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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 세계사 / 1999년 1월
평점 :
품절
사랑의 감정은 사랑하고 있는 순간이 아름답고 간직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지, 사랑이 지나가면 그저 단편적으로 남아 있는 추억의 청사진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했다. 황달로 구토하던 15세의 소년 미하엘과 그를 도와 주던 36세의 성숙한 여인 한나와의 우연한 만남은 서로에게 숙명의 관계가 된다.
한나 슈미츠와 미하엘 베르크의 사랑은 얼마간을 제외하고는 서로 빗나가기만 했다. 그들은 함께ㅡ책 읽어주기.샤워.사랑 행위.그리고 나서 약간 같이 누워 있기- 그들만의 만남의 의식을 가졌는데 그들의 이런 사랑에는 문제가 있었다. 각자 나름의 방식대로 자기 편리대로 각자가 상대의 모습을 정해두고 적당하게 자기위주의 방식대로 일방적인 사랑을 키워갔던 것이다. 간직된 사랑. 일방적인 사랑이 가치가 없다는 것이 아니지만, 상대에 대해 배려하지 않고, 상대를 이해하려 들지 않는 사랑은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고, 오히려 자신에게는 독이 될 수 있음을 보았다.
이 책에서는 문맹이란 것이 한나의 인생을 좌우해 버린다. 한나는 법정에서 기소된 다른 여자 감시원들이 그녀가 보고서를 작성 했다고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울 때조차도 자신이 문맹이란 사실이 노출되는 것이 두려워서 모든 벌을 자신이 떠 맡아 종신형을 선고 받는다. 그녀는 꼭 그렇게 까지 해야 했을까? 자신이 사랑한 지금은 대학생이 된 <꼬마야>라고 부르던 소년에게 자신의 모습이 누추해 보여질 것이 두려웠던 걸까? 그녀를 잊지 못했던 베르크는 결혼 후 이혼하고, 그녀를 그리워 하면서 그녀를 위해 녹음기에 책을 읽어 녹음하여 10년간을 보내주지만, 그는 그녀를 과거 속에 묶어 두고 이상화 시킨 그녀 모습을 사랑 했을뿐. 그녀를 여전히 회피.부인...배반을 한 샘이다.
그는 욕정과 호기심으로 시발된 그녀와의 관계 속에서 그녀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단정된 생각을 하며, 그녀와의 관계를 잃을까봐 전전긍긍했지만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그녀에게 자행되어진 회피와 부인 곧 배반에 대한 죄책감으로 평생 그녀에게 매여 산다. 한나는 그것을 알았던 것일까? 그녀는 베르크가 그녀를 데리러 오기로한 석방 예정일 새벽에 신문에 났던 베르크가 고등학교 졸업식장에서 학교장으로 부터 상장을 받던 사진을 간직한 채 자살을 하니 말이다.
사랑에는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하는데... 한나가 마지막까지 원했을 지 모를 베르크와의 진정한 이해와 사랑은 화해없이 그냥 막을 내린다. 마음이 저리다. 나는 사랑앞에서는 우선 자존심을 버려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던 적이 있다. 사랑의 줄다리기. 자존심 겨루기 등을 앞세우는 것은 너무 어리석은 짓이며 감정적 소비만 따를 뿐이다. 인생은 사랑하며 살기에도 부족할 지 모른다. 또한 서로의 허물과 약점이 허물과 약점으로 보이지 않고 이해와 포용이 생기는 순간이 서로 사랑하는 때이다. 사랑할 수 있을 때 마음껏 사랑하라. 사랑도 때가 있더라.