 똑같은 속도로 공부할 필요도 없다.

 

자신이 완전히 이해했다면 다음으로 건너가면 된다. 그것을 수업 시간에 교사와의 대화를 통해서 확인 받으면 된다.

 

이미 기초적인 것을 보고 왔기에, 수업시간에 이를 다시 지루하게 반복할 필요가 없다. 교사는 학생들과 많은 시간을 가지면서 학생들의 배움을 이끌어가면 된다. 아니, 학생들의 배움에 도움을 주면 된다.

 

그래서 거꾸로 교실에서는 단 한 가지의 질문이 중요하다고 한다.

 

"학생들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것이다. 수업에서 학생들과 마주하는 시간, 지리한 지식을 강의하기보다는 학생들의 배움을 도와주는 방법을 찾는 일... 학생들 개개인의 발전단계를 파악하고, 그 개개인에 맞게 조언을 해주는 일, 이것이 교사가 할 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에는 교사의 일방적인 지식 주입식 강의가 있고, 학생들은 이해했거나 말거나 진도나가기 바쁜 수업이 이루어졌다면, 이 거꾸로 교실은 이 단계를 건너뛴다. 이 단계는 영상으로 처리가 된다.

 

그러니, 그 지리한 시간이 온전히 남는다. 학생들과 더 깊고 넓은 배움의 장으로 나아갈 수가 있다. 이게 거꾸로 교실의 장점이다.

 

그래서 거꾸로 교실에서는 학습 내용-호기심-관계가 중심에 서서 작동을 한다고 한다. 이런 거꾸로 교실의 모습, 실천 사례를 이 책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참조할 만한 사항들이 많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거꾸로 교실에서 이제는 거꾸로 완전 학습, 또는 거꾸로 배움의 단계로 나아간다고 한다.

 

즉, 배움에 호기심을 갖고 학습 내용을 깊고 넓게 배우면서 교사와의 관계를 잘 맺어가는 수업, 이것이 바로 거꾸로 교실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거꾸로 교실은 도입이 돼서, 나름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가르침에 대한 배움에 목마른 교사들에게는 배움의 공동체에 이어 이 거꾸로 교실도 가뭄 속의 단비처럼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들이 말한 것처럼 거꾸로 교실에는 이렇게 하라는 정답은 없다. 상황에 맞게 교사의 능력에 맞게 응용해서 하면 된다. 그런 교사들, 많이 생기고 있는 것이 요즘 우리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덧글

 

거꾸로 교실 동영상을 만드는데 영상이 15분을 넘어가지 않게 하라고 한다. 너무 길면 집중이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영상을 만들 때 보면서 활동할 수 있는 자료도 제시하면 좋다고 한다. 이런 활동에 도움이 될 지원이 필요하다는 말도 함께.

 

다만, 우리나라 학생들 하루에 6-7교시의 수업을 듣는데... 4과목으로 줄여도 거꾸로 교실을 운영하면 60분의 시간을 온전히 보는데만 투여해야 한다. 활동까지 한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세계에서 가장 바쁜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이런 시간을 낼 수 있도록 한다면 또 하나의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닌지...이런 우려의 맘도 든다.

 

학생들에게 시간을 주어야 하는데... 좀더 쉴 수 있는, 자유로운 시간을!

 

그럼에도 이 거꾸로 교실은 한 번 시도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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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삶, 아름다운 도서관 - 선생님들의 이유 있는 북유럽 도서관 여행 선생님들의 이유 있는 도서관 여행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 서울모임 엮음 / 우리교육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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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작은 도서관 짓기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기적의 도서관이라고 해서, 책을 읽읍시다라는 프로그램에서 판매된 책의 수익금과 기부금, 그리고 지자체의 예산 도움으로 작은 도서관, 특히 어린이 도서관을 짓는 운동을 했었다.

 

이 때 도서관은 단지 책을 보관하고 대출하고 볼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삶을 아름답게 할 수 있는 장소라는 생각으로 추진하였다고 본다.

 

그렇다면 도서관은 굳이 책이라는 한정된 문화로 국한시킬 필요는 없다. 도서관에서는 미술도, 음악도, 기술도, 가정도, 체육도 모두 가능해야 한다. 그것이 도서관이 삶의 중심으로 들어오게 만드는 길이다.

