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교육이란 무엇인가 - 평범한 교실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현장 교사들 이야기
코니 노스 지음, 박여진 옮김 / 이매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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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교과서에 있는 내용만을 학생에게 전달하는 존재가 교사일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교사를 정의하면 인공지능이 대세인 미래 시대에서 교사란 직업은 없어져야만 하리라.

 

그러나 교사는 단순한 지식만을 전달하는 전달자가 아니다. 교사는 삶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생각하게 하는 사람이다. 교과서는 그런 삶에 대한 교육을 하는 수단일 뿐이다.

 

교과서만 맹신하고, 오로지 대학만을 위해 공부하며, 학교에서 정치 교육을 하면 안 되고, 교사들이 정치활동을 하지도 못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인공지능이 교사로서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불행하게도 그렇게 우리나라 교육이 흘러왔고, 이번 정권에서도 교육개혁은 물 건너 갔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전인교육, 민주교육 말로는 떠들어대지만 내용으로 파고들어가면 대학을 정점에 두고 대학에 진학하게 하는 교육밖에는 남아 있는 것이 없다.

 

정치 없이 민주교육이 불가능한데도, 마치 그것이 가능한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으니, 그것이 문제다. 또한 토론을 하라고 하면서 토론을 할 여건을 전혀 마련해 주지 않고 있으니...

 

이 책 '정의로운 교육이란 무엇인가'에도 이런 문제점이 나온다. 여러 학교에서 고군분투하는 교사들 이야기인데...

 

이를 '기능적 문해, 비판적 문해, 관계적 문해, 민주적 문해, 통찰적 문해'로 구분해서 설명하고 있다. 문해를 이해능력이라고 단순하게 말하면 이 책은 순차적으로 이러한 문해의 단계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결국 학생들이 사회를 통찰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을 하는 것, 그런 교육이 이루어질 때 사회정의를 이룰 수 있는 교육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통찰적 문해만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인 이해능력인 기능적 문해도 중요함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사실, 비판적이든 관계적이든 민주적이든 기본적인 이해능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국 교육 환경은 좋지 않다. 이들이 마음 놓고 교육을 하지도 못한다. 또한 학생들과 친밀하게 지내고 학생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지만 늘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이들은 수많은 실패를 경험한다.

 

그런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교사로서 해야 할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자신이 할 일을 하는 교사, 이들이 있음으로 해서 정의로운 교육이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이런 교사들이 있다. 이런 교사들로 인해 암담한 교육환경이지만 한줄기 빛을 발견하기도 한다. 학생들이 숨 쉴 수 있는 기회를 갖기도 한다.

 

하지만 교사들만의 힘으로 정의로운 교육을 완성할 수는 없다. 환경의 변화가 함께 해야 한다. 이런 교사들의 노력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환경의 변화가 필요함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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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품격 - 삶이 있는 공간이 되려면 학교는 어떻게 변해야 할까?
임정훈 지음 / 우리교육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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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제도 개편안이 발표가 되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늘 있는 일이다. 대학에 목숨을 걸고 공부를 하는 학생들에게는 어떤 식으로 입시제도가 바뀌어도 그게 그거인 셈이다. 그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일 수밖에 없으니까.

 

이렇게 우리나라 교육은 최종목표를 행복한 삶, 더불어 사는 삶, 민주적인 삶 등등을 말하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으로 삼고 있다. 그게 다다. 학교 교육을 어떤 형태로 개혁한다고 해도, 대학에 목매달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이 바뀌지 않으면 그 나물에 그 밥이 되고 만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교육내용에 관해서는 참 많은 논의가 있고, 모든 학부모들이 관심을 가지고 전문가인양 이야기들을 하는데... 교육을 하는 공간에 대해서는 이렇다 저렇다 별 말이 없다.

