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이들에게 모두 빚진 사람들이다 - 그러나 물러설 수 없는 희망에 대하여 함께 걷는 교육
송인수 지음 / 우리학교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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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

 

당연한 말이어야 하는데, 당연한 말이 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서글프다. 사람이 평생을 배워야 한다고 배움이 멈추는 날이 곧 죽음의 날이라고 말들을 하지만, 배움은 곧 교육을 동반하고, 배움이 없는 교육은 있을 수 없지만, 배움이라는 말과 교육이라는 말이 이렇게 일치하지 않은 시대도 없지 않을까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교육은 넘치는데 배움은 없는 상황이 되고, 교육이 꼭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이루어져서는 안되지만, 학교를 넘어서 학원이라는 거대한 공간으로 넘어간 지가 오래되었다. 즉 공교육에 투자하는 비용보다 사교육에 투자하는 비용이 더 많은 시대가 되었다는 얘기다.

 

학교에서 6-7교시 수업을 듣고, 그것도 모자라 학원에서 10시까지(지금은 법으로 심야 학원 교습을 막아서 그렇지 예전에는 새벽까지 학원에 있는 경우도 있었다) 다시 수업을 듣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아이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교육이라는 이름에 갇혀 살고 있다. 그것도 무려 12년이나.

 

이런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고, 이 책의 저자는 이 단체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처음에는 공교육 현장의 교사로 활동하다가, '좋은 교사' 모임의 대표로 학교를 그만두고 상근 활동가로 활동하고, 그 모임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으로 자신의 활동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사교육이 사라져 이런 이름을 지닌 단체가 발전적 해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 과정 속에서 그때그때 써왔던 글들을 모아놓은 책이 이 책이다. 그의 내면 속에서 일어났던 고민들, 그리고 활동의 모습들을 이 책에서 만나볼 수가 있다.

 

그는 열심히 사는 것보다는 옳은 방향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길 꿈꾸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과 같이 어른인 우리들은 아이들에게 빚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 아이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

 

그러면 그 빚을 갚아야 한다. 어떻게 갚을 것인가? 그것이 바로 우리 어른들이 이 땅에서 사교육을 없애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내 자식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이렇게 사교육이 기승을 부리는 이 현실을 가만 놔두어서는 안된다.

 

아무리 풍요의 시대라고 하지만, 이 풍요가 아이들의 정신을 갉아먹고 있다고 저자도 말하고 있지만, 교육까지도 넘칠 정도로 풍요로울 필요가 있을까? 배움을 사장시키는 교육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하여 교육 분야에서도 지나친 풍요는 아이들을 병들게 한다. 사교육이 다 필요없다는 말은 아니다. 학교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배움은 당연히 사교육, 즉 학교 밖에서 교육을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입시에 매달린 사교육은 아이들을 병들게 할 뿐이다.

 

그런 사교육을 없애기 위해서 열심히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의 글. 그런 활동의 이면에 있는 고민들, 안타까움들, 그러나 가야만 하는 길이기에 기꺼이 그 길을 가는 사람의 모습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하여 저자는 사교육이라는 현실의 벽이 아무리 공고하더라도 조금씩 틈을 내기 시작하면 결국 지금과 같은 사교육은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것을 몇 년이라고 못을 박지 않더라도 곧 그런 시대가 와야 한다고 한다. 아니, 그런 시대는 와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미래가 없다.

 

사교육을 없애지 않고 지금처럼 우리 사회가 계속 나아가게 한다면 우라는 아이들에게 빚을 갚지 못하고, 오히려 빚만 더 지게 되는 꼴이 된다.

 

하여, 우선 나부터라도 불필요한 사교육을 줄이거나 받게 하지 않아야겠다. 그것이 바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테고... 그런 생각을 다시금 하게 해준 책이다. 반가운 책이다.

 

덧글

 

출판사의 책읽고 서평쓰기에 응모했더니, 운 좋게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내게 돌아왔다. 책을 보내준 출판사...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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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교육, 스토리텔링을 만나다 도모생애교육신서 30
배철우 지음 / 예영커뮤니케이션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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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공부는 독서로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독서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물론 공부의 끝은 실천이고, 실천을 하지 않고 자신의 머리 속에만 꽁꽁 가두어 놓은 지식은 지식이 아니다. 밖으로 나오지 않는 지식은 죽은 지식이고, 그러한 지식은 우리의 삶에 별 볼 일이 없다.