 

이런 도서관 살리기 운동에 앞장 서는 사람들은 사서들이고,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겠다.

 

이 책은 이런 도서관 관련 교사들(사서 표함)이 모여 북유럽의 도서관을 둘러보고 와서 쓴 글이다.

 

제레미 리프킨이 쓴 책 중에 "유러피언 드림"이라는 책이 있는데, 이는 이제는 미국 중심이 아니라, 유럽 중심의 문화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우리나라 교육이나 문화가 유럽보다는 미국에 편중되어 있는데, 지금은 유럽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아졌고, 특히 북유럽의 교육이나 문화에 대해서는 활발히 소개되고 있는데, 이 책을 쓴 사람들은 교사로서 또 사서로서 북유럽의 도서관과 학교를 둘러보고, 그것을 우리나라에 어떻게 적용할까를 고민하고 있다.

 

단지 북유럽 도서관이 훌륭하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점을 받아들이고, 우리나라 현실에 맞지 않는 것은 변용을 해서 우리나라 역시 도서관을 중심으로 문화가 살아나게 하고, 그 결과 도서관이 삶을 아름답게 하는 중심에 있게 하고자 하는 의도로 북유럽 도서관 기행을 한 것이리라.

 

이 책을 읽으며 북유럽 도서관(대체로 네 나라를 둘러 보고 있다.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을 둘러보고 쓴 이 책에서(물론 이들은 그냥 가서 둘러본 것이 아니라, 그 전에 공부를 충분히 하고 갔으며, 가서도 상호 토의를 통해 북유럽 도서관의 의미를 내면화하고 있다) 나에게 충격을 준 것은 세 가지다.

 

하나는 도서관에서 책을 판매한다는 것. 다 읽은 책이나, 오래 된 책, 너무 인기가 없는 책 등을 싼 가격에 내놓아, 그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사갈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물론 북유럽 도서관 모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일은 아니지만, 도서관에서 책을 그냥 폐기하는 것보다는 벼룩시장을 열어 도서관에서 보관하지는 않지만, 필요한 사람에게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둘째는 책은 10회 정도 순환이 되면 폐기 처분한다는 것. 사실 우리나라 도서관에는, 아주 오래 된 책들도 있다. 먼지가 풀풀나는 책들도 있고, 또 어떤 학교 도서관에는 세로로 편집된 책들도 있다.

 

그만큼 책들을 폐기하기도 어려운데, 이는 새로운 책들이 들어와 순환이 빨리빨리 이루어지는 것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러니 북유럽 도서관에서 10회 정도 순환이 되면 폐기해서 종이는 재활용하고, 그 빈 자리에 새로운 책을 구입한다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는 생각도 했다.

 

물론 더 많이 읽히는 책들은 몇십 회 더 순환해도 되지만, 이를 꼭 10회로 한정하지 않더라도 폐기가 자유로와지고, 그 예산을 도서관 도서 구입에 반영할 수 있다면 새롭고 흥미로운 책들이 도서관에 더 많이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셋째는 대학도서관들도 일반인들에게 개방한다는 것이다. 이럴 수가! 우리나라에서 대학도서관에 일반인들이 들어가려면 얼마나 절차가 복잡한가? 등록해서 출입증을 받아야 하는데... 이는 그 대학 졸업생이라고 그런데(막대한 돈을 그 대학에 쏟아부었음에도 졸업생들에 대한 대접이 이런데... 참) 일반인들은 대학도서관에 갈 엄두를 내지 않는다.

 

그러니 도서관은 특정한 시간 대에만 다닐 수 있는 곳이던지, 특정한 계층만 다닐 수 있는 곳이 되고 만다.

 

도서관이 삶과 괴리되어 있는 것이고, 일반인들은 학술지들을 찾아보려면 또 하나의 노력을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니, 늘상 대학도서관이고 공공도서관이고를 불문하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북유럽 사람들과는 이런 점에서도 차이가 나는 것이다.

 

대학을 상아탑이라고 하는데, 대학도서관은 상아탑 중에서도 중심에 있다고 한다면, 도대체 대학의 기능은 무엇인가? 일반인들과 괴리된 대학, 그리고 그 도서관? 오로지 자기 학생들만을 위한 대학이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겠는지...

