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온이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입원치료를 받으러 홋카이도 저 멀리 450키로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오는 아이가 있는 것도 알고,
입원하면 엄마와 함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아빠가 회사에 가면 세 살 위 오빠는 혼자서 알아서 할 일을 하고 학교에 가야 하는 것도 아는 의젓한 아이입니다.
그러나 자주 입원하지만 오래 입원하지는 않아서 같은 병실 환자들과 이야기 나누는 일도 거의 없고, 핵의학 검사를 받을 때는 방사능 노출 우려가 있어서 엄마와도 투명한 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 가까이 갈 수는 없어서 무척 외롭습니다. 가끔 기적을 바라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그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요.
그런데도 '왜 하필 나야?'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본인보다 더 아픈 아이들도 있고, 모두들 나쁜 짓을 해서 병에 걸린 것도 아니기 때문이죠.
왜 하필 나야?
왜 하필 나야??
한 때 제가 자주 했던 말이에요.
첫째가 3살이었을 때 머리가 엄청 아팠어요. 두통약이란 약은 다 먹어봤는데 차도도 없고
병원에 가면 잘 모르겠다고 상급병원으로 가라고만 하더군요.
너무 아파서 운전도 힘들어서 일도 멈추었고요, 일상 생활이 무너져내리고 있었어요.
씨티를 찍어도 이상이 없다고 약만 처방해주었고요 약을 먹어도 차도는 없었습니다.
원인을 모르니 더 무섭고 두렵더군요. 혹시 이러다가 죽으면 어떡하지? 왜 하필 나야? 내가 뭘 잘못했길래??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저를 괴롭히더라구요. 저만 바라보는 아이는 이제 두돌이 지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말이죠.
결국 대학병원에 가서 여러가지 검사를 했습니다.
거기에서도 검사 결과는 이상없음이었는데 대학병원에서 처방해준 약은 잘 들었습니다.
증상은 호전되었지만 그 원인모를 극심한 통증으로 한 동안 약을 달고 살아야 했습니다.
아이를 낳고 독박으로 키우면서도 이어오던 일은 그만둘 수 밖에 없었고 너무 우울해지더라구요.
왜 하필 나야?
왜 하필 나일까?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런데 미온은 그 때의 저보다 더 어른스러운 아이인 것 같아서
어쩐지 조금 부끄러워집니다.
수학여행을 가는 평범한 친구들 이야기를 하면서
몸이 아프면 다른 사람들처럼 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는 말에,
하루라도 약을 먹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미온의 말에
마음이 아파옵니다.
검사를 기다리던 어느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