 

관심을 가질 때는 학교 천장에 있는 석면이 발암물질이라는 것이 알려졌을 때, 운동장에 깔려 있는 인조잔디가 인체에 해롭다고 알려졌을 때 정도다. 건강에 아주 안 좋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잠깐 학교 공간에 관심을 가진다.

 

그리고 그뿐이다. 잠시 시간이 지나면 잊는다. 아이들이 대부분을 생활해야 하는 학교 공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자기 아이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인데도. 그래서 학교 공간은 늘 제자리다. 아니 시간이 흐를수록 퇴보한다. 낡아가니까. 

 

다른 공간 분야는 앞서 나가는데, 학교는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있다. 다른 공간과 격차가 점차 벌어진다. 심지어 학교에서는 볼 일을 보지 못한다고 하는 학생도 많아지고 있다.

 

학교 화장실, 집에 있는 화장실보다 못해도 너무 못하다. 무슨 재래식 화장실도 아닌데 냄새가 지독하다. 거기다 휴지도 없다. 비데는 말할 것도 없고. 늘 퀘퀘한 냄새를 풍기는 화장실을 교실 바로 앞에 두고 있는 학급도 있다.

 

여름이면 냄새가 솔솔 교실로 들어온다. 그런 상황인데, 교실 책상과 의자는 어떤가. 몸에 맞지도 않는다. 왜 이리 재질이 좋지 않은지. 집에 있는 책상만큼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어야 하는데, 몇 년 전, 아니 몇 십 년 전 선배들이 쓰던 책상을 그대로 쓰는 경우도 많다.

 

비좁은 교실에서 아무 것도 없이 낡은 책상과 의자를 가구로 삼아 생활해야 하는 학생들. 한여름과 한겨울에 복도에 나가 보라. 복도는 실내로 취급되지만 학교에서는 실외에 해당한다. 냉난방이 전혀 되지 않는 곳이다.

 

오로지 통로로만 사용되는 곳, 그렇다고 낭만이 있는 길도 아니다. 주변에 볼거리가 하나도 없고, 앉아서 쉴곳도 없는 그냥 직진만 가능한 공간이다.

 

그렇다고 운동장에 나가보면 앉아서 쉴 그늘이 없다. 휑한 운동장 뿐이다. 모든 학생들이 구기 종목을 해야 한다는 듯이 운동장에 기껏 있는 것은 축구 골대와 농구 골대뿐이다. 나무 그늘 밑에서 오손도손 이야기할 공간은 전혀 없다. 조용히 산책할 수 있는 산책로 또한 없다. 그렇게 넓은 운동장에 있어봤자 스탠드와 스탠드를 덮고 있는 등나무뿐이다.

 

화단은 있는데 학생들은 들어갈 수가 없다. 그냥 눈으로만 보는 공간이다. 복도에서 운동장에도 함께 할 장소는 없다. 그러면 밖으로 나갈 수 있는가? 없다. 전혀 없다.

 

학교는 한번 들어오면 특별한 허락없이는 나가지 못하는 공간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학교를 감옥이라고 한다. 교문은 굳게 닫혀 있고, 끝나는 종이 쳐야만 활짝 열린다. 하지만 이 교문을 아침에 통과할 때는 주눅이 들 수밖에 없다.

 

감시의 눈이 여기저기서 번뜩이기 때문이다. 교문 양 옆에 서 있는 선도부 - 요즘은 거의 없다고 하지만 아직도 원시적인 이런 선도부를 두고 학생들을 지적하는 학교가 있다 - 학생들과 교사들... 이들은 학생이 어떤 얼굴로 오는지, 어떤 마음으로 오는지 관심이 업다. 오로지 교복을 제대로 입었는지, 염색을 하지 않았는지, 신발은 규정에 맞는 것을 신었는지에만 관심이 있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 본다. 학교라는 공간에 교복이라는 또하나의 규율이 덧씌어진다.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온 행태다.