 

하여 우리가 독서라고 했을 때는 자신의 머리 속에만 숨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으로 발현되는 읽기를 독서라고 한다. 독서는 그만큼 우리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과거를 현재의 우리와 연결해주고 있으며, 현재의 우리를 미래와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한 독서가 요즘은 자꾸 뒤로 밀려 가고 있다. 스마트폰 등등 첨단기기의 발달로 인하여 종이에 인쇄된 글을 읽는 이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책도 e-북이라고 하여 전자책이 나와 종이를 만지는 감촉에서 벗어나 화면을 보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고. 언제든지 그만 읽을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어가고 있어서 책을 진득하게 오래동안 읽는 이들이 줄어들고 있다.

 

이런 점이 독서가 점점 우리에게서 멀어지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독서가 입시의 한 요소로 작용하면서, 억지로 읽어야만 하는 활동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그래서 책은 더 읽기 싫은 것, 하지만, 대학가기 위해서는 어떨 수 없이 읽어야만 하는 것으로 변한 감이 있다.

 

그래도 독서는 중요하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하나로 연결되어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데, 또 차분히 자신을 성찰하는데,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독서만큼 좋은 활동이 없다.

 

이 좋은 독서 활동, 어거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서, 재미 있어서, 하고 싶어서 하는 활동으로 바꾸는 방법, 그것이 바로 스토리텔링과 독서를 연결시키는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이야기 속에서 살아가고, 우리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이야기를 만들어 가며 살아가고 있다. 이런 이야기와 독서가 연결이 된다면 독서는 우리에게서 멀어지지 않고 우리의 삶과 늘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 착안하여 요즘은 독서교육에 스토리텔링을 접목하려는 움직임이 많이 있다. 이 책도 그러한 노력의 결과물이고.

 

우선 스토리텔링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스토리텔링이 왜 중요한지, 의미는 무엇인지를  1부에서 이야기해주고 있다.

 

그 다음에 2부에서는 독서와 스토리텔링을 연결시켜 보여주고 있다. 수많은 스토리텔링 기법이 있으며, 그것이 독서와 연계되는 방법도 여러가지다. 우리가 이미 실천하고 있는 방법들도 많다. 하다못해 독서 감상문 쓰기 역시 독서와 스토리텔링이 만나고 있는 지점이 되니 말이다.

 

여기에 더 많은 다양한 활동들을 소개해 주고 있다. 나중에는 독서토론까지 나아가고 있는데, 이러한 점들을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고 적용하기 쉽게 정리를 해주고 있으며, 배우는 학생들도 이 책을 읽으며 독서에 스토리텔링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예를 들어주고 있다.

 

하여 우리가 그냥 독서후 활동이라고 하고 넘어갔던 많은 활동들이 모두 스토리텔링과 연결될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스토리텔링과 연결이 되면서 지루한 책읽기가 아닌 재미있는 책읽기, 의미있는 책읽기가 됨을 보여주고 있다.

 

독서에 스토리텔링을 적용하는 것은 창작된 이야기를 받아들이기만 하는 수동적 독서활동에서 벗어나 이제는 자신도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음을 깨닫게 하는,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어가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학교에서 창작교육이 무시되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창작교육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음을 본다.

 

이 책에서 보듯이 독서가 읽기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자기 나름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곳까지 나아가고, 그것을 함께 공유하는 지점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 교육현장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제는 읽기와 쓰기가, 읽기와 말하기가 함께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것이 바로 독서와 스토리텔링이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처럼 독서와 스토리텔링이 만나면 좀더 효율적이고 재미있고 의미있는 독서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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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디베이트 - 책 읽기의 혁명, 교육 혁명
최은희.유담 지음 / 글누림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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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런 말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책이 물고기라면 독서디베이트는 낚시법이다"

 

우리는 흔히 물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치라고 한다. 그것이 바로 교육이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돈을 교육에 투자하면서도 아이들에게 낚시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우리는 물고기를 잡아서 대령하고 있다.

 

엄청난 사교육, 선행교육을 통해서 아이들이 배운 것은 공부법이 아니라, 지식이고 내용일 뿐이다. 그것은 시일이 지나면 자연스레 잊혀질 뿐이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 학생들은 시험 전에는 모든 것을 알고 있지만, 시험이 끝나자마자 그 모든 것을 잊는다고.