 

북유럽 도서관의 디자인이라든지, 이용실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이 책에 실린 풍부한 사진들을 통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었고, 앞의 세 가지처럼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알 수 있어서 좋았던 책이다.

 

도서관은 책만 있는 장소가 아니라, 우리의 삶이 있는 장소다. 그러므로 도서관은 우리 삶을 아름답게 하는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런 도서관이 되도록 노력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바로 '도서관 담당교사'들이고, 이들의 노력이 우리나라 도서관이 삶에 더 가차이 다가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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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있는 교실 : 중등 편 - 미국 명문대 재학생의 30%를 차지한 유대인 공부법 하브루타 질문이 있는 교실
전성수.고현승 지음 / 경향BP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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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는 본래 말이 많다. 이론도 많다. 그리고 결과도 다 다르다. 그럼에도 계속 무언가를 만들어내려고 한다.

 

당연한 일이다. 교육은 정체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하나의 이론이 성공했다고 해서, 그 이론이 모든 교육활동에 적용되어서는 안된다.

 

그 이론으로 모든 교육활동을 하려고 해서도 안된다. 상황에 맞게 교육에 관한 이론은 계속 나와야 한다.

 

그럼에도 교육에는 이론보다는 늘 실천이 앞선다. 그런 실천을 보편화하는 작업이 바로 교육이론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부터 이루어져왔던 여러 교육이론을 들어보면, 실용주의, 구성주의, 열린교육, 몬테소리 교육, 발도르프 교육, 프레네 교육, 섬머힐과 같은 대안교육, 일본에서 일어났던 배움의 공동체, 요즈음은 거꾸로 교실이라고 하는 운동 등등 참으로 다양하다.

 

이런 다양한 이론들이 있음에도 공통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어떤 교육이론도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교육을 학교와 동일시 하지 말고 또 교육에 방점을 찍는 것이 아니라 배움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르침보다는 배움을, 이는 교사 중심이 아닌 학생 중심의 교육이(이것을 우리는 배움이라고 한다)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생 중심의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학생 중심이라는 것은 배움을 중심에 놓는다는 말인데, 배움을 중심에 놓으면 당연히 질문을 중심에 놓아야 한다.

 

질문이란 알고자 하는데 아직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것을 알려고 하는 노력이기 때문이다. 즉, 질문을 한다는 것 자체는 이미 배움이 일어나고 있다는 말이다.

 

이를 이 책에서처럼 유대인 교육법, 또는 '하브루타 교육법'이라고 굳이 명명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중심에 두는 생활은 유대인들이 해왔고, 그들의 그런 교육방식을 '하브루타 교육법'이라고 했으니, 그 말을 써도 별 문제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나온 '하브루타 교육법'은 한 마디로 말하면 학생들이 질문과 대답, 그리고 또다른 질문을 통하여 배움을 이루어나가는 교육법이라고 할 수 있다.

 

거창하게 유대인 교육법을 따르지 않더라도 질문이 없는 교실은 죽은 교실이고, 질문이 없는 배움은 배움이 일어나지 않은 배움이라고 할 수 있으니,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는 수업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그 고민의 결과를 정리해 놓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론이 앞부분에 있다면 뒷부분에는 실제로 학교 수업에서 적용한 '하브루타 교육법'의 실제가 실려 있다.

 

아이들이 수업에서뿐만이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이러한 질문법을 생활화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빼먹지 않고 있는 이 책은, 질문이 사라진 교실은 배움이 없는 교실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켜 주고 있다.

 

둘이 또 모둠이, 반 전체가 서로 질문하고 대답하고 또 질문하고 대답하고 또 질문하는 과정을 통해서 배움을 이끌어가는 수업... 그런 수업에는 진도는 중요하지 않다.

 

배움에는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깊게, 자세하게, 정확하게 알았느냐하는 질적 관점이 중요하기 때문에, 또 사람의 기억은 혼자서 읽고 쓰고, 듣는 활동의 기억보다는, 서로 이야기하고, 자신의 말로 바꿔서 설명하는 동안 더 오래동안 우리의 뇌 속에 남아 있다는 사실 때문에...

 

학습효과면에서도 이런 질문 교육법이 더 유용하다는 것을 이 책에서 거듭 강조하고 있다.