 

어느 마을에 가더라도 학교 건물은 눈에 확 띤다. 세상에 이렇게 개성이 없을 수가. 이렇게 획일적일 수가. 겉모습만 그런 게 아니라 속에 들어가보면 건물 배치도 천편일률적이다.

 

중앙현관을 중심으로 교장실, 행정실, 교무실 등이 배치되어 있다. 어느 곳이나 그렇다. 또 교장실은 학교에서 가장 넓게 혼자 쓰는 공간이 된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개방적인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하다못해 같은 학년 학생이라도 다른 반이라면 아무 교실에나 들어갈 수 없다. 자기 반 학생들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바로 학급이다. 이렇게 너무도 폐쇄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는 곳이 바로 학교다.

 

이런 학교. 혁신학교니, 교육 혁신이니 말들을 많이 했지만 학교 공간에 대한 고민, 교복에 대한 고민, 교실 배치에 대한 고민, 복도에 대한 고민, 교장실에 대한 고민, 학교 화장실에 대한 고민 - 최근엔 아름다운 화장실 만들기 운동이 있긴 했지만  지속적이지 않았다. 한때 와 하고 학교 화장실에 관심을 가졌다가 언제 그랬느냐는듯이 관심이 또 사그라들었다- 운동장에 대한 고민, 책상과 의자에 대한 고민 등등은 없다.

 

그냥 교과 내용, 교육 활동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정작 교육 활동이 이루어지는, 학생들이 또 교사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중요함에도 그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 책은 이런 안타까움에서 씌었다고 할 수 있다. 공간을 바꾸지 않고 교육 내용만을 바꾸려고 하면 형식이 내용을 억압할 수밖에 없음을...

 

지극히 폐쇄적인 공간, 억압적인 교복, 강압적인 규율, 자치권이 없는 교실 생활을 하나도 바꾸지 않고 교육 내용만을 바꾸면 개방적이고 창조적이고 민주적이고 자치적인 학생들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기 때문이다.

 

학교가 제대로 된 교육을 하려면 공간부터 바꾸어야 한다고... 공간을 바꾸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나라 학교에 대해서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학교 공간이 얼마나 권위적이고 배타적인지, 비인간적인지를 먼저 깨달아야 한다고 한다.

 

여기에 학교는 사회 다른 공간에 뒤처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공간보다 앞서가지는 못하더라도 비슷하게는 가야 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을 과거에서 옴짝달짝 못하게 옭아매는 일이 될 것이다.

 

학교 공간이 좀더 좋아지기 위해서, 우선 학교에 색을 들여오자. 학교는 철저한 무채색이다. 색채를 조금 화려하게 칠해도 건물의 외벽만 그럴 뿐이다. 그것도 그다지 화려하지 않은... 건물 내부는 철저한 무채색이다. 학생들 역시 무채색이다.

 

단조로운 색깔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한다면 학교 공간이 학생들을 위한 공간으로 조금씩 조금씩 변모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색채의 다양함은 우선 권위를 많이 벗어던지게 할 테니까 말이다.

 

하나하나 읽으며 생각할거리다 많다. 아주 오래 전 다닌 학교와 지금 학교가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 정말 비극이다. 이 비극이 지속된다면 학교 교육이 성공할 수가 없다. 이제 교육 내용도 중요하지만 학교라는 공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학교 공간에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여기서부터 교육개혁을 시작해야 한다. 이 시작점은 누구에게나 만족감을 줄 수 있을 테니까.