 

오로지 시험을 위해서 지식들을 머리 속에 잠시 저장해 두었다가, 시험이 끝나고 나면 그 저장소에서 지식들을 내보내고 만다. 왜냐하면 지식의 저장소는 한계가 정해져 있으니 다른 내용을 다시 받아들여 시험 점수를 올리기 위해서는 저장소를 비워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니 늘 반복이 될 수밖에 없다. 외우고 비우고, 외우고 비우고. 시험보고 점수받고 잊고, 시험보고 점수받고 잊고.

 

삶과는 동떨어진 공부를 하기만 하니, 창의성이니 사고력이니 하는 것들은 고사하고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는 능력마저도 잃고 만다. 또 남의 말을 듣는 능력도 잃고.

 

어른들의 모습을 보아도 이것은 극명하게 잘 드러난다.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틈에서 자신의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사회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사회에서는 재대로 된 교육이 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그런 사회로만 갈 것인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하여 교육 분야에서 하나씩 변해가고 있다. 예전의 교육으로는 더이상 좋아질 수 없다는 인식을 많이들 하고 있다. 그러므로 교육이 바뀌고 있는데, 그러한 교육방법 중에 '독서디베이트'를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다.

 

단지 책을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책을 읽고 조사하고 토의하고 토론하고 글쓰는 과정. 이것이 바로 '독서디베이트'다.

 

독서디베이트를 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틀이 필요한데, 간단하게 정리를 하면 찬성(1,2,3 -논의, 질문 - 반론 1,2 - 정리)과 반대(1,2,3 -논의, 질문 - 반론 1,2 - 정리)로 나눌 수가 있다. 이렇게 두 집단으로 나누고 이를 이끌어갈 사회자를 정하면 된다.

 

나머지 학생들은 참관인이자 평가단이 되고, 디베이트에 참여하는 학생들도 다른 쪽의 학생들 발언을 요약 정리해야 한다. 그래야만 듣기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

 

이렇게 간단하다. 이것을 학교에서 모든 교육활동에 실시하면 된다. 그런데도 왜 이런 독서디베이트가 제대로 잘 실행이 되지 않을까?

 

단지 교사들이 독서디베아트에 대해서 문외한이기 때문일까? 이렇게 형식상 딱 정해지지 않았더라도 이미 이러한 토론 수업을 하는 교사들이 많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독서디베이트가 다시 부각이 되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이제는 예전의 교육대로 하면 더이상 전망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또 독서디베이트를 통해서 읽기 능력, 조사능력, 표현능력, 듣기능력 등 여러 가지 능력을 키울 수 있기에 어떤 과목에 적용해도 가능한 것이 이 독서디베이트다.

 

다만, 학급당 인원수를 대폭 줄여야 한다. 작은 학교로 만들어야 한다. 학교라는 공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교사들이 시험에 연연해 점수화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교사들이 느긋하게 여유를 가지고 아이들을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한다. 교사들이 수업에 전념할 수 있게 다른 행정적인 일을 줄여주어야 한다.  

 

이런 여러 요인들이 독서디베이트가 전면적으로 실시되는데 장애로 작용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장애는 독서디베이트를 실시하면서 하나하나 극복해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교사들이나 학부모들, 또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이런 인식을 공유한다면 말이다.

 

"우리는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단지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하는 방법, 공부하는 태도를 가르쳐야 한다." 쉽게 말하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이런 교육방법 중 하나로 "독서디베이트"가 있다.

 

