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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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이 이 소설집에 실린 소설을 대변한다.


'몸은 힘들겠지만 고통과 불만족을 겪어내면 이윽고 단순한 기쁨이 찾아온다. 가을이 되면 가을이 제일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고 싶다. 여기에 단순한 기쁨이 있다. 물론 겨울과 봄과 여름에도 단순한 기쁨은 있다. ... '어두운 시간'이 '빛으로 가득 찬 이 몸'을 만든다. 지금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이런 것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언젠가 우리의 삶이 될 것이다.' (작가의 말에서. 273쪽)


끝났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자신이 끝났다고 생각할 뿐이다. 몸이 살아 있는 한, 정신은 계속된다. 몸이 살아 있지 않더라도 정신은 더 계속된다. 언제가 사라질 정신이라도 당분간은, 그 당분간을 이 소설집 마직막에 실린 '다시, 2100년의 바르바라에게'라는 소설에서 미래 80년이라고 한다.


이 소설의 배경이 2020년인데, 2100이라면 80년 뒤의 미래다. 소설 속 할아버지는 그렇게 자신의 삶 80년, 과거 조상의 삶 80년, 그리고 미래의 삶 80년 해서 240년을 우리가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당분간에는 과거, 현재, 미래가 모두 포함되고, 이 미래를 현재로 끌어오기에 비관이 아닌 낙관으로 살아갈 수 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가 아니라, 그 미래를 지금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과거만을 생각하면서 현재를 살아가지 말고, 미래를 생각하면서 현재를 살아가자고 이 소설집은 말한다.


첫번째 소설에서 그래서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상상할 수 있었다면'(34쪽. '이토록 평범한 미래'에서) 결코 죽음에 이르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이 소설집은 바로 이것이다. 끝났다고 생각할 때, 미래를 생각하면 현재를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결국 우리는 이런 삶 속에서 기쁨을 느끼며 살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런 미래는 결코 화려하지도, 특별하지도 않다. 그냥 평범한 미래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은 낙관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어두운 시간'이 '빛으로 가득찬 몸'을 만든다고 작가가 말한 것이리라.


소설집에 실린 여덟 편의 소설들이 어떤 끝을 보여준다. 끝을 보여주는데, 그 끝이 다시 시작이 된다. 왜냐하면 현재의 끝은 바로 미래의 시작이기 때문이고, 그런 미래의 시작은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간다.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미래와 현재가 만난다. 그런 만남을 통해 끝을 시작으로 만들 수 있게 된다. 


그 중에 이 소설집의 주제를 잘 알려주는 소설이 제목이 된 '이토록 평범한 미래'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고통의 와중에서도 비관이 아니라 낙관을 지녀야 함을 마지막 소설 '다시, 2100년의 바르바라에게'에서 잘 나타난다.


우리 삶은 어려움 속에서도 기쁨을 찾을 수 있다. 어둠 속에서도 빛을 찾을 수 있다. 한 순간의 삶이 아니라 과거-현재-미래가 지속되는, 영속적인 삶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끝이라고 생각한 순간이 끝이 아님을,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지금 살아가야 함을 작가는 소설 속 여러 인물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한편 한편에서 이런 주제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지만, 또 각 편이 지닌 상황의 개별성이 있다. 이는 다양한 삶 속에서 펼쳐지는 고난, 그 고난 속에서도 삶은 지속되어야 함을 이 소설집에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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