 

교육관료들, 교사들, 학부모들, 학생들 모두 읽어야 할 책이다. 특히 학교에서 왕 노릇하고 있는교장부터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교장이 학교라는 공간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하니까. 그만큼 공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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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8 12: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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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8 12: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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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삶에서 나를 만나다 - 잃어버린 나를 다시 찾고 서로 위로하는 수업 성찰
김태현 지음 / 에듀니티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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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선생 노릇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이리라. 어떤 사람은 그만큼 선생들은 쪼잔해서, 먹을 똥도 없다는 뜻이라고 하기도 하고, 선생들은 꽉 막혀서 배출을 하지 않기 때문에 너무 냄새가 심해 먹을 수가 없다는 뜻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이 말들이 뜻하고 있는 것은 한 가지다. 선생 노릇 쉽지 않다는 것. 쪼잔하다는 얘기는 무언가를 전달하기 위해 그만큼 구체적으로, 세심하게 계획하고 실행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가 있고, 꽉 막혔다는 얘기는 자기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원칙을 지키며 타협하지 않는다는 얘기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다른 쪽으로 해석을 하면 그래서 선생들은 인정을 받을 수가 없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쪼잔하든 구체적이고 자세하든 다른 사람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가 있고, 꽉 막혔든, 원칙에 충실하든 역시 상대에게는 구속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선생으로서 인정받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에 교사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고, 교사들에 대하여 방학을 없애야 한다는 국민청원도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 교사들이 성추행을 했다는 #미투 운동도 일어나고 있으니... 교사들은 사면초가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솔직히 누가 교사를 인정하나? 우선 교사들을 지원해야 할, 이름도 참 교육지원청이라고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장학사(관)들이 있는 교육청은 여전히 교사 위에 군림하고 무엇을 하라고 지시를 내리고만 있고, 교육청 위에 있는 교육부가 과연 교사들을 믿고 있는지, 그들이 교육제도를 바꾸기 위해 현장 교사들이 내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적이 있는지 생각해보면 없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고.

 

교육과 관련있는 이런 조직이 이미 교사를 무슨 종 취급하거나 죄인 취급하고 있는 현실에서 교사들의 자존감은 한참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교사들을 더 끌어내리는 집단이 있으니 바로 학부모(부모가 아니라 학부모다. 학부모가 되지 말고 부모가 되라는 광고가 있을 정도니, 우리나라에서 학부모란 말은 긍정보다는 부정의 의미가 더 강하다)들이다. 가장 교사들을 믿지 못하는 집단, 자기 자식들을 맡겼음에도 불구하고 드러나게 교사들을 불신하는 집단이 학부모들이다.

 

이들은 학교를 시장으로 판단한다. 상품이 학교에 들어왔다. 자식들이 상품이라면 교사는 판매자다. 소비자자 원하는 상품을 내어놓아야 한다. 그러니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교사들은 무능한 교사일 뿐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인성, 전인? 아니다. 오로지 좋은 성적, 좋은 대학일 뿐이다. 이것을 교사들이 만족시키지 못하면 무능한 교사일 뿐이다.

 

상품으로 교육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 교사를 대하면, 그리고 교사를 존중하면 교육은 좀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아니다. 그렇지 않다. 사람은 없고 상품만 넘치는 곳, 그곳이 바로 학교다. 학부모는 학교를 시장으로 만들고 있다.

 

한 집단을 더하자. 교사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존재가 있으니, 바로 학생들이다. 학생들, 교사의 존재이유기도 하지만 교사를 포기하게 만드는 존재이기도 하다.

 

학생들에게만큼은 인정받고 싶어하는 교사들이지만 학생들에게 유독 인정을 받지 못한다. 그 모습이 바로 수업시간에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어떤 수업을 해도 듣지 않는 학생들이 있다. 있다가 아니라 많다.

 

최근에 교사들에게 온갖 수업 방법에 대한 연수, 그리고 수업방법론이 나온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수업 붕괴라는 현실에서 교사들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각종 방법론을 들고 나온 것 아닌가.

 

이 책을 쓴 김태현 교사도 그런 방법론을 전파한 사람 중에 하나다. 교사들에게 수업 붕괴를 막을 방패를, 수업 혁신을 이끌 창을 줄 수 있다고 믿고 나름 열심히 활동한 교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교사를 위로하는 글을 썼다. 수업 혁신, 아니 교육이 사는 길은 방법론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말하고 있다.