아이들이 독서디베이트를 하기 위해서는 책을 최소한 3-5번은 읽어서 내용을 파악해야 하고, 다른 연관된 도서를 찾아야 하고, 또 사회와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고민해야 하니 자연스레 공부법을 익히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공부법을 통해 사고력, 논리력, 창의력, 표현력, 듣기능력 등이 한꺼번에 길러질 수 있고, 이는 아이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작품들이 주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또는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을 대상으로 되어 있는데 이를 다른 작품으로 바꾸어서 적용한다면 중고등학교, 또 대학을 넘어 성인들에 대한 교육에까지도 유용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교육방송'에서 보여주었던 유대인들의 도서관처럼... 끝없이 자연스럽게 토론하고 토의하는 그런 교육이 우리 학교에서도 이루어진다면, 우리 사회에서도 이루어진다면... 그런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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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아이를 바꾼다 - 긍정의 건축으로 다시 짓는 대한민국 교육
김경인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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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교육. 정말 중요한 일이고, 현재를 넘어서 미래로 나아가는 길인데, 이런 교육에 대한 논의가 무성함에도 아이들은 교육을 통해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미래를 책임질 사람들이 지금 행복하지 않은 상태, 그럼 미래는 행복해질까? 그런 생각이 드는 요즘인데, 그나마도 대안학교다 혁신학교다 하여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가 많아지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안학교야 원래 취지가 공교육의 반대편에 서서 어떤 교육철학을 지니고 이루어진다고 하니 논외로 한다면 공교육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혁신학교는 나름대로 성과를 거둬가고 있기도 하다. 적어도 아이들이 학교에서 뛰쳐나가려고 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혁신학교의 성공을 학력에 두고 판단을 한다면 그것은 제대로 된 판단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마찬가지로 혁신학교가 성공했다고 해서 혁신학교 주변의 집값들이 덩달아 오른다는 기사는 혁신학교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기사들이나 판단은 교육의 성패를 학력에만 두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학생들의 행복은 들어있지 않다. 우습지 않은가? 교육은 현재를 희생해서 미래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행복을 미래에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행복을 오로지 학력이라는 잣대로 재는 것은 옳지 않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여기에 혁신학교들이 이상하게도 수업혁신이다, 생활혁신이다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무언가 빠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무엇이 빠져 있었을까 하다가 이 책을 읽는 순간 "아!"하고 말았다. 그래, 바로 이것이구나, 이것이 지금 우리 교육혁신에 빠져 있는 거구나.

 

그것은 바로 아이들이 생활하는 학교라는 공간에 대한 인식이었다. 우리는 학교라는 공간을 그냥 주어진 것으로만 알고 그 공간 속에서 학생과 교사들의 관계에만 신경을 썼다. 사실 공간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는 막연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학교 현장에 적용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은 수업이든 생활지도든 이런 쪽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학교라는 공간으로 접근을 한다.

 

아이들이 대부분 지내야 하는 공간인 학교가 왜 가장 낙후된 시설만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가. 도대체 적어도 12년을 지내야 하는 공간이 6년, 3년, 3년 이렇게 변화가 되어도 공간의 변화는 없는가.

 

우리나라 초,중,고 학교의 모습을 떠올려 보라. 차이가 느껴지는가. 어느 도시에 가도 학교는 아, 저것이 학교구나 하고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획일적이다.

 

거기다 학교 내부를 살펴보면 도무지 학생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여기에 거의 모두가 직선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삭막하기는 이루 말할 데가 없을 정도다.

 

미래를 살아갈 사람들이 지내는 공간으로서 학교는 과거의 유물에 속할 뿐이다. 미래의 사람을 과거에 얽매어 놓고 거기서 미래를 상상하라고 한다. 가능한가? 이 가능하지 않음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고 오직 교과내용이든지, 교사와 학생 사이의 관게라든지 하는 것에만 신경을 쓴다.

 

다행이 몇 년 전부터 학교라는 공간에 대한 인식이 생겨왔고, 또 학교라는 공간을 바꾸려는 움직임도 있어왔다. 이 책은 그것에 대한 기록이다.

 

학교라는 공간이 바뀌었을 때 어떻게 교육이 바뀌는지를 실제 경험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학생들이 원하는 학교 공간으로 바꿨을 때 학생들의 태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또 어떤 교육적 효과가 있는지...

 

무엇보다도 전문가들이 참여하지만 학교 공간을 바꾸는 일에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의 참여를 필수적으로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결국 학교에서 가장 오랫동안 있는 사람은 학생과 교사 아니던가. 그러면 이들이 가장 편안하고 좋게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에서, 또 자신의 공간을 자신들이 바꾸어간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이렇게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참여하에서 학교라는 공간을 고쳐 간다고 한다.

 

어떤 학교는 화장실을, 어떤 학교는 복도를, 도서관을, 쉼터를... 각자 학교의 사정에 맞게 꼭 필요한 부분들을 전문가들과 협조하여 고쳐간 기록이 이 책인데...

