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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밀란 쿤데라 지음, 박성창 옮김 / 민음사 / 2000년 12월
평점 :
품절
고국에 남아서 고통을 겪은, 기억은 있으나 향수는 없는 자들의 입장. 망명을 했지만 나름의 고통을 겪은, 향수는 있으나 기억은 없는 자들의 입장. 그 어떤 쪽도 편하지 않았다는 것. 남아 있던 자들은 망명자들을 배반자로 취급하지만, 밀란쿤데라는 자신의 입장이기도한 망명자들의 입장을 작품을 통해 변호한다. 남아 있던 자 못지 않게 망명자도 힘들었다는 것.
호메르스의 <오디세이아>의 주인공 율리시스처럼 끝없이 귀환만을 생각했지만, 일단 되돌아오자 그 자신의 삶, 그 삶의 본질, 그 중심, 그 정수가 고국의 밖에, 이십 년 동안의 방랑 속에 있음을 깨닫고 놀란다. 공산주의가 무용지물이 되어서 모든 사람들은 깨닫지도 못한 채 그것을 손쉽게 내버린 지금. 고통의 경쟁은 이제 끝났다는 것.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후편이라고 알려진 이 작품은 토마스. 테레사. 사비나가 조제프. 이레나. 밀라다라는 이름으로 다시 나타난다. 1989년 동구권 붕괴 이후 체코의 민주화 덕분에 20년 만에 해외로 망명한 주인공들이 그 동안 살아 있다가 20년 후 다시 체코로 귀환했을 때의 문제점을 다룬 소설... 같은 경험을 했던 인물들이 그 경험을 다르게 기억하는 현실 속에서 빚어진 비극은 누구의 탓도 아니며 서로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바탕으로 감싸않는 노력만이 필요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