 

수업을 살리는 길은 기술에 있지 않고 마음에 있다고, 온갖 교수법에 있지 않고 바로 교사의 삶에 있다고 하고 있다.

 

우선 교사가 행복해야 한다고. 교사들은 누구나 어려운 길에 있다고. 밤하늘에 별이 있는데 별을 볼 수 있는 학생들이 거의 없듯이, 학생들 가슴에 별을 심어주고 싶은데,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고 있다고...

 

학생들 가슴에 별을 심어주는 일은 기술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우선 교사들 자신이 별을 볼 수 있어야 하고, 별을 가슴에 심고 있어야 한다고.

 

그래 내가 마음이 편해야 다른 사람을 편하게 대할 수 있는데, 교사는 학생을 보기만 하고 자신을 보지 않았는지도 모른다고. 이제는 교사들 자신을 보아야 한다고.

 

어떻게? 바로 이 책에서 그림과 시, 글을 통해서 교사들 마음을 위로해주고 있다. 딱히 어떤 방법론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지금 교사들에게는 방법론으로 대변되는 기술이 중요하지 않고 교사들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교사들이 자신들 삶을 보고 힘듦을 인정하고 서로를 위로하면서 교육활동을 하는 것. 그렇다. 이 책은 교사들에게 건네는 위로의 말이다.

 

사방에서 교사를 비난하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이 책에서는 그것은 교사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해주고 있다. 그냥 따스하게 교사를 감싸주고 있다. 바로 여기서 시작하자고. 나만 힘든 게 아니라고. 우리 교사들은 모두 힘들다고. 서로 손을 잡아주자고.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교사들이 처한 상황, 고민을 알 수 있게 된다. 남 앞에 선다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아니, 교사들은 남 앞에 서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결코 앞에 서지 않는다. 교사들 앞에 서 있는 존재는 바로 학생들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이 책을 쓴 교사처럼 그림과 시 하나를 더하고 싶어졌다. 바로 이것이 학교의 모습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림은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시는 서정춘의 '죽편1'

 

 

학생은 이 그림에서 마르가리타 공주와 시녀들 처럼 전면에 나와 있어야 한다. 이들이 바로 학교의 주인공이다. 그들은 정중앙을 차지하며 많은 부분을 차지해야 한다. 학교가 학생을 주인공으로 만들지 않으면 힘들어진다.

 

교사는 화가다. 벨라스케스 자신을 그림에 등장시켰다고 하는데, 뒷편에 그것도 가운데가 아니라 한쪽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을 지켜봐야 하고, 그들의 마음에 무언가를 남겨야 한다. 벨라스케스가 그림을 남겼듯이.

 

왕으로 대변되는 학부모, 교육청, 교육부 관료들은 멀찌감치 있어야 한다. 그림 속에서 거울 속에 있듯이... 이들은 나서서는 안 된다. 그냥 지켜봐주고, 지원해줘야 한다. 그래야만 학교가 제대로 운영된다. 벨라스케스의 그림이 명작으로 남듯이.

 

서정춘의 시를 보자. 그럼에도 교육은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학생이 학교에 다닐 때 완성되지 않는다. 서정춘 시는 짧다. 그런데 시 속에는 긴, 긴 시간이 담겨 있다.

 

  죽편1

     - 여행

 

여기서부터, -멀다

칸칸마다 밤이 깊은

푸른 기차를 타고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백년이 걸린다

 

서정춘, 죽편, 동학사. 2002년 2판 1쇄. 18쪽.

 

교육은 그만큼 멀다. 수업 하나하나는 밤이 깊을 수도 있다. 그리고 학생들이 가슴에 별을 심고 꽃을 피울 때까지 멀고 먼 시간, 긴 시간이 걸린다.

 

그 머언, 긴 시간을 보고 수업을 하는 교사, 그들이 삶을 보고, 삶을 사는 교사들이겠다. 이런 교사들에게 왜 지금 애들이 꽃을 피우지 않냐고 하는 사람, 이들은 교육을 모르는 사람이다.