 

이런 과정을 읽어가면서 혁신학교가 한 가지 놓친 것이 바로 이런 학교라는 공간의 개조였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몇몇 학교에서는 벽화그리기를 통해 환경을 바꾸려는 모습도 보였으나,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편안함을 느끼고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의 창출로는 나아가지 못한 것이 현실이었다.

 

그런 점을 깨닫게 하고, 공간 변화의 중요성을 다시금 인식하게 해준 책인데...

 

"문화로 행복한 학교 만들기"

 

이것이 이들이 한 일의 주제다. 여기서 문화란 학교라는 공간이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붙였을테고... 어떤 학교에서는 쉼터이자 갤러리이자 카페가 되는 공간을 만들어내기도 했으니...

 

정말로 학교에 문화가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언제든 학생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교사들과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학부모가 언제든 와서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소망들이 학교라는 공간에 담겨 실현되었으면 좋겠다.

 

그냥 단순한 꿈이 아니라, 충분히 실현가능한 일임을 "문화로 행복한 학교 만들기"가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책의 후기에서 말하고 있듯이 지원예산이 대폭줄어 이제는 학교예산으로 해야만 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학교라는 공간이 이토록 중요한데,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아니 우리나라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에서는 학교 공간의 변화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 우선인가 생각해 보라. 학생들에게 투자하는 것이 가장 우선 아닌가. 학생들이 행복하고 즐겁게 학교에서 지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바로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고, 나라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의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다.

 

읽으면서 즐거워지는 책인데... 예산 지원이 대폭 삭감되었다는 후기에 가서 마음이 좀 무거워졌다. 이 무거워진 마음이 정책의 변화로 가벼워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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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 콘서트 - 통합교과수업을 위한 행복한 멘토링 교과서, 2014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행복한 교과서 시리즈 7
이경원 지음 / 행복한미래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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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교육. 이번에 교육부장관이 바뀌는데, 부총리를 겸하게 되어 격은 올라갔지만 그에 맞는 역할을 할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

 

교육부 장관이 자주 바뀌는 것이 참 싫었는데... 말로는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해놓고 그를 책임질 교육의 수장을 몇 년에 한 번씩 갈아치우는 것은 교육의 연속성을 해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적어도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교육정책에 관한 비전이 있어야 하고, 그 비전을 함께 할 사람이 참모로 존재해야 하며, 당선이 되어서는 그 사람을 통하여 임기 내내 자신의 교육정책을 펼쳐야 할텐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힘없는 장관과 부서를 뽑으라면 교육부장관과 교육부가 꼽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교육부 장관의 임기는 짧으며, 교육부는 자신들의 장기적인 정책을 펼치지 못하고 여기저기 눈치를 보고 있는 형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상태에서 교육부에서 정한 교육과정은 금과옥조처럼 학교에 전해 내려오는데, 말로만 금과옥조처럼 내려온다. 학교에서 교육을 하는 교사들이 누가 교육과정을 공부한단 말인가?

 

교사들은 단순하게(? 이 말이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교사들에게 미안한 말이기는 한데) 교과서를 잘 가르치려고 하지 교육과정을 공부하지 않는다.

 

사실 교육과정을 공부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교육과정을 교과성에서 다 구현해 놓고 있으며, 이러한 교과서는 국정(지금은 없는데... 부활조짐이 있는 몇 교과목이 있다)이나 검인정이라는 제도를 통하여 국가가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과서를 가르치지 않으면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무어라고 하며(일종의 계기수업이라는 것, 시대의 흐름 속에서 사회문제에 관한 수업을 하려고 해도 교사의 정치 중립성 위반이니, 정치적 목적을 가진 편향적 교육이니 하면서 금지하라는 공문이 내려오는 현실이다), 마찬가지로 학부모들로부터도 도대체 학교에서 왜 제대로 가르치지 않느냐는 항의전화가 오기 십상이다.