 

또한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사람을 필요로 하는 시대 변화에도 질문교육법은 유용하다. 질문은 내 말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질문하기 위해서는 내용을 알아야 함은 기본이고, 상대방의 말, 상대방의 태도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상대의 의견과 자신의 의견을 조율할 수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질문교육법은 창의적인 인재, 융합하는 인재를 기르는데도 도움이 됨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래, 창의성이든, 융합이든 이런 말을 떠나서 질문을 하면서 수업에 참여한다는 것은 수업에 적극적으로, 능동적으로, 재이닜게 참여한다는 얘기가 된다. 그것만으로도 됐다.

 

수업에 재미를 느낀다면 그 다음은 저절로 이루어질테니 말이다.

 

질문이 있는 교실... 이건 꿈의 교실이 아니다.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이 시기에 우리가 이뤄야할 교실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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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문학 속 친절한 현대사 - 교과서에서 뽑은 현대문학 작품 86 교실밖 교과서 시리즈 16
박기복 지음 / 행복한나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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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나 역사는 모두 우리의 삶과 관련이 있다. 관련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우리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도 문학은 문학대로, 역사는 역사대로, 마치 삶과 관련이 없이 존재하는 양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학교 교육에서는. 학교 교육에서는 삶을 위한 문학, 삶을 위한 역사라기보다는 진학을 위한 문학, 진학을 위한 역사 공부를 하게 된다. (물론 진학 역시 삶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여기서 삶이란 그런 범주를 넘어서는 개념이다)

 

그래서 문학도 어렵고, 역사도 어렵다. 왜, 다 암기과목 취급을 받으니까. 그냥 시험을 위한 공부만을 하기 때문에, 그 순간에만 기억하기 위해서 암기를 하기 때문에 문학이든, 역사든 어렵고, 하기 싫고 짜증나는 과목에 불과하기만 하다.

 

과연 그런가? 문학과 역사가 그렇게 진학에만 관계가 있을까? 문학에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이 나오고, 역사에는 어떻게 살아왔던가 하는 삶의 모습이 나오니, 문학과 역사는 어떤 삶을 살 것인가 하는 고민에 대한 답을 찾는데 적절한 참고자료가 되는 것이다.

 

특히 문학에서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특정한 환경에서 겪는 갈등들을 경험할 수 있으니, 비슷한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한 참고자료를 얻을 수 있다.

 

역사도 마찬가지다. 역사란 사람들이 특정한 시대를 살아온 흔적 아니던가. 또한 현재에서 과거를 바라보는 관점 아니던가. 그 때 그들이 왜 그렇게 했을까? 그 결과가 무엇일까 생각하게 하는 학문이 역사이기 때문에, 역사는 우리가 바른 삶을 살 수 있도록 미리 어떤 상황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문학과 역사에는 사람이 있고, 사회가 있고, 선택이 있고, 결과가 있다. 바로 우리들의 삶이 녹아들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학과 역사는 우리들이 반드시 배워야 할 과목이기도 한 것이다. 또 배울 때 문학 때로 역사 따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 넘나들면서 배우면 더욱 효과적이기도 한 것이다.

 

역사를 떠난 문학이 없으니, 역사 속에서 문학을 배치해도 좋을 듯하다. 이 책은 그러한 편집을 따르고 있다.

 

일제시대로부터 시작하여 현대까지의 역사 속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이 학창시절에 배우는 문학 작품을 그 시대의 상황에 맞게 적절히 배치하여 보여주고 있다.

 

문학과 역사 둘 다를 잡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는데... 그냥 주욱 읽어가면 우리나라 현대사의 흐름을 익힐 수 있고, 그 사이사이에 있는 문학작품들을 통하여 당시 현실을 생생하게 느낄 수가 있다.

 

그러니 문학과 역사가 자연스럽게 융합되어 나오게 된다. 이책을 읽고 문학이나 역사에 관심이 생겼으면 문학 작품은 원문을 찾아 읽으면 좋고(무려 86편이 나온다. 이 작품들만 읽어도 우리나라 문학에 꽤 깊이 들어가게 될 것이다), 역사는 좀더 세세하게 나와 있는 책을 찾아 읽으면 좋겠다. 

 

책의 뒷표지에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할 독자라고 해서 중학생, 고등학생, 중,고등학생을 둔 학부모님, 선생님이라고 되어 있는데... 꼭 이들만이 아니더라도 문학이 역사와 어떻게 만나는지 궁금한 사람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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