 

교사에 대한 비난이 지금만큼 많을 때가 있었나 싶다. 하지만 이렇게 교사들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힘들어 하는 교사들 곁에 가만히 앉아 있어주는 이런 책, 이런 책을 쓴 교사가 있다는 것. 어쩌면 우리나라 교육이 여전히 좋아지고 있다는 얘기가 되는지도 모른다.

 

지치고 힘들고 우울함에 좌절에 빠진 교사들, 이 책은 이런 말을 해주고 있다. 네 잘못이 아니라고ㅡ 우리 함께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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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4 10: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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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4 16: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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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없는 교실은 어디 있나요? - 가해자, 피해자, 방관자의 시선으로 살펴보는 학교 폭력의 진실, 그리고 치유의 다독임
김국태 외 지음 / 팜파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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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교사들이 자신들이 한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 폭력에 대하여 쓴 책. 가해자와 피해자, 방관자로 책이 구성되어 있는데...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방관자는 아무런 책임이 없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책임이 있을 수도 있음을 자신들의 교육 경험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학교 폭력이 통계상으로는 줄어들고 있다지만 오히려 더 심각해지고 빈도수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말해주고 있는데...
 
학교 폭력 가해자라고 해서 특별한 아이가 아니라는 것, 마찬가지로 피해자도 어떤 특성을 꼭 지니고 있지는 않다는 것.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청소년들에게 학교 폭력의 실상을 이야기해주고 있는 책인데... 문제는 과연 학교 폭력을 저지른 학생들이 이런 책을 읽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학교폭력대책위원회인가 뭔가에서 징계로 이런 책을 읽고 이야기하기 또는 써오기 등을 징계의 한 분야로 결정하면 읽을까, 도대체 이런 책을 대상자들이 읽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또 징계로 이런 책을 읽으면 생각이 바뀌고 행동이 바뀔까? 오히려 콧방귀를 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
 
여기에 피해자도 마찬가지다. 방관자는 혹 읽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이런 학교 폭력에 관한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쓴다고 해도 자신이 목표로 했던 독자가 독자가 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대체로 부모와 교사가 읽으면 읽었지. 그런데 이 책은 교사나 부모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철저하게 청소년을 대상으로 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방향을 바꿨으면 어땠을까? 3부로 나뉘어 있지만 각 부에 있는 첫번째 글은 하나로 연결이 된다.
 
가해자인 학생 편에서 서술한 글, 피해자 학생 편에서 서술한 글, 그리고 방관자 편에서 서술한 글. 이 글들이 각 부로 나뉘어 있는데, 차라리 이 글을 서문 격으로 하나로 묶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런 글의 형식으로 계속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할까.
 
그냥 아이들 관점에서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에 인물의 입장을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제외하고는 다른 글들은 어른이 청소년에게 훈계하는 듯한, 가르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글들이다.
 
그런 글들 우선 청소년들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도덕적인 너무도 도덕적인(니체의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을 흉내낸다면) 글들을 청소년들은 외면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심각하고 많이 일어나는 학교 폭력에 대해서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이 목표라면 이 책이 그 목표를 달성했을지도 모르지만, 학교 폭력을 방지하거나 줄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면 이루기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학교 폭력이 지닌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비록 어른들이 읽어도 학교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폭력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일은 이제 학교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직장에서도 많이 일어난다. 학교가 직장으로 연장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점에서 어른이 된 청소년들이 읽어도 좋을 거라는 생각은 든다. 
 