 

이런 현실이니 교사들이 교육과정을 구태여 공부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여 교사들이 교육과정을 보지 않는 이유가(공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보지 않는 것이다. 교사용 지도서에 보면 교육과정은 늘 강조되어 나와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게으르기 때문이 아니고, 또 교사들이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교사들이 굳이 교육과정을 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을 보고 그 취지에 맞는 교육을 하려면 오히려 힘들어지는 현실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모든 교사들이 교육과정에 손놓고 있는가? 아니다. 아무리 불성실한 교사라 해도 교육과정에서 벗어날 수 없다. 또한 아이들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 승진만을 목표로 하는 교사라 해도 수업 시간에 아이들을 만나야 하고, 아이들과 수업을 해야 한다. 수업을 해야한다면 교과서를 무시할 수 없으며, 그 교과서에 나와 있는 교육과정을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교육과정보다는 교과서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교육현실이 그것을 조장하고 있다고 해도 교사들 역시 그것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해야만 하는 것은 진실이다.

 

그런 교육과정에 충실한 교육, 교육과정에 충실하되 학교 현장에 맞는 교육과정을 구현할 수 있는 수업, 거기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할 수 있는 교사, 연구하고 실천할 수 있는 시간. 이런 것들을 확보해야 한다.

 

또 공부도 해야 한다. 교사는 끊임없이 공부하는 직업이고, 공부하는 모습을 학생들에게 언제든 보여주어야 하는 사람이다. 아이들은 교사의 말 하나 하나, 지식 하나 하나보다는 교사라는 사람 자체에게서 더 많이 배운다. 그러기에 교사는 그 자체로 중요하다.

 

이 책에서는 그 점을 '교사가 교육과정이다'라는 말로 하고 있다. 교사는 그 자체가 교육과정이다. 그러니 교사들이여 자부심을 가져라. 사회에서 또 교육 관료들과 비교해서 약자일지 모르지만, 수업에서 학생들과의 관계에서 교사는 전부다. 아이들에게 전부인 것이 바로 교사다. 그런 교사, 자신이 교육과정이라는 생각을 가지면 교과서에 얽매이지 않는다.

 

교육과정으로 고민하던 이 책의 저자, 그 학교의 교장선생님 말씀(이런 훌륭한 교장선생님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교장은 교사에게 멘토여야 하는데... 과연 현실은?)에 불현듯 깨달음 얻는다.

 

"교과서를 버려라"

 

그렇다. 교과서는 교육과정을 실현하는 한 도구일 뿐이다. 교육학에서 늘 이야기하는 이 말이 학교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았는데... 교과서를 버려라. 교과서를 버린다는 생각 자체만으로도 교육과정에 집중할 수가 있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아니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배워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고민의 지점이 바뀐다.

 

교과서를 잘 가르쳐야지 하는 잘 전달하겠다는 기술적 측면에서 무엇이 중점이 되어야 하고, 아이들이 왜 그것을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 책의 지은이는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처음에는 자신만이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서 수업을 했다. 어쩌면 주제통합수업이 한 반의 거의 모든 수업을 담임교사가 하는 초등학교라서 가능한지도 모르겠지만 중학교에서도 주제통합수업이 시도되고 있으니 중학교도 가능하리라 본다.

 

혼자서 하다가 다음엔 동학년 교사들과 함께 교육과정을 재구성한다. 그리고 함께 수업을 한다. 그런 결과물이 이 책에 오롯이 실려 있다. 고민하고 실천하게 된 과정이 앞부분을 이룬다면, 실제로 주제통합수업을 한 결과에 대한 이야기가 뒷부분을 이루고 있다.

 

수업시간에 재구성한 교육과정을 통하여 국가의 교육과정을 무시하지도 않고 학교교육과정과의 어울림 속에서 지식도 재미도 실천도 모두 아우르는 수업을 했음을 이 책을 읽으면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런 수업을 받은 아이들이 참 행복하겠구나 하는 생각과 그 행복이 아이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열어가는데 두고두고 도움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마찬가지로 이것은 특출난 개인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결과물이 아니라는 생각도 했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그리고 누구나 다 해야 하는 그런 수업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학교 현실에 맞게 재구성해서 가르치는 교사들. 그런 교사들이 지금은 주로 '혁신학교'에 모여 있지만, 혁신학교는 일반 학교에서도 할 수 있는 교육을 먼저 시도했을 뿐이므로, 이들이 한 이런 교육활동은 교사들 모두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다.

 

초등학교에서 이루어진 교육과정 재구성. 아마도 모든 초등학교 교사들이 참조할 만한 책이리라. 마찬가지로 중학교, 고등학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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