학교 폭력을 대상으로 책이 쓰였지만 학교 폭력은 이제 학교라는 울타리를 넘어 직장에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될 수 있는 가해자란 말을 누구도 되어선 안 될 가해자로 바꿀 수 있게 고민하고 행동할 수 있는, 그런 발판을 마련해주려는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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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교사는 무엇이 다른가 - 그들의 14가지 특성에 대한 탐구
토드 휘태커 지음, 송형호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교육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이 책의 핵심 내용도 바로 이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 바로 교사라면, 교사들이 훌륭해야 교육이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고 온갖 교육정책에 대한 말들이 나오고 있지만, 결국 이 교육정책들을 수행하는 사람들은 교사다. 훌륭한 교사는 어떤 자질을 지니고 있으며,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를 다른 교사들이 배운다면 교육이 실패할 일이 없다.

 

그렇다면 어떤 자질, 어떤 행동을 하는 교사들이 훌륭한 교사일까? 이 책의 저자는 교사, 교장, 교수로서 자신이 경험한 바에 의해 훌륭한 교사의 특성을 14가지로 정리했다.

 

책의 뒷표지에 있는 내용을 살펴보면

 

문제의 해법을 사람에게서 찾는다.

희망에 초점을 맞춘다.

문제 발생시 예방에 집중한다.

학생에게 높은 기대치를, 자신에겐 더 높은 기대치를 갖는다.

교실 안의 최대 변수는 교사임을 알고 있다.

모두를 존경으로 대한다.

긍정적인 태도를 공유하려 애쓴다.

관계개선에 힘쓰며 먼저 사과할 줄 안다.

사소한 소란은 무시할 줄 안다.

매사에 계획과 목적을 갖고 행동한다.

우수한 학생을 항상 염두에 둔다.

노력하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 결정은 피한다.

학력평가를 총체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

변화를 이루는 감정의 힘을 안다.

 

어찌보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꽤 중요한 것들이다. 다들 알고는 있지만 잘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학창시절을 생각해보면 좋은 교사도 있었지만, 어떻게 저런 사람이 교사가 되었을까 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리고 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그런 교사들을 통해서 생겨나게 되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자질이 부족한 교사들이 많다. 여전히 발생하는 성추행, 폭력, 비리 등을 저지르는 교사들이 학교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교사들만 보고 학교 현장을 비판하면 교육은 더욱 나빠질 뿐이다. 드러나지 않아도, 또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좋은 교사들도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보아야 할까? 좋은 교사들을 보아야 한다. 그들에게서 희망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그들로 인해서 다른 교사들도 변하게 해야 한다. 그것을 누가 할까?

 

단위 학교에서는 학교장이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능력있는 교장, 이 책의 저자와 같은 교장이 나올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에 나온 훌륭한 교사의 예를 교장에 적용하면 훌륭한 교장이라고 알려진 사람들이 어떻게 학교를 운영하는지, 교사를 대하는지, 학생을 대하는지, 학부모를 대하는지를 알게 해야 한다. 그런 점을 전파해서 자연스럽게 그런 자세와 행동이 자리잡게 해야 한다.

 

참고로 이 책에서는 교장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는 글들이 많이 실려 있다. 저자가 교장으로 근무했던 경험들이 좋은 사례가 된다.

 

이와 함께 좋은 교사들의 특성을 알려야 한다. 그들이 힘을 발휘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교육이 좋아진다.

 

어떤 교사가 훌륭한 교사인지, 이 책이 명확하게 정리해주고 있다. 꼭 이것들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14개의 특성은 기본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교사들이 이런 책을 읽고 자신의 행동, 자세를 돌이켜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어차피 교육은 교사의 질을 넘어서지 못하니, 또 교육의 책임은 교사에게 있으니...

 

학부모 역시 마찬가지다. 교사들의 단점을 보지 말고 자신의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학부모의 긍정적인 태도가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교사 역시 학부모와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하겠지만.

 

결국 이 책에 있는 14개의 특성을 지닌 교사들, 모두를 지니고 있지는 않지만 여러 개를 지니고 있는 교사들은 학교에 충분히 있다. 이렇게 충분히 있는 교사들을 우리가 찾아내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될 때 교육은 좋은 쪽으로 한 걸음 나아가게 된다. 교사